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깃 되면 주가 치솟는다?…개미 ‘행동주의 사용설명서’ 유료 전용
「 STEP1:행동주의 사용설명서 」 운용 펀드가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을 담고 있어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 행동주의란? 「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히 투자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은 물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입니다. ■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 「 행동주의 펀드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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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1분기 적자 4조? 그런데도 “바닥 쳤다”는 그들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다음 주(4월 3~7일) 시장의 키워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지표인 미국 실업률, 반도체 주가의 선행지표가 될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전기차‧로봇‧AI까지 최신 기술이 총집합할 ‘서울 모빌리티 쇼’입니다. ━ 📍키워드: 美 3월 실업률, 미국 통화정책 방향 바꿀까 다음 달 7일(현지시간) 3월 미국 고용노동보고서가 나옵니다. 3월 실업률과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시간당 평균 임금 등 미국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노동시장 관련 지표를 확인할 수 있죠. 현재 미국의 고용지표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핫’한 수치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에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긴축 경계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투자 심리에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3월 미국 실업률은 2월(3.6%)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됩니다. Fed가 그동안 강력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고용시장이 강력하게 버틴 영향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고용지표에 예전처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경기 둔화의 시그널로 여겨지는 실업률 수치가 나쁘지 않은 만큼 오는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고용 지표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죠. 실제로 Fed는 지난달 23일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통해 올해 실업률을 4.5%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4.6%)보다 0.1%포인트 낮춘 겁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견고한 고용시장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은행 위기에도 Fed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지표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한 Fed의 말을 시장이 믿지 않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Fed의 행동 양식을 파악했다. 고용지표, 물가지표를 가지고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이들 지표는 대표적인 후행 지표다. 이미 1년 이상 지난 시점의 지표를 근거로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장은 이제 먼저 움직인다. 경제 정책에 의해 증시가 이전처럼 크게 좌우되지 않는 단계다. ‘뱅크런’ 이슈나 상업용 부동산 하락 같은 부정적 이슈가 있지만, 당장 6개월 후만 생각해도 현재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 상무) 이제 올 1분기가 마무리 단계다. 코스닥 분기 수익률이 25%다. 코스닥 하루 거래액이 30조 안팎이다. 우량주는 물론이고 '민감주'도 반등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코스피가 아직 2500을 넘지는 못했지만, 하단이 높아지고 있다. 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제 끝물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 📍키워드: 삼성전자 1분기 적자, 얼마나 다음 달 7일에 눈여겨봐야 할 수치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입니다. 부문별 실적까지 알 수는 없는 잠정 수치지만, 반도체 적자 폭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 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적자 전망까지 나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6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 적자를 낸다면 2009년 1분기 이후 첫 적자입니다.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적자 전망까지 나오는 건 그동안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반도체(DS) 사업부의 적자 전망 때문입니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 한때 ‘없어서 못 팔았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한파가 불면서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적자는 ‘확실’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적자 폭입니다. DS 사업부의 적자 폭 전망치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시장이 예상하는 1분기 삼성전자 DS 사업부의 적자 폭은 2조원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웨이퍼. 뉴스1 삼성전자의 실적에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건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DS 사업부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질수록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1분기 4조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달 전망치보다 적자 폭이 1조원 이상 커졌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도 뜨거운 감자죠. 삼성전자는 아직 메모리 반도체를 ‘인위적으로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합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1분기 적자 폭이 커지면 입장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거죠. 시장에서 유일하게 홀로 ‘감산 NO’를 외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에 주목해야 하는 건 메모리 반도체 가격 때문입니다.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분 데는 가격 경쟁에 따른 ‘치킨 게임’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올해 1분기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0% 하락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도체 업계에선 오는 2분기에 D램 등의 가격이 1년 전보다 7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고 버티고 출하 부진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 등 업계 전체에 쌓여 있는 재고를 줄이기 쉽지 않겠죠. 이렇게 되면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공급 과잉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가격은 오르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6개월~1년치를 선주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반도체 시장에서 현재 실적 부진은 이미 과거의 일이라는 거죠. 마이크론 실적을 보면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은 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곧 좋아질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이제와서 감산을 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장은 이미 실적 부진에 대한, 적자에 대한 대비를 했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첨단 신기술 집합소 ‘서울모빌리티쇼’ 다음 주 내내 이어지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서울모터쇼)는 ‘정보의 보고’가 될 수 있습니다. 3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 모빌리티쇼는 2년 만에 열리는 국내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입니다. 일단 행사 규모가 2021년의 배 이상입니다. 전 세계 10개국에서 160개 기업‧기관이 참여합니다. 난데없이 웬 자동차 전시회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행사는 단순히 자동차 전시회가 아닙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선진항공교통(AAM) 등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야말로 첨단 IT 기술의 집합소입니다. 2019년 열린 ‘서울 모터쇼’ 전경. 연합뉴스 올해 참여 기업은 크게 하드웨어(51개사)와 소프트웨어(25개사), 서비스(25개사) 등입니다. 하드웨어 분야의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합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 23개 업체가 이번 행사에서 신차를 선보입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4월 최초 공개했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성인 평균 체형과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된 옵티머스에는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똑같은 반도체가 적용되고 8개 카메라가 탑재됐습니다. 시속 8㎞로 이동하며 20㎏ 무게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 통신사인 SK텔레콤도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서울 모빌리티쇼가 단연 증권시장에서 화두다. 전기차부터 로봇·인공지능(AI)까지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IT업체들의 역량을 한눈에 살피고 비교할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서 살펴본 기술들을 바탕으로 알짜 투자처를 찾아낼 수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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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월급, 148만원 받는다…수익 6%도 챙기는 ‘꿀계좌’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사진 셔터스톡 「 📍머니 인 뉴스 7.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 확대 」 직장인 윤모(43)씨는 최근 증권사에서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했다. 올해부터 세액공제 한도가 기존의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서다. 지난해 연금저축에 매달 30만원씩 납입한 그는 올해 초 연말정산 때 47만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IRP를 추가로 가입하면서 ‘13월의 용돈’에 대한 기대와 함께 고민도 커졌다. 윤씨는 “세제 혜택만 따졌더니 IRP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중도인출은 가능한지, 어떤 투자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는 게 유리한지 등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올해 세액공제 한도가 기존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IRP+연금저축)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IRP는 근로자가 이직에 따른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넣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퇴직연금계좌다. 연금저축도 매달 일정액을 약정 기간 동안 납입하다가 노후에 연금 형태로 받는 상품이다. 연금저축계좌는 크게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구분된다. 세액공제를 누리며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게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의 핵심이다. 연금 상품 가입부터 자금 운용, 연금 수령 때까지 한 푼이라도 세금을 줄이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봤다. ━ 📂[이건 알고 시작하자] 부자들은 연금계좌 상속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부터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는 나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가입자 모두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엔 50세 이상이고, 전체 급여액이 1억2000만원(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인 경우에 한해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줬다. 연금계좌 상품별로 세액공제 한도를 살펴보면 IRP는 900만원으로 기존보다 200만원 늘었다. 연금저축을 가입하지 않고 IRP만으로 세액공제 한도인 900만원을 채울 수 있다. 다만 IRP는 중간 퇴직금을 받았거나 근로자와 임대사업자(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만 가입한 경우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한도는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었다. 연금저축 가입자가 ‘900만원 절세 한도’를 채우려면 IRP에 300만원을 추가로 넣으면 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연금저축과 IRP 상품은 비슷해 보이지만 운용 방식과 중도인출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소득이 있는 투자자라면 연금저축과 IRP를 ‘한 세트’처럼 활용하는 게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총 급여액 5500만원(또는 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IRP(연금저축 포함)에 900만원을 입금했다면 16.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돼 148만5000원을 환급(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 지난해보다 세액공제액은 33만원 증가했다. 급여가 5500만원을 초과하면 118만8000원(세액공제 13.2%)을 받는다. 연금계좌의 최대 납인 한도가 1800만원인 점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이 중 90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받고, 추가 납입금(900만원)에는 3.3~5.5%의 연금소득세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일반 증권사 계좌 등에 같은 액수의 자금을 운용하면 연금소득세보다 높은 15.4% 상당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퇴직자의 경우 퇴직소득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 IRP 자금은 이직 등에 따른 중간 퇴직금과 매달 납부액(자기부담금), 운용수익으로 나뉜다. 퇴직금을 IRP에 넣어두면 퇴직소득세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올해부터 퇴직소득세의 근속연수공제액이 커지면서 퇴직자는 세 부담을 덜었다. 기존엔 5년 이하 근무한 근로자는 근속 연수 1년 기준 30만원을 공제해 줬는데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확대됐다. 근속 연수가 6~10년이면 연간 200만원으로 지난해(50만원)보다 150만원이 늘었다. 한 직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 공제액은 12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아졌다. 또한 연금소득이 높아도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올해부터 연금소득이 연 1200만원을 넘는 납세자는 종합과세(6.6~49.5% 세율)와 분리과세(16.5% 단일세율)를 비교해 세 부담이 적은 쪽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은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면 연금 전액을 다른 소득과 합해 종합과세했다. 윤정아 신한PWM강남센터 팀장은 “연금도 분리과세되면서 (소득이 있는) 자산가 상당수가 (연금계좌에)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한다”며 “또 (연금계좌를) 상속해도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종합과세되지 않고 3.3%만 원천징수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기본편] IRP 중도해지했다간 ‘환급액’ 토해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렇다면 대출이자 등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중도인출할 수 있을까. 연금 가입자 상당수가 IRP의 경우 납입 중간에 자금 일부를 인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입자의 파산·개인회생과 6개월 이상의 요양,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재난,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전세보증금 등이 중도 인출 조건이다.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같은 ‘사회재난’도 부득이한 중도인출 요건에 포함됐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IRP의 연금 납입 중 일부 금액을 찾으려면 아예 계좌를 해지해야 한다. 중도인출 요건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천재지변을 포함해 가입자 사망과 요양, 파산·개인회생 등은 세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금소득세(3.3~5.5%)를 매긴다. 반면에 무주택자가 집을 사거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도인출하면 기타소득세(16.5%)를 물어야 한다. 중도인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IRP 계좌를 해지할 때 세 부담은 더 커진다.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았던 적립금은 물론 운용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특히 근로소득이 5500만원을 초과해 13.2% 세액공제를 받은 가입자는 16.5%의 세금 부과에 따른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6000만원인 근로자 A씨가 지난해 연금저축과 IRP를 더해 연간 700만원을 납입했고, 연 2% 운용수익을 냈다고 가정하자. A씨는 92만4000원의 세제 혜택(13.2%)과 14만원의 운용수익(2% 수익)으로 총 106만4000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빚을 갚기 위해 중도해지하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돼 117만8000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13월의 월급’을 기대하고 연금 상품에 가입했다가 오히려 11만4000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다. IRP에 넣어뒀던 퇴직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도 토해내야 한다. 연금계좌에 넣어두면 퇴직소득세가 과세이연된 데다 원래 냈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40%를 깎아준다는 점에서 손실이 크다. IRP와 달리 연금저축은 중도인출에 따른 제약이 없다. 납입 중간에 자유롭게 자금 일부를 인출할 수 있지만 세금은 납부해야 한다. 공제받은 납입액과 연금저축의 운용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적용된다.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과 비교하면 사실상 세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중도 해지에 따른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계좌 쪼개기’를 꼽았다. 예컨대 IRP 계좌를 ‘퇴직금’과 ‘세액공제를 받는 추가 납입금’의 별도 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빚 등을 갚기 위해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경우 계좌 한 개만 해지하면 나머지는 연금자산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 가입할 때는 계좌관리 수수료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IRP 계좌는 퇴직한 뒤 연금 수령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장기간 자금을 관리하는 만큼 수수료가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납입금의 성격이나 가입 경로 등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살펴 가입하는 것이 좋다. 특히 IRP 계좌를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개설할 때 수수료가 면제되는 금융사도 많다. ━ 📂[실전편] 연금으로 소득 공백기 메우는 방법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금계좌는 장기간 자금을 굴려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상품이다.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만 55세 이후 매달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이유다. 특히 소득이 있는 기간에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 추가 납입하면 국민연금을 받기 전인 만 60세까지 소득 공백기를 메워 준다. 연금계좌 특성상 노후자금을 불려줄 장기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용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최근 5년간 증권사를 비롯해 운용사·보험사 등 88곳의 연금저축 성적표를 살펴보면 연평균 수익률은 0.3%에 그쳤다. 최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3%대)보다 낮다. IRP 장기 수익률도 시원찮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금융사 43곳 가운데 최근 5년 수익률이 2%를 넘어선 곳은 대신증권(2.05%)과 롯데손해보험(2.15%) 단 두 곳뿐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세제 혜택만큼 자금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우선 IRP는 운용 상품별로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다. 투자 위험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전체 금액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금융사의 예·적금,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채권혼합형펀드가 해당된다.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 자산에는 70%까지 투자할 수 있고, 주식과 사모펀드 등 고위험자산은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없다. 반면에 연금저축은 투자 자산 배분에 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ETF 등 위험자산에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은퇴 시점까지 투자 기간이 충분히 남은 사회초년생이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가입자라면 IRP보다 연금저축이 낫다.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장기 이익을 얻고 싶다면 ETF 등 위험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선진국은 주식형 펀드 등에 적극적인 자산 배분으로 장기수익률이 최소 6%에 이른다”며 “적어도 50대까지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 미국 시장의 위험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리서치전문업체 싱킹어헤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전 세계 연금펀드가 주식과 채권을 6대 4 비중으로 운용했을 때 거둔 10년 평균 수익률은 2021년 11월 기준 8.5%였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도 “연금 상품 가입자 상당수는 세제 혜택만 챙기고 자금을 방치하고 있다”며 “연금 계좌를 굴릴 시간이 없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밸런스펀드(BF) 등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투자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다. BF는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대체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정부도 방치되기 쉬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도입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IRP에 가입한 근로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은행·보험·증권사 등의 사업자가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포트폴리오로 자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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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85% vs 삼전 12%…주가 상승 가른 결정적 한가지 유료 전용
「 85% 대 12% 」 연초부터 지난 27일까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주가 차이입니다. 올 초부터 챗 GPT 열풍으로 인해 엔비디아 주가는 승승장구했는데요. 챗 GPT의 두뇌 격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곳이 엔비디아기 때문이죠.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CEO. 사진 엔비디아 하지만 이 GPU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HBM)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데요. 정작 이들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발표와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등 굵직한 뉴스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6만 전자’에 머물고 있으니 주주들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죠.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국내 반도체 업체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건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680억원)이 적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다올투자증권)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은행 위기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앞으로 반도체 업황에서 큰 영향을 미칠 이슈를 ①수요 ②공급 ③대외 변수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①수요: 챗 GPT·인텔 4세대 CPU가 구원투수 될까 올 초부터 챗 GPT가 흥행(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3억 명 달성)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기대감이 번졌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급상승했죠. 엔비디아는 챗 GPT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GPU를 공급하는 기업입니다. 챗 GPT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약 1만 개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GPU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가 바로 HBM입니다. GPU는 D램에 저장된 데이터를 꺼내 와 연산하고 D램에 다시 저장하기를 반복하는데요. HBM은 D램을 여러 개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의 GPU에는 SK하이닉스의 HBM3가 들어갑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챗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추론 작업에 적합한 새로운 GPU ‘PCIE H100’을 소개한다”며 “여기에는 94GB HBM3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밝혔죠. 단품 D램 8~12개를 쌓으면 그게 하나의 HBM이 되는데요. 16GB HBM 6개를 묶으면 96GB HBM이 되는 형태입니다. HBM 수요가 늘수록 D램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 사진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AMD에 주로 HBM을 공급하지만, 엔비디아에도 HBM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GPU가 많이 팔릴수록 국내 반도체 업체는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아직은 고객사가 보유한 HBM 재고가 남아 있어 당장의 추가 주문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해요. 사용자 입장에서 챗 GPT는 피부에 와 닿는 진일보한 서비스일 수 있지만,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선 반도체 사이클을 반전할 정도의 대량 구매 수요로 이어지긴 힘들다. 초대형 고객사들이 데이터 폭증을 대비해 저금리 시대에 이미 선제 투자를 많이 해 둔 상태다. 서버 가동률이 낮아 잉여분으로 서비스가 가능할 뿐 아니라 반도체 재고도 쌓여 있다. 챗 GPT 구독 모델이 월 20달러에 불과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어 추가 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챗 GPT 흥행으로 인해 당장 반도체 주문이 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AI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선 일차적으로는 HBM으로 인해 D램 수요가 늘어나고, 그다음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D램뿐 아니라 낸드 플래시까지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엔 챗 GPT가 2017~18년처럼 경쟁적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 올해 반도체 업계에 호재가 될 이슈는 또 있습니다. 인텔은 지난 1월 4세대 서버용 CPU인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를 공개했습니다. 출시가 1년 정도 미뤄지면서 대기 수요가 많은 제품입니다. 인텔이 올 초 출시한 차세대 서버용 CPU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 사진 인텔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신제품인 ‘DDR5’를 지원하는데요. 앞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나 서버 업체, 기업 등의 서버 교체 수요가 발생할 때 인텔의 최신 CPU를 사용하게 되면 여기에 DDR5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DDR5는 DDR4와 달리 전력 관리 반도체(PMIC)를 탑재해 모듈 차원에서 30%의 전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DDR5는 주로 서버에 들어가는데, 서버는 저전력을 구현해야 경제성이 있다. 최신 CPU와 DDR5 모듈을 매칭시킬 경우 칩 성능도 좋아지지만, 소비 전력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를 탑재하는 클라우드 회사라면 DDR5를 탑재할 것이다. 다만 올해 미국 ‘빅 3(구글·MS·아마존)’를 제외하곤 D램에 대한 큰 수요가 없다. 메타가 작년 대비 3~5% 클라우드 투자를 줄일 것 같고, 중국 클라우드 업체도 5% 정도 수요가 줄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이 역시 당장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인데요.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3분기 전망에서 올해 DDR5가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직전(지난해 2분기) 전망치(28%)보다 낮아진 수치입니다. ━ ②공급: 삼성전자 감산하나, 안 하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최근 반도체주의 주가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감산’입니다. 경쟁사가 넘쳐나는 재고와 반도체 가격 하락을 못 이기고 앞다퉈 감산하는데도 삼성전자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있죠. 미국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량의 20%를 줄이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일본 키옥시아도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인 상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고가 엄청납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재고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9조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6%나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5조6647억원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5조907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인데요. 