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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AI 국가 컨트롤타워 서두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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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AI(인공지능)는 산업·노동·일상 등 사회 전반을 바꿀 우리 시대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 할 수 있다. 특히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고 현재는 주간 이용자 수가 1억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한 챗GPT는 AI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체감하게 하고 있다. 챗GPT는 현재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92%가 사용하고,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사용 개발자만 2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AI기술 경쟁에 우리 앞날 걸려
미국은 대통령 중심으로 대응
대통령 직속 AI위원회 구축을

4차 산업혁명위원회, 폐지가 대안인가 그래픽 이미지. [일러스트=김지윤]

4차 산업혁명위원회, 폐지가 대안인가 그래픽 이미지. [일러스트=김지윤]

AI가 국방·안보 분야에 적용되면서 국가 간 군사·비군사 경쟁도 크게 변화되고 있고, 한 국가의 AI 기술 수준이 국가 군사력과 안보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AI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할 때 냉전시대의 절대무기인 핵무기에 비견할 만하다. AI기술 경쟁에서 앞선 국가가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자, 많은 국가가 AI기술 패권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AI가 우리 삶에서 빠르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수록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AI는 기술적 오류, 개발자의 부주의·편향, AI 시스템 해킹 등으로 인해 차별,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인권 침해, 가짜뉴스, 선거 개입 등 민주주의 훼손, 물리적 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AI기술의 무한 경쟁은 환경 문제를 악화하고 국제 평화를 위협하여 최악의 경우 인류를 파국적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따라서 핵무기처럼 글로벌 통제 체제 구축 요구도 커지고 있다. AI가 인류 발전과 전 세계 번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와 국가 간 협력이 필수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챗GPT가 가짜뉴스, 딥페이크, 해킹 도구 개발에 악용되면서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AI 기술 규제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I의 안전한 개발과 활용을 위한 범정부 대책 마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 날 주요 7개국(G7) 국가 정상들은 AI 시스템 개발 지침 및 행동규범에 합의했다. 지난 2일에는 영국에서 개최된 AI 안전성 정상회의에 참여한 28개국이 AI의 위험 관리 방안에 합의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AI 개발로 인류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각국의 위기의식이 발현된 것이다.

내년에는 ‘AI 안전성 정상회의’와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AI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등 AI 관련 주요 국제 행사가 국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흐름을 잘 타 AI 논의를 주도하는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대통령 중심의 범정부적 대응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해, 아직 우리는 과학기술정통부가 AI 최고위 전략대화를 운영하는 등 부처별로 각개약진하는 모양새이다. 우리도 범정부 종합 대응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AI 국가 전략과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노력을 조정·관리·감독할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구축해야 한다.

또 위원회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의 AI 기술 공조 약속 이행에 대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부처 간 노력을 조정·관리·감독해야 한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이 AI 기술 부문에서의 공동 대응을 약속한 바 있지만, 아직 구체적 협력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 각자 AI 위험 관리 표준이나 대응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3국이 공조해 신속히 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 AI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AI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관계를 레버리지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가짜뉴스, 딥페이크, 사이버공격 등 당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AI 선도 국가로 도약하여 대한민국의 미래 번영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공식은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의 국가AI위원회 설립과 한·미·일 AI 공조 확립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성공 공식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