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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시로 4만명 희생…한국은 낙하산에 수십조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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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값비싼 대가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 의사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 의사

2008년, 진도 8의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은 무려 8만7000명의 사망자와 1만7000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대참사였다. 건물 붕괴로 인한 사망자가 대다수였다. 피해 지역 사진을 살펴보던 홍콩대 경제학과 이밍 카오(Yiming Cao)교수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몇 건물은 존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무너져 내렸지만, 일부 건물들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 보도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쓰촨성 두장옌시 신장 초등학교는 처참히 무너졌지만, 건축 시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바로 옆 유치원과 호텔은 멀쩡했다(사진).

2008년 쓰촨대지진 비극 당시
‘관시 시장’때 건물 75% 더 붕괴

MB 때 공기업 인맥경영 성행
공사 지연·부실 늘며 45조 손실

올해 150여 곳 공공기관장 교체
선정 기준·결과 투명한 공개를

관시가 가져온 참혹한 결과

관시가 갈라놓은 건물의 운명. 무너진 쓰촨성 신장 초등학교(가운데)와 멀쩡한 유치원(왼쪽)과 호텔(오른쪽). [사진 뉴욕타임스]

관시가 갈라놓은 건물의 운명. 무너진 쓰촨성 신장 초등학교(가운데)와 멀쩡한 유치원(왼쪽)과 호텔(오른쪽). [사진 뉴욕타임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궁금증이 커진 그는 1978년부터 2007년 사이 세워진 쓰촨성의 1065개  학교, 병원, 청사 등 각종 공공건물의 정보를 수집했다. 건축 연도, 내진설계 기준 등의 정보와 함께 지진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확인했다. 큰 피해를 본 건물은 대부분 내진 설계를 무시한 부실 공사가 원인이었다. 아무리 대지진이 일어났지만, 그 피해는 이보다 훨씬 적었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진 설계 기준을 무시한 건물이 지어질 수 있었을까? 그는 관시(關係) 문화, 그중에서도 동향(同鄕) 관계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관시란 사람들 간의 비공식적인 인적 연결관계 즉 연줄이나 인맥을 말한다. 이것이 중국의 대표적인 학연·지연·혈연 등에 기반한 사적 이익공동체이다. 건축업자의 이익을 위해 내진 설계가 무시될 수 있으려면 건물의 준공 및 사용승인의 권한을 쥔 시장과 건축업자 사이의 관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장도 혹시 모를 감사와 처벌에서 보호되어야 하니 그의 상급자와의 관시가 필요하다.

시장을 임명하는 상급자는 동향 관시를 통해 본인에게 충성심이 높은 사람을 시장으로 선발할 수 있다. 그 결과 경쟁자보다 덜 유능하고 좀 더 부패 가능성이 높을지라도 동향이라는 이유로 시장에 임명된다. 이렇게 임명된 시장은 상급자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며, 부패나 업무 태만을 일삼아도 그의 상급자가 보호한다. 이런 부패한 관시 사슬을 통해 지방 기관의 건축 규정 준수와 같은 법 집행력이 약화된다.

관시는 정말 참사의 원인이었을까? 이밍 교수는 건물 준공 당시의 시장과 그들의 상급자가 같은 고향 출신인지 확인했고, 그 분석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관시 관계에 있는 시장이 관리하는 시에서 준공된 건물이 그런 관계가 없는 시장이 준공 허가한 유사 건물보다 붕괴 확률이 무려 75%나 높았다.

아쉽게도 그는 자료 부족으로 논문에서 건축업자와 시장 사이의 관시의 효과는 살펴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직접 건축하는 건축업자와 준공을 허가하는 시장과의 부정적 관시 효과는 아마도 도지사와 시장 사이의 관시 효과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러한 부패는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준공 허가 혹은 감사 과정에서 일부 적발될 수도 있겠지만, 부패한 시스템은 이조차도 무시했다. 그 결과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은 가혹했다. 관시의 부정적 효과로 인해 무너지지 않았을 건물이 75%나 더 무너졌고, 이는 4만명 이상의 추가 사망을 초래했다. 쓰촨성 지진은 자연재해였지만, 피해가 훨씬 커진 것은 역대급 인재 때문이었다.

