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셋 코리아] 북한 무인기 도발과 1968년 ‘1·21 사태’

    [리셋 코리아] 북한 무인기 도발과 1968년 ‘1·21 사태’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었다. 당시 종로서장이던 최규식 총경이 자하문 근방에서 저지하지 않았다면 청와대까지 쳐들어가 박정희 대통령의 신변이 위험할 뻔했다. 55년이 지나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까지 침투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할 것인지 허탈했다.   1968년은 베트남전쟁 중이었고, 국제 공산당의 연대 투쟁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김일성은 이 틈을 타 대남 무력투쟁을 선언했다. 4대 군사 노선을 내세우며 “합법 비합법, 폭력 비폭력 모든 수단을 배합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비의 기습 침투에 무방비 상태였던 박정희 정부는 즉각 대통령훈령으로 합참에 대간첩대책본부를 설치해 군과 각 정보수사기관을 통합·지휘하도록 했다. 향토예비군제도가 시작됐고, 북한 대응 보복 공격을 위해 중앙정보부에서 실미도 특수군을 양성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  「 북한 도발엔 강력한 대응 효과적 소형무기 탐색·타격 능력 높이고 공격 원점 타격 능력도 강화해야 」    리셋 코리아 하지만 결정적 취약점이 있었다. 우리에겐 선제공격권이 없을 뿐 아니라 보복 공격도 제한을 받았다. 미군이 가진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 대응 작전의 손을 묶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도 힘든 판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았다. 이틀 뒤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함이 북한에 나포됐어도 미국은 보복하지 못했다.   우리 내부 방어력 강화는 가능해도 보복 공격은 불가능했다. 북한이 그해 겨울 삼척·울진 지역에 대규모 게릴라를 침투시켰지만 향토예비군에 발각되었고, 군의 합동작전으로 소탕되었다. 방어력을 강화한 결과 김일성은 게릴라 침투 기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71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은 “청와대 습격 사건은 좌경맹동분자들의 소행”이라고 변명하고 사과했다. 우리가 강해지면 북한은 수그러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북한은 이번에 무인기로 기습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북한의 신종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에서 교훈을 찾자.   첫째, 과거 대통령훈령 같이 군의 통합지휘체계를 갖추고 민관군 합동의 무인기 대처 기구를 두어야 한다. 무인기는 소형이고 고도가 낮아 기존 방식으로는 탐색이 어렵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무기를 장착해 2차 공격을 가할 것이다. 민관군 합동으로 소형 무기의 탐색 능력을 높이고 정확히 타격하는 방어력을 갖추어 북한 기습공격에 대처해야 한다. 우리의 전자기술과 무기 개발 수준으로 북한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북한에 당해야 대책을 세우는 소극적 군사 태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왜 핵·미사일 기술을 중동 국가들에 이전하지 못할까.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 식으로 철저한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기에 자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물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다. 북한이 여차하면 무서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 군도 북한의 공격 원점 타격 능력을 갖추도록 사전에 미군과 협의하여야 한다. 우리도 무인기 보복 공격 능력을 갖추어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참수 작전 수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북한의 절제 없는 미사일 도발로 일본 재무장 빌미를 주었다. 이미 일본의 원점 타격 능력을 미국이 인정하였다. 일본은 이제 전쟁 가능 국가로 한 발씩 가고 있다. 일본의 국비 증강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일본은 1, 2차 대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군비 증강 발동이 걸리면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본 방위력이 필요 이상으로 증강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 국민을 자극하여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전쟁 가능 국가로 가도록 촉구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중국에 동북아 군사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 도발 저지와 평화와 안정 필요성을 촉구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북한 도발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북한이 사전에 알도록 경고해야 ‘현대판 1·21사태’를 막을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2023.01.30 01:05

  • [리셋 코리아] 딸에게 권력 과시하는 김정은의 초조함

    [리셋 코리아] 딸에게 권력 과시하는 김정은의 초조함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예비역 공군 중장·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위원 북한은 지난해 40여 회에 걸쳐 65발 이상의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무인기를 한국 영공으로 날려 보냈다. 이런 도발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딸 김주애를 화성-17형 장거리 미사일 관련 행사에 대동했다. 새해 첫날에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KN-23으로 추정되는 장비를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후계 문제와 관련된 정치적 함의가 큰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거나, “어버이 수령으로서 권력의 안정과 인민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려는 상징정치”라고 풀이했다.   필자는 이러한 김정은의 행보를 보면서 몇 해 전 넷플릭스에서 봤던 영화 ‘어느 독재자’가 떠올랐다. 독재국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은 어린 손자와 함께 불 켜진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면서 전화 한 통으로 도시의 모든 불을 일제히 껐다가 다시 켜는 행위로 자신이 지닌 권력의 힘을 손자에게 보여준다. 손자는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 전화로 불을 끄라고 명령하자 대통령궁의 불까지 꺼졌고, 다시 켜라는 명령에도 불은 켜지지 않았다. 대신 총성과 폭발음이 울려 퍼진다.     ■  「 핵이 외부 위협 막을 수 있겠지만 헐벗은 주민 마음은 달래지 못해 독재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독재자는 다음날 가족들을 해외로 망명시키고 후계자인 손자와 남아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으나,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과 도적 때로 변한 군인들로 가득 찬 나라는 혁명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독재자는 간신히 바닷가에 도착하지만 배는 보이지 않고 추격대가 다가오자 하수도관 속에 숨어 있다 체포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반군에 의해 처형당한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하수구에 숨어 있다가 시민군에 생포되어 처형당한 리비아의 철권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연상케 한다.   쿠데타 등으로 권력을 잡은 후 독재정치를 펴다 저항에 부딪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독재자는 그 외에도 상당수 있다. 1965년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콩고의 모부투 세세 세코는 32년간 독재와 축재를 일삼다가 97년 반군에게 축출당하여 모로코에서 죽었다. 68년 쿠데타에 참가하여 79년 이라크의 대통령이 된 사담 후세인은 독재권력을 휘두르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침공한 미·영 연합군에 의해 체포되어 2006년 처형되었다. 71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우간다의 이디 아민은 79년까지 집권하면서 5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을 학살하였다. 그는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탄자니아를 침공하였지만 되려 탄자니아에 패퇴하여 권좌에서 쫓겨난 후 리비아·이라크 등을 떠돌다가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죽었다. 89년 세르비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보스니아 전쟁과 코소보 전쟁에서 인종청소를 저질러 2000년 권좌에서 물러난 후 전범재판을 받던 중 2006년 감옥에서 사망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는 비록 그가 정통성을 지닌 지도자라 할지라도 국민 신임을 잃게 되고,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는 황태자 알렉산드르 3세의 적장자로 태어나 황태손에 책봉되었고, 황태자를 거쳐 1896년 황제에 즉위한 정통성을 지닌 군주였다. 그러나 그는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무시하면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을 향해 발포하여 많은 사상자를 낸 ‘피의 일요일’ 사건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결국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고 권좌에서 쫓겨난 니콜라이 2세와 그의 가족은 모두 1918년에 혁명군에 의해 사살되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예로부터 백성은 물이고 통치자는 배에 비유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난 물은 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한반도 북쪽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이 언제까지나 백두혈통의 독재에 순종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핵무기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헐벗고 굶주린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한다. 어린 딸에게 그가 지닌 권력을 과시해야만 하는 김정은의 행동에서 북한 체제의 종말이 임박했음을 읽을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예비역 공군 중장·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위원 

    2023.01.16 00:58

  • [리셋 코리아] 미국의 보호무역 회귀, 국제연대로 견제해야

    [리셋 코리아] 미국의 보호무역 회귀, 국제연대로 견제해야

    안호영 전 주미대사, 경남대 석좌교수·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미국 정치학자 에드워드 러트워크는 냉전이 끝날 무렵 “이제 지정학의 시대는 가고, 지경학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쓴 뉴욕타임스 칼럼을 읽으면서 30년 전 러트워크의 말이 생각났다. 크루그먼은 미·중 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21조 ‘안보를 이유로 한 무역 제한’을 둘러싼 분쟁에서 미국이 패소했음에도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옹호했다. 그는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해 온 미국이 이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것이나, 미국의 행동은 옳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WTO가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등 상당수 미국의 여론 주도층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면서도 법치주의를 지켜나갈 수 있는데도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양분법적 사고를 한다. 이런 미국의 변화는 세 가지 측면에서 걱정스럽다.     ■  「 미국에서 WTO 무시 경향 고조 무역국 한국 등에 악영향 끼쳐 EU 등과 연대, 보호무역 막아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첫째, 국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브레턴우즈 체제를 만들어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한 이유는 1차 대전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대공황의 충격을 더 깊게 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에 역행하는 것은 국제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불러올 것이다. 둘째, 미·중 경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냉전 이후 미·중 경제 연계가 심화해 미국의 중국 견제에도 미·중 경제 디커플링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크루그먼의 양분법적 주장은 미·중 경제 디커플링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리 경제는 대표적인 개방 경제이다. 지정학이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을 지배하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지만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미국 행정부·의회 등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연구소·언론 등 여론 주도층에 대한 정책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대화의 초점도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지정학에 놓을 때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의 미·중 관계 학자들은 미국이 만든 ‘규범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동맹 체제’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국제질서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법의 지배’이고, 미국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미국의 우위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미국 학자가 수긍한다.   둘째, 유사한 생각을 하는 국가 간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가능성을 우려하는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 유지에 힘쓰는 국가들과 일치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캐나다·일본·호주 등이다. 이들은 최근 주요 7개국(G7) 회의, 나토 정상회의 등에 한국을 초청하고, 이들 국가의 고위 관리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WTO의 권능 유지, 보호무역주의 회귀 방지 등을 의제화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기술 초격차 유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격차 유지는 경제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전당대회에서 전략 무기는 물론 전술핵 개발을 공언하고, 지난해 9월에는 핵 독트린을 억제력 위주에서 공격 위주로 전환하는 법까지 통과시켰다. 이후 한국에서는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퍼졌다. 북핵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 핵우산을 보다 든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동맹으로서의 한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양자 기술, 차세대 원전,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항공, 수소 등 12개 전략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기정학’ 표현을 쓰며 기술이 갖는 지정학적 측면을 강조했는데 올바른 문제의식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 경남대 석좌교수,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2023.01.09 00:52

  • 리셋 코리아란?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합니다.