재고 자산이 분기 매출액의 세 배에 달하는 셈이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인위적 감산이란 투입하는 웨이퍼 장수를 줄여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자연적 감산은 라인 재배치로 생산 공백이 발생하거나 연구용 웨이퍼를 늘려 양산용 웨이퍼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등 ‘감산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는 ‘자연적 감산’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한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으로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Bit)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감산은 주가에 영향을 주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에 나서야 반도체 시장이 ‘재고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인위적 감산에 나설지에 대해선 전망은 엇갈립니다. 지금 시장의 온 관심은 감산의 확대 여부,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다. 삼성전자도 이번만큼은 감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 마켓 셰어(시장 점유율) 확대를 선택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생각보다 재고가 많이 쌓여 있고, D램과 낸드 모두에서 마켓 셰어를 얻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수익성 추구 전략으로 회귀할 것으로 본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실제 시장조사 업체인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5.1%로 전 분기(40.7%)보다 4.4%포인트 성장했습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1.1~3.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낸드 플래시 점유율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31.4%→33.8%로 몸집을 불리는 동안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쪼그라들었습니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하지만 삼성전자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온 만큼 ‘피벗(pivot·방향 전환)’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임직원에게 “왜 감산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손 놓고 다른 회사와 같이 가면 좁혀진 경쟁력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없다. 지금이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죠. 삼성전자가 마켓 셰어(점유율)가 느는 수준에서 만족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대규모로 적자 전환하고, 설비 투자 자금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등 시장의 재편이 이뤄져야만 실적 둔화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2분기 말부터 경쟁사의 어려움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의 태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적자 폭 축소는 3분기부터, 이르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의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 ③대외 변수: 5%룰, 진짜 제재는 따로 있다 미국은 지난 22일 ‘반도체 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대신 단서 조항을 단 건데요. 미국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10년간 생산 능력(범용 제품은 10%, 첨단 제품은 5% 한도)을 늘릴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여기에서 생산 능력은 투입되는 웨이퍼 수를 의미합니다. 범용 제품의 기준은 시스템 반도체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D램은 18㎚ 초과, 낸드 플래시는 128단 미만입니다. '미국을 위한 반도체'라고 쓰인 현수막 앞에 앉아 있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UPI=연합뉴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업체를 대상으로 오는 31일까지 보조금 신청을 받는데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등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미국에 후공정 생산 시설 구축을 검토 중인 단계라 신청 기간이 6월 말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우시에 낸드 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D램)와 다롄(낸드 플래시)에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공장이 가드레일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단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한데요.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수는 제품 사양에 따라 5~10%밖에 못 늘리지만,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웨이퍼 한 장당 칩 생산량을 늘리는 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죠. 하지만 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첨단 장비 도입이 필수인데요. 문제는 미국이 가드레일과는 별개로 강력한 제재 수단을 쥐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으로의 첨단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겁니다. 이 문제는 미국 보조금을 받는 것과 상관없는 제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간 대(對)중국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유예받았죠. 유예기간 만기(올해 10월) 전까지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유예 조치를 연장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고사양·고효율이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 반입이 안 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또 범용 제품은 수익성이 낮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죠.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네덜란드 ASML이 만든 극자외선 노광 장비(EUV)가 필요합니다. 현재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으로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죠. 제조사 입장에서 EUV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정확도와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 주문에 2년, 장비 셋업에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기까지 3년이 걸린다. 지금까지 대중 장비 수출 통제 조치 유예로 중국으로 반입한 장비는 2년 전부터 주문했던 장비다. 이 때문에 최소 3년 정도는 대중 장비 수출 통제 유예를 받아야 기업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그동안 메모리 산업은 웨이퍼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 비용의 증가를 상쇄하고 이익을 보장해 왔다. 지난 10년간 웨이퍼 증가량이 110%에 달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10년간 5% 증가는 사실상 기업에 망하란 소리나 마찬가지다. 웨이퍼를 늘리지 않고도 사업을 영위할 만큼 이익을 보장하려면 첨단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수출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첨단 장비 도입뿐 아니라 현재의 시설을 유지·보수할 수 있는 부품의 수급도 불투명해진다. 장비 수출 통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장기적으로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삼성전자는 20년간 300억원,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중국 반도체 공장은 범용 반도체 중심 생산기지로 특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향후 중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 능력을 이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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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되면 주가 치솟는다?…개미 ‘행동주의 사용설명서’ 유료 전용
행동주의는 올 한 해면 흘러갈 유행가가 아니다 올해 3월 시장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 ‘행동주의 펀드’였죠.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와 오스템임플란트(이하 오스템), 남양유업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돼 이들 기업의 주가가 출렁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가 올 한 해 반짝하고 사라질 이벤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3월만 되면 라디오 등에서 들려오는 가요 ‘벚꽃 엔딩’처럼 매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에요. 실제로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은 2020년 10개사에서 2022년 47개사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장의 전망처럼 행동주의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제대로 알고 투자해야겠죠. 그래서 ‘원조 행동주의 맛집’인 KB자산운용 밸류투자부문을 이끄는 정용현 실장에게 ‘행동주의 사용설명서’를 들어봤습니다. 정용현 실장은 한국 ‘가치투자 2세대’로 불립니다. 최웅필 전 KB자산운용 실장과 함께 ‘가치투자’의 산실로 불렸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2009년 KB자산운용으로 옮겨왔습니다. 이후 10여 년간 때로는 수면 아래에서, 때로는 위에서 꾸준히 주주 행동을 해왔죠. KB자산운용은 2019년 에스엠에 주주서한을 보내 라이크기획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곳이기도 합니다.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한 올 초에는 가치주 펀드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2월 말 기준 3개월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정 실장의 팀이 운용하는 펀드 4개가 이름을 올렸죠. 특히 1위를 한 ‘KB밸류포커스’ 펀드는 2009년 설정 이후 10년 누적수익률이 164% 정도로, 매년 10%씩 꼬박꼬박 벌어온 장수 펀드입니다.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선별해 장기 투자합니다. 이 펀드는 통상 160개 정도 기업에 투자했는데 최근 투자 기업을 60개로 확 줄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올해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운용한다는 의미죠. 어떤 섹터를 덜어냈는지를 통해 투자의 힌트를 얻어 봤습니다. 「 STEP1:행동주의 사용설명서 」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돈 많이 벌고 쌓아두기만? 행동주의 타깃 된다 운용 펀드가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을 담고 있어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행동주의 타깃이 될 줄 아셨나요. 지난 2월 말 기준 KB밸류포커스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0%로, 1위를 했습니다. 행동주의의 대상이 됐던 오스템임플란트와 SBS 등이 3개월간 각각 70%, 20% 상승한 덕분이었습니다. 행동주의 대상이 될 걸 예상하고 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주 행동에 관심 있는 펀드매니저라면 비슷한 눈으로 기업을 고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행동주의란? 「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히 투자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은 물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성장세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KB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47사가 주주제안 등의 타깃이 됐습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2020년 10개사에서 2021년 27개사, 2022년 47개사로 급증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개인 투자자들은 행동주의 캠페인을 반기는 모습인데요.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B증권은 이달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행동에 나선 에스엠을 비롯해 오스템임플란트와 JB금융지주 등 16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해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 지수 대비 평균 15.9%의 초과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어떤 기업들인가요?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입니다.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여 현금이 쌓이는 기업들이에요. 그런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 돈만 쌓아두면 행동주의를 통해 주가를 제고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저희가 그동안 행동주의 캠페인을 해온 컴투스나 골프존도 비슷한 종류의 회사였죠. ━ 📂대주주 34% 이상 지분, 꽉 막혀 있는 기업은 피해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행동주의가 성공할 기업과 안 될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저희의 경우 대주주가 34%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어렵다고 봅니다. 34%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이사회 등 모든 걸 장악할 수 있으니까요. 또 대주주의 성향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대주주가 귀를 닫아버린다면 행동주의 펀드가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기사 등을 통해 대주주의 성향은 반드시 살펴봐야 할 요소입니다. 행동주의가 들어가면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행동주의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통상 주가가 오르는 건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모펀드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공개매수 등이 활발해져 개인 주주에게도 선택권이 많아졌죠. 솔직히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갔다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가지고 있던 오스템 지분은 전부 공개매수에 응했습니다. 문제는 사고파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죠. 특히 에스엠과 오스템은 오너가 지분을 팔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른 겁니다. 굉장히 드문 사례죠.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주식들만 보고 무조건 오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실제로 남양유업은 주가가 오히려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남양유업이 앞서 말한 ‘경영진이 꽉 막혀 있는 기업’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행동주의가 성공하기 어려운 대표적 기업으로 저희가 생각한 곳이 남양유업이었습니다. 기업 경영진이 행동주의 펀드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속해서 경영진들을 괴롭히고 귀찮게 해야죠. 특히 감사 선임이 중요해졌습니다. 감사 선임 때는 최대 주주가 아무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3%밖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니까요. 감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결정 등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주주에게 반하는 결정을 내릴 때 굉장히 부담됩니다. 회계장부 열람 등도 의미가 있죠. 회사의 많은 문제를 찾을 수 있어요. 향후 주주대표 소송도 갈 수 있습니다. ■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 「 행동주의 펀드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①소수주주권 ②주주제안권 ③이사와 감사 선임입니다. 정용현 실장은 “지분율 3%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①소수주주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보유 비율에 따라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임시총회 소집청구, 이사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주주대표소송 등이 있습니다. 주주총회 소집청구는 6개월 전부터 총 발행주식의 1%를 보유하면, 회계장부 열람권은 6개월 전부터 0.1%를 보유하고 있으면 가능합니다. ②주주제안권은 경영 참여를 위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주주가 배당 확대 등 경영과 관련한 요구를 이사회에 제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③이사 선임과 감사 선임 역시 행동주의의 주요한 전략입니다. 상법상 감사 선임에서는 3% 이상 주주가 동등한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대주주가 반대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를 ‘3%룰’이라고 부르죠. 그러다 보니 행동주의 펀드가 감사 선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 ━ 📂투자의 성장기여도 줄어…주주가치 제고 중요해질 것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실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 경영진은 매출에 집중하지, 주가에 신경 쓰는 경우는 드문 듯합니다. 행동주의에 대해서도 ‘3월만 버티자’란 마음이지 않을까요.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기업 성장=기업 투자’라는 생각이 공식화되고 있었어요.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총자본형성의 성장기여도를 보면 우하향을 그리고 있어요. 점차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가 기업가치를 올리고, 기업의 매력을 키워 자본을 유치하는 게 효율적인 수단이란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행동주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을 ‘테마주’처럼 여겨 단기 이익만 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론에 알려지면 그 기업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나오겠죠. 그게 고쳐질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행동주의가 겨냥한 기업 중엔 정말 ‘그 문제’ 빼고는 좋은 기업이 많습니다. 이런 접근이면 ‘행동주의 테마가 소멸됐으니 주식을 팔자’가 아니라 그때 싸게 사서 장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겠죠. 행동주의 테마는 3월이면 끝날 것으로 보시나요. 3월 주주총회는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습니다만, 행동주의는 꾸준히 오랜 시간 계속 이뤄집니다. 저희만 해도 공식적으로 전개하는 것보다 비공식 레터 등을 많이 보내죠. 다른 행동주의 펀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 기업은 언론에 당장 보도되지 않아도 서서히 주가가 좋아질 거고요. ■ 행동주의의 유형은? 「 주주 행동주의 방법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주제안과 협상 등 우호적인 방법부터 의결권 대결과 기업 인수 등 공격적인 방법까지 다양하게 구사합니다. 가장 덜 공격적인 전략부터 순서로 살펴보자면 ①주주관여 ②주주제안 ③반대투표 캠페인 ④위임장 대결입니다. ①주주관여는 회사에 대한 주주의 우려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경영진 및 또는 이사회에 면담을 요청합니다. 대화로 풀어나가는 단계죠. KB자산운용 같은 경우는 주주관여 전략을 애용한다고 합니다. ②주주제안은 주주가 주주총회(주총) 안건을 직접 제안하는 겁니다. 주주제안은 주총까지 가기 전에 회사가 먼저 수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주총에서 표결을 거쳐 가결되기도, 부결되기도 합니다. ③반대투표 캠페인은 주주들에게 현 이사회 구성원에 반대하도록 설득하거나 경영진 보상에 대해 지지를 보류하도록 하는 캠페인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④위임장 대결이 됩니다. 위임장 대결은 회사 이사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주 행동주의자가 지명한 이사로 교체하려는 시도입니다. 주총에서 강경한 표 대결을 불사하는 거죠. 지난 3월 얼라인파트너스와 SM엔터테인먼트가 뜨거운 표 대결을 펼쳤는데요. 에스엠은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사인까지 돌리는 등 위임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실제로 소액주주 위임장을 1000장 이상 확보한 얼라인이 감사 후보를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 행동주의가 내년에도 올해처럼 뜨거울까요? 비즈니스 측면으로 살펴봐도 성공적인 모델이 많이 나왔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더 많이 생길 수 있고, 돈이 모일 겁니다. 무엇보다 비사이드 등 소액주주의 전자 위임장을 모으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또 기관투자가의 경우에는 과거와 달리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당연히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사실 KB자산운용은 ‘원조 행동주의 맛집’인데요. 최근 상황에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소액주주와 대주주가 가진 한 주(株)의 무게추가 달랐는데, 맞춰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주가 저평가 해소에도 분명히 기여하고 있죠. 다만 마케팅적 요소가 너무 강해진 것 아닌가란 생각은 듭니다. 마케팅적 요소라면 어떤 의미인가요. 행동주의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기업이 고쳐 나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마케팅적으로 몸값이나 이름값을 키우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름값을 올리면 펀드 입장에서는 더 큰 투자를 받아 펀드를 키울 수 있어 좋죠.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행동주의가 단순히 유행처럼 끝나면 ‘테마주’처럼 돼버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과거 ‘벌처 펀드’(단기적 수익만 추구) 같이 행동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으니까요. 특히 적은 지분으로 행동주의 펀드를 하는 곳을 나쁘게 볼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이런 생각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리스크는 굉장히 낮게 지면서 얻으려는 건 많은 곳’인 거죠. ━ 📂에스엠 대부분 문제 해결…주가 흐름 나쁘지 않을 것 당시 에스엠 주주제안에 언급했던 내용은 다 해소됐나요. 라이크 기획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SM USA와 와이너리 같은 비효율적인 자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죠. 이번 행동주의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제기한 문제 대부분이 해소된 점은 환영할 일입니다. 사실 에스엠은 다른 엔터사에 비해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것만 해소돼도 시장에서 제대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KB자산운용이 SM에 보낸 주주서한 주요 내용. 앞으로 어떤 점이 중요한가요. ‘포스트 이수만’ 준비가 됐느냐는 의문입니다. 확실히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 내부에서 매니지먼트나 프로듀싱에서 큰 역할을 했던 건 맞습니다. 레이블 체제로 간다고 하는데, 레이블 담당자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1인일 때보다 못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수만보다는 깨끗하다’는 수준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지금 에스엠 주가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11만원 정도까지 내려왔는데요. 공개매수 등의 이벤트가 끝나면 앞으로 더 내려갈까요. 단기적 주가를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제 기준에는 비싼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라이크 기획 등의 문제가 일단 해소됐으니 주가에 반영이 돼야죠. 현재 주가는 공개매수 경쟁 이벤트가 소멸한 데다, 그동안 기관 펀드들이 롱숏 플레이(상승과 하락에 베팅해 차익을 얻는 것)를 많이 한 영향이 큰 거로 보입니다. 한국 엔터 산업은 글로벌에서 좋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엔터와 2차전지, 미용기기, 덴탈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엔터 산업을 좋게 보시는 이유는요. 과거 K팝 시장은 일본과 중국 정도였는데,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K팝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2% 정도입니다. 이게 5% 정도로 커진다고 해도 시장이 2배가량 확대되는 겁니다. K팝은 시스템 모델로 수출할 가능성도 있고요. 실제로 이미 현지화 아이돌을 제작하고 있으니까요. 「 STEP2:올 초 시작 좋은 가치주 펀드, 올해 전략은 」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들어 가치주 펀드들이 강세를 보입니다. KB의 가치주 펀드의 3개월 수익률(2월 말 기준) 기준 10위권에 4개나 오르는 등 선전했어요. 유동성이 풍부하던 때는 많은 주식이 오릅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줄면 시장 안에서 어떤 섹터나, 그 섹터 내에서도 어떤 종목이냐가 중요해지죠. 특히 금리가 올라가면서 현금을 잘 벌어들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서 차별화가 많이 나타날 듯합니다. 현금을 잘 벌어들이는 기업을 가치주 펀드가 많이 담다 보니 강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침체 오면 소비 양극화, 잘 벌 곳 아닌 곳 구분해야 올해 시장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동성을 회수하는 경로는 분명해 보이죠. 여기에 더해서 과거의 물가(상승률) 2% 제로금리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투자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열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1%대의 저금리였기 때문에 좀비기업도 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 그런 기업들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낙관적 시각은 아닌 듯한데. 펀드 운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을까요. 종목을 많이 줄였습니다. 과거 ‘KB밸류포커스펀드’는 평균 130종목 정도 담았는데요. 지난해 초 80개에서 줄여서 지금은 60종목 아래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아는 기업에 보다 집중하자고 내부 결정을 내렸죠. 좀 더 선별해 가져가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들을 뺐나요. 산업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제외했습니다. 섹터로 말하자면 일반 소비재를 많이 줄였습니다. 경기 침체가 올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주변에 ‘무지출 챌린지’ 등도 이미 많이 보이는데요. 경기 침체가 오면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겁니다. 어딘가에는 돈을 아끼고, 어딘가에는 계속 쓸 텐데요. 사람들이 아낄 소비재 섹터를 많이 줄였습니다. 반대로 좋게 본 섹터는 어딜까요. 앞서 말한 ‘소비의 양극화’ 측면에서 의료기기 특히 미용기기 시장은 좋을 것으로 봅니다. 보톡스나 슈링크 등이요. 특히 한국 미용기기가 선진국 기기보다 하위 호환인데 가성비가 좋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등을 받으면 향후 해외 수출 가능성도 크고요. 투자 아이디어를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편견이 있는 곳을 들여다봅니다. ‘역발상 전략’이라고 하죠. 예컨대 최근에 관심을 가진 기업 중에 메가스터디가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면 시장이 당연히 안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 곳이죠. 그런데 1인당 학원비에 지출하는 돈은 줄어드는 인구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더군요. 특히 이 기업이 최근 영·유아 사교육 시장에 진출했는데요. 영어유치원을 가기 위해 5세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시장입니다. 이런 주식은 시장의 편견 때문에 주가 자체는 많이 내려가 있어서 매수하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편견이 실적 등에 의해 뒤집힐 때 주가가 오르겠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치투자는 결국 기업가치와 가격이 수렴한다는 믿음에서 가능한데요. 정말 그런가요? 제 경험상 그랬습니다. 틀렸다면 기업가치를 잘 못 봤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봤다면 계속 수렴합니다. 그리고 이걸 더 빠르게 만들어주는 게 행동주의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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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보다 3000만원 싸다, 영끌족 눈물의 ‘마피 손절’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 머니 인 뉴스 6.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 한국에서 새 아파트를 장만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청약에 당첨되거나 분양권을 사거나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입주권을 사는 방법이다. 이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분양권 매수다. 지난 1월 정부가 최대 10년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대폭 줄이겠다고 나섰다. 얼어붙은 주택 시장의 냉기가 분양 시장까지 번지자 이를 진화할 카드를 뽑은 것이다. 새 아파트를 노리고 있던 수요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새 아파트를 장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더 쉬워진다는 의미라서다. 그동안 살 수 없었던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고금리와 기존 주택 거래 절벽 등의 여파로 분양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분양권도 나오고 있어서다. 사자마자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도 있다.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 잔금을 내기 전인 경우다. 한때 ‘로또’로 불렸던, 수억원의 웃돈을 줘야 했던 인기 아파트 분양권을 ‘착한 가격’에 살 기회를 살펴보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줄어들면 분양권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포토 ━ 📂[이건 알고 시작하자] 분양권? 전매 제한?…“이게 뭐지” ‘선 분양, 후 시공’이 일반적인 국내 주택 시장에선 아파트를 짓기 전에 먼저 청약으로 주인을 정한다. 새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면 경쟁은 필수다. 부양가족 수(최대 35점)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따져서 점수(청약 가점)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청약으로 정해진 당첨자가 가진 새 아파트 입주 권리가 바로 분양권이다. 분양권 매수가 새 아파트 장만의 가장 쉬운 길인 이유는 일단 청약 당첨이 쉽지 않아서다. 그런데 청약 당첨자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파는 분양권을 매수하면 치열한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물론 인기 지역이나 인기 단지일수록 분양권 매도 물량은 많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에서 거래된 분양권은 139건에 불과하다. 한 달 평균 11건이 거래됐다. 그런데 이 분양권마저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 청약에서 떨어졌거나 청약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수요가 몰린다. 이 경우 분양권에 웃돈인 ‘프리미엄(피)’이 붙는다. 예컨대 분양가 10억원인 새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 1억원을 붙여 11억원에 매수하는 식이다. 이 경우 분양권을 파는 당첨자는 1억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이 점을 노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분양 현장마다 옮겨다니며 이른바 ‘프리미엄 작업’을 해 ‘웃돈 거품’을 만들고 투기 수단으로 활용하자 정부가 뽑아든 칼이 분양권 전매 제한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일정 기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하게 하는 규제다. 1981년 도입됐는데 지역(규제 적용)에 따라, 금액(분양가 상한제 여부)에 따라 기간이 달라졌다. 