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시행 10년된 사전투표, 국민 입장 물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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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총선 논란들에 입 연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본 투표에 맞먹는 수준이 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될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금년중 국민에게 사전투표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는 조사를 하겠다.”

4·10 총선이 끝났다. ‘부정선거’ 논란에 대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개표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몇 가지 했다. 사전투표함의 이동 과정과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고 수검표를 도입하는 한편 신분증 스캔 자료를 총선 후 30일까지 보관키로 했다. 그럼에도 투표함 봉인이 훼손되고 규격을 벗어난 투표지가 발견되는 등 논란을 부를 사안들이 발생했다. 총선 관리를 총지휘한 김용빈(65) 선관위 사무총장의 해명을 들어봤다. 그는 “사전투표의 성격이 당초 취지와 달리 본 투표처럼 되고 있어 국민 총의를 물어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사전투표로 선거 반은 끝나…취지 맞는건지 검토할 때”
“봉인지 훼손, 규격 다른 투표지 등 논란, 문제 없었다”
“투표소에선 정치적 표현 자유 없어…대파 금지 당연”
“민주당에 일제 샴푸·초밥도 안 된다하니 아무 말 안 해”

김용빈

김용빈

은평구 선관위에서 심야에 선관위원 2명이 투표함 봉인을 뜯고 투표지를 투입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을 불렀는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선관위원들이 사전투표일 이전에 관외 투표함을 검사해 빈 상태임을 확인하고, 그 사실을 보증하기 위해 봉인을 미리 붙여놓았다. 이어 사전투표가 끝나면, 은평구처럼 각 지역의 선관위에 도착한 관외 투표지들을 선관위원들이 해당 투표함에 넣고, 본 투표가 끝날 때까지 보관한다. 그러려면 투표함 봉인을 뜯어야 할 것 아닌가. 여야 추천 선관위원들이 함께 봉인을 뜯은 뒤 함에 사전투표지들을 넣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된 것뿐이다. 일각에서 사전투표자 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스캔한 신분증 파일 수와 실제 발급된 투표지 수를 전수 대조한 결과 일치함을 확인했다.”
구미·홍성 등에서 봉인이 해제된 투표함이 발견됐다.
“사전투표용 관내 투표함과 본 투표용 투표함 규격이 다르다. 관내 투표가 많아 관내 투표함이 더 크다. 그 함의 뚜껑을 본 투표용 투표함에 쓴 경우가 있는데, 운반 과정에서 함이 흔들리면서 뚜껑과 본체 사이 이격이 생겨 봉인지가 다소 풀어진 거다. 정당 참관인과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문제없이 끝났다.”
대구 남구에서 세로가 3㎝ 더 긴 투표지가 발견됐다.
“투표지는 롤 용지를 출력하는 건데 커팅값이 입력돼있다. 간혹 롤러가 잘 안 돌아 힘을 줘 당기는 과정에서 다소 길게 출력된 듯하다. 후보 한 분이 이의를 제기해 합의로 무효 처리했다. 기술적인 결함이 있는지 조사해 보완할 생각이다.”
지난 10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 설치된 4·10 총선 개표소에서 수검표가 진행되는 모습. 선관위는 부정선거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수검표 도입과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24시간 CCTV 공개 등 투개표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 설치된 4·10 총선 개표소에서 수검표가 진행되는 모습. 선관위는 부정선거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 수검표 도입과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24시간 CCTV 공개 등 투개표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는 법률상 투표관리관이 투표지에 일일이 날인하게 돼 있지만, 선관위는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지를 쓰는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고민 많이 했다. 법적으론 관리관 날인 방식이 맞지만, 현실적으론 특별한 효과가 없는 반면 투표시간 지연 등의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봤다. 투표지 발급기가 투표소마다 최소 7대에서 최대 17대에 달하는 만큼 관리관 도장도 7~17개를 파야 한다. 관리관 한명이 인영이 다른 도장 7~17개를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역삼동 같은 혼잡 투표소는 점심시간에 유권자들이 몰려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었다. 관리관 날인을 도입하면 혼잡이 가중돼 난리가 나리란 내 생각이 맞았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의 신뢰성을 가장 문제 삼는데.
