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요? 얘는 개잖아요” 타일러는 ‘찰리 아빠’ 거부한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19

타일러가 본 한국 반려문화

한국살이 13년 차 ‘대한외국인’. 한국어·프랑스어 등 서너 개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적당히 읽고 말하는 언어가 9개에 달하는 ‘언어 천재’. JTBC 비정상회담 등 방송에서 보여준 지성미.

타일러 라쉬의 이름 앞엔 수식어가 넘칩니다. 하나 더 얹자면, 세 살 먹은 베들링턴 테리어 종 ‘찰리’를 키우는 반려인입니다.

타일러는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 골목 단독주택 2층에서 찰리와 삽니다. 방송에서 보여준 깐깐한 성격대로 ‘침실과 옷방 비공개, 주방과 거실만 공개’. 현관문을 열자 찰리가 얼굴까지 튕겨 오르며 반가움을 뿜어내네요.

“찰리!”

타일러가 주의를 주자 잠시 차분해졌을 뿐, 장난감을 물고 와 빙빙 돕니다.

‘이 녀석 응석받이겠구나’ 생각하며 둘러보는데 현관에 커다란 개 이동장이 보입니다. ‘동물병원 데려갈 때 쓰는 거겠지’ 했는데 대답이 뜻밖입니다.

“찰리는 여기서 자요.”

주인과 한 침대에서 지내는 개·고양이를 많이 봤는데, 타일러네는 다르네요. 찰리가 해도 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있답니다.

타일러씨의 집 현관문 바로 앞에 놓인 강아지 이동장. 찰리가 잠자는 공간이다. 사진 타일러 라쉬

타일러씨의 집 현관문 바로 앞에 놓인 강아지 이동장. 찰리가 잠자는 공간이다. 사진 타일러 라쉬

 찰리는 방문이 열려 있어도 침대 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타일러가 올라오라고 불렀을 때만 허용됩니다. 멋대로 올라오면 확 밀어내고 “이제 안돼” 엄하게 꾸짖습니다. 산 지 얼마 안 된 거실 소파에도 당연히 마음대로 올라갈 수 없고요.

“제가 주인임을 끝까지 인식하게 하는 거예요. 한국에선 막 허용하잖아요. 미국에선 그런 분위기가 별로 없어요.”

그는 덧붙입니다.

“우리 애기, 아빠 이런 표현 안 써요. 얘는 그냥 찰리예요. ‘우리 애기’가 아니고. 저는 찰리 아빠가 아니고 그냥 타일러예요.”

한국에서 개를 아이처럼 대하는 게 낯서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말합니다.

“강아지를 사람처럼 대해선 안 된다기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뭐가 그렇게 아파 그러는 걸까’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타일러가 들려주는 찰리와의 동거 이야기와 타일러네 집안 모습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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