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미역국 먹고 떠났죠” 하루키 번역가 ‘행복한 이별’

  • 카드 발행 일시2024.04.12

‘오겡키데스카~(おげんきですか?·잘 지내나요)’로 유명한 영화 원작 『러브레터』의 역자 권남희 작가는 일본 문학 팬들에겐 믿고 보는 번역가로 통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등 유명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30여 년간 번역한 일본어 작품만 300개가 넘습니다.

권 작가는 에세이도 직접 쓰는데, 5편에 모두 등장하는 주연·조연이 있습니다. 반려견 ‘나무’입니다. 서울 광진구 그의 집 거실에는 몇 해 전 떠나보낸 나무의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매일 정화수를 따라 놓습니다. 권 작가의 '행복한 이별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해까지 나무 유골함을 집에 보관했다. 그러다 한 스님이 “나무가 자유롭게 다니고 싶을 텐데, 너무 집에만 놔두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나무를 묻으러 갈 때 딸 정하도 되게 울었다. 하지만 막상 묻고 오니 슬픔까지 두고 온 것 같았다. 나무 빈자리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사람들은 이별을 두려워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골 미용실 사장님은 반려견이 이제 일곱 살인데도 벌써 헤어질 생각에 슬퍼한다. 하지만 먼저 떠나보내 본 입장에서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행복한 이별도 있다면서. 우리 반려동물들은 눈앞에서 마음속으로 이사 온 거라고.

주어진 환경, 한계 안에서 돌봄에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 100원이 있는데 50원을 쓴 것과 1만원이 있는데 50원을 쓴 건 다르다. 같은 50원을 썼지만, 100원 가진 사람은 그만큼 최선을 다한 거다. 못 해준, 해줄 수도 없었던 9900원을 생각하지 말자.

나의 반려일지 5화 목록

1. 내가 돌연사하면 사인은 ‘심쿵사’
2. 생일상 먹고 진짜 배 터져 갔다?
3. 180년 英 셰리잔에 따르는 정화수
4.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나무에게

권남희 작가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고 싶어 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썼다. 사진 속 권 작가의 반려견 나무는 2020년 간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진 권남희

권남희 작가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고 싶어 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썼다. 사진 속 권 작가의 반려견 나무는 2020년 간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진 권남희

1. 내가 돌연사하면 사인은 ‘심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