    리셋 코리아란?자세히 보기
  • [리셋 코리아] 북한 무인기, 육·해·공군 함께 대응해야

    [리셋 코리아] 북한 무인기, 육·해·공군 함께 대응해야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예비역 공군 소장 지난달 26일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5시간 동안 서울과 파주, 강화도 상공을 휘저었으나 군은 이를 격추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국민 안전을 고려해 적시에 격추 사격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전 상태인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건설한 군사력이 실제 작전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민간 피해 발생 여부를 우선 고려하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방공작전’이란 공중에서 활동하는 유·무인 항공기와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는 탐지, 식별, 경보 발령, 격추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작전 활동이다. 이번 무인기 침범 때 격추 실패에 대한 후속 조치는 다양한 공중 위협을 통합한 국가방공체계 차원의 지휘·전력·부대·병력 등의 군 구조를 정밀 진단한 후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했다. 그러나 2014년 무인기 발견 당시와 같이 오로지 전력 구조인 무기체계 성능에만 집중하는 우를 반복하고 있다.     ■  「 무기체계 향상만으론 한계 뚜렷 지휘체계 단일화로 전력 극대화   국가방공체계 통합적 운용 필요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국가방공체계는 시간과의 싸움인 적의 항공기·미사일 도발을 실시간으로 탐지하여 육·해·공군과 민방위체계에 전파하고 주한미군 자산을 포함하여 방공작전에 필요한 모든 가용 요소를 조건반사적으로 동시에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지휘 통일의 원칙이 선행되어야 순간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국가방공체계는 대한민국 방공체계의 주력 부대였던 육군 방공포병사령부를 1991년 육군에서 공군으로 이전하고, 3차원의 공중 공간을 2차원 평면과 같이 지역 방공과 국지 방공으로 나누어 군별로 편성·운용한다. 이로 인해 동일 지역 내에 배치된 육·해·공군 방공포병무기의 통합 운용이 곤란하다.   그 결과 육·해·공군이 공통으로 운용하는 방공포병 전력 운용에 필수적인 기본교리 및 작전예규 등의 기초를 제공하였던 합동 방공기능사령부가 없어졌고, 국가방공체계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 동일 임무를 수행하는 타 전력과의 중복성, 작전 운용의 효율성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한다. 육·해·공군 모두 자군 위주의 상이한 운용교리와 전술예규를 적용하고 독자적 무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예산 낭비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높아진 2017년 이후부터는 3축 체계를 국가방공체계의 모든 것으로 인식하고 미사일방어사령부로 개칭하는 등 유·무인 항공기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에는 전방 지역에서 실제 항공기를 이용한 유·무인 항공기 대응 훈련이 곤란해짐에 따라 복무 기간이 단축된 방공포병 무기운용 요원들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역 방공을 담당하는 사단 아래 편제된 방공부대를 제외한 육군 방공여단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의 지휘통제체제를 일원화해야 한다. 향후에는 대한민국 영토에 배치된 모든 방공포병 자산을 통합 지휘하는 한·미 연합방공포병지휘체계로 확대해야 한다. 또 과거 우리 군이 북한의 AN-2기를 확보해 대응 조치 숙달 훈련을 강화했던 사례를 교훈 삼아 다양한 경로에서 북한 무인기와 유사한 무인기를 활용한 대응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무인기 대비책은 무기체계만 다룰 것이 아니라 현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생활화하고 지휘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 또 평소 비상 대기, 장비 관리, 불시 작전 준비태세 점검 등을 통한 작전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평화로울 때라도 전쟁을 잊고 지내면 반드시 위태로운 상황이 일어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이제는 문제가 터져야만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단절하고 근본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국가방공체계 개혁 차원의 맞춤형 대응책이 절실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 직속 ‘국가방공체계 평가 검토 위원회’(가칭)를 한시적으로 설치해 방공포병사령부 공군 이전 이후 30여년 동안 쌓여져온 국가방공체계의 근본 문제를 국방개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진단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예비역 공군 소장

    2023.01.02 00:58

  • [리셋 코리아] 위기의 대중 교역, 고부가 서비스로 넘어서야

    [리셋 코리아] 위기의 대중 교역, 고부가 서비스로 넘어서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1961년 이후 2% 미만 성장은 4번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수출은 경제 회복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444억 달러로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 수출액은 일본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였지만, 이제는 일본과 1000억 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세계 대부분의 국가·지역에 대해 양호한 수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유독 중국과 홍콩에 대해서는 침체와 감소로 일관하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더니, 하반기 이후 마침내 마이너스 실적으로 돌아섰다. 3분기에는 한 자릿수로 수출이 악화하더니 4분기에는 두 자릿수로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입가가 인상되면서 거의 일 년 내내 월별 수입 규모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굳어졌다.   대중국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의 1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국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과 무역수지 적자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1월에만 해도 134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으나 11월에는 11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  「 올 한국수출, 중국서 크게 위축 친환경 산업서 협력 가능성 커 의료·패션·교육 등도 진출 유망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대중국 수출 부진은 미국발 경제 분리(디커플링)와 수출 통제 요인과 더불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와 쌍순환 전략을 통한 경제 자립화 정책 요인, 고금리와 세계 수요 둔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대중국 수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다수 통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 이유는 중국을 제조 기반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상 프레임이 다자 중심 자유무역체제에서 동맹국 중심 무역체제로 바뀌었다지만, 중국은 우리 경제와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그동안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와 연계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중간재용 거래로 인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견제로 중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 정부는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통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되, 미국의 기술 견제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산업 협력 구도를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친환경 분야는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환경을 중시하는 시대적 조류로 인해 다른 첨단전략 분야보다 직접적 제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2060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추어 신재생에너지, 그린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친환경 분야에서 양국이 ‘윈-윈’하는 한·중 산업 협력 기반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범용 상품에 대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고, 애국주의 소비 경향으로 소비재 시장 진출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가 일부 있다. 의료기기·헬스케어 등 실버산업, 영유아 교육과 패션·밀키트·건강식 등 최근 중국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품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교역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자상거래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해외 상품 유치에 적극적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은 전자상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중국 수출전략이 될 것이다.   중국은 표준과 인증 등에서  규제가 심한 국가이므로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줘야 한다. 중국의 복잡한 표준과 인증제도는 비관세장벽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서비스 투자 협상을 통해 중국 시장 접근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2.12.26 00:50

  • [리셋 코리아] MRI 오남용 억제하면서 필수 의료 강화해야

    [리셋 코리아] MRI 오남용 억제하면서 필수 의료 강화해야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감염병분과 위원 지금도 전국 어디에선가 응급 수술이 필요한 중증 소아환자, 위중증 응급 환자들은 병상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야간에 입원이 필요한 어린이와 보호자는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당혹해 한다.   왜 그럴까?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필자는 최근 MRI 촬영을 해야 했는데 2개월 후에나 검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MRI 검사를 아침 7시에 하는 것이 예약 조건이었다. MRI, CT 및 입원 병상 수 지표 모두 OECD 국가 중 1, 2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다. 의료시설과 입원 병상이 부족할 리 없다. MRI 등 검사 남용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 쏠림 같은 낭비적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여야 하는 이유다.     ■  「 MRI 오남용 등에 건보 재정 악화 2023년 1조4000억원 적자 예상 건보 재정과 보장 간 균형 이뤄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지난 정부 때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MRI, 초음파 검사, 2~3인실 입원료 건보 적용 확대로 MRI 등 검사비는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약 10배 폭증했다. 상급종합병원 연간 진료비 비중은 27.7%(2017년)에서 29.1%(2021년)로 증가했다. 지방과 동네 병·의원의 진료 약화와 상급종합병원 입원 대란은 구조적으로 굳어졌다.   응급 진료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는 위기다. 전국에서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 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입원 전담 전문의가 1인 이상 근무하는 곳은 27%에 불과하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내년 2월까지 소아 입원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MRI 등 무분별한 검사들은 진료비 오남용과 맞물려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 당장 2023년부터 1조4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건보 적립금 20조원은 2028년 소진될 전망이다. 또 필수 진료 위기는 단기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장기 위기가 될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6.4%로 떨어졌다. 의료 인력 양성·훈련과 실제 배출에는 10년이 소요된다. 국민과 다음 세대와 아이들에게 필수 진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위기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중증질환과 필수 의료 지원을 강화하면서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의료 오남용 억제 등 과감한 건강보험 지출 개혁을 통한 필수의료 보장 확대를 실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과잉 의료 이용을 야기하는 초음파·MRI 등 급여화 항목에 대해 철저히 재평가하겠다”면서 재평가를 통해 누수되는 지출을 줄여 필수 의료나 고가 약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건보 개혁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와 참여연대 등은 “OECD 평균 건강 보장률이 80%고 우리는 아직도 65%”라며 건강 보장 확대 없는 문재인 케어 폐지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증가로 건보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쓴 진료비는 1조7129억원에 달했다.   난마처럼 얽힌 보건의료 문제점은 특정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대안과 장단기 과제의 구분이 중요해 보인다. 단기 과제로는 노인의료비 증가에 대한 건보 재정 안정과 필수 진료 등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필수 진료 제공과 관련해 취약 계층에 대한 두터운 보장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중요하다.   지난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국민 패널 참여자가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 나서 보험 혜택은 줄이고 보험료는 올린다고 하더라”며 “점점 나이 드는 국민은 병원 비용과 보험료가 걱정되는데 어떻게 되는가?”   국민은 지속가능한 건보 재정과 건강한 의료전달체계를 원한다. 다양한 정책 간 균형과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정치적 어젠다에 매몰되어 균형을 잃거나 지속가능성을 약화하는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감염병분과 위원

    2022.12.19 00:38

  • [리셋 코리아] 육사 옮기고 아파트 짓겠다고?

