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지웠어, 이제 됐지? 뻔뻔한 누누티비 왜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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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티비는 최근 방송사와 OTT 업체들이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면서 유명세도 더 커졌다고 합니다. 불법 도박과 결탁한 불법 영상 사이트의 배짱 영업, 이번엔 척결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 중동에 IT 기술수출 길…사우디 정부와 디지털 전환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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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사우디 정부의 디지털 전환에 기술 협력자로 나섰다. 한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술 수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AWS “데이터의 핵심은 ‘다양성’…전세계 AI 대중화 이룰 것”

AWS “데이터의 핵심은 ‘다양성’…전세계 AI 대중화 이룰 것” 유료 전용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열풍에 함께 웃은 곳이 있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아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마이란 톰센 부코벡 기술 부문 부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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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플] 흑자 전환 배민‧암호화폐 한파 두나무…희비 교차한 플랫폼

    [팩플] 흑자 전환 배민‧암호화폐 한파 두나무…희비 교차한 플랫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팬데믹 기간 마지막 성적표를 살펴보니 배달 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흑자 전환 첫 해에 4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중에선 컬리와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두 회사 모두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늘었다. 사업 확대로 투자 폭을 늘린 야놀자와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두나무는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서울 시내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배달용 스쿠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배민 적자 탈출 비결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민의 선전.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4241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뛴 2조 9471억원이다. 2018년 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영업손실 364억원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2020년(-112억원), 2021년(-757억원)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 팬데믹의 날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배달 수요가 늘자 배민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배민이 기록한 주문 수는 총 11억1100만건으로 3년 전(2019년 4억 건)과 비교해 약 3배를 기록했다. 배민 입점 식당도 2019년 말 13만6000여 곳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만여 곳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주력 수익모델인 ‘울트라콜’ 광고 수입도 늘었다. 엔데믹의 도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의 월간이용자 수(MAU)는 1953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 감소했다. 요기요(-28%), 쿠팡이츠(-49%)와 비교해 선방했다.   ◦ ‘출혈 경쟁’ 끝: 막대한 비용이 든 단건배달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배민은 2021년 단건배달 ‘배민1’ 첫 출시 후 약 10개월간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료 5000원 프로모션을 펼쳐왔다. 쿠팡이츠를 따돌리기 위해 단건배달 출혈경쟁을 지속했다가 지난해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그 덕에 수익성은 대폭 개선됐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코로나 상황에 대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진행한 프로모션이 끝났지만 단건 배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며 “배민1은 현재 배민 전체 음식 주문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흑자 행진 이어갈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흑자 전환, 다음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서 수익을 내느냐가 관건.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을 음식 배달앱에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시킨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퀵커머스(B마트‧배민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배민쇼핑라이브) 사업 등을 올해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서빙로봇 자회사 비로보틱스를 출범시키면서 서빙로봇 사업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 포스트 팬데믹의 여파: 팬데믹이라는 날개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익을 늘려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엔데믹에 이용자가 이탈하며 성장세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 발표’에 따르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 2295억원으로, 7개월째 감소세다. 배민은 이용자를 잡기 위해 배달비 부담 낮춘 묶음배달인 ‘알뜰배달’을 내달 서비스할 예정이다.   ◦ 배달료 논란은: 배달료가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극복할 숙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민의 배달료가 6000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배민1의 프로모션이 끝나면서 배민1 요금제 중 기본형이 중개 수수료 6.8%, 배달료 6000원으로 책정됐기 때문. 당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지금 배달료가 (높게) 형성된 것은 단건 배달 때문인데 여러 형태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1 요금제는 유지하는 대신 알뜰배달 등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  다른 유니콘 실적은   물류센터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컬리. 사진 컬리 ◦ 매출은 늘었지만: 컬리와 토스는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손실도 덩달아 커졌다. 컬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컬리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2조372억원, 거래액은 32% 성장한 2조6000억원.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손실은 2335억원으로 전년 2177억원 대비 규모가 커졌다. 컬리는 지속적인 신규 가입자 증가와 구매 당 장바구니 크기(고객이 1회 구매 시 지출하는 비용) 확대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토스도 첫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토스 매출은 1조1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472억원으로 전년 1796억원 대비 38%가량 늘었다. 다만 토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간 순이자이익 2174억원을 기록, 출범 첫해인 2021년 113억원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해 큰폭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성장했다. 사진 야놀자 ◦ 수익성은 나빠지고: 야놀자와 두나무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놀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3% 늘어난 6045억원, 영업이익은 89.3% 감소한 61억원으로 집계됐다. 야놀자 관계자는 “클라우드 등 글로벌 사업 확장, 인터파크를 사들인 데 따른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숙박 예약이 포함된 플랫폼 부문 매출(3644억원)은 전년 대비 36% 성장한 반면, 클라우드 부문(1095억원)은 225% 성장세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인해 거래소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두나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101억원으로 전년(3조2713억원) 대비 75.2%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3조7045억원)보다 66.2% 줄어든 1조2492억원이다. 두나무 측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속적인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자본시장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팩플] “배달 팁 비싸” 원성에 알뜰배달…이용자 이탈 막을까 [팩플] “관광산업은 제2의 반도체”…야놀자가 싱크탱크를 만든 이유는 ‘마침내 흑자’ 쿠팡, 컬리는 무슨 숫자 봐야 해?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2023.03.31 19:01

  • [팩플] 북미 최대 게임쇼 E3, 개막 두달 앞두고 취소…이유는

    [팩플] 북미 최대 게임쇼 E3, 개막 두달 앞두고 취소…이유는

    오는 6월 개최 예정이었던 E3가 공식 취소됐다. [사진 리드팝] ‘세계 3대 게임쇼’도 옛말이 되는 걸까. 오는 6월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지역 최대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전자오락박람회)가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취소됐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화려한 컴백을 준비했지만 대형 게임사의 잇따른 불참 선언에 결국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됐다.    ━  무슨 일인데   E3를 주최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와 전시기획사 리드팝은 30일(현지시간) “E3 2023의 온·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며 “E3의 미래에 대해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 13일부터 16일까지로 예정됐던 오프라인 행사뿐 아니라 같은 달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온라인 행사까지 모두 취소된 것.    앞서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콘솔 3사가 E3 불참을 선언한 여파가 컸다. 이어 유럽 최대 게임사인 유비소프트, 일본 게임 유통사 세가, 반다이남코, 중국 텐센트 등 게임업계 빅 플레이어들도 E3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3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왔다.    ━  왜 중요해   ◦ 무너진 위상: E3는 독일의 게임스컴, 일본의 도쿄게임쇼(TGS)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혀왔다. 1995년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6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정상 개최된 2019년만 해도 MS가 E3에서 차세대 콘솔게임기를 공개하고 구글과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비전을 발표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2021년엔 온라인으로만 명맥을 이어갔다. 올해는 정상 개최를 밝히면서 부활을 예고해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E3의 위상이 위태해진 것은 게임사별 자체 온라인 발표회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닌텐도는 2011년부터 일찌감치 자체 쇼케이스 ‘닌텐도 다이렉트’로 신작을 소개 중이다. 소니는 ESA와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2019년부터 E3에 불참, 자체 디지털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시작했다. MS도 2020년부터 ‘엑스박스(X Box)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 ◦게임도, 자금도 없다: 경기침체도 불참 행렬의 이유로 지목된다. 코로나19로 개발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던 데다, 최근 경기까지 얼어붙자 게임사들은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며 허리띠를 꽉 조여 매는 중.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은데 큰돈 내고 박람회에 나갔다가 경쟁사에게 화제를 빼앗길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게 기업들로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도 “E3는 콧대 높기로 유명한 행사”라며 “게임사들이 보여줄 것도 없고, 바이어를 비대면으로 만나는 것도 익숙해졌는데 굳이 고자세인 E3에 나갈 이유가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앞으로는   E3는 취소됐지만, 6월에는 다른 게임 행사들이 그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온라인 게임 행사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는 6월 8일, MS의 엑스박스(Xbox) 쇼케이스는 6월 11일,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포워드 라이브 이벤트’는 6월 12일 개최될 예정이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03.31 15:10

  • [팩플] 네이버, 중동에 IT 기술수출 길…사우디 정부와 디지털 전환 협약

    [팩플] 네이버, 중동에 IT 기술수출 길…사우디 정부와 디지털 전환 협약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정부의 디지털 전환에 기술 협력자로 나섰다. 한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술 수출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협약식에는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마제드 알 호가일 장관(앞줄 가운데), 투자부 칼리드 알팔리 장관(앞줄 오른쪽)과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30일(현지시각)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자치행정주택부(주택부) 청사에서 사우디 주택부 및 투자부와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다각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의 스마티시티 사업 전반을 주도하는 주택부가 네이버와 디지털 전환 파트너십을 맺은 것. 이날 협약식에는 사우디 주택부 마제드 알 호가일 장관, 투자부 칼리드 알팔리 장관과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정책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등이 참석했다.      ━  이게 왜 중요해     ① 한국 IT기업 주도의 중동 수출 길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에 달하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를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관한 네옴시티 수주지원단(원팀코리아)에 네이버가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번 협약도 성사됐다.    특히, 사우디 주택부와의 협력은 네옴시티 수주 가능성과 별개로 사우디의 건설 사업 전반에 한국 IT기업의 기술 수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건설업 관련 국내 대·중소 기업은 물론, 스마트빌딩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진출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살레 빈 나세르 알 자레스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사우디에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국내 스타트업과 동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784에서 로봇팔 앰비덱스와 악수하고 있는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사진 네이버   ② 네이버의 글로벌 B2B네이버는 사우디 진출을 계기로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 보유한 기술을 판매하는 기술 B2B(기업 간)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정책 대표는 “원팀코리아 수주지원단에 참여한 이후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진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메신저(라인)나 웹툰 등 주로 B2C(기업-소비자 간) 서비스·플랫폼을 들고 해외 진출을 노렸지만, 이제 기술 자체를 파는 B2B 시장에 뛰어드는 것. 네이버는 경기도 성남시 기존 사옥 옆에 지은 제2사옥 ‘1784’를 B2B(기업 간), B2G(기업-정부) 기술 수출을 위한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애초에 1784를 5세대 이동통신, 로봇, AI 등 첨단 기술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설계했고, 여기에 적용한 기술 솔루션을 모듈 단위로 외부에 판매할 수 있게 사업화했다. IT 솔루션 분야의 B2B나 B2G는 일반 소비자 대상 B2C IT 서비스에 비해 현지화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면 디지털 전환 의지가 강한 동남아·유럽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    ━  사우디는 왜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이외에도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교통과 치안, 위생 관리 등 도시 문제와 주택 관리, 사우디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홍수 등 재난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는 방안에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주택부 장관 일행은 방한 당시 네이버 1784를 방문해 디지털트윈·로봇·AI·클라우드 기술을 눈여겨 봤다고 한다. 네이버가 검색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여부 등 ‘디지털 주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에도 사우디의 AI 및 데이터 관련 정부 기관 세 곳이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30일(현지시간) 협약식에는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 마제드 알 호가일(Majed Al Hogail) 장관 등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네이버  ━  앞으로는     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는 향후 사우디 정부와 국민들이 사용할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구축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ICT프로젝트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도시 단위의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을 위해 AI와 로봇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 솔루션을 활용하거나, 사우디 주택부가 제공할 ‘슈퍼 앱(가칭)’을 네이버의 초대규모 AI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3.30 18:40

  • [팩플] 네이버·카카오 7월부터 재난관리 의무…‘제2의 카카오 사태’ 막는다

    [팩플] 네이버·카카오 7월부터 재난관리 의무…‘제2의 카카오 사태’ 막는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복구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오는 7월부터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정부의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카카오 먹통 방지 3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의 시행령이 마련되며 대형 플랫폼 기업에도 재난 예방을 위한 관리 의무가 생겼다.    ━  무슨 내용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30일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안정성 확보 의무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재난 관리 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넓힌다. 지금까지는 가입자 수 10만명 이상 또는 회선 수 50만명 이상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 방송사 등)만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발생 트래픽 비중 2% 이상인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도 포함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화재 예방과 안정적 전력 공급 노력을 해야 하고, 부가통신사업자는 핵심기능을 다중화(각종 자원을 이중 혹은 그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할 의무가 생긴다. 이들은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재가 가해진다.      ━  왜 중요해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서비스 안전성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의 대규모 서비스 장애 이후 ‘민간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던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안정성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고삐를 쥐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 플랫폼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자율규제’를 강조했으나 카카오 사태를 기점으로 기류가 변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8일 네이버에 대해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며 공개 저격하기도.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중화나 서비스 안정성 문제는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도 대비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 운영의 영역을 정부가 들여다보겠단 건데, 대비를 하는 것과 정부가 감독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  누가 해당하는데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수나 트래픽 기준 중 하나만(or) 충족돼도 정부 재난관리 대상이 된다. 202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넷플릭스법)에 따른 기준보다 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법은 ‘하루 평균 사용자 100만 이상이면서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1% 이상’이라 두 개 모두를 만족해야(and) 대상이 되기 때문. 일단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상이 될 예정이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네이버의 일평균 이용자수(DAU)는 2347만 명, 카카오톡은 3443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외에 트래픽 기준을 넘어서는 구글, 넷플릭스 등도 해당할 거라고 예상한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어떤 사업자가 해당하는지는 기준에 따라 정확히 측정해봐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7개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업자 중 최대 운영 가능한 전산실 바닥면적이 2만2500㎡ 이상이거나 수전용량(전력공급량)이 40MW 이상인 대규모 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대상이다. 10개 내외 사업자가 포함될 예정이다.    ━  기업의 반응은 어때   네이버와 카카오는 공식적으로는 “정부 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 빅테크들과의 역차별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 등 국내에 메인 데이터센터가 없는 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콘텐트전송네트워크(CDN)을 통해 한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경우 등 사업자마다 서비스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대상에 포함할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또는 트래픽 양 비중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 중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사업자는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DAU 400만 명이 넘는 배달의민족이나컬리,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익명을 원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제하려고 만든 법안이면서 이 조항이 붙은 건 아이러니”라며 “통신재난관리심의위도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순식간에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과기정통부는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과 관련한 조항을 통합해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등의 종합적인 재난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디지털서비스안전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데이터센터 재난을 막기 위해 배터리실 내 전력선 포설 금지 등을 담은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지침’ 세부 기준 개정에 나선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부가통신서비스 재난 대응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마련한 디지털 안정성 강화방안을 철저히 추진하겠다”며 “디지털서비스 재난 예방과 대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3.30 18:03

