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유료 전용

빌 게이츠는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직접 설립했고, 샘 올트먼도 2014년부터 SMR 개발사인 ‘오클로(Oklo)’에 투자했다. ◦ 기술에 올인 테라파워: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주요 SMR 기업보다 상용화 속도가 느리지만, 가장 발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한국은 왜 ‘테라파워’가 없어? 「 SMR 경쟁 가속화되는데, 한국의 현 상황은? ◦ 정부 중심: 원전 산업이 민영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기업인 한수원이 원전 개발,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서 뭐하지?" 늘어난 2030 외국인 관광객, 이 여행 앱 썼다

"한국서 뭐하지?" 늘어난 2030 외국인 관광객, 이 여행 앱 썼다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인바운드’(국내 방문자용) 여행 플랫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늘어나자 ‘아웃바운드’(해외여행자용) 시장에 집중하던 국내 여행 플랫폼도 인바운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방한 외국인은 약 88만명으로 지난해 1월(약 43만명)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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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플] "한국에서 뭐하지?" 방한 외국인 한국와서 쓰는 앱

    [팩플] "한국에서 뭐하지?" 방한 외국인 한국와서 쓰는 앱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인바운드’(국내 방문자용) 여행 플랫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늘어나자 ‘아웃바운드’(해외여행자용) 시장에 집중하던 국내 여행 플랫폼도 인바운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  무슨 일이야   인터파크트리플 인터파크트리플은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트리플코리아’를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회사는 여행 플랫폼 야놀자의 자회사로 그간 아웃바운드 공략에 집중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개인화 여행플랫폼 트리플의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한국 여행에 최적화한 신규여행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외국 관광객에게 입소문을 탄 인바운드 앱은 크리에이트립이다. 현재 영어·일본어·스페인어 등 8개국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크리에이트립 누적 가입자는 72만명,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160만명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방한 외국인은 약 88만명으로 지난해 1월(약 43만명)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  무슨 의미야   지난해 성·연령별 한국 방문 해외 관광객. 사진 한국관광공사 최근 한국 관광의 주류는 2030세대다. 지난해 한국 방문 외국인(1103만명) 중 20대(278만명)와 30대(226만명) 비중은 46%에 달한다.(한국관광공사). 배우면서 쉬는 휴가인 ‘런케이션’(learning+vacation)으로 한국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콘텐트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는 여행사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정보를 얻고 찾아다니는 걸 선호한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여행 앱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  한국 여행, 어떤 앱 좋나   인터파크 트리플은 ‘실시간 내 주변 즐길거리’ 기능을 강조한다. 사용자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의 관광지, 맛집, 카페와 행사 등을 제안하는 기능. 대중교통 외에도 도보를 포함한 ‘길찾기’도 가능하다. 인터파크 트리플은 일본 여행객을 위해 일본어판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 영어판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크리에이트립 서비스 화면   크리에이트립은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 상품을 강조한다.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한복대여, 사진관 예약 서비스, 맛집 예약 및 배달 관련 기능이 앱 내 관광상품 거래 건수 중 약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유명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과 제휴해 외국인을 위한 K팝 댄스 원데이 클래스도 출시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학당 중개 서비스도 하고 있다.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는 “지난해 국내 방문 외국인 여행객이 다시 월 100만명대를 회복하면서 인바운드 여행업계가 코로나19 이전 규모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4.03.19 16:21

  • 아이폰에도 생성 AI가?…"애플, 구글과 제미나이 탑재 논의 중" [팩플]

    아이폰에도 생성 AI가?…"애플, 구글과 제미나이 탑재 논의 중" [팩플]

    애플과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 발 뒤쳐진 애플이 구글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성 AI가 주목 받게 되자 오랜 경쟁자인 구글의 힘까지 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무슨일이야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애플이 아이폰에 구글의 생성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구글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산업을 뒤흔들 블록버스터급 계약”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제미나이의 라이선스를 얻는 대로 아이폰 운영체제(OS) iOS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방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  왜 중요해   ①AI 후발주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달리 애플은 생성 AI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가도 덩달아 뒷걸음 치는 중. 애플은 지난해 6월 전 세계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의 벽을 넘겼지만, 올 들어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고 결국 1위 자리도 MS에 내줬다. 생성 AI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초에야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아약스(Ajax)’를 개발했지만, 구글 등 경쟁사 모델의 성능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자체 개발을 고집하기 보다 일단 빠르게 구글의 AI모델을 탑재하는 게 낫다고 봤다는 것.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판매되는 PC·스마트폰 5대 중 1대가 AI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핵심 요소로 부상 중인 상황에서, 애플로서도 더 이상 AI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것. 블룸버그는 “애플의 AI 기술이 여전히 구글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맺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②온디바이스AI 시대, 승자? 구글이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시대 승자가 됐듯, AI 시대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에 제미나이를 탑재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디바이스 AI(반도체 자체에 AI 기능을 장착해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 AI를 구동하는 기술) 경쟁이 시작됐다. 애플과의 거래가 성사된다면 전 세계 20억 대 이상의 아이폰에 제미나이가 탑재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구글의 AI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앞으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연내 생성 AI 관련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들 간 협상이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오는 6월 열릴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WWDC)까진 어떤 계약도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4.03.19 06:00

  • 쿠팡이츠 "묶음배달, 무제한 공짜 서비스"…1위 배민 흔들까 [팩플]

    쿠팡이츠 "묶음배달, 무제한 공짜 서비스"…1위 배민 흔들까 [팩플]

    쿠팡이츠가 ‘무제한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배달 시장 점유율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3위 쿠팡이츠의 승부수가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팡이츠 무료배달  ━  무슨 일이야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인 와우 회원(월 4900원)을 대상으로 26일부터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존에는 와우 회원 대상으로 음식 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와우할인’을 제공해왔지만 26일부터는 배달비 무료로 서비스를 개편한다는 것. 약 1400만 명 가량인 와우회원은 주문 횟수, 금액, 배달 거리와 상관없이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별도 쿠폰 등을 적용하면 음식 가격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무료 배달은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에만 적용된다. ’한집 배달’ 서비스는 똑같이 배달비를 내야 한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배달비 부담을 덜어주고 외식업주들의 매출 증대를 돕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  무슨 의미야    사진 뉴스1 ◦ 배달 음식 점유율 전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6조 4326억원으로 1년 전(26조5940억원)보다 0.6% 줄었다. 2017년 배달 음식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거래액이 감소했다. 시장 자체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을 내세워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 중국 커머스에 대적: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커머스에 대한 대응책 성격도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쿠팡플레이 콘텐트와 쿠팡이츠의 혜택을 강화해 1400만명 와우 회원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  경쟁사는 어때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 상생 띄운 배민: 쿠팡이 이용자에 집중한다면 배민은 이해관계자와 상생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용문, 수유 전통시장 제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 배달비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배민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월 30일 배민스토어에 전통시장 서비스를 신규 출시했다. 배민에 따르면 지난 2월 넷째 주 배민스토어 전통시장 서비스는 오픈 첫 주 대비 전체 주문 수가 8배 늘었고, 일평균 주문수도 6배 늘었다. 지난 13일 우아한형제들은 외식업주, 라이더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겠다며 2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쫓기는 요기요: 쿠팡이츠는 배달앱 2위 요기요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요기요(722만명)와 쿠팡이츠(348만)의 월 활성 이용자수(MAU) 차이는 374만명이었지만, 지난달 기준 28만명(요기요 602만명, 쿠팡이츠 574만명)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4월 쿠팡 와우회원에게 음식 값 10% 즉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게 주효했다는 평가. 업계에선 이번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승부수가 1위 배민에게도 통할지 주목하고 있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비용은 최소화하고 무료배달 이슈를 선점하는 ‘똘똘한 마케팅’을 했다”며 “다만 1위 배민의 점유율이 워낙 공고해 쿠팡의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를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3.18 17:44

  • [팩플]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바꿔 매출 4000억원 줄었다

    [팩플] 카카오모빌리티, 회계 바꿔 매출 4000억원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최근 회계 기준을 변경한 뒤 집계한 지난해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무슨 일이야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 내 재무제표에 적용하는 회계 방식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총액법은 회사가 벌어들인 금액 전체를 매출로 인식하고, 순액법은 비용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매출로 잡는 회계 방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조원 가량이었던 카모의 매출은 6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  왜 중요해   카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부풀리기’ 혐의로 금융감독원 회계감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종 감리결과가 나오기 전 회계방식을 바꿔서 매출 규모를 줄이며 한 발 물러난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카카오 본사 컨퍼런스콜에서 최혜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재무제표는) 연결 관점에서 순액법과 총액법 매출인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었다.   다만, 이 같은 선제적 조치가 금감원의 분식회계 혐의 조사결과와 제재 수위를 심의·의결하는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미 카모의 매출 부풀리기 혐의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분식회계 혐의(외부감사법 위반) 감리 결과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조치사전통지서를 카모 측에 보냈다. 류긍선 카모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해임을 권고했다.    ━  이걸 알아야 해   카모의 회계 방식은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왔다 .택시기사로부터 받은 가맹금(로열티)를 매출로 잡고, 해당 금액의 일부를 되돌려줬기 때문이다. 카모의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KMS)은 자사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운전기사나 운수회사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먼저 가맹금으로 받고, 해당 금액 대부분을 카모에 플랫폼·상표 사용비로 명목으로 전달했다. 카모는 KMS로부터 받은 금액의 15~17%를 개별 택시기사나 운수회사에 ‘업무제휴비’ 명목으로 되돌려줬다. 기사가 100만원을 벌었다면 실질적 매출은 3만~5만원이지만 지금까지는 20만원을 매출로 잡아왔다.   박경민 기자  ━  더 알면 좋은 것   류긍선 카모 대표이사는 금감원의 해임 권고 등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나설 전망. 카모는 최근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 내에 오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류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포함시켰다.