현재는 수도권이 최대 10년, 비수도권이 최대 4년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기본편] “둔촌주공 분양권 전매제한 8년서 1년으로” 현재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수도권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6개월~10년이다. 나머지 지역(비수도권)도 최대 4년까지 전매 제한이 있다. 그렇지만 빠르면 이달 말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대폭 줄어든다. 수도권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나머지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된다. 비수도권은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 지역은 6개월로 조정된다. 나머지 지역의 전매제한은 아예 폐지된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이유로 ‘규제 수준이 과도하고 제도가 복잡해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2018년 이전만 해도 수도권의 분양권 전매 기간은 최대 3년이었지만 이후 대폭 강화됐다. 이와 함께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대폭 축소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정할 때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해진다. 공공택지와 달리 민간택지는 시행‧시공사 등 공급자가 ‘알아서’ 분양가를 산정했는데 2020년 7월부터 공공택지처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규제에서 벗어났다. 그만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짧아진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의 분양권의 전매 제한은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강동구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간택지뿐 아니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분양가 상한제도 해제되고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이 대상인 2~5년 실거주 의무도 폐지된다. 이미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는 사라졌다. 이전까지 수도권·광역시 등에서 1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집을 입주 가능일부터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다. 무순위 청약자격 요건도 완화됐다. 이전에는 1·2순위 본청약 이후 당첨을 포기해 발생하는 계약 취소 등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도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었다. 현재는 주택 소유자도 무순위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래저래 분양권을 거래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자 분양권 거래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3400가구다. 지난해 1월보다 41% 늘었고 전달보다 16% 증가했다. 애초 물량이 많지 않았던 서울은 매물이 더 늘었다. 지난 1월 서울에서 거래된 분양권은 27가구로, 지난해 1월보다 1.5배 증가했다. ━ 📂[실전편] “청약 경쟁 없이 분양가보다 3000만원 싸게”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는 것은 수요자 입장에선 살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새 아파트를 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주택 시장이 냉랭해지며 분양권 시장에도 찬바람이 부는 만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피)’이 붙은 물량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데는 기존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9125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보다 40% 줄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싸면 ‘뭔가 문제 있는 단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교통이나 학군, 브랜드 등 인기 아파트가 갖춘 요건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은 그렇지도 않다. 대표적인 단지가 인천 미추홀구 주안3구역 ‘주안파크자이 더 플래티넘’이다. 2020년 7월 1순위 청약 당시 950가구(일반공급) 모집에 1만1572명이 몰려 평균 1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 A타입은 61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2054가구 대단지인 데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브랜드, 공원‧교통 여건 등이 당시 인기 이유로 꼽혔다. 현재 이 아파트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59㎡형의 분양가가 4억원대였지만 3억원 후반에도 매물이 나온다. 2021년 말에도 3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었던 아파트다. 그럼에도 분양권 가격이 떨어진 건 고금리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이자 부담이 커지며 대출을 발판 삼아 청약을 받은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이들)은 ‘악’ 소리가 나는 상황이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평균 금리(1월 기준)는 연 4.65~5.23%다. 1년 전만 해도 3.88~4.33%였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도 있다. DSR은 집값이 기준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달리 소득을 기준으로 빚의 상한선을 정한다. 이때 빚은 크게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대출(학자금·마이너스·자동차 할부·카드론 등)로 나뉜다. DSR은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기타 대출의 원리금까지 모두 빚으로 보는데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영끌족 입장에선 아예 대출 받을 창구가 막힌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자 등 자금 부담에 허덕이면서 전매제한에 분양권을 팔지도 못했던 영끌족 입장에선 당장 ‘손절’(손해보더라도 적절한 시점에 끊어낸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반대로 새 아파트 장만을 노리고 있던 수요에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가장 센 규제를 받았던 서울은 분양권 물량이 거의 없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거래가 이뤄진 분양권 전매는 네 가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 1월엔 27가구로 늘었다. 분양권 전매 기간 완화가 시행되면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분양권 매수는 청약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분양권을 내놓은 경우도 있지만, 매물로 나온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지만 아직 빗장이 많은 것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일단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은 유주택자라면 분양권 매수를 고민해 봐야 한다. 우선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되는 만큼 분양권을 사면 대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달 초 연 최대 2억원이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은 뒤 주택을 추가 매수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해당 대출을 실행한 은행이 6개월마다 전 세대원의 추가 주택 구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분양권 매수를 했다면 대출금을 전액 갚아야 하고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중앙포토 실거주 의무도 따져봐야 한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짧아져도 실거주 의무 기간이 그대로라면 ‘(분양권을) 팔 수는 있지만, 입주해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서울 둔촌동에서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의 전매 제한은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올해 11월이면 분양권을 팔고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2년 제약이 있다. 실거주 기간은 입주 가능일(완공일)부터 따진다. 만약 거주의무기간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속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거주의무기간 중 해외 체류나 근무·생업·취학 또는 질병 치료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확인을 거쳐 거주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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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이제 시작…집값 반등은 너무 이른 얘기” 유료 전용
지난 1월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7개월 만에 반등(전월 대비 0.81% 상승)하자 시장 일각에선 부동산 침체도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자금시장에 ‘돈맥경화’를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강원도가 보증한 어음 부도로 채권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사건)도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진정됐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100대 건설사 중 30여 곳, 저축은행 30여 곳의 구조조정이란 아픈 경험을 했던 시장이 다소 긴장을 털어낸 듯한 눈치였죠. 하지만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연일 흔들리며 국내에서도 시장의 약한 고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가장 첫 줄에 언급되는 것이 바로 부동산 PF죠. 진정되는 듯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악몽, 되풀이될까요? 근거 없는 낙관보다 치밀한 비관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고금리 지속으로 부동산은 침체하고, PF 부실은 계속 늘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분양이 쌓여 건설사는 공사 대금을 못 받고, 금융회사는 빌려준 돈을 떼이는 일이 시장 전반에 만연한 상황이 ‘PF 사태’입니다. PF 사태는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개인의 관심 밖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터지고 나면 분노한 개인이 은행·정부·국회 앞에 운집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죠. 국내 가계자산의 64%는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이 차지하고요. 그다음으로 예금·현금(16%)이 많습니다. 집값이 내려가 손해를 보고, 은행 파산으로 예금까지 날리는 일이 ‘PF 사태’의 수순입니다. 머니랩은 지금의 PF 시장을 진단하고, 전망을 듣기 위해 두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에서 ‘원팀’으로 PF 부실 사태를 똑똑히 지켜본 배문성(이하 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크레딧애널리스트(『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저자)와 강철구(이하 강)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입니다. 이들은 “PF 부실화는 지금부터 시작이고, 장기전을 준비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과의 일문일답을 들어보시죠.(※이하 내용은 전문가 개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와는 무관합니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왼쪽)과 배문성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크레딧애널리스트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두 전문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진영 기자 금융권 전체 PF 여신은 약 170조원(우발채무 포함)으로 추산된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걱정해야 할 정도인가. 강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비하면 PF 여신 규모는 크진 않다. PF 부실이 진행되더라도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 다만 최근 PF는 수신 기능(예금)이 없는 증권·캐피털사가 많이 취급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에서 겪었던 것처럼 채권시장이 경색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배 최근 SVB 폐쇄로 미국 은행주 주가 전반이 급락했듯 투자자 머릿속엔 PF 부실 문제가 관련 기업 전체와 연결돼 있다. 가장 취약한 기업부터 신용 위험이 불거질 텐데, 같은 업종 전반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전염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증권·캐피털사가 PF를 많이 취급한 게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이유는. 강 세계 금융위기 당시 PF는 주로 은행·저축은행 같은 수신 금융기관이 취급했다. 형태는 주로 대출(loan)이었다. 당시에도 건설사가 PF 사업장에 보증을 선 PF 우발채무가 있었지만, 은행권 대출이 전체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PF 사업장에서 부실이 생기면 우선 건설사가 자기자본금으로 부실을 막고, 건설사가 막지 못해 은행 대출을 못 갚으면 그때 은행권이 손실을 인식하는 구조였다. (예금자 보호를 받는) 수신 기능이 있었으니,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는 유동성 이슈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증권·캐피털사는 시장 심리가 나빠지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배 미국 SVB 예금 대량인출 사태와 비슷한 일이 국내 캐피털사 등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수신 기능(예금) 없는 증권·캐피털사에선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올해 들어서 ‘레고랜드 사태’ 때 붙었던 불은 꺼졌다는 시각도 있는데. PF는 시장 충격 없이 연착륙한다고 기대해도 되나. 배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에 유동성 위기를 넘긴 건 사실이다. 여기에 미국 물가지수 하락으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 국채 금리 하락으로 한국 국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조달 환경이 개선됐다.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지만, 자금 경색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국채 금리 변동성이 완화하고,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오래갈 가능성이 부담 요인이다. 강 PF 부실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측면에서 연착륙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유동성 위기는 PF의 실질적인 사업성에 문제가 생겨서 벌어진 건 아니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강원도) 보증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가 증폭하자 PF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이며 ‘돈맥경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최근 PF 문제가 다소 잠잠해 보이는 건 전반적인 시장 심리가 안정화해 유동성 이슈를 덮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PF 부실은 지금부터 시작이고 장기전을 준비할 때라고 본다. 정부는 이달 초 28조4000억원 규모(23조3000억원은 기발표) PF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효과는. 강 정부가 과도한 불안을 잠재울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측면에서 시장 심리 안정화 효과가 있다. 채권시장에선 때때로 부도가 날 만한 회사가 아닌데도 작은 이슈에 극단적인 위험 회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SVB 파산, CS 위기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국내 금융사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이 한 달 사이 1.0%포인트씩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은 예측 불가능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정책으로 모두 막을 수 있느냐도 불확실한 이유다. 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이른바 ‘돈 풀기’(양적완화) 정책으로 막았다. 그러나 지금은 채권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 돈 풀기 정책으로 위기를 막긴 어렵다. 시장 심리와 자금 흐름이 위축할수록 어느 정도의 정책자금을 푸는 게 충분한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하면 부동산 침체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강 중요한 건 기업이 어떤 전망과 일정을 갖고 PF 손실을 인식해 나가느냐다. 가령 부동산 가격이 곧 바닥을 치고 오른다는 낙관적 가정으로 PF 손실 인식을 미룬다면, 나중에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한 번에 터지는 규모가 클 때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SVB 파산 사태와 같은 일이 국내에서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PF 부실화가 앞으로 2~3년은 진행될 것으로 냉정하게 인식하고, 올해부터 대손충당금(빌려준 돈이 떼일 것으로 보고 미리 손실을 반영하는 회계 계정)을 쌓아 손실을 미리 반영해 나가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탓에 PF 사태가 터졌다고 하지만, 사실 부동산은 그 이전인 2006년 하반기부터 침체했다. 그때부터 쌓인 부실이 한 번에 터진 게 2008년 하반기다. 당시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중 30여 개가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리라는 낙관적 인식으로 선제적 손실 인식을 회피한 결과였다. 현재 금융권 자본력을 비교하면 금융위기 때보다 2.5배는 더 커져 있다. 저축은행권도 금융위기 때처럼 부산·한국·솔로몬·현대스위스 등 상위 대형사 위주의 ‘쏠림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도 아니다. 금융회사의 자본 완충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손실을 차근차근 반영해 나가면 큰 무리 없이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때의 PF 사태와 현재 상황을 비교할 때 새롭게 나타난 문제는 없나. 강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단기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CP는 원래 만기가 3개월인데, 1~2개월 만기 CP 비중이 늘고 있다. 만기가 짧아지면 차환 자금도 빨리 조달해야 한다.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안 되면 작은 불씨에도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다. 정책 당국이 단기 채권을 은행권 장기 대출로 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외부 충격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 PF ABCP 금리가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낮아졌지만, 등급이 낮은 곳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등급별 양극화’ 현상이다. 등급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자금 경색이 일어나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정책 당국이 개입해 해결할 방법도 마땅찮아 보인다. 배문성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크레딧애널리스트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PF 부실화로 증권·캐피털 업종에서 구조조정 사례가 나오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세계 금융위기 땐 중소형 건설사 연쇄 부도로 시장 내 충격이 상당했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할 수도 있나. 강 금융위기에 비해선 건설사의 재무 안정성이 좋아졌다. PF 부실 이전에 주택 호황으로 쌓아둔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 때와 달리 PF 지급보증을 증권사도 상당수 가져갔기 때문에 건설사만 연쇄 도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배 다만 취약 업종·기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순 없어 보인다. 과거엔 중소 건설사와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됐다며, 이번엔 증권·캐피털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사례가 나오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PF 부실은 미분양이 해소해야 해결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미분양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긍정적 관측도 있다. 강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20~30% 하락했는데, 미분양은 이렇게 가격이 급락할 때 생긴다.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분양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좋았다고 해도 가격이 하락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둔촌주공이 해결됐다고 지방 미분양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설사 미분양 증가 속도가 둔화한다고 해도, 이건 긍정적 신호가 아니다.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지 않는다는 건 건설사가 착공을 미룬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 착공 연기로 인한 손실은 모두 사업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배 제2금융권 PF 위험노출액의 대부분이 서울 이외 지역이고, 아파트 이외 부동산 비중도 거의 절반 수준이다. 규제 완화 덕분에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량이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비서울·비아파트 부동산까지 온기가 미칠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또 통화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계부채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유도하려 한다면 분양 시장은 과거와 같은 호황을 보이기 어렵다. 분양 물량을 소화하려면 가계부채 증가를 용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께 기준금리가 하락하고,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배 집값 반등은 너무 이른 얘기다. 2021~2022년 분양한 주택이 올해와 내년에 입주 물량으로 나온다. 최근 경기도 변두리 지역은 30평대 전세가가 2억원 이하로도 형성되고 있다. 공급 부담을 여러 군데에서 느끼고 있고, 집값 반등을 논하기엔 전세가가 너무 낮다. 설사 집값이 일시적으로 반등한다고 해도 그땐 분양 시기를 기다리던 PF 물량이 그 틈을 타고 쏟아져 나올 것이다. 여러모로 지금은 집값 반등 시점을 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PF 이슈는 부동산·채권 등 개인의 재테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채권 전문가로서 투자 팁을 말해 준다면. 배 최근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금리의 회사채가 개인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이 살 수 있는 회사채는 기관투자가가 외면한 채권일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매력에만 혹하기보다는 신용등급과 신평사의 종합적인 분석 의견을 반드시 확인하길 당부한다. 또 집은 언제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누구나 알 만한 대형 건설사마저 주택 사업에서 적자를 낼 때가 역설적으로 주택 매수의 적기다. 신축 아파트 수요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인데, 대형 건설사마저 주택 사업에서 손실을 보는 시기에는 공급이 상당 기간 위축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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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지구상 가장 싼 주식…인삼공사만 살 재벌도 많다” 유료 전문공개
한국에서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을 따라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던 이상현 플래시라이트캐피탈(FCP)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이라면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회사의 주가가 언젠가 튀어 오를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대표가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부정하는 근거는 바로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대주주나 경영진 등 누군가가 주가가 오르지 않게 꽉 잡고 있는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최근에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사외이사 선출 등입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 주총 안건으로는 오르지 못했지만, KGC인삼공사를 인적 분할한 뒤 상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다자산운용도 FCP와 비슷한 요구를 하며 KT&G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KT&G 입장에서는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6.6%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배당 확대와 한국인삼공사 분할 상장 등을 요구한 이후 다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맞이했습니다. 2006년에는 아이칸이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KT&G에서 손을 뗐습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공세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이 대표를 만나 KT&G에 대한 공격 이유와 투자 철학 등을 물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KT&G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동 기자 ━ ━ STEP1. 투자자 외면받는 ‘죄악주’…담배 회사 투자한 이유 담배 산업은 ‘죄악주’로 분류됩니다. 주류와 도박, 무기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이 불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KT&G를 투자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의 한국지사 대표로 있을 때부터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 둔 회사였습니다. 당시 제가 생각했던 테마가 상장사 중 KT와 포스코, KT&G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였습니다. 이 중 제일 좋은 사업 구조를 가진 게 KT&G라고 봤습니다. 사업 구조가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투자할 때 세 가지, 산업과 회사, 밸류에이션을 주로 봅니다. 사업이 좋다는 건 결국 회사가 하는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있고, 회사가 산업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담배업은 믿거나 말거나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담배 사업을 하는 곳은 4개 회사밖에 없습니다. 소비재 중에 경쟁사가 이렇게 적은 곳은 없습니다. KT&G의 경쟁력도 이미 검증된 상태입니다. 반면에 주가는 너무나 쌉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 중 하나일 겁니다. 흡연 인구 감소에도 담배 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까. 그게 바로 함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담배 가격은 매년 5% 정도씩 오르고 있습니다. 반면에 흡연자는 매년 3% 정도씩 감소합니다. 흡연자 감소에도 가격 인상으로 2%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담배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투자하기에는 정말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자담배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이야기인가요. 백복인 사장 등 기존 KT&G 경영진이 잘한 게 하나 있다면 궐련형 전자담배(Heat-not-burn·HNB)를 잘 개발했다는 겁니다. 필립모리스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HNB인 아이코스(IQOS)를 한국 시장에 들여온 지 얼마 안 돼 이와 성능이 비슷한 릴을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제품 개발 주기를 빨리해서 이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이코스보다 릴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등 글로벌 담배 회사는 연기 없는 담배, 이른바 ‘스모크프리(smoke-free)’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 중 찌는 방식으로 연기를 흡입하는 담배인 HNB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불을 붙여 태우는 연소 방식의 담배(궐련)에 비해 연기도 덜 나고 덜 해로운 담배라는 게 담배 회사의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다만 HNB 역시 담배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HNB 시장 규모는 2022년 313억 달러에서 2027년 663억 달러로 연평균 16%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담배의 17.1%가 HNB 방식이었습니다. 매년 침투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 중 KT&G가 개발한 릴이 국내 HNB 시장에서는 점유율 4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KT&G는 해외시장에서는 HNB 제품인 릴을 직접 유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PMI와 2038년까지 15년간 판매 위탁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PMI가 구축한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추가 영업비용 지출 없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EO가 지난 1월 30일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관한 15년간의 장기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T&G 측은 PMI와 장기계약으로 KT&G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합니다. 본인들이 직접 영업을 못 하니 PMI에 맡긴다는 겁니다. 현대차가 전기차가 중요하지만, 우린 해외 영업을 잘 못하니 도요타의 하청이 되겠다는 이야기와 같은 겁니다. HNB는 앞으로 100년간 담배 산업의 주축이 될 겁니다. 담배는 브랜드가 한번 굳혀지면 경쟁이 힘듭니다. 그런데 KT&G의 릴이 PMI 아이코스의 서브 브랜드로 15년간 유통된다면 이후에 아이코스를 뗄 수 있겠습니까. PMI가 왜 경쟁사를 도와주는지부터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 STEP2. ‘차석용 매직’ KT&G에?…“교수 출신 사외이사 이제 그만” KT&G를 주인 있는 회사로 만들자며 주주 행동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KT&G를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있는데도요. 주주들이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주인 있는 회사가 되자는 이야기는 결국 주주들이 책임감을 갖자는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주주가 주인이면 실제로 주주를 주인으로 대우해야 하는데, 지분이 분산돼 있다는 이유로 모두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현 경영진이 온 후 주가가 40% 하락했다”며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냈습니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거수기가 아닌 제대로 된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중요합니다. 대형 소비재 회사에 대해 조언을 하려면 교수로는 안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사회를 ‘CEO 클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경영진이 그 일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조언을 잘 들을 수 있을까요.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차 부회장은 임기 중 주가를 25배, 영업이익을 18배를 만들었습니다. 함께 후보로 올린 황원진 푸르덴셜 전 대표도 생명보험사에서 매출을 7년 만에 2배를 키운 경쟁력 있는 후보입니다. 