    [리셋 코리아] 육사 옮기고 아파트 짓겠다고?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화랑대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확한 방향성 없이 주택용 부지 확보, 지역 균형 발전, 다른 사관학교와의 형평성 등 즉물적이고 단순 논리만 등장해 실망이 크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어떤 후보는 육사를 자기 고향인 안동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했고, 현 대통령의 고향 사람들은 이 기회에 지역에 명소를 하나 더 만들자는 의욕에서 육사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장성 출신 인사는 최근 국방부·합참·육사를 모두 차령산맥 이남으로 이전하여야 한다면서 은근히 다음번 출마를 위한 지역 공약성 포석도 서슴지 않았다. 국가 안보가 작든 크든 이런 이기적인 생각으로 휘둘리면 나라에 큰 해독을 끼치게 된다.     ■  「 화랑대는 뛰어난 간부 양성 터 통합사관학교로 육사 개편해야 통합군 체제에 맞는 인재 필요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현대전은 전후방이 따로 없다. 미사일에 전술핵까지 운영된다면 우리나라 중·남부 지역이 현재의 접경 지역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 또 무기의 위력이 커져서 가급적 군 지휘부나 주요 부대는 분산해야 한다. 한곳에 몰아넣었다 전멸하면 다시 복원하여 반격할 길이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주요 부대일수록 분산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지휘부와 별도로 지정생존자라는 이름으로 각료 중 한 사람을 격리해서 남기는 제도까지 운용하지 않는가. 적의 일격으로 지휘부가 절멸되고 전쟁본부가 초토화되어도 국가 통치기구를 온전히 유지해 반격할 수 있게 한 전쟁 논리에서 나온 지혜다. 이런 의미에서 국방부나 육사를 클러스터라는 단순 논리로 다른 기관과 한 곳에 몰아넣으려는 생각은 전쟁 논리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앞으로는 통합군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육·해·공군으로 분류하는 방식은 1차 대전 이후 전쟁 수단을 고려한 데서 비롯되었다. 현대전은 보병부대가 고지를 점령하고 탱크가 방어 진지를 유린하는 육군, 전함·잠수함이 해양을 주름잡는 해군, 제공권을 장악하는 공군으로만 분류할 수 없다.   전쟁은 이미 다양한 전쟁 수단으로 발전되었다. 지상군·미사일군·우주군·드론군·사이버군·특수전군 등을 따로 독립해 발전시켜야 한다. 어쩌면 AI군도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육·해·공군으로 군 예산 자원을 나누는 것은 낭비 요소가 너무 많다. 통합군으로 운영하고 기능에 따라 분류하며 자원을 배분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국방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다양한 전쟁 기술이 전문화하려면 사관학교 교육부터 다양한 전쟁 기술·전략을 통합하고 전문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사관학교도 통합사관학교로 개편되어야 한다. 육·해·공군이란 구시대적 분류 개념으로 간부를 양성하는 것은 통합군 개념과 다양한 전쟁 원리와 상반된다.   통합군 개념으로 사관학교를 개편하려면 화랑대에 통합사관학교 1·2학년을 두어 통합군 미래 간부들이 긴밀한 전우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3·4학년은 기능에 따라 여러 지역에 분산된 전문과정을 선택하도록 한다. 간부 양성 과정도 전문성과 통합성으로 운영하는 전략 개념과 일치하게 개편하는 것이 미래 국방 개혁과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자면 화랑대의 육사 시설을 더욱 늘리고 교육 과정이나 환경도 통합군 개념으로 바꿔 다양한 기초교육이 가능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화랑대는 역사적·입지적으로 뛰어난 간부 양성 터였다. 아무리 과학기술군으로 무장한다 하더라도 국방력의 근간은 국가의 자주적인 상무 정신에 있다. 역사적 전통을 무시하고 기능만 강조하는 전문 교육은 통합군 전략 개념을 왜소화하고 약화할 것이다. 화랑대에 통합사관학교를 두는 것은 기초교양을 함양한다는 목적에 잘 부합한다.   통합안보시스템을 운영할 간부 양성에 적합하고 이상적 입지 조건을 갖춘 화랑대를 아파트 숲으로 만든다는 것은 관운장의 청룡도를 소 잡는 데 쓰는 격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왕릉과 그 주변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주택용지로 바꾸려는 생각은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국토 이용론에 불과하다. 나라의 미래를 좀더 넓고 깊게 생각하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찬 전국가정보원장·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

    2022.12.12 00:35

  • [리셋 코리아] 화물연대, 명분 없는 집단행동 그만둬야

    [리셋 코리아] 화물연대, 명분 없는 집단행동 그만둬야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2차대전 이후 민주화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노동조합은 인플레에 따른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수백만 노동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을 지속했다. 이렇게 시작된 파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정치 파업으로 변질하였고, 급기야 공산당과 좌익세력은 정권 타도와 체제전복을 위한 총파업을 추진했다. 이를 감지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최고사령부(GHQ) 사령관은 파업 중지를 전격 명령함으로써 총파업은 결행 직전 무산되었다. 1947년 2월 1일 전후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정권에서 있었던 ‘2·1 총파업’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이어 민주노총이 동시다발적 총파업을 예고한 다음, 정부의 파업 철회 권고에도 정치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열흘 넘게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물류 중단과 교통 대란으로 국민 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어 민·형사상 책임은 물론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경고하면서 노·정 관계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다. 75년 전 일본의 ‘2·1 총파업’을 연상케 한다.     ■  「 화물차주는 개인사업자에 해당 안전운임제 실효성·문제점 따져 원점에서 존폐 여부 재검토해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는 민·형사적 면책이 되는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화물차주는 특정 회사에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 화물차량을 가지고 위·수탁계약에 의해 운송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형식적으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되고 있을 뿐, 노동조합으로서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아니다. 따라서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집단행동이 위법한 경우 이로 인한 손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아니라 하더라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할 수는 있다.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다른 운송업자들에게 멱살잡이와 계란 투척에 이어 운송 차량에 쇠구슬을 쏘는 등 차량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 집회·결사도 쟁의행위와 마찬가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실행할 때 면책되는 것이지, 타인의 조업을 방해하거나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떤 이는 화물연대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에 돌리고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현재 문제가 되는 안전운임제의 도입 배경을 보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과로·과적·과속 운행을 금지하기 위해 적정운임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도입됐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간 운송료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요금 담합으로 자유경쟁과 시장원리에 반한다. 이로 인해 2004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서 운송종사자의 집단적 화물 운송 거부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수종사자에게 업무 복귀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제도를 함께 규정했다. 따라서 운수종사자가 국가의 정당한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거나 3년 일몰제를 전제로 도입한 안전운임제의 영구 존속과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행위는 명분이 없다.   안전운임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탓에 이를 둘러싼 분쟁은 도입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방법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안전운임제의 실효성과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다음, 존폐를 판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양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굴복만을 강요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전가의 보도로 남용하지 말고, 화물연대 등 노동단체는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잦은 파업으로 국민 피로도가 가중되는 가운데 민생을 무시한 총파업은 국민 호응을 받지 못한다. 며칠 전 지하철노조에 이어 철도노조도 예고된 파업을 철회하여 업무에 복귀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투쟁적 노동운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2022.12.05 00:42

  • [리셋 코리아] 한국은 중견국 네트워크 주도할 역량 갖춰

    [리셋 코리아] 한국은 중견국 네트워크 주도할 역량 갖춰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Power)로 변모하길 원한다. 이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글로벌 중추 중견국(Pivotal Middle Power)이 되는 것이다. 중견국은 국제질서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중간 위치 국가다. 하드파워보다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제 문제를 다자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인권·환경 등 특정 이슈에서 국제 규범을 수립·이행하는 국가다.   지난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잇따라 한국을 방문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등 다른 지도자들도 한국을 방문했거나 조만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등도 서울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캐나다를 방문해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1년 앞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  「 경제적·기술적 역량 갖춘 한국   다른 중견국들이 파트너로 원해 미·중 경쟁 관리 위해서도 필요 」    한국은 다른 중견국들이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 인기 있는 중견국이다. 다른 중견국들이 한국을 원하는 까닭은 세 가지다. 먼저, 한국은 현대 지정학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매우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동아시아는 미·중 경쟁이 분명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존중받는 목소리가 되기 위해 그 위치를 잘 활용해 왔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물론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강한 동맹을 맺고 있다. 그러나 역대 한국 정부는 일본보다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부분이 글로벌 문제에서 중요하다.   둘째, 한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적·기술적·문화적 역량을 갖고 있다. 지난주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무엇보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우선순위를 뒀다. 빈 살만 왕세자는 그가 추진하는 5000억 달러(약 678조원) 규모의 스마트 도시 네옴시티 건설에 한국의 투자를 희망했다. 최근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중 가장 큰 규모로 한국산 무기를 샀다.   한국의 역량을 또 다른 중견국인 인도네시아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같은 경제적·군사적·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상대적인 독립성과 강력한 역량은 한국을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셋째, 한국이 논란이 있는 파트너가 아니란 점도 다른 중견국들이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강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국가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은 윤 대통령을 만날 때 고국에서 비난받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한국은 군사 강국이지만,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없다. 한국은 다양한 세계적 기업들이 있지만, 경제적 헤게모니를 행사하거나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고립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국이 외교정책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분명히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한·미 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은 미·중 경쟁을 관리하고 중국의 커지는 공격성을 제어하는 중견국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는 각기 상이한 파트너들이 상이한 방식으로 한국을 보완할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느슨할 수밖에 없다. 호주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산 무기들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 인도는 다른 무엇보다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원한다. 영국은 강한 무역·투자 연계와 함께 안보 파트너를 추구한다.   한국이 강점들을 잘 살리고 잠재적 파트너들의 이해를 수용할 때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한국이 얻는 이익은 매우 크다. 한국의 광범위한 역량은 한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각각의 파트너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되는 데는 수많은 방식이 있다. 한국이 이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다른 중견국들이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는 중견국이 되는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2022.11.28 00:45