    2024.03.18 16:26

  • 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빌 게이츠가 꽂힌 ‘동네 원전’…“AI 시대, 한국도 대안 없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빌 게이츠·샘 올트먼도 꽂힌게임체인저 ‘동네 원전’ SMR   PC시대 주역 빌 게이츠와 생성 인공지능(AI)시대를 연 샘 올트먼.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의외의 분야에 있다. 원자력 발전이다. 먼 바닷가에 대규모로 짓던 우리가 아는 그 원전이 아니다. 대형 원전을 10분의 1 크기로 줄인 ‘미니원전’, SMR(Small Modular Reactor)이다. 빌 게이츠는 2008년 SMR 기업 ‘테라파워’를 직접 설립했고, 샘 올트먼도 2014년부터 SMR 개발사인 ‘오클로(Oklo)’에 투자했다.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꿨고, 또 바꾸고 있는 이들이 왜 중후장대한 하드웨어 원전에 꽂혔을까. 뜯어보면, 이면엔 AI 패권을 잡기 위한 빅픽처가 있다는데. 그런데 SMR 안전하긴 한 건가. AI시대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SMR, 도대체 뭐길래.      ■ 💬목차 「 1. AI의 주식(主食), 전기 2. SMR, 뭐가 다른가 3.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4. SMR, AI 집밥이 되려면   」  오혜정 디자이너    ━  1. AI의 주식(主食), 전기   사람이 밥을 먹어야 힘을 내듯, AI도 전기가 있어야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용자 요구를 처리한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돌릴 전기 쟁탈전은 AI시대 개막과 함께 예고된 전쟁.   ◦ 전기를 가진 자, AI도 가진다: 요즘 AI 관련 힘깨나 쓴다는 기업 머릿속엔 ‘에너지’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AI 시대에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를 인수했고, 핵융합 연구 스타트업인 ‘헬리온 에너지’에도 3억7500만달러(약 4900억원)를 직접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해 SMR 사업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원자력 전문가 채용 공고를 냈다.     ◦AI, 전기 얼마나 먹나: 대체 AI가 전기를 얼마나 쓰길래? 2027년까지 AI 서버가 연간 소비할 에너지의 양은 85~134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의 연간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미지·영상까지 처리 가능한 멀티모달 생성AI 서비스가 늘면 전기 사용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 IT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이미지 생성AI는 텍스트 생성 AI보다 전기를 61배 더 많이 쓴다. AI 탓에 미국 내 전기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 현실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기는 더 필요한데 친환경 에너지는 고비용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화력 발전소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0으로 낮추겠다’(넷 제로·Net Zero)는 국제조약 ‘파리협정’에 위배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SMR이다. 6~7년이면 지을 수 있고, 원자력 발전이라 탄소도 배출하지 않기에 각국 정부와 IT업계가 주목한다.    ━  2. SMR, 뭐가 다른가   한국말로 ‘소형모듈원자로’. SMR은 일반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전부 제작 가능해 설치 비용이 적다. 냉각수도 덜 필요해 바다가 아닌 내륙 한복판에도 지을 수 있다. 기존 원전의 단점을 SMR로 해결 가능하다는 의미. 특히 전기가 필요한 곳 바로 옆에 원전을 설치할 수 있기에 SMR이 보완재가 아닌 ‘게임 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미국에서 2020년 8월 설계승인을 받은 뉴스케일파워 SMR 모형도. 12개씩 세트로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뉴스케일파워 홈페이지   ◦ 위험하지 않나: 작더라도 원전 개수가 많아지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최근 원전 사고는 대부분 핵분열로 에너지를 낸 뒤 연료봉을 식히는 데 실패해 발생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지진으로 전기가 끊겼고, 연료봉을 식히지 못해 핵연료가 외부로 노출됐었다. SMR은 소규모라 전기가 끊겨도 자동으로 열을 식히는 게 가능한 수준. 열밀도(단위 부피당 나오는 열의 양)가 높은 뜨거운 물이 위로 올라가 공기에 닿으면, 온도가 낮아져 내려오는 방식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중대사고 발생 확률 기준, 최신 원전은 100만년에 한 번 사고가 발생하는 수준으로 설계됐다”며 “SMR의 경우 10억년에 한 번이 목표라 방사능 유출 등 사고 가능성이 일반 원전보다 낮다”고 말했다.   ◦ 공장에서 완제품 찍어낸다: 원전은 원자로, 가압기 등과 안전장치를 배관으로 연결해놓은 구조다. 부품을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다보니 난도가 높고 비용도 많이 든다. 사고가 나면 배관 연결부위가 취약점이 되기도. 반면, SMR은 용기 안에 모든 부품을 넣은 일체형이다. 공장에서 제작을 마치고 그대로 실어 원하는 곳으로 옮긴다. 10조~15조 소요됐던 건설 비용을 5000억원까지 줄일 수 있다. SMR 형태가 옆으로 뚱뚱하지 않고 위아래 길쭉한 이유도 육상, 철도 운송을 위해서다. 정근영 디자이너   ◦ 송전탑 최소화: 지금처럼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대형 원전을 짓고 송전탑으로 전기를 보내주는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전기 수요 상승세를 감안하면, 동해안 원전에서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는 방식도 한계가 머지 않았다. 국내 원자력 연구기관 관계자는 “SMR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방안일 수 있다”며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다른 대안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통상 SMR은 16~23m로 아파트 8~9층 높이만한 크기다. 전기를 많이 먹는 반도체 단지, 데이터센터 옆에 놓으면 적당한 크기다.    ━  3.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에서 소듐냉각재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 테라파워 SMR 시장은 현재 절대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디자인은 80개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운용 중인 국가는 러시아(1기), 중국(2기)뿐. 미국도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러시아, 중국은 안전성 검증기준이 선진국에 못 미친다. 현재로선 미국 민간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SMR 시장이 최대 5000억 달러(약 650조원), 원전 개수로는 300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기업들도 제조업 역량을 앞세워 뛰어들었다. ① 민간 중심 미국 ◦ 선두주자 뉴스케일 파워: 2007년 설립된 뉴스케일 파워가 개발 중인 SMR의 최대 특징은 안전. 전기 출력을 77㎿(메가와트)로 낮춘 SMR을 12개씩 묶어서 설치한다. 개별 전기 발전량을 제한하는 대신, 핵연료봉 냉각을 용이하게 만든 것이다. 중대 사고가 발생해 핵 연료봉 냉각이 어려워질 때 원자로가 과열되지 않고 안전하게 유지되는 시간이 기존 원자로가 3일 정도라면, 뉴스케일의 SMR은 무기한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을 입증받아 설계인증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2022년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시가총액은 13억8000만달러(12일 기준·1조8000억여 원)다. 지난해 울진군과 SMR 건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 대기업 연합군 GEH: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는 2007년 원전 사업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 ‘GE·히타치(GEH)’를 세웠다. 이들은 일반 대형 원전을 지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SMR에 적용시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1년 캐나다 전력기업 온타리오발전(OPG)과 수주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말에는 폴란드 내 SMR 24기 건설 허가를 받는 등 주목받고 있다.   ◦ 기술에 올인 테라파워: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주요 SMR 기업보다 상용화 속도가 느리지만, 가장 발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로를 냉각시킬 때 기존에 쓰던 물 대신 나트륨(소듐)이나 용융염 등을 사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핵 폐기물이 줄어들고,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냉각수 대신 나트륨과 용융염 등을 냉각재로 쓰는 SMR 기업 중 테라파워가 가장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난도가 높아 개발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안정성과 발전 효율성 면에서 냉각수보다 훨씬 뛰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② 앞서가는 중·러 ◦ 이미 가동 중인 SMR :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상용화 속도만 놓고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앞선다. 중국은 지난해 북부 룽청시에 지은 SMR이 전력 생산을 시작했고,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남부 하이난성 창장에 ‘링룽 원’도 짓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배 위에 SMR 원자로 2기를 얹은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가동 중이다. 인근 인구 20만명 마을에 전기를 공급 중이며, 지난해에는 지상 SMR 건설도 허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③ 제조업 강자 한국 ◦ 국가대표 SMR: 미·중·러 틈바구니 속 한국도 제조역량을 앞세워 SMR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2년 자체 개발한 SMR인 ‘SMART’는 그간 건설 부지 확보와 탈원전 정책 등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캐나다로 수출을 시도 중. 강한옥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단장은 “자국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으로부터 SMR이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국제 사례는 2012년 SMART가 처음인 만큼 국내 기술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 대기업도 나섰다: 민간에선 설계도에 따라 SMR 부품을 제조·조립해주는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SMR 내부 원자로와 대형 단조품, 증기발생기 튜브 등을 조달하기로 계약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를 외부 조달하는 게 아니라, 한 공장 부지에서 직접 쇳물을 녹여 효율적으로 부품을 주조하는 유일한 회사인 점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2021년부터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홀텍과 함께 영국 원자력청이 발주하는 입찰에 도전하고 있다. 홀텍의 설계 개발 역량과 현대건설의 제조 경쟁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나 테러 등 각종 위험 상황에 대한 자체 시뮬레이션도 해볼 정도로 안전성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 🤷 한국은 왜 ‘테라파워’가 없어? 「 SMR 경쟁 가속화되는데, 한국의 현 상황은?   ◦ 정부 중심: 원전 산업이 민영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기업인 한수원이 원전 개발,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원전 건설비가 5조~10조원에 달하는 데 반해 투자금 회수 기간(통상 10~15년)이 길고, 민간기업의 전기 판매행위가 현행법(전기사업법)에 따라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일관성 없는 정부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탈원전’ 또는 ‘원전 육성’으로 정책이 뒤집히다보니 불확실성이 컸다. ◦ SMR 규제 푼다: 최근 정부도 SMR 지원에 나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부터 SMR 규제연구 추진단을 꾸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7월엔 ‘민관 합동 얼라이언스’가 출범해 2030년까지 한국이 독자 개발한 SMR을 수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지분투자로 전략적 동맹: 국내 건설사를 중심으로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 미국 기업에 지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우호적 관계를 쌓아 실제 SMR을 제작할 때 부품을 공급하거나 시공사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뉴스케일에 두산에너빌리티(1400억), 삼성물산(930억), GS에너지(530억) 등이 투자했고, 테라파워는 SK(3200억)와 HD현대(400억)가 투자자로 나섰다. DL이앤씨(260억)도 엑스에너지라는 회사에 투자했다. 」     ━  4. SMR, AI ‘집밥’이 되려면   현대건설이 설계에 참여하는 'SMR-160' 단지 조감도. 바닷가에 위치한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강·호수 근처에 설치할 수 있다. 사진 현대건설 장점이 분명하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았다. 기술 완성도부터 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익성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 SMR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는.     ◦ 경제성·크기 균형 찾아야: 크기가 작을수록 안전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경우, SMR은 대형 원전보다 핵연료 30~40%가 더 들어간다. 열밀도가 낮아 생산 효율이 떨어져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출력 300㎿ 이하를 SMR로 분류하지만, 영국 롤스로이스‧프랑스 EDF‧미국 테라파워 등이 300㎿ 이상의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기와 경제성 사이에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셈.    ◦ 기술 표준화: SMR 내부 핵연료 냉각재로 물, 나트륨, 납, 고온가스, 헬륨 등이 채택되고 있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어 아직까진 글로벌 표준이 없다. 비용을 줄이려면 일정 개수 이상을 제작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2030년쯤이면 현재 개발중인 모델들이 출시되고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술적 난제는 결국 해결될 것인데, 문제는 수익을 얼만큼 담보할 수 있는지”라며 “지금껏 SMR 개발이 정체된 이유도 원전 특성상 투자금 회수기간이 최소 10년으로 너무 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동네 원전’ 괜찮아?: 이론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과 ‘작지만 어쨌든 원전’이라는 현실적인 걱정은 별개다. SMR이 상용화 되려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은 외부 위협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될 수도. 땅을 깊게 파서 지하에 설치하거나 선박 위에 띄워 놓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군사위협이 있는 우리나라는 여론 동의를 얻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 인허가 장벽: 여론을 살펴야 하는 정부가 인허가를 선뜻 내주기는 쉽지 않다. 미국도 뉴스케일 파워만 유일하게 NRC로부터 SMR 설계인증 심사를 모두 통과했다. 3년 반이 걸린 인허가 과정에서 1만2000쪽의 신청서와 200만쪽의 자료를 첨부해야 했고, 약 5억달러(6500억)가 소요됐다고. 신기술이라 설치 기준부터 안전성 검증 등 규제 전반을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건수가 쌓일수록 인허가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2024.03.18 15:43

  • [팩플] ‘장난감차로 학습’한 AI, 주차장 뺑소니 잡는다

    [팩플] ‘장난감차로 학습’한 AI, 주차장 뺑소니 잡는다

    ‘문콕’(차문을 여닫을 때 옆차 파손) 등 충돌 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차량을 인공지능(AI)으로 찾아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AI가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을 자동 포착해 사고 발생 시점을 특정해준다. CCTV 영상을 다 돌려보지 않아도 된다. 사진 광주과학기술원  ━  무슨 일이야   광주과학기술원은 AI 기술로 폐쇄회로(CC)TV영상에서 주차 뺑소니 발생 시점을 특정해 가해 차량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용구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무선조종모형차(RC카) 5대를 운전하며 800건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사고 사례를 연출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켰다. 이 교수는 중앙일보에 “실제 차량으로 사고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비용이 너무 비쌌다”며 “요즘 RC카는 차량과 외관이 거의 똑같이 나와 AI 학습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RC카로 학습한 AI는 정확도 90%로 뺑소니 사고의 발생 시점을 특정할 수 있다. 인간의 시신경을 모방해 만든 딥러닝 ‘3D CNN(3D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을 통해 차량 형태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연속된 영상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반복되는 움직임 패턴을 뽑아낸 것이다. AI가 차량의 미세한 흔들림이 일어난 시점만 추려 띄워주면, 사람은 CCTV 영상을 모두 돌려볼 필요가 없게 된다.    ━  이게 왜 중요해   통상 주차장 뺑소니는 상대 차량을 파손한 뒤 그대로 자리를 뜨는 물피도주가 많다. 2017년부터 이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2016년 약 36만건이었던 신고건수는 2020년 약 63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신고 접수 경찰이 사고발생 일자를 파악하기 어렵고, CCTV영상도 지나치게 많고 길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1500만원짜리 동영상 축약 프로그램까지 구매했지만, 문콕 같은 차량의 작은 흔들림은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 가해 운전자를 찾더라도 최대 처벌 수위가 벌금 20만원뿐이라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  앞으로는   이용구 광주과학기술원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 가운데 회색 상의가 이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해당 기술이 보편화되면, 수사기관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신고 이전에 자체 합의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요즘 아파트 주민센터를 가면 ‘CCTV 열람용 PC’가 따로 있을 정도로 주차장 뺑소니 관련 분쟁이 많다”면서 “방대한 CCTV 영상 분석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JCDE(Journal of Computational Design and Engineering)’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2024.03.18 15:33

  • [팩플] "50만원이라더니" 번호이동지원금 실망한 소비자...더 오를 수 있나?

    [팩플] "50만원이라더니" 번호이동지원금 실망한 소비자...더 오를 수 있나?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더니 최대 13만원이더라. 번호 이동을 고민했는데 인터넷과 가족 결합 등 할인 혜택을 고려해 기존 통신사를 계속 쓰려고 한다” (50대 윤모씨)   이동통신 3사가 16일부터 번호 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예고한 ’최대 50만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신3사는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된 만큼 일단은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휴대전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50만원까지 '합법적으로' 줄 수 있게 된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17일 기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으로 3만~13만원을 책정했다. 지급 금액 기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가장 많이 책정한 곳은 KT다. 3사 중 유일하게 갤럭시 S24 단말기를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KT는 단말기 10종에 5만~13만원을 지원한다. 월 9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갤럭시 S24시리즈를 구매할 때 5만~8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갤럭시Z플립5·폴드5 등에 대해 요금제에 따라 최대 12만원을 책정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15프로 등 4종에 대해 3만~10만원을 지원한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은 지난 1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법 시행령을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업자를 변경하는 경우 현행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에 더해 전환지원금을 별도로 최대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돼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최신 단말기 구입부담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  무슨 의미야     통신3사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규모 공개를 앞둔 지난 15일 갤럭시S24시리즈 등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10만원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유통업체가 지원하는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더하면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과거보다 분명 늘었다.하지만 최대 50만원 상한선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없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이 추가됐고, 15일 공시지원금도 3사가 올려가며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며 “시장 반응에 따라 적용 단말기와 지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통신사 상황은   급작스런 정책 시행에 통신사들도 어려움은 있다. 전환지원금 처리 전산 시스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이 필요한데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시행됐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한 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현장에선 전환지원금 대상 모집과 처리를 모두 수기로 하고 있다”며 “번호 이동 고객이 늘어날 경우 업무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인공지능(AI) 관련 사업과 새로운 먹거리 개척이 필요한 통신사들이 과거처럼 점유율을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시장 반응에 따라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신규 사업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출혈 경쟁을 유발하는 비용을 쓰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안도하는 알뜰폰      알뜰폰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통신 3사가 과도한 지원금을 투입할 경우 경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으로 알뜰폰 업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상황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통신비 인하를 강조하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와 경쟁 촉진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갤럭시 S24, 전환지원금 VS 선택 약정   박경민 기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시행으로 선택약정과 격차는 많이 줄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선택약정(월 25% 요금 할인)이 더 저렴할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S24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책정한 KT의 요금제를 비교해보면 공시지원금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선택할 경우 50만원에 살수 있다. 115만5000원의 갤럭시S24를 최대 65만5000원(공시지원금 50만원+전환지원금 8만원+추가지원금 7만5000원) 할인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통신비는 월 13만원씩 24개월간 납부해야한다. 반면, 선택약정을 택한 경우 단말기는 115만5000원에 사지만, 통신비는 매월 3만2500원(13만원의 25%) 할인받아 24개월간 총 78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갤럭시S24를 구매해 2년간 사용할 경우, 선택약정을 받는 것이 12만5000원 더 저렴하다. 여성국·강광우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3.17 18:11