  • 환승연애 지웠어, 이제 됐지? 뻔뻔한 누누티비 왜 못 잡나

    환승연애 지웠어, 이제 됐지? 뻔뻔한 누누티비 왜 못 잡나 유료 전용

    Today’s Topic누누티비, 왜 지금 문제야?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 보셨나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공개 이튿날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DAU)는 역대 최대인 488만4776명. 잘 만든 오리지널 콘텐트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덩달아 웃은 곳이 있습니다. 2월 11일부터 한 달간 검색량이 2100%(구글 트렌드) 폭증한 ‘누누티비’입니다.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입니다. ‘짝퉁’이 오리지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럴까요. 누누티비는 최근 방송사와 OTT 업체들이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면서 유명세도 더 커졌다고 합니다. 불법 도박과 결탁한 불법 영상 사이트의 배짱 영업, 이번엔 척결할 수 있을까요.     ■ 🧾목차 「 1. 누누티비가 뭐기에 2. 협의체 지금 뭉친 이유는 3. 국내 OTT 내리면 끝? 4. 잡을 수 있는 거죠 5. 제2의 누누티비 막으려면 」    그래픽=한호정  ━  1. 2년 만에 1000만 명, 누누티비가 뭐기에   누누티비는 2021년 6월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입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시작해 지난달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로 소재지를 옮겼는데요. 사이트에는 그럴듯한 주소가 적혀 있지만 모두 가짜.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해 불법 유령회사가 즐겨 찾는 곳들입니다.   누누티비 메인 화면. ‘해외에 설립된 무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표방한다. 누누티비 캡처 이들은 스스로 ‘해외에 설립된 무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라고 소개합니다. 국내외 OTT는 물론 방송사 프로그램과 영화·애니메이션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모아뒀기 때문입니다. 누누티비는 무엇보다 ‘무료’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습니다. 사실 OTT가 급증하면서 구독료 부담이 커지긴 했습니다. 월 3만~4만원은 금방이죠. 로켓와우 회원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쿠팡 플레이(월 4900원)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한 티빙(월 4900원),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한 넷플릭스(월 5500원) 등 구독료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웨이브·왓챠(월 7900원)나 디즈니 플러스(월 9900원)는 구독료 할인 옵션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누누티비는 여느 불법 콘텐트 사이트에 비하면 깔끔하고 편리한 축입니다. 홈페이지 전면에 불법 도박 배너 광고가 게재돼 있지만, 회원 가입이나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웹하드나 토렌트처럼 다운로드를 받기 위해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영상 재생 속도나 화질도 제법 괜찮아 써본 사람들 사이에선 “차라리 OTT 업체와 정식으로 제휴해 유료 서비스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업계에서 추산하는 누누티비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약 1000만 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위인 넷플릭스(1150만 명)와 비슷하고, 2위 티빙(475만 명)과 3위 쿠팡플레이(401만 명)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  2. 방송사-OTT-제작사 연합군 출격, 지금 뭉친 이유는   누누티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가 출범했습니다. 방송사(MBC·KBS·CJ ENM·JTBC), OTT(웨이브·티빙), 제작사 및 배급사(SLL·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등 다양한 영상 산업 관계자들이 한데 뭉쳤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콘텐트 산업 매출액은 146조 9000억원(추정치), 그중에서도 방송(24조 6000억원)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출액은 130억 달러(약 16조 9100억원) 규모로, 2017~2021년 연평균 9%씩 성장했습니다. 산업이 커진만큼 저작권을 무시하는 불법 유통의 피해 규모도 불어납니다. 방송사나 OTT가 누누티비 사태에 가만 있을 수 없는 거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물론, 각자의 입장은 조금씩 다릅니다. 방송은 매시간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니 피해 대상이 많고, 영화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제작 기간도 길기 때문에 피해 금액이 높은 식입니다. OTT는 보통 여러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해 단기간 파급력을 노리는데, 누누티비가 그걸 중간에서 채가는 게 불만이고요. 협의체 간사를 맡은 MBC 법무팀 안상필 차장은 “서로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저작권 보호 목적은 같다. 각 사별로 개별 대응에 한계를 느껴 뜻을 모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공동 대응으로 사회적 주목도가 커지긴 했습니다. 김용배 콘텐츠웨이브 매니저는 “그동안 각자 관할 지역 경찰서에 수사 의뢰도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도 해봤지만 추적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 장기적으로 이슈를 끌고 가려면 통일된 창구가 있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거죠. 협의체가 지난달까지 파악한 누누티비에 업로드된 콘텐트는 20만 개, 조회 수는 18억 회 이상입니다. 이를 주문형비디오(VOD) 대여료 2750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피해액은 5조원에 달합니다. 콘텐트로 생산되는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커지겠죠.   사실 OTT 업계는 지난해 함께 불법을 막아낸 성공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페이센스가 OTT 1일 이용권을 판매했습니다. 이에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3사가 내용증명을 보내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석 달 만에 페이센스가 판매를 멈췄습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도 이때 동참했고요. 한 국내 OTT 관계자는 “누누티비 이름을 우리가 직접 거론하면 도리어 홍보해주는 결과가 될까봐 우려했지만, 그래도 불법이란 여론을 빨리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페이센스 때)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작용보다 효용이 더 크다고 본 것입니다.  지난 10일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자 누누티비 검색량도 덩달아 늘었다. 사진 넷플릭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익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방송사와 OTT 모두 매출은 늘어났지만 제작비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손해를 보는 곳도 많습니다. 지난해 매출 2476억원, 순손실 1255억원을 기록한 티빙이 대표적입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순손실 모두 88.3%, 110.9% 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증가 폭이 완만해지면서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을 남미부터 순차적으로 도입 중입니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OTT는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므로 이용자 변화에 더 민감하다”며 “지금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가느냐, 쇠퇴기로 가느냐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마당이니 OTT나 방송사들이 물이 줄줄 새는 구멍을 방치할 수 없다는 거죠.    ━  3. “환승연애 삭제해줄게” 국내 OTT만 내리면 돼?   조용하던 누누티비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방송사와 OTT의 영상 삭제 요청에 묵묵부답이더니 지난 23일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누누티비는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다. 관련 동영상을 일괄 삭제하겠다”고 밝히고, 티빙 ‘환승연애’ 등 1차 삭제 목록도 게시했습니다.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시즌 등 오리지널 작품이 그 대상입니다. “해당 자료는 더이상 업로드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후에도 남아 있는 경우 고객센터 e메일로 연락주시면 즉시 조치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누누티비 운영진이 누구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티빙에서 유료 가입 기여 최고 기록을 세운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 포스터. 사진 티빙 누누티비의 태연한 반응에 협의체 측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MBC 안상필 차장은 “전체 영상 중 국내 OTT 오리지널 비중이 크지 않은데 일부만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마치 국내 OTT 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마냥 포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OTT와 누누티비의 대결이 부각되고 있지만, 피해 범위는 방송사가 더 넓습니다. KBS1 ‘6시 내 고향’이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장수 프로그램들도 회차별로 누누티비에 다 올라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SBS 등도 속속 합류하고 있습니다. 해외 판권 판매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제작사들도 합류를 검토 중입니다.   그런데 왜 누누티비는 해외 OTT의 콘텐트는 계속 올려두는 걸까요? 혹시 이번 공동 대응 협의체에 해외 OTT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본 걸까요? 착각했을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해외 OTT 업체 대부분은 협의체에 ACE(Alliance for Creativity and Entertainment)의 이름으로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ACE는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 조직인데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 워너브라더스 같은 영화사 등 50여 개 업체가 소속돼 있습니다. 올해 들어 ACE가 대응해 폐쇄까지 끌어낸 불법 서비스들이 이미 여럿입니다. 프랑스의 익스트림 다운(MAU 1400만 명), 독일의 스트림즈(700만 명), 이집트의 마이시마(550만 명) 등등요.   세계 최대 불법 복제 대응 조직 ACE.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50여 개 회원사가 속해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해외 OTT 관계자들은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서비스하다 보니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이슈에 적극 나서기는 어렵지만 결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누누티비를 통해 한국 외 다른 국가에도 불법 영상이 유통됐다면 피해액은 커질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K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누누티비를 타고 또 다른 글로벌 불법 유통 사이트로 퍼져 나갔을 수도 있는 거죠. 셈법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  4. 온갖 부처 총출동했는데, 잡을 수 있는 거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협의체는 지난 9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형사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왜 부산일까요?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협의체에서 해당 사실을 알고 이쪽으로 사건을 접수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협의체가 부산경찰청까지 찾아간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부산경찰청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 ‘밤토끼’ 등 12개 사이트를 폐쇄 및 운영 중단한 경험이 있거든요.   사실 저작권법 자체는 문체부 담당이지만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엔 여러 기관이 얽혀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면 저작권 보유자는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진행해야 합니다. 방심위는 2021년 10월부터 20차례에 걸쳐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에게 누누티비 인터넷주소(URL) 차단을 요청했는데요. 하지만 누누티비가 도메인에 34, 36, 38 같은 숫자를 바꿔가면서 서비스를 계속하는 탓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습니다.   OTT 업체의 간곡한 요청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나섰습니다. 과기부는 지난해 12월 주 1회, 지난달 말 주 2회로 URL 차단을 늘려나갔습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이용자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어서 매일 차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한 콘텐트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자에게 접속 차단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데이터 양이 방대한 동영상 전송 과정에 안전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불법 콘텐트 유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관계 부처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문체부·과기부·외교부·법무부·방통위·경찰청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28일 발족했는데요. 이번 기회에 영상뿐 아니라 웹소설 등 K콘텐트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해 6월 중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을 수립해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  5. 누누티비 가면 뉴뉴티비 온다? 도돌이표 막으려면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을 검거한 부산경찰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웹툰 작가들이 그린 그림. 홈페이지 캡처 누누티비가 불법 OTT 척결 첫 타자로 지목됐지만, 뉴뉴티비·노노티비 등 제2의 누누티비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2018년 밤토끼는 폐쇄됐지만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 등 불법 웹툰 사이트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당시 밤토끼 운영자 허모씨는 웹툰 8만3347건을 불법으로 게시하고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료 명목으로 9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웹툰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네이버웹툰·레진코믹스·투믹스 등에 각 10억원씩, 웹툰 작가 50여 명에 각 150만~600만원씩 총 1억24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배상이 전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가 불법 콘텐트 유통 사이트의 ‘뒷배’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밤토끼나 누누티비처럼 이용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사이트가 유지되려면 다른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 한 방송국 관계자는 “이 정도 서버를 운영하려면 매월 1억원은 들 것”이라며 “돈 나올 곳은 도박 배너 광고밖에 없어서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콘텐트를 불법으로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도박 피해자까지 양산하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겠죠.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카지노’ 시즌2는 한국 오리지널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웹툰 업계에서는 기술을 통해 불법 유통을 막아보겠다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툰레이더’ 기술을 개발해 적용 중입니다. 네이버웹툰 측은 “지난 5년간 국내 1차 불법 사이트 32개 중 31개, 해외 68개 중 42개에서 업로드가 중지됐다”며 실효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영상에서도 콘텐트를 암호화하는 DRM, 정보를 삽입하는 포렌식 워터마크, DNA 비교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한 영상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은 최초 유통 경로가 통일돼 있어 그나마 낫지만 영상은 유통 플랫폼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고 플랫폼마다 영상 형태도 달라 불법 유통 방지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일괄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있어 빅 브러더처럼 모든 영상과 일일이 대조하며 보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기술을 활용해 불법 유통을 막거나 늦추는 건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불법으로 콘텐트를 공유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제대로 된 본보기가 없으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불법 사이트 운영진이 저작권을 위반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적발돼 토해내는 돈보다 많으니까 이런 범죄가 계속되는 것”이라며 “배상 금액을 높이고 환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2021년 유의미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법원은 불법 영상 링크임을 알고 영리적·계속적으로 게시하는 행위를 공중송신권 침해 방조로 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웹링크를 게시하는 건 웹페이지 위치를 나타내는 것에 불과해 방조 행위로 볼 수 없다는 2015년 판례를 뒤집은 건데요. 문진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불법 사이트를 만든 사람만 처벌한다고 될까요. OTT 업계에선 “이용자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2023.03.30 17:43

  • 머스크 "AI개발 멈춰라"…서울 오는 챗GPT 아빠도 "우려스럽다"

    머스크 "AI개발 멈춰라"…서울 오는 챗GPT 아빠도 "우려스럽다"

    전 세계에 AI 돌풍을 일으킨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가 서울에 온다. 인공지능(AI) 정책 입안자, 개발자 등과 대면해 오픈AI의 성과를 직접 알리고 챗GPT 돌풍을 이어가려는 행보로 보인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AP   29일(현지시간)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는 5, 6월 전 세계 주요 도시로 투어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을 예고한 지역은 서울을 포함한 워싱턴DC, 토론토, 런던, 도쿄, 멜버른 등 17개 도시다. 알트먼은 “챗GPT 등 오픈AI의 제품을 쓰는 이용자, 개발자, AI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라며 “아울러 (오픈AI에 대한) 강연을 하고 정책 입안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도시별 방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초거대 AI에 대한 기대와 공포가 공존하면서 오픈AI의 성과를 CEO인 자신이 직접 알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알트먼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GPT-4를 비롯한 초거대 AI에 대한 생각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에 대해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위대한 기술”이라면서도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사이버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챗GPT의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1억을 넘으면서 AI 기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애플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등 유명 인사들이 초거대 AI 개발 경쟁을 일단 멈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단체 ‘퓨처 라이프 인스티튜트’(FLI)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감독하는 안전 프로토콜을 개발할 때까지 모든 AI 연구소에서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할 것으로 요청한다”는 공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머스크, 워즈니악을 포함한 유명 인사 1000여 명이 여기에 서명을 했다. 오픈AI는 이미 GPT-5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어를 한다고 밝혔다.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 https://www.joongang.co.kr/factpl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3.30 17:40

  • [팩플] 게임 만들며 포스텍 학점 딴다…IPO 노리는 시프트업의 승부

    [팩플] 게임 만들며 포스텍 학점 딴다…IPO 노리는 시프트업의 승부

    시프트업과 포스텍(포항공대)가 29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오프 캠퍼스(Off Campus)'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시프트업] 중견 게임업체 시프트업이 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산학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기 중 국내외 대학, 기업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오프 캠퍼스(Off Campus)’ 제도다. 실적 악화와 인력 구조조정 등 불황의 그림자를 이겨내려는 게임업계가 우수 인력을 조기 영입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재산(IP)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  무슨 일이야   시트프업은 29일 포스텍과 오프 캠퍼스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 학기동안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포스텍 학생에게 시프트업이 서울 역삼동 회사 사무실에서 게임개발 프로젝트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또 회사 내에서 포스텍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포스텍이 산학연계형 오프 캠퍼스 제도를 시행한 사례는 시프트업이 처음이다.   포스텍은 프로그램에 지원자 중 온라인 코딩 시험과 면접을 거쳐 최종 오프 캠퍼스 참가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정확한 선발 인원은 미정이지만, 각종 프로젝트 상황상 10명 안팎을 뽑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어떤 의미야   게임업계에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성공한 IP를 보유한 국내 게임사들은 도리어 인력 확보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넥슨게임즈는 지난 2일 올해 300명 규모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 게임 기획, 사업, 경영직군 등 전 분야에서 수시 채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2021년 출시한 하위 문화(서브컬쳐) 장르의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와 지난해 8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인 ‘히트2’ 신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또다른 신작 5개 제작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출시한 넥슨게임즈의 MMORPG 히트2. [사진 넥슨게임즈]   시프트업은 포스텍에 내건 인턴 모집 공고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턴 개발자에게 ‘월 300만원의 급여, 4성급 호텔 숙소’ 등을 제공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시프트업의 신작 ‘니케’의 흥행을 이어가려면 우수 인재를 빠르게 확봐해야했기 때문.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니케는 지난해 11월초 출시된 지 한달 만에 전 세계 누적 매출 1억7000만 달러(약 2200억원)를 기록했다.시프트업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에 새롭게 포함됐고, 연내 기업공개(IPO)도 추진중이다.    ━  왜 중요해   한국 게임업계에서 흥행할 만한 ‘신규 IP’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이제 생존의 척도가 됐다. 업계가 내놓는 신작이라 해도, 상당수가 기존 잘나가던 IP를 재활용한 것이라는 소비자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 실제로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일명 3N이 출시한 대표작들 중 ‘리니지W(2021년·엔씨소프트)’, ‘히트2(2022년·넥슨게임즈)’, ‘세븐나이츠 레볼루션(2022년·넷마블)’ 모두 기존 IP를 끌어다 쓴 작품이다.   신규 IP 중 성공 사례도 드물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초 신규 IP인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 탓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어려웠고, 게임 실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최적화 기술’이 부족해 출시 초기 이용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말 출시한 신규 지식재산(IP)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의 일러스트. [사진 크래프톤] 게임사들은 새 IP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8년 인수한 개발사 넷이즈가 내놓은 신규 IP(히트, 블루 아카이브)가 성공하자, 넥슨의 장수 캐시카우인 ‘서든어택’의 개발사 ‘넥슨지티’와 넷이지를 합병했다. 지난해 개발 자회사 넥슨게임’가 출범한 배경이다. 기존 넷이즈의 개발력에 기존의 캐시카우(서든어택)를 붙여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신규 IP 제작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국내 게임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의 수요는 계속 줄면서, 기존 대형 게임사들의 위기 의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03.29 17:20

  • AWS “데이터의 핵심은 ‘다양성’…전세계 AI 대중화 이룰 것”