  • [리셋 코리아] 지자체가 탈북민 지원에 나서야

    [리셋 코리아] 지자체가 탈북민 지원에 나서야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최근 탈북민과 관련한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 탈북 여성이 백골로 발견된 지 며칠 만에 지방 거주 20대 청년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3년 전 탈북 모자 아사 사건 이후 정부는 탈북민 위기 가구 관리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행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정부는 지원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직업 안정성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고 평균 소득은 3분의 2 수준이다. 이 결과는 체계적인 조사가 시작된 2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탈북민 건강도 위험 수준이다. 질병 때문에 직장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하고 좌절하곤 한다.     ■  「 고독사·가난 등 탈북민 불행 속출 25개 하나센터로는 지원에 한계 3500개 읍면동이 함께 책임져야 」    kim.jeeyoon@joongang.co.kr ‘먼저 온 통일’로 불리는 탈북민의 삶은 일반인과 다른 부분이 있다. 탈북민 가구의 66.2%는 재북 가족과 친척에게 송금한 적이 있다. 대북 송금은 탈북민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북 송금은 대부분 북측 가족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일반인의 70% 소득 수준임에도 생계 곤란과 치료를 이유로 송금 요청을 받으면 거절하기 어렵다. 자신의 탈북으로 고초를 겪었을 부모·형제들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사채를 빌려서라도 송금하게 된다.   북한 억양 때문에 취업이 좌절되어 생계가 위협받고, 통장 잔고가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 미국·유럽 등으로 재이주를 꿈꾸거나 삶과 희망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탈북민의 극단 선택과 고독사, 아사 사건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거나 한 줌의 쌀이 없어 죽음을 맞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탈북민들은 쌀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한국에서 살아갈 희망을 잃었기에 생존을 포기한 것이다. 부모·형제를 두고 목숨까지 걸고 넘어온 한국에서조차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 데 자존심이 상하고 그런 모습을 감추고 싶은 것이다. 꿈과 희망을 잃은 육신이 사계절이 지난 후 백골로 발견되었다면 인간다운 삶의 필수 요건인 사회적 연결망까지 단절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 노력에도 탈북민은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전문가들은 지원 정책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 전달 체계이다. 탈북민 지원정책은 일반 복지·행정 전달 체계와 분리된 별도의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 통일부가 전국 25개 하나센터를 통해 3만3000여 탈북민에게 교육과 필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탈북민 사회 적응을 위한 각종 복지·행정서비스는 전국 3500여 읍면동 주민자치센터가 아닌 전국 25개뿐인 하나센터가 전담한다. 하나센터는 경기도·서울 외에는 광역자치단체별로 한 곳이다. 광역시도 거주 전체 탈북민을 단 한 곳의 하나센터가 맡고 있다. 거주지에 사회복지관과 읍면동사무소, 시군구청이 있지만 탈북민은 ‘특별한 국민’으로 간주되어 하나센터에서 별도 서비스를 받는 구조이다.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지역 주민이며 시장 군수와 기초의원의 유권자이다. 지역 행정 복지 기관이 책임을 갖고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분리 정책은 특별한 보호가 아닌 차별과 고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전국 읍면동사무소와 시군구청이 지역 주민인 탈북민을 지원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주무를 맡고 보건복지부 등이 협업하면 탈북민에 대한 복지·행정서비스는 개선될 수 있다. 지방 하부 조직이 없는 통일부가 주무 부처를 맡는 상황에서는 탈북민 거주 임대아파트 단지에 있는 500여 사회복지관은 전문인력과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탈북민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다.   탈북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주지에서 충족되어야 하고 지역 행정 복지기관과 이웃 주민이 포용적 자세를 가질 때 사각지대는 해소될 수 있다. 탈북민의 이웃은 탈북민 스스로와 지역 주민, 지역 행정기관 모두가 되어야 한다. 탈북민의 적극적인 노력과 합리적 지원정책, 지역사회의 포용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생활밀착형 지원 방식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2022.11.21 00:34

  • [리셋 코리아] 기후변화 대응이 미래 먹거리다

    [리셋 코리아] 기후변화 대응이 미래 먹거리다

    나경원 COP27대통령특사, 전 국회의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은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기후 행동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며 기후 취약국인 작은 섬나라를 돕기 위한 국제금융체계 개편과 금융 지원을 요구하며 기후 정의를 외쳤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기후 선도국 대통령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세계 11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시작 전부터 갈등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후 선도국들이 탄소중립 의무를 이행하는데 어려운 환경이었고, 1000억 달러 출연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어려운 경제와 강(强)달러는 비관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  「 녹색기술은 모든 산업에서 필요 시장 확대에 더 많은 투자 요구 국제표준의 녹색기술 개발해야 」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이번 COP27의 주제는 ‘이행을 위해 함께(Together for Implementation)’였다. 개도국이고 아프리카 국가인 이집트에서 개최되는 만큼 개도국들의 기후 행동을 위한 선진국의 적극적 노력 요구는 거셌다. 특히 1000억 달러 출연 약속을 공여국들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물론 탄소 배출로 인해 개도국이 입은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문제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은 모든 국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에 대한 논의를 더 공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였고, 공여국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 등에 대해서는 경제 규모에 맞는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기후 대응에 있어 약간은 얄미운 존재로 보이기 쉽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기여하는 것이 적고, 비교적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외교 비전을 갖고, 국제사회에 더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대외적으로 약속한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감축량을 40%로 정한 도전적 NDC를 수용하고,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 실행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생존의 문제이자 미래산업의 산실이므로 먹거리의 문제이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체결된 이후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이 채택되며 국제사회는 21세기 말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사실상 지금이 결정적 10년이라고 보고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5월 다보스 포럼을 찾았을 때도 필립스 최고경영자(CEO) 허튼은 플라스틱 재생을 비롯한 순환경제를 강조하고, 토머스 도닐런 블랙록 투자연구소 의장은 앞으로 직·간접 배출을 넘은 생활 배출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존 케리 특사를 중심으로 선도국연합(FMC)을 구성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해운·항공·알루미늄·철강 등 8대 산업에서 저탄소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기술 요구는 전 산업에서 필요하게 되고, 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더 빨리,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COP에서 산림·해운 등 부문별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린 정부개발원조(ODA) 확대와 개도국의 녹색 전환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민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경험을 기초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도 더는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에서 인류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린 ODA 브랜드화는 물론 “녹색기술은 종국적으로 글로벌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개도국의 녹색 전환에 앞장서야 한다. 당장은 불편하고 매우 힘든 과제라고 하더라도 탄소중립 목표를 도전적으로 정하고 국제사회의 표준설계에 참여해 우리의 녹색기술 개발과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기후대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오늘 우리의 문제이다. 이념이나 세대가 개입할 문제도 아니다. 기후대응 그랜드 플랜은 물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당장 우리 집의 난방 온도부터 내리는 노력, 일회용 컵보다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경원 COP27대통령특사, 전 국회의원

    2022.11.14 00:34

  • [리셋 코리아] 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선도가 우선돼야

    [리셋 코리아] 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선도가 우선돼야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장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형법과 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내리는 방안을 포함하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분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따라서 법 개정이 완료되면 만 13세는 촉법소년에서 제외가 되어 형사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낮춘다 해서 이 아이들의 재범을 예방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반론이 만만치가 않다. 잔인하고 흉포한 소년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처벌 나이를 낮추어 엄벌을 약속하는 방안은 정치가나 공직자들이 뭔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줄 수 있는 쉬운 방법이고,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와 학술 자료를 참고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여론몰이식 성급한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  「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내릴 듯 더 많은 청소년 전과자 만들 수도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 마련해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논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살”이라고 명시하였다. 위원회는 “아동이 심각한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며 “그러한 관행은 일반적으로 대중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고 아동의 발달에 대한 합리적 바탕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에는 현행 연령 기준의 유지를 권고하였다.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형법 체계는 독일과 프랑스의 대륙법 체계이다. 독일에서는 형사미성년자가 14세로 되어 있는데 이를 낮출지 말지를 놓고 30년 이상 학계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14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년 범죄자를 성인 범죄자와 다르게 처리하는 절차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영국과 미국에서 전개된 소년사법운동을 통해서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보호자이며, 따라서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자녀를 보호해 줄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국친사상이 밑바탕에 깔렸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은 합리적 사고와 판단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거나 완성되지 않았으며, 환경과 주위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 자신의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기에는 미흡하다.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교도소에 갔다 오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일 가능성이 커진다. 또 주위 사람들에 의한 사회적 낙인으로 대인관계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촉법소년 상한 나이를 만14세에서 13세로 낮추면 그만큼 형사처분을 받는 소년 숫자가 늘어나고, 어려서부터 전과를 쌓아 나가는 아이들도 는다. 이들이 상습적 성인 범죄자로 전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따라서 과연 소년범죄자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능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년은 성인보다 개선과 행동 변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소년에 대해 형벌을 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소년이 교도소에서 나쁜 영향을 받아 범죄 성향을 심화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소년범죄자의 교화와 선도에 우리 사회의 자원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만약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강행한다면 처벌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저연령 전과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10대 때 범죄 전과가 누적되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형 범죄자가 늘어나 사회의 선도를 거부할 우려가 크다. 결국 처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청소년들에게 반성과 변화를 유도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촉법소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고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들을 갖추며 사회의 관심과 사랑을 쏟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분과장

