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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재붕이 소리내다

AI, 세계 시총1위도 바꾸는데…한국 미래 망치는 걸림돌 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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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인공지능) 산업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가 양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생성형 AI(인공지능) 산업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규제가 양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2022년 11월 30일 출시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몰고 온 혁명의 바람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출시 15개월 만에 그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빅 테크들은 너도나도 생성형 AI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의 또 하나의 축인 반도체 기업들도 AI 반도체 개발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도전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가총액 변화만 보더라도 생성형 AI가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를 실감할 수 있다.

생성형 AI 기업들 시가총액 2경원

2024년 4월 2일 기준 시총 세계 1위 기업은 무려 4264조원을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미리 오픈 AI에 10조원을 투자하고 2023년 모든 소프트웨어(SW)에 챗GPT를 탑재하면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10년간 세계 1위를 공고하게 지켜오던 애플은 생성형 AI 관련 전략도, 인재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2위로 추락했다. 세계 3위는 놀랍게도 생성형 AI 전용 반도체라고 불리는 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차지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보다도 낮았던 시가 총액은  3053조원까지 치솟았다. 엔비디아의 GPU를 독점 생산하는 TSMC는 아시아 최고기업이 되면서 세계 9위가 되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563조원을 돌파했는데 엔비디아의 GPU 시스템에 들어가는 HBM 수출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오랜 정체 기간을 뚫고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가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가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5위 알파벳, 6위 아마존, 7위 메타도 생성형 AI 개발에 올인 중이다. 현재 생성형 AI 관련 SW를 개발한다는 기업들(MS,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과 AI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기업들(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하면 2경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으니 얼마나 자본의 집중도가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도 치열하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던 미국은 AI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만큼은 아무 눈치 안 보고 엄청난 정부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도 거의 무한대의 자본을 투자하며 AI 반도체 독자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누가 봐도 미래 패권은 AI 전쟁이다. 반도체에서 우리에게 뒤처진 일본도 이번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AI 반도체 제조 생태계에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오픈AI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해주는 인공지능 AI시스템 ‘소라(Sora)'를 활용해 제작한 동영상 지난 2월 공개됐다. AFP=연합뉴스

오픈AI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변환해주는 인공지능 AI시스템 ‘소라(Sora)'를 활용해 제작한 동영상 지난 2월 공개됐다. AFP=연합뉴스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에 깔린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디지털 대전환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이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2010년 창업한 우버는 어느새 200조원이 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업을 성장시킨 건 소비자의 선택이었다. 여행의 표준은 에어비앤비, 금융의 표준은 모바일 뱅킹이 되었고 방송도 이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표준인 시대다. 대한민국 국민 60%가 저녁 7시 이후 유튜브를 보는 시대다. 심지어 국적도 상관하지 않는다. 중국 플랫폼인 알리 익스프레스나 테무의 인기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우버 불법, 에어비앤비 불법, 플랫폼은 약탈자라는 사회적 관념에 묶여 있다. 두려움이 만든 규제 탓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디지털 전환이 두렵고 AI가 두렵다. AI 시대를 반기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규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치적 팬덤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두려움을 자극해 더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게 쉽고 권력 유지에 유리하다. 그런데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에게 도시 택시사업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우버나 오픈 AI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라면 어디를 선택할까. 앞서 언급한 거대한 자본의 집중이 보여준 ‘미래 성장 기대치’의 기준은 우리 국민도 결코 다르지 않다. 미래성장 기대치는 아이들 세상을 위한 투자다. 우리 욕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규제가 쇄국의 장벽이 되면 안 돼  

사실 산업계만 보면 희망은 넘친다. 생성형 AI SW 분야에서 우리는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장 국가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주권을 지켜준 기업들 덕분이다. AI 반도체 제조 기술도 미국, 대만과 더불어 세계 3대 기술 보유 국가로 손꼽힌다. 이들 덕분에 AI 시대를 맞은 지금 우리에겐 미국, 중국을 제외하면 웬만한 선진국도 갖지 못한 아주 큰 기회가 온 셈이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한 보통 사람들 덕분에 기적 같은 발전을 우리가 이룬 것이다.

진짜 문제는 두렵기만 한 한국민의 마음, 그리고 그걸 이용해 ‘규제장벽’을 치는 우리 사회의 관성이다. 비판과 규제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미래 지향적인 준비가 되어야지 쇄국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에 일제강점기가 생각난다면 당신은 구세대다. 지난 20년간 디지털 문명 대전환을 이룬 인류 역사를 보자. 달콤한 성공을 거둔 나라는 미리미리 IT 시대를 준비한 국가들이고, 한때 잘 나가던 독일도, 일본도 디지털 전환에 늦어 쇠락 중이다. AI 시대의 개막은 또 한 번의 기회다. 이번에는 두려움보다 혁신과 도전으로 응전하자. 우리는 지난 50년간 최빈국에서 선진국을 만든 기적 같은 역사를 가진 나라다. 기적을 만든 저력이 있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AI 시대,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할 때다.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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