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의 ‘사법방해 종합세트’ 오만에 경종 울려야

    김씨는 이번 사건 직후 소속사 관계자들과 공모해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 김씨는 사고 직후 별다른 조치도 없이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과 범인 도피의 사법방해 행위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05.24 00:44

  • 쪼그라든 가계 실질소득, 반도체 착시효과 경계해야 할 때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 실질소득이 1년 전에 비해 7년 만에 가장 큰 폭(1.6%)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전 분기 대비 1.3%의 ‘깜짝 성장’을 했다.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내수 연관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짓눌린 체감경기까지 따뜻하게 데우기는 힘들다.

    2024.05.24 00:44

소리내다 (Make Some Noise)
  • [리셋 코리아] 라인 사태 계기로 경제안보법 제정해야

    8일 오후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사진은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최근 ‘라인 사태’와 관련한 다양한 뉴스와 여론 속에서 국민은 적잖은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해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던 이유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업 내부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공개하기 힘든 복잡한 사정과 셈법 속에서 현재는 네이버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정부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다. 다만 세계사적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번 사태가 단지 일개 기업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  「 이번 사태 감정적 대응 도움 안돼 일, 데이터 주권 전쟁 민관 힘모아 우리도 디지털 기업 지원 힘써야 」    이번 라인 사태를 계기로 정보 유출을 대하는 한·일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우리 언론은 작년 11월 5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고, NTT나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에 비하면 약과라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다른 기업도 있는데 유독 처벌이 가혹하다는 주장은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라인의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2021년 3월 중국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일본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2017년에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에 의해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모든 기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에 따라 일본 기업에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필요 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모습. 뉴시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관점에서 총무성의 두 차례 행정지도나 이례적 지분 조정 언급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 정부 행보를 이해하려면 이번 라인 사태를 경제안보 이슈와 결부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 제정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기반해 2023년 11월 16일 라인야후를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선정되면 외국에서 설비를 도입하거나 업무를 위탁할 때 반드시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 기업들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라인야후에 주어진 6개월의 유예기간이 5월 16일 끝났다. 이례적인 두 차례 행정지도는 새로운 프로토콜의 실시를 앞둔 경고였을지 모른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한·미·일 삼국이 안보협력을 이야기한 지 8개월 만에 마치 뒤통수를 치듯 일본이 경제안보를 핑계로 ‘라인 강탈’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일 관계가 너무 급격히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속에서 일본은 경제안보법을 제정하고 중요 산업을 지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계획대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말뿐인 안보협력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 중앙포토 이번 라인 사태 이면에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고 싶었던’ 소프트뱅크의 본심도 작용했다. 잘 알려져 있듯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페이(pay) 전쟁으로 치킨게임을 하다가 미·중 빅테크 기업을 견제할 목적으로 협력을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고, 메신저 기능을 제외하고 두 회사의 중복된 사업 영역은 계속 충돌했다. 그러던 중 챗GPT 열풍이 불자 AI를 둘러싸고 두 기업의 동상이몽이 시작되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개발하던 AI에 투자할 계획을 접고, 10조 엔을 투입해 AI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일본 정부도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한 수퍼컴퓨터 정비에 421억 엔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글로벌 전쟁에 일본의 민관이 힘을 합쳤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의 할 일이 네이버를 지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사적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에 국민 기업 네이버를 뺏길 수 없다는 식의 분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정부는 우리의 경제안보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한·일 디지털협정을 포함해 디지털 우방국도 늘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안보와 디지털 패권 경쟁에 우리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인데 사이버 영토 침략이니, 믿었던 손정의의 배신이니 하는 감정적 토로만 들린다. ‘라인 일병 구하기’에 매몰돼 우리가 전쟁 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2024.05.20 00:34

