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산이 남의 일일까
이상렬의 시시각각

은행 파산이 남의 일일까

그런데 국제금융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에서 다시 대형 은행 파산과 몰락이 벌어지고 있다. 1일 이체 최대 5억원에 24시간 가능한 모바일 뱅킹의 특성, 메신저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는 정보 확산성 등을 고려하면 모바일 뱅크런 리스크는 실재한다고 봐야 한다. CS와 SVB 두 은행 모두 대출에 문제가 없어도 위기를 맞았다.

  • [사설] 기소된 이재명…이제 자신의 거취 진지하게 고민해야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어제 재판에 넘겼다.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는 당직을 정지하되, 해당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이를 취소한다는 당헌 80조에 따른 것이다. 그런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이다.

    2023.03.23 00:10

  • [사설]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해칠 방송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이사회 추천을 국회(5명), 직능단체(6명), 학회(6명) 등이 하도록 했는데, PD연합회 등 직능단체와 방송·미디어 학회 중엔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 온 곳이 많다. 그래놓고 이제는 자기 편 사람들로 채워진 직능단체와 학회 등을 이용해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려 한다.

    2023.03.23 00:09

소리내다 (Make Some Noise)
  • [리셋 코리아] 금융위기 차단 위한 선제적 안정책 마련해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트렸다. 위험 확산 차단과 시장 불안을 덜기 위한 양국 중앙은행 등의 진화 노력은 적극적이었다.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염되고 글로벌 위기로 퍼질 우려가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 허브 입지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금자 전면 보호와 대규모 자금 지원 등으로 금융시장은 안정되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추가 부실 불안이 남아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들 은행과 직접적 거래가 크지 않았음에도 일시적으로 큰 변동성을 경험하였다.     ■  「 은행은 추가 자본 확충 노력하고 엄격한 내부 통제 체계 구축해야 PF 관련 저축은행 유동성 확보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유 채권의 대규모 손실이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로 이어진 경우다. 특화 은행 비즈니스 모형이 초래한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CS의 경우는 수년간의 투자 손실이 누적된 데다 최대 주주가 투자 중단을 선언한 게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돈세탁 방조,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 등 신뢰의 문제가 배후에 자리 잡고 있다.   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두 은행의 위기가 아직은 양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나 글로벌 위기로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은 두 은행과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유동성·건전성 측면에서도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안정되지 않고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불의의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여 선제적 금융 안정 대책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글로벌 차원의 위기로 확대되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염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 위기 대응 대책(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 또 국내에서 유사한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거시 건전성 차원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위기 대응책으로는 국내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다. 돌발적 신용 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기 대응 완충 자본’ 등 추가 자본 확충 노력과 함께 대출 부실에 대비한 ‘특별 대손 준비금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도 경제와 금융자산 성장에 비례하여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높아진 금리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외화 자금 조달 경색과 환율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국내 금융기관의 외환 보유 상황과 외화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하여 레고랜드 사태 같은 유동성 경색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저신용 건설사와 고위험 사업장에 투자를 많이 한 지방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캐피털 업체의 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가 채널 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해 자금 경색이 우려되는 신산업·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모험자본 생태계 육성과 함께 데이터·플랫폼 기반의 혁신금융 성장동력 확충 노력이 꺾이지 않도록 성장 단계별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비슷한 위기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국내 은행들은 복수의 자금 조달 경로 확보와 운용·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사업모델 도입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고정 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 대출 채권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SVB·CS의 내부 통제 부실과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엄격한 내부 통제 체계 재구축과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강화 같은 은행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2023.03.20 00:54

  • [리셋 코리아] 저출산 예산, 미래 복지 쪽으로 돌려야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4.4% 감소하여 25만 명을 밑돌았다. 정부는 효과적 저출산 종합 대책을 새롭게 수립하겠다고 분주하다. 기존 대책 중 효과가 없는 것은 폐기하고, 실효성 위주로 재정립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고 현재도 매년 4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지만 출생아 수는 반 토막이 되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해 온 정부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한 것은 기존 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기존 저출산 정책이 기대와 다르게 효과가 크지 않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장려금, 양육 지원, 육아 휴직 등의 대책이 출산 증가에 효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최종 자녀 수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  「 280조원 썼지만 출산율 급락 노년층 돌볼 젊은층 부담 늘어 미래용 복지예산 따로 챙겨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또 현금성 지원 대책은 예산 지출 측면에서 효율성이 매우 낮다. 출생아 한 명당 1억원을 주면 연간 출생아 수가 현재 25만 명에서 20%가 늘어나 추가로 5만 명이 더 태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예산은 30조원이 드는데, 이는 추가 출생아 한 명당 6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1억원을 받지 않고도 출생했을 25만 명에게도 똑같이 1억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출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장려 정책은 젊은 세대의 인식을 왜곡해 출산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출산·육아는 본인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임에도 사회공동체를 위한 행위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출산장려금이 이렇게 적은데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는 2030세대의 질문을 받으면 과연 아이를 낳는 것인지, 낳아주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기존 대책의 한계가 명백하기에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저출산 현상이 초래하는 근본 문제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 수준이 주는 것은 근본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인구가 적을 때 노동생산성이 낮아지고 경제성장이 늦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중국·인도가 가장 높은 생산성과 성장률을 보이지 않고 있고, 스위스의 1인당 소득이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도 인구가 3000만 명밖에 안 되었던 1970년대 초반에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이 시기의 한국을 되돌아보면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정부 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건 지나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시장이 유연하면 임금 조정을 통한 고령 노동의 유입이나 기계설비 증가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저출산 자체보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젊은 세대가 노령 세대와 비교해 너무 빨리 줄어드는 게 문제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다수 복지정책의 부실화다. 소득을 벌고 세금을 내는 젊은 세대의 인구가 복지 혜택을 받는 노령 세대 인구에 비해 크게 줄면 정부 복지정책이 재정수지 악화 문제에 직면한다.   저출산 걱정 이유가 복지정책 부실화라고 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그에 상응하게 수립해야 한다. 효과 없는 기존 저출산 대책을 고수할 일이 아니다.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복지정책 부실화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정부가 미래 복지 지출에 필요한 돈을 납세자가 많은 현재 저축해 두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컨대 국부펀드를 마련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많은 행정적·정치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매년 저출산 예산의 일부를 국부펀드에 적립해 미래 복지정책 지출 비용으로 사용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효과적 정책으로 출산율을 충분히 높일 수만 있다면 이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의 경험은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저출산에 의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일으키는 복지 재정 문제를 우회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직접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제는 증거를 기반으로 효율적 정책 수립을 고민할 시기가 됐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2023.03.13 01:10