  • 中알리, 7700억 과징금 물게되나…EU, 가짜약 판매 등 조사 착수 [팩플]

    中알리, 7700억 과징금 물게되나…EU, 가짜약 판매 등 조사 착수 [팩플]

    알리익스프레스 로고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유럽연합(EU)의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EU가 정조준한 곳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다.     ━  무슨 일이야   EU의 행정부 성격인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알리익스프레스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허위 의약품과 건강식품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소비자 보호 조치에 소홀했고, 미성년자의 웹사이트 내 음란물 접근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다. 집행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의도적으로 상품의 검색량을 조작하는 불공정 행위 단속 또한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소셜미디어 기업인 엑스(X)와 틱톡도 각각 가짜뉴스 확산 방지, 미성년자 유해 콘텐트 접근 제한 등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이 유해하거나 불법인 콘텐트·가짜뉴스를 유통할 시 해당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의 유럽 사업에는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EU는 조사 결과에 따라 플랫폼에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전자상거래 매출(회계연도 기준)인 96억35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를 기준으로 계산할 시 과징금 최대 규모는 최대 7700억 원.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진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의 규모는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DSA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왜 중요해   EU의 규제 법안으로 유럽 내 빅테크 사업 지형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당장 애플은 그간 아이폰 운영체제(OS)에서 자사의 앱 마켓(앱 스토어)만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해온 정책을 유럽 소비자에게는 폐기하기로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EU가 시행하는 빅테크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 때문이다. DMA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에 불공정 특혜를 주면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의 영향으로 구글도 유럽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이용자에게 자사 검색엔진을 사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고, 메타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탑재된 메신저도 경쟁사의 메신저 서비스와 연동될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한다.   설상가상 빅테크를 더욱 옥죄는 것은 EU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앞서 EU는 지난 4일(현지시간)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유통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사 OS 이용자에게 앱스토어 외부에서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음악 구독 서비스의 접근을 차단했다는 것.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공급·구매·중개 사업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며 사업 일부 매각을 명령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본부에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 보고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U의 잇따른 빅테크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자문역을 수행 중인 익명의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 집행위는 몇십년 전 기술(디지털 광고 등)을 놓고 빅테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꼴”이라며 “그 사이에 AI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은 뜨거워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알아두면 좋은 것   규제의 칼날을 갈고 있는 EU가 눈여겨보는 다음 산업은 AI가 될 전망.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달 27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인수를 발표한 프랑스의 AI 기업 ‘미스트랄 AI’가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AI 법’도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 의회를 통과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을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식을 넣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AI 기술에는 데이터 공개 및 위험 평가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을 위반하는 기업에게는 글로벌 매출의 1.5~7%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4.03.15 17:19

  • 대통령급 연봉 보장…한국판 NASA' 인재영입 총력전

    대통령급 연봉 보장…한국판 NASA' 인재영입 총력전

    5월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이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한국판 NASA’로서 국가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답게 파격적인 대우를 내걸었다. 연구개발(R&D)을 이끄는 본부장은 대통령과 같은 연봉 2억 5000만원을 보장 받는다.   우주항공청 추진단이 14일 경남 사천시 시청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대통령급 연봉 대우 최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14일 우주항공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이날 본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을 시작으로, 19일 서울, 22일에는 대전에서 채용설명회를 연다. 채용 규모는 선임연구원(5급), 연구원(6, 7급) 등 50명이다. 이들보다 높은 1~4급과 외국인 인재 등은 수요조사를 통해 상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5월 27일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차출된 기존 공무원 55명을 포함해 총 120명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연말까지 약 300명까지 인력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고의 인재를 뽑겠다’는 공언대로 전례 없는 수준의 임금이 책정됐다.우주 발사체(로켓)와 인공위성, 우주탐사 실무를 총괄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대통령과 같은 연봉 2억 5000만원을 보장받는다. 해당 금액은 최소 보장이고, 이전 직장 연봉수준 등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 공무원에게 대통령 이상의 대우를 해주는 건 우주항공청이 처음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본부장 바로 밑의 부문장 역시 차관급인 1억4000만원, 임무지원단장은 1억2000만~1억4000만원을 받는다. 7급 연구원은 6000만~9000만원을 받는다.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대통령급, 차관급 연봉은 일종의 기준점이다. 필요하다면 보수 기준의 상한을 뛰어넘어 그 이상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초대 우주항공청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관료 출신보다 민간기업과 소통에 능한 외부 전문가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장은 임기제 공무원이 아니므로 공무원보수규정이 정한 차관급의 연봉을 받게 된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2024.03.14 20:15

  • [팩플] ‘틱톡 금지법’ 美 하원 통과…16억 이용하는 틱톡 앞날은

    [팩플] ‘틱톡 금지법’ 美 하원 통과…16억 이용하는 틱톡 앞날은

    전 세계 가입자 16억 명을 보유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위기에 몰렸다. 미국 하원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켜서다. 법안이 추후 상원까지 통과해 시행되면 미국 앱스토어에서는 더이상 틱톡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틱톡 로고와 성조기. 로이터=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13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을 중국 외 업체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앱스토어 내 틱톡 배포를 금지한다는 게 법안 내용의 골자다.   업계에서는 바이트댄스가 6개월 안에 틱톡을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 가치는 500억 달러(약 66조원) 이상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경쟁사가 인수하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고, 구글·MS 등 빅테크 입장에선 반독점 논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안 가결 후 틱톡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500만 명 소상공인의 경제 주권도 해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틱톡은 이 법안의 하원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내 틱톡 사용자에게 팝업 메시지를 띄워 해당 법안에 반대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  이게 왜 중요해   현재 미국 내 틱톡 이용자는 약 1억7000만 명. 미국 인구의 절반이 사용하는 앱이다. 법안 시행 후 매각에 실패하면 1억7000만 명이 쓰던 소셜미디어(SNS)가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틱톡 앱 유지 관리를 지원하지 못하게 차단하면 앱이 완전히 작동을 멈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틱톡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한 건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다. 중국 정부가 틱톡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무단 수집해 알고리즘을 통제하거나 각종 첩보 활동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2019년 전후로 관련 문제제기가 나왔고 이후 미 국방부는 병사들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네브래스카주 등 일부 주에선 정부 소유 기기에 틱톡 설치를 제한하기도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틱톡은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고자 2021년 싱가포르 출신인 추 쇼우즈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이듬해에는 미국인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기업인 오라클 클라우드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는 발언이 담긴 틱톡 내부 회의록 등이 유출돼 의혹이 재점화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법안 통과 전날 하원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번 법안은 틱톡 소유권을 미 기업에 둘지 아니면 중국 기업에 둘지, 아이들과 성인들의 데이터를 미국에 둘지 아니면 중국으로 보낼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강경대응 기저에는 인스타그램·왓츠앱 등 자국 서비스를 제치고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틱톡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블룸버그 등 현지 외신은 틱톡이 미국에서 금지된다면 가장 수혜를 볼 기업으로 인스타그램 등을 보유한 메타를 꼽고 있다. 틱톡은 유튜브에 이어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차준홍 기자  ━  앞으로는   ‘틱톡 금지법’이 시행되려면 상원 통과 후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미 몇몇 상원의원들은 ‘법안이 표현의 자유 등 헌법 조항을 위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의 입장을 뒤집고 틱톡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의 거액 후원자인 제프 야스가 바이트댄스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미국 외 국가 상황은   이미 인도·대만·유럽연합(EU) 등은 국가 차원에서 틱톡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인도는 2020년 중국과 국경 갈등이 불거진 이후 틱톡 등 중국 앱 50여 개를 영구적으로 퇴출했다. EU는 지난해 유럽의회 등 모든 정책 결정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휴대전화에 틱톡 설치를 금지했다.   국내 틱톡 사용자는 약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실제 틱톡은 2020년 충분한 고지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주권 차원에서 미국 움직임을 한국도 주의 깊게 봐야겠지만, 무역 마찰이 생길 소지가 있어 균형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2024.03.14 17:43

  • “나 뽑아줘” 총선 좀비 문자…폰에서 이거 치면 싹 거른다

    “나 뽑아줘” 총선 좀비 문자…폰에서 이거 치면 싹 거른다 유료 전용

    Today’s topic 리딩방·광고·선거 홍보… ‘좀비 스팸’ 기술로 막는 법   주식, 코인 리딩방 광고는 물론 대출, 도박, 택배 사칭까지. 온종일 스팸 전화와 문자가 이어집니다. 최근엔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정당·후보 여론조사 전화·문자가 쏟아지고요. 당원도 아니고, 우리 동네 출마자도 아닌데 무턱대고 걸려오는 원치 않는 전화·문자 폭탄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가 많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1인당 월평균 스팸(음성·문자) 수신량은 7.18통. 방송통신위원회·KISA에 들어온 신고 건수와 자체 감지 건수를 포함한 통계이니 체감상 스팸 수신량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아무리 차단해도 좀비처럼 살아나는 스팸, 덜 받을 방법 없을까요. 그런데 스팸,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보내는 걸까요. 원치 않는 전화·문자 스팸에서 해방되는 법, 팩플이 집중 분석했습니다.     ■ 🗨️목차 「 1. 건당 50원 스팸, 돈 된다  2. STOP! 스팸 방관   3. 스팸 차단, 방법은 있다 4. 복병, 선거 문자·전화 5. 알뜰폰은 이거 꼭 해 」  오혜정 디자이너  ━  1. 건당 50원 스팸, 돈 된다   1억 550만 건. 지난해 상반기 이용자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거나 KISA가 자체 감지한 휴대전화(음성·문자) 스팸 건수입니다. 2022년 하반기(1724만 건) 대비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KISA는 2023년부터 삼성 스마트폰에서 스팸 신고가 더 쉬워져 신고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스팸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스팸, 도대체 왜 계속 늘어날까요.    ◦ 대량문자, 돈 된다: 불법 스팸은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데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입니다. 스팸 발송 경로는 대량문자발송서비스(97.3%)가 절대다수입니다. 용량에 따라 건당 7~50원대로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기업메시징 서비스는 원래 신용카드, 결제승인, 택배 배송 등을 안내하는 용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10개 메시지 중 9개(89%)가 금융, 도박, 불법 대출 내용을 담은 스팸문자입니다.     ◦ 1조5000억원 시장: 기업메시징협회 등에 따르면 2021년 1조1000억원이었던 기업메시징 시장은 2025년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스팸도 늘어납니다. 지난해 상반기 대량문자발송 서비스 중 국내발(發) 스팸 1위는 스탠다드네트웍스였고, KT는 3위, LG유플러스는 5위였습니다(방통위·KISA 통계). 국외발 스팸은 1위 SK텔링크, 2위 KT, 4위 LG유플러스였습니다. 기업메시징 사업을 하지 않는 SK텔레콤은 빠졌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1월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 전송자 등이 스팸 전송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아 불법 스팸이 지속 양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돈은 되는데 처벌은 약하다는 거죠.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    ━  2. STOP! 스팸 방관   좀비 스팸을 방관해 온 통신사들은 최근엔 입장을 바꿨습니다. 소비자 경험의 저하가 장기적으로 통신사에도 독이 되니까요.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통신사들이 그간 수백억원 이상의 메시징 수익을 위해 사실상 스팸 발송을 방관했는데 처벌이 강화되고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① 강화된 처벌: 정부는 오는 7월 24일부터 불법스팸 전송자 처벌 수위를 높인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시행합니다. 원래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는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습니다. 또 불법스팸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통신사업자에 대한 과태료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로고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② 달라진 통신사  ◦ SKT는 전화 스팸, 보이스피싱 전화 차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KISA에 신고가 들어온 스팸 문자를 학습한 AI가 유사 문자를 탐지해 차단하는 서비스도 합니다. LLM(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가짜 인터주소(URL)가 있는 보이스피싱 미끼 문자를 탐지하고 분류하는 전용 AI모델 개발도 마쳤고, 연내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 KT는 단 한 건의 스팸 문자만 보내도 AI가 발신자를 추적해 차단하는 ‘AI 클린메시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악성 URL 필터링’ 기능이 핵심입니다. 기존에는 KISA에 불법 스팸 신고가 일정 건수 이상 접수돼야 KT 직원들이 문자 내용을 확인해 발신자를 차단했는데, AI가 이를 자동으로 처리합니다. 지난해 7월부턴 ‘통신 부정사용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메시지를 발송하는 기업메시징 서비스 이용자의 계약을 해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LG유플러스는 스팸 문자 발송 서버를 추적하는 ‘리다이렉트 URL트레이스’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불법 스미싱 URL이 포함된 스팸 메시지를 차단합니다.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스팸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  3. 스팸 차단, 방법은 있다   스팸 없앨 순 없어도, 줄일 방법은 있습니다.   김경진 기자 ◦ 기본에 충실: KISA는 먼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지능형 스팸 차단 서비스(무료부가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조언합니다. SKT는 T스팸필터링 앱을, KT와 LG유플러스는 스팸차단앱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사가 제공하는 무료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번호도용 문자차단, 문자스팸 필터링, 익명번호 수신거부, 정보제공사업자번호 차단 등의 부가서비스를 각사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불법 스팸을 수신한 경우 휴대전화의 간편신고 기능을 활용해 적극 신고하고 경품 제공 이벤트 등에 참여하기 위한 정보 수집 이용 동의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차단 문구 설정: 휴대전화 필터링 기능을 이용해 번호와 문구 차단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 특정 번호를 즉각 수신 거부하고, 문자메시지-설정 메뉴에서 ‘스팸 및 차단번호 관리’ 메뉴에 들어가 ‘차단 문구 관리’ 기능을 활용해 필터링할 수도 있습니다. ‘광고’ ‘리딩방’ ‘코인’ ‘수익률’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문자는 모두 차단해줍니다.   ◦ 스팸방지 앱: 스팸방지앱을 설치하면 광고성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신하거나 차단할 수 있습니다. 스팸방지 앱 3대장은 후스콜, T전화, 후후입니다. 통신3사 이외 알뜰폰 이용자들도 많이 설치합니다. 후스콜은 대만 기업(Gogolook)이 개발한 서비스입니다. 전 세계 26억 건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알 수 없는 번호의 전화와 문자를 잘 식별해 차단합니다. 광고를 보면 무료고, 유료용은 월 2000원가량입니다. 후후는 KT의 손자회사 브이피의 서비스로 과거 KT아이폰만 지원했던 앱입니다. 현재는 다 이용 가능합니다. 무료버전과 광고 없는 유료 버전(월1100원)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예방 기능이 있고, 유료 이용자에게는 피싱 피해 시 최대 300만원의 위로금을 지원합니다. T전화 또한 모든 통신사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 일부 기능은 유료입니다. 후후처럼 보이스피싱, 광고전화를 예방할 수 있고, 사기꾼 정보를 알려주는 더치트(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와 연계된 게 장점입니다.    ━  4. 복병, 선거 문자·전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화, 후보 홍보 전화가 늘면서 통신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 지역 후보자라면 모르겠는데, 타 지역 후보자가 수시로 문자·전화를 하는 통에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김경진 기자   ① 선거 문자, 스팸은 아니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통신사는 정당 및 선거 여론조사 기관이 가상번호를 요청하면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무작위로 추출한 가입자 번호를 가상 번호 형태로 제공합니다. 제공하는 가상번호 총수는 선거인 수의 30배수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KISA 관계자는 “불법으로 연락처를 입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거 관련 문자와 전화는 불법 스팸에 해당하지 않고,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선거기획사가 보유한 별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여론조사도 있다”면서 “여러 기관과 업체에서 다양한 수집 경로를 통해 연락하기 때문에 정확한 거주 지역 정보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그만 받고 싶다면 ◦ 수신거부와 필터링: 유권자가 선거 운동 문자메시지 수신을 거부하고자 할 때는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예비후보자의 번호로 연락해 수신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선거운동 문자를 전송한 경우 유권자는 수신거부 의사를 녹취한 증거자료를 첨부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차단 문구에 정당과 후보자 이름, ‘선거’ 등을 등록해 해당 단어가 들어간 문자를 걸러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 여론조사 전화 차단: 통신사에 가상번호 제공 거부를 등록해 여론조사 전화를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한번 수신 거부하면 지속적으로 가상 번호 제공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거부등록 번호는 SKT는 1547, KT는 080-888-1390, LG유플러스는 080-855-0016입니다. 다만 최근 통신사가 여론조사 업체에 번호를 제공한 경우에는 차단 이후에도 일정 기간 여론조사 전화가 올 수 있습니다.    ━  5. 알뜰폰은 이거 꼭 해     통신3사를 쓰다가 알뜰폰으로 바꿨더니 스팸 문자가 많아진 것 같다는 분도 있습니다. 알뜰폰이 스팸 문자를 덜 받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 KT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를 방문해 불법스팸 전송 및 수신 차단·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방송통신위원회   ◦ 알뜰폰 스팸문자 더 온다?: 단정할 순 없습니다. KISA에 따르면 스팸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하는 불법 스팸업체는 수신 번호가 알뜰폰인지 아닌지 식별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통신3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스팸 차단 부가서비스가 알뜰폰에는 없는 경우가 많고, 스팸 전송 차단, 필터링 등 기술적인 조치를 하는 인력과 투입 예산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체감상 많을 수 있습니다.   ◦ 들어봤나, 두낫콜: 알뜰폰 비교플랫폼 모요는 이용자들에게 스팸 차단에 효과적인 사이트인 ‘두낫콜’ 활용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통신3사 이용자도 이 방법으로 스팸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두낫콜이 있고, 전국은행연합회의 두낫콜이 있습니다.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 수신거부는 공정위, 금융권 홍보 전화거부는 은행연합회 두낫콜에서 등록하면 됩니다. 신청 후 반영까지 공정위 두낫콜은 30일, 금융권 두낫콜은 2주가량 소요됩니다. 공정위 두낫콜은 일반 사업자 광고 전화는 차단하지만 스팸문자 메시지는 차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별도 스팸 메시지 차단 서비스를 등록해야 합니다. 완벽한 스팸 차단을 원한다면 두 사이트 모두에서 수신 거부 서비스 신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팸 차단 등록을 하면 알뜰폰도 보다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24.03.14 15:35