현재 KT&G 사외이사 후보는 총 7명입니다. KT&G 이사회가 현재 이사회 의장인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 현 사외이사인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학 교수 등 2명을 추천했습니다. FCP 측은 차 전 부회장, 황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 등 2명을 추천했습니다. FCP와 함께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마케팅 관리임원,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 교수 등 3명을 추천했습니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 중 2명만 사외이사로 선출됩니다. 사외이사 정원이 늘어날 경우 KT&G 측은 임일순 홈플러스 전 대표도 사외이사 후보에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의 의견이 엇갈리며 주총에서는 치열한 표대결이 예정된 상황입니다. 주당 1만원의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KT&G는 이미 배당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KT&G가 15년 동안 쌓아둔 현금성 자산만 6조5000억원입니다. 이 중 2조4000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돌려 달라는 겁니다. 배당주로 알려진 것도 주가가 낮아지면서 배당률이 높아진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현 경영진이 온 뒤 주가가 40%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내려간 뒤 배당률이 높다고 자랑할 만한 일일까요. KT&G 측은 주당 1만원 배당 주장이 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지난 15년을 ‘KT&G 주주의 고난 행군’이라고 부릅니다. 회사가 돈을 벌어 쌓아놓기만 하고 주주에게는 거의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2년 정도 주주 환원을 늘렸습니다. 그런 뒤에 ‘우리 주주환원 잘하는데 왜 문제로 삼느냐’고 합니다. 한마디로 15개월 동안 월세를 계약한 액수보다 반만 내는 세입자에게 경고장을 날렸더니 최근 두 달 동안 월세를 성실히 냈는데 왜 집주인이 목소리를 내냐며 역정을 내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6조5000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의 70% 가까운 현금을 쌓아두고도 줄 돈이 없다, 안전성이 흔들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상위 5위 담배 회사 중 순현금이 부채보다 많은 회사는 KT&G밖에 없습니다. PMI 경영진은 전문성 없이 안전성을 다 무시하고 배당을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면 순현금을 많이 쌓아두지 않고도 투자 등을 다 할 수 있습니다. KT&G는 주총을 앞두고 45페이지 분량의 주총 참고자료를 내고 FCP와 안다 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KT&G의 최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PMI 등 글로벌 담배 회사에 비해 낮지 않은 편이라는 입장입니다. 주가 상승과 주주환원 등을 합친 주주 수익률이 5년 3.1%로 글로벌 담배 회사보다 9.8%포인트 높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향후 반기 배당을 도입하고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입장도 냈습니다. FCP의 배당요구액(주당 1만원)과 안다 측의 배당요구액(7867원)의 경우 현재 배당액(5000원)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입니다. 향후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게 주장의 골자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회사 입장에서 언제든 팔고 나갈 수 있는 FCP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무엇입니까.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주주의 목소리를 듣는 겁니다. 행동주의를 주어로 써서 행동주의가 이렇다, 저렇다고 하는 건 진실을 호도하는 겁니다. 주총이 열리면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회사의 의무입니다. 만약 이번에 저희의 안건이 1%밖에 안 나오면 저희가 나머지 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겁니다. 행동주의와 관련해서는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흔든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지분 1%밖에 안 되는데 회사를 왜 흔드냐는 주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상장회사 지분을 0.5%(자본금 1000억원 이상), 1%를 6개월 이상 가지면 지분율도 꽤 높고 그 정도면 검증된 주주입니다. 이 정도 주주가 이야기하는 건 법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정해 놨습니다. 일종의 민주주의 보호 장치입니다. ━ STEP3. 주총 상정 안 됐지만…담배·인삼 나누자는 이유는 FCP와 안다 측은 KT&G의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KGC)를 인적 분할해 별도 상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다만 해당 주장은 사측의 거부로 주총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회사 측은 인적 분할의 시너지가 없고, 사모펀드 측의 단기 이윤 추구를 위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담배와 인삼을 분할하자는 주장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담배와 인삼은 너무 다른 산업입니다. 예전에 담배로 망친 건강, 인삼으로 회복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담배는 마케팅이 금지된 산업인 반면, 인삼은 마케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담배 회사가 주도권을 쥐며 인삼 회사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인삼공사 대표이사가 변경된 게 다섯 번입니다. 그중 4명이 담배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고요.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 인삼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공항 면세점에 가면 살 만한 제품이 없다고 합니다. 제품 지향점부터 외국인에게 팔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T&G 측은 분할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실보다 득이 훨씬 큽니다. 예컨대 이 회사에 스타벅스나 유니레버 같은 대형 소비재 기업 출신이 와서 상품 개발부터 제대로 할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현재의 담배인삼공사가 아닌 ‘인삼담배공사’가 될 정도로 성장성이 있는 회사입니다. 인삼 같은 상품은 원산지가 중요합니다. 한국 인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 시 주가가 오르는지가 결국 중요할 텐데요. 분할해서 손해를 보려면 현재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야 하는데, KT&G 주가는 저평가 상태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 기관투자가의 90%는 ESG를 이유로 담배 회사에 투자를 못 합니다. KGC가 분리 상장을 하면 투자할 기관투자가가 꽤 많을 겁니다. 실제 제가 만난 한국의 많은 재벌이 KGC가 매물로 나오면 사겠다고 합니다. KGC의 시가총액만 4조원은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KT&G의 시가총액은 KGC 시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의 분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이 있어서 시너지가 없는 회사는 쪼개는 게 낫습니다. FCP는 이번 주총에서는 스스로 제안을 철회했습니다. 회사 분할은 이사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사회에는 독립적인 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 전 부회장 같은 분들이 이사회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분할을 주장할 계획입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할 경우 승산이 있나요. 외국인 주주 등 여러 주주를 만났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하는 일이 옳다는 것뿐입니다. 국민연금 지분율(7.4%·1021만6717주)를 고려했을 때 30, 40대 직장인은 KT&G 주식 1주는 갖고 있습니다. 몇 년째 주가가 흘러내리며 국민들 다수가 앉아서 손해를 본 겁니다. UBS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KT&G가 지난해 4분기에 골드만삭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낸 컨설팅 수수료만 260억원입니다. 누군가가 나서야 되는 상황 아닌가요. 한편 FCP에 따르면 KT&G 산하의 장학재단, 복지재단 등 사내 기관 6곳이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 행사 가능한 KT&G 지분은 약 11.1%로 추산됩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7.4%)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 사내기관들은 KT&G 측으로부터 자사주를 무상으로 출연 받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이 대표는 “자사주를 복지재단에 출연한 후 경영권 방어에 쓴다는 것은 미국 등에서는 절대 벌어질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KT&G 측은 의결권 행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정립 안 된 한국에서는 워런 버핏식 투자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 STEP4. 한국에서 투자법?…버핏 따라 하기 위험천만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을 따라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싸면 산다는 건데, 싸면 더 싸질 수 있습니다. 가치평가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말은 ‘물에 잠긴 비치볼’(The Beach Ball Underwater)입니다. 물에 잠긴 비치볼은 어떤 계기만 있으면 위로 솟구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비치볼이 왜 물에 잠겨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비치볼을 잡고 있는 사람이 그 손을 떼지 않으면 영원히 잠겨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저평가에는 더 저평가가 있습니다. 거버넌스가 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1%가 안 되는 지분으로 회사를 흔든다, 배당이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 이런 주장에 너무 길들어져 있기 때문에 주주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안 합니다. 나는 트레이더이니 매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합니다. 주식은 주인에 대한 증표입니다. 채권이 아닙니다. 거버넌스 개념이 없으면 주식 투자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투자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올라가게 할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결국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 혹은 좋아질 기업에 투자하는 게 답인 건가요. 거버넌스가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믿을 수 있는 문지기가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제1원칙입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거버넌스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실제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올라가게 할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스톡옵션이 있는지,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은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거버넌스가 좋다는 전제하에 좋게 보는 산업군은 어디인가요. 소비재 업종을 유망하게 봅니다. 한국은 유행의 전파 속도가 빠릅니다. 트렌드만 먼저 포착해서 일찍 사면 성공한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이상현 대표는 누구 「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상현(50)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컨설팅 업체에 다니다 투자에 매력을 느껴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더 많은 성과를 챙겨가는 투자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투자청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쳤습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칼라일 한국대표를 지냈습니다. 2014년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2019년 칼라일을 떠난 뒤 2020년 싱가포르에서 FCP를 설립했죠. FCP를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아시아 본부가 싱가포르에 많이 모여 있어 장점이 있는 데다 향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KT&G를 상대로 투자하고 있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몇 차례 흡연을 시도했지만, 몸이 받지 않아 흡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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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쇼크, 동요없는 부자들…그들은 지금 실탄 늘리는 중 유료 전용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와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부실 우려가 겹치며 은행권의 혼란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각국 금융 당국의 발 빠른 수습으로 ‘도미노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우려는 막았지만, 돌발 변수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입니다. 이 불확실성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돈 냄새’ 잘 맡는 부자들의 SVB 사태 이후 대응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또 투자에 앞서 금융시장 흐름을 점검·확인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하단 그래픽)’도 소개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선 SVB 사태가 앞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부터 점검해 보겠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잇따라 발생한 이번 은행권 위기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악몽을 떠올리는데요.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선을 긋습니다. 미국과 스위스 정부가 소방수로 나서 신속하게 진화한 데다 뱅크런을 막을 방화벽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고객이 SVB에 맡긴 돈을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사에는 대출 지원을 확대한 게 대표적이죠. 유동성 위기에 몰린 CS도 스위스 중앙은행(SNB)에서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4290억원)을 빌리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물론 안도하긴 이릅니다. 미국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의 시작일 수 있어서죠. Fed는 지난해 4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4.5%포인트 올리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습니다.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며 단기 자금인 예금을 받아 장기 채권에 투자한 SVB도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죠. 채권 금리가 뛰면서(채권 가격 하락) 보유 자산(장기 채권)은 손실로 이어지고, 자금 부족으로 예금자의 이탈을 막기 어려웠던 겁니다. 고금리 상황에선 SVB처럼 채권 투자에 따른 잠재적 손실 규모가 큰 중소형 지역은행은 뱅크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시가총액 80억 달러(약 10조원) 미만 중·소형 은행 중 코메리카(36.8%)와 자이온스 뱅코프(68.5%), UMB 파이낸셜(36.1%) 등은 보통주 자본 대비 미실현 손실 비율이 30%를 넘어섰습니다. 미실현 손실은 SVB가 보유한 국채처럼 현재 가격은 액면가보다 하락했지만, 아직 매도하지 않아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몸집이 큰 금융사 중에는 증권중개업체인 찰스슈왑(시가총액 960억 달러)의 잠재적 투자 손실이 눈에 띕니다. 대규모 채권 투자가 발목을 잡은 거죠. 지난해 말 기준 찰스슈왑의 채권 투자에 따른 미실현 손실은 280억 달러(약 36조5680억원)입니다. 자본 대비 미실현 손실 비율은 95.1%죠.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에 따른 청구서(부작용)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짙어지는 이유입니다.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Fed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져 찰스슈왑의 부실 우려로 퍼진다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리스크 강도는 (지금보다) 더 세질 수 있습니다.(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 미국 정부의 발 빠른 수습으로 일단 위기는 진정됐습니다. 다만 금리 변동에 취약한 기업은 유동성 위험에 몰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VB처럼 단기 자금 조달로 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 ━ SVB 사태 이후 실탄 늘리는 부자들 그렇다면 ‘돈 냄새’ 잘 맡는 부자들은 SVB 사태 이후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을까요. 부자 상당수가 SVB 금융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데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짙다고 합니다. 미국 금융사의 잇따른 파산이 2008년 리먼 사태 수준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해서죠. 고액자산가의 자금을 굴리는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 5인의 분석입니다. 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이 급락했지만 (고객들의) 저가 매수 움직임은 없었어요. 리먼 사태 학습 효과죠.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정부의 지원으로) 위기가 초기에 봉합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이서윤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부장) 민감하게 움직이기보다 시장을 냉철하게 판단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뱅크런에 따른 파산이 미국 내 다른 지역은행으로 확산할지와 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묻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국내 금융사는 문제없냐는 질문도 있었고요.(익명을 요구한 PB A씨) SVB 파산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해도 자산가가 동요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부터 주식 비중은 줄이고 은행 정기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3개월 미만 발행어음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 비중을 전체 금융자산의 60% 이상으로 늘려놨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예금(현금)’을 선호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 선을 넘어섰던 것도 예금에 돈이 몰린 이유입니다. 현금을 늘려온 자산가 입장에선 싼값에 우량 주식과 부동산 등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를 투자 기회로 삼는데요. 특히 일부 자산가는 SVB 사태보다 더 센 폭풍이 올 때를 대비해 실탄(현금)을 늘리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과거에도 미국의 급속한 긴축으로 금융사가 흔들리고, 남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등 곡소리가 났습니다. 이처럼 긴축 사이클의 마침표를 찍어줄 이슈가 터진 뒤에야 금리 인상은 멈췄습니다. 일부 자산가는 (마침표를 찍을) 더 센 폭풍이 올 때를 투자 기회로 엿보고 있는 거죠.(익명을 요구한 PB B씨) SVB 사태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코스피(17일 종가 2395.69)도 지난해 저점(2169)을 고려하면 급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투자 기회를 엿보며 현금 자산을 늘리는 자산가도 많습니다.(PB A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올해 투자 지표는 ‘미국 최종 금리’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건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주목하는데요.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 파산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Fed가 금리 동결을 택할지, 아니면 물가를 잡기 위해 작은 폭이라도 인상할지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앞으로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도 공개돼 올해 최종 금리 수준과 금리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FOMC 이후 공개한 점도표에선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연 5~5.5%로 전망했습니다. 최종 (기준) 금리가 연 6%를 돌파할 것이란 시장 전망도 SVB 사태 여파로 연 5~5.5%로 내렸습니다. Fed가 긴축 의지를 꺾지 않고 최종 금리를 5.5%보다 높게 전망한다면 긴축 부담에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오인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 보수적인 투자 성향의 투자자라면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은 물론 양적 긴축(QT)까지 종료된 뒤에 투자에 나서는 게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T는 Fed가 보유한 채권을 팔아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입니다. 사실상 긴축 통화정책이 마무리된 것을 확인한 뒤에 투자에 나서라는 얘기입니다. ━ 변동성 클 때 안전한 피신처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변동성이 큰 장에서 안전하게 대피할 곳(투자처)은 어디일까요. 상당수 시장 전문가는 미국과 한국 국채 등 채권을 꼽습니다. 미국이 SVB 사태 영향으로 긴축 고삐를 강하게 죄지 못할 것이란 예측에 시장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3.43%로 SVB 파산 직전(9일 종가 3.911%)보다 0.4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투자 수익률은 오르고요. 국내 증시에 상장된 KB자산운용의 국고채 30년 상장지수펀드(ETF·KBSTAR KIS국고채30년 인핸스드)는 지난 15일 기준 연초 이후 8.89% 수익률을 거뒀는데요. 국내 상장된 채권형 ETF(89개)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여유 자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변동성 장을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증시가 조정받을 때마다 우량 기업을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죠.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PB 이사는 특히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으로 완충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달러당 원화값에 연동되는 ETF는 투자자산의 가격 변화와 함께 달러당 원화값 변동까지 더해져 최종 수익률이 결정되죠. 달러 몸값이 오를 때는 환 헤지 상품보다 환 노출형 상품이 유리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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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 마법’ 믿는 은둔의 고수, 왜 IT 성장주 다 팔아치웠나 유료 전용
아크레 캐피털은 111억 달러(약 13조7000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미국의 헤지펀드입니다. 상대적으로 이름은 덜 알려져 있죠. 회사와 설립자 찰스 아크레(척 아크레로 더 많이 불립니다)에 대해서는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지난해 4분기 이곳의 포트폴리오를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 [STEP1] 2022년 4분기:아크레는 뭘 사고, 뭘 팔았을까 지난해 4분기 가장 시선을 끄는 매수 종목은 브룩필드(티커 BN)예요. 전 세계 곳곳에서 8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대체 투자 운용사입니다. 본사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어요. 부동산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사모펀드 등 투자 영역이 다양합니다. 고래연구소가 지난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하워드 막스의 오크트리 캐피털을 인수한 회사이기도 하죠. 막스의 전공 분야인 부실 채권 시장에 진출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아크레는 지난해 4분기에 브룩필드 비중을 5%가량 늘렸습니다. 브룩필드는 자회사인 브룩필드 에셋 매니지먼트(BAM)와 별도로 상장돼 있어요. 아크레는 BAM 주식도 370만주 정도 신규 매수했죠. 최근 주가 흐름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30달러 선이 무너졌는데, 2020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BAM 역시 마찬가지고요. 지난 2월 중순부터 하락세였는데 최근 급락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영향이 커 보입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다나허(DHR)는 다국적 헬스케어 브랜드입니다. 의료기기부터 생명과학과 진단, 환경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어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는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임플란트를 만드는 ‘노벨’과 분자 진단 업체 ‘세페이드’, 진단 시약 제조업체 ‘벡크만쿨터’ 등을 공격적으로 사들였어요. 2020년엔 GE의 생명공학 부문도 23조원에 인수했죠. 신약 개발까지 하겠다는 뜻입니다. 역시 최근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아요. 지난해 4분기에 매수한 종목으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 듯합니다. 얘깃거리가 많은 건 아크레가 매도한 종목입니다. 일단 카드회사를 유별나게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크레가 비자(V)의 비중을 6%가량 줄였습니다. 큰 비중은 아니지만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던 종목인 만큼 비중 변화만으로도 관심이 가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카드와 함께 소비재 비중도 축소했습니다. 아크레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이 다섯 번째로 큰 오레일리 오토모티브(ORLY)의 보유량을 20%가량 줄였어요. 오레일리는 1957년 설립한 미국 자동차 애프터마켓(부품·서비스·DIY 등) 1위 업체입니다. 미국이라고 하면 차고 문화가 떠오르는데 배터리나 오일 같은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사다 직접 고치는 걸 즐기는 사람이 많죠. 이를 뒷받침하는 소매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오레일리는 미국 전역에서 59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최근엔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오레일리 주가는 10년 전 100달러도 안 됐고, 5년 전에는 200달러대였죠. 그런데 지금 800달러 선에서 거래 중입니다. 아크레의 장기 투자 안목을 상징하는 종목이죠. 오레일리 오프라인 매장. 오레일리 홈페이지 카맥스(KMX)도 보유량 중 28%를 매도했습니다. 카맥스는 1년에 130만 대 이상 판매하는 미국 중고차 업계의 신흥 강자예요. ‘7일 내 환불’과 ‘30일 보증’ 등의 서비스로 많은 고객을 끌어모았죠. 한때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 5위권에 들 정도로 아크레가 사랑했던 종목이기도 하죠. 아크레 캐피털의 파트너 존 네프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2021년 카맥스의 소매 판매량은 23%, 도매 판매량은 66%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증가했다. 최고의 고객 경험을 위해 사업을 재편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현재까지 거의 30% 하락했다. 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카맥스의 이익이 꾸준히 늘고, 더 가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흔드는 건 아니다. 우리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할 뿐 주가 움직임에서 펀더멘털을 유추하지는 않는다.” 📂소비재 매도, 경기 침체보단 성장 한계 본 듯 존 네프가 이렇게 말한 게 지난해 5월입니다. 그런데 5개월 뒤쯤 매도했다는 거니, 정확한 이유가 궁금하긴 하죠. 이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없어요. 일단 카드나 소비재는 경기 침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게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덜 쓰게 되니까요. 하지만 자동차 애프터마켓이나 중고차는 경기 침체의 수혜를 받기도 합니다.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사거나 고쳐 쓰려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죠. 경기 침체 때문에 카맥스 주식을 팔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경기 전망에 따라 사고파는 건 아크레의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존 네프의 말로 추론해 보면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예요. 카맥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0.79% 감소하면서 성장 정체 우려가 있긴 합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50% 줄었죠. 세일즈포스 로고. 연합뉴스 기술주와의 완전한 작별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정보기술(IT) 비중은 최근 3년 새 낮은 수준(3.89%)으로 떨어졌어요. 일단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어도비(ADBE)는 보유량 중 4분의 1을 매도했습니다. 어도비는 지난해 200억 달러에 업계 후발주자인 피그마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죠. 이게 쉽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매도에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미국 법무부가 피그마 인수 관련 반독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에요. 어도비는 디자인 전문가가 쓰는 포토숍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A급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는데 피그마가 웹 기반의 가벼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돌풍을 일으켰죠. 저렴한 제품을 내놓고 피그마와 경쟁에 나서기도 했지만 잘 안 됐고, 그래서 인수에 나섰지만 제동이 걸린 겁니다. 스노플레이크(SNOW)와 세일즈포스(CRM)는 전부 팔아버렸습니다. 스노플레이크는 흩어져 있는 각종 기업 데이터를 하나의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관리해 주는 업체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같은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지원해요. 뱅가드와 세콰이어, 모건 스탠리 같은 대형 펀드가 투자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성장주 열풍이 정점이던 2021년 11월엔 주가가 4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130달러대에서 거래 중입니다. 매출은 늘고 있는데 여전히 돈을 못 벌고 적자 폭만 커지는 상황이죠. 이런 성장주는 보통 금리 인상 구간에서 외면을 받습니다. 세일즈포스는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MS와 SAP, 오라클 같은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지키는 대단한 곳이죠. 고객 관리를 도와주는 게 주 영역이지만, 최근엔 인공지능(AI)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1년엔 기업용 메신저로 유명한 슬랙을 인수했죠. 한창 때 300달러를 돌파했던 주가가 지난 연말까지 반 토막이 났어요. 2020년 41억 달러에 달했던 순이익이 불과 2년 만에 2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아크레 입장에선 배가 좀 아플 듯합니다. 올해만 주가가 40%가량 올랐으니까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2] 집중의 힘:아크레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은 고작 20개 아크레는 미국에서 인정받는 투자 구루 중 한 명입니다. 오랜 경험과 걸맞은 성과가 그를 증명하죠. 1960년대 말 증권업계에 몸담기 시작한 아크레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1989년 아크레 캐피털을 설립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죠. 월스트리트를 벗어나 버지니아주 시골 마을로 회사를 옮긴 겁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성장했고, 현재 총 150억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가 됐죠. 