    AWS “데이터의 핵심은 ‘다양성’…전세계 AI 대중화 이룰 것”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마이란 톰센 부코벡 AWS 기술 부문 부사장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열풍에 함께 웃은 곳이 있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가 아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다. 초거대 AI와 그에 파생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핵심 요소인 컴퓨팅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수. 챗GPT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애저’ 위에서 움직인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역시 초거대 AI 시대를 맞으면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AWS는 2006년 설립됐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클라우드의 최강자.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AWS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32%)다.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을 내놓은 스테빌리티AI와 세계 최대 머신러닝(ML)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AWS의 손을 잡은 이유다. 그러나 GPT-4를 자사 클라우드에 장착한 MS, 구글클라우드에 생성AI 애플리케이션(앱) 빌더를 장착한 구글 등의 경쟁자들이 AWS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래픽=한호정   마이란 톰센 부코벡 AWS 기술 부문 부사장을 지난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AWS코리아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AWS코리아의 여성 근로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방한했다. 초거대AI 시대에 클라우드 역할은 무엇인지, AWS는 다른 클라우드 기업과 무엇이 다른지 부코벡 부사장에게 물었다. 2010년부터 AWS에서 일한 그는 2020년부터 기술 부문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부코벡 부사장은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관·구성하는 기술인 스토리지 기술 전문가다. 스토리지는 AI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커진 분야로 꼽힌다.     ━  “AI용 입력 데이터가 바뀌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I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전에도 AI는 중요했는데, 어떤 변수가 생긴걸까. AI의 시작은 데이터다. 수십억~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보유한 AI 모델을 훈련하려면 일단 원천 자료 역할을 하는 소스 데이터(어떤 작업이나 가공을 하기 전인 초기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소스 데이터셋이라고 하면 트랜잭션 데이터(입출금, 이체와 같은 은행 거래, 주식 거래 등 행과 열로 표시될 수 있는 데이터)와 같은, 구조화되고 정형화된 데이터였다. 그런데 클라우드 시대가 열리면서 이미지, 파일, 오디오, 비디오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비정형 데이터셋을 활용해서도 머신러닝을 할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덕분에 전에는 쓸모없던 데이터도 AI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건가? 이전까지는 기업이나 공공 기관들이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그게 AI 훈련용으로 쓸 수 있는 모양새로 정리돼 있지 않다보니 AI 기술을 기업들이 활용해볼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클라우드 시대에는 각 기업이 보유 중인 다양한 데이터셋을 AI 모델에 결합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전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데이터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에 변화가 생기고, 파라미터가 늘어나면서 AI의 통찰력과 정확성 모두에서 혁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앞으론 AI를 업무에 실제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날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업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80% 이상이 비정형 데이터라고 한다. 앞으로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AI 모델에 적용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기업의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데이터 비즈니스다. 사실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조직 내 잠자고 있던 데이터를 끌어와 AI에 활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  “클라우드로 AI의 대중화”     이런 변화 흐름에서 AWS의 역할은 뭔가. 전 세계 기업의 AI 사용을 대중화하겠다(democratize)는 것이 AWS의 미션이다. 현재 전 세계 10만 개 이상의 고객사가 AWS의 AI와 머신러닝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AWS는 200개가 넘는 새로운 AI와 머신러닝 기능을 출시했다. 허깅페이스나 스테빌리티AI와 같이 업계를 선도하는 생성 AI 업체들이 AWS와 손을 잡은 이유는 AWS가 그만큼 깊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WS는 ‘경험에 대해서는 압축 알고리즘이 없다’고 말한다. 어떤 알고리즘도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AWS는 거의 17년 동안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해 온 경험이 있다. AWS보다 더 깊고 폭넓은 서비스를,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모든 산업에서, 거의 모든 규모의 앱을 실행하는 운영 경험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없다.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산하는 것도 ‘AI 대중화’의 과정인가. 그것도 AWS의 역할이다. 이젠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누구나 쉽게 AI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AWS는 지난해 연례 기술 컨퍼런스(AWS리인벤트2022)에서 클라우드 기반 머신러닝 플랫폼인 ‘아마존 세이지메이커’의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는데, 지리공간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개발이나 농업 등 지리 공간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들이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데이터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기업들도 많다. 비정형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엑사바이트(EB‧2시간짜리 고화질(HD) 영화 2억5000만 편을 저장 가능한 용량)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비용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AI 훈련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비용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AWS의 파트너사인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미국 증권거래소를 규제하는 기관인데, 증권거래소에서 일어나는 사기 거래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거래 수가 매우 빠르게 늘고 있는데, 2019년 1월부터 2년간 이 데이터 규모가 3배나 늘었다. 그런데도 FINRA는 데이터 저장과 유지에 쓰이는 비용을 기존 대비 50% 절감했다. AWS의 클라우드 기반 스토리지 서비스로 비용을 낮춘 덕분이다. 한 달간 데이터를 안 쓰면 해당 40% 할인, 90일 연속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67% 할인을 하는 식으로, 기업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마이란 톰센 부코벡 아마존웹서비스(AWS) 부사장. [사진 AWS]   지난 2012년 한국에도 지사를 연 AWS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압도적 1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는 AWS로 62.1%였다. 2위는 MS(12.0%), 3위는 네이버(7.0%)로 1위와 격차가 크다. 올해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요구하는 보안인증(CSAP) 규제가 완화되면서 AWS, 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도 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 시장에서 계획은? AWS는 지난 10년여간 한국의 기업과 스타트업, 정부 기관과 협력해 왔다. 이제 한국 기업과 정부 기관이 클라우드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여기서 더 가속도를 내기 위해 우리는 한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한국의 클라우드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 AWS는 2017년부터 20만명 이상의 한국인에게 클라우드 기술과 실무를 다루는 교육을 제공했다. 또 더 많은 여성이 클라우드 역량과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걸스 인 테크’ 등의 개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WS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클라우드 생태계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공공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미인가. AWS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많은 정부와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안전한 보행로를 건설하는 스마트시티 구축 프로젝트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정부의 의사결정을 돕는 데이터 저장소 등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과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데이터도, 사람도 핵심은 ‘다양성’      미국 UC 샌디에이고 대학을 나온 부코벡 부사장은 26년 이상 시애틀의 거물 빅테크 기업 두 곳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개발자 출신 리더다. 1996년 MS에 서버 부문으로 입사했고, 2010년부터는 AWS에서 스토리지 부문 등을 담당하며 성장했다. 그는 베트남인과 백인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자란 다문화 가정 출신 여성 리더이기도 하다. AWS를 포함한 아마존의 여성 직원 비율(2021년 기준)은 전체 직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44.8%에 달하지만, 시니어 리더급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23.1%로 확 낮아진다.    한국에선 IT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낮은 편이다. 빅테크 기업의 여성 리더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소프트웨어 분야 여성 종사자는 22.5% 아까 제가 머신러닝 모델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했다. 특히 다양한 데이터가 있어야 머신러닝 모델이 더 정확해질 수 있고, 예전에는 얻을 수 없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는 노동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술 분야의 성 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우리의 사고방식과 혁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을 수 있다.   AWS에선 성별을 포함해 조직의 다양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AWS엔 ‘의견과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원칙이 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니까. 이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일이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리더들이 기술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을 더 발굴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계발해야 한다. 이를 돕는 건 AWS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시아계 여성 개발자로서 IT 업계에서 겪었던 고충이 있었다면. IT 업계에서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나한테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걸 어려워했다. 그때는 부끄러움도 많았고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더 실력을 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러는 사이에 내가 원했던 프로젝트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뛰어들더라. 나의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많이 변했고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저에게 만약에 조언할 수 있다면, ‘대담해져라, 겁을 내지 말고 용기를 내고 더 많이 요구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너 스스로 문을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내라’는 말도 꼭 해주고 싶다.

    2023.03.29 17:09

  • [팩플] 카카오 김범수, 금산분리·승계 논란 케이큐브홀딩스 접나

    [팩플] 카카오 김범수, 금산분리·승계 논란 케이큐브홀딩스 접나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개인회사이자 카카오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KCH) 청산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말 공정위원회가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KCH를 고발한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금융업을 하는 KCH가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게 공정거래법 11조(일명 금산분리 규정)을 어겼다고 봤다.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28일 IT 업계 등에 따르면 김범수 센터장은 지배구조, 금산분리 위법 의혹을 받는 KCH 법인을 청산하는 안을 두고 내외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KCH 문제와 관련해 (김 센터장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  케이큐브홀딩스는 어떤 회사    2007년 설립된 KCH는 김 센터장이 지분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설립 초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 임대업, 오프라인 교육업 등을 목적으로 했다가 2020년 금융투자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KCH는 카카오 지분 10.5%를 보유, 최대주주 김 센터장(13.27%)에 이은 2대 주주다. KCH와 김 센터장 직접 보유분을 합쳐 김 의장의 실질 카카오 지분은 24%에 달한다. KCH는 또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0.91% 갖고 있다.    ━  왜 정리하려 하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① 위법‧승계 논란의 불씨 KCH는 카카오의 금산분리 위반 혐의, 편법 지주사 및 경영 승계 논란의 핵심에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금산분리 위법 혐의로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함께 의결권 행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2020년부터 2년간 KCH의 금융 수익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법인 스스로 정관에 금융투자업을 추가한 만큼 금융사라고 봤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인 금융사(KCH)는 비금융 계열사(카카오,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 수 없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행사하려면 몇가지 예외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KCH는 020년과 2021년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14차례,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11차례 보유 지분 전부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KCH가 카카오의 지주회사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 2대 주주인데다, 김 센터장의 개인회사라 사실상 카카오 그룹의 최상단에 있는 법인이기 때문이다. 또 과거 김 센터장 동생이 대표를 맡았고, 김 센터장 자녀들이 재직해 편법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사회적 논란도 불거졌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안이기도 하다.     ② 검찰·공정위의 칼날 2021년 지적 이후, KCH는 사회적기업으로 일단 전환을 시도했지만 공정위의 검찰 고발을 막진 못했다. 지난 1월부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가 진행되며 카카오의 고민이 깊어졌다. 공정위 고발 직후 KCH는 입장 자료를 내고 “(공정위가 적용한)금융사 의결권 제한 규정은 35년 전 대기업집단이 타인의 자본을 활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35년 전 도입한 규제”라며 “KCH는 해당 규정의 취지에 해당되지 않는 사례”라고 적극 반박했다. 타인의 자본을 수신하거나 여신하는 금융업을 하지 않으니, 금산분리 규제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행정 소송 등을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던 입장이 돌아선 데는 검찰 수사 영향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대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 의지가 강해지면서 카카오와 김 센터장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가 칼을 쥐고 있는 카카오 관련 사업도 상당하다. 공정위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배차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 가맹기사를 우대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남은 과제도 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공개매수가 종료됨에 따라 카카오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공정위를 위시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앞으로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연합뉴스 김 센터장이 실제 KCH를 청산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청산 전까지 보유 중인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지분 처리 문제가 남는다. 김 센터장의 카카오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김 센터장이 KCH의 카카오·카카오게임즈 지분을 되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법인 청산의 시기도 관건이다. 만약 검찰 수사 중에 법인이 청산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통상의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법리적으로 청산이 되면 법인(KCH)에 대한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인 청산이 며칠 만에 이뤄지진 않기에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파악하며 필요한 조치는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3.29 06:00

  • 구현모·사외이사 2명도 줄사퇴…“KT, 5개월 이상 비상경영 해야”

    구현모·사외이사 2명도 줄사퇴…“KT, 5개월 이상 비상경영 해야”

    KT가 28일 구현모 대표 및 사외이사 2명이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스1   KT가 혼란의 연속이다.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한 데 이어, 28일엔 구현모 현 대표가 사퇴했다. 임기 만료일인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서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외이사들도 동반 사퇴하면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해 경영 공백을 메꾸고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구 대표 임기 사흘 앞두고 사퇴, 비상경영 체제 돌입   KT는 이날 공시를 통해 “구 대표와 함께, 김대유ㆍ유희열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인물로 임기를 1년 남긴 상태였다. 유 사외이사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인사로 지난해 재선임돼 임기가 2년 더 남아 있었다. 이로써 KT 이사회에선 석 달 여만에 사외이사 8명 중 4명이 사퇴하는 기록을 남겼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사외이사가, 3월엔 벤자민 홍 사외이사(라이나 생명보험 이사회 의장)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여권과 이사회가 대치하는 모양새가 거듭되며 벌어진 일들이다.     대표이사 직무는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행한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박 대표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위원회 안에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도 설치한다. 성장지속 TF는 고객 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뉴 거버너스 구축 TF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일지 그래픽 이미지.  ━  임기 남은 이사 1명뿐   이제 남은 KT 사외이사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와 2년 임기가 남은 김용헌 사외이사(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총 4명 뿐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3명은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 재선임 대상으로 올라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들 3인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보고서를 통해 이들 3인의 임기 연장을 반대한 만큼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고, 통과되더라도 이들이 사의를 밝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들 3인은 애초에 윤 사장의 대표 선임에 맞춰 KT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돕기 위해 1년 임기 연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의 사외이사 임기는 통상 3년이다.     만약 이들 3인이 임기 연장을 승인받지 못하거나, 2명 이상 스스로 물러날 경우 법에서 정한 이사회 구성 요건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상법 542조의 8에 따르면 ‘자산 규모(2조원)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3인 이상만 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진행해 새로운 사외이사와 대표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    ━  경영 정상화에 최대 5개월 소요될 듯   시장에서는 KT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KT 목표 주가를 4만4000원으로 기존보다 15% 낮춘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CEO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부터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심사위원회 등을 새로 수립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고려하면 상반기 안에 CEO 선임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KT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이사회 구성 및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5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두 차례 정도 열 예정이다. 이날 박 대표 직무대행은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3.28 18:31

  • KT, 경영공백 장기화 불가피…이사회 재구성도 난항

    KT, 경영공백 장기화 불가피…이사회 재구성도 난항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KT가 공시를 통해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사퇴를 공식화했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 구 대표와 이사진은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규 CEO 후보 선임 절차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KT “대표 선임건 폐기” 공시   차기 CEO 후보로 나섰던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27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지난 7일 차기 CEO 후보에 오른지 19일 만이다. 이에 KT는 “윤 후보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며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폐기한다고 공시했다. 윤 후보가 추천한 사내이사(송경민 KT SAT 대표(KT 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선임 안건도 정관에 따라 무효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이사는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사퇴한) 윤 후보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책임이 엄중하다고 본다”며 “남은 일은 가라앉은 배를 어떻게 할지인데, 주총이 끝나야 결정할 것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사회가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며 안건이 폐기됐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3인(강충구·여은정·표현명)의 재선임 건과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만 논의 예정이다.   윤 후보의 사퇴로 KT는 차기 CEO 후보 공모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게 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심사를 포함하면, 4개월 여 사이 대표 선임 절차를 네 번이나 진행하는 것이다. KT는 차기 수장을 결정짓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미뤄두고 있는 상태다.    ━  직무 대행, 누가 할까    차기 대표이사 사퇴를 발표한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연합뉴스] 최소 한 달 이상 공석으로 남을 대표직을 누가 수행할지도 문제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대행하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이 유고 시 사내 직제규정 순으로 대표직을 수행한다. 이 경우 대표 직무 대리는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맡게 된다. 상법상으로는 구 대표가 임시 주총까지 대표직을 연장할 수도 있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대표가 새로 선임된 대표가 취임할 때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대표와 박 사장 모두 ‘국회의원 후원금 쪼개기 지원’ 사건으로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았던 것이 변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박 사장은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차기 대표가 정해지기 전까지 임시 대표 선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상법에 따르면 법원은 주요 주주 청구에 의해 일시적으로 대표 직무를 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다.    ━  이사회 재구성도 난항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주관할 이사회 역시 재구성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 2인(구현모·윤경림)은 주총일에 임기가 끝나고, 사외이사 8인 중 이강철·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퇴하며 이미 두 자리가 공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이들의 재선임에 대해 “지배구조 감독과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 법적 우려가 있는 이사(구현모 현 대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KT 이사회에는 김대유·김용헌·유희열 사외이사만 남게 된다. KT 관계자는 “사외이사 3인만 남게 될 경우 CEO 선임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8일 열릴 긴급 이사회에 구 대표와 이사진이 참석해 이 같은 내용까지 모두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KT 노조는 이사회에 책임을 묻고 있다.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이사회가 자신들의 인력 풀 안에서 무리하게 후보를 뽑은 데서 비롯된 실패”라며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르면 5월경에나 KT가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의 CEO 선임 절차가 난항을 겪으며 새롭게 올 CEO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며 “기존 KT가 구축해 놓은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버티면 KT 망가질 듯" 물러난 CEO 후보…노조 "이사진 사퇴하라" [팩플] KT 경영 공백 현실로…윤경림 차기 CEO 후보 사의 표명 “윤경림, 책임 문제 있지만 경영 공백은 안 돼”…ISS, KT 사장 선임 찬성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김경미·여성국 기자 gaem@joongang.co.kr