  • [리셋 코리아] 학폭 대책, 피해자·가해자 치유가 우선돼야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학교 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 앞날을 좌우하는 사회적 해결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 특권층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가운데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들끓고 있다. 학교 폭력은 강자와 약자의 사회적 관계가 스며들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부모들의 개입으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들의 법률적 힘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부모 찬스’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부모가 학교 폭력 문제에 개입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 부작용으로 힘 있는 부모를 가진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을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난으로 치부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반면 ‘부모 찬스’를 누리지 못하는 피해 청소년들은 마음의 병을 얻고 학교·사회 부적응 등으로 이어진다.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 교사 중심 피해자 치유 강화하고 피해자 회복 위한 제도 마련해야 가해자 반성과 화해 노력도 중요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학교 폭력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로 인한 자살 사건이 이어지며 1995년 ‘학교 폭력’ 용어가 등장했고,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11년 학교 폭력으로 인한 대구 권모 군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이후 2012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다 강력한 조치가 마련되면서 학교 폭력이 대폭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2020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심의 의결 기능이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변경되는 등 대폭 개선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교 폭력 문제는 학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과 사회로 확산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 학교 폭력 대책 수립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큰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면 그제야 문제를 진단하고 설왕설래하다가 정부의 강력한 대책과 제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앞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학교 폭력 관련 기관·단체들이 가해자 중심의 선도 대책을 강조해온 것도 문제다. 사건이 벌어지면 뚜렷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양분된 의견으로 시시비비를 벌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이제는 학교 폭력 피해자·가해자 모두가 우리 자녀라는 입장에서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먼저 학교 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효과적인 전문 상담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요즘 가정의 기능 약화로 인해 가정이 담당할 수 없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므로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의 청소년 보호 역할과 기능이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치유와 회복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만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학교·사회 생활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인생 전체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학교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치유와 회복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최근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을 밝히는 ‘학폭 미투’가 연예계·스포츠계·공직에서 빈번하다. 그때마다 학교 폭력을 당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이후에도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학교 폭력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가해 청소년의 경우도 실효성 있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강력한 처벌과 징계를 통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나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 용서와 선처 또한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학교 폭력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완전한 화해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피해자와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새롭게 추진되는 학교 폭력 대책은 피해자·가해자 간 양극화되거나 한쪽으로 편향된 대책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피해자·가해자 모두 화해를 통한 치유와 회복을 거쳐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2023.03.06 00:51

  • [리셋 코리아] 한국은 나토와 협력 강화해야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해 한국과 나토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토와의 관계 강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 State, GPS) 구상 아래 한국이 나가고 있는 방향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GPS는 필연적으로 한국이 안보·국방 분야에서 미국과 호주·캐나다·일본·유럽과 같은 파트너 국가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이끌 것이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이슈에서 더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대에 한국이 선택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이해관계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  「 전략적 모호성은 유효하지 않아 국제무대에선 분명한 선택 필요 가치 공유하는 국가들 편에 서야 」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GPS를 지향하는 한국의 국익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포괄적 지역 전략이다. 자유·평화·번영의 비전 아래 포용과 신뢰, 호혜의 원칙을 담고 있으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이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해야 할 파트너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들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일본과의 역사적 분쟁을 젖혀두고 한국이 비교적 쉽게 협력할 수 있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다.   동시에 인도태평양 전략은 다른 국가와의 잠재적 협력은 신뢰와 상호주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하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서해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중국의 공세 강화, 양국 간 가치관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기 쉽지 않다. 중국이 한국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   한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다양한 안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원한다. 남중국해 및 기타 지역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공세,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국·북한·러시아의 사이버 보안 및 기타 위협에 대한 방어 등이 그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과거 한국은 이러한 문제와 기타 안보 문제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중 분열이 심화하고 한국의 파트너인 미국이 더는 전략적 모호성을 정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나토의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불과 2주 만에 사상 첫 한·나토 군사참모대화가 열렸다. 나토는 지난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 이어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포함해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을 초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욱 통합됨에 따라 한국과 나토와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나토는 원칙적으로만 한국과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한국은 나토의 사이버안보센터 주요 회원국으로서, 특히 북한을 상대하는 데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한국 첨단기술 기업들은 나토 회원국들이 차세대 군사 장비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자산은 나토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는 중국·북한·러시아 간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안보 분야를 포함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토·미국·유럽도 한국이 중·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는 비현실적이다. 미국도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중국, 나아가 러시아와도 대화와 관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은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국익과 가치에 따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편에 설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과정을 가속하고 있을 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브뤼셀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2023.02.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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