아크레의 투자 철학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 ①이것저것 사지 않는다 ②샀으면 오래 보유한다 」 연합뉴스 투자 결정을 적게 내릴수록 실수에 노출될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결정은 정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의 질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아크레의 이 말을 곱씹어 보니 그가 선택한 20개 종목이 굉장히 대단해 보이네요.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마스터카드(MA, 18.44%)입니다. 4위인 비자(V, 9.24%)까지 합하면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카드사로 채운 거예요. 아크레가 마스터카드 주식을 처음 산 건 2010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죠. 안정적인 사업 모델과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이 선택의 이유였죠. 당시 상황에 대해 아크레는 “마스터카드와 비자의 이익을 4분의 1 토막 내도 미국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전후였어요. 물론 평소에 “가격을 따지는 건 나중의 일”이라고 말하긴 해도 충분히 싼 값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현재 마스터카드의 PER은 34배 정도죠. 아크레가 끊임없이 언급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단순화’입니다. 뭐든 좀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뜻이에요. 단순화의 정점이 바로 두 번째 철학입니다. 샀다 팔았다 하지 말라는 거죠. 이유는 두 가지. ‘샀다 팔았다’의 성공률이 매우 낮고, 이럴 경우 마법 같은 복리 효과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크레도 인정하죠. 주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게 ‘매도’라는 점을. 팔지 않고 참는 건 아크레에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참으라는 겁니다. 아크레의 파트너인 크리스 세로니는 그럼에도 매도해야 할 상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 「 ◦ 사업이 더는 업계 평균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 ◦ 경쟁 우위가 훼손된 경우 ◦ 경영진에 부정적 변화가 일어난 경우 」 이런 일이 아니라면 복리의 힘을 믿는 게 낫다는 겁니다. 복리 효과에 대해서도 깔끔한 정리를 보여줘요. 장기 투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에겐 특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러분이 한 기업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두 배가 되었다고 해 보자. 이익을 실현하고 투자 성공을 자축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도 알아야 한다. 원금을 2배로 불린 뒤 주가가 다시 2배가 되면 평가액은 원금의 4배로 늘어난다. 한 번 더 반복하면 8배, 그다음에는 16배가 될 것이다. 원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과정을 6.5번만 반복하면 원금의 100배가 된다. 이게 바로 ‘텐베거’(100배 주식)다. 텐베거를 경험하는 이는 보통 복리의 마법을 철저히 믿는 사람일 것이다. 말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아크레는 실제로 이렇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유 비중 3위는 아메리칸 타워(AMT, 13.39%)예요. 미국의 무선 및 방송∙통신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이죠. 아크레는 1998년 AMT가 아메리칸 라디오에서 분사할 때 지분을 인수했는데 당시 가격은 주당 80센트였습니다. 지금은? 약 200달러 정도죠. 복리의 힘을 믿으라고 하는 데 이유가 있는 겁니다. ━ [STEP3] 아크레의 ‘세 다리 의자’:실적, 경영자, 재투자 세 다리 의자. 사진 아크레 캐피털 홈페이지 그러면 아크레의 철학대로 오래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어떻게 찾을까요. 위 사진처럼 생긴 의자가 있습니다. 아크레 캐피털 본사에도 있다고 해요. 원래 아크레 아버지가 일했던 로펌의 직원이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합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소젖을 짤 때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잘 살펴보면 두 다리는 같은데 다리 하나는 좀 더 기울어져 있죠. 세 다리든, 네 다리든 길이와 모양이 같아야 튼튼할 것 같아요. 바닥이 고를 땐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할 땐 이 비대칭 세 다리 의자(a three-legged stool)가 더 견고하게 버텨주죠. 아크레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고 하네요. 투자의 영역도 바닥이 고르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로 세 다리 의자 같은 기업을 찾자는 겁니다. 첫 번째 다리는 기업의 퀄리티에 해당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을 꾸준히, 잘 벌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일 거예요. 뻔한 얘기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은 의외로 흔하지 않습니다. 이를 판별하려고 구체적으론 이런 지표를 살펴본다고 하네요. 일단 사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식별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하죠. 이런 기업은 보통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잉여현금흐름(FCF) 지표도 좋아요. 수익을 규제하는 사업을 피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카드 회사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겠군요. 두 번째 다리는 경영진의 능력입니다. 기술적이나 도덕적으로 실력을 갖춘 사람이 기업을 이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아크레는 독립성과 책임감을 고취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지, 주주를 파트너로 대하는지, 장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지, 보상 체계가 합리적인지 등을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세 번째 다리는 재투자 능력입니다. 한마디로 남는 돈을 잘 쓰는 기업을 찾으라는 거죠. 배당이 나쁜 건 아니지만 배당에만 집중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기회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우리는 투자자나 전문가가 배당금을 우선시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배당금은 평균 수익률에 수렴하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확실히 평균 이상의 수익이다. 탁월한 재투자 능력이 그 길이다.” 앞서 언급한 매도 타이밍을 이 세 다리 의자에 빗대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언제 팔아야 할까요? 의자 다리 중 하나 이상이 부러졌을 때(When one or more of the legs of our stool is broken)다. ■ 놀라운 싱크로율 ‘버핏과 아크레’ 「 외모부터 닮았습니다. 푸근한 인상이죠. 90세를 훌쩍 넘긴 워런 버핏과 올해 80세가 된 찰스 아크레는 여전히 현역으로 무대를 누비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란 것 외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은둔의 고수인 점도 그렇죠. 널리 알려진 대로 버핏의 무대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그나마 오마하가 가장 큰 도시이긴 해도 네브래스카 자체가 미국에선 시골이죠. 워렌 버핏(왼쪽)과 찰스 아크레. 중앙포토 아크레 캐피털은 버지니아주 미들버그에 있습니다. 그나마 수도 워싱턴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세계적인 투자 회사의 본사 위치로는 의문이 생기는 곳이죠. 이와 관련해 아크레는 “사무실이 미들버그가 아니라 (뉴욕의) 센트럴 파크 남쪽에 있었다면 내 주변에 똑똑한 친구가 1000명쯤 있었을 테고, 나는 정신이 산만해졌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삶의 궤적이 비슷했기 때문일까요. 아크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버핏에 대한 존경을 표현해 왔죠. 그는 ‘버핏의 1988년 투자 서한에서 배운 교훈’이란 글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워런 버핏의 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버핏은 컬럼비아대에서 벤 그레이엄에게 투자에서 중요한 대차대조표 가치 평가를 배웠다. 그는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정말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자산 및 자본 수익률이 매우 높은 기업이다. 그리고 버핏은 이런 기업의 가치는 대차대조표가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 (Over the years, I have been most significantly influenced by the writings of Warren Buffet. Warren was a student of Ben Graham at Columbia where he learned the important balance sheet value method of investing. Buffet has taken the balance sheet value as a starting point and gone on to identify ‘really good business’ as the place to focus. These businesses are ultimately identified by their extremely high returns on assets and capital. The ‘value’ of the business is much greater than the balance sheet reveals.) 📂‘세 다리 의자’ 투자론의 출발점도 버핏 같은 글엔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 외에도 버핏은 우리가 지키고, 또 노력해야 할 두 가지 규칙을 알려줬다. ◦ 규칙1: 돈을 잃지 말라. ◦ 규칙2: 규칙1을 잊지 말라. 나는 버핏의 원칙을 논리적인 결론까지 따르면서 투자의 궁극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 회사를 찾는 것으로 정의했다(In following the Buffett principles to their logical conclusion, I leave defined Nirvana in investing as finding a company with the following characteristics).” 바로 이 다음에 등장하는 게 바로 앞서 살펴본 ‘세 다리 의자’입니다. 자신을 상징하는 투자 철학의 출발점이 버핏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거죠. 아크레는 버핏에게 투자도 했습니다. 그는 1977년 버크셔해서웨이(BRK) 주식을 40주 샀어요. 무려 45년 전, 당시 시세는 주당 120달러 정도였습니다. 불행히도 그는 1980년 부동산 투자를 위해 39주를 매도했어요. 500달러에 팔았으니 이것도 대단한 성과지만 분명 아쉬울 겁니다. 만약 그때 매도하지 않았다면 당시 1만9500달러는 지금 1800만 달러가 되었을 테니까요. 현재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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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억→3조 불린 리틀 버핏…‘부리토’ 회사는 왜 자꾸 사? 유료 전용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3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100배의 수익을 낸 투자자가 있습니다. 투자 이익 규모도 상당합니다. 2700만 달러(350억원)를 투자해 26억 달러(3조3800억원)의 수익을 거뒀죠. 그 주인공은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데요. 애크먼은 ‘베이비 버핏’으로 불리며 헤지펀드계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입니다. 단기전뿐 아니라 장기전에도 능숙한 편인데요. 2004년 1월 퍼싱스퀘어를 만든 뒤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1552.2%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누적수익률(403.3%)을 훌쩍 상회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애크먼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봤습니다. ━ [STEP1]세계경제 비관론자?…고물가 견딜 종목만 투자한다 선택과 집중. 애크먼의 보유 종목은 10개를 넘지 않습니다. 집중 투자를 하는 거죠. 13F에 공시한 투자 종목은 단 6개뿐입니다. 퍼싱스퀘어홀딩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나머지 투자 종목인 유니버설뮤직(UMG)과 미국의 국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증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을 합쳐도 투자 종목은 9개에 불과하죠. 주식 종목 선정 방법은 ‘예측 가능한 성장 기업’ 정도로 요약됩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최근에는 고금리와 고물가, 강달러에 견딜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죠. 애크먼은 세계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따른 탈세계화가 결국 인플레를 장기간 끌고 갈 것이라는 그의 주장입니다. 애크먼이 지난해 3월 주주 서한을 통해 밝힌 투자 대상 기업의 특징은 인플레이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북미 지역 중심의 기업으로 요약할 수 있죠. 보유 기업별로 투자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참고로 애크먼은 퍼싱스퀘어홀딩스 주주 서한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보유 종목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나 처분 이유 등을 상세히 밝히는 편입니다. ‘친절한 애크먼씨’인 셈이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애크먼의 포트폴리오는 식음료 등 소비재 관련 회사의 비중이 꽤 높습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재량소비재(생활필수품을 제외한 소비재) 관련 종목의 비중이 73.23%나 됩니다. 특히 식당 체인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을 운영하는 레스토랑 브랜드인 인터내셔널, 멕시코 음식 체인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CMG)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요. 13F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내 두 종목의 비중만 각각 17%가 넘는 수준입니다. 📂애크먼의 고물가 대응법…가격 인상에도 못 끊는 부리토 이 중 CMG를 살펴볼까요. CMG는 부리토와 보울 등이 주력 메뉴인 미국 기반의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을 중심으로 3187개 매장을 운영 중이죠. 빌 애크먼은 CMG에 대해 “인플레 시대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소비재 기업”이라는 찬사를 늘어놓고 있는데요. 치폴레는 지난해 3월과 8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매출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우수한 음식 품질과 가격보다는 품질·신선도에 중심을 둔 마케팅 전략 등을 가격 결정력의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치폴레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신규 출점 매장을 제외한 기존 매장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났습니다. 다만 업계 예상치였던 6.9%에 다소 못 미쳤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에 편중된 매장도 애크먼이 꼽은 투자 포인트 중 하나죠. 현재 치폴레의 매출 99%가 미국에서 발생합니다. 강달러 환경에서는 해외 지점이 많은 소비재 기업일수록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현지 통화로 올린 매출을 달러로 환산했을 때 환차손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애플만 하더라도 달러 강세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5.5% 감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애크먼은 미국 중심의 치폴레에 대해 “외화 역풍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죠. 📂애크먼의 탈세계화 대응법…캐나다·미국·멕시코 잇는 철도 애크먼은 지난해부터 철도회사인 캐나디안퍼시픽철도(CP)의 주식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보유 주식 수를 417%나 늘리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지난해 1분기 말 2.34%에서 지난해 4분기 말 12.94%로 크게 뛰었죠. CP는 캐나다 동·서부,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철도 노선을 보유하고, 곡물과 석탄·비료 등을 주로 운송하고 있습니다. 그가 CP 주식을 사 모으는 주요한 이유는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공급망 재편입니다. 미국은 최근 ‘온쇼어링(Onshoring·미국 내 공급망 구축)’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미국 인접국 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죠. 이 과정에서 미국과 캐나다 간 철도 노선을 가진 CP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CP는 미국-멕시코를 잇는 철도 노선을 가진 캔자스시티서던을 2021년 270억 달러(약 3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수가 완료되면 CP는 ‘캐나다-미국-멕시코’ 등 북미 지역을 잇는 철도 노선을 갖는 유일한 회사가 됩니다. 북미 지역의 산업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죠. 캐나디안퍼시픽철도와 캔자스시티서던 합병 완료 시 철도 노선도. 캐나다-미국-멕시코를 잇는 유일한 철도 노선을 소유하게 된다. 캐나디안퍼시픽철도 애크먼의 롤모델인 워런 버핏도 철도회사 주식에 일찌감치 투자해 대박을 냈습니다. 버핏은 2009년 약 440억 달러(약 57조원)를 들여 미국 2위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를 사들였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버핏 인생에서 최대 투자였던 데다 웃돈을 상당히 얹은 인수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현재는 버핏의 성공 스토리 중 주요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이미 투자금은 배당금으로 모두 회수한 상태입니다. 버핏은 2021년 주주 서한에서 보험사인 게이코, 애플 등과 함께 BNSF를 버크셔해서웨이의 3대 주요 보유 종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애크먼의 고금리 대응법…고정금리 부채 부동산 회사 애크먼이 지난해 4분기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하워드휴즈(HHC)입니다. 주당 평균 72달러를 주고 230만 주를 매입했습니다. HHC는 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 업체가 아닌 마스터플랜커뮤니티(MPC) 방식의 부동산 개발 업체입니다. 대규모 미개발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주거와 상업용 시설 등으로 개발해 분양과 임대 이익을 얻고, 이 과정에서 토지 가치가 상승하면 땅을 팔아 추가 수익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HHC가 개발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사들인 토지 면적만 149.7㎢로 여의도 면적(2.9㎢)의 50배가 넘습니다. 여기에 10만 채의 주택과 각종 사무실, 상가 등을 지을 계획입니다. 넓은 토지를 통째로 갖고 장기적 안목에서 개발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죠. 부동산은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분야입니다. 미국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며 주택시장 침체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애크먼은 오히려 HHC를 고금리와 고물가의 수혜주로 보고 있죠. HHC는 텍사스와 네바다, 애리조나주 등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 주는 세율 등 거주 비용이 낮아 고금리·고물가 시대에도 이주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HHC는 회사 부채의 82%가 고정금리인 데다 만기도 2026년 이후에 돌아와 다른 부동산 회사보다 부채 관리 면에서 훨씬 우월하다는 게 애크먼의 평가입니다. 인플레로 임대 수익이 오르고, 돈의 값이 떨어지면 자산인 토지 가격이 오른다는 가정하에서는 오히려 부동산 관련 주식에 투자할 만하다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사실 HHC는 애크먼이 2010년부터 애지중지하는 회사입니다. HHC는 그가 투자했던 쇼핑몰 업체인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스에서 2010년 분사한 회사인데, 그는 당시에도 26%의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HHC를 애크먼의 ‘버크셔해서웨이’로 보는 시각도 많았죠.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버크셔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했듯, 애크먼도 HHC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는 관측인데요. 아직 이런 구상은 현실화하지 못했습니다. 절반의 성공 정도는 거뒀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애크먼은 퍼싱스퀘어홀딩스를 유럽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본을 조달한 뒤 폐쇄형 펀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STEP2]‘담대한 손절’…5000억원 손실에도 즉각 행동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는 애크먼에게도 지난해에는 투자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죠. 가장 대표적인 게 넷플릭스 투자 실패입니다. 그는 지난해 1월 넷플릭스의 가입자 둔화로 주가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넷플릭스 주식 310만 주를 사들였습니다. 그는 주주 서한 등을 통해 구독자가 꾸준히 증가해 왔던 데다, 향후에도 유료 케이블 가입자들이 가성비 좋은 넷플릭스로 꾸준히 이동해 가입자 증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런 예측은 3개월 만에 빗나가게 되죠. 지난해 4월 19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이 전년 말보다 20만 명 줄었다고 발표합니다. ‘어닝 쇼크’ 다음 날인 4월 20일 주가는 35.1% 하락하죠. 애크먼도 이날 넷플릭스 주식 310만 주를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넷플릭스 투자로 본 손실이 약 4억3000만 달러, 원화로 5600억원가량입니다. ‘담대한 손절’이라고 할까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는 넷플릭스 매도 결정에 대해 “고도로 집중된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해 높은 수준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입자 감소로 향후 성장동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도 이유였지만,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를 할인해 주는 저가 서비스 등 새로운 구독 모델을 만든 것도 주된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우리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얻은 교훈은 투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우리의 원래 투자 논리와 일치하지 않을 때 즉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 [STEP3]애크먼, 위험 회피(헤지)에 진심인 투자자 애크먼은 최근 주식보다는 위험 회피(헤지) 목적으로 산 파생상품 거래로 쏠쏠한 수익을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대던 2020년 3월 2700만 달러를 투자해 한 달 만에 26억 달러의 수익을 낸 게 대표적입니다. 그가 고수익을 거둔 상품은 신용부도스와프(CDS)입니다. CDS는 금융상품 중 부도 위험 가능성만 따로 사고파는 파생금융상품입니다.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는 대신, 해당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채권 원금 전액을 보험사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상품입니다. 회사의 부도 가능성이 커질수록 보험상품인 CDS의 가치도 오르는 구조죠. 그는 코로나19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기 전인 2020년 2월 매달 4000만 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 회사채 등 710억 달러어치의 원금을 보장받는 CDS를 시장에서 사들였습니다. 710억 달러는 퍼싱스퀘어 운용 자산의 10배 정도이니 보험 성격으로는 큰 베팅을 했죠.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코로나19를 보며 회사를 접을 생각도 했다니 자본시장에 큰 충격이 올 것을 예상했다고 볼 수 있죠. 빌 애크먼을 ‘베이비 버핏’으로 소개한 2015년 5월 미국 포브스지 표지. 사진 포브스 실제 애크먼의 예측대로 코로나19 이후 CDS 가격이 급등했는데요. 그는 보유했던 CDS 가치가 크게 뛰자 이를 3월 중 모두 팔아 26억 달러를 챙겼습니다. 이렇게 챙긴 돈으로는 가격이 내려간 주식을 사 모았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애크먼이 CDS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공포심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따라다니죠. 그가 지난해 3월 18일 CNBC에 나와 “지옥이 다가오고 있다(Hell is coming)”며 30일간 셧다운을 제안한 게 대표적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3일 S&P500 지수가 10% 정도 뛰자 그가 보유한 CDS 가치가 하루 만에 8억 달러 떨어졌을 만큼 ‘주가 회복=손실’인 상황에서 시장의 공포심을 자극해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이죠. 애크먼은 최근에도 헤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금리 상승 때 이익을 볼 수 있는 이자율 옵션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이어지며 지금까지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금리 상승에 대비한 헤지 상품에 3억8400만 달러를 투자해 27억 달러, 약 7.1배의 수익을 봤습니다. 그가 이처럼 헤지에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폭풍에 대비해 적당한 가격에 보험을 드는 것에 비유합니다. 폭풍이 실제로 와 피해를 보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폭풍이 오지 않더라도 일정액의 보험료만 내면 되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겁니다. 헤지 상품으로 거둔 이익으로 원래 가치보다 급락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다만 폭풍이 코앞에 와서 비싼 가격에 보험을 드는 일만은 피하라는 게 그의 조언입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STEP4]근황 토크:소로스도 실패한 투자 성공할 수 있을까 애크먼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홍콩달러에 대한 대규모 풋옵션을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풋옵션은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상품을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시장에서 해당 상품이 사전에 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면 비싼 값에 해당 상품을 팔 수 있어 큰 이익을 볼 수 있죠. 홍콩달러 값이 하락할 경우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겁니다. 홍콩은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환율을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페그제가 언젠가는 깨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홍콩 금융 당국은 홍콩달러를 달러 가치에 고정하기 위해 금리를 조정하거나 외환보유액을 풀고 있는데요. 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가 이어지며 홍콩 금융 당국의 대응 수단이 점점 소진되는 데다, 중국 정부가 홍콩이 미 달러에 가치가 연계된 통화를 쓰고 있는 걸 마땅치 않아 할 것이라는 게 그런 판단의 근거죠. 풋옵션 투자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게 시장의 주된 시각입니다. 홍콩 외환 당국이 수십 년간 페그제를 잘 유지해 온 데다, 현재도 별다른 위험 징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 홍콩달러 페그 붕괴에 베팅한 투자자는 모두 고배를 마셨습니다. 영국 파운드화를 무너뜨렸던 조지 소로스도 1998년 홍콩달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큰 손실만 봤습니다. 다만 풋옵션은 상품 가격 하락으로 유리할 때만 권리를 행사하고 불리하면, 권리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페그가 붕괴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페그를 유지해도 일정 액수의 프리미엄만 부담하면 된다는 거죠.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로또 티켓”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 빌 애크먼은 누구 「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의 최고 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버핏 추종자의 변절=빌 애크먼은 워런 버핏의 추종자로 불립니다. 1994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뉴욕에서 온 빌 애크먼입니다”라며 직접 버핏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질문 내용은 버핏이 투자은행(IB)인 살로몬 브러더스에 투자한 이유였습니다. 공개 석상에서 버핏의 길을 추종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수차례입니다. 이런 이유로 애크먼이 2020년 보유했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1년 만에 전량 매도하자, 버핏에게 굴욕을 안겼다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죠. ◦행동주의 투자자=애크먼이 유명해진 건 공매도와 결합한 행동주의 투자 때문입니다. 2012년 다단계 마케팅 회사 허벌라이프가 불법 피라미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대량의 공매도를 했다가 수억 달러의 손실을 봤죠. 제약사 밸리언트와 함께 미국의 보톡스 기업인 앨러간 인수를 노리다 실패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3월 공매도를 기반으로 한 행동주의는 더는 하지 않겠다며 은퇴 선언을 했죠. 공매도 스토리가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평판이나 투자 수익률 모두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브래드 피트를 이긴 남자=애크먼은 2019년 1월 MIT 교수이자 건축가인 네리 옥스만과 재혼했습니다. 옥스만은 2018년 한때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열애설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죠. 해당 내용을 보도한 미국 연애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브래드 피트는 옥스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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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유료 전용