  • [팩플] 배민, 외식업주·라이더 파트너 위해 2000억원 투자

    [팩플] 배민, 외식업주·라이더 파트너 위해 2000억원 투자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00억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외식업주 경영 지원, 배달기사(라이더) 안전 강화 등에 대규모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13일 오전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에서 ‘지속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  무슨 일이야    우아한형제들은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이 같은 상생 방안이 담긴 ‘지속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발표했다. 외식업주들이 플랫폼과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과 라이더의 안전 강화 방안, 친환경 배달 문화 확산 방안 등이 담겼다.     ━  이게 왜 중요해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 온라인 서비스 거래액은 26조4326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2조7325억원) 이후 7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식업주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문제, 배달 기사 처우 문제 등이 불거진 것. 우아한형제들이 2022년 4200억 원대 흑자 낸 것을 두고 외식업주들과 소비자 부담이 증가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이 구체적인 투자 규모까지 설정해 상생 방안을 내놓은 건 이런 갈등 요소을 사회 환원 형태로 풀겠다는 의미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 화면. 우아한형제들    ━  배민의 약속은   ◦외식업주 고민 함께 풀고: 우아한형제들은 각종 수수료 부담이 큰 외식업주들을 위해 가게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전문적인 운영 교육을 실시하고 매출 상승을 견인할 각종 데이터 및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먼저 무료 장사 교육 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를 더욱 확대한다. 이곳에선 레시피, 메뉴 개발, 재료 관리부터 손익 관리와 상권 분석까지 장사와 관련한 전 분야 교육이 이뤄진다. ‘배민외식업광장’을 통해선 외식업 관련 데이터와 노무·세무·법률 관련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남에 ‘라이더스쿨’ 연다: 라이더 안전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경기도 하남시에 배달 서비스 전문 교육 기관인 ‘배민라이더스쿨’을 열기로 했다. ‘배민라이더스쿨’은 2021년 고양시에서 처음 개장한 뒤 2022년 남양주시로 확대 이전했다. 하남시에선 교육장을 늘리는 등 교육 인프라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라이더들의 이륜차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사들과 협업해 시간제 보험 혜택도 늘린다. 시간제 보험은 라이더들의 운행 시간만큼 보험료를 지불해 부담이 내려간다.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친환경 배달 문화를 조성해 2032년까지 자체 발생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2년 대비 50% 감축할 계획도 내놨다. 전기 이륜차 등 친환경 배달 수단으로 전환하고, 다회용기 사용 등 지속 가능 포장재 사용을 늘린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14년간 배달산업과 함께 성장해온 회사인 만큼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계획들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3.13 17:29

  • 동남아 철벽수비 뚫었다, 그랩을 뒤흔든 ‘원조’ 타다

    동남아 철벽수비 뚫었다, 그랩을 뒤흔든 ‘원조’ 타다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동남아 철벽수비 뚫은 K모빌리티 개척자 우경식 엠블 대표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은 지역 맹주들의 격전장이다. 운송부터 금융까지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그랩(시가총액 16조원)과 고젝(시총 7조원)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클 만큼 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법한데 이 시장에서 뾰족하게 크고 있는 한국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스타트업 엠블이 운영하는 ‘타다(TADA)’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소유한 한국 타다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회사·서비스다. 현재 싱가포르·캄보디아·베트남에서 기사 25만 명을 확보했으며 누적 이용자 수는 250만 명 이상. 핵심 시장인 싱가포르 이용자는 200만 명으로 그랩에 이어 2위 사업자다.     엠블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우경식(44) 대표가 2012년 설립(당시 사명은 이지식스)한 스타트업이다. 위치기반 만남 앱 등 여러 사업 아이템을 시도한 끝에 2018년 7월 싱가포르에 라이드 헤일링(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선보였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341억원. 신한은행·SV인베스트먼트·트라이브벤처스 등이 주요 투자자다. 엠블은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동남아에서 지역 강자들의 단단한 방어벽을 어떻게 뚫고 살아남았을까. 우경식 대표를 지난 1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후 추가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 대표는 “그랩과 고젝과는 다른 우리만의 방법이 통했고, 그 방법을 꾸준히 지켰더니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 💬목차 「 1. 박리다매, 모빌리티에서도 통한다 2. 차량 생산부터 데이터까지 3. 생존의 비결은 ‘약속 지키기’ 4. 엠블의 미래는 」  오혜정 디자이너  ━  1. 박리다매, 모빌리티에서도 통한다   그랩과 고젝 사이 시장을 뚫기 위해 엠블이 선택한 전략은 ‘박리다매’였다. 수수료를 경쟁사에 비해 낮춘 ‘제로 커미션(수수료)’ 정책이다.   제로 커미션 정책은 뭔가. 그랩과 고젝은 기사로부터 20~30%의 수수료와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는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사용료만 받고 운행 요금에 따른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사용료는 싱가포르 기준 운행 한 번당 60싱가포르센트(약 600원)정도다. 운행 수수료가 없으니 기사 부담도 적다.   이미 그랩과 고젝이 시장을 선점했는데. 팬데믹이 기회가 됐다. 원래 그랩은 일정 수준 이상 운행 횟수를 채우면 수수료 일부를 인센티브로 기사에게 돌려줬다. 그런데 팬데믹이 오면서 기사들이 운행 횟수를 채우기 어려워졌다. 인센티브는 없고 수수료는 비싼 상황이 되자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기사 수가 많아지자 차량 호출하기가 더 편해졌고 승객 수가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기사가 늘었지만 제로 커미션 정책은 계속 유지했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성장했고, 자체 생존이 가능한 이용자 규모를 확보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도 이뤘다. 거점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기준으로 2023년 거래액(GMV) 5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90억원에서 3년 새 약 55배가 됐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엠블이 운영하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TADA)'. 사진 엠블   수익은 어디서 내나. 소프트웨어 사용료와 승객 이용료가 전부다. 기존 플랫폼들은 많은 수수료를 받지만 별개로 충성도 유지 비용도 많이 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수수료를 기사에게 돌려주는 인센티브 정책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그런 불필요한 비용을 쓰지 않았다. 빠르게 성장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 재무적으로 탄탄한 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왜 한국이 아닌 동남아 시장인가. 우리같이 작은 스타트업에는 해결해야 할 명확한 문제가 있고, 그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이 정책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시장이 낫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새로운 모델이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 중심이며, 이용자인 택시 기사들은 시장 상황에 큰 불만이 없었다. 기존 택시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키우려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써야만 했다. 새로운 방식을 쓰려는 사업자도 등장했지만 형사 기소까지 당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우버와 그랩의 합병으로 독점 폐해가 심해진 동남아를 선택했다. 이 지역은 정책적으로 라이드 헤일링(택시 외 일반 차량도 포함)을 수용하고 장려했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동남아 시장도 규제가 없지는 않았을 텐데. 한국 시장은 택시 시장이 워낙 고착화돼 있어 규제를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 동남아는 택시 시장이 형성되는 중에 라이드 헤일링 시장이 같이 커졌다. 싱가포르는 라이선스가 두 개가 있는데 택시 기사와 프라이빗 하이어(private hire)다. 이 프라이빗 하이어 기사들은 일반 차량을 가지고 라이드 헤일링에 참여할 수 있는 대신 길거리 손님을 태울 수는 없다. 한국보다 좀 더 합리적인 규제가 자리 잡았다. 타다 앱. 사진 엠블   어느 정도 규모인가. 싱가포르·캄보디아·베트남을 합쳐서 확보한 기사 수가 25만 명 이상이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25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주요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2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 자료로는 싱가포르에서 고젝을 넘고 시장점유율 2위 사업자가 됐다. 지난달 태국에도 진출하면서 진출 국가 수에서 확실히 고젝을 넘었다. 고젝은 인도네시아·싱가포르·베트남 3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우리는 4개국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타다(TADA)와 이름이 같다.   엠블의 타다 출시가 2018년 7월이다. 서비스명을 고민하다 부르기 쉽고, 한국어·영어·일본어에서 같은 발음, 다른 의미로 불려지는 타다를 찾았다. ‘짜잔’ 하면서 등장한다는 의미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한국어로도 타다는 이동을 의미하는 동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계획한 서비스와 가장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타다(출시일 2018년 10월)는 우리 서비스명을 알고도 같은 이름으로 서비스를 출시한 걸로 알고 있다. 그때 우리 생각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사람들은 우리를 타다로 기억할 것이다’였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김주원 기자    ━  2. 차량 제조부터 블록체인까지   엠블은 2022년부터 차량 제조 사업에도 진출했다. 전기삼륜차·오토바이 생산 사업인 ‘어니언’이다. 충전소와 같은 관련 인프라도 같이 만든다. 전기삼륜차 누적 생산대수는 700대다.   어니언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 이유였다. 차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싶었는데, 앱으로 모으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조업체에서 데이터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꼭 필요한 차량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생산이 필요했다. 마침 전략적 투자사들 중 ‘센트랄’이라는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가 있어 협업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기존 타다 서비스와 시너지를 생각했다. 기사들이 저렴한 전기 툭툭이(삼륜차)로 운행한다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다.   엠블이 운영하는 전기차 생산 및 인프라 사업 '어니언'. 사진 엠블 어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나. 배터리, 차량 주행 성능, 이동·주행 패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차량 운행에 필요한 데이터는 다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중요하게 보는 데이터는 배터리 데이터다. 배터리 데이터는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들조차도 소모량이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가 별로 없다. 이런 데이터들을 모아 별도 비즈니스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   블록체인 사업도 하는데. 직접 ICO(가상자산공개)를 한 코인 ‘엠블’이 있다. 기사들을 위한 보상이나 차량 데이터에 신뢰성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쓴다. 타다를 이용하면 기사·이용자를 위한 크레딧이 쌓이는데, 이를 엠블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차량 데이터는 위·변조가 되지 않았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블록체인에 이 데이터를 저장하게 되면 조작할 수가 없다. 앞으로는 NFT(대체불가능토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일본에 있는 사람이 싱가포르에 있는 전기삼륜차를 산다고 하자. 이 차에 대한 소유권을 NFT로 증명할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차량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다. 타다·어니언에서 엠블코인까지 하나의 생태계에 있다.    ━  3. 생존 비결은 ‘약속 지키기’   엠블의 전신은 2012년에 설립된 이지식스다. 우경식 대표를 중심으로 서울대 개발동아리 멤버들이 함께 창업했다.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도전해보다 동남아에서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보고 피봇(사업 전환)해 엠블로 자리잡았다. 김주원 기자   많은 스타트업이 자금난을 호소한다.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첫 번째는 제로 커미션이라는 약속을 정말 끝까지 지킨 점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약속을 지켜 기사들의 신뢰를 얻었다. 두 번째로는 헛돈을 쓰지 않았다. 정말 써야 할 때만 돈을 썼다. 불특정 다수에게 효과도 알 수 없는 쿠폰을 뿌리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시기에 맞춰서 썼다. 총알을 함부로 낭비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것에만 돈을 썼고, 영속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장하려고 했다.   동남아에서 사업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창업자를 포함해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동남아에 살아야 한다. 여러 한국 스타트업도 그렇지만, 심지어 중견 기업들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지 환경은 글이나 자료로는 충분히 알기 어렵다. 더구나 스타트업은 기존에 존재하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멀리서 간접적 정보를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사업을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나와 관련 핵심 인력들이 현지에서 생활하고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지 책임자도 중용한다. 진정한 다국적 조직을 처음부터 시도하고 운영하고 있다. 운영 과정에서도 시장과 부득이하게 떨어져 있는 관련 인력들은 수시로 현지 출장과 해외 오피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간극을 줄이려 한다.      ━  4. 엠블의 미래는   1등인 그랩은 언제 따라잡나. 일단 우리 목표는 2등 유지다. 1등을 넘어서지 않겠다는 안일함이 아니라 거센 풍랑을 피하겠다는 의미다. 큰 배가 앞서 항해하면 그 뒤를 따라가는 배는 상대적으로 바람의 방해를 덜 받는다. 큰 배가 앞서 맞는 바람(규제 등)은 피하면서 1위 사업자가 잘하고 있는 것, 노하우 등을 배우고 싶다.   신규 진출 국가는. 일본·홍콩 정도를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 발을 넓혀가고 있다. 홍콩은 우버가 독점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와 비슷하게 우리가 틈새를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블록체인 파이낸스 상품을 고려하고 있다. 아까 말한 NFT를 활용한 금융 상품이다.   한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기업이 되면서 주요 플레이어인 택시기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한국 진출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장 진출 방식으로는 주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생각 중이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주요 한국 모빌리티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빌리티는 단순한 사업 대상이 아닌, 다양한 참여자들이 얽히고설키는 하나의 에코 시스템(생태계)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로 커미션’ 라이드 헤일링을 시도하고, 동남아 운전자와 승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블록체인을 통한 혁신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존 사업을 잘하면서 시대와 기술 발전에 맞는 새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짧게는 자율 주행, 길게는 우주도 우리에게 불가능한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4.03.13 15:41