    2023.03.27 17:58

  • 아이폰 향한 젠Z의 사랑…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아이폰 향한 젠Z의 사랑…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유료 전용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는 유독 휴대폰이 자주 등장했다. 주인공 정경호와 전도연의 첫 실랑이도, 화해도 휴대폰이었다. 학원가가 배경이라 극 중 고교생들의 폰도 자주 노출됐다. 지난해 최고 화제 영화 ‘헤어질 결심’ 역시, 휴대폰과 스마트워치가 ‘조연급’ 수준으로 나온다. 스마트폰이 관계의 매개체가 된 현실의 반영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죄다 아이폰만 쓴다’. 박찬욱 감독이야, 애플이 10년 이상 연 맺고 공들여서라고 치자(박찬욱 감독은 2011년 아이폰4로, 지난해 아이폰13으로 단편영화를 찍었다). 일타스캔들은 왜? 제작진에게 ‘혹시 아이폰 협찬받았나’ 질문하자 답이 돌아왔다. ‘극의 내용에 맞게 제작진이 선택했을 뿐이다.’   ■ 🧾 목차 (feat.더 글로리) 「 1. “젠Z야, 삼촌이 아이폰 사놨어!” 2. 아이폰이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한 줄도 없었다 3. 구글, 넌 모르잖아? 하드웨어로 돈 버는 세상 4. 중국이 가진 게 왜 없어? 많잖아, 숫자 5.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우리 꼭 또 보자   」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현상은 최근 들어 그 연령대가 점차 내려가고 층은 넓어지고 있다. 단지 디바이스 점유율 문제가 아닌, 모바일 시장 판도가 달렸다는데. 삼성의 현실, 애플의 계획, 구글의 대책은.   그래픽=한호정    ━  1. “젠Z야, 삼촌이 아이폰 사놨어!”     Z세대 이하에서 아이폰 사랑이 유난하단 건, 업계에서는 알려진 얘기다. 초중생 자녀에게 갤럭시를 사 주면 실망한다는 얘기는 학부모 사이에서는 공공연하다. ‘철없는 한 때’라고 치부하기에는,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4 프로. AFP=연합뉴스 ◦ 젠Z의 아이폰 편애: 블룸버그는 지난 3일 미국 젠Z(1997~2012년생)의 스마트폰 사용 현황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중 79%가 애플(아이폰)을, 13%가 삼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18~85세(애플 47%, 삼성 32%)에서보다 애플-삼성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6월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아이폰·갤럭시 사용 비율은각각 52%, 44%였다.   ◦ 젠Z에 대한 오해① 저가폰 쓰겠지: 중저가 모델을 보유한 갤럭시와 달리, 아이폰은 ‘비싼 폰’과 ‘더 비싼 폰’만 있다. 젠Z의 아이폰 선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보다 ‘그러하기에’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정설. 블룸버그 설문에서, 젠Z가 아이폰 선택에 고려한 요소는 카메라(50%)〉가격(44%)〉 운영체제(41%) 순이었다(중복응답). 젠Z 수백 명의 스마트폰을 직접 들여다보고 책 〈Z의 스마트폰〉을 쓴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는 “초등생과 젠Z는 부모 외 다수의 친지에게 용돈을 받기에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세대고 눈높이가 높다”라며 “중저가폰을 쓸 거라는 건 오산”이라고 했다. 삼성은 동남아 젠Z 공략을 위해 걸그룹 블랙핑크를 중저가폰 갤럭시A 광고모델로 기용했는데, 블랙핑크 멤버들은 계약기간이 끝나자 모두 최신 아이폰을 쓰는 사진을 각자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젠Z에 대한 오해② 한때겠지: 박준영 대표는 “젠Z는 디지털에서 소통·창작·생산 등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삶을 살기에,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단지 기기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애플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나타낸다는 인식이 초등생에게도 있다”라고 했다. 젠Z의 아이폰 편애를 ‘또래 눈치보기’ 같은 한 때의 철없음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 블룸버그 역시 젠Z의 아이폰 선호가 향후 모바일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봤다. “앞으로 10년간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연 2%의 저성장에 그치더라도 iOS 설치는 연 7%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18~29세뿐 아니라 30대의 아이폰 사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 프리미엄 시장 꺾이니, 이윤도: 아이폰 점유율이 커진다는 건, 곧 다른 제조사들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잃고 있다는 의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거시경제적 어려움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지만, 고가폰(600 달러 이상)과 초고가폰(1000달러 이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 38% 증가했다. 삼성과 애플의 고가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75%, 16%. 전년(71%, 17%)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 매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2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6.1% 감소한 1조7000억원이었다.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의 약세가 동시에 닥친 탓.   제조사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사진 카운터포인트  ━  2. 아이폰이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한 줄도 없었다     아이폰은 어쩌다 ‘갖고 있어도 갖고 싶은’ 대상이 됐을까. 일단 애플이 디자인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디테일 하나에도 집착했다는 건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빅 군도트라 전 구글 부사장은 2012년 자신의 SNS를 통해 “일요일 아침부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게 ‘구글(GOOGLE) 로고 중 두 번째 O의 노란색 그라데이션이 아이폰에서 원래 색감대로 안 보인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그러나 ‘스티브 이후’(After Steve)에도 현재 구도에 영향 미친 결정들은 분명히 있었다. 현재의 애플은 어떻게 고지를 점령했을까.   ◦ 애플의 선택① 프리미엄: 갤럭시가 중저가 시장 확장을 통해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왕좌를 노릴 때, 애플은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고동진 전 삼성전자 IM부문장(현 모바일부문)은 2018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기술을 중저가폰에 먼저 넣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반면 애플은 같은 해 고가 모델 아이폰XS 맥스를 출시하고 2019년 아이폰11부터는 프로 시리즈를 내놨다. 결과는?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불할 사람들이 있다”(2018년)고 장담한 팀 쿡의 1승. 특히 최근엔 북미 시장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프리미엄 선호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SCC가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모델인 아이폰14⋅아이폰14플러스 패널 출하량은 전작 대비 36% 감소한 반면, 고가모델인 아이폰14프로⋅아이폰14프로 맥스의 판매량은 각각 22%와 23% 증가했다. 애플의 저가모델 아이폰SE(2016⋅2020⋅2022년 출시)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프리미엄 전략 강화의 한 배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애플의 선택② 생태계: 애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에서 구동 중인 애플 기기는 20억 대. 아이폰부터 애플패드, 에어팟, 맥, 애플워치까지, ‘하나의 기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끊김없이 쓸 수 있다. 삼성은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갤럭시와 윈도우를 연결하는 기능을 내놨다. 애플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6년 만에 ‘매수’ 의견 리포트를 낸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생태계. 리포트를 쓴 마이클 응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애플 제품의 수익 성장 둔화에만 초점을 두고 생태계의 강점을 놓치고 있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잘 구축된 생태계가 재구매율을 높이기에 애플 실적 지속성이 담보된다는 것.   ◦ 애플의 선택③ ‘폰 이외의 혁신’: 아이폰뿐 아니라 액세서리나 오프라인 고객경험까지 제품의 일부라고 본 애플의 전략도 먹혔다. 애플은 2016년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내놓고 ‘이게 혁신이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결국 무선 이어폰 시장 확대를 선도했다. 더구나 아이폰 사용자의 77%가 무선 이어폰을 쓴다고 응답, 갤럭시 사용자의 이용률(53%)보다 높게 나타났다(한국갤럽 2022 설문조사). 애플은 “애플 스토어는 애플의 가장 큰 제품”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늘렸고 ‘햇살을 투과하는 통유리와 그 가운데 박힌 애플 로고, 그 안에서 체험하는 애플 생태계’라는 전 세계 공통 풍경을 연출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은 기기뿐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을 갖는 것도 혁신성으로 여긴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한종희 부회장이 ‘고객 경험(X, Experience)’을 강조하며 스마트폰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명칭을 26년 만에 MX로 교체했고,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명을 디지털프라자에서 삼성스토어로 바꾸기도.   지난해 공개된 애플워치 울트라(왼쪽)과 에어팟 프로2(오른쪽). AP=연합뉴스 2021년 베이징에 있는 애플스토어의 모습. 매장 일부가 통유리로 되어있다. AP=연합뉴스    ━  3. 구글, 넌 모르잖아? 하드웨어로 돈 버는 세상   고민은 구글로 옮아간다. ‘아이폰 대 갤럭시’ 점유율은 곧,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세(勢)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가을부터 순다 피차이 등 구글 경영진은 애플이 삼성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 빠졌다고 한다.   ◦ 모바일 본진을 확보하라: 순다 피차이는 “우리를 보호하는 최상의 포지션은 구글 자체 디바이스(기기)”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구글이 자동차와 TV ‘소프트웨어’ 쪽에서 구글 ‘디바이스’ 쪽으로 인력을 이동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본다. 구글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전용 OS에 대한 음성지원 검색 개발에 투자를 줄인 것도 같은 이유라고. 구글은 지난 15일자로 산업용(의료·제조업 등) AR 스마트 글래스인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헤드셋을 단종시켰다. 올초부터 ‘1만2000명 이상 감원’을 선언하고 진행 중인 구글의 기조와도 맞물린다.   ◦ 레퍼런스폰? 아니, 프리미엄폰: 다수의 외신들은 구글이 5월에 열리는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3’에서 ‘픽셀 폴더블 폰’을 공개하고, 6월에는 출시할 거라고 예상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과 함께 최신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레퍼런스폰, 즉 ‘안드로이드 폰은 이렇게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참고 모델을 출시해 왔다. 2010년 HTC의 ‘넥서스 원’으로 시작해 삼성·화웨이와도 만들어 온 넥서스 시리즈다. 2016년 ‘픽셀’부터는 구글이 직접 설계했고, 2021년 모델(픽셀6)부터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칩 ‘텐서’를 장착하고 카메라 성능도 높였다. 그런데 이제는, 최고가 프리미엄폰인 폴더블폰을 구글이 직접 만들어 판다는 것.   ◦ 동맹이냐, 기기냐: 구글은 삼성 등 기기 제조사들과의 동맹을 통해 안드로이드를 확장하는 한편, 자체 하드웨어에 대한 시도도 꾸준히 해왔다. 다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지난 2012년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가 2년 만에 레노버에 29억 달러에 팔았다. 모토로라가 보유한 특허권은 남긴 걸로 위안 삼은 정도. 2017년 다시 11억 달러에 HTC의 ‘픽셀’ 사업부문-개발자 2000명과 특허-을 인수, 디바이스 사업부를 꾸렸다. 모토로라 출신의 릭 오스터로 수석 부사장이 이끄는 이 팀에서 2023년작 픽셀 폴더블 폰도 내놓는다. 래리 페이지의 모토로라 1차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는데, 순다 피차이의 HTC 2차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LG는 철수하고 화웨이 등 중국 업체는 미중 무역갈등 한복판에 서는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하나둘씩 ‘변고’가 생기는 시점이어서, 구글 ‘기기’의 성패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4. 중국이 가진 게 왜 없어? 많잖아, 숫자     ‘갤럭시를 위협하는 중국 스마트폰’. 구문 같지만 최근엔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과거 저가폰 물량 공세로 갤럭시A 시리즈와 경쟁하던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으로 전략을 바꾼 것.   ◦ 삼성 넘보는 중국 폴더블 폰: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폴더블 폰은 지난해보다 52% 증가해 22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3는 ‘중국 폰 박람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오포가 ‘파인드 N2 플립’ 실물을 공개하고 화웨이 자회사인 아너는 ‘매직Vs, 테크노는 ‘팬텀 V 폴드’ 등을 선보였다. 특히 오포의 파인드 N2 플립은 언뜻 보면 삼성의 갤럭시Z 플립4과 혼동할 정도로 외형이 유사했다.   ◦ 프리미엄의 기회, 미중 갈등의 난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매출의 55%는 프리미엄폰이 차지했다. “북미와 같은 성숙 시장 뿐만 아니라 신흥 경제국에서도 프리미엄 선호가 뚜렷하다”는 것. 특히 주목받는 곳은 인도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인도 시장서 프리미엄화 추세를 목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의 한가운데 놓여 글로벌 점유율이 폭락한 화웨이 사례에서 보듯, 중국 프리미엄폰의 ‘중국 밖’ 성공에는 변수가 많다. 장세진 KAIST 교수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가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전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은) 근본적으로는 점유율과 마진율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 중국 젠Z 애국심도 넘어선 아이폰: 시진핑 주석 집권기에 교육받은 중국의 젠Z세대를 표현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애국심. 글로벌 브랜드라도 중국 국익을 건드리면 불매하고, ‘애국소비’를 자랑으로 여긴다. 동시에 아이폰 사랑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광군절 온라인 쇼핑 축제 기간 스마트폰 브랜드 판매점유율(39%)과 매출점유율(68%)에서 모두 1위는 애플. 샤오미는 각각 31%, 13%로 2위를 기록했고 아너와 오포가 뒤를 이었다. 이런 중국에 대해 애플도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팀 쿡은 지난 25일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친중 발언을 쏟아내기도. 쿡 CEO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서 “중국과 애플은 지난 30여 년간 함께 성장해왔다. 이것은 공생 같은 관계이고 양측이 모두 이를 누려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으로 한국 반도체⋅전자⋅배터리 기업들은 샌드위치 신세로 고민이 깊어진 와중에, 애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현재 중국은 아이폰 80% 이상을 생산하는 생산기지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애플 매장을 찾아 현지 고객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 사진 팀 쿡 웨이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공개 행보를 보인 팀 쿡 CEO와 다르게 이 부회장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사진 삼성전자    ━  5.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우리 꼭 또 보자   구글과 애플, 삼성과 애플의 성패는 돌고 돈다. 예컨대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10년대 초중반에는 구글의 개방성과 삼성의 속도전이 주효했으나 성숙기에는 약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갤럭시-아이폰-안드로이드 정세에서 짚어볼 점은.   ◦ 개방성 vs 폐쇄성: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를 무료 오픈소스로 개방, 제조사가 이를 활용해 빠르게 스마트폰을 내놓게 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이 처음부터 구상한 바다. 이와 반대로 애플의 폐쇄적인 iOS는 확장에는 불리했지만 보안과 관리에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와 iOS가 각각 최신 소프트웨어 버전을 내놓아도 안드로이드 기기보다 iOS 기기 적용 비율이 높다.   ◦ 스펙 vs 브랜딩: 애플은 기술 스펙과 브랜딩 중 후자의 손을 들어 왔다. ‘동일한 고객 경험’과 ‘철학’을 강조하느라 기능을 빼는 일도 잦다. 예를 들어 ‘T전화’ 등 전화 앱의 iOS 버전에는 통화 녹음 기능이 없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통화 녹음에 대한 법적 문제가 없는데도, 애플의 요구로 앱 개발사(SK텔레콤)가 있는 기능을 제거한 것. ‘사생활 보호’와 ‘어디서나 같은 고객경험’이라는 애플의 철학 때문이다. 플립이나 폴더블 폰 도입도 삼성이 더 빨랐다. 아이폰 화면 크기는 2014년(아이폰6)이 되어서야 4인치를 초과할 수 있었는데, 스티브 잡스의 ‘3.5인치 화면’ 원칙에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 반독점 규제 시대에는?: 현재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자체 앱마켓(원스토어 등)을 허용하지만 iOS 앱의 유통처는 오로지 애플 앱스토어뿐이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빅테크의 ‘자사 제품 사용 강제’를 강하게 규제하며, 어길 시 연 매출의 20%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지난해 말부터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애플이 2023년 iOS 17부터 제3자 앱마켓을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일 앱스토어 독점 방지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됐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앱마켓이 무조건 기기에 연동되기보다, 수수료나 기술지원 같은 앱마켓 고유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통제를 전제로 한 애플의 생태계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도.   ◦ AI 시대에는?: 뉴욕타임즈는 최근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 개발을 맡았던 애플 전 직원들을 인용, “시리는 기술 장애물에 부딪힌 지 오래고, 시리는 챗GPT 같은 차원의 비서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에 몇 가지 새 문구만 추가하려 해도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재구축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것. 테크크런치도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애플 이름만 빠져 있다”며 “시리는 같은 언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억양을 이해하지 못한다. 최근 애플의 여러 팀이 언어 AI를 정기 스터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팩플팀이 추천하는 자료 「 1.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자료보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간한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리뷰 및 올해에 대한 예상 보고서입니다.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분석하고 올해 주목해야 할 몇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습니다.   2. Z의 스마트폰 👉자료보기 Z세대의 ‘신체의 일부이자 일상의 전부’인 ‘스마트폰’을 열어 Z세대의 소비 습관부터 학습법까지 분석한 책입니다. 브랜드 기획자이자 마케터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가 2년 반에 걸쳐 Z세대 300명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80개의 앱을 11개 카테고리로 나눈 ‘앱 지도’도 포함돼 있습니다.   3. GEN Z(Z세대):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자료보기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킹스 칼리지에서 Z세대를 직접 가르치는 인문·사회 분야의 학자들이 분석한 ‘Z세대 가이드’입니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 디지털네이티브인 Z세대의 문화와 세계관 등을 분석했습니다. 」 

    2023.03.27 17:31

  • [팩플] 여행 준비·장보기도 ‘척척’…챗GPT 플러그인, ‘AI판 앱스토어’ 될까

    [팩플] 여행 준비·장보기도 ‘척척’…챗GPT 플러그인, ‘AI판 앱스토어’ 될까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한 번 더 진화한다. 최신 정보에 취약했던 약점을 보완하고, 연결된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용자가 할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plug-in)’을 발표한 것. 해외 전문가들은 이를 ‘AI 업계의 앱스토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누구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해 모바일 생태계의 변혁을 일으켰던 것처럼, 챗GPT 플러그인이 AI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 숨 가쁘게 발전하는 챗GPT를 지켜보며 국내 기술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챗GPT와 특정 웹사이트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챗GPT 플러그인’을 발표했다. 플러그인은 특정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확장 프로그램이다.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이 언어모델의 눈과 귀가 되어, 가장 최신의 정보, 개인적이거나 구체적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실시간 정보 검색을 하고, 이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우선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인스타카트(장보기), 스픽(언어공부), 오픈테이블(식당 예약) 등 11개 기업의 플러그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최신 웹 정보 검색)’ 플러그인, ‘코드 인터프리터(데이터 분석·시각화)’ 플러그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  어떻게 쓴다는 건데?   플러그인 스토어에 들어가 원하는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챗GPT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알아서 가져다 쓴다. 가령 이용자가 챗GPT에 “뉴욕 여행 준비 좀 도와줘” 같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여행에 대한 문답을 나누면, 챗GPT가 익스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DB)에 연결해 실제 비행시간과 항공권 가격, 호텔 등을 검색하고 예약도 해준다고. 장보기도 챗GPT에게 맡길 수 있다. 원하는 요리를 말하면 챗GPT가 요리법을 찾은 뒤, 구입 품목을 나열하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쏙 넣어준다.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신기빈 CAIO(최고AI책임자)는 “이제 모든 서비스의 시작은 키워드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형 질문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게 왜 중요해   ◦ 앱스토어 다음은 플러그인?: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생성AI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챗GPT 플러그인을 AI업계의 앱스토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앱을 사고파는 신종 온라인 장터의 등장이 모바일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챗GPT 플러그인도 AI 혁명을 앞당길 정도의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오픈AI 버전의 앱스토어 탄생을 목격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 기즈차이나도 “(오픈AI의) 접근 방식은 아이폰에 도입된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하다”며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을 제공해 개발자가 자체적으로 기능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약점 줄어든 챗GPT: 챗GPT가 가지고 있던 각종 한계도 플러그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챗GPT는 2021년 9월 이전의 정보만 학습해 이후의 정보는 대답하지 못한다는 게 단점으로 꼽혔다. 수리 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챗GPT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앞으로는 실시간 정보 검색이 가능해지고 답변 출처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없는 말도 지어내고 우기는 생성AI의 고질적 문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을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단 얘기. 오픈AI는 챗GPT와 수학계의 검색엔진 ‘울프럼’을 플러그인으로 연결하게 돼 복잡한 수학 문제도 척척 풀 수 있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  앞으로는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 출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소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갈 예정. 국내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발 빠르게 ‘플러그인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플러그인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챗GPT를 쓴 이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만큼 플러그인의 파급력도 클 것”이라며 “오픈AI가 플러그인을 통해 모든 온라인 시장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  이건 알아야 해   전 세계 기업들이 플러그인을 만들게 되면, 오픈AI가 생태계를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플러그인이 앱 기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국내 벤처캐피탈(VC) 옐로우독의 유재연 이사는 “챗GPT 안에서는 문장 한 줄이면 모든 것이 직관적으로 해결되는데, 사람들이 굳이 사이트와 앱 하나하나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상품을 최저가로 큐레이팅하면서 이용자를 유인하던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경·김남영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03.27 06:00