    2022.11.07 00:19

  • [리셋 코리아] 보훈·요양병원 총괄할 보훈의료원 설립해야

    [리셋 코리아] 보훈·요양병원 총괄할 보훈의료원 설립해야

    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국가보훈처는 독립·호국·민주 유공자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헌신한 경찰·소방공무원까지 보훈 대상자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의무복무 체제에서 남성의 반 이상이 제대 군인인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보훈 영역을 관장하고 있다.   보훈처의 위상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가의 척도가 된다. 보훈이 국방이고 국방이 보훈이라 할 수 있다. 숭고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전제가 될 때 국민은 국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훈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군인이다. 군인을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를 중심으로 보훈제도가 발전해 왔다. 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는 국방부 다음의 위상이다. 그에 걸맞게 미 보훈병원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의료체계를 갖춰 대통령도 찾는 병원이다. 캐나다·호주 등 전쟁 경험이 있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도 보훈기관을 ‘부(部)’로 조직하고, 걸맞은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  「 전국 보훈 인프라 분산·개별 운영 효율적인 보훈 의료 중심체 필요 의료-복지 사업 조직 분리해야 」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싼탓 난티팍히란 태국 보훈청장 등 태국 보훈청 방한단이 지난 6일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했다. 방한단은 중앙보훈병원 내 급성기병원과 재활센터, 보장구센터, 로봇치료실, 수중치료실을 체험하며 의료 기술과 지식 공유·교류를 위한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했다. 이렇듯 보훈병원은 외국 보훈부 장관 등이 전쟁기념관과 함께 방문하는 장소로, 국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는 보훈 외교·소통의 현장이다.   보훈병원은 ‘어제는 당신이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는 모토가 상징하듯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보훈 가족의 심신을 치료하는 곳이다. 보훈병원은 평균 연령 91세인 6만여 6·25 참전 유공자 등 25만명의 국가유공자와 146만명의 보훈 진료 대상자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거점 보훈병원, 2개 요양병원, 8개 요양원,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센터, 보장구센터, 첨단 의학연구소 등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각 시스템의 연계는 느슨하고 비효율적이며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완비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보훈 의료 중심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여러 국회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의료사업은 전문성과 복잡성으로 의료를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운영해야 한다. 현재 보훈복지의료공단이 수행하는 의료사업과 복지사업을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의료사업은 보훈의료원 조직을 설립하여 6개 보훈병원과 2개 요양병원을 총괄 운영하게 해야 한다. 이는 중앙보훈병원과 지방 보훈병원, 요양병원, 500여 개의 위탁병원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국가유공자가 만족하는 질 높은 보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또 보훈병원과 의과대학 간 협약을 맺고 질 높은 교육 수련과 연구 환경을 만들어, 우수 의료진이 국가유공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유공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월남 참전자의 평균 연령이 75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국가 유공자 수가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뿐 아니라 제대 군인, 경찰, 소방·법무 공무원 등 국가 사회 기여자와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시기에 최근 접한 보훈부 격상 추진 소식은 늦었지만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법제화 과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높지만, 국회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응원이 있다면 보훈부 격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보훈부 승격은 국격에 걸맞은 보훈의료 수준과 보훈병원의 위상·품격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국가 공공보건 의료체계의 일원으로서 보훈병원이 일류 보훈을 상징하는 최상의 시설과 체계를 갖추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우방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명품 외교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2022.10.31 00:38

  • [리셋 코리아] 병역특례제도,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리셋 코리아] 병역특례제도,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이 입영 연기를 취소하고 입대를 발표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팬클럽 아미는 물론 국민 대부분이 진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BTS 병역특례 논쟁이 일단락됐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병역특례제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수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최정점은 1971년생이다. 당시 태어난 신생아가 104만 명이었다. 이후 신생아가 줄기 시작해 2021년 신생아는 26만 명에 그쳤다. 이중 남성이 절반이라 치면 군에 갈 수 있는 인원이 모두 간다 해도 13만 명을 넘지 않는다.   저출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인구학자들은 급속한 노령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한다.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가 지난해 0.81명에서 지난 2분기 0.75명으로 줄었다. 국가적 위기이자 비상사태다.     ■  「 체육·예술 특기자 특혜 줄이고 과학기술요원 체계적 육성 필요 인재 활용, 동기 부여 고민해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많은 국민이 우리의 병력이 여전히 60만 명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벌써 50만 명으로 줄었고 2030년까지 이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2022년 초 발표한 국방부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5년 후반기에는 35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현역 자원은 18만 명 정도인데, 급감하는 신생아 수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군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치권에서는 병역 기간을 더 줄이고 모병제를 선택하자는 선심성 주장이 반복된다. 병역특례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인구 절벽 상황임을 고려할 때 체육·예술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제도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러한 점에서 BTS 진의 결심은 좋은 선례가 됐다. 다만 젊은 입대자들이 군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또 첨단 AI 과학 국방 시대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요원을 군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탈피오트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엘리트 양성 부대로, 사회와 군, 대학과 기업이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협업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다. 이들은 경쟁을 거쳐 입대하지만 탈피오트 출신은 사회 진출이 보장될 정도로 진로를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임무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며 성과를 중시할 뿐, 복장 군기나 내무반 상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러시아도 과학중대를 운영한다. 전 세계 가장 많이 보급된 AK-47 소총도 현역 병사가 만들었다. 러시아는 우수 공대생을 입대시켜 군에서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특허와 기술이 군과 방산업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17개 중대가 클러스터링을 통해 지적 기술 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전원이 장교로 임관하고 7년간 복무하도록 특약이 맺어져 있다. 이들이 올해 7년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다. 다만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우리 군내 조직의 경직성이 심각하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   필자는 포항공대에서 한 학기 동안 공대생을 대상으로 ‘전쟁과 평화’라는 교양강좌를 열었다. 학생들과 해병대 1사단 상승대대를 방문해 수륙양용차를 타고 해변을 지나 바다 진입을 체험했다. 한 학생이 물이 새는 문제와 부력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장치 개발에 관심을 표시해 놀란 적이 있다. 군이 젊은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국방 개혁이다.   Z세대에게 봉급을 더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군이 사회와 떨어진 갈라파고스섬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백약이 무효이다. 모든 젊은이가 군에 가게 하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기회를 찾아주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병역특례제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규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2.10.24 00:36

  • [리셋 코리아] 65세 노인 기준 연령, 점진적으로 올려야

    [리셋 코리아] 65세 노인 기준 연령, 점진적으로 올려야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1889년 독일 연금 도입과 1925년 영국 노령연금 도입 때 연금수급연령을 65세로 설정하였다.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인 연령은 65세가 통용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고령자와 관련한 재정 부담이 지속적 증가했음에도 고령자 생활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고령자 건강과 근로 능력 개선에 따라 실효적 은퇴 연령을 연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130년 이상 통용되어 온 65세 노인연령 기준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재정 재원 문제가 심각한 공적연금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독일은 65세 11개월, 영국·아일랜드는 66세, 스페인 66세 2개월, 네덜란드 66세 7개월, 미국·이탈리아·그리스·아이슬란드 등은 67세로 상향 조정했고, 추가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주요국의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지속 가능하고 충분한 노인복지사업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사업의 재정 지속가능성과 급여 충분성이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장 둔화에 따라 제한된 재원 내에서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좀 더 열악한 고령자에게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라 할 수 있다.     ■  「 고령자 늘어나며 재정부담 증폭 주요국, 공적연금 수급연령 상향 취약계층 노인은 세심히 살펴야 」    일자리 찾는 노인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구조를 차치하더라도 노인복지사업의 구조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빠른 노인복지사업 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40% 내외의 노인이 중위소득 절반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추세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의 70% 이상에 대해 노인복지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인 빈곤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라기보다 복지 충분성 문제로 해석된다. 노후 소득이 불충분한 분들에 대한 좀 더 효과적인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70%가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해 주요국 중 가장 생산적인 인구 구조를 보이나 앞으로 40년간 노인 인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해 가장 높은 피부양 인구 부담을 가질 것이다. 건강 개선으로 근로 능력이 향상됐음에도 현재 노인연령 기준에 따라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할 경우, 향후 노인 인구 급증은 제한된 예산 한도에서 일인당 지원 금액을 더욱 낮출 것이다. 물론 노인 복지 예산 확대를 도모할 수 있으나 예산 확대는 조세 부담 증가를 의미하고, 생산 가능 연령 인구 비중 축소와 절대적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인당 조세 부담의 급증을 가져올 수 있기에 현실적인 재원 확대 규모는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장기 세입 증가 둔화 문제와 노인 복지 지원 불충분성 문제에 대응하려면 건강 개선에 따른 고령층 근로 능력 향상을 고려한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을 통해 생산 가능 연령 인구 확충과 피부양 고령 인구 축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인 연령은 생산가능인구의 연령 상한이며, 피부양 고령 인구의 연령 하한을 동시에 의미한다. 평균적으로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연령 이상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근로 능력과 소득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일정 나이를 기준으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지속해서 개선되는 추세가 발견된다.   건강 상태 개선을 반영하여 좀 더 취약한 정책 대상에 집중해 좀 더 충분한 정책 지원을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근로 능력이 높아진 고령 근로자의 고용 확대를 통한 조세 기반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황 변화에 맞춰 1세 단위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연령 조정은 노동시장 등 사회 전반의 조정이 동반될 필요가 있기에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요구되고, 이를 통해 구체적 조정 방안을 마련한 이후 초기 고령층 소득 공백 완화를 위한 자구적 노력을 위한 충분한 조정 기간을 부여하고 관련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자구적 노력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피해를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 사업 정책 목표와 비용 구조를 고려해 사업별 보완책을 마련하는 정책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2022.10.18 00:43