한국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효과

만일 관시를 비웃으며, “역시 중국은 후진국이다. 대한민국은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교환학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던 독일인 학생 데이비드 쇤헤어 (David Schoenherr)는 2008년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고소영 S라인”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 이는 국정 요직에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된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 출신 인맥들 위주로 임명되는 현실을 풍자한 말이다. 예를 들어 그의 취임 직후 42개 대표적 공기업에서 고려대 혹은 현대건설 출신 사장이 단 3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났다. 경제학 박사 과정에 진학한 그는 졸업 논문으로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의 효과를 분석했다(Schoenherr, 2019). 그의 논문은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덕분에 그는 프린스턴대 교수가 되었다.

〈그림 1〉 김주원 기자

〈그림 1〉 김주원 기자

대통령 인맥(고려대와 현대건설)에 기반한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 사장과 민간기업 사장 사이의 연결 고리가 강화되었다. 대규모 정부 입찰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195개 민간 기업 중 16%인 31개 회사에 이러한 연결 고리가 생겼다. 이를 ‘인맥 기업’이라 하겠다. 인맥 기업은 그렇지 않은 나머지 164개 ‘비인맥 기업’에 비해 정부 입찰에서 크게 선전했다. 2008년 이후 대통령 인맥 기업은 비인맥 기업에 비해 정부 입찰 수주액이 자산대비 약 3%포인트 (기업당 평균 약 1000억원) 증가했다(그림 1).

이렇게 인맥에 의해서 성사된 계약의 성과는 어땠을까? 이러한 인맥은 양질의 기업을 골라내고, 계약 진행 시 발생하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등과 같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력이 낮은 기업에 연줄이 있다는 이유로 특혜가 주어진다면 공정하지도 않고, 사회적 부작용도 예상된다. 다행히 정부 입찰로 이루어진 모든 계약의 성과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 심층적 분석이 가능했다.

〈그림 2〉 김주원 기자

〈그림 2〉 김주원 기자

분석 결과는 씁쓸함을 안긴다. 조달을 더 많이 한 ‘인맥 기업’의 계약 성과가 크게 나빴다. 가령, 계약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8~11%포인트 증가했다(그림 2). 건축 및 토목 분야는 더욱 심각해서 공사가 지연되거나 건설 부실 확률이 ‘비인맥 기업’에 비해 16~21% 포인트 높았다. 이로 인한 국가의 손실은 2008년과 2011년 사이 무려 45조원(GDP의 0.41%)으로 추산된다.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본인의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적 편익을 주고자 이런 인사를 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의 커리어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그는 능력 있는 재계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이들이 공기업을 더 잘 이끌 것이라 믿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기업과 민간 기업의 연줄이 강화되고, 그 결과 이토록 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외국 공공기관장 임명은 어떻게?

외국도 비슷한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마다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었다(OECD, 2013). OECD는 공공기관 임원 인사의 우수사례로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를 인용했다. 영국은 주무 부처 장관이 기관장을 임명한다. 이 과정을 국무조정실이 감독한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공기업 사장을 임명하지만 후보자의 학위, 경력, 업적 등이 잘 평가된다. 후보자에 대한 의회의 자문과 동의가 필요하다. 뉴질랜드는 이사회가 기관장을 임명하고, 공기업 관리실이 기관장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반적 요건에 대한 질적 평가를 하기도 한다(허경선 2013, 허경선 2018).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우리에겐 어쩌면 임명 과정의 투명성 제고가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공기업의 사장이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기존 관행에 젖은 조직 쇄신을 위해 혁신적인 외부인사의 발탁도 필요한 법이다. 그렇기에 선정의 세부 기준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인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150여 명의 공공기관장이 교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이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실 전임 대통령 중 이런 약속을 하지 않은 사람도, 또 지킨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대통령과 친분이 없이도 혁신적인 전문가가 많이 임명되기를 기대해본다.

국민도 눈 부릅뜨고 잘 지켜보자. 중국 쓰촨성에서는 관시 인사로 2008년 4만 명이 추가로 죽었고, 같은 해 낙하산 인사로 인한 대한민국의 국가적 손실이 45조원이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 의사

참고문헌
Yiming Cao, Audit of God: Hometown Connections and Building Damage in the Sichuan Earthquake (2024), Working paper
Schoenherr, David. "Political connections and allocative distortions." The Journal of Finance 74.2 (2019): 543-586.
OECD, Boards of Directors of State-Owned Enterprises An Overview of National Practices (2013)
허경선, 공공기관 임원 선임제도에 대한 소고 2018.11
허경선, 공공기관 임원선임제도의 발전방향,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