  • "버티면 KT 망가질 듯" 물러난 CEO 후보…노조 "이사진 사퇴하라"

    "버티면 KT 망가질 듯" 물러난 CEO 후보…노조 "이사진 사퇴하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공모절차가 난항을 겪으며 ‘통신 공룡’ KT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임기 종료 시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표 후보인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사의를 밝힌 것. KT 이사진은 윤 사장의 사의 철회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훼손된 리더십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달말 예정된 KT 정기 주주 총회에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의 차기 대표이사 확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진은 여전히 윤 후보의 사의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지 버텨달라는 것. 하지만 상황의 반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이사진의 설득으로 윤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도 “사의가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이제 와서 철회하기에 좀 늦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또 “아직 윤 후보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수일 내로 직접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사퇴를 공식화할 경우 주총 의안에서 차기 대표 선임 건은 제외된다. 또 윤 후보가 제안한 신규 사내이사(송경민 KT SAT 사장(경영안정화TF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선임 안건도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KT는 의안 변경에 따른 정정 공시를 해야 한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 대행은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KT 제공    앞서 윤 후보는 22일 이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계속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CEO 후보에서 물러날 뜻을 내비쳤다. 윤 후보의 이 같은 결정에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구현모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하며 자신의 아바타로 윤경림 사장을 세웠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KT가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발표한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2021년 7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구 대표의 형이 창업한 벤처기업)를 인수하는 과정에 구 대표와 윤 후보가 관여했고, 윤 후보가 이에 대한 대가로 KT 임원에 영입됐다는 주장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KT 내부에서는 이사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 노조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는 행위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T 노조는 30일 예정된 대의원 대회 일정을 29일로 앞당기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수 노조인 새노조도 이사회에 책임을 물었다.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연말부터 4개월 가까이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이어졌음에도 주주총회에 올릴 사장 후보를 마련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 사업 추진 등의 업무 프로세스가 모두 멈췄다”며 “이사회가 수차례 반복된 차기 대표 후보 선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팩플] KT 경영 공백 현실로…윤경림 차기 CEO 후보 사의 표명 “윤경림, 책임 문제 있지만 경영 공백은 안 돼”…ISS, KT 사장 선임 찬성 KT 전자투표에 결집하는 개미들, 외국인…주총 변수 될까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3.26 17:37

  • [팩플] 美 청문회서 집중포화 맞은 틱톡 CEO…SNS 지형 바뀌나

    [팩플] 美 청문회서 집중포화 맞은 틱톡 CEO…SNS 지형 바뀌나

    저우서우쯔(周受資)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미 의회에 출석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틱톡 퇴출 공세가 거세지자 직접 개인정보와 안보 위협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 2017년 출시 4년 만에 이용자 10억명을 돌파하며 숏폼 열풍을 불러일으킨 틱톡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무슨 일이야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저우서우쯔 틱톡 CEO. AP=연합뉴스 저우 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021년 틱톡 CEO에 취임한 저우가 미 의회에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 이날 청문회에선 5시간 넘게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위원장(공화당)은 “미국인들은 이걸 알아야 한다. 틱톡은 중국 공산당이 당신을 감시하고, 보는 것을 조작하고,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무기”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틱톡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소유 전자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지난 1일 하원 외교위원회는 민간 기기에서도 틱톡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캐나다·일본·영국 등 미국과 우방인 국가들도 속속 동참하며 공공기관 틱톡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  정보 더 많이 수집하나     로저스 위원장은 “틱톡은 사람들의 위치는 물론 대화 내용, 생물학적 정보 등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펄론 의원(민주당)도 “틱톡은 자료 수집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판매하는 일도 지속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이에 저우 CEO는 “틱톡은 어떤 자료를 수집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가 수집하는 자료가 다른 SNS보다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틱톡이 공개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수집 자료는 이용자 프로필, 콘텐트 이용 행태, 위치 정보 등이다. 그 중에서도 모바일 기기에서 실행 중인 모든 앱을 검색하고 수집하는 ‘디바이스 맵핑’ 등 기술 정보를 둘러싼 논란이 많은 편.    ━  중국으로 넘어가나     미국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 버디 카터가 저우서우쯔 틱톡 CEO에게 질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가장 큰 우려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저우 CEO는 “틱톡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중국에 있지만 “중국 혹은 어떤 국가에 속한 기관이 아니”라며 “중국 정부가 틱톡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요청한 적도 없고, 우리가 제공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일부 정보는 여전히 중국에서 접근 가능하다. “바이트댄스 직원이 미국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저우 CEO는 “삭제해야 할 일부 자료가 현 시점 남아있다”며 “향후 모든 미국 이용자의 자료는 중국 법의 영향력 밖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포브스 등 미국 기자들의 틱톡 계정 데이터에 바이트댄스 직원이 무단 접근한 것과 관련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  데이터 옮기면 해결되나   틱톡에 대한 미국의 의심에 저우 CEO는 ‘프로젝트 텍사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틱톡은 데이터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6월부터 텍사스에 본사를 둔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버로 미국 이용자 데이터를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저우서우쯔는 “미국 땅에 있는 미국 회사로 데이터를 옮기고 미국 직원이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바이트댄스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바꾸는 것이 현재 우려에 대처하는데 핵심이 될 순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 양쪽 모두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이번엔 진짜 퇴출당하나   22일 미국 워싱턴 의회 앞에서는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2020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틱톡 퇴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력이 있다.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연방법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틱톡의 손을 들어준 것.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똑같은 법적 지뢰밭 속으로 돌진하고 있다”며 “틱톡이 실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증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법적 근거를 보완하고 있다. 미 상원은 이달 초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위협하는 안보 위험 요인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중국은 지난 2020년 중국 기업이 알고리즘 등 기술을 해외에 매각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이 강제 매각을 명령할 근거가 아직 확실치 않고, 강제 명령을 내린다 해도 중국 정부가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  틱톡만 문제야?   데이터 제공 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020년 1억명에서 올 초 1억5000만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전체 인구 3억3200만명(2021년 기준) 중 절반 가량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는 셈.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만큼 연령별 의견 차도 크다. CBS 설문조사 결과, 틱톡 금지에 찬성 61%, 반대 39%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에서 틱톡 금지 찬성은 39%에 그쳤지만, 65세 이상에선 83%에 달했다.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편집앱 캡컷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데이터 분석업체 디엔디엔에 따르면, 캡컷의 글로벌 MAU는 2억명을 돌파했다. 출시 3년 만에 10억명에 달하는 틱톡 MAU의 5분의 1 수준으로 늘어난 것.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캡컷에 대해 “바이트댄스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인기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틱톡 때리기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SNS 지형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틱톡 리스크가 커지면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비슷한 숏폼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  현재 전 세계적으로 MAU가 가장 많은 것은 페이스북(29억5800만명), 유튜브(25억1400만명), 왓츠앱·인스타그램(각 20억명) 순이지만, 증가 속도는 정체 상태다. 앱토피아에 따르면, 2018년 8월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 틱톡 다운로드 횟수는 4억회로 1위. 인스타그램(3억600만회), 스냅챗(2억6000만회), 페이스북(2억1700만회), 유튜브(1억9200만회) 등보다 많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을 운영하는 메타 입장에선 틱톡과 미 정부·의회 간 긴장이 커질 수록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6일 틱톡을 염두에 둔 외국 IT 제품 관련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냅 주가가 9.48% 오르는 등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팩플배너   관련기사 [팩플] 틱톡, 퇴출 공세 속 가이드라인 원칙 공개…이유는? 틱톡 구원투수 뜬 재물신…외모·학벌·돈 다 가진 '싱가포르 F4' [후후월드] 여긴 마약, 저긴 시금치 판다…‘숏폼 지배자’ 틱톡 두 얼굴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2023.03.24 17:21

  • [팩플] 정부 압박에 백기 든 통신사… SK텔레콤,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팩플] 정부 압박에 백기 든 통신사… SK텔레콤,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SK텔레콤이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 구간을 다양화한 5세대(5G) 중간요금제 4종을 추가로 내놓는다. 기존 5G 요금제에는 40~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통신 3사가 백기를 든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서울 명동 SKT매장에서 한 시민이 직원과 요금제를 상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5G 데이터 월 이용량 24GB(기가바이트)~110GB 구간에 요금제 4종을 신설해 5월 1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달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후속조치로, 이용자들의 통신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통신사들과 계층별·구간별 요금제 다양화를 협의했다”며 “SKT가 먼저 5G 중간요금제 등을 신설해 신고했고, 과기정통부는 이용약관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  이게 왜 중요해     지난해 9월 통신 3사가 출시한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데이터제공량이 24~31GB에 그치고 1GB당 단가도 기존 100GB 이상 요금제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수익 악화 이유로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 서민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이 직접 통신3사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과기정통부가 TF를 꾸리며 통신 시장 손질을 예고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정부 요구를 수용한 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요금 선택 폭 넓어져    ◦ 촘촘해진 중간요금제 : SKT는 5G 데이터 월 이용량 24GB~100GB 구간에 요금제 4종을 만들어 오는 5월 1일 출시할 예정이다. 24GB 사용에 월 5만9000원이던 ‘베이직 플러스’ 요금에서 각각 3000원, 5000원, 7000원, 9000원을 추가하면 13GB, 30GB, 50GB, 75GB를 더 쓸 수 있는 구조다. 일회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에만 해당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 요금제를 매월 자동으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SKT는 “이 경우 선택약정할인, 결합할인 혜택을 합산 요금 기준으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지원금 책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600만명 혜택 ‘청년요금제’ :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만34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한 ‘0 청년요금제’ 11종도 신설했다. 출시일은 6월 1일, 온라인에서 가입할 경우 약 30% 저렴하다. 청년요금제는 기본 데이터제공량을 일반 요금제 대비 최대 50%까지 늘렸다. 학생 등 청년층 가입자가 많이 쓰는 타 이용자와 공유하는 데이터, 다른 기기와 함께 쓰는 테더링 데이터는 최대 20GB까지 더 제공한다. 일반요금제에는 없는 6GB(월 4만3000원) 구간도 만들었다.    SKT는 “청년요금제 출시로 만34세 이하인 600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기정통부는 만 34세 이하 월 5GB 사용자의 경우 6000원, 월30GB 사용자의 경우 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만65세 이상 ‘시니어요금제’: 만65세 고령층을 위한 4만원대 ‘5G 시니어 요금제’ 3종도 오는 30일 출시한다. SKT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A형(만65세 이상)의 경우 월4만5000원에 데이터 10GB, B형(만70세 이상)은 월4만4000원에 데이터 9GB, C형(만80세 이상)은 월4만2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한다. 월 10GB 이하를 쓰는 만65세 이상 이용자는 일반 5G요금제를 쓸 때 보다 월 4000원~7000원을 아낄 수 있다. 선택 약정 할인과 기초연금 수급자 복지감면, 결합할인도 중복 적용 가능하다.      ━  다른 통신사들은     SKT '중간요금제' 신고 관련 브리핑 하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연합뉴스 이종호 장관은 이날 “타 사업자 사이에서도 다양한 요금제 출시 경쟁이 생기기를 희망한다”며 “정부는 통신 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현재 시장환경에서 경쟁을 활성화하는 대책을 상반기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고객 통신 이용 패턴을 감안해 새로운 5G 중간요금제와 시니어요금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또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한 요금제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앞으로는     통신업계 관계자는 “그간 통신3사가 선택약정할인, 청년 및 고령층 요금제 지원 등을 고민하면서 정부 비위 맞추기와 적정 이익 도출 사이에서 중간요금제 확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중간요금제 확대 출시가 앞으로의 통신사 수익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각 사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신3사 영업이익은 4조3835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4조380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1년 사이 이익규모가 8.6% 늘어난 것. 5G 보급 3년째가 되면서 5G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 이익폭 증가에 영향을 줬다.    알뜰폰이 통신3사 점유율을 추격하는 가운데,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알뜰폰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여성국·김경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3.23 18:18

