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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사이 소비 230배, 플라스틱세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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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하루가 멀다고 미세플라스틱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생수 페트병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종이컵 속 비닐코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는 충격적 조사 결과도 있다.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과일과 채소에서 검출되고 있다. 심지어 환자의 혈액 속으로 주입되는 수액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있다.

일회용 컵이나 포장재·배달용기 등 일상의 플라스틱 소비는 인체가 플라스틱에 노출되는 출발점이다. 유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을 통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인체로 들어온다. 1972년 1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미국인 100명 중 86명의 몸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문은 “인간이 이제 조금씩 플라스틱이 되고 있다(Humans are just a little plastic now)”고 표현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환경호르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이 아예 인간의 몸속을 떠돌고 있다. ‘인간의 플라스틱화’가 한층 진행됐다고 말할 수 있을 지경이다.

미세플라스틱 인체 건강 위협
소비감량·대체·재활용 대책 시급
11월 부산 ‘정부 간 회의’ 성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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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매년 4억6000만 t을 사용하고 있는데 70년 전보다 230배 많은 양이다. ‘물질의 황제’로 등극한 플라스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60년에 12억3000만 t을 사용할 거란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석유 연료 수요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경쟁적으로 플라스틱에 투자하고 있다. 석유 에너지 퇴출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촉진하는 아이러니다.

심각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진행되고 있다. 2022년 3월 유엔 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제정을 결의한 이후 지난해까지 세 차례의 정부 간 회의(INC)를 개최했다. 오는 11월 마지막 5차 회의를 끝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는 구속력 있는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유국들과 석유화학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생산량 감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유해성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와 석유 원료 대안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5차 회의에서 협약 제정을 완료하고자 할 경우에는 감량에 대한 원칙적 선언과 국가별 자율 감축 계획을 밝히는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재활용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또한 쉽지 않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현재 10% 남짓이고, 높아질 전망도 어둡다. 플라스틱 재질 및 첨가제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같은 재질의 플라스틱을 모아서 녹이는 물리적 방법엔 한계가 분명하다. 모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물성 악화로 재활용 횟수의 제약도 있다.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오염물질이 농축되는 안전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분해해 기름을 뽑은 다음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어떨까. 물리적 방법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약점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들더라도 석유계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분명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탄소배출 감축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협약과 플라스틱 협약 모두 석유 사용 감축 및 종국적 퇴출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소비 감량, 대체, 재활용의 순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회용품 및 일회용 포장재 사용 금지, 세금 부과 등의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재사용 용기의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국제 규범을 이번 협약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 국가의 노력과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만으로는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대기와 해양 방출, 쓰레기 수출을 통해서 플라스틱 오염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 국제협약을 통해서 모든 나라가 오염 종식을 위한 강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오는 11월 마지막 회의는 부산에서 열린다.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오염 종식을 위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