  • [리셋 코리아]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버팀목 돼야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비교할 때 독립적 생존을 위해 매우 긴 양육과 돌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짧은 시간 내에 독립할 수 있지만, 인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 보살핌을 받는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하여 지적 발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 사회성, 문제 해결 능력 등 고차원적인 기술을 습득해야 하므로 성인기 이후까지도 지속적인 교육과 돌봄이 요구된다. 인간의 삶은 평생 생애 주기에 따라 누군가의 돌봄을 받거나 누군가를 돌보는 상호 의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돌봄과 보호가 삶의 어느 시점에서 종료될 수 있겠는가.     ■  「 가정 돌봄 없이 사회 진입 청년들 냉혹한 경쟁서 생존하기 힘들어 사회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 필요 」    김지윤 기자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매년 약 2400명의 자립준비 청년이 가정의 돌봄이 부재한 상태로 ‘보호 종료 연령’이 되어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18세까지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난 뒤 자립 지원 기간이 불과 5년에 그치고, 현행 지원 제도의 한계로 인해 이들은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며 냉혹한 경쟁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부모들의 관심이 자녀의 교육과 취업에만 집중되고, ‘부모 찬스’가 당연시되며, 부와 권력·인맥이 대물림되는 이 현실 속으로 말이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안정적 주거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급여 제도 개선을 통해 주거비 부담 없이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 전세임대주택이나 자립지원시설 등의 지원프로그램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스스로 원하는 곳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급여 제도를 정비하고,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가정’으로 느낄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사회 초년생인 이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할 멘토가 절실하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사회 적응 과정에서 겪는 정보 부족과 부적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진로 상담, 취업 정보 제공, 생활 기술 교육 등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예산과 인력 확충이 요구된다.   셋째, 가정의 보호가 부재한 상황에서 심리적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운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시급하다. 상담 서비스와 심리 치료 프로그램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지역별 자립준비 청년 전담센터 설치와 전문 상담사 배치를 통해 지속적이고 접근성 높은 심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뜻하는 사회적 지지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더욱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소득 증가 시 수급 자격이 박탈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자립준비 청년의 경제 활동 의욕을 떨어뜨린다. 일정 기간 수급 자격 유지, 소득 기준 상향 조정, 재수급 요건 완화 등 전향적이고 정교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나아가 청년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뒷받침할 보편적 경제 지원 체계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취업이 아닌 가능한 한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일을 찾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인간 발달에 가족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역할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가족이라는 일차적 보호망 없이 견뎌온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든든한 ‘마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개별 가정이 각자 감당하던 돌봄을 사회가 모두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모든 아이를 함께 양육한다는 태도로 사회의 돌봄 제도를 만들어 갈 때 우리의 아이들은 ‘마을’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돌봄마저 각자도생으로 치열한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2024.05.13 00:34

  • [리셋 코리아] 기초학문 지원은 국가의 전략적 투자다

    일러스트=김회룡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대학 사회가 전공 자율선택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범적 도입이 아닌 대규모 확대여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공 자율선택제란 1학년 때 다양한 학문과 전공을 탐색하고 2학년 이후 학과를 선택하는 제도다.   전공 선택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선 진로와 적성보다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 이들은 학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중도 탈락하거나, 졸업 후 전공과 일자리의 불일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학습 낭비이고, 교육 손실이다. 제 돈 내고 다니는데 배울 학과를 선택 못 하고 전과(轉科)도 안 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도 있다. 특히 자기 주도적인 학생이라면 더 좌절한다. 무엇보다 바깥 사회는 탈경계, 융복합 시대로 나아가는데 대학은 ‘무(無)혁신 늪’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  「 자율전공 확대에 기초학문 위기 토대 약하면 첨단산업도 흔들려 공공재라는 인식 갖고 지원해야 」  급한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율전공 확대는 대학의 성찰에 기반한 ‘내적 동력’보다 정부 요구와 사회 요청에 따른 ‘외적 압력’으로 촉발됐다. 역사적으로 하향식, 외부 주도형 혁신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 정책 불신도 문제다. 제도의 취지는 신입생 때 다양한 학문 생태계와 융복합 학습을 경험해서 종합적 사고, 통찰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자기 이해와 진로 탐색을 바탕으로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교수는 이를 구조 개혁으로 받아들인다.   대학의 준비도 따져볼 일이다. 자율전공 도입은 출발점이다. 다양한 진로 탐색과 맞춤형 상담이 따르지 않으면, ‘자율’은 무책임한 ‘방목’이 된다. 게다가 2학년부터 시작할 전공 과정이 폐쇄적이면 자율 효과는 반감된다. 대학 교육과정 전체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가 지난 1월 24일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학과 쏠림’이다. 충분한 정보와 상담이 없으면 학생들은 취업 전망이나 유행을 좇아 ‘인기 학과’에 몰리기 마련이다. 문·사·철(文史哲) 같은 기초학문은 존폐 기로를 맞을 수 있다. 고전을 통해 우리 사상·역사·문화를 배우는 한문학과는 8개 대학에만 남았다.   대부분 대학이 4월 말에 자율전공 도입을 포함한 대입 전형 계획을 제출했다. 총장의 치적이나 정부 사업 수주를 위한 포장이 아니길 바란다.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고 한 학생의 삶이 달렸기 때문이다. 새 제도가 성공하려면 대학과 정부 모두 혁신해야 한다.   여러 분야를 접목한 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 수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학과제 개편을 실시한 애리조나주립대의 사진이다. 사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홈페이지 먼저 대학은 환경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시대는 공급자 중심의 보호막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생 관점에서 기존 대학 제도와 프로그램을 재설계할 때다. 도서관학과가 산업 변화와 학생의 요구를 받아들여 문헌정보학과·데이터사이언스학과로 변신한 것이 사례다. 애리조나주립대처럼 여러 분야를 접목한 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 수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학과제 개편’도 시도할 만하다. 물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배우게 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재정 위기에 처한 대학이 비인기 학과 보호에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교육을 시장에만 맡겨둘 순 없는 노릇이다. 역사·언어·지리 같은 기초학문을 보자.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일, 조상이 남긴 문헌을 고증하고 해석하는 일을 다른 나라 학자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 나라에 그런 역량이 없으면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역사 왜곡에서 우리를 지켜내기 어렵다. 수학·물리·화학 같은 기초과학도 그렇다. 기초 토대가 취약하면, 인공지능·반도체·2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허상이 된다.   고등교육에서 기초학문은 의료 서비스에서 ‘필수 의료’와 같다. 국민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는 공공재이고 정부가 책임질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기초학문 지원은 ‘시혜적 배려’가 아닌 ‘전략적 투자’이고 ‘국가 책무’이다.   ‘대학이 학생을 뽑던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자율전공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좋은 교육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정교한 시뮬레이션, 체계적 준비와 실천, 무엇보다 ‘학생 중심’으로 변하려는 의지가 요청된다. 융합 교육 토대를 만들고 창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미래를 위한 최고 투자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2024.05.06 00:32