짐 사이먼스(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창업자 겸 회장)=사람들이 저에게 헤지펀드가 뭐냐고 물어보면 ‘2와 20’이라고 설명합니다. 2%의 고정 수수료와 20%의 성과 보수를 의미하죠. 크리스 앤더슨(TED 대표)=당신은 이것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말이 있던데요. 사이먼스=한때는 저희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했었죠. 5%의 고정 수수료와 그리고 44%의 성과 보수를 요구합니다. 앤더슨=그런데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줬죠. 사이먼스=네 맞습니다. 많이 돌려줬죠. 사람들이 “뭐 이렇게 높은 수수료가 다 있어”라고 화내면 “좋아요. 그럼 돈을 다 빼시면 됩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니오.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죠”라고 하더군요. (청중 웃음) 수학과 교수와 암호해독자 등을 거쳐 투자의 신화를 쓴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이 2015년 지식 강연 웹사이트 테드(TED)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의 한 대목입니다. 사이먼스 회장은 자신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가 원래도 많은 수수료를 내는 일반적인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해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줬다며 너스레를 떠네요.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오른쪽)이 2015년 테드(TED)의 크리스 앤더슨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TED 유튜브 캡처 ━ [STEP1]사이먼스의 자신감:수익 44% 떼가도 투자 못해 안달 무한경쟁의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 말도 안 되는 ‘배짱 영업’을 해도 고액 자산가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지 못해 안달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30년(1988~2018년)간 메달리온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무려 66%이기 때문이죠. 저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떼고도 르네상스 고객들은 연평균 39%의 수익을 받아갔습니다. 수수료를 뗀 이 성과마저 조지 소로스와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같은 전설적인 투자 구루의 성과를 뛰어넘는 수치죠. 르네상스의 포트폴리오는 최근 1년간 수익률도 7%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짐 사이먼스_4분기 이쯤에서 그렇게 돈을 잘 벌면 자기들끼리 벌면 되지 왜 남의 돈까지 끌어들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어요. 네, 이 메달리온 펀드는 이미 외부 자금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르네상스 직원들과 이전의 르네상스 파트너들만 투자할 수 있어요. ━ [STEP2] 사이먼스의 비밀 알고리즘 이런 엄청난 투자 성과는 천재 수학자·과학자들이 지난 30여 년간 다듬어 온 비밀 알고리즘에서 나옵니다. 이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선 아직도 감춰진 것이 많습니다. 철저한 비밀 유지 조약 때문에 전직 직원들도 ‘투자 맛집’의 노하우를 함부로 발설할 수 없어서죠.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 그레고리 주커만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이 엄청난 헤지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2년 넘게 취재하며 파헤쳤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19년 출간된『시장을 풀어낸 수학자(The Man who solved the market)』예요. 주커만은 30명이 넘는 르네상스 전·현직 직원들을 설득해 400번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반대했던 사이먼스도 결국 주커만과 10시간 이상 인터뷰했죠. 이 책에 비밀 알고리즘의 일부가 공개됐습니다. 기본 작동 원리는 시장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데이터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내 투자 판단을 내리는 퀀트 투자 전략입니다. 펀드매니저의 주관을 배제하고 컴퓨터가 판단을 내려도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퀀트 전략의 관건이죠. 사이먼스가 성공한 수학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새내기 투자가로 변신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르네상스의 이 알고리즘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이먼스의 일대기 형식으로 정리된 이 책 곳곳에 숨겨진 비밀 알고리즘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짐 사이먼스의 투자 기법은 배울 수조차 없다. (이효석 업라이즈 이사·『시장을 풀어낸 수학자』국내판 감수) [픽사베이] 📂① “더 많은 데이터만큼 좋은 데이터는 없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공동 최고경영자(CEO)였던 로버트 머서는 동료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만큼 좋은 데이터는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르네상스 내에서는 주문처럼 되뇌는 ‘만트라’(기도·명상 때 외는 주문)가 됐다고 하네요. 르네상스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완료되지 않은 주문을 포함한 모든 주식 트레이드 주문 데이터에서부터 연간·분기별 수익보고서, 기업 경영진의 주식 매매 기록, 경제 전망과 논문, 뉴스와 인터넷 게시물, 루머 수준의 뉴스 피드까지를 총망라합니다. 르네상스의 알고리즘은 이 모든 데이터를 계량화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머서는 훗날 르네상스의 목표에 대해 “미래 모든 시점에서의 주식 또는 다른 투자 상품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죠. 📂② “머신러닝 시스템이 수백만 건의 가능성을 시험” 르네상스는 1980년대 중반부터 ‘데이터 분석가’ 또는 ‘데이터 사냥꾼’이라 불리는 직원들을 고용해 새로운 데이터의 근원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방식이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가령 농업 생산량 데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농업 장비 판매량이나 작물 수확량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검토하는 식이죠. 이런 창의적인 데이터들을 주가와 연결시키고,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테스트합니다. 르네상스의 한 컴퓨터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신호를 찾으려고 창조력과 사고력을 발휘하며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복불복 전략을 사용하는 대신 머신러닝 기능을 갖춘 시스템에 한 부류의 공식들을 입력한 뒤 수백만 건의 서로 다른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가 머신러닝 기법을 채택하고 몇 년이 지난 뒤, 다른 퀀트 투자자들도 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③ 시장과 시간의 틈을 노린다… 페어 트레이딩 주식 시장에는 비슷한 주식들이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쌍(페어·Pair)을 이룬 것들이죠. 이들을 둘러싼 산업 환경과 수익 구조 등은 매우 유사해 이론적으로는 주가도 비슷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은 이론처럼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효율적인 수준이 된다고 해도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코카콜라가 적정 주가보다 더 비싼 상태고, 펩시는 적정 주가보다 더 싼 상태라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비싼 코카콜라 주식을 공매도하고, 싼 펩시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이 효율적일 겁니다. 리스크(위험)도 줄이고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방식의 주식 매매 기법을 페어 트레이딩 또는 통계적 차익거래라고 합니다. 르네상스도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페어 트레이딩 기법이 아니라 복잡한 시장의 신호들을 해석해 그 어떤 알고리즘보다 강력하다고 하죠.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사이에 주가와 수학적인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서 르네상스의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서는 자신의 지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우리는 전체 트레이드 중에서 50.75%만 적중했네. 하지만 그 50.75%에서는 100% 정확했어. 그렇게만 하면 수십억 달러도 벌 수 있다네. ━ [STEP3]사이먼스 알고리즘의 톱픽:성장주 르네상스 알고리즘은 매 분기 수많은 거래를 합니다. 지난해 4분기 르네상스는 628개 종목에 새로 투자했고, 1398개 종목을 추가로 매수했습니다. 반면에 531개 종목을 전량 매도했고, 2037개 종목은 비중을 줄였죠. 퀀트 전략과 페어 트레이딩, 초단타 매매까지 한다고 알려진 르네상스 포트폴리오는 실제로는 더 많은 거래를 했을 겁니다. 13F 보고서는 그 거래를 모두 반영할 수 없고, 그 분기 말의 포트폴리오에 남겨진 결과물에 불과하죠. 르네상스의 비밀 알고리즘이 지난해 4분기 가장 많이 매수한 건 성장주였습니다. 4분기 말이 되고 보니 애플(AAPL)과 아마존닷컴(AMZN), 테슬라(TLSA) 등 성장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던 거죠. 이 알고리즘이 왜 성장주를 택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주의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르네상스의 매수 상위 종목들에 대해 알아볼 텐데, 투자 참고사항일 뿐 사이먼스가 찍어 준 종목이라며 맹신할 필요는 절대로 없다는 이야기죠. 르네상스가 지난해 4분기 어떤 이유에서 성장주를 많이 담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저 이번 분기에 가장 많이 담은 주식이 ‘성장주’라는 팩트만 있는 거죠. 심지어 사이먼스조차 매수 포지션에 대해 설명하긴 어려울 거예요.(강환국 퀀트 투자 전문가)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성장주의 아킬레스건…재부상하는 긴축론 지난해 애플 주가는 27%, 아마존은 50%, 테슬라는 65% 폭락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성장주의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이 바로 금리였죠. 지난해 1월 연 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연 4.5~4.75%로 무려 4.5%포인트 뛰었습니다. 성장주에 금리 인상은 아킬레스건입니다. 끊임없는 투자로 성장하며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투자 비용이 급증해 스텝이 꼬이게 됩니다. 올해 주가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초만 해도 긴축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에 성장주는 대체로 반등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Fed가 이 정도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내려앉으면서 침체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금리를 올린 지 1년이 넘어가도 경기가 가라앉질 않습니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은 놀랄 정도로 안정돼 있죠.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취업자 수(농업 제외)는 전달보다 31만1000명 늘어 기대치(22만5000명)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1월엔 기대치를 3배나 뛰어넘은 51만7000명을 기록했었죠. 고용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겁니다. 1월·2월 실업률도 각각 3.4%와 3.6%로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업률 3.4%는 1969년 이후 최저 수준 입니다. 이는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다는 의미인데,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쯤 되자 월가에선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까지 등장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와야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텐데, 탄탄한 경제 지표가 부담인게죠. 게다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 쐐기를 박았습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 AFP=연합뉴스 최근 경제 지표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이는 최종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파월의 발언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확률은 67.5%로 전날 31.4%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습니다. 3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기대했던 성장주 투자자에겐 이보다 더 나쁜 소식이 없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성장주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종목별 이슈도 살펴보죠. 📂골드먼삭스에 6년 만에 ‘매수’ 추천받은 애플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했던 애플은 새해 들어선 괜찮은 소식이 많았습니다. 먼저 지난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혔던 중국 공급망 문제에 대한 해법이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인 폭스콘 중국 정저우 공장에 소요사태가 발생해 애플의 고가 모델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이 인도에 7억 달러(약 9100억원)를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네요. 폭스콘의 단일 투자 규모로는 최대 수준으로, 중국 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블룸버그의 해석입니다. 때마침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애플 주식에 대해 6년 만에 ‘매수’를 추천하는 분석 리포트도 냈습니다. 목표 주가는 지난 8일 종가인 153달러보다 30% 이상 높은 199달러. 애플 서비스의 구조적 성장과 신규 제품 혁신 등은 아이폰·PC·태블릿 부문의 수요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마이클 응 골드먼삭스 애널리스트) 다만 이 분석은 단기적 관점보단 1년 뒤 정도를 염두에 둔 시각이죠.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요.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 구체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주진 않았지만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와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AFP=연합뉴스 📂비용과 전쟁 중인 아마존, 인력 감축 이어 ‘아마존 고’ 폐쇄까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비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동시에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죠.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감원과 일부 직군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며 긴축 경영을 하고 있는 아마존은 최근엔 본사 규모도 줄이고 사업도 축소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시애틀 본사에 이어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내셔널 랜딩에 제2 본사 설립을 추진해 왔습니다. 1단계 사업은 대부분 마무리돼 오는 6월에 입주를 시작하지만 2단계 공사는 최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아마존은 또 시애틀과 뉴욕 등 대도시에서 운영해 오던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GO)’ 8곳도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아마존 고는 계산대 없는 편의점으로 아마존은 2021년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광고했었죠. 증권가에선 올해 상반기까지 아마존의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다만 인력 감축 등 다양한 비용 절감 효과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이 때문인지 최근 골드먼삭스는 올해 인터넷 업종 최선호주로 알파벳과 더불어 아마존을 꼽았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 들어 70% 넘게 오른 테슬라, 반값 전기차는 언제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70% 넘게 올랐어요. 증권가에선 지난해 폭락에 대한 반발 심리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셌던데다 전기차 가격 인하로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합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테슬라 주식을 136억 달러(약 18조원)나 매수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170억달러)에 맞먹을 정도의 규모죠. 여기에 지난달 25일 발표한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가가 상당히 선방했습니다.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한 상황. 낙관적 시각에서는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내려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을 더 높여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2만5000달러 수준의 저렴한 새 모델인 ‘반값 테슬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큰 상황이죠. 물론 지난 1일 미국 텍사스 기가펙토리에서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대했던 ‘반값 테슬라’의 출시 계획 발표는 없었지만,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 시장 진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큼 놓칠 수 없거든요.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입장입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애덤 조나스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도 비관론자로 입장을 바꿀 정도죠. 그는 최근 테슬라의 매수 기회가 밸류에이션 차원에서 지나갔다며 테슬라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상승 재료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 대신 페라리를 추천했습니다. ■ 짐 사이먼스는 누구 「 짐 사이먼스. 유튜브 캡처 “시장에는 패턴이 있어. 난 우리가 그 패턴들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하네.” 짐 사이먼스 회장도 처음부터 압도적인 수익률을 내는 투자 구루는 아니었습니다. 성공한 투자가로서의 삶은 르네상스 창업 초기 동료에게 한 다짐처럼 ‘시장의 패턴’을 찾아낸 이후부터 시작됐죠. 생각해 보면 ‘좋은 주식’ ‘큰 수익률을 안겨주는 주식’을 찾겠다는 투자가는 있어도 ‘시장의 패턴’을 찾아내겠다고 말하는 투자가는 처음 봅니다. 시장이 수학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사이먼스가 시장에 이렇게 접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천재 수학자이기 때문이죠. 20세의 나이에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23세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MIT와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가 됐습니다. 그는 교수 생활에 큰 재미를 못 느꼈는지 26세가 되던 해에 미국 안전보장국(NSA) 산하 국방분석연구소(IDA)에서 암호 해독가로 일하게 돼요. 그는 그곳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소신 있는 그의 화끈한 성격 때문에 그곳에서 오래 일하진 못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퇴역 합참 의장의 옹호 칼럼을 반박하는 언론 인터뷰를 했거든요. 해고당합니다. 그는 이후 1968년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학과장으로 초빙돼 30세에 다시 교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스토니브룩 수학과를 일류로 키워냅니다. 1976년 38세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베블런상까지 받죠. 천싱선 교수와 함께 기하학에서 수만 번 인용된 ‘천-사이먼스 이론’을 개발한 공로였습니다. 수학계의 정상에 오른 그는 2년 뒤인 1978년 돌연 종신 교수직까지 내던지며 투자업계에 뛰어듭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죠. 르네상스는 지금도 월가의 금융 전문가를 채용하지 않고 수학과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을 채용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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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6%’에 달렸다…3월 빅스텝 가를 경제지표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다음 주(3월 13~17일) 시장의 키워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 여부를 가를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시장이 ‘Fed의 비공식 대변인’ 입에 주목하는 이유, 괴물과 싸우는 유럽중앙은행(ECB)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중앙포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키워드: 빅스텝 결정타 될 CPI 시장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꼽은 다음 주 금융시장 이슈는 오는 14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발표될 미국의 2월 CPI입니다. 오는 21~2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 지표라서죠. 지난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택했던 Fed가 3월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것도 ‘다시 들썩이는 물가’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전체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Fed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파월의 긴축 의지의 전제 조건이 ‘경제 지표에 기댄 판단(데이터 디펜던스)’이라는 겁니다. 2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6%)보다 높게 나오면 Fed가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1월 CPI 수치는 어땠을까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6.4%로 지난해 6월(9.1%)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둔화했습니다. 문제는 느려진 둔화 속도입니다. 지난 1월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았고, 지난해 12월(6.5%)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1월 근원 CPI(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도 시장 예상치(5.4%)를 웃돌았습니다. 화이트데이에 발표될 미국 CPI는 금융시장에 선물이 될까요. 아니면 쇼크가 될까요. 머니랩 프리뷰 자문단의 시각도 엇갈립니다.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인 6%(전년 동월 대비)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특히 CPI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에 집값 침체 등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지 눈여겨봐야 합니다. 향후 물가 움직임을 가늠하는 변수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끈적끈적한 속성이 있어 1970년대처럼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항공료와 병원비 등 서비스 물가가 오르고 중고차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크게 둔화하기 어렵다는 의미죠. CPI가 이달 Fed가 빅스텝을 택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다음 주 CPI가 이달 빅스텝 단행과 최종 금리 상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파월 의장이 데이터 디펜던스를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로 꼽는 만큼 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다면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을 밟을 확률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로 눈에 띄게 둔화할 수 있어요. (홍춘욱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예상보다 강한 경제지표가 연속되긴 어려워요. 2분기 말이면 CPI 상승률이 기준금리 (상단 수치)보다 내려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선 오히려 국내외 주식시장이 조정받을 때마다 성장주를 담을 기회로 봅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 상무) ━ 📍키워드: ‘Fed의 비공식 대변인’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CNBC 방송 캡처. 11일(현지시간)부터 3월 FOMC가 끝나는 오는 22일은 Fed 위원들의 ‘침묵 기간(Blackout period)’입니다. 이 기간 Fed 위원들은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없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 통화결정회의를 앞두고 금통위원도 묵언 기간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 주에 투자자는 Fed 내부 소식에 정통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Nick Timiraos) 기자의 입에 주목해야 합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릴 정도로 통화정책과 관련한 Fed의 분위기를 족집게처럼 전달하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6월 Fed가 예상 밖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냈을 때입니다. FOMC의 금리 결정 3~4일 전에 티미라오스가 “Fed가 이달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이후 JP모건과 골드먼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잇따라 전망치를 수정했습니다. Fed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습니다. 언론을 활용하는 건 Fed가 제한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블랙아웃 기간에 예상치 못한 시장 흐름으로 통화정책이 크게 바뀔 경우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미리 ‘경고’ 하는 겁니다. 예방주사를 놓아두는 걸까요. 지난해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과거에도 정책 결정에 앞서 Fed가 선호하는 기자들에게 힌트를 준 역사가 길다”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워싱턴포스트(WP)의 존 베리가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이 선호하는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 📍키워드: 괴물과 싸우는 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코레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머리를 가격해야 할 괴물”이라며 “기준금리는 지금 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는 16일(현지시간) 열리는 ECB 통화정책 회의도 다음 주 주요 이벤트입니다. 시장은 ECB가 이번에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여러 차례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시사했기 때문이죠.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스페인 일간지 엘코레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머리를 가격해야 할 괴물”이라며 “기준금리는 지금 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CB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긴축으로 통화 정책의 키를 돌린 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현재 ECB 기준금리는 연 2.5%입니다. ECB가 지속해서 금리 인상 신호를 켜는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때문입니다. 2월 유로존의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5.6% 뛰며 전달(5.3%)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ECB 일부 인사가 이번 달에 이어 5월에도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예정된 이벤트’인 이번 달 금리 인상보다 향후 ECB의 통화정책 결정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ECB 통화정책 회의는 이달 금리 인상 폭보다 앞으로 정책 전망에 주목해야 합니다. ECB가 장기적으로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미국 국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달러 강세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CB 통화정책은 여전히 미국을 뒤쫓는 행보입니다. (ECB 통화정책 이후) 일주일 뒤 열리는 미국 FOMC 결정에 따라 ECB는 정책 방향을 다시 조정할 겁니다. (김학균 센터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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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켄 피셔의 픽, 그래서 ‘블록’ 유료 전용
지난해 주식시장에는 비관론이 팽배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에 주식시장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역대급 긴축 속도전에 투자 구루마저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긍정론을 잃지 않은 투자가가 있다면 운용자산만 1970억 달러(약 255조원)인 ‘월가의 교장 선생님’ 켄 피셔 피셔 인베스트먼트 회장입니다. 켄 피셔의 포트폴리오도 최근 1년 수익률은 -11.91%를 기록하며 지난해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피셔는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고물가 끝에는 상승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의 요지입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피셔가 약세장이 끝나고 다시 강세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으로 언급한 시기입니다. 그럼 ‘긍정왕’ 피셔가 강세장 진입의 초기로 본 지난해 4분기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볼까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1] 분산투자의 달인:빅테크 속 회사채 ETF 웨일위즈돔에 따르면 피셔는 지난해 4분기에 145개 종목을 신규로 담았고, 440개 종목의 주식을 더 사들였습니다. 반면 전부 팔아치운 종목도 168개이고 주식을 줄인 종목도 389개입니다. 운용자산 규모가 크다 보니,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종목도 1000개가 넘습니다. 포트폴리오 비중이 가장 큰 상위 5개 종목은 애플(티커AAPL·5.26%)과 마이크로소프트(MSFT·4.56%), 뱅가드중기회사채펀드(VCIT·2.94%), 아마존(AMZN·2.87%),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GOOGL·2.48%) 등입니다. 이 중 애플은 2005년 4분기, 두 번째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1분기부터 보유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지난해 4분기에는 애플과 VCIT, 아마존은 주식 수를 늘렸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주식 수를 줄였습니다. 다만 지난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주식 수 증가에도 애플과 아마존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죠.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 이질적인 존재를 눈치채셨나요. 바로 VCIT입니다. VCIT는 투자적격 등급(신용등급 BBB 이상)의 만기 5~10년짜리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운용 수수료도 0.04%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매달 배당을 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난 1일 기준 연간 배당률은 3.1%입니다. 피셔는 VCIT를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주식 수를 줄인 건 2022년 1분기와 3분기뿐입니다. 채권 ETF는 꼬박꼬박 채권으로부터 이자 수익이 나오고, 자산 배분 관점에서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피셔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당연한 선택이겠죠. 다만 피셔는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채권보다 주식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채권이 더 안전할 수 있지만, 투자 기간이 3년을 초과하면 주식이 안전성과 투자 성과 면에서 모두 우월한 자산이라는 겁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STEP2] 강세장 돌아온다:가장 많이 매수한 건 핀테크 지난해 4분기에는 어떤 종목을 많이 매수했을까요.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가장 높은 100개 종목 중 ETF를 제외하고 가장 주식 수가 많이 늘어난 건 블록(SQ·주식 수 148% 증가), 크라운캐슬(CCI·53%), AMD(AMD·33%), 인튜이트(INTU·23%), 디어 앤 컴퍼니(DE·19%) 등입니다. 블록은 뒤에 상세하게 설명하겠지만 핀테크 업체고, 크라운캐슬은 AT&T와 버라이즌 등 통신사에 기지국을 빌려주고 임대수익을 얻는 통신 인프라 리츠 회사입니다. AMD는 인텔과 함께 CPU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 인튜이트는 자영업자나 개인에게 회계와 세금, 자산 관리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입니다. 디어는 세계 1위 농기계 제조업체지만 실상은 기술 업체입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의 개막 기조연설을 한 것도 디어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CEO)였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피셔의 매수 상위 종목만 놓고 보면 지난해 상반기와 성격이 좀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1분기 때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광산업체인 BHP그룹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제약회사주로 고배당·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존슨앤드존스(JNJ)를 가장 많이 담았습니다. 제약회사인 로슈홀딩스(RHHBY),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UL) 등도 주식 수를 늘린 종목입니다. 흔히 말하는 성장주로 분류되기보다 방어적 성격이 강한 종목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3분기에는 유통업체인 타깃 코퍼레이션(TGT), 산업용 장비생산업체인 일리노이툴웍스(ITW), 자동차회사인 포드(F) 등을 많이 담았습니다. 피셔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주식시장을 ‘상저하고’로 예측했습니다. 피셔가 지난해 1월 기고한 글에 따르면 여름까지는 횡보하다 가을과 겨울부터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했습니다. 