  • 지금 카카오 만든 건 M&A…SM엔터 잘 산 거 맞습니까

    지금 카카오 만든 건 M&A…SM엔터 잘 산 거 맞습니까 유료 전용

    Today’s Topic,이번에도 통할까? 카카오의 M&A 탐구생활   초미의 관심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戰)의 승자, 카카오. 하이브를 물리치고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카카오는 엔터 산업계에 한 획을 긋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이번 빅딜도 통할까요?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부터 2023년 SM엔터까지 지난 10년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했습니다. M&A는 카카오의 성장 본능일까요, 문어발식 악습관일까요? 이제까지 카카오의 M&A 성과에 점수를 매긴다면 여러분은 몇 점을 주시겠어요? 카카오 전·현직 임직원들과 정보기술(IT)·콘텐트 산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카카오 M&A 탐구생활, 스타트!   ■ 🧾목차 「 1. 빅딜 :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2. ‘스타트업’ 카카오의 성장 전략3. ‘카카오 제국’을 만든 M&A4. 글로벌인가 문어발인가 」  그래픽=한호정  ━  1. 빅딜 :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   SM엔터테인먼트를 손에 넣는 작전을 이끈 건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였습니다. 배 총괄대표는 오는 28일 카카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도 선임됩니다. 이사회 내 사내이사 3명 중 1명이 되는 거죠. IT업계에는 ‘배 총괄대표가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돌아보면, 카카오의 빅딜 뒤에는 배 총괄대표 같은 대표선수들이 있었습니다.   ◦ 은둔하는 김범수: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국회 국정감사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걸 제외하면, 대외활동은 거의 안 하죠. 그래서 은둔의 경영자로 분류되기도 합니다만. 측근들은 은둔보다는 ‘경청’의 경영자로 소개하곤 합니다. 앞장서 진두지휘하기보다는 공동체 대표들의 의견이나 주변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걸 중시한다고요. 충분히 들은 뒤 그는 최대주주(카카오 지분 13.26%)로서 매듭을 짓습니다. SM엔터 인수전에서도 김 창업자는 막후에서 방시혁 의장과 직접 소통하며 협상했다고 합니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주당 15만원의 공개매수라는 ‘독한 카드’를 최종 선택한 것도 ‘브라이언’(김범수 센터장의 영어이름)이었고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에서도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직접 이야기하며 합병을 성사시켰습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M&A를 추구합니다. 2017년에 매거진 『바이오그래피 김범수 편』(스리체어스 발간)을 볼까요. 그는 다음‧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엔터)와의 M&A와 관련해 이렇게 말합니다.   AI 시대가 열리면 단말기 형태는 바뀌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바로 콘텐트 자체죠. 비즈니스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해요.   해당 인터뷰에서 그는 “글로벌 거점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약점이자 아쉬움”이라고 꼽기도 했습니다. 이번 SM엔터 인수에서 김 센터장이 의지를 보인 것도 ‘콘텐트’와 ‘글로벌’을 갖추려면 SM엔터가 꼭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게 카카오 내·외부의 전언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 ‘공격수’ 배재현SM엔터 인수를 이끈 카카오의 투자 리더로, 현재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여느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와 최고전략책임자를 섞은 직책이죠. 카카오 관계자는 배 총괄대표에 대해 “평소 성격은 쾌활한 달변가이고, 투자가로서는 공격적 성향”이라고 귀띔했습니다. 2020년 이후 카카오의 빅딜은 배 총괄대표의 손을 거쳤고, 지난해 시도했다가 무산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도 배 총괄대표가 추진했었다고 합니다. 2015년까지 CJ 미래전략실 부장으로 있다가 카카오로 넘어왔습니다. 2018년 카카오 빅딜팀장, 2020년 투자전략실장을 지낸 뒤 2023년 공동체투자총괄대표가 됐습니다.   ② 엔터계 ‘고인물’ 김성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는 SM엔터 인수전의 공로자입니다. 카카오의 또 다른 관계자는 “CJ ENM 등에서 30년 넘게 콘텐트·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며 잔뼈가 굵은 김 대표의 입김이 컸다”며 “해외 영향력이 있는 SM엔터를 손에 쥐는 게 중요하다고 인수전 내내 사내 의사결정 그룹을 설득했다”고 전했습니다. 평소에 카카오엔터가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선 K팝 콘텐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하고요. 이미 카카오엔터 산하에는 이담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안테나뮤직, 모어비전 등이 있지만 엔터 사업을 주도할 핵심 퍼즐은 SM엔터라고 봤다는 겁니다. 그는 지난해 3월 김범수 창업자로부터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넘겨받아 이사회를 이끌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면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③ 다음 합병, 이석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카카오 경영을 책임진 이석우(현 두나무 대표) 전 공동대표는 다음과 국민내비 김기사(사명 록앤올)의 M&A에 공헌했습니다. 최세훈 전 다음 대표가 이 전 공동대표에게 ‘다음의 검색 엔진을 카카오톡에 심어본다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건넸다네요. 그는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과의 인연도 깊었다고 합니다. 록앤올이 에인절투자를 받을 수 있게 주선해 줬고, 마지막엔 M&A도 성사시켰습니다. 복수의 카카오 전직 관계자들은 “카카오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다음과 합병하면서 회사가 산만해지고 혼란스러웠는데, 이 대표가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 다독이며 조직을 안정시켰다”고 평가합니다.   ④ 멜론+카카오의 시작, 임지훈‧박성훈: 국내 음원업계 1위 ‘멜론’을 보유한 로엔엔터 인수는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 박성훈 전 로엔엔터의 대표이자 전 넷마블 각자대표의 합작품입니다. 컨설턴트 출신인 박성훈 전 대표는 2015년 카카오 미래전략팀장으로 입사해 2016년 로엔엔터 인수를 총괄했습니다. 인수 후엔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면서 로엔엔터의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CJ 때의 인연으로 배재현 현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카카오로 데려온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카카오 대표를 맡았던 임지훈 전 대표도 컨설턴트 출신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케이큐브벤처스를 거쳐 카카오 대표(2015~2018년)에 올랐습니다. 벤처투자로 이름을 날리던 그를 김범수 창업자가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영입했다가 이후 카카오 대표까지 맡긴 거죠. 두 사람 모두 현재는 카카오를 떠났습니다. 임 전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800억원대 성과급 요구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⑤ 카겜 살린 조계현: 남궁훈 전 각자대표와 함께 카카오게임즈(이하 카겜)를 이끈 ‘쌍두마차’ 중 하나. 현재 카겜 대표입니다.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등을 거친 한국 게임산업에서 잔뼈 굵은 ‘게임통’이에요. 당시 남궁 각자대표가 투자, 신사업 발굴 등을 이끄는 동안 조 각자대표는 게임 유통(퍼블리싱), 개발업무 등을 총괄했습니다. 조 대표가 카카오게임즈에 안긴 최대 M&A 성과는 중소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인수로 평가받습니다. 라이온하트가 제작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카카오임즈의 매출에 상당 부분을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카카오게임즈는 게임별 매출은 비공개). 조 대표는 라이온하트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2020년), 전략적 투자(2021년)부터 최종 인수(2022년)를 주도했습니다. 돈 되는 게임을 보는 눈이 탁월해 퍼블리싱에 능하다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라고 하네요.    ━  2. ‘스타트업’ 카카오의 성장동력   2010년대 초반 ‘카카오톡’으로 초대박을 쳤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이던 카카오를 일약 대기업으로 키운 것은 M&A였습니다. 카카오의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 카카오의 M&A는 인재 영입 중심이었습니다. 이른바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인 ‘애크하이어(acqhire)’ 전략. 피인수 기업에 있는 유능한 인력을 흡수하는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카카오의 퀀텀점프, 다음: 60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이 1600여 명 규모의 포털 공룡을 삼켰습니다. 2014년 당시 국내 2위 포털이던 다음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만’ 있었던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다음카카오’가 출범했습니다.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방식이었지만 합병 후 최대주주가 김범수 센터장인 데다 다음 해인 2015년 카카오로 사명이 바뀌며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특히 개발자에 목말랐던 카카오가 다음의 개발 인력들로 빈 자리를 채워넣었습니다. 인터넷 역사에 남는 합병으로, 카카오가 국내 포털 1위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결정적 계기죠.   ◦ 카모의 주축이 된 김기사: 다음을 흡수한 직후인 2015년 카카오택시를 서비스하던 카카오는 ‘티맵’의 적수로 부상한 ‘국민내비 김기사’ 운영사 록앤올을 인수합니다. 카카오T의 전신인 카카오택시에 김기사를 연동한 데 이어 아예 한몸이 된 것. 카카오택시의 ‘레벨 업’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게 내비였거든요. 김기사는 카카오내비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던 모빌리티 사업부는 록앤올 M&A를 발판으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카모)로 분사하게 됩니다.    ━  3. ‘카카오 제국’을 만든 M&A   2010년대 후반부터 덩치를 키운 카카오는 신산업과 글로벌 진출 지렛대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없으니 만들라’가 아니라 ‘없으면 사오자’ 정신이라고나 할까요. 카카오는 이때부터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지름길로 M&A 전략을 구사합니다 .   ◦ ‘엔터본색’ 로엔엔터: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엔터 사업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계기는 2016년 로엔엔터 인수입니다. 로엔엔터는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고 음반 음원 유통,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수가는 1조8700억원. 2015년 다음카카오 연매출이 9322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분명 빅딜이었습니다.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로엔엔터의 영업이익률 17.7%(2015년 매출 3576억원, 영업이익 634억원)을 생각하면 카카오(9.4%)보다 더 실속있는 회사였죠. 물론 지금은 ‘로엔엔터=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가 더 많습니다. 매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거든요.   ◦ ‘비욘드 코리아’ 타파스와 래디쉬: 2021년 카카오는 북미의 콘텐트 플랫폼 두 곳, 타파스미디어와 래디쉬를 한꺼번에 인수했습니다. 각각 6000억원과 5000억원으로, 총 1조1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타파스는 웹툰에, 래디쉬는 웹소설에 강했어요. 카카오는 2022년 두 회사를 합병해 북미 진출의 전초기지로 정비했습니다. 다만 아직 눈에 띄는 실적이 없어 인력을 감축하고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카겜의 ‘주력 엔진’ 라이온하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카카오게임즈의 매출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에요. 이 작품을 만든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2018년(50억원)과 2020년(금액 미공개) 전략적 투자를 집행한 뒤, 지난해 약 1조2000억원에 최종 인수했습니다. 카겜 매출은 오딘이 출시된 2021년(7931억원)에 전년(378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다만, 라이온하트 상장을 전제로 인수한 건 카카오게임즈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라이온하트는 상장을 시도했다가 2주 만에 포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카카오의 약한 고리인 ‘쪼개기 상장’으로 비치면서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의 비난이 빗발쳤거든요. 상장을 안 할 경우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 주주들의 지분을 사줘야 할 수 있습니다. 재무적으로 부담이죠.   ◦ 지그재그, K패션 노렸지만: 2021년 지그재그(운영사 크로키닷컴)의 인수는 상대적으로 커머스 후발주자였던 카카오의 한 수였습니다.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과 크로키닷컴이 합병하면서 ‘카카오스타일’이 출범했고요. 2030세대 소비자에게 강한 지그재그를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에 K패션을 내놓겠다는 목표였지만, 무신사‧에이블리 등 경쟁업체에 밀려 뚜렷한 성과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4. 카카오의 진짜 숙제 : 글로벌 혹은 문어발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의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와 IT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김범수 센터장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AI”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의 AI에 대한 관심이 올해 시작됐겠습니까마는,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이 빅테크 전쟁으로 커지는 걸 보면서 그의 마음도 급해지지 않았을까요? 이 상황을 김범수 창업자는 어떻게 타개할까요. SM엔터테인먼트의 청사진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기술 경쟁력 키우기에 다시 집중할까요?    그런데, 적어도 이제까지 카카오의 M&A 목록을 보면 기술 기업에 대한 M&A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① 기술 쇼핑엔 소극적?초거대 AI 경쟁에서 일찌감치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를 만든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뒤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석학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AI 모델만 봤을 때 카카오의 경쟁력은 국내 다른 IT기업에 비해서도 떨어진다”며 “카카오가 발표한 AI 모델인 코GPT의 규모는 LG AI연구원이나 네이버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부에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0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초거대 AI 모델은 모델의 크기가 품질을 좌우하고, 결과적으로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이라며 “카카오는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했거든요. 최근 카카오의 연구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카톡 기반 생성AI 챗봇 ‘다다음’을 내놨지만, 사용자 폭주를 견디지 못하고 하루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지요. 이 와중에 빅테크들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숨가쁘게 경쟁 중이에요. 카카오 내부에선 “빅테크를 따라잡기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카카오가 기술 투자에 오랫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도 평가합니다.   ② SM엔터, 잘 산 거야?카카오 안에서도 SM엔터 인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편입니다.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의 무리한 요구에, 김 센터장도 SM엔터 인수에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가뜩이나 대외 이미지가 상한 마당에, ‘쩐의 전쟁’에 돈다발을 들고 뛰어드는 게 적절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하고요. 하지만 카카오는 SM엔터의 K팝 IP(지식재산) 경쟁력에 카카오의 IT를 입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하이브의 항복 선언 이후 지난 12일 배재현 총괄대표의 명의로 나온 입장문을 보면 “SM엔터의 글로벌 지식재산권과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T와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엔터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싶다는 거죠. 네, 일단 필요한 재료는 확보했으니 이제부터는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SM엔터 인수나 인수가격에 대한 진짜 평가도 이뤄질 거고요.   ③ 문어발 비판은 계속카카오는 최근 수년간 골목상권마저 침해하는 ‘문어발식 확장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국회에 김범수 창업자가 불려나간 끝에 카카오는 2021년 국정감사 이후 ‘계열사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불어난 몸집 줄이기가 쉽진 않은 걸까요.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계열사는 127개(상장사 5개·비상장사122개)로 1년 전 같은 시기(138개)보다 딱 11개 줄었어요. 지난해 4월 개최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성수 이사회 의장이 2022년 연말까지 계열사를 기존 134개에서 100개로 줄일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랍니다. 특히, 카카오엔터가 콘텐트 제작사들을 왕성하게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다가 송사에 휘말린 의혹도 있습니다. SM엔터의 합병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잘 통과할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④ 진짜 문제는 ‘알맹이’카카오는 연이은 M&A로 기업 가치를 띄우고, 외형 성장도 이뤘습니다. 근데,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카카오의 뿌리이자 광고매출원인 카카오톡, 밖에서 사온 멜론 사업, 게임 말고는 믿을 만한 캐시카우가 잘 안 보입니다. 기술 기반 서비스를 카카오 내에서 육성해 큰 사업으로 성장시킨 사례도 최근엔 뜸합니다. 대기업집단인데다 있는 계열사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M&A하기가 앞으로는 더 까다로워질 겁니다. 글로벌 진출과 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 카카오가 잘 잡을 수 있을까요? 카카오 앞의 숙제가 무거워 보입니다.

    2023.03.23 17:57

  • [팩플] KT 경영 공백 현실로…윤경림 차기 CEO 후보 사의 표명

    [팩플] KT 경영 공백 현실로…윤경림 차기 CEO 후보 사의 표명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선정됐던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일 CEO 후보로 지명된 지 약 보름만이다. KT를 향한 정부·여권의 비판 기류가 잦아들지 않는 데다,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가 일주일 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수장을 찾기까지 KT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이사진들과 만나 “내가 계속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CEO 후보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는 “이사진이 윤 후보자를 오랫동안 설득했지만, 결국 윤 후보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후보 사퇴 사실을 공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차기 CEO 선임 안건이 논의되지 않을 예정이다. KT 측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  정부·여권의 비판, 못 피했나   KT의 차기 CEO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진 KT] 윤 후보가 CEO 레이스에서 중도 이탈한 데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구현모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하며 자신의 아바타로 윤경림 사장을 세웠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비쳤다.   지난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KT가 윤경림 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발표한 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KT뿐만 아니라 임기를 1년 남겨둔 포스코 회장직, 그리고 다른 공기업의 CEO 인선에 정부가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검찰 수사도 KT를 겨누고 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지난 7일 구 대표와 윤 후보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021년 7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구 대표의 형이 창업한 벤처기업)를 인수하는 과정에 두 사람이 관여했고, 윤 후보가 이에 대한 대가로 KT 임원에 영입됐다는 주장이다.   이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이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KT 등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비정상적인 개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KT 구성원·주주는 ‘술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KT 안팎은 윤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술렁이고 있다. KT 경영진에 우호적이었던 국내 소액주주들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그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결권 기준 10.13%)과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은 윤 후보 선임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국내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주주 모임을 통해 윤 후보를 지지해왔다.    지난달 25일 온라인에 개설된 KT 주주모임의 회원 수는 현재 1700여명(보유 지분 약 1.3%). 이들은 주총 전까지 주식 500만 주(지분율 약 1.9%)를 모아 윤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었다. 이들은 “외압에 무너진 것”, “주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윤 후보의 사퇴를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사회가 자신들의 인력 풀 안에서 무리하게 후보를 뽑은 데서 비롯된 실패”라며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주주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T의 외국인 주주 지분은 지난해 주총 기준으로 43.14%다. 앞서 지난 19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윤 후보의 대표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사내 이사로서 법적 우려가 있는 이사(구현모 대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배구조 감독과 위험 관리에 대한 책임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CEO 후보가 없다면 주주 가치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선임안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데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겹쳐 KT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외국인 순매도 폭이 큰 편이었는데 이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KT는 전날보다 1.31% 떨어진 3만50원에 거래를 마쳤다.    ━  주총서 CEO 선임 안건 제외    윤 후보의 사퇴로, 31일 열릴 KT 주총에서는 CEO 선임안과 윤 후보가 제안한 신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제외되고 사외이사 3명 재선임 안건만 처리될 전망이다. CEO 선임의 경우 공모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공모후 최종 후보를 선발한 뒤 임시 주총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 구현모 현 대표의 임기는 주총일인 31일에 끝난다.    한편 이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중앙일보와 만나“KT가 국내 대표 통신업체로서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윤경림, 책임 문제 있지만 경영 공백은 안 돼”…ISS, KT 사장 선임 찬성 KT 전자투표에 결집하는 개미들, 외국인…주총 변수 될까 '尹 고교선배'도 고개 저었다…내정인사 잇딴 사의, KT 곤혹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2023.03.23 17:48

  • [팩플] 투자 혹한기라더니? 벤처 고용 증가폭, 일반기업 3배 이상인 이유는

    [팩플] 투자 혹한기라더니? 벤처 고용 증가폭, 일반기업 3배 이상인 이유는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개최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취업박람회인 '2022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 잡페어' 행사의 모습. [중앙포토] 벤처 투자 혹한기에도 지난해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의 전체 고용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일반 기업 고용 증가율의 3배가 넘었다. 벤처투자액과 창업기업의 숫자가 줄어든 것과는 대비된다.    ━  무슨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가 23일 발표한 ‘2022년 벤처·스타트업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으로 분류된 3만3000개 기업의 고용 규모는 74만5800명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68만9662명)보다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의 고용 증가율(2.4%·34만8469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고용 증가율은 전년(9.4%)보다는 소폭 낮아졌다.   곳간이 확보된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 2007곳의 고용 증가율은 29.8%(1만8501명)로 나타났다. 2년 치(2021·2022년) 고용보험 가입 내역이 확보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사) 15곳의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도 22.9%(1847명)였다.     ━  왜 중요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를 겪는 벤처·스타트업계가 오히려 고용에 적극적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전년대비 11.9% 줄어 9162억원에 그쳤고, 창업기업 수도 전년보다 7.1% 줄어든 10만494개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계의 투자 지표가 2021년까지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투자심리 위축 등의 악영향이 지난해 고용에까지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주목할 지표는   ◦ 청년·여성 고용: 이날 발표에 따르면, 벤처·스타트업은 지난해 청년(만 15~29세) 19만7582명을 고용해 1년 전보다 3.6%(6800명) 더 채용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 전체의 청년 고용은 246만 3276명으로, 전년보다 1.2%(3만475명) 감소했다. 중기부는 “청년 인구감소, 사회진출 연령대 상승, 신규채용 축소 영향으로 기업 전체의 청년 고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말 벤처·스타트업의 여성 고용 규모는 24만3105명으로 1년 전보다 10% 증가했고, 이 역시 기업 전체의 여성 고용증가율(2.9%·18만7687명)보다 높았다.     ◦ 업종별 고용: 업종별로는 콘텐트와 디지털 관련 업종의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영상·공연·음반 업종의 고용 증가율은 15.4%(1764명)로, 전체 분야 중 가장 높았다. 드라마, 음악 등의 한류 콘텐트가 해외로 확산하면서 업황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게 중기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기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상·공연·음반 투자액은 전년 대비 10.6%(4604억원) 증가하며, 같은 기간 바이오·의료(-34.1%·1조1058억원), 게임(-31.4%·1615억원) 업종의 투자가 줄어든 모습과 대비됐다. 그 외에 업종의 고용 증가율은 게임(14.9%), ICT 서비스(12.3%), 유통·서비스(10%) 분야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 https://www.joongang.co.kr/factpl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03.23 16:08

  • [팩플] 엔씨, AI 10년 투자하더니…윤송이의 무기 ‘디지털 김택진’