  • [리셋 코리아] 영혼 갈아넣으며 플랫폼 노예가 된 웹툰 작가

    [리셋 코리아] 영혼 갈아넣으며 플랫폼 노예가 된 웹툰 작가

    전세훈 웹툰협회 회장 각종 성장 지표가 발표되고 영화·드라마 원천 소스로 주목받으며 투자자들도 몰려오는 등 한국 웹툰이 뜨겁다. 이러한 성장 속에서 웹툰 작가들은 호시절을 누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100억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작품이 있고, 망가의 나라 일본에서도 웹툰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웹툰 작가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콘텐트진흥원의 2021년도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5시간, 주간 6일 작업이 평균치라고 나온다. 현실은 더욱 팍팍하다. 며칠씩 쪽잠을 자고 질병에 시달리며 1년 365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있는 숱한 피눈물들은 어디로 증발해 버린 것일까?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작가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는 참혹한 우려는 왜일까?     ■  「 독점 연재와 선인세 지급 빌미로 하루 10.5시간 과중한 작업 요구 회차별 원고료, 저작권 보호해야 」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20년 전 무료로 시작했던 웹툰의 성장세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올랐다. 불가능해 보였던 유료화가 시작되고 성과를 보이자, 모바일 중심의 유료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이후로 웹툰 산업의 성장 속도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작가의 수는 5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번듯한 레일이 깔리고 폭주하며 달릴 때 웹툰 산업의 주인은 작가가 되질 못 했다. 유통을 거머쥔 플랫폼이 웹툰 제작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플랫폼은 웹툰 제작사로부터 회사 지분을 넘겨받고 자본 투자를 했다. 유통과 생산을 플랫폼이 장악한 것이다. 수익에 중점을 두다 보니 오리지널 창작품보다 1차로 웹 소설에서 매출이 입증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프로덕션이나 스튜디오에서 콘티·배경·인물·효과·편집 등으로 나눠 웹툰 제작을 한다.   작품에 그림 작가라고 올라가 있다 해도 스튜디오의 직원으로 있는 것이니 수익 지분을 주장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개인 작업하는 작가도 수익 지분에 있어 크게 다른 처지가 아니다. 저작권을 가진 작가가 매출에 대해 가지는 지분은 15~25%에 불과한 기형을 발견하게 된다. 1000만 원 매출의 경우 정작 자신의 수입은 70만 원이라고 토로하는 작가도 있다. 20년 전에 웹툰이 시작했던 그때와 다를 바 없이 피눈물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은 마감 지옥을 견디라고 작가로서의 덕목을 요구하면서 취급은 웹툰 산업의 소모품이다. 말이 좋아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다는 것이지, 심하면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 저작권의 주인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그저 플랫폼이라는 농지를 빌린 소작농에 불과하다. 20년간 피눈물의 결과로 작가는 플랫폼의 노예가 되어 있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수천 명의 작가가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야 하는 처참한 현실이다. 웹툰 작가들은 자조적인 말로 ‘온몸을 갈아 넣어서 작품을 만든다’ 라고 한다. 그렇다. 온몸이 갈리고 있다. 또 몸을 갈아 넣을 수 있는 청춘의 시간도 제한적이다.   100억원 매출 신화의 불꽃에 취해 온몸을 던졌지만 살아남는 자는 몇 되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도 태블릿 앞에 앉은 웹툰 조립공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몇 년을 계속한들 맡은 파트에서 경험치만 늘어갈 뿐, 작가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은 아니다. 세계 정상이라 일컫는 웹툰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건 몇 년 후에 일이라고 차치하더라도 지금 당장 생존 위기에 처한 작가를 위한 방법은 남아 있는가?   먼저 작가에게 빚의 형태로 남게 되는 선인세의 형태가 아닌 회차별 원고료를 주어야 한다. 작가는 웹툰 속에 그려져 있는 주인공이 아니다. 오늘 하루 쪽잠이 아닌 필요한 잠을 자야 하고 하루 세끼 먹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사람이다. 손해 비용을 작가에게 떠넘기며, 선인세 지급을 명목으로 과한 수익률을 떼가는 것을 멈춰야 한다. 유통비 30%만 가져가면 된다. 그 이상은 착취며 독점 연재와 선인세 지급을 빌미로 한 횡포다.   작가는 무한 소비재가 아니다. 쉬게 해야 한다. 연 2회 유급 휴재를 해달라는 요구는 눈물겹지 않은가? 먼저 작가가 살아야 웹툰 산업도 지속 발전해갈 수 있다. 뜨겁게 불타는 웹툰 산업 안에 작가가 불쏘시개로 쓰여서는 안 된다. 이들의 아우성에 답하라.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세훈 웹툰협회 회장 

    2022.10.10 00:06

  • [리셋 코리아] 개천절은 한민족 건국일, 홍익인간 되새겨야

    [리셋 코리아] 개천절은 한민족 건국일, 홍익인간 되새겨야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오늘은 개천절이다. 개천절은 단군왕검께서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의 건국을 축하하는 날이다. 단군이 즉위한 해인 기원전 2333년을 원년으로 하는 단기(檀紀)로는 4355년이다. 우리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단기를 연호로 사용하다 1961년 단기는 폐지되고 이후 서기만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이 언제냐 하는 건국절 문제로 진보와 보수 진영 간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공산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을 건국절로 삼는다.   그러나 남북 모두 ‘민족 최초의’ 건국일을 말한다면 당연히 10월 3일 개천절이다. 우리 해외 공관에서는 개천절을 건국일(National Foundation Day of Korea)로 정해 현지 귀빈들을 초대해 축하연을 베풀고 있다. 개천절은 한민족공동체 생일날로서, 광복절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개천절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국조(國祖) 단군성전은 겨우 16평(53㎡)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민족 정체성에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  「 홍익인간은 남북 공유 민족정신 유엔의 세계 시민의식과도 통해 남북·세계갈등 화해시키는 바탕 」    리셋코리아 얼마 전 동포정책을 연구하러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동포들이 2000년 망국의 설움을 극복하고 기적같이 세운 나라다. 그런데 이스라엘 건국이 가능했던 것은 전 세계 유대인을 단결시키는 ‘유대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우리는 통일신라 이후 1300년 이상 동일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는데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00년이 넘도록 한민족공동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사람은 모두 정신을 갖고 산다. 민족도 마찬가지다. 세계인은 남이나 북이나 우리를 모두 ‘코리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코리안을 코리안 되게 하는 코리안 정신이 없다면 우리는 혼 없는 민족일 것이다. 아무리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혼 없는 민족이 제대로 된 민족일 수 있을까. 또 우리가 분단을 극복하고 온전한 한민족공동체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한민족이 공유하는 정신에 바탕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에게 그러한 민족정신이 있는가. 또 있다면 무엇일까.   현재 남·북한은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이 민족정신은 아니다. 정치적 이념이라는 것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민족정신이란 그보다 훨씬 깊고 오래된 민족의 심층 의식이다. 지금 남북은 이 심층의식에서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표층의식을 구성하는 서구적 이념에 매달려 서로를 폄훼하고 있다. 서구적 이념도 좋은 것은 갖다 써야 하지만 그 이념의 노예가 되어 민족의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정말 주체성 없는 민족이 된다.   현재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민족정신이라면 첫째가 단군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일 것이다.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라’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이며 오늘날 유엔의 세계 시민의식과 통하는 훌륭한 정신이다. 그리고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한국어(북한은 조선어)와 한글도 한민족 정신의 아름다운 표현이다. 전 세계 750만 재외동포의 정체성 교육도 한국어 교육이 기본이다.   우리 민족의 정신사에는 다양한 외래 사상을 하나로 조화시키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전통이 있었다. 신라시대 원효와 최치원은 각각 일심(一心)사상과 풍류도(風流道)로 종파 불교와 유불선을 하나로 조화시켰다. 근대의 소태산과 유영모는 각각 불교와 기독교에 바탕하여 동서양의 사상과 한민족의 전통사상을 하나로 회통시켰다.   필자는 한민족의 융합 정신이 오늘날 한류 세계화의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과 ICT, 인공지능 등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도 원융회통의 정신으로 우리 한민족이 선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회통의 정신은 갈등하는 남북의 마음을 해원(解冤)시켜 결국은 하나로 만나게 하고 나아가서는 갈등하는 세계의 정치·종교 세력도 화해시켜 지구촌 평화를 우리 한민족이 주도하는 때가 올 것이다. 모처럼 개천절에 한민족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새겨보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2022.10.03 00:32

  •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받는 나이, 70세로 올려야

    [리셋 코리아] 국민연금 받는 나이, 70세로 올려야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 지난주 발표된 ‘2022 OECD 한국경제보고서’는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2034년까지 68세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현실은 OECD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민연금이 보험료율이나 연금 수급액 등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출산율, 연금기금 수익률, 물가상승률 등 통제가 불가능한 외생적 요인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0.81로 세계 최하위였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올해 2분기에는 0.75로 더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와 해외 주식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19%와 마이너스 12%로 하락하면서 기금 규모가 8%나 감소하였다. 국민연금 급여는 전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되는데 올해 2.2%가 인상되었으나 내년에는 인상률이 2배 이상 될 전망이다. 또 불경기로 인한 소득 감소로 보험료 수입도 크게 줄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지금 이 시각에도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연금 개혁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  「 저출산 여파 연금기금 고갈 위기 2030년까지 수급연령 올려가며 정년연장 등 고령자 일하게 해야 」    리셋코리아 제도 도입 이후 네 차례에 걸친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과 관련된 개혁 논의는 거의 모두 재정 안정을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급여 인상에 집중하며 합의될 수 없는 정치 쇼에 그쳤다. 앞으로 구성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설령 국민적 합의로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인하가 결정된다고 해도 정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재정 안정을 위한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은 근로자들의 근로 유인을 억제해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된다. 보험료율을 두 배로 올려서 18%가 된다면 생활비가 크게 줄어 보험료의 성실한 납부도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연금 개혁은 노동시장과 국민 경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평균수명이 수직 상승한 초고령사회에서 연금 수급 기간을 무작정 늘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에는 평균수명이 70.7세여서 현재의 목표 수급 연령 65세 기준으로 5년 반만 연금을 지급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이 84.1세니까 4배가 넘는 19년 동안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청년들의 첫 취업 연령도 평균 30세로 계속 늘어 보험료 납입 기간은 감소해 왔다.   국민연금 위기를 불러올 외생적 요인을 고려할 때 연금 수급 연령을 먼저 상향 조정해야 한다. 준비 및 조정 기간을 단축하여 2025년부터 1년씩 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5년 후인 2030년에는 연간 4분의 1 이상의 급여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연금 수급 연령의 상향 조정으로 퇴직 후 연금 수급을 더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65세 연금 수령을 기대했던 60대 전후 가입자들의 반발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함께 노동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고령 근로자들을 통하여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어 경제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정년 연장뿐 아니라 건강하고 일하기 원하는 고령자들을 위한 정년 폐지, 노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성과급제도를 병행 도입해야 한다. 중·고령 근로자에 대하여는 고용보험을 통하여 사전적으로 근로 기간에 직업훈련의 강화 혹은 고령 친화적 직업으로의 전직훈련 등으로 대비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연금 수급 연령에 이르기 전까지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제도의 역할도 제고해야 한다.   청년들이 연금 수급 연령 상향을 반대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 MZ세대는 보험료를 더 내는 대안과 비교하여 당연히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다. 고령자들의 시장 참여 확대가 청년들에게는 생산성을 높여 임금 상승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인 고용과 청년 고용은 대체적이 아닌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반드시 노동시장 정책 조정이나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자본시장에 대해 치밀한 정책 조정이 따라야 혼선이 없다. 세금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금 개혁 문제를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소관 부처를 기획재정부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혁신도 함께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