“사전투표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70%였지만 ‘수검표 찬성’도 70%로 집계됐다. 사전투표를 지지하지만, 신뢰성 확보도 필요하다는 게 여론 같다. 내 생각인데 사전투표제는 본 투표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보충적인 제도다. 그런데 보충적 기능을 넘어  이번 총선에서 보듯 사전투표율(31.28%)이 본 투표율(35.32%)에 맞먹어, 사실상 본 투표 기능을 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사전투표하는 순간 절반은 선거가 끝난 것 아니냐. 원칙과 예외가 전도돼있다. 이런 기형적인 제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성적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문제가 있지만, 결국 제도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는 지가 중요하니 국민의 총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침 올해가 시행 10주년이다. 다음 달 선관위의 ‘3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 입장을 묻는 조사를 하고 전문가 공청회도 연 뒤 종합적인 의견을 낼 계획이다.”
모바일 웹 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끝에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한 총선 여론조사에 대해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공표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조사 방식이나 결과를 문제 삼아 공표 중단을 요구한 건 전혀 아니다. 다만 데이터의 진실성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토록 했는데 업체에서 준 자료가 부실해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뿐이다. 예를 들어 문제의 조사는 서울 강서구를 대상으로 패널(조사군)을 잡았는데 강서의 선거구는 갑·을·병 3곳 아닌가. 강서 갑을 조사한다면 을과 병에 사는 패널들은 포함되면 안 되는데 문제의 조사는 그렇게 세밀하게 구분이 돼 있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문제는 끝까지 사실 여부를 따질 생각이다.”
총선 여론조사의 불공정 논란이 많다. 첫 질문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로 시작하는 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선관위의 규제대상은 선거 여론조사지 정치 여론조사는 아니다. 정치 여론조사는 총선 기간에도 대통령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다. 다만 총선 여론조사를 하면서 대통령 관련 질문을 하면 유권자가 헷갈린 답변을 할 우려가 생기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민생 토론회를 연 데 대해 선관위원장이 우려 성명을 내지 않은 것도 논란인데.
“그런 성명을 내려면 중앙선관위원 9명의 의결이 필요한데, 위원회에서 의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유 토론 과정에서 안건에 올리지 않기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양문석 민주당 안산갑 후보가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가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했는데.
“위법이 명백해 고발하고 투표소에 그 사실을 공고한 것이다. 8억원 대출금 기록을 누락한 혐의로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 역시 고발 등 같은 조치를 했음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명백한 위법은 여야 안 가리고 다 고발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투표소 대파 반입을 금지한 조치도 논란이 됐는데.
“‘대파 들고 투표장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문의가 들어와 검토한 끝에 ‘투표소에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판단 아래 반입 금지를 결정한 거다. 직원들이 ‘전국적으로 대파 들고 투표소 찾는 이들이 있을 듯하니 통일된 지침을 주지 않으면 현장 관리관들이 헷갈릴 수 있다’고 해 그런 지침을 하달했다. 이게 언론에 새 나가자 민주당 조정식·박주민·김영호·김영배 의원 등이 방문해 항의하며 ‘본 투표 때도 (대파 반입) 막을 거냐’고 묻길래 언성을 좀 높였다. ‘당연하죠. 투표소에서 절대 정치적 표현 행위는 안 됩니다. 일제 샴푸·초밥, 이런 거 절대 안됩니다’고 하니 아무 말씀들 안 하시더라.”
전임 사무총장·차장 경질을 부른 특혜채용을 일소할 방안은.
“선관위 조직이 작다. 시군구 위원회는 7~9명에 불과하고 선거 때 집중적으로 함께 근무하는 데다 인사 범위도 근교 지역에 한정되다 보니 정실이 개입되기 쉬운 구조더라. 그래서 적어도 사무관 이상 직원들은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인사하는 걸 상례화하고 (인사 비리) 징계도 다소 약했던 측면이 있는 듯해 강화할 생각이다.”
특혜채용 등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며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자 선관위는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는데 사무총장 부임 직후 ‘헌재가 선관위 편을 들어줄 것’이라 말해 논란이 됐다.
“선관위가 감사원, 즉 행정부의 통제를 받는 순간 헌법기관에서 행정기관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헌재는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안된다고 결정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6월 안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럼 비리 의혹을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
“감사관을 외부 개방직으로 개편했다. 지난 1월 1일 자로 판사 출신 임정수 변호사가 취임했다. 감사위원회 역시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했고, 사무처 소속이던 감사과를 위원회 직속으로 독립시켰다. 감사 실무 직원들도 따로 뽑을 수 있도록 관련 예산과 적정 인원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