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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반한 달콤한 갱생의 빵…'팔뚝 문신' 제빵사의 비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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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et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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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송편이 있다면 이탈리아 크리스마스엔 파네토네가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매년 연말연시에 판매되는 파네토네 숫자는 950만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국민 크리스마스 빵이다 보니, 바티칸 공국에 거주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래 사진처럼 파네토네를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꼭 맛본다고 하는군요.

2018년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파네토네 빵을 선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2018년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파네토네 빵을 선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그런데 이 파네토네를 잘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합니다. 재료는 우유와 밀가루에 버터ㆍ달걀ㆍ레몬즙에 건포도 등 의외로 간단한데 말이죠. 단순한 재료에서 파네토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향기로운 풍미를 뽑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NYT의 아마도 이탈리아인듯한 마테오 데 마이다 기자가 20일(현지시간)에 올린 기사에 따르면 파네토네를 제대로 굽는지에 따라 그 제빵사의 실력이 가늠될 정도라고 하네요. 이탈리아 전역에서 파네토네 대회가 열리는데, 그 중 10대 파네토네 성지(聖地)로 꼽히는 빵집이 있다고 NYT는 소개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유독 좀 특별한데요, 주소가 이렇습니다.

이탈리아 파두아주 두에 팔라찌 감옥.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파네토네 중 하나가 탄생하는 곳, 두에 팔라찌 감옥 전경. [Google]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파네토네 중 하나가 탄생하는 곳, 두에 팔라찌 감옥 전경. [Google]

네, 감옥입니다.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교정 시설이죠. 이곳의 주방은 매일 새벽 4시에 불이 켜집니다. 수감자들 중에서 출소 후 제빵사를 꿈꾸는 이들이 손을 깨끗이 씻고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죠. 이들이 만들어내는 건 버터향기 가득한 폭신한 브리오슈도 있고 달달한 누가 사탕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장기인 건 파네토네라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각종 빵은 죠또(Giotto) 베이커리의 마크를 달고 매일 아침 배달됩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파네토네는 크리스마스 별미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마이다 기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니 에이프런을 두른 수감자들의 팔에 문신이 선명하네요. 23세의 수감자 죠반니는 NYT에 “여기 수감되기 전까진 파네토네를 맛본 적도 없었다”며 “이젠 너무 좋아하게 됐고, 내가 만든 파네토네를 시칠리아 내 가족에게 선물로 보내주는 게 큰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옥 정책상 죠반니의 성(姓)은 비공개라고 합니다.

Panet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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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반니와 같은 수감자들에게 이곳의 파네토네는 갱생의 빵인 셈입니다. 물론 수감자들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건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두에 팔라찌 교정시설 감독관들의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NYT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수감자 중 재범으로 재수감되는 비율은 평균 70%로 높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감자들 사이에선 재범률이 5%로 확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 교육 과정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통하는 게 이 베이커리 과정입니다.

2005년 시작된 이 제빵 교육을 총괄하는 마테오 마르케또는 NYT에 “수감자들은 물론 형을 다 살아야 하죠, 하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세금 낭비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갱생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파네토네를 만드는 과정과도 닮았죠. 재료는 단순하지만 반죽을 만들고 거꾸로 매달아 발효를 시키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72시간, 사흘을 꼬박 들여야 빵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수감자들은 근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안경을 착용하고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2021.12.24.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안경을 착용하고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2021.12.24. lmy@newsis.com

혼란한 시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서로를 미워만 하지 말고 서로의 갱생을 응원하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사는 건 이미 충분히 괴로우니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크리스마스 장식 사진을 찍는 행인. 신화=연합뉴스

지난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크리스마스 장식 사진을 찍는 행인.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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