    2022.09.26 01:04

  • “집단지성, 한국의 나아갈 길 담았다”

    “집단지성, 한국의 나아갈 길 담았다”

    20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 플랜』 출간 기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이종화 고려대 교수, 전순옥 전 국회의원,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의화 전 국회의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 송호근 서울대 명예교수,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이혁 전 베트남 대사. 강정현 기자 중앙일보의 정책 제안 싱크탱크 ‘리셋 코리아’가 펴낸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 플랜』(사진) 출간 기념회가 2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리셋 코리아 위원과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환영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 플랜』은 사회 지도자,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우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에게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성찰하게 하고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이들 제안이 실행돼 개인 잠재력이 꽃 피우고, 끊어진 계층 사다리가 다시 연결되며, 무너진 중산층이 복원되고, 경제 성과가 국민 행복으로 연결되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 플랜 정의화 전 의장은 축사에서 “현재 한국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선)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모아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국민통합 플랜』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을 모은 결과물인 만큼 정부 정책 담당자들과 정당, 국회의원 등이 정책을 구상할 때 이 책을 많이 참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리셋 코리아 연금개혁분과장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 개혁은 정권 초기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50년대 연금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는 개혁이 필요하지만, 개혁을 이루려면 대통령 집권 초기에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창업분과장인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특허의 활용률은 50% 수준에 불과해 R&D 성과가 혁신창업 같은 기술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혁신 창업에 중점을 두고 대학의 창업 구조를 민영화해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고, 대학 내 기술 샌드박스를 만들어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육분과장인 이주호 전 장관은 “AI 튜터로 학생 맞춤학습을 제공하고 교사는 학생의 창의력과 인성을 키울 수 있는 AI 교육혁명 이뤄야 한다”며 “교육부는 대학 규제에서 손 떼 대학을 4차 산업혁명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후변화분과장인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분과장인 주완 김앤장 변호사는 “노동 개혁은 정부와 노동계가 그랜드 바게인을 하듯 중요한 내용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분과 위원인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팬데믹 때마다 병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병상을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아우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헌분과장인 이상수 전 장관은 “정치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협치의 정치 문화를 만들려면 개헌이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리셋 코리아는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017년 1월 발족했다. 현재 운영위원과 분과위원, 자문위원 등 38개 분과에 500여 명의 전문가가 분야별 논의 통해 한국 사회가 나가야 할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2022.09.21 00:01

  • [리셋 코리아] 갈 길 먼 부패척결, 권익위 기능 재정립을

    [리셋 코리아] 갈 길 먼 부패척결, 권익위 기능 재정립을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신상털기식 감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사퇴하였다.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에 이어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에서다. 국무총리 소속인 권익위 위원장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임기 3년을 보장한다. 2020년 6월 임기를 시작한 전 위원장은 내년 5월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임기가 남은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적절치 않다. 전 위원장 주장처럼 불법 표적 감사가 이루어졌다면 ‘공정’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정부의 지향과도 맞지 않는다. 전 위원장은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21대 총선 낙선 후 한 달 만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전 부위원장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였으며, 지난해 1월 임명됐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전 위원장의 주장을 신뢰하기 힘든 만큼 사퇴하는 게 권익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원장의 임기 논란이 아니라 권익위를 국가 반부패 청렴 기관으로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월간중앙 여론조사에서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은 최우선 정부 정책 순위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는 권익위 위원장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권익위를 어떻게 자리매김해 국민 요청에 답할지부터 내놓아야 한다.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그런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  「 한국 부패지수 62점, 여전히 낮아 권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부패·공익신고 조사권 부여해야 」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첫째,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하면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한 권익위를 독립적 반부패 청렴 총괄기구로 개편하고,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다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기능과 성격이 다른 세 기관의 통합으로 반부패 기구라는 권익위의 위상과 의미는 약화하였다. 독립적 부패방지기구 설치를 규정한 유엔 반부패협약 의무를 위배한 것이기도 하다.   또 공직자 재산 등록·공개, 직무 관련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제도,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등 인사혁신처가 가진 공직 윤리 기능을 개편하는 기관으로 이관하여 공직 윤리를 포함한 반부패청렴 국가기구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으로는 행정부를 넘어 지방의회와 국회, 사법부, 공직 유관 단체 및 공기업,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사립학교 및 사학재단, 언론사까지 다 포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수반 직속 독립기관인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처럼, 대통령 소속으로 위상을 강화하면서 감사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보다 철저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권익위에 부패·공익신고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신고 및 보호 주무 기관이긴 하지만 접수받은 신고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관련 기관에 이첩하게 되어 있어 사건 처리 지연이나 신고자 인적사항 노출 등의 불이익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기관은 조사권이 있다. 홍콩 염정공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 말레이시아 반부패청 등 동남아 국가들의 반부패 기구도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 접수된 비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제한적 계좌추적권과 부정이 발생한 국가기관 등에 대한 문서제출요구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기관의 자체 연수원에도 못 미치는 권익위 산하 청렴연수원을 국가 최고 청렴 연수기관으로 개편해 홍콩 염정공서처럼 공직자뿐 아니라 일반인·학생 대상 청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낙선 후 바로 위원장으로 임명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이번 자발적 사퇴 논란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일정 기간 임명 제한도 검토해볼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1월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수치다. 20위권 도약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인 70점대 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부패 청렴 주무 기관의 위상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2022.09.20 00:49

  • [리셋 코리아] 영화감독·작가에게 저작권은 없나

    [리셋 코리아] 영화감독·작가에게 저작권은 없나

    이윤정 영화감독·DGK 부대표 “저작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서 한국의 감독과 작가들이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되찾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 영화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전한 말이다. 박 감독을 포함한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 507명이 요구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요지는 무엇일까. 영상물 제작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영상물 저작자에게 영상물 최종 공급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  「 제작자에 영상물 저작권 넘겨줘 감독·작가는 정당한 보상서 제외 K콘텐트 키우려면 법 개정해야 」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스페인의 넷플릭스 히트작 ‘종이의 집’의 작가 에스더 모랄레스는 “나는 넷플릭스로부터 저작권료를 정산받았다. 작가들은 벌써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데 저작권을 보장받지 못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모든 나라의 창작자들은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뭐라도 더 있으면 좋겠지만,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두 나라에서 넷플릭스는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하지만,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저작권법 유무에 따라 각 나라의 창작자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 한국에서 영상물 창작자는 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에 의해 제작자에게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계약을 통해 저작재산권 전부를 확정적으로 양도하여 버린다. 저작재산권이 남아 있지 않은 한국 창작자에게는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 이 차이를 극복하고 모든 영상물의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2019년과 2021년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실시한 ‘영화감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감독 중 70%가 영화로 버는 수입이 연봉 200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까지 작품을 준비하는 감독들의 작업 특성상 편당 계약금으로 갈음하는 수입 구조는 필연적인 빈곤을 야기한다.   한국에도 스페인과 같은 저작권법이 도입된다면 감독들은 작품 준비 기간을 단축하고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데 더 큰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한 영상콘텐트산업에 새로운 인재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K콘텐트 융성이 10년을 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기에서 나온다.   또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창작자들에게 지급한 저작권료가 한국 저작권법 규정 미비로 인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이 보장된 전 세계 40여개 국가는 자국뿐 아니라 한국 창작자들의 보상권까지 보호한다. ‘내외국의 창작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베른협약 조항 때문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사용한 프랑스 방송국과 OTT 플랫폼들은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로열티를 따로 분류해 모아둔다. 그런데 이렇게 쌓인 저작권료를 한국으로 가져오려면 선결 조건이 있다. 우리에게도 동일한 법이 있어 상대국 창작자들에게 로열티를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간 호혜평등 원칙이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K콘텐트의 인기는 이제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세계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콘텐트를 제외한 전 세계 영상물 사용에서 발생한 창작자 로열티는 총 6억5200만 유로(약 8800억)였다. 이 중 한국 콘텐트 비중을 5%로 잡는다면 해마다 최소 440억원의 로열티가 한국 콘텐트 창작자들에게 지급되지 못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돈은 영원히 쌓여 있는 게 아니고 6년 정도 지나면 해당국의 문화기금으로 귀속된다. 그야말로 외화벌이 차단이자 실시간 국부 유출이다.   한국이 콘텐트 선진국임을 자부하려면 성공한 작품들을 나열하기 전에 세계 수준에 걸맞은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잘 달릴 때 날개를 달아줘야 힘차게 비상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개정안 토론회에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여 뜻을 모았다. 정부는 우리 콘텐트 산업에 날개를 다는 작업에 동참하여 주기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윤정 영화감독·DGK 부대표