그가 기고한 글대로 투자했다면 지난해 1·2분기에는 약세장에 대비한 방어주를,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는 향후 찾아올 강세장에 대비한 행보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 피셔는 지난해 10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미끄러지는 시기엔 가치주의 주가 흐름이 좋지만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가치주는 주춤한다”며 “시장이 2022년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견뎌내고 상승으로 돌아서면 성장주가 주도할 듯하다”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미국판 토스, 블록…피셔가 보는 총이익은 성장세 지난해 4분기에 주식 수를 가장 많이 늘린 종목인 블록은 어떤 회사일까요. 블록의 주요 사업은 스퀘어와 캐시앱 두 가지로 나뉩니다. 스퀘어는 소상공인 등에게 결제와 매출 분석, 대출 등 상거래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블록의 전 사명인 스퀘어도 사각형으로 생긴 자사의 결제 단말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사각형 결제 단말기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만 꽂으면 간단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대됐죠. 최근에는 금융 종합앱인 캐시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죠. 캐시앱은 개인 간 송금(P2P), 결제,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 등이 모여 있는 금융 관련 수퍼앱입니다. 한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찾자면 토스에 해당하겠죠. 토스가 무료 송금으로 인기를 끌었듯, 무료 P2P 송금 기능으로 사용자를 모았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캐시앱으로도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사용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지금 구매하고 나중에 지불(BNPL)’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애프터페이(AFTERPAY)를 290억 달러에 인수하며 사업을 다각화했습니다. 블록이 서비스 중인 스퀘어와 캐시앱 등의 서비스 로고. 블록 블록의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59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6% 상승했습니다. 다만 순이익은 5억4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블록의 지난해 4분기 주주서한에 따르면 블록의 3년간 평균 매출총이익 성장률은 47% 수준입니다. 피셔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순이익이 아닌 총이익을 살펴본다”고 언급했습니다. 📂피셔도 블록체인 베팅?…바이 더 딥에 초점 사실 블록을 언급하며 빠뜨릴 수 없는 게 비트코인입니다. 블록은 2021년 12월 회사명을 스퀘어에서 블록으로 바꿨습니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생태계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블록은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었던 최초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 중 하나로 비트코인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왔습니다. 특히 2021년은 비트코인 가격이 뛰며 블록도 쏠쏠하게 재미를 봤습니다. 비트코인 거래 관련 수수료도 많이 늘어난 데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가치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블록은 2020년 4분기(5000만 달러)와 2021년 1분기(1억7000만 달러)에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 2억2000만 달러를 썼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1억33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대표도 블록에 대한 투자 포인트로 비트코인을 꼽고 있습니다. 우드는 블록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페이팔을 장기간 사 모으다 지난해 전량 처분했는데요.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결제에 장점을 가진 캐시앱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우드는 CNBC 인터뷰에서 “페이팔의 전자지갑인 벤모도 비트코인을 수용하고 있지만 캐시앱의 추종자에 가깝다. 우리는 승자에게 베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셔도 비트코인에 베팅한 것일까요. 우선 피셔는 비트코인에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피셔는 2021년 1월 비트코인에 대해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거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 데다, 가격 변동이 추측에 기반을 둔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워런 버핏처럼 “비트코인은 생산적이지 않고, 전혀 내재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다만 피셔는 ‘신흥 투자상품(emerging commodity)’으로 분류하며 투자 자체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투자는 결국 운(運)의 영역으로 여긴다는 견해를 덧붙였죠. 잭 도시 블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잭 도시는 트위터를 공동 창업한 후 CEO를 지내기도 했다. 사진은 2021년 6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피셔의 블록 추가 매수는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간 종목을 매수하는 ‘바이 더 딥(buy the dip)’ 전략으로도 볼 수 있겠죠. 블록의 주가는 2021년 8월 이후 수직 낙하해 왔습니다. 28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해 말 기준 62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사실 지난해 3·4분기는 블록에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예컨대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는 지난해 9월 블록의 목표가를 120달러에서 55달러로 절반 이상 낮췄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며 소비가 줄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을 덜 받고, 암호화폐 가격이 쪼그라들며 투자도 덜 한다는 겁니다.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블록에는 직격탄이라는 거죠. 다행히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지난 3일 기준 블록의 주가는 주당 80.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피셔는 책과 유튜브 등을 통해 강세장 초기의 수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기에 본 손실 대부분을 강세장 초반부에 만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의 요지입니다. 그렇다면 강세장 초반에 큰 수익을 내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피셔의 비법은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격언으로 요약됩니다. 그는 지난달 영상에서 “지난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IT 관련 종목과 기타 성장 지향 섹터가 강세장 초반에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 “에너지 분야처럼 약세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종목은 상승장 초기에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피셔는 지난해 10월 주가가 바닥을 찍은 뒤 현재는 강세장의 초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STEP3] 블록 지금 사도 될까…페이팔로 보는 리스크 그렇다면 피셔를 따라 지금이라도 블록을 사도 될까요. 피셔가 주식 수를 두 번째로 많이 줄인 종목인 페이팔(PYPL·-23%)을 통해 리스크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페이팔과 블록은 ‘둘 중 무엇을 사는 게 좋냐’는 질문이 항상 따라다니는 회사입니다. 페이팔은 결제와 송금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캐시앱과 유사한 벤모라는 금융앱도 있죠. 블록보다 좀 더 글로벌하고 이커머스 중심인 전통 있는 핀테크 업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페이팔도 2021년 이후 주가의 수직 낙하를 경험했습니다. 2021년 7월 주당 300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 내내 100달러 벽을 넘지 못했죠. 금리 인상으로 기술주 전반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원인이지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주된 요인입니다. 블록이나 페이팔 모두 애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추수감사절 기간에 페이팔의 결제는 1년 전보다 6% 감소했지만, 애플페이는 63% 증가하는 등 애플페이의 공세가 만만치 않죠. 게다가 애플은 BNPL 등 핀테크 분야로의 공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의 브라이언 킨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페이팔은 앞으로 애플페이와 가장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했습니다. 리서치앤마케츠닷컴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애플페이가 가장 지배적인 결제업체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금융사의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죠.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은 페이팔과 블록이 선점한 디지털 지갑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블록이나 페이팔이 얼마나 성장세를 유지할지가 관건이 된 상황이죠. 시장에서는 블록과 페이팔의 성장세에 대해 ‘반반’ 입장이 강하지만 긍정적인 견해도 다수 있습니다. 투자회사 베어드(Baird’s)의 데이비트 코닝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블록의 투자 의견을 2년 만에 ‘중립’에서 ‘시장 상회 수익률’로 올렸습니다. 배런스에 따르면 코닝 애널리스트는 “증권가는 컴백 스토리를 좋아한다”며 “최고의 성장주인 스퀘어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한편 미국 행동주의 펀드이자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현지시간으로 3월 23일 블록에 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블록이 캐시앱의 사용자를 부풀려 성장성과 수익성을 과장했다는 겁니다. 힌덴버그는 블록의 전 직원 등을 인용해 캐시앱 계정의 40~75%가 가짜 또는 중복계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캐시앱이 마약, 성매매, 사기 등 각종 범죄에 활용된 계정을 중지하지 않아 범죄를 조장했다고도 썼는데요. 특히 중복계정으로 미국 정부가 푼 코로나19 지원금을 중복 수급하는 사례도 속출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이용자수를 부풀려 주가를 띄운 후 잭 도시 등 경영진은 코로나19 기간 중 10억 달러 어치의 주식 매각해 이익을 챙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후 블록의 주가는 14.8%가 하락했습니다. 블록 측은 “해당 보고서는 사실과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힌덴버그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낸 상황입니다. 켄 피셔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다음 고래연구소 때 추가로 다루겠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피셔는 페이팔 외에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24%)와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AVGO, -23%), 페이스북의 후신인 메타(META·-22%),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로도 주목받는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 -17%) 등의 투자 비중을 줄였습니다. 메타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반도체 관련 회사입니다. 이밖에 TSMC(TSM)도 주식을 일부 줄였습니다. 피셔 인베스트먼트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거시경제 전망을 중요시하고, 개별 기업에 집중하기보다는 국가나 산업 등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방식입니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바늘이 가장 많은 건초 더미를 찾는 것이 더 낫다”는 겁니다. 반도체와 관련해 과거보다 어두운 전망을 가진 것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한 거죠. 다만 피셔는 4분기에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LRCK), ASML와 대표적인 반도체 관련 ETF인 반에크 반도체 ETF(SMH)는 주식수를 오히려 늘렸습니다. 4분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브로드컴의 주가가 반등했을 때 이를 팔고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갈아탔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임기 3년 차를 맞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STEP 4] 근황 토크:대통령 임기 3년의 마법 온다 피셔는 지난해부터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이를 잡기 위한 Fed 긴축에도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가 오를 때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는 전망을 제시했죠. 게다가 물가 상승 이후 1~2년 뒤 주가 상승률은 항상 두 자릿수 이상이었다는 결론도 내렸습니다. 최근 피셔가 밀고 있는 건 미국 대통령 임기 3년 차의 마법입니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서 “대통령 임기 3년 차가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바이든 대통령 임기 3년 차인 2023년에도 큰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죠. 특히 대통령 임기 2년 차가 좋지 않은 경우 3년 차의 수익률은 더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요. 대통령 임기 3년 차의 수익률이 평균 20%였는 데, 임기 2년 차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임기 3년 차의 수익률은 30%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겁니다. ■ 켄 피셔는 누구 「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사진=피셔인베스트먼츠 켄 피셔는 투자업계의 ‘금수저’입니다. 피셔의 아버지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책으로 유명한 성장주 투자의 대가인 필립 피셔(1907~2004년)입니다. 켄 피셔도 아버지 밑에서 투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1979년 독립해 피셔 인베스트먼트를 창립했습니다. 포브스가 소개한 켄 피셔의 프로필에 따르면 250달러(일부 언론은 250만 달러)를 들고 창업했다고 하죠. 현재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은 1970억 달러 규모입니다. 켄 피셔는 1984년부터 2016년까지 포브스에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지금까지 11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이 중 4권이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합니다. 본인도 이런 경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본인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①칼럼니스트 ②피셔 인베스트먼트 창립자 ③베스트셀러 작가 ④리서치 혁신가 등의 순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켄 피셔가 스스로 밝힌 자신의 투자철학은 8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월스트리트의 ‘지혜’는 현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수요와 공급이 모든 가격을 결정한다. ◦자산 배분은 중요하지만, 많은 투자자가 잘못된 자산을 선택한다. ◦시장 사이클은 예측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흔들림은 예측할 수 없다. ◦영구적으로 우월한 투자는 없다. ◦글로벌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 ◦주가지수를 이기려면 뉴스 너머를 봐야 한다. ◦우리(그리고 당신)가 틀릴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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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딩’ 시나리오에 웃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픽’ 유료 전용
올 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 화창한 날은 물론 비가 내리든, 눈이 오든 수익을 낸다는 의미예요. 경제가 성장하든, 침체에 빠지든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포트폴리오라는 거죠.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투자 전략입니다. 말하자면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경제 전망입니다.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보는 ‘워런 버핏’과는 가장 정반대에 서 있는 포트폴리오인 셈이죠. 경기에 따라 주식 편입도 그만큼 자주 합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133개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고, 87개의 새로운 주식을 사들였어요. 버핏이 같은 분기 팔아치운 종목도 새로 사들인 종목이 0개인 것과 대조됩니다.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브리지워터 펀드는 경기 예측에 강한 모습을 여러 번 보여왔습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브리지워터의 간판 펀드는 14%의 수익률을 낸 바 있죠. 2018년 글로벌 헤지펀드가 평균 6.7% 손실을 낼 때 브리지워터의 수익률은 15%를 기록했죠. 웨일위스돔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2.3%(4분기 말 기준)를 냈네요. 아주 좋은 성적표는 아니지만 선방은 했죠.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대표. [사진제공=폭스뉴스] 특히 이번 포트폴리오는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의 입김이 닿은 마지막 포트폴리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달리오는 지난해 10월 47년 만에 회사 지배권을 넘겼습니다. 니르 바 데아 최고경영자(CEO)가 바통을 이어받아 연초 ‘포스트 달리오’ 시대를 위한 개혁을 진행 중이에요. 이런 브리지워터의 내부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 재밌겠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STEP1] 4분기 금융주 늘리고 소비주 줄인 이유 그런 브리지워터의 지난해 4분기 포트폴리오를 보면 분명한 메시지가 보입니다. 바로 금융주를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간 늘려 왔던 소비재 비중은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 비율은 지난해 3분기에 21.49%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26.65%로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단일 주식은 JP모건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은행이죠.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전혀 들고 있지 않았는데, 지난해 4분기에 69만여 주를 사들여 포트폴리오의 0.5%를 채웠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 4대 은행으로 꼽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은행, 그리고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 B주 순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3만 주가량을 사서 그 비중 0.19%(지난해 3분기)에서 지난해 4분기 0.58%까지 늘렸습니다. 씨티은행도 지난해 4분기에 새롭게 128만 주가량을 사들였어요. 포트폴리오 비중은 0.32% 정도 됩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반대로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시대에 꾸준히 늘려 온 소비재 종목은 대거 축소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포트폴리오 비중 2~7위 사이에 있는 P&G와 존슨앤드존슨, 펩시코, 맥도날드 등을 대거 매각해 보유 주식 수를 줄였습니다. 가장 많이 줄인 주식은 코스트코로 지난해 3분기 2.87%에서 지난해 4분기 2.34%로 줄였습니다. 코스트코는 미국의 대형 유통회사죠. 제약회사주로 고배당·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같은 기간 그 비중이 3.9%에서 3.4%로 줄었죠. 지난해 4분기에만 약 114만 주를 팔아치웠습니다. 대표적인 소비재주인 펩시코 역시 3.32%에서 2.98%까지 낮췄고요. 다만 코로나19 이후 오랫동안 유통주를 사들인 만큼 아직 이들 종목이 포트폴리오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P&G(4.13%)는 포트폴리오에 두 번째로 많이 담겨 있어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경기는 연착륙 고금리는 지속된다면…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일단 금리 인상 사이클에 대한 시각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금융주를 늘리고 소비재를 줄였다는 건 고금리 상황이 꽤 오래 갈 것으로 본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상단이 연 4.75%입니다. 지난해 한 해만 4.5%포인트가 넘게 올랐죠. 한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시장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는 21~22일(현지시간) 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죠.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경기 침체 없이 경제 성장이 지속하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입니다. 경기 침체가 와야 금리를 내리는데 미국 고용시장이 좋아도 너무 좋기 때문이지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은행은 돈을 벌게 됩니다. 반면에 이자 부담 등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겠죠. 소비재주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명지 팀장은 “올해 고금리가 오래 가면 인플레이션에도 버티던 소비재주도 약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시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4분기 금융주는 바닥, 소비 유통주는 고점이었다? 또 다른 해석은 지난해 4분기에 금융주를 ‘바닥’에서 담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JP모건 주가는 2022년 10월 11일 101.96달러였어요. 지난 1월 3일 16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주가만 본다면 성공적인 투자였죠. 소비재도 비슷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존슨앤드존슨이나 소비재는 대표적으로 경기방어주인데 잘 버틴 만큼 어느 정도 차익 시현을 하고 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브리지워터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줄인 코스트코 주가는 2020년 1분기에 300달러대였는데, 2022년 4분기에는 500달러까지 올라왔죠. 존슨앤드존슨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2020년 1분기 130~140달러대였던 주가가 2022년 4분기에는 180달러에 근접하며 5년래 최고점에 가까웠습니다. 현재는 다시 150달러대로 내려왔죠.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 2] JP모건 등 美 금융주 따라 사도 되나요? 미국 뉴욕의 JP모건 전경. 연합뉴스 자 그러면 브리지워터를 따라 JP모건 등 금융주를 담아도 될까요? 지난달에 금융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대거 발표됐죠. 브리지워터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늘린 JP모건 실적을 살펴보고, 미 대형 금융주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 웃돌아 JP모건은 미국 최대 상업은행이자 투자은행(IB)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금융 서비스 및 소매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죠. 투자 금융과 국채 및 증권 서비스, 자산 관리, 개인 금융, 신용카드, 상업 금융과 주택 담보 금융 서비스 등 사실상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죠. 컴퍼니마켓캡에 따르면 JP모건(4150억 달러)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은행이기도 합니다. 2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2680억 달러)이고, 3위는 중국공상은행(ICBC·2160억 달러)입니다. 일단 지난해 4분기 JP모건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죠.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104억 달러)보다 6% 늘어난 110달러를 기록했고,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은 3.57달러에 달했습니다. 블룸버그 기준 전문가 추정치 순이익은 93억 달러, EPS는 3.10달러를 모두 웃돌았어요. 금리 인상 수혜를 톡톡히 봤어요. 지난해 4분기 이자 이익은 1년 전보다 18% 증가했습니다. 순이자마진(NIM·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차감한 값)이 2.47%로 1년 전보다 0.84%포인트 오른 덕이죠. 다만 금리가 올라간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증시에 영향을 받는 IB 부문 때문이죠. JP모건의 비이자 이익은 8% 줄었는데, 주로 IB 부문 수수료가 59% 감소한 영향입니다. 실적을 뜯어 보면 지난해 4분기의 버팀목은 이자이익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형 은행주의 관건은 ‘경기’란 말이 나오는 거죠.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 등의 부실이 커집니다. 은행은 대손충당금(매출채권 중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 놓는 것)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운용 자금이 줄면서 이익이 줄게 되죠. KB증권은 “실적의 버팀목인 순이자이익보다 대손충당금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게 미국 은행주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랜딩’이 미국 은행주에 최고의 시나리오? ‘노랜딩’ 시나리오가 미국 대형 은행주에 반가운 이유입니다.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기본적으로 은행주는 경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지난해 4분기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주가가 많이 조정을 받았다”며 “금리가 유지되면서 약한 경기 침체가 오는 게 미국 은행주에는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모건스탠리가 미국 은행주를 추천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벳시 그라섹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 연착륙과 고금리 환경이 실현될 경우 JP모건의 전망이 밝다”며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JP모건의 실적 타격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장단기 금리 차이에 따른 순이자이익 증가세를 누릴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습니다. 그러면서 빠르면 8년 내로, 늦어도 12년 내에 JP모건의 시총이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JP모건의 시총은 약 4000억 달러입니다. 목표주가도 167달러에서 173달러로 상향 조정했죠.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늘어나는 주주환원도 주가에는 긍정적 요소입니다. JP모건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자사주 매입을 재개할 계획을 밝혔어요. 올해 3분기 자사주 매입 재개를 암시했죠. 회사 측이 밝힌 올해 하반기 예상 자사주 매입액은 120억달러였습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JP모건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수적으로 발표한 회사 가이던스 대비 NIM이나 IB 수익, 충당금전입액 등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자사주 매입과 전년보다 70% 늘어날 주주환원 등은 올해 주요 리레이팅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관들의 전반적인 투자 의견을 살펴볼까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JP모건에 대한 투자 의견은 매수가 60.7%, 보유는 39.3%, 매도는 0%였습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브리지워터가 주식을 담을 때보다 JP모건의 주가가 많이 오른 건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하는 점입니다. 그때보다 주가가 이미 50% 넘게 오른 상황이니까요. 📂IVV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담고 있을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편 달리오의 브리지워터가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것도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것도 IVV(iShares Core S&P 500 ETF)란 상장지수펀드(ETF)예요.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ETF예요. ETF 중에서 소위 SPY와 IVV, VOO가 동일 지수를 추종합니다. 그런데 왜 IVV를 가장 많이 보유한 걸까요. 담당 펀드매니저가 아닌 이상 정확한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해외 ETF를 운용하는 KB자산운용 민경호 펀드매니저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IVV는 소위 시장만큼 따라가고 싶을 때 많이 넣습니다. 시장 전체 주식을 조금씩 담는 것보다는 IVV를 보유하는 게 수수료 면에서 이득이죠. 만약 현금 비중을 줄이고 IVV를 늘렸다면 주식 시장에 대해 조금 더 좋게 보았다고 할 수 있겠죠(다만 13F를 통해서는 현금 비중 추이를 알 수는 없습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고 지난해 4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강하게 투자할 만한 종목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다만 투자자들이 얻어갈 수 있는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달리로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지난해 4분기에도 IVV를 늘렸어요. 반면에 SPY는 줄였어요. 둘 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데, 차이는 바료 수수료입니다. SPY는 1993년에 가장 먼저 상장됐는데, 그래서 수수료(0.0945%)가 비싼 편입니다. 대신 평균 거래량이 많다는 게 장점이죠. 반면에 IVV와 VOO는 각각 2000년, 2010년에 상장한 후발 주자인 만큼 수수료( 0.03%)가 싸죠. 대신 거래량이 적죠. 개인투자자라면 거래량은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 수수료가 저렴한 IVV나 VOO가 낫겠죠. ━ [STEP 3] 근황 토크:달리오와 브리지워터의 이별 비용은? 레이 달리오 회장 앞서 달리오와 브리지워터의 이별 소식을 말씀드렸죠. ‘수조원대 퇴직 보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모든 직책을 포기하는 대가로 ‘레이의 몫’이라는 별칭이 붙은 특별주식을 받았다는 등 소문이 무성해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0년 만기로 경영진에게 돈을 빌려 본인 지분을 사게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달리오의 개인 자산은 무려 191억 달러(약 24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제 브리지워터는 ‘포스트 달리오’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핵심은 ‘무거워진 몸집을 줄여라’인 것 같습니다. 브리지워터는 기부금과 보험사, 연금 등 신규 투자를 막지 않으며 몸집을 불려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금 운용의 민첩성이 떨어지면서 몸집이 작은 헤지펀드 대비 시장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사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시타델 등 경쟁 헤지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퓨어알파 펀드는 2022년 상반기 3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9.5%로 마감했습니다. 반면에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의 대표 펀드인 웰링턴 헤지펀드 수익률(2022년 11월 말 기준)은 32%에 달했죠. 달리오의 후임은 니르 바 데아(41)와 마크 베르톨리니(66) CEO입니다. 니르 바 데아는 투자 세계에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2015년 브리지워터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초고속 승진으로 지난해 1월 공동 CEO가 됐죠. 베르톨리니는 2010~2018년 대형 건강보험회사 애트나 CEO를 역임했고, 브리지워터 이사회 멤버로도 3년째 활동했습니다. 바 데아는 올해 초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고강도 개혁 계획을 밝혔습니다. 주력인 퓨어알파 펀드가 일정 규모에 도달할 경우 신규 자금 수탁을 중단하고 약 100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펀드의 상한선은 기존 최고 규모(1000억 달러)보다 20~30% 낮은 수준에서 설정될 전망이죠. 