  • [리셋 코리아] 지속 불가능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4.22/뉴스1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를 15%로 6%포인트 더 올려도 재정 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0.7대의 출생률이 1.21로 반등한다는 낙관적인 가정에서 나온 결과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조금만 더 내고 훨씬 더 많이 받는 안’을 선택했다. 시민대표단이 연금 공부를 하기 전에는 ‘지속이 더 가능한 안’을 선호했었으나, 공론화위에서 학습한 후에 ‘지속 불가능한 안’을 선택하다 보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정계산위 전문가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이 선택했던 안과는 정반대의 개편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  「 시민대표단에 제대로 설명 안돼 ‘연금 더 주자’는 잘못된 결정 유도 연금 누적 적자 등 정보 공개해야 」    2023년 1월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 투표에서 15명의 위원 중 10명이 찬성했던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5% 안’은 시민대표단의 학습 자료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36개 이해관계자의 결정으로, 전문가가 선호하는 안을 시민대표단에 알리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국민이 ‘그대로 받으면서 부담만 더하는 안’을 선호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왜 전문가들이 그 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재정계산위와 국회 특위에서 ‘더 지속 가능한 안’을 만든 전문가가 정작 의제숙의단 자문단에서 배제됐다. ‘더 지속 가능한 안’을 제대로 설명할 전문가를 배제한 자문단 선정, 이 안을 시민대표단에 소개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공론화위의 룰 세팅이, ‘연금 더 주자’는 결정이 나게 한 대참사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연금연구회는 공론화위에 ‘어떤 원칙과 절차로 자문단이 구성되었는지’를 공개 질의했으나 해명도 없다. 36개 이해관계자 집단에는 청년층을 대표하는 8명이 있으나, 이 중 4명이 국민연금 지급률 인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를 대변해야 할 단체가 연금 기득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기가 찰 뿐이다.   리셋 코리아 꼭 알아야만 할 핵심 자료는 배제하면서 시민대표단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학습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적자를 702조원이나 더 늘리는 1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을 ‘지속 가능한 안’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작 적자를 1970조원 줄여 ‘더 지속이 가능할 2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 12%)’에는 그런 표현조차 없다. 두 안 사이에는 2700조원에 달하는 재정 절감액 차이가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다. 누적 적자가 전문가 사이에 합의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하면서다. 재정추계로 얻어지는 기금 소진 시점은 인정하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누적 적자 수치는 거부하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안이 세대별로 생애보험료 부담에서 5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2안은 너무도 연금액이 적다(월 66만원)고 사실과 다른 공포 마케팅을 했다. 1안을 채택하면 저소득층 연금액(90만원)이 23만원만 늘어날 수 있음에도, 50만원이 더 늘어난다고 학습시켰다. 잘못된 학습으로 2안 찬성 비율이 하락하면서 소득보장안인 1안 찬성 비율이 19.1%포인트나 대폭 올랐다고 볼 수 있다.   14일 방송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 . 유튜브 캡처 이렇다 보니 공론화위가 논의 구조와 학습 자료 측면에서 공정하게 운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에서는 핵심 정보 제공 후에 고통스러운 개혁안에 대한 선호도가 과반을 넘겼다. 일본이 연금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100년 후에 연금 지급할 돈이 4330조원 부족하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논란이 되는 누적 적자와 유사한 개념이다. 일본은 밝혔는데 왜 우리는 밝힐 수 없다고 하는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는 1안을 제외한 시나리오별 누적 적자가 수록되어 있다. 정부·국회가 추계기간에 발생할 누적 적자 총규모와 대안별 증감 폭을 밝혀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노무현 정부처럼 미적립부채도 공개해야 한다.   왜곡된 학습 자료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 시민대표단 결정을 21대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하려는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개혁이 아무리 시급할지라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원인 분석부터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론화 취지와 부합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2024.04.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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