  • 김대리 1:1 미팅때 무슨 말 하지? 퇴사 막는 '팀장님의 무기' [팩플오리지널]

    김대리 1:1 미팅때 무슨 말 하지? 퇴사 막는 '팀장님의 무기' [팩플오리지널]

    스타트업·IT기업에 HR(인사)은 만사다. 사람과 아이디어가 핵심 기술 역량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고, 떠나보내는 순환주기 속에서 스타트업은 숱한 실험을 거듭하고, 최적의 방식으로 생존하려 한다. 이들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HR정책은 대기업으로 확산한다. 앞으로 올 미래의 ‘미리보기’인 셈이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미래 혁신 기술 산업과 비즈니스의 미래를 조망하고 있는 팩플 오리지널(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2)이 IT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바꾸고 있는 HR 트렌드와 기업문화를 집중 분석했다. 몸값이 치솟던 시기부터, 투자 혹한기로 몸집을 줄이고 있는 현재까지 스타트업의 고민이 만들어 낸 치열한 변화들, 생존비결을 소개한다.    ━  ①리빌딩   오혜정 디자이너 투자 혹한기, 수많은 스타트업이 폐업하거나 몸집을 줄였다. 여기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았지만, 바닥을 찍고 반등하거나 버텨낸 기업들이 있다. 이 기업들의 생존기는 위기를 겪고 있거나, 겪을 기업들에 훌륭한 참고서다. 바닥을 찍고 반전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로톡 운영사), 클래스101, 왓챠, 정육각이 피할 수 없던 리빌딩 준비와 실행 과정, 그 시간을 버틴 비결과 아쉬운 점에 대해 답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를 미리 대비하는 법에 대한 전문가 조언도 함께 담았다.   ‘경영진 직접 직원 찾아갔다, 이 기업이 칼바람 이겨낸 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137     ━  ②성과관리   한호정 디자이너 어떻게 직원들을 업무에 몰입하게 하고 성과를 이끌어낼 것인가. HR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레몬베이스는 IT기술을 통해 직원들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성과를 관리하고, 직원들을 피드백하며, 기업들이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돕는다. 효과적인 성과관리를 하고 싶은 기업 관계자, ‘조용한 사직’을 원하는 MZ세대 팀원과 면담·피드백을 더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레몬베이스 창업자 권민석 대표 인터뷰를 권한다.   김대리 면담 때 이런 말 했다, 퇴사 막는 ‘팀장님의 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6303       ━  ③보상     한호정 디자이너 당장 가진 건 없어도 미래를 팔 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스톡옵션이란 ‘당근’으로 인재를 빨아들였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빠지고, IPO(기업공개)가 미뤄지면서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된 사례가 늘었다. 불황은 어떻게 보상의 공식을 바꾸고 있을까. 회사는 어떻게 보상하고, 직원은 어떻게 보상받길 원할까. 스톡옵션 말고도 빅테크식 보상인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가 뜬다는데, 또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보상 문제로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함께 담았다.     스톡옵션 약발 다 떨어지자… 스타트업이 꺼낸 ‘칭찬 스티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7981     ━  ④트렌드   한호정 디자이너 뛰어난 개발자가 있는 IT기업은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거듭난다. 최근 IT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건너온 직무 ‘데브렐(DevRel)’에 주목하고 있다. 개발자가 업무에 몰입하고 성과를 내고, 즐겁게 일하도록 돕는 게 데브렐의 주요 업무다. 네카라배토(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배달의민족·토스)는 데브렐팀을 왜 만들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데브렐의 세계와, 데브렐은 누가 되는 건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개발자 ‘일잘러’ 만들 통역사…요즘 뜨는 데브렐, 넌 누구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103#home     ■ 팩플 오리지널 시리즈는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영진 직접 직원 찾아갔다, 이 기업이 칼바람 이겨낸 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137   “김대리 면담 때 이런 말 했다, 퇴사 막는 ‘팀장님의 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6303   스톡옵션 약발 다 떨어지자… 스타트업이 꺼낸 ‘칭찬 스티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7981   개발자 ‘일잘러’ 만들 통역사…요즘 뜨는 데브렐, 넌 누구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103 」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3.12 21:00

  • '반대 0' 카카오 이사회 물갈이…투자‧빅데이터 전문가 영입 [팩플]

    '반대 0' 카카오 이사회 물갈이…투자‧빅데이터 전문가 영입 [팩플]

    회사 체질을 전면 개편 중인 카카오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새 이사진 명단을 공개했다. 사내이사에 각각 법조계와 언론계 출신 대외 리스크 담당 임원을 발탁했고, 사외이사로는 투자와 빅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3월 28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뉴스1   카카오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통해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를 포함해 사내·사외이사 5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사내이사는 정 내정자와 언론인 출신인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 검사 출신인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후보로 추천됐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과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함 사장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 출신이고, 차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  이게 왜 중요해   각종 악재를 딛고 새 출발 하려는 카카오의 목표가 이사진 명단에 반영됐다. 외부 리스크 관리 담당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힘을 실어주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12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숫자를 줄인 뒤, AI 기반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중 함춘승 사장은 향후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 사업 분석과 재무적 조언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추천 사유로 “투자,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 카카오의 신규 사업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검토, 대응할 수 있도록 조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차 교수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진 개편을 계기로 그간 유명무실했던 이사회 역할이 내실 있게 바뀔지 관심이다.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카카오 이사회의 경우 최근 5년간(2019~2023년) 모든 안건에 대해 단 한 번의 반대표도 없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신사업 진출로 인한 역풍, SM엔터 인수전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 등 위기가 커질 때까지 닥쳐올 때까지 이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본사 건물). 뉴스1   조명현(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은 구조적으로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긴 어렵긴 하다”며 “그래도 위법 행위나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새 이사진은 28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임기는 2년이다. 정신아 내정자가 이끄는 카카오가 공식 출범하는 것이다. 7명이었던 기존 이사진 중 홍은택 대표는 임기 만료, SM엔터 인수 건으로 재판을 받는 배재현 CA협의체 투자총괄은 자진 사임했다. 신선경 사외이사도 자진 사임했다.    카카오가 신설하는 ‘AI 전담’ 조직의 수장이 누가 될지도 중요하다. 당초 황유지 전 다음 CIC 대표가 유력했으나, 외부 전문가와 막판 경합 중이라고 한다. 네이버 등 경쟁사보다 AI 개발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관련기사 브라더 가니, 브라더 꽂았다…카카오 흔든 ‘김범수와 친구들’ 회사 안 나오던 김범수 변했다…카카오 주7일 출근뒤 생긴 일 김범수의 살 길, 글로벌… 카카오 가능하겠어?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2024.03.12 16:40