    2022.09.06 01:09

  • [리셋 코리아] 아시아 최대 방산 수출국 한국

    [리셋 코리아] 아시아 최대 방산 수출국 한국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브뤼셀자유대학 KF 석좌교수 한국은 최근 폴란드에 K2 탱크 980대와 K9 자주포 648대, FA-50 전투기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가 최소 150억 달러(약 20조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한국 무기 수출액의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한국 방위산업에는 엄청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무기를 수출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입지를 더욱 굳혔다. 에스토니아·노르웨이·투르키예·영국·핀란드(조만간 나토 가입 예정) 등이 이미 한국산 무기를 구매했다. 호주·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도 최근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중동·북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를 샀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이 됐다.   ■  「 올해 한국이 중국 추월할 전망 신속한 첨단무기 공급이 장점 미·중 경쟁에 중립 이미지 도움 」    현대로템 한국이 전 세계 국가들이 무기를 구매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은 신뢰할만하면서도 신속하게 첨단 무기를 공급할 능력이 있다. 마리우스 브와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전쟁 상태인 만큼 폴란드는 가능한 이른 시기에 탱크와 자주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2 탱크를 만드는 현대로템과 K9 자주포 생산업체인 한화디펜스는 올해 내에 무기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 신속한 무기 공급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최근 K9 자주포 구매 계약을 맺은 호주·이집트도 신속한 무기 공급의 이점을 경험했다.   세계 방위산업에서 어떤 나라도 미국만한 역량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미국에 비해 최첨단이 아니라 해도 한국 군사 장비는 상당히 첨단이며 프랑스·독일·영국 등 다른 무기 수출국들과 경쟁할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 방위산업은 한국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지 않고 극단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한국을 앞선다. 그러나 두 나라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주요 무기 수입국인 서방이 러시아나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지 않으려 함에 따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은 중국을 추월해 아시아의 최대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위산업 입장에서는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스스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 정부를 불신해 중국 국영 방위산업체들을 멀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은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미국도 때때로 논란이 있는 무기 수출국일 수 있다. 특히 좌파 정부나 과거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미국을 새로운 ‘식민 세력’으로 여길 수 있다. 한국은 이 점에서 자유롭다. 한국이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방위산업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국내 반발을 유발하지 않는 중립적 무기 공급국이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이런 중립성은 미·중 경쟁 격화로 인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은 무기 수출에서 미국의 가까운 군사 동맹이라는 점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한국 무기 체계는 미국 기술을 상당 부분 채용했다. 물론 이런 기술이 최신·최첨단 기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상당히 정교하며 한국의 군사 장비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산 무기 수입국들도 이를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부품과 노하우가 들어간 현대적 장비 구매에 큰 매력을 느낀다.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이 이 점을 잘 설명해준다.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무기 계약에서 기꺼이 기술을 이전하려 한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무기 판매 시장에서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한국에 엄청난 비교우위를 제공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신뢰할 수 있고 현대적인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입지를 확보했다. 한국은 또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상당히 중립적 행위자로 여겨지고,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방위산업 수출국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용틀임을 하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브뤼셀자유대학 KF 석좌교수

    2022.08.29 00:52

  • [리셋 코리아] 교육교부금, 지역 대학도 지원할 수 있게 해야

    [리셋 코리아] 교육교부금, 지역 대학도 지원할 수 있게 해야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 지난달 초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중 교육세 등을 활용해 가칭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서 대학의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지난 50여년간 불가촉(不可觸) 제도로 운영되어 온 이 제도 개혁안에 대해 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복지·교육 부분 장관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교육계 반발을 이유로 새 정부의 혁신 정책이 후퇴할까 염려스럽다.   교육교부금은 1972년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교부세법의 폐지와 함께 만들어진 제도이다. 의무교육을 확고히 실천하기 위하여 국세의 20.79%를 무조건 공교육에 배정했다. 당시 우리 경제는 발전 단계 초기여서 경제 개발에 많은 자금이 필요함에도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한 박정희 정부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  「 2030년 1인당 교부금 2092만원 학생 수 주는데 교부금은 더 늘어 지역대학 지원, 지방 활성화해야 」    현시점에서 제도의 본래 목적인 의무교육이 충분히 이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공교육비 지출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인 교육 성과와 능력 개발에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교육교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부담이 됐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교육교부금 규모가 국세 수입 증가와 함께 비례적으로 늘어 지난해 5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9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기준 544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의 1인당 교육교부금은 1095만원이었다. 2030년엔 학생 수가 406만명으로 줄며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92만원으로 두 배 수준이 된다. 이 기간에 학생 수학능력이 두 배가 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고, 학생 복지를 빙자한 비교과 부문의 낭비적 지출이 상당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교사 등 교육서비스 공급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와 소득주도성장으로 국가 채무가 5년 만에 56% 증가해 단숨에 1000조원까지 폭증하며 재정 개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재정 안정화에 우선 돼야 할 것은 교육교부금 제도와 같이 수입에 따라 지출을 결정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 제도의 폐지이다. 교육교부금은 정부가 지출을 미리 계획하고 이에 수입을 결정하는 양출제입(量出制入)으로 바꾸면서 공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단순한 교육 부분 재원 보장보다는 성과 중심의 효율적 교육시스템 구축이나 교육 관련 부문과의 협력 등이 더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을 먼저 편성하고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 세금 절감에 기여한다.   우선, 교육교부금 사용에 대한 철저한 질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교육제도임에도 학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학교 간 비교를 거부하니 교육청 간 성과 평가도 없다. 평가가 없으면 성과가 없고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교육뿐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부문에나 적용되는 법칙이다.   둘째, 자치단체에 기반한 교육청도 교육 대상자에 대한 관심을 심도 있게 확대해 고등교육 및 사회적 기여까지 이어지는 교량 역할로서, 지역 대학에 재원을 배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치단체별로 교육청을 설치한 목적은 개별 자치단체의 환경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해서다.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다양한 교육 행정을 통해 양성한 인재가 지역 대학에 진학해 지역 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 대학에 대한 교육청의 지원에 대해 중앙정부가 재원을 매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교육감 선출 방식을 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로 바꿔야 한다. 이들은 지역 인재를 키우고 지역사회를 안정시키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공동운명체다. 교육청의 효율적 노력으로 성장한 양질의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교육교부금 증가로 줄어야 할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어나고 이로 인해 출산까지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제는 사교육비가 학부모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개개인의 인적자본을 형성하고 국가 지속 발전을 위한 토대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신임 시·도 교육감들의 혁신을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

    2022.08.22 01:14

  • [리셋 코리아] 서울의 빗물 배수 시간당 100㎜ 이상 돼야

    [리셋 코리아] 서울의 빗물 배수 시간당 100㎜ 이상 돼야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급속한 도시화와 이상기후에 따라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의 침수·범람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엔 중부지방 폭우로 서울 강남 지역 곳곳이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겼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번화가인 강남역 부근에서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런 물난리의 원인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란 불가항력인 측면도 있지만, 침수에 대한 준비 부족에 따른 인재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강남역 침수 피해 원인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서울시 빗물 배수관로가 감당할 수 없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둘째, 강남역은 주변 동쪽 역삼역이나 서쪽 서초역보다 10m 이상 낮은 저지대로, 빗물이 모이는 깔때기 모양의 지형이다. 셋째, 빗물을 일시 저장했다 내보내는 저류 시설용량이 적다. (강남역 배수시설 1만5000t, 신월동 배수시설 32만t) 넷째, 강남역 근처 반포천 수위가 올라가면 빗물 배수가 원활하지 않다. 이렇듯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인재라 할 수 있다.     ■  「 지난주 동작구 시간당 141㎜ 비 서울 방재 목표 95㎜ 크게 넘어 기후변화 대비해 목표치 올려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우리나라 기술력과 문화가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졌고, 그중 서울 강남은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유명 지역이 됐다. 해외에서도 과거 홍수와 달리 이번 강남 지역 침수에 관심을 보이며 보도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강남역이 침수 취약 지역이 된 이유는 서울시 도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수해에 취약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1970~80년대 하천변 저지대 지역이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체계적 방재 수립이 미흡했다. 또 도시 영세민 주거 공간으로 지하 주택을 정책적으로 대량 보급했다. 이에 따른 도시 개발은 빗물이 침투해 저류할 수 있는 녹지공간은 적어졌고, 도로포장이 늘어남에 따라 지표면 강우 유출량이 증가했으며, 저지대의 지하 주택은 폭우 때 생명을 위협받는 공간이 됐다.   기상청 지역별 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기록한 시간당 강우량 141.5㎜는 기상청 관측 이후 최대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서울의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천과 도심지 피해 가능성은 증가하는데 기존 배수 시설물의 대응 능력은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강남 지역 침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 방재 성능 목표는 시간당 95㎜ 강우다. 30년 빈도의 강우로 설정하고 침수 취약 지역 중심으로 시설물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상 기후에 의한 폭우 발생 가능성을 본다면 지금의 배수 시설은 침수 피해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남 지역 침수에서 보듯 도시에서의 침수 피해는 빗물 배제 불량에 따른 침수가 대부분을 차지해 배수시설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서울의 미래 확률 강우량은 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강우 강도도 증가해 30년 빈도 시간 강우가 100㎜, 50년 빈도는 110㎜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배수시설의 강우량 목표는 시간당 100㎜ 이상으로 늘리고, 강남역처럼 주요 지역은 110㎜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과거 추진했다 중단된 7개 지하 빗물 배수 터널(현재 신월동 1개 완공, 공사비 1390억원)에 대해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시간이 지나면 침수 피해 기억은 잊히고, 운 좋게 수년간 비 피해가 없으면 치수사업은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강 제방의 설계 빈도는 200년이다. 이렇듯 치수사업은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수립하는 것이지 10여년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세금이 낭비되었다고 할 수 없다. 침수 피해의 아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치수 계획은 지속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은 집중호우에 강한 방재 복지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2022.08.16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