    [팩플] 엔씨, AI 10년 투자하더니…윤송이의 무기 ‘디지털 김택진’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에서 엔씨소프트가 제작한 '디지털 김택진'이 공개됐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10년 인공지능(AI) 투자의 결실이 윤곽을 드러냈다. 윤송이 사장(최고전략책임자, CSO)이 “우리의 가장 최신의 혁신을 공개하겠다”며 신작 게임 ‘프로젝트 M’과 ‘디지털 김택진(TJ)’을 공개했다. 디지털TJ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외모와 표정, 음성까지 입힌 디지털 휴먼이다.    ━  무슨 일이야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게임개발자 컨퍼런스 ‘GDC 2023’에서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게임 프로젝트 M의 소개 영상과 디지털 휴먼 기술을 첫 공개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에서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가 개발중인 신작 ‘프로젝트M’을 소개하고, 김택진 CEO의 디지털 휴먼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   이날 윤송이 사장은 GDC 행사 중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게임·영상 등의 3D 제작 도구)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무대에 파트너로 올랐다. 그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우리가 보유한 AI 기술력을 끊김 없이 융합해 숨 막히는 디테일로 프로젝트 M에 구현해낼 수 있었고, 김택진 대표의 디지털 휴먼이 직접 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영된 프로젝트 M의 소개 영상에는 김택진 대표를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휴먼 디지털 TJ가 등장, 프로젝트 M의 세계관과 개념을 설명하고 게임 속에 들어가 직접 액션도 했다.    ━  무슨 기술이지   디지털TJ는 김택진 대표의 얼굴과 목소리로, 김 대표의 표정과 말투를 구사하는 디지털 트윈(쌍둥이)이다. 가상의 캐릭터를 창작하는 버츄얼 휴먼과 달리, 디지털 휴먼은 실존하는 인간의 음성과 화법 같은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진다.    영상 속 대사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목소리로 바꿔주는 ‘TTS(Text-to-Speech)’로 구현했다. 문구만 넣으면 AI가 해당 인물의 목소리와 말투, 감정을 담아 상황에 맞는 음성으로 생성하는 기술이다. 엔씨 측은 “AI가 김 대표의 목소리 10여분 분량을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TJ의 음성을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TJ의 표정과 말할 때 입 모양은 ‘VTF(Voice-to-Face)’ 기술을 활용했다. 대사나 목소리를 입력하면 상황에 맞는 표정과 근육 움직임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  무슨 의미야   10년 이상 AI에 투자한 결실이 무엇인지, 게임사업에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회사는 종종 질문을 받아왔다. 이날 공개한 디지털TJ는 그 맛보기인 셈.   엔씨소프트는 2011년 별도의 AI 연구조직을 만들었고 현재 200여 명의 전문 개발 인력을 보유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중에서도 AI에 일찍 발을 들인 배경에는 AI 과학자(컴퓨터신경학 박사)인 윤 사장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 자문위원인 윤 사장은 지난해에는 석학들과 AI 윤리를 논한 대담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2022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쌍방향) 게임에서 활용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AI센터 측은 중앙일보에 “살아서 대화하는 듯한 캐릭터, AI가 만들어낸 멋진 스토리와 퀘스트 등은 게임 산업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에서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이 개발중인 신작 ‘프로젝트M’을 소개하고, 김택진 CEO의 디지털 휴먼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  ━  무슨 계획이지   엔씨소프트는 그간 부진했던 북미·유럽 시장 공략과 콘솔(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닌텐도 같은 게임기기)용 게임 개척에 힘을 쏟는 중이다.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MMORPG 장르 위주의 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어서다. 게다가 지난달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된다. 지역·장르·과금방식 모두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   프로젝트 M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콘솔용 게임으로, 이용자가 획득한 정보에 따라 게임 스토리 전개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가 특징이다. 콘솔용 게임은 모바일·PC용 게임보다 성능 사양이 높은 만큼 그래픽과 현실감이 중요한데,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로 축적한 아트·그래픽 기술에 AI를 결합해 디지털 휴먼과 인터랙티브라는 무기를 준비하는 셈.    엔씨는 11년 만의 신규 게임 IP(지식재산)인 ‘TL(Throne and Liberty)’를 올 상반기 출시한다. TL 역시 콘솔 게임으로,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엔씨 관계자는 “콘솔은 북미·유럽 시장의 주요 게임 플랫폼”이라며“콘솔 대작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팩플] 100억대 연봉 받고, 성과급 깎이고...게임사 CEO도 연봉격차 이젠 말로 합시다! 음성AI 화끈한 진화 넥슨·NC·크래프톤·펄어비스, 꽉 막힌 ‘겜맥경화’ 뭘로 뚫나 ① “지금은 AI의 10대 시절”…윤송이, AI윤리 뛰어든 이유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03.23 15:43

  • [팩플] 100억대 연봉 받고, 성과급 깎이고...게임사 CEO도 연봉격차

    [팩플] 100억대 연봉 받고, 성과급 깎이고...게임사 CEO도 연봉격차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둔 게임사들이 줄줄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 직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 등이 공개됐다.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코로나 시국에 비해 보수가 줄었고, 직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도 감소한 모습이다.    ━  게임업계 ‘연봉킹’, 엔씨 김택진    22일 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넷마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업계 최고 연봉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김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총 123억8100만원(급여 23억3200만원, 상여 100억3100만원)으로 전년(106억200만원) 보다 16.8% 늘었다. 엔씨소프트는 공시에서 “리니지2M·리니지W의 성공적인 출시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상여는 특별장기기여인센티브 71억원, 임원 장기인센티브 29억300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 외에 엔씨소프트 임원들도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성구 리니지 IP본부장 부사장,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65억3100만원, 57억3800만원을 가져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CEO 연봉 감소, ‘셀프 삭감’도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게임사 CEO들의 지난해 연봉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477억원, 영업이익 175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지만,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1년 전(22억6900만원)보다 19.6% 줄어든 18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조 대표의 주식매수선택권 미행사수량 45만주는 보수총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성과급을 자진반려하며 연봉을 ‘셀프 삭감’했다. 김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10억3500만원. 전년(20억6500만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선 신작 부재가 이어진 데다, 연말 출시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등으로 주가가 부진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크래프톤 정기 주주총회에서 첫 연임에 도전할 예정이다.    다만 크래프톤의 다른 경영진들은 연봉을 두둑하게 챙겼다. 크래프톤 기업공개(IPO)를 주도한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총 46억5800만원(급여 10억5700만원, 상여 36억100만원)로, 크래프톤 최고 보수를 수령했다.    ━  부진한 실적, CEO 연봉에 반영   지난해 10년 만의 영업손실(-1087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한 넷마블의 권영식 대표의 연봉은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데브시스터즈 역시 적자(-200억원)를 피하지 못하며, CEO들의 보수가 감소했다. 이지훈 공동대표는 전년 대비 약 50% 줄어든 15억100만원을 받았다. 지난 2021년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488억81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던 김종흔 공동대표는 당시 게임업계 ‘연봉킹’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8억원의 연봉을 받는데 그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직원 수는 증가…주총 화두는 CEO 연임   각 게임사 재직 인원은 전체적으로 늘었다. 데브시스터즈의 인원은 256명에서 395명으로 54.3% 급증했다. 인원이 증가하면서 연간급여총액은 전년보다 11.9% 증가한 240억500만원을 기록했지만, 1인당 평균급여는 22.2% 줄어든 5900만원에 그쳤다. 데브시스터즈 다음으로 인원 증가율이 높은 곳은 크래프톤(11.3%), 카카오게임즈(3.4%), 엔씨소프트(3.0%), 넷마블(1.6%) 순이었다.    1인당 평균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엔씨소프트(1억1400만원)로, 5개 게임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증가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던 시절엔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장이 안 좋아진 지금은 (스톡옵션 행사를) 꺼리는 분위기라 평균급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화두는 주주총회다. 24일 넥슨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27일), 크래프톤(28일), 엔씨소프트·넷마블·데브시스터즈(29일), 위메이드(31일) 등의 정기주총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 주총에 대표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어,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03.23 05:00

  • [팩플] 구글 바드 공개한 날, MS는 빙에 이미지AI 추가…빅테크들의 속도전

    [팩플] 구글 바드 공개한 날, MS는 빙에 이미지AI 추가…빅테크들의 속도전

    오픈 AI의 챗GPT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구글도 대화형 인공지능(AI) ‘바드’를 대중에 공개했다. 오픈AI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검색엔진에 적용하며 앞서 나갔지만, 다른 빅테크들도 바짝 추격하며 인공지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미국 뉴욕에서 촬영한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은 21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미국과 영국에서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바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바드 출시를 예고한 지 한 달 만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직원 8만 명의 피드백을 통해 바드를 보완했다”며 “대중의 피드백은 제품과 기술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향후 더 많은 국가와 언어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  챗GPT와 바드, 비교해보니      ① 매개변수는 챗GPT가 더 크고: 구글은 “바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람다의 가볍고 최적화된 버전으로 구동된다”고 밝혔다. 람다의 매개변수(파라미터)는 1370억개. 통상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AI 역량이 뛰어난데, 챗GPT의 기반이 된 GPT-3.5의 파라미터는 1750억개다. 14일 공개된 GPT-4는 매개변수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바드 예시. “딸에게 플라잉낚시 하는 법을 어떻게 설명할지 알려줘”라고 묻자, 3가지 버전의 답변을 내놓았다. 자료 구글 ② 바드는 빠르고 다양하게: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챗GPT는 단어별로 차례로 답변을 써 내려 가는 반면, 바드는 즉석에서 문단으로 답변을 보여준다. 답변을 여러 버전으로 내놓는 것도 특징. 이중에서 이용자는 가장 적합한 답변을 선택해 후속 질문을 이어가거나, 다른 답변을 다시 요청할 수도 있다. AI의 답변에 따라 인간의 사고방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③ 최신성·신뢰성 보완: 챗GPT나 GPT-4는 2021년 데이터까지만 학습해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약점으로 꼽혔다. MS는 이 문제를 GPT와 검색엔진 빙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드도 구글 검색과 연동된다. 바드에서 사용자는 ‘구글 잇’ 버튼을 눌러 답변의 근거가 된 웹사이트를 사용자가 직접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챗GPT에서 인기를 끈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능은 바드엔 없다.      ━  이게 왜 중요해     마이크로소프트는 21일(현지시간) 이미지 생성 AI 달리를 검색 엔진 빙에 적용한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공개했다. 해바라기 사이를 걸어가는 우주비행사를 그려달라는 요청에 생성된 이미지.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① 치열해진 AI 주도권 싸움  MS는 이날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를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에 적용한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출시했다. 오픈AI가 챗GPT보다 먼저 내놓은 달리를 검색과 접목해 사용자의 편의를 높인 것. GPT-4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멀티모달 AI 모델로서 활용성이 더 커졌다. 어도비도 같은 날 이미지 생성 AI ‘파이어플라이’를 출시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프리미어 등에 탑재될 예정. 사용이 허가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라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다.   연일 새로운 서비스가 발표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도 크다. 구글은 지난 14일 지메일·구글독스 등 업무용 서비스에, MS는 16일 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 AI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생성 AI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MS에 비해 구글은 신중한 입장이다. 바드를 검색엔진에 바로 추가하는 대신 별도 페이지(bard.google.com)에서 이용하도록 분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② AI 인프라 구독시장 열린다  이날 엔비디아도 생성 AI 시장을 노린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온라인으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DGX 클라우드’와 기업용 생성 AI 모델 개발 서비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을 공개했다. 개별 기업이 AI 훈련 모델을 직접 개발하려고 애쓰지 말고 엔비디아가 개발한 AI 모델과 인프라를 B2B(기업간 거래)로 사다 쓰라는 얘기다. 기업은 엔비디아 제품에 자체 데이터를 적용해 각 산업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웹브라우저로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을 재창조할 것”이라며 “AI의 아이폰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게티 이미지, 셔터스톡, 어도비와 같은 이미지·비디오 데이터 플랫폼 회사들도 엔비디아를 통해 자체 언어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며 “오라클을 시작으로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도 DGX 클라우드 사용을 협의 중”이라고. 엔비디아에 따르면, DGX 클라우드의 월 구독료는 3만 6999달러(약 4830만원) 수준.    ━  더 알면 좋은 것     빅테크 기업들은 AI 서비스의 대중화와 함께 퍼진 ‘AI 만능주의’의 환상을 깨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글은 이날 바드 소개자료에 바드가 틀린 대답을 내놓은 대화 내용을 일부러 포함해놨다. 구글은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 몇 가지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바드가 금전수의 학명을 비롯해 몇 가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LM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내포된 광범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자신있게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지난 2월초 바드 시연 과정에서 오류가 노출돼 알파벳 주가가 폭락하는 등 쓴맛을 봤다.    속도전이 가속화되면서 개발 완성도가 떨어져도 베타 버전을 먼저 공개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개선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도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19일 한국형 GPT 챗봇 ‘다다음’ 오픈베타를 공개한지 하루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회사는 “사용량 폭주 때문”이라고 했지만, IT업계에선 카카오가 문제점과 이용자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공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팩플배너 관련기사 [팩플] PPT·엑셀도 AI가 ‘알잘딱깔센’…MS가 예고한 업무 혁신은 [팩플] “시각장애인에 길 안내까지?” 눈 달리고 더 똑똑해진 GPT-4 [팩플] 대화ㆍ이미지ㆍ맥락까지 다 동원…AI가 검색 패러다임 바꾼다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2023.03.22 18:10

  • 100억 날리고, 사무실 내놨다…소송 다 이긴 ‘로톡의 울분’