  • K패션이 중국에 도둑맞았다…‘알테쉬’ 반격 나선 동대문

    K패션이 중국에 도둑맞았다…‘알테쉬’ 반격 나선 동대문 유료 전용

    Today’s Topic광저우산 옷이 쏟아진다‘알테쉬’ 맞서는 동대문 커머스   팬데믹 이후 K패션의 성지 동대문은 절반으로 쪼개졌다. 오프라인 동대문 상권은 무너지고, 온라인 동대문 커머스(상거래)는 성장했다. K패션의 디지털화, 글로벌화를 이끈 ‘브에지’(브랜디·에이블리·지그재그, 가나다순)가 대표적. 가성비 옷을 당일 배송하는 혁신으로 1020 여성들의 마음을 쏙 가져갔다.   그런데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게 나타났다. 패스트패션으로 북미에서 아마존을 무릎꿇린 ‘알테쉬’(알리·테무·쉬인)가 한국 시장도 공습 중.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5000원 원피스, 1만원 재킷을 일주일이면 한국에서 입을 수 있다. 불황과 고물가에 시달리던 한국 소비자들은 일단 대환영하는 분위기. 동대문 기반 한국의 패션 산업, 일명 ‘동대문 커머스’는 중국의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광저우 커머스’를 이길 수 있을까.     ■ 💬 목차 「 1. 광저우 패션의 공습 2. 동대문 커머스, 두 번째 위기 3. 3대 동대문 커머스의 머릿속 4. 솟아날 구멍 있다 생존 비법은 5. 패션 커머스의 미래는 」    오혜정 디자이너  ━  1. 광저우 커머스의 공습   지난 7일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 2층은 텅 비어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멈춘 지 오래. 한때 상인·쇼핑객으로 가득 찼던 동대문 쇼핑몰은 공실만 늘어나는 중이다. K패션의 중심지, 동대문은 팬데믹 충격 이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대세는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바다 건너 광저우 커머스까지 덮쳐오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동대문 굿모닝시티의 2층 매장이 텅 비어 있다. 김남영 기자   ◦ 알테쉬, 패션도 잘해요: 알리와 테무가 생활용품과 전자기기만 다룬다고 생각하면 오산. 알리는 패션 전문관 ‘에이패션(A.Fashion)’을 지난해 3월 선보였다. 국내 유명 유튜버들과 협업하고, 국내 셀러(판매자)들도 적극적으로 입점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패션 분야 전문인력 채용도 늘렸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PDD홀딩스)가 만든 테무 역시 여성 의류부터 아동복, 남성복, 액세서리, 가방까지 패션잡화와 의류를 저가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MZ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쉬인도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파는 저가 의류는 중국의 동대문으로 불리는 광저우와 항저우 공장에서 생산된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패션 전문관 '에이패션'. 알리 캡처   ◦ 중국 직구 1등, 패션: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직구하는 품목은 패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직구 품목별 거래액(GMV) 비중 1위는 의류 및 패션(56%)이었다. 가전‧전자‧통신(9%), 생활‧자동차용품(8%), 화장품(5%) 등이 뒤를 이었다. 성장세는 더 놀랍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의류 및 패션 직구 GMV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성장했다.   신재민 기자   ■ 👚 이게 쇼핑이야 SNS야? 디스커버리 쇼핑이란 「 디스커버리 쇼핑이란 알테쉬의 핵심 전략. SNS 피드를 스크롤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쇼핑에 적용한 것이다. 전통적인 쇼핑앱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이용자가 새로운 제품을 발견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 개인화된 추천: 앱 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 구매 이력, 검색 이력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제품을 추천한다. 이로 인해 이용자는 맞춤화된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다. ◦ 검색이 아닌 탐색: 이용자는 특정 제품을 목적으로 검색하기보단 다양한 제품을 탐색하며 쇼핑하게 된다. 쇼핑이 놀이처럼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것. 」     ━  2. 동대문 커머스, 두 번째 위기   광저우산 의류 공습이 한두 해 된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광저우 커머스 공습이 남다른 이유는 생산만 하던 이들이 이젠 플랫폼까지 만들어 전면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알리·테무·쉬인의 총 사용자 수는 약 1500만 명에 달한다. 온라인 전환 위기 속에 살아남은 동대문 커머스가 또다시 위기다.   ◦ 동대문 사입 스타트업의 파산: 올해 초 링크샵스의 파산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상품의 사입(소비자에게 팔 물건을 도매로 구입)‧배송뿐 아니라 고객서비스(CS), 주문관리까지 풀 패키지로 제공하던 패션 스타트업. 알토스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등에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으며 차기 유니콘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상 문제도 있으나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입으로 시장 상황이 나빠진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 쿠팡에 치이고: 쿠팡은 기존 패션 셀러뿐 아니라 2020년부터 베이스알파에센셜, 캐럿 등 자체 브랜드(PB) 패션을 구축해 패션 커머스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중소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면 쿠팡 자체 브랜드 ‘CPLB(Coupang Private Label Brands)’가 디자인·유통 등을 담당한다.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8월, 쿠팡은 PB 패션 이용자가 출시 3년 만에 334% 증가했다고 밝혔다.   ◦ 패션 힘주는 네이버: 네이버 쇼핑에서도 패션은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난해 9월 기준 네이버 쇼핑의 창업 카테고리를 보면 전 연령대에서 패션의류·잡화는 5위 안에 든다. 커머스 강화를 위해 2022년 미국 패션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기도. 쿠팡과 커머스 패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광저우 커머스까지 들어오면서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에이블리 양측 모두 부인했지만, 올 초 네이버의 에이블리 인수설이 나오게 된 것도 결국 커머스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네이버의 움직임 때문이다. 신재민 기자    ━  3. 동대문 커머스 3대장의 머릿속   “현재까지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에 광저우 커머스 콘텐트가 많이 노출되고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브랜디 관계자)  동대문 커머스들은 광저우 커머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 광저우 커머스의 초저가·물량 공세에 소비자들이 놀이처럼 직구를 즐기기 시작한 현 상황이 반가울리 없다.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디·에이블리·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에 광저우 커머스의 침공에 대한 생각 물어보니.   ◦ 가격은 광저우: 가격에서는 승산이 없다. 광저우 커머스의 무기는 저렴한 인건비와 대량생산으로 확 줄인 고정비 지출 비용. 공장 직거래 방식을 통해 유통 마진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광저우의 이런 초저가 물량공세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서는 테무·쉬인 등의 초저가가 노동자들 강제 노역으로 가능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한 거대자본 투입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문제. 에이블리 관계자는 “현재 광저우 커머스들이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쏟아부으며 이용자 수를 늘려나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능할 모델일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 품질은 동대문: 아직까지 품질에선 동대문이 광저우보다 우위에 있다. 업계에선 이 점이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에게 통할 것이라 본다. 브랜디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해외 소비자들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몇 번 호기심으로 광저우산 의류를 살 순 있겠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거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패션 카테고리는 디자인과 소재가 비슷한 제품이 많아 사진만으로는 같은 제품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는 동대문이 한 수 위다”고 말했다.   ◦ CS도 동대문: 패션은 다른 상품군에 비해 소비자들의 교환·반품 요구 비율이 높은 카테고리. “받아보니 기대했던 그 옷이 아니네?”라는 반응이 많다. 그만큼 고객 서비스(CS) 관리가 중요하고, 이 부분은 광저우 커머스의 가장 약한 고리다. 동대문 이커머스들이 CS에 각별히 신경 쓰는 이유다. 지그재그는 플랫폼 내 고객들의 구매 이력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CS를 고도화하고 있다. 품질과 CS는 재구매율로 직결된다. 품질에 대한 실망은 CS 요구로 이어지고, CS가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재구매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이커머스는 가격 경쟁이 아닌, 고도화된 품질관리와 고객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팔겠다는 전략이다.   신재민 기자  ━  4. 솟아날 구멍 있다, 생존 비법은   ◦ 피곤함을 잡거나: 온라인상 수많은 의류잡화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상품 찾기가 피곤한 이용자들에게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상품을 보여준다면? 초저가보다는 최적화, 퀸잇(라포랩스)과 댄블(테일러타운)이 대표적 사례다. 4050 중년여성을 타깃으로 한 퀸잇은 4050 여성 체형에 최적화된 상품과 4050이 선호하는 브랜드 상품을 모았다. 모바일 경험에 익숙지 않은 중년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회원 가입도 쉽게 바꿨다. 3050 남성 패션 이커머스 댄블은 물세탁이 가능하고 구김 없는 링클프리, 신축성 있는 밴딩 제품 등 타깃이 선호하는 실용성 높은 의류로 차별화하고 있다. 사이즈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가 많아 회원 가입 시 키·몸무게 등을 입력하면 상품마다 자동으로 사이즈를 골라주는 ‘알아서 골라주세요’ 옵션도 있다. 김희수 테일러타운 대표는 “최저가 싸움에 뛰어들기보다는 타깃에 맞춰 상품을 차별화하고 있다. 회원들의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3050 남성 패션 이커머스 댄블의 '알아서 골라주세요' 옵션. 사진 댄블 캡처 ◦ 중국발 파도에 올라타거나: 파도를 피할 수 없으면 올라타는 것도 방법. 기업간거래(B2B) 사입 플랫폼 ‘어이사마켓’을 운영하는 어이사컴퍼니는 중국 광저우 등에서 생산되는 30만 개 이상의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매상들이 저렴한 중국산 의류를 바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 브랜디 역시 해외직구 카테고리를 출시, 중국 광저우 기반 쇼핑 플랫폼 ‘VVIC닷컴’의 상품을 해외직구 카테고리에서 판매하고 있다. 알테쉬보다 검증된 제품을 파는 게 차별점.   ◦ 콘텐트와 커뮤니티를 입혀라: 패션 커머스라고 해서 옷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플랫폼 자체 제작 콘텐트와 이용자 커뮤니티 기능을 입혀 체류시간을 늘리고, 매출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 에이블리는 2021년부터 트렌드와 인기 상품 등을 소개하는 ‘매거진’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콘텐트들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콘텐트의 경우 발행 이후 주간 거래액이 전주 대비 평균 154%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지그재그는 유저 커뮤니티인 ‘톡 라운지’, 판매자와 고객 간 실시간 소통 창구 ‘지그재그 스토리’,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에픽(é pick)’ 등 플랫폼 내 커뮤니티 기능에 공들인다. APR이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널디’는 브랜드 및 인플루언서, 캐릭터 등과의 협업을 통해 특색 있는 패션 지식재산(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3인이 의류 브랜드 '샵사이다' 브랜드 상품을 소개한 '탑 아이돌 코디 손민수하기' 에이블리 매거진 콘텐트는 발행 후 거래액이 전주 대비 4.5배 증가했다. 사진 에이블리 캡처    ━  5. 패션 커머스의 미래는    ◦ 인기 셀러 유치 경쟁 심해진다: 동대문 커머스는 한국 셀러, 광저우 커머스는 중국 셀러? 앞으로는 섞인다. 우수 품질 의류를 제공하는 셀러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영입하려는 커머스들의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우수한 상품력을 갖춘 셀러를 유치하는 것이 차별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 AI, 커머스에서도 중요: 인공지능(AI) 활용도 커머스에서 빠질 수 없는 전략. 브랜디 관계자는 “앱에 쌓이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쉬인은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한다.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는 LMM(거대언어모델) 개발자도 채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규제가 약한 중국의 특성상 AI 기능 고도화는 광저우 커머스가 더 유리할지 모른다는 업계의 시각도.   ◦ 중국 간 우리집 주소, 괜찮을까: 광저우 커머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개인정보 문제. 우리집 현관 앞으로 알테쉬의 택배가 온다는 것은 곧 우리집 주소가 그들 서버에 저장된다는 것.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알테쉬의 개인정보 처리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 도둑맞는 K패션: 국내 생산자가 잘 디자인한 의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중국 셀러가 그대로 베끼는 일이 부지기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자체 쇼핑몰 ‘유라타임’을 운영하는 김민석 대표는 “한국 제품이 나오면 6개월 뒤에 알리에 올라온다”며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품질 차이가 큰 제품을 반값에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연한 저작권 침해지만, 중국 기업이다 보니 항의할 방법도 마땅찮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기관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 단순 구매대행 없어진다: 알테쉬가 직접 한국에 들어오면서 중국 의류를 구매대행만 하던 판매자들은 비상.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 구매대행 정도만 하던 온라인 판매자들은 이번에 상당히 많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이 틈바구니 속에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판매자들이 살아남고, 그렇게 국내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11 16:09

  • [팩플] 머스크의 X, 유튜브와 본격 경쟁 “스마트TV용 앱 곧 출시”

    [팩플] 머스크의 X, 유튜브와 본격 경쟁 “스마트TV용 앱 곧 출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 경제 매체 포춘은 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유튜브와 경쟁할 목적으로 삼성과 아마존의 스마트TV 이용자들을 위한 앱을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에 “X의 긴 동영상을 스마트TV에서 볼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이냐”고 묻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곧 온다(coming soon)”고 짧게 답하며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 AFP=연합뉴스    ━  이게 무슨 의미야   머스크가 X를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이유는 X의 광고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한 이후 광고 수익이 50% 이상 감소했기 때문에 (스마트TV용 앱 출시는) 마케터·광고주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X의) 광고 매출이 약 25억 달러(3조3000억원)로 회사의 목표인 30억 달러(3조9600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X는 2022년 머스크의 인수 이후 경영 상태가 계속 악화돼 왔다. 일일 이용자 수(DAU)는 다른 경쟁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모두 상승할 동안 홀로 16% 감소했다. 올해 초 피델리티는 X의 기업가치가 인수 전 대비 72% 폭락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머스크는 그동안 X의 핵심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트 육성을 꼽아왔다. 그러면서 CNN 앵커 출신의 돈 레몬, 터커 칼슨 전 폭스 해설자,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최대 경쟁자로 구글의 유튜브를 지목했다. 아울러 X는 지난 1월 ‘동영상 우선 플랫폼’을 선언하며 틱톡의 전면 화면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트위터 본사에 비친 X자 조명. 일론 머스크 X 캡처.    ━  삼성 스마트TV에서 X 영상을     포춘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X가 아마존과 삼성 스마트TV용 앱을 다음주 출시할 계획”이라며 “머스크의 목표는 사용자들이 더 큰 화면에서 긴 비디오를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앱은 유튜브의 TV 앱과 비슷하다”며 “동영상 스트리밍에 대한 머스크의 비전은 미디어 유명인사, 인플루언서, 그리고 온라인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와 틱톡 등이 이미 스마트TV와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시장으로 진출한 가운데 X의 뒤늦은 도전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소셜미디어 산업 전문가인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X는 성장하는 FAST TV 시장을 놓칠 수 없어 동영상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지만 유튜브, 틱톡 콘텐트와 차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X에는 엔터테이너 보다 시장 분석, 정치 전문가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유튜브에서 활동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X, 앞으로는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수익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X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캐시카우(현금창출) 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X를 메시지에서 P2P 결제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 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소유인 AI 기업 xAI가 출시한 챗봇 서비스인 그록(Grok)을 X와 결합했다.    지난 1월에는 X 유료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음성·영상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당시 머스크는 “전화번호를 없앤 뒤 X로만 통화하게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X에 주식과 암호화폐 등 금융 서비스와 스포츠, 쇼핑 서비스 등을 탑재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4.03.10 17:43

  • [팩플] 오픈AI 이사회 복귀한 샘 올트먼…새 이사회, 과제는?

    [팩플] 오픈AI 이사회 복귀한 샘 올트먼…새 이사회, 과제는?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이사회 멤버로 복귀한다. 지난해 11월 ‘올트먼 축출 사건’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오픈AI 내 올트먼의 입지는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올트먼의 이사회 복귀를 알리며 “올트먼이 CEO에서 해임될 정도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축출 사건’은 “올트먼과 이전 이사회 간 관계 파탄과 신뢰 상실의 결과였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결정은 축출 사건 이후 사건의 전말을 광범위하게 조사해온 미국 로펌 월머헤일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올트먼은 이사회와 갈등을 빚다 CEO에서 기습 해고됐다. 이사회에서도 쫓겨났다. 하지만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투자자·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5일 만에 CEO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이사회와 올트먼은 축출 과정과 올트먼의 행위 등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합의했고, 월머헤일에 조사를 맡겼다. 월머헤일은 사건의 전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전 이사회의 결정이 제품 안전이나 보안, 개발 속도, 재정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올트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일이 끝나서 기쁘다”며 “전 이사회와 충돌을 더 잘 신중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이번 일을 계기로 올트먼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오픈AI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AI인 AGI(인간 수준의 인식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혀왔다. 이를 두고 올트먼은 AI에 대한 개발 속도를, 반대파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실권을 다시 장악한 만큼 오픈AI의 향후 방향은 ‘성장’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 올트먼은 AI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최대 7조달러(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오픈AI는 올트먼의 이사회 복귀와 함께 새롭게 합류한 3명의 이사진도 소개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CEO를 지낸 수 데스몬드 헬만, 소니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지낸 니콜 셀리그먼, 농작물 배송 서비스 업체 인스타카트 CEO 피디 시모 등 여성 이사 3명이 합류했다. 축출 사태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전 오픈AI 수석 과학자 등 이전 이사회 구성원이 물러난 후 이사진 대부분이 남성으로 교체돼 ‘성별 다양성’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멤버는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이전 이사회 멤버 중 잔류한 애덤 디엔젤로 쿼라 CEO와 축출 사건 직후 합류한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을 포함해서다. 여기에 올트먼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회사인 와이컴비네이터 CEO 개리 탄도 이사회 멤버로 거론되고 있다. 올트먼은 오픈AI CEO를 맡기 전 와이컴비네이터 CEO로 활동했다.   오픈AI 로고가 보이는 스마트폰 화면. AP=연합뉴스    ━  앞으로 과제는   올트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오픈AI의 의사 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전 이사회 멤버인 헬렌 토너와 타샤 맥컬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새 이사회가 오픈AI를 관리하고 사명에 대한 책임을 지는 데 있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속임수·조작 등 철저한 감독에 대한 저항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올트먼의 이사회 복귀와 함께 기업의 새로운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채택하고, 모든 직원과 계약 업체를 위한 익명의 내부 고발자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경영 개선 방안도 발표했다.   정부 규제와 각종 소송 문제도 풀어야 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축출 사건 당시 올트먼이 투자자들을 오도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오픈AI에 초창기 자금을 지원하고 이사회 공동 의장을 역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제기한 소송과 뉴욕타임스 등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3.10 16:39

  • [팩플] 신사업 접고, AI는 뒤쳐진 애플…솟아날 구멍은?