시장 변화에 더 신속히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합니다. ‘포스트 달리오’ 시대의 브리지워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는 5월에 나올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를 기다려봐야겠네요. ■ 레이 달리오는 누구 「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전 세계 자산 1위인 미국의 헤지펀드입니다. 창립자는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레이 달리오. 달리오는 1975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시작해 세계 최고 펀드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약 47년간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 회장을 때론 겸임하며 회사를 경영했습니다. 그러나 이별이 찾아왔죠. 2017년 CEO에서 2021년엔 회장직에서도 물러났고, 2022년 10월에는 회사 지분 등도 모두 처분했다고 합니다. "20세기는 워런 버핏이라면 21세기는 레이 달리오다"라는 말이 있어요.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정반대에 서 있습니다. 달리오는 투자의 ‘거시 환경’을 예측하는 투자를 합니다. 소위 ‘톱다운’ 투자라고 하죠. 반면에 버핏은 거시 환경과 상관없이 기업 본연의 내재가치에 집중해 투자처를 고릅니다. ‘버텀 업’ 투자라고도 합니다. 두 사람은 ‘금’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죠. 달리오는 경기 사이클을 방어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금을 어느 정도 꼭 보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버핏은 기업의 성장성을 신뢰하며 장기 불황기에도 우량주와 성장주는 제 몫을 하기 때문에 금 같은 자산군에는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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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 때 배당주’ 가고 ‘벚꽃 필 때’ 배당주 온다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 인 뉴스 5. ‘깜깜이’ 배당 절차 개선 」 ‘찬바람 불면 배당주’란 말이 내년부턴 ‘벚꽃 피면 배당주’란 말로 바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법무부 등 관계기관은 지난 1월 31일 배당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관을 개정한 상장사는 내년 3월부터 배당 절차가 개선된다. 그동안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에 이름을 올린 뒤 이듬해 봄 열리는 주주총회(주총)에서 정확한 배당액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깜깜이’ 투자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 배당금 확인, 후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깜깜이 배당주 투자’가 개선되면 투자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배당 서프라이즈’가 가능해지면서 배당주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달라질 배당 절차와 함께 향후 배당주 투자를 위한 ‘꿀팁’을 모아봤다. 배당투자 어떻게 할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 방안에 따르면 연간 배당은 상법 유권해석을 통해 배당 절차가 개선된다. 그동안 기업은 관행적으로 결산기 말일을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로 정해 운영했지만 개선안에 따르면 이 둘을 분리해 주총일 이후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개선 방안을 반영한 표준 정관을 마련해 기업에 안내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내년부터 배당 절차를 변경하려는 상장사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배당 기준일과 의결권 기준일을 분리하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내년부터 배당 절차 개선 여부를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 공시토록 했다. 자산 1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매년 5월 30일까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공시해야 하는데, 지배구조 핵심 지표에 ‘배당 절차 개선 여부’를 넣어 O·X로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분기 배당 절차도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분기 배당 절차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올해 상반기 내에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3, 6, 9월 말일의 주주를 배당받는 주주로 정한 내용을 삭제해 이사회 결의일 이후에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이건 알고 시작하자] 기업별로 달라지는 배당 기준일 달라지는 배당 제도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 배당 기준일 등 배당과 관련한 기본 개념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중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은 20.1%로 미국(40.5%), 영국(45.7%), 일본(36.5%)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배당수익률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금이 현재 주가의 몇 % 수준인지를 보는 지표다. 실제 주식을 사서 내 주머니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주가가 떨어져서 배당수익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배당 기준일은 주주가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마지막 날을 의미한다. 이날이 지나 배당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배당락이라고 한다. 이번 배당 절차 개선으로 인해 회사별로 배당 기준일이 다양해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기업별 배당 기준일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올해 정관을 개정한 기업의 경우 이사회 결의로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 이사회는 배당 기준일 2주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공고 내용을 잘 확인해야 한다. 상장협과 코스닥협회는 투자자 혼선을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별 배당 기준일을 통합해 안내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기본편] ‘깜깜이 투자’ 개선으로 배당주 관심↑ 시행 초기의 혼선은 있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금이 확정된 상태에서 배당주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의 불확실성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국내 배당주의 경우 대주주에 대한 높은 세금(배당 기피)과 기업의 높은 이익 변동성 등으로 인해 주요국 대비 배당 성향이 현저히 낮았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2017년 배당소득 관련 세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부유층의 세 부담이 커졌고, 예상치 못했던 ‘배당 쇼크’ 등으로 인해 투자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대표적인 배당주인 은행주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동안 금융위의 배당 자제 권고를 받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배당주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홍 대표는 “물가 등 경제 지표로 볼 때 고금리 또는 중금리 환경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환경에선 주식과 은행 예금의 장점을 취한 중위험·중수익 투자처인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깜깜이 배당’이 개선되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는 불확실성의 해소를 좋아하는 만큼 배당 절차 개선으로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배당주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우선 배당 이력과 함께 실적 전망치를 함께 볼 것을 조언했다. 홍 대표는 “과거의 배당 이력을 확인하면 해당 회사가 꾸준히 배당을 주는 곳인지, 주가가 하락해 고배당으로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실적 전망 등을 통해 매출이 안정되고 이익이 성장하는 회사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27일 기준 219개(증권사 컨센서스 3개 이상 기업) 기업 중 26개 기업이 3년(2021~2023년 추정치) 평균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9.1%)과 JB금융지주(8.9%), BNK금융지주(8.9%), 우리금융지주(8.84%), HD현대(8.6%) 순이다. 219개 기업 중 올해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27개다. 이 중 20곳은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7곳은 지난해보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DGB 금융지주의 배당수익률은 2021년 6.72%에서 22년 9.3%으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는 9.4%로 예상된다. 올해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전년 대비)도 15.1%에 달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LX인터내셔널의 배당수익률은 8.7%(2021년)→8.84%(2022년)→7.96%(2023년 전망치)로 올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도 -27.8%로 나타났다. ━ 📂[심화편] ‘배당 서프라이즈’ 기업 주목 배당 절차 개선으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늘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처럼 ‘배당 서프라이즈’ 종목이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과 순이익이 모두 큰 그룹과 배당 재원이 넉넉한 그룹의 경우 웬만한 배당수익률은 (투자자가) 서프라이즈로 인식하지 않아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면에 시총과 순이익이 중간 규모인 기업이나 시총이 이익에 비해 큰 기업의 경우 배당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DPS(주당 배당금) 증액이 서프라이즈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익 대비 시총이 큰 기업(셀트리온·카카오뱅크·한화솔루션 등)은 주주 환원의 의지만 보여도 시장에선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을수록 주가엔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낮은 종목일수록 환원에 대한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절차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본질은 회사의 배당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기조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최근 자사주 매각과 장기 배당 정책 발표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이런 기업이 꾸준하게 주주와의 약속을 실천하는지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실전편] ISA 계좌와 증여 통해 절세 배당 제도 개선에 따른 옥석 가리기를 통해 배당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투자에 나서는 건 좋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세금이다. 현금 배당과 현물 배당,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 모두 연간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 소득)의 15.4%에 원천징수된다. 여기에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다른 소득 여부에 따라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최대 49.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가장 손쉬운 절세 방법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ISA의 경우 순수익의 200만원(서민·농어민형 ISA 계좌는 4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비과세 기준을 초과한 금액은 9.9% 세율로 분리 과세된다. 미리 증여를 통해 명의를 분산할 수도 있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는 “10년 동안 성인 자녀 5000만원, 미성년 2000만원, 배우자 6억원 한도 내에서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는 만큼 늘어난 배당소득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때 배당 기준일 전 가족에게 배당주를 증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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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땐 강남아파트 못지않다, 긴축 공포에 뜬 탄소배출권 유료 전용
오름세를 타면 서울 강남 아파트 못지않게 급등하는 투자상품이 있습니다. 원유·곡물·커피처럼 원자재 상품으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입니다. 2021년에는 수익률만 145%에 달했죠. 올해 들어 탄소배출권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유럽 탄소배출권 현물 가격은 지난달 23일 기준 t당 94.26유로로 올해 저점(1월 6일) 이후 50여 일간 26.4%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21일에는 장 중 100유로를 돌파하기도 했죠. 탄소배출권 가격은 주가지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주식시장이 힘을 못 쓸 때 분산투자 대상으로 추천하는 자산이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 다시금 긴축 공포가 찾아온 이때가 탄소배출권 투자를 공부해야 할 적기인 이유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탄소배출권이란 가정에서 쓰레기를 버리려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야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기체 쓰레기’를 공기 중에 내다 버리려면 탄소배출권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앞으로 감축해야 할 목표치를 참고해 탄소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주는(할당)데요. 온실가스를 열심히 줄여 탄소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이를 배출권 거래소에 내다 팔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탄소배출권이 더 필요한 기업은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하지요.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소위 ‘돈이 되는 일’이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건 ‘돈이 안 되는 일’로 만든 겁니다. 이윤 추구가 지상 과제인 기업의 본성을 자극해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취지죠. 특히 철강·석유화학·발전소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중공업 업종 기업의 경우 탄소배출권이 없으면 기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제17조)는 물론, 각국도 법률로 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2012년 5월 제정하고 2015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 지역 발전소 모습. 발전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배출 과다 업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 어떻게 거래되나 종량제 쓰레기봉투는 정부가 정한 가격이 고정돼 있죠. 하지만 탄소배출권은 주식·부동산 등 여느 투자자산처럼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유롭게 가격이 형성됩니다. 탄소배출권 수요가 갑자기 줄면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죠. 반대로 탄소배출권 수요에다 투기 수요까지 붙어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죠. 한국은 아직 개인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보다 10년 일찍 제도를 도입한 유럽에선 개인도 탄소배출권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 언제 가격이 오르나 탄소배출권 가격은 언제 오를까요. 주가는 발행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될 때 오르죠. 탄소배출권도 가격이 오를 만한 대표적인 변수들이 있습니다. 이를 정리해 두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죠. ①환경 규제 강해질 때 사라 먼저 수요 측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탄소배출권의 탄생 자체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규제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 돈을 주고서라도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는 기업 수요가 늘게 되죠. 가격 상승 요인입니다. ②경기 좋아질 때 사라 경기 전망이 긍정적일 때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기대되면 상품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산업계는 발전·산업용 설비 가동률을 높입니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수요도 증가하게 되지요. ③무더위·한파 등 이상기후에 사라 탄소배출권 투자자에겐 무더위·한파 등 평소와는 다른 이상기후는 희소식이 됩니다. 무더위에 에어컨 가동이 늘고, 한파에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 이에 필요한 전력 발전설비 가동도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늘지요. 탄소배출권 수요 증가 요인입니다. ④화석연료 사용 늘 때 사라 화석연료 발전이 활발해질수록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릅니다. 원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하락하거나, 자연재해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차질이 생기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량이 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도 증가하게 됩니다. ⑤탄소배출권 공급 줄일 때 사라 때론 정부가 시장에 내놓는 탄소배출권 공급량을 줄일 때가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기업의 생산활동이 둔화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 탄소배출권 가격도 하락하게 되는데요.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은 기업엔 희소식이지만, 정부로선 골칫거리가 됩니다. 기업이 굳이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투자하지 않으려 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이때 정부는 거래소에 유상으로 내놓는 탄소배출권 공급 시기를 늦춥니다. 투자자로선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세에 올라탈 기회가 될 수 있죠. 가격 상승 요인을 반대로 하면 가격 하락 요인이 됩니다. 환경 규제가 느슨해지거나,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가격이 하락하죠. 기업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정부가 탄소배출권 공급을 늘릴 때도 가격이 내려가겠고요. 공식처럼 외워두면 좋을 만한 변수들입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현재 상황과 향후 가격 전망은. 올해 들어 가격이 뛴 탄소배출권은 유럽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EUA)입니다. 미국 탄소배출권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고요.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배경엔 앞서 설명한 변수 중 환경 규제와 경기 전망, 이상기후, 화석연료 가격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EU는 지난해 12월 공격적인 탄소 배출 규제에 합의했습니다. 기업의 탄소배출량 연간 감축률을 기존 2.2%에서 4.2%로 높였죠. 또한 EU가 수입하는 공산품에 ‘탄소 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도입하고, 이를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와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EU 내에서도 국경세를 부과하는 동일 업종의 기업에는 탄소배출권 공짜 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얘기죠. 이런 환경 규제 강화는 가격 상승 요인이 됩니다. 올겨울 유럽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든 것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죠. 유럽 산업계에서 가스 발전 비중이 40%를 차지할 만큼, 천연가스는 주요한 에너지원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줄었지만, 유럽의 따뜻한 겨울로 난방용 수요가 줄며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을 찾으며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거죠.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계속 상승 추세를 보였다”며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등 유럽의 강력한 탄소중립 의지는 중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당분간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100유로를 넘어섰다는 의미는 신재생에너지·수소 투자가 늘어날 수준이 됐다는 것”이라며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의 비용 구조도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화석연료 활용도가 떨어지고, 기업의 생산활동이 둔화하면 탄소배출권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는 거죠.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탄소 배출이 필요 없는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경면 한경풍력 발전단지 모습. 뉴스1 ━ 개인은 어떻게 투자할 수 있나.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이 큰 만큼 개인도 적절한 타이밍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이미 개인도 탄소배출권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 등 금융 투자상품을 내놨습니다. 탄소배출권 투자 시장이 더는 기업이나 기관투자가만의 리그는 아니란 얘기죠. 최근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여준 유럽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ETF’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ETF’ 등이 있습니다. 유럽 탄소배출권뿐만 아니라 미국·영국 등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 등이죠. 미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그동안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앞으로는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관순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연방정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65% 줄이는 등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강력한 정책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 가격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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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32% 뛴 커피 생두…그럼 스벅에 투자해야 하나 유료 전용
「 32.6% 」 지난 21일까지 40여일간 뛴 커피 선물 가격입니다. 커피 생두 가격이 오른 영향이죠. 식후 커피 한 잔은 직장인의 필수 코스지만 지난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제히 커피 가격을 올리며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주머니 사정에 커피 한잔하기도 망설여지는데요. 하지만 똑똑한 머니랩 독자라면 이런 가격 변화를 투자의 시각에서 살펴봐야겠죠. 커피는 담배나 술처럼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가격 비탄력적인 재화로 꼽히죠. 외식 물가 상승세를 타고 커피값도 올랐지만 주변에 커피 끊었다는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수입량은 한 해 전보다 9.5% 늘어난 20만t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습니다. 국내 성인 1명이 하루 1.3잔은 거뜬히 마실 양을 수입한다는 얘기입니다. 수요는 줄지 않는 데 커피값이 오른다면 커피를 가진 사람은 돈을 번다는 건 상식. 카페를 차리거나 커피 농사를 짓지 않아도 커피로 돈 벌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자본시장이 돈이 될 만한 건 이미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놨으니까요. 이번 머니랩에선 평범한 개인이 치솟는 커피 값에 올라타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커피 생두 얼마나 올랐나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커피 원자재 가격 기준인 미국 커피 C 선물 가격은 지난달 11일 바닥을 찍고 지난 21일까지 32.6%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2% 올랐으니 국내 증시보다 커피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트코인의 상승률(지난달 11일~이달 21일까지 업비트 기준 41.1%)보다는 못하지만, 커피도 암호화폐 못지않게 오를 땐 화끈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원유·금·구리 등을 포함한 원자재 시장에서도 커피는 최근 한 달간(지난 17일 종가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19.84%)을 올렸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가파른 생두 가격 상승, 왜? 커피도 농산물의 일종인 탓에 기후가 가격 변화에 상당히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는 커피 열매를 정제해 커피 생두를 만들고 이를 볶아(roasting) 원두로 만들죠. 원두는 곧바로 스타벅스·커피빈과 같은 커피전문점으로 납품되기도 하고, 인스턴트 커피 제조회사로 팔리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커피 열매가 자라는 곳의 기후가 커피 생두 가격부터 커피 전문점, 제조사 등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 커피가 주로 생산되는 지역의 기후와 그에 따른 커피 생산량을 확인하는 게 커피 투자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죠. 전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커피 생두의 40%가 브라질에서 생산됩니다. 브라질은 한 해에만 4420만 자루(2019년)를 생산해 커피 생산의 종주국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인 베트남보다 1.6배 더 많이 생산하지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서 커피 생두 가격은 곧 브라질의 날씨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합니다. ‘브라질 기후 악화→커피 생산 감소→생두 가격 상승’ 공식이 작용하는 것이죠. 올해 들어 커피 생두 가격이 랠리를 탄 것 역시 브라질 기후 때문이었습니다. 커피나무는 가뭄·냉해 등 이상 기후에 특히 약한 식물인데요. 브라질은 지난해 라니냐 여파로 가뭄에 냉해까지 겹치면서 커피 생육에는 최악의 조건이 만들어진 겁니다. 라니냐는 태평양 동쪽 적도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 기후를 말합니다. 라니냐는 중남미 지역의 가뭄을 동반하지요.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브라질과 남미 지역은 2020년엔 코로나19로 커피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지난해엔 가뭄·냉해 탓에 커피나무를 새롭게 심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라니냐 현상으로 이상 기온은 예상했지만, 열대성 기후 지역에 냉해가 생긴 것까진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라질은 가뭄에 냉해 피해까지 더해져 아라비카 커피 작황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 농부가 얼어버린 커피나무 잎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생두 가격 앞으로도 오를까 증권가에선 당분간 커피 생두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브라질 이상 기후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전망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창고에 비축된 재고량마저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래 국제상품거래소(ICE) 기준 커피 재고는 100만 자루(자루당 60㎏)를 밑돌아 지난 10년간 가장 여유가 없는 수준을 기록 중”이라며 “이는 브라질 커피 생산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국면에서 커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암시한다”고 밝혔습니다. ━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커피 생두 가격이 오른다고 개인이 식음료 기업처럼 커피를 대량 구매할 순 없는 노릇이겠죠? 자본시장엔 이런 투자자를 위해 커피 생두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투자 상품들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커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은 없지만,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상품들이 있지요. 대표적인 상품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이패스 블룸버그 커피 토털 리턴 서브 인덱스 상장지수채권(ETN)’(JO)입니다. 이 상품은 다른 농산물엔 투자하지 않고 오직 커피에만 투자하는 상품이라 커피 생두 가격과 사실상 같은 패턴으로 움직입니다. 커피를 중심으로 옥수수·대두 등 기타 농산물에도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아이패스 블룸버그 어그리컬처 서브 인덱스 토털 리턴 ETN’(JJA)도 있습니다. 이들 상품은 국내 주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품에 투자할 땐 미국 자본시장의 과세 제도를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합니다. 미국 연방 국세청(IRS)은 올해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원자재·에너지·부동산·인프라 관련 ETF·종목을 매도할 때 매도 금액의 10%를 과세하는 공개거래파트너십(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단타성 매매 행위로 원자재나 인프라 상품 가격이 널뛰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지요. PTP 제도가 적용되는 상품이라면 향후 10%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게 좋다는 얘기죠. PTP 적용 상품 목록은 개별 증권사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은 커피 원자재 관련 상품은 적용 대상에 없습니다만 앞으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도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생두 오른다고, 스타벅스에 투자해도 될까 원자재 형태 커피에 투자하는 방법 외에도 커피 관련 식음료 업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미국 상장 종목으로 스타벅스(SBUX)가 있죠. 다만 스타벅스 주가는 커피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따라서 오르진 않습니다. 오히려 커피 생두 값이 오르면 스타벅스 입장에선 원료비가 늘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죠. 정유회사처럼 원자잿값 상승 추세를 상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커피 음료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격 전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의 스타벅스 매장. UPI=연합뉴스 스타벅스 주식은 커피 원료 가격보다 수요 측면의 변수를 따져가며 투자하는 게 더 좋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가 해제된 중국의 매출 향방이 스타벅스 주가엔 더 중요한 변수지요. 스타벅스는 올 연말 6000여 개 수준의 중국 내 매장 수를 2025년까지 900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유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 확장은 기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본격화할수록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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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연금에 月10만원 낼판…건보 피부양자 유지하려면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 인 뉴스 3. 건강보험 피부양자 」 남편과 사별한 뒤 국민연금과 자녀가 주는 용돈, 이자 등으로 생활하