    100억 날리고, 사무실 내놨다…소송 다 이긴 ‘로톡의 울분’ 유료 전문공개

    Today’s Interview“스타트업 코리아? 자식 창업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린다”김본환 로톡 대표   ■  「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 이들의 공존은 불가능한 일일까. 변호사·세무사·의사·약사 등 직역단체는 플랫폼의 시장 장악을 우려하고,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편익과 서비스의 합법성을 강조한다.    2021년 팩플은 직역단체들과 갈등을 빚던 로톡([팩플] 변호사 회원 절반이 사라졌다…생존위기 맞은 로톡), 삼쩜삼([팩플] 내돈내세, AI vs 세무사 어디에 맡기실래요?)을 각각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전선은 더 치열해졌다. 소송전도 불사하는 직역단체의 견고한 벽 앞에서 플랫폼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긴 싸움 뒤에 뭐가 남았을까. 팩플이 다시 로톡과 삼쩜삼을 만났다. 」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할 정도로 현 정부는‘스타트업 코리아’를 강조하지 않았나. 하지만 내 자식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뜯어말릴 것 같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로앤컴퍼니(서비스명 로톡)사무실에서 만난 김본환(41) 대표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김 대표는 “희망퇴직을 받는 상황, 변협과의 갈등 등으로 제대로 잠을 못 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스타트업에 법적 안정성은 어렵더라도 사업의 예측가능성만은 담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로톡이 처한 상황에 대한 울분과 답답함이 스며 있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픽=한호정   2014년 로앤컴퍼니가 출시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들을 위한 ‘광고 플랫폼’이다. 사건 알선 수수료를 받는 ‘중개 플랫폼’이 아니다. 변호사들에게 온라인 광고 공간을 주고 매달 광고료를 정액으로 받는다. 로톡을 쓰는 일반 이용자들은 변호사와 15분 전화 상담에 2만원, 30분 방문 상담에 7만원을 낸다.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모두 변호사 몫이다. 이 때문에 2021년 8월 법무부도 로톡을 광고 플랫폼으로 보고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2016년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로톡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두 고발에서 로톡은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2021년 5월 변협은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막기 시작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청했고, 기한 내 탈퇴하지 않은 일부 변호사를 징계한 것. 이 규정은 2022년 5월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으로 결정됐다. 지난달엔 공정위도 변협 등에 시정명령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모든 소송, 모든 행정처분에서 이기고도 로톡은 휘청거렸다. 김 대표는 “이 상황이 계속되면 로톡은 물론 대한민국 리걸테크의 미래도 닫힐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다 생각에 잠긴 김본환 대표. 김경록 기자    ━  반 토막 난 사업    2년 전 팩플 인터뷰에서 ‘생존 위기’라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당시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으로 사업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그래도 해당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나 수사기관·법무부·공정위 등 유관 기관들의 판단이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결과도 그랬다. 다만 그 판단이 나오기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모든 승부에서 이겼지만 사업 대신 갈등에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며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    얼마나 어렵나.  50% 인원 감축을 목표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분쟁이 곧 끝날 줄 알고 지난해 입주한 이 사무실도 곧 빼야 한다. 2년 넘게 소송하면서 100억원대 이상 매출 손해를 입었다. 소송 치르느라 경영진이 사업을 고민할 여력도 없었다.    이용 변호사 수도 줄었다고. 로톡 가입 변호사 수는 85개월 연속 증가해 2021년 3월 4000명(당해 변호사 수의 약15%)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변협이 광고 규정을 개정한 뒤 꺾이기 시작했다. 1700명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2000명대를 회복했다. 변협에서 징계받은 이력이 있는 변호사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 길이 막힌다. 이 때문에 ‘미안하다. 법무부의 변호사 징계위원회 심의 결과가 나오면 그때 돌아오겠다’는 변호사가 많다. 다행히 의뢰인은 증가해 지난해 누적 방문자 2300만 명을 넘었다.   변협 등과의 갈등으로 사업이 봉쇄된 건가. 봉쇄는 점잖은 표현이다. 로톡을 없애려는 것이다. 네이버·다음 등에서도 변호사 광고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로톡만 없애려고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2월 공정위는 대한변협·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로톡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변협은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다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현재 법무부에서도 로톡 관련 심의가 진행 중이다. 변협에서 징계받은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을 낸 것. 당초 3월 초 결론이 날 예정이었으나 심의 기간이 3개월 연장됐다.    ━  합법vs불법? “법적으로 합법 서비스 인정”   이제까지 로톡 서비스가 위법하단 판단을 받은 적은 정말 없나.  단 한 번도 없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2년 창업했다.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한 날 변호사법 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와 109조(비변호사의 법률 사무 취급 금지)를 인쇄해 전 직원 책상에 직접 붙였다. ‘여기에 반하는 것 단 하나도 하지 말자’고 했다. 합법의 틀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변호사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거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창업 때의 기대와 현 상황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2012년 시장조사를 위해 선배 변호사 사무실에 전대차 계약을 맺고 들어갔다. 법률사무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2년간 관찰하며 변호사 2000명을 인터뷰했다. 변호사들이 시장에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IT 기술로 의뢰인과 변호사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고민했다. 그때 기대한 목표까지 10단계로 쪼갠다면 우리는 3~4단계쯤부터 생존을 위한 투쟁만 했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는 로톡과 변호사 60명이 변협의 광고규정으로 ‘변호사들의 표현·직업의 자유와 플랫폼 운영자의 재산권이 침해당했다’면서 낸 헌법소원에서 핵심 조항들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와 정재성 부대표. 사진 뉴스1   수익모델(BM)에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B2C(기업-의뢰인), B2B(기업 간), B2L(기업-변호사) 3개 영역에서 각각 광고플랫폼·콘텐트 사업 등을 구상했다. 이 중 법적으로 안 되는 것들을 제외하고 수익성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 단계 서비스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그간의 투자는 매몰 비용이 돼 버리고, 사업의 임팩트도 없을 거다. 광고플랫폼 자체에 예상하지 못한 브레이크가 걸려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BM 확장이나 변화는 의미가 없다.    로톡은 “법률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톡 상담 건수는 최근 3년간 연평균 9.8% 증가하며 2022년 말 84만 건을 넘었다. 로톡에서는 의뢰인이 2만원으로 15분 전화 상담, 7만원으로 30분 방문 상담을 변호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포털보다 소액으로 광고할 수 있어 MZ세대 청년 변호사들의 호응이 크다. 로톡 활동 변호사 10명 중 8명(74.7%)이 개업 10년 이하 청년 변호사다.   ━  지연된 혁신    챗GPT가 주목받는 시대, 로톡은 3년 전 AI(인공지능) 기술기업인 텍스트팩토리를 인수하며 법률 AI 시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텍스트팩토리는 법률 포털 로앤비 창업 멤버로 로앤비를 글로벌 미디어그룹 톰슨로이터에 매각한 안기순 변호사가 창업한 서비스다. 앞서 안 변호사는 로톡과 변호사 및 상담사례 추천 알고리즘, 로톡 이용 가이드 챗봇, 법률 문서 자동 작성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소송전이 계속되는 사이 로톡의 혁신도 사실상 지체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년 전 텍스트팩토리를 인수하며 법률 AI에 도전한다고 했는데. 안기순(변호사) 이사는 국내 리걸테크 산업을 가장 오래 고민한 분이다. 텍스트팩토리에서 AI 전문가들과 기계가 문장 전체를 인식하는 ‘자연어 처리’를 연구·개발했다. 미국변호사협회가 주최하는 리걸테크쇼에서 로톡의 제품을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로톡에 인수된 이후 소송전이 계속되면서 회사가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면이 있다. 연구는 계속하고 있지만 원래 목표만큼 도달하지 못했다.    AI 기반 법률 상담 서비스를 그렸던 건가.  우리나라에서 B2C 대상 온라인 법률 상담 유료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이다. 변협이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면, 우리는 B2L(기업-변호사 간 거래)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변호사의 사건 수임과 업무 처리를 효율화할 방법을 고민했다. 변호사를 대체하는 서비스가 결코 아니다. 챗GPT는 API는 열어줬지만, GPT 모델을 우리가 직접 학습시킬 수 없다. 또한 한글로 된 법률 상담 정보 데이터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자체 법률 상담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법원이 판결문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도 있다.   리걸테크 업계에 판결문은 곧 데이터다. 하지만 사법부는 판결문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올해부터 개정된 민사소송법 시행으로 확정되지 않은 민사·행정·특별 사건의 판결문도 열람할 수 있게 되는 등 공개 범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실명화 작업을 할 경우 암호문 같은 판결문도 있다. 업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규정을 두거나 판결문 정보 공개 관련 법률을 별도로 입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로앤컴퍼니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해외 리걸테크는 어디까지 발전했나.  전 세계에 리걸테크 기업이 7000개 있고,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 달러(약 13조원)가 넘는다. 이 중 41억 달러(약 5조3600억원)는 최근 2년간의 투자다. 배심제인 미국에서 가장 발전했고, J커브로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배심원 얼굴 표정을 AI가 분석해 어떤 배심원이 변호사에게 유리한지 판단하는 기술도 있다. 한국 정서와는 안 맞지만 수백만 수천만 개 판결문을 토대로 판사 성향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해외에서는 변호사 업무 효율화와 변호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법률 포털사이트 ‘벤고시닷컴’이 일본 로스쿨 출범 이듬해인 2005년 설립됐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벤고시닷컴은 변호사 홍보의 장을 열었다. 사이트 회원들이 남긴 질문에 답변을 많이 하는 변호사의 노출도가 올라가고, 유료 서비스에선 변호사가 자신의 승소 사례나 수임료 등 구체적 정보를 프로필에 소개할 수 있다. 현재 벤고시닷컴 등록 변호사는 2만 명 이상, 일본 전체 변호사 수의 50%에 육박한다.    그간 로톡은 일본의 ‘벤고시닷컴’과 비교됐다.  2020년만 해도 로톡의 성과 지표가 벤고시닷컴보다 앞섰는데, 2021년 변협과의 갈등 이후 로톡의 성장이 멈췄다. 한국과 법체계도, 변호사법도 비슷한 일본에선 2005년 벤고시닷컴이 출범하자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연합은 벤고시닷컴을 없애자는 태도가 아니었다. ‘합법이긴 한데 뭔가 어색하다.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했고, 그 과정을 회의록으로 다 남겼더라. 일본의 이런 사회적 논의가 부러울 뿐이다.    국내에서는 왜 이런 논의가 안 되나. 2021년 이전의 변협 집행부는 로톡을 합법 서비스로 인정했다. 그런데 변협 집행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졌다. 로톡이 맘에 안 들 수는 있지만, 법무부도 합법으로 인정한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김본환 대표는 “나의 변호사를 위해 로톡을 없애려는 건 시장주의에 반한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변협도 ‘나의 변호사’라는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은 언제든 환영이다. 다만 나의 변호사를 위해 로톡을 없애려는 건 시장주의에 반한다.    앞으로는 어쩔 건가. 변협 등이 ‘로톡을 인정할 테니 최소한의 협의를 하자. 이건 로톡도 지켜달라’고 한다면 이상적인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변협에 18번이나 대화를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우리를 인정하고 비난을 멈춘다면 플랫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적인 요구를 논의하는 자리에 언제든지 나가겠다. 법무부가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로톡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생존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스타트업으로서 사명감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현 정부의 기조가 스타트업 코리아 아닌가. 스타트업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사업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주시리라 믿는다. 순리대로 풀리기를 기대한다.

    2023.03.22 17:37

  • 세무사와의 싸움 벌써 2년…삼쩜삼 “이겨도 지는 게임”

    세무사와의 싸움 벌써 2년…삼쩜삼 “이겨도 지는 게임” 유료 전용

    Today’s Interview,“세무사회와의 싸움, 잃는 게 더 많은 밸런스 게임”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  「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 이들의 공존은 불가능한 일일까. 변호사·세무사·의사·약사 등 직역단체는 플랫폼의 시장 장악을 우려하고,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편익과 서비스의 합법성을 강조한다.   2021년 팩플은 직역단체들과 갈등을 빚던 로톡([팩플] 변호사 회원 절반이 사라졌다… 생존위기 맞은 로톡), 삼쩜삼([팩플] 내돈내세, AI vs 세무사 어디에 맡기실래요?)을 각각 인터뷰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전선은 더 치열해졌다. 소송전도 불사하는 직역단체의 견고한 벽 앞에서 플랫폼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긴 싸움 뒤에 뭐가 남았을까. 팩플이 다시 로톡과 삼쩜삼을 만났다. 」  세무사 대 스타트업, 가능한 싸움일까. 자비스앤빌런즈의 ‘삼쩜삼’은 잠자던 환급금을 찾아주는 세금 신고 서비스다. 아르바이트생, 라이더, 크리에이터 등 세무 사각지대에 있던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 등 N잡러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이후 인기를 끌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누적 가입자는 국민 5명 중 1명꼴인 1460만 명, 총 환급금은 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00억원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영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한호정 그러나 몸집이 커지고, 해외로 나가는 와중에도 자비스앤빌런즈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세무사회와의 싸움이다. 2021년 한국세무사회·한국세무사고시회는 자비스앤빌런즈를 현행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세무사 자격이 없는 업체가 불법으로 세무대리를 한다’는 이유였다. 현행 세무사법상 세무대리는 세무사 자격이 있어야 수행할 수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사 개입 없이 환급 신고를 자동화한 간소화 프로그램을 제공할 뿐, 세무대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해묵은 갈등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직역단체와의 싸움은 이기기 쉽지 않거니와, 이기더라도 이긴 게 아니다”며 “스타트업엔 싸우는 과정에서 잃는 게 더 많다. 이제는 갈등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  스타트업에 갈등은 곧 비용   2년 전 인터뷰 당시엔 세무사회 등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했고 일부 세무사들은 세무사회로부터 징계도 받았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세무사법 위반으로 고소된 건은 지난해 8월 경찰에서 불송치 판단이 나왔지만 세무사회의 이의 제기로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의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다. (세무사회는) 세무사 자격증을 관리·운영하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단체라 세무사회가 개별 세무사의 자격 박탈 징계도 내릴 수 있다. 우리와 협업하고 싶은 세무사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1년 국회에선 세무대리 업무의 소개·알선을 금지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자비스앤빌런즈는 법 통과를 계기로 기존 운영하던 AI 경리 ‘자비스’(2015년 12월 출시)를 사실상 정리하고 ‘삼쩜삼’(2020년 5월 출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갈등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비스는 중소기업의 거래 내역과 잔고·매출·비용을 한 곳에서 보여주고, 세무신고 안내와 자료 제출을 도와주는 AI 서비스였다. 자동화가 어려운 세무업무는 사람(외부 파트너 세무사)이 처리했다. 당시 자비스 업무제휴를 맺었던 세무사 7명은 협회로부터 징계(경고 처분)를 받았다.   법안 통과 후 사업에서 달라진 게 있었나? 자비스는 최소한의 유지·보수만 하고, 이용자가 직접 알아서 세금을 신고하게 하는 ‘삼쩜삼’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자비스를 키우면 갈등이 더 커질 것 같았고, 당시 세무사회 반발로 수수료를 포기하다 보니 성장도 정체되는 게 보였다. 세무사법 통과도 부담이었다. 자비스가 쭉 성장했다면 당시 연 매출이 40억원 정도였으니 지금쯤 100억원은 되지 않았을까.    이후로도 삼쩜삼은 성장했다. 별 타격이 없던 것? 사업방향을 틀어서 타격이 적어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직역단체와의) 갈등을 고려해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자원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삼쩜삼도 외부의 갈등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후에도 이런 갈등은 언제든 회사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용자 서비스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단 것 자체가 성장하는 스타트업엔 큰 부담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부담인가? 스타트업이 기득권과 갈등을 빚으면 네 가지를 잃는다. 첫째는 자원, 둘째는 투자자, 셋째는 이용자, 넷째는 직원이다. 일단 갈등 상황이 대외적으로 알려진다는 자체만으로 잃는 게 많다. 스타트업이라 현 직원도, 입사 대상자의 가족들도 불안해한다.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부모님이 ‘네카오(네이버·카카오) 다니다가 왜 이런 문제 있는 데를 가냐’고 반대하신다는 거다.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직역단체의 반대나 규제가 심해져 어쩌면 사업이 접힐 수 있다면, 그런 회사에 누가 투자하겠나. ‘창업가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느냐’ 같은,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서비스가 받쳐 주면 되는 것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스타트업이 갈등 해결을 위해 자원을 쓰는 순간부터 서비스가 약해진다는 거다. 균형을 맞춰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다. 우릴 반대하는 이들과 대놓고 싸울 수도 없다. 대응할수록 일이 커지니까. 갈등에 시간을 쏟고, 에너지를 들여서 문제를 해결한들 우리에겐 남는 게 없다.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고,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  세무사가 곧 시장   삼쩜삼은 세무사들의 기존 시장이 아닌 긱워커(gig worker⋅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의 세무 수요를 겨냥한다고 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 아무리 말해도 잘 믿지 않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국내 납세자는 2000만 명인 반면, 세무사는 약 1만5000명에 불과하다. 종합소득세 납부 대상 가운데 고액연봉자 300만 명이 세무사들의 시장이라면, 삼쩜삼은 N잡러들의 연말정산을 보고 있다. 숫자가 보여준다. 애초에 전체 삼쩜삼 이용자 90% 이상이 소득 3000만원 이하다. 평균소득은 1000만원 정도다.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은 ‘삼쩜삼이 성장하면 결국은 내 파이를 빼앗을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 당장의 고객이 다르다 해도 결국 언젠간 시장 한가운데서 만나게 되지 않겠나. 세무사와 삼쩜삼은 서비스 층위가 다르다. 이렇게 보면 어떤가. 공짜 수돗물도 있지만 프리미엄 생수 시장도 있고, 에어비앤비가 있다고 5성급 호텔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무사를 직접 찾아 수임하는 분들의 연봉은 평균 3억이다. (삼쩜삼 이용자와) 30배 차이가 난다. 우리는 세무사가 하던 일을 가져오는 것보다 세무사들이 쓰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게 더 이득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쩜삼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자비스앤빌런즈와 세무사회는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5월 이용자와 세무사를 비대면으로 연결해 주는 ‘삼쩜삼 하우’를 한 달 동안 한시 운영했다. 이 서비스를 확장해 올해 하반기에는 세무사를 위한 소프트웨어 출시(서비스명 미정)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세무사회와의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세무사와의 상생, 가능하다고 보나. 세무사는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다. 그런데 다른 번거로운 일에 어쩔 수 없이 시간⋅비용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연락해서 자료를 받거나, 수집한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등인데 충분히 간편화하고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다. 출시 예정인 서비스는 세금 신고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분류해 주고, 세무사에게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서 빠르고 간편하게 신고까지 마치게 도와줄 수 있다. 업무 비효율을 줄여 세무사가 일하는 시간을 기존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여주려 한다.   세무사들이 반길까? 다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소수의 목소리가 과대표되는 것일 수도 있다. 세무사 전체가 우리를 부정적으로 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해 삼쩜삼 하우를 테스트할 때도 세무법인⋅세무사 등으로부터 ‘좋다’는 연락을 적지 않게 받았다. 지금도 사용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물론 비슷한 오해를 또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 세무사의 영역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세무사의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쓰는 ‘툴’인 거라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그래서 계획은. 이제까진 프리랜서 등 개인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사업자 시장까지 확대해서 세무 관련 모든 영역을 혁신할 계획이다. ‘N소득자’를 위한 일자리 연결 등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의 부(富)를 늘려 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 이 전략을 잘 실현하면 2026년까지 연매출 8000억원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대표가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해외서 성공해 돌아온다면   지난해 자비스앤빌런즈는 영국 정부의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 프로그램 GEP(Global Entrepreneur Programme)에 선정됐다. 이후 김 대표는 영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GEP는 해외 유망 스타트업을 유치해 특별비자 발급, 전문가 멘토링, 투자자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 영국 국제통상부에서 먼저 자비스앤빌런즈에 GEP 참여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달 영국법인 설립을 마쳤고, 내년 4월 서비스 출시가 목표다.   영국에서 잘 될까. 삼쩜삼의 세금 환급은 결국 ‘돈을 돌려준다’는 거라 세계 어디서든 직관적으로 통한다. 다만 세금을 따박따박 잘 내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있는 나라여야 가능한 서비스다. 영국은 두드러지는 택스테크(tax tech) 스타트업이 아직 없어서 삼쩜삼이 ‘퍼스트 무버’로 들어갈 좋은 기회다. 자체 조사해 보니 영국의 누적 미수령 세금 환급금 규모가 200억 파운드(약 31조5000억원) 정도더라. 잘 되면 영연방 국가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참고로 유럽은 우리나라 홈택스보다 훨씬 세금 환급이 불편하다. 세무 서비스 이용료도 한국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영국에 지금껏 택스테크 스타트업이 없었다면, 없는 이유도 있었을 텐데. 핀테크의 주류는 아직은 은행이다. 세금은 시장이 작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진입장벽도 높다. 국가별 세법을 이해해야 하니 쉽진 않다. 서류나 증빙자료 제출 등 번거로운 작업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릴 놀라워하며 보는 이유도 ‘(그 어려운) 세금으로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냐’는 거다.   영국 현지 세무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진 않을까. 대부분의 국가엔 ‘세무사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한국 같은 법이 없다. 갈등의 소지가 적다.   한국에서도 아직 풀어야 할 게 많다. 해외 진출은 시기상조 아닌지.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열심히 하려 했던 건 한국에서 더 잘되고 싶어서다. 일단 밖에서 인정받고 성과를 내면 국내에서도 삼쩜삼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인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갈등을 적극 해결해 주진 않고 있는데, 아쉬운 것 없나. 국회에도 ‘제2의 타다’를 막자는 데 공감한 국회의원들이 모여 유니콘팜을 만드는 등 혁신기업들에 귀 기울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바람은 (정부가) 더 과감하게 나서 주면 좋겠다는 것.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받고 1, 2년 안에 (사업의 흥망이) 결정된다. 현장의 신구 산업 갈등을 부처별 협의할 일로 넘기는 게 아니라 특정 기간 안에 빠르게 결론을 내주면 좋겠다. 속도만 빨라도 도움이 된다.   삼쩜삼 외에 지금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직역단체와 갈등 중이다. “가장 아쉬운 게, 지금까지 국내에선 스타트업이 기득권이나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을 때 이걸 잘 극복해 낸 사례가 거의 없다는 거다. 스타트업 생태계엔 너무나도 큰 제약이다. 스타트업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튀어나온 거라 어쩌면 갈등이 필연적이다. 창업가가 인생의 전성기를 바쳐서 해결하려던 문제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막힌다면 얼마나 힘 빠지는 일이겠나.

    2023.03.22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