    [팩플] 신사업 접고, AI는 뒤쳐진 애플…솟아날 구멍은?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신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신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차 사업은 최근 접었고, 지난달부터 판매한 공간컴퓨팅 기기 ‘비전프로’는 성능에 실망한 이들의 환불사태를 겪고 있다. IT업계 미래로 떠오른 생성 AI 서비스는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7일(현지시간) 기준 애플 주가는 169달러로, 올해 1월 2일(185.64달러) 대비 9% 하락했다.    ━  신사업 어려운 이유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간 애플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영역을 명확히 설정해 연구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다. 예컨대, 애플의 주력 제품인 맥북,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은 모두 휴대용 IT기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제품군 가짓수를 줄이고 중앙처리장치(CPU) 등 핵심부품을 공유해 제조원가를 절감했다. 그러나, 최근 공력을 집중했던 애플카와 비전프로 등은 공통점이 없고, 필요한 기술 분야가 다양해 시너지를 만들기 힘든 사업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새롭게 집중할 시장을 명확히 정했던 반면,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신사업 선정을 제대로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라며 “자율주행차·공간컴퓨팅의 핵심역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기술적 우위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AI 사업 더딘 이유   애플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포함한 생성AI 기술 연구 성과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아이폰이나 맥북 등 자사 기기에 AI를 적용하는 것에 몰두해왔다. 애플의 운영체제(OS) 내에 사진 파일을 AI로 인식해 자동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술이나, 채팅하면 추천하는 단어를 AI가 자동으로 완성하는 기술 등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의 AI 기술은 배경에서 작동(works in the background)하기 때문에, 경쟁사처럼 나서서 이를 어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자사 기기 간 연동을 강화하고, 경쟁사 기기를 배제하는 폐쇄적 생태계 운영이 AI 사업 발전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홍인기 경희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AI는 열려있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폐쇄적 전략을 고수하는 애플의 기업문화와 전략이 AI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애플의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로 AI를 꼽는다. 애플은 AI를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을 탄탄히 갖추고 있어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 중 애플 비중은 50%다. 2위에 오른 삼성전자(16%)와 3위 샤오미(7%) 등을 큰 차이로 앞섰다. 미국 투자은행 오펜하이머 마틴 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6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AI 관련 유망한 기술(소프트웨어)을 만든다면, 수십억 개 기기로 하룻밤 안에 소비자들에게 도달시킬 수 있다”며 “이런 독보적인 시장 접근성은 경쟁자들이 보유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비전프로. 사진 인터넷 캡처  ━  앞으로는   오는 6월 애플 개발자 회의(WWDC)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I 기술과 관련된 진전된 성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팀 쿡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 중으로 성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규제와 판매 부진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 첫날인 7일엔 "애플이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막았다"는 에픽게임즈 주장과 관련, 애플의 설명을 요구했다. 주요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아이폰의 판매 부진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24%가 줄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4.03.10 08:00

  • [팩플] “챗GPT, 저작권 침해 가장 심각”...풀기 어려운 AI저작권 침해 문제

    [팩플] “챗GPT, 저작권 침해 가장 심각”...풀기 어려운 AI저작권 침해 문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인 GPT-4가 주요 인공지능(AI) 모델 중 저작권 보호에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챗GPT. AFP=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AI 모델 평가 스타트업인 미국 패트로너스AI는 6일(현지시간) 자체 솔루션을 통해 GPT-4(오픈AI), 클로드2(앤스로픽), 라마2(메타), 믹스트랄(미스트랄AI) 등 4개 LLM의 저작권 침해 정도를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은 100가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해 AI모델의 답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롬프트는 미셸 오바마의『비커밍』,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유명 도서 첫 구절이 무엇인지 묻거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일부 제시한 뒤 완성해 달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GPT-4는 44%의 프롬프트에서 책 내용을 정확하게 복제한 내용을 생성했다. 믹스트랄과 라마2는 각각 22%와 10%로 뒤를 이었고 클로드2는 8%에 그쳤다. 이 업체는 책 내용과 똑같은 문자가 100자 이상 포함됐을 경우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재민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생성 AI모델 개발사와 콘텐트 공급자 간 저작권 갈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관련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자사 콘텐트를 챗GPT가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며 오픈AI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에도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챗GPT가 자신들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는 AI의 저작권 침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쟁점과 이해 관계자들이 얽힌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가 맞나: 가장 큰 쟁점은 생성 AI가 만든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이번 패트로너스AI가 분석할 때 사용한 프롬프트도 LLM의 침해 수준을 검증하기 위해 다소 의도된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질문 자체가 첫 구절이 무엇인지 묻는 등 원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이용자들이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 모든 결과물의 44%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지만, 의도를 가진 프롬프트에 따른 결과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기엔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 이용’ 적용 가능한가: AI 개발사에 책임을 곧바로 묻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 조항이 명시돼 있어서다. 이 조항은 공공 이익에 부합할 경우 저작권자 허락없이 복제하거나 사용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예외 조항이다. 생성 AI에도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하지만 오픈AI 등 개발사들은 저작권 침해 주장에 이 조항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비공개된 자료를 억지로 가져다 쓴 게 아닌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할 경우엔 공정한 이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발전 먼저? 보상한다면 어떻게: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인류에게 도움이 될 AI 발전이 우선인지, 아니면 학습 데이터에 활용하는 저작물 보호가 우선인지 여부다. 절충방안으론 개발사가 저작권자에게 일정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부분도 체계를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AI 발전은 대세적 흐름이라 그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저작권 보상 방식도 보상의 대상이나 수준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 관계자별로 입장 차이가 매우 커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더 알면 좋은 것들    한편 저작권 침해 문제에 이어 생성AI가 만들어내는 유해 콘텐트 문제도 논란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셰인 존스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자사의 AI 이미지 생성 도구인 ‘코파일럿 디자이너’의 폭력적인 콘텐트 생성을 우려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2024.03.07 17:09

  • “이더리움 5월 승인만 나면…” 코인 재투자 결심한 당신께

    “이더리움 5월 승인만 나면…” 코인 재투자 결심한 당신께 유료 전용

    Today’s Topic 어게인 크립토의 봄   비트코인 왜 팔았을까. 왜 안 샀을까. 여기저기 포모(FOMO, 소외된다는 두려움) 곡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 비트코인이 쉴 틈 없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종전 최고가는 2021년 11월 6만8990달러였습니다.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이들도 고민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계속 갖고 있다가 다시 반토막이 나는 것은 아닐지, 슬슬 차익 실현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합니다.   전문가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로 불렸던 암호화폐(가상자산, 코인) 시장의 한파가 구조적으로 끝난 것일까요. 그럼 지금 사도 괜찮은 걸까요. 가상자산 시장에 봄이 왔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늘어나는 수수료 수익으로 함박웃음 짓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풀어야 할 과제, 웹3와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까지 ‘크립토의 봄’에 꼭 알아야 할 네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 🗨️목차 「 1 크립토 윈터를 녹인 것 2 거래소에도 봄이 오나 3 꿈틀대는 새 비즈니스 4 가상자산, 앞으로도 괜찮아? 」  오혜정 디자이너    ━  1 크립토 윈터를 녹인 것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걸 ‘크립토 윈터’라고 부릅니다. 한파는 이제 끝난 걸까요.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말 부터 끝났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크립토의 봄날이 찾아온 이유를 짚어보면.   블랙록의 ETF 및 인덱스 투자 최고 책임자 사마라 코헨(가운데)이 1월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나스닥 거래소 상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국 ETF라는 한 방: 지난 1월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비트코인의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출시를 승인했습니다. 현물 ETF의 승인, 미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독일, 이듬해 캐나다도 출시했죠.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다릅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세계시장 점유율은 80%가 넘습니다. 4일(현지시간) 상장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10개의 총 자산은 약 500억 달러(66조7000억원)에 이르고요. 가상자산 컨설팅 기업 원더프레임 김동환 대표는 “미국의 관련 시장 규모가 캐나다의 10배 정도 된다”며 “처음 승인된 건 아니지만 미국에서 승인됐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기관·개인 쌍끌이: ETF 운영 기관에도 막대한 자금이 몰렸습니다. 낯선 코인 거래소 대신 블랙록, 피델리티 등 전통적인 자산운용사가 투자수단을 제공하자 중노년층도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현물 ETF라는 말 그대로, 이 ETF를 발행하려면 현물 비트코인이 필요합니다. 이 수요도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물 ETF 거래가 허용되면서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하는 기관 수요가 증가했고, 동시에 개인투자자도 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 외연이 넓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 커지는 기대감: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자사 펀드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ETF를 포함할 수 있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운용약관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이 비트코인 익스포저(exposure, 위험 노출액)를 확대해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 대중화가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10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은 약 70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김동환 대표는 “ETF로 인해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이 시장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중에 비트코인 품귀현상이 일어나 가격이 더 빨리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반감기+금리 인하 가능성: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비트코인 채굴이 완료될 때 까지 ‘반감기’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합니다. 21만 개의 비트코인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줄여 공급 수량을 제한하고요. 공급을 줄여 가치를 보존하는거죠. 오는 4월 비트코인은 네 번째 반감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완화된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주원 기자    ━  2 거래소에도 봄이 오나   비트코인 가격 반등에 가장 반색하는 건 코인 거래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더블록에 따르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고팍스)의 거래량은 지난 1월(1610억 달러)과 2월(1210억 달러)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6%와 34% 늘어났습니다. 겨우내 웅크리며 부활을 기다리던 국내 거래소는 크립토의 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 조심스러운 ‘마켓 리더’: 국내 거래소 점유율 1위(6일 기준 81%·코인마켓캡)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크립토의 봄에도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보적 점유율 덕분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필요가 없어서죠. 다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101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2021년 가상자산 호황기 당시 연간 영업이익(3조2714억원)을 생각한다면, 신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2022년 미국에 설립한 NFT(대체불가능토큰) 발행사인 레벨스(Levvels)가 신사업의 전부입니다. 레벨스는 지난해 반기말 기준 100억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두나무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단계”라고 전했습니다.     김주원 기자 ◦ 치열한 2등 싸움: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 간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으로 돌아오는 개인투자자를 잡고, 수수료 수익 규모를 키우는 게 우선 과제입니다. 시장점유율 2위(16.4%)인 빗썸은 지난 4개월간 거래수수료를 면제했던 이벤트를 지난달 종료하는 대신, 코인 매매 시 현금처럼 사용하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점유율 3위(1.7%)와 4위(0.4%)인 코인원과 코빗은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종류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코인원 관계자는 “해당 거래소에서만 거래하는 코인이 있어야 개인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문제는 규제: 다만 사업 확장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죠. 코인 거래소용 사업자등록증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2년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올해가 갱신해야 되는 해이고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도입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과 체계도 마련해야 합니다.   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3 꿈틀대는 새 비즈니스   크립토의 봄이 오자, 거래소 외 다른 가상자산 파생 비즈니스에도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 웹3, 개화기 오나: 크립토 윈터에 타격을 입었던 웹3(웹 3.0)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이 대표적인 웹3 기술이에요. 웹3 컨설팅 업체 디스프레드의 예준녕 대표는 “웹3 분야에서는 비트코인이 시장의 상황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그동안 가상자산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기업들도 웹3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 봅니다. 예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이 과거에 해체했던 블록체인 사업팀 신설을 검토하고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가상자산용 ‘은행’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하반기께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한) 공론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내에서도 ETF가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 이 원장은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죠.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된다면, 안정성이나 운영자 보호에 대한 수요도 커집니다. 대표적인 게 ‘수탁(custody)’ 서비스입니다. 현물 ETF를 발행하려면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중요한데, 이때 대신 보관 및 관리해 주는 업체가 바로 수탁업체입니다. 전통 금융권에서 은행과 비슷한 역할이죠. 대표적인 수탁사가 미국의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인데, 미국에서 출시된 ETF 중 80%를 수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한국디지털에셋(KODA, 코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케이닥)이 있습니다. 예준녕 대표는 “제도권 편입과 관련해 수탁 업무 외에도 가상자산 회계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현물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 및 자산관리 솔루션이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 규제가 곧 기회?: 지난해 국회가 가장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통과시키고,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지침을 마련하면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장사, 외부감사대상 기업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라 분기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죠. 경험이 부족한 기업은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겨냥한 B2B(기업간거래)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각종 가상자산을 회계처리하고 관리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솔루션을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입니다.    ━  4 가상자산, 앞으로도 괜찮아?     남들은 다 “가즈아~!” 하는 비트코인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이더리움이 요즘 더 오름폭이 크다는데, 하반기 규제 발표 영향은 없을까요.   ◦ 투기 말고 투자: ‘가치 저장 수단’과 ‘헤지(위험회피) 수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출시한 비트코인 ETF(iShares Bitcoin Trust ETF) 상품 설명서에 나오는 비트코인에 대한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전 재산을 올인하는 식의 투기 관점보다 안정적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조재우(블록체인연구소 소장) 한성대 교수는 “기관들이 대량 매입해 단기간 올랐지만, 아직 광기나 과열까진 아닌 것 같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해도 단기 급락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변호사는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 되기 위한 규제 준비는 완벽하지 않다”며 “2022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해 고객이 손실을 입은 것처럼 만약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규제 영향은: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법안 ‘미카(MiCA)’가 6월 30일부터 시행됩니다. 미카는 가상자산 백서 공개 등 발행 요건과 자금세탁방지 의무, 시장 불공정거래 금지 등 규칙을 담고 있습니다. 업비트 투자보호센터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시장의 안정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됩니다. 이용자 자산보호를 위한 사업자의 의무가 규정되고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자기발행 가상자산거래 등의 불공정거래행위가 규제됩니다.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가상자산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기존 투기적 거래가 불공정거래로 묶이면 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 SEC는 5월 이더리움 기반 현물 ETF를 승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 5월, 이더리움은?: 이더리움의 디데이는 5월 23일. 미국SEC가 이더리움 ETF 승인을 결정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비트코인 현물ETF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5월에 승인날 확률은 50:50이다. 이더리움은 아직 현물 ETF 기대감이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화폐 기능에 집중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이더리움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ETF 승인이 좌절될 가능성, 가상자산 투자 리스크는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2024.03.07 16:24

  • [팩플] 번호이동 위약금, 통신사가 최대 50만원 보전 가능해진다

    [팩플] 번호이동 위약금, 통신사가 최대 50만원 보전 가능해진다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휴대전화를 새로 살 때 이동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정 기간 전 번호 이동할 경우 기존 통신사에 납부해야 할 위약금 등을 사용자가 아닌 통신사가 보전해 줄 수 있게 되면서다.     ━  무슨일이야   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 변경 시 공시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지급 기준은 방통위가 고시로 정한다.    방통위 고시 내용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위약금·심(SIM) 카드 발급 비용 등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줄 수 있게 됐다. 기존 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이나 판매점 등 유통채널이 지급하는 추가지원금과는 별도로 전환지원금을 더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시지원금 변경 주기도 주 2회(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서 매일 1회로 바뀐다. 고시는 오는 12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13일 방통위 의결 후 14일부터 효력이 생길 예정이다.    ━  이게 왜 중요해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회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는 시행령부터 개정해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통신사업자간 자율적인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 해 단말기 구입 시 이용자 혜택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성지’로 불리던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를 찾아 유통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단통법에 따른 판매점들과 이통 3사의 어려움을 듣고 단말기 지원금 경쟁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다. 강 차관은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해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단말 비용 부담 완화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대와 달리 통신사들이 출혈 경쟁을 꺼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조금까지 늘리는 것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고 시장의 반응을 봐야 알겠지만,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비용을 쓸 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말기 유통 구조 그래픽 이미지.    ━  더 알면 좋을 것   단통법 폐지 추진에 알뜰폰 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과거보다 통신3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올라가면 ’자급제 폰(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것)과 저가 요금제‘ 조합으로 커 온 알뜰폰 시장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 지난달에는 알뜰폰 번호이동 수치도 감소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도매대가(통신사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 인하가 꼭 필요하지만, 현재는 도매대가 협상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알뜰폰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단통법 뿐 아니라 도매제공대가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4.03.06 17:51

  • 알파고 만든 AI 리더의 경고 “제발 AI 좀 억제하게 해달라”

    알파고 만든 AI 리더의 경고 “제발 AI 좀 억제하게 해달라”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공포의 AGI? 현실의 ACI가 먼저 온다무스타파 술레이만 인플렉션 AI CEO    기술은 생물이다. 일단 만들어지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게임 그래픽 구현을 위해 만든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재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개발자 손을 떠난 순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그 기술을 이용할지는 예측 불가의 영역이다.     알파고를 만든 무스타파 술레이만에게 AI가 딱 그런 존재다. 구글이 인수한 AI 기업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 출신인 그는 현재 인플렉션 AI의 최고경영자(CEO)다. 인플렉션 AI는 개인용 AI모델을 만드는 스타트업.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평생 AI를 개발했고, 지금도 새 AI를 만들고 있지만 술레이만은 AI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한다. 그가 지난해 9월 펴낸 책 『더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에는 AI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달 술레이만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알파고를 만든 AI의 창조자이면서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모순을 술레이만은 어떻게 설명할까. 그는 “기술은 우리에게 최고의 장점이자, 최악의 단점”이라고 강조했다.     ■ 💬목차 「 1. 다가오는 물결, 자칫하면 빠진다 2. 현대판 튜링 테스트가 필요하다? 3. 통제 불가능한 AI 통제하기 4.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오혜정 디자이너  ━  1. 다가오는 물결, 자칫하면 빠진다   술레이만 CEO는 AI 기술의 발전을 ‘다가오는 물결’에 비유한다.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작은 스타트업이 전세계를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 되기도 하고, 그 영향력은 사회 전체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 물결을 틀어막을 방법은 없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사실상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   다가오는 물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초진화(hyper-evolution)다. 기술이 성장하고 퍼지는 속도가 엄청나다. 현재 우리가 개발하는 AI 모델은 10년 전 모델보다 9배나 더 큰 규모다. 이전의 어떤 기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장 속도다. 로봇·생물학·화학 등 다양한 연구 분야와 교차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현업 종사자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변화 속도다.   빠른 변화 속도로 인해 놓치는 것은. 딥마인드를 설립하고 몇 년 후, 기술업계 CEO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AI의 위험성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AI가 대규모로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대참사를 불러올 수 있고, 수많은 사람을 실직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마치 쓸데없는 걱정거리 따위로 취급됐고, 묵살됐다. 다들 부정적인 현실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비관주의 회피 함정(pessimism-aversion trap)에 빠진 것이다.   비관주의 회피 함정이 뭔가. 어떤 것이 몰고 올 잠재적 위협을 애써 부정하고,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어찌보면 심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AI로 인해 거대한 변화의 순간에 와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박경민 기자    ━  2. 현대판 튜링 테스트가 필요하다?    현재 AI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나. 향후 몇 년 안에 ACI(artificial capable intelligence·인공역량지능)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ACI는 최소한의 개입과 감독만으로 복잡한 목표와 작업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AI를 뜻한다. 이미 어느 정도 정점에 와 있다고도 본다. 생각해 보자. 기계가 진정으로 ‘지능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동안은 튜링 테스트(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기계가 어느정도의 인공지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시험)가 ‘인간처럼 설득력 있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AI의 능력을 평가해 왔다. 이제 많은 AI가 이 테스트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현대판 튜링 테스트가 필요하다. ‘AI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예를 들자면 ACI는 이런 거다. ‘10만 달러로 몇 달 안에 온라인 소매시장에서 100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지시를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여기서 중요한 건 돈이라는 수치가 아니라 AI가 독립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도구가 새로 필요하다. 그동안 AI 담론의 대부분은 기본적인 기계 학습, 혹은 먼 미래의 ‘초지능' 또는 AGI(인간 수준의 인식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에 관한 추측성 아이디어가 지배해 왔다. 그러나 ACI는 곧 다가올 다음 단계다.   AI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인간의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책에도 적었지만 나는 자동화와 기계화가 수많은 노동자를 대체해 왔듯이 향후 수십년 동안 AI 시스템이 지적노동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대체할 것이고, 이같은 변화는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훨씬 전에 일어날 거라고 수년 전부터 주장해 왔다. 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AI가 인지 능력의 사다리를 확장해 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결국에는 거의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본다.   일자리는 곧 생계 문제다.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이 공공 투자를 대폭 늘리고 각종 정책을 정비한 것과 유사한 규모의 새로운 복지 제도와 재교육 시스템 등을 제공해야 한다.     ━  3. 통제 불가능한 AI 통제하기    ‘꼬리 위험’(tail risk)이라는 말이 있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손실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술레이만 CEO는 AI 기술 또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현재의 지정학적 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정도의 꼬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수년 전부터 기술 ‘억제'(containment) 필요성에 대해 말해 왔다.   여기서 억제란 기술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 중단하거나 연구 방향을 변경하고, 악용하는 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특히 그는 AI를 다루는 기업들 스스로 윤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기술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는 “AI 시스템 훈련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 칩의 판매를 안전하고 윤리적인 기술 사용에 동의하는 기업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AI 억제를 위해 일부 기업의 기술 독점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여러 면에서 기술 생태계는 현재 상당히 집중돼 있다. 선도적인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사용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도, 그 기계를 만드는 회사도 사실상 한 곳뿐이다. 기술의 성장·배포 속도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빨라지는 상황이다. 위험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초크 포인트(choke point·소수의 선진국이나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핵심 소재·기술 등을 지칭하는 용어)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이를 영원히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장기적인 대책은 아니다. 박경민 기자   AI 경쟁에 한창인 기업들이 스스로 기술을 통제한다는 게 가능할까.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선두에 서 있는 기업들의 목적은 기술 억제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비판적인 목소리가 대내외적으로 계속 나와줘야 한다. 안전과 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직원들 업무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기업들이 수익을 내면서도 윤리적 목적이 결합된 형태의 사업 모델을 지금보다 더 많이 실험해 봤으면 한다. 물론 국내 및 국제적 차원의 규제와 인센티브도 매우 중요하다. 이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법과 규제를 통해 이윤 추구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나. AI도 예외는 아니다.    인플렉션 AI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안전은 현재 인플렉션 AI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다. 우리는 공익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기업 규범에 명시했다. 인플렉션의 AI 챗봇 ‘파이’(Pi)는 사용자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자주 요청하고, 기본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가지게끔 설계하고 있다. 202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오픈AI 등 주요 기술 기업과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 on AI)을 설립하기도 했다. 파트너십의 목적은 서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다양한 조직을 한곳에 모아 안전한 공간에서 AI 규범, 가이드라인, 규칙을 수립하고 각자가 경험한 위험과 학습을 공유하는 것이다. 인플렉션 AI가 개발한 개인용 인공지능(AI) 챗봇 파이. 파이는 범용성 성격이 강한 챗GPT와 달리 이용자와의 관계 중심에 초점을 맞춰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데 특화된 챗봇이다. 사진 인플랙션 AI 캡처    ━  4.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억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기술 억제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억제를 위한 10가지 단계가 있다. 사용자인 개인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국가(정부)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기업들에 대한 외부 감사 또한 필수다. 이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어렵다. 단순히 기술적인 수정이나 규제에 관한 것을 넘어 모든 범위가 한꺼번에 조화롭게 작동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아우르는 AI 국제기구의 설립도 고려해볼 수 있다.   국제기구 형태의 AI 협의체 설립은 그동안 술레이만 CEO 뿐 아니라 이 분야의 많은 리더들이 언급해 왔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지난달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안전에 대한 국제 협의체’(IPAIS)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 기구는 AI 모델 데이터를 엄격하게 수집하는 중앙 허브이자 AI 개발자들이 보고하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대부(代父)’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AI가 인류에 미칠 실존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이자 인플렉션 AI CEO. 사진 인플렉션 AI   어떤 형태의 국제기구가 돼야 할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와 비슷한 모델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모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AI의 현황, AI가 초래할 위험 등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측정치가 명확하지 않다. 인공지능 버전의 IPCC는 AI의 현황과 잠재적 영향, 주요 일정 등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연구자·기업·정부와 협력해 기술·정책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 될 것이다.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는데, 이런 조직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IPCC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매우 강력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IPCC는 자체적인 기초 연구는 수행하지 않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전세계 연구들을 수집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선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어떤가. 물론 AI 국제기구는 정치인이나 외교관이 아닌 컴퓨터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게 완벽한 해결책이라는 건 아니다. 이 모델이 시작이 될 수 있고, 향후 대응을 위해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경주마에 탄 기분이다. 이 딜레마 속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억제에 대해 한참 이야기 했지만, 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 만큼이나 AI가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AI가 인류에게 가장 유익한 기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탄소 집약도가 낮고 훨씬 더 효과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신소재 기술, 핵융합과 같은 새로운 청정 에너지 생성 기술, 정확하고 빠른 의료 진단, 세계 최고의 가정교사 등… AI가 바꿀 미래가 많다. 기회와 위협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4.03.06 15:51

  • [단독] 카카오 내부 폭로∙욕설 파문…김정호 총괄 징계 수순 | 팩플

    [단독] 카카오 내부 폭로∙욕설 파문…김정호 총괄 징계 수순 | 팩플

    카카오가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김 총괄은 지난해 11월 카카오 내부 의혹을 외부에 알리고 직원들에게 욕설한 사실이 공개돼 조사를 받았다. 김 총괄이 제기한 의혹은 진상조사 결과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사진 카카오  ━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김 총괄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말 외부 로펌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김 총괄과 담당 실무자의 입장이 엇갈리자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였다. 해당 로펌은 최근 “김 총괄이 제기한 의혹을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사내 규정 위반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김 총괄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사내 윤리위원회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참석한 임원 회의에서도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김 총괄은 지난해 9월 카카오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로 임명됐다. 카카오 업무 문화와 인사 쇄신을 맡는 중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간부 회의에서 욕설을 한 사실이 공개됐다. 제주도 신축 건물 설계를 특정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맡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였다.   김 총괄은 제주도 건 외에도 카카오가 추진 중인 대형 공사에 비리 제보가 많다고 외부에 알렸다. 특히, MBC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특정 부서가 한 달에 골프를 12번씩 쳤다”, “(공사 발주 관련해) 형식만 경쟁이고 특정 업체에 계약을 주기 위한 장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개발 담당 실무자들은 카카오 내부망에 글을 올려 김 총괄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들은 “제주도 시공 계약은 (설계 용역만 이뤄진 상태로)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앞으로는   지난해 11월 열린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회의. 김범수(왼쪽에서 세 번째) 카카오 창업자와 김정호(오른쪽 끝) 경영지원총괄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 총괄은 30년 지기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김 창업자가 내부 문제 척결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 총괄은 스스로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청하고 칩거에 들어간 상태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 창업자가 오랜 인연을 고려해 김 총괄의 다음 거취가 정해질 때까지 기다려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총괄은 해당 사건 이후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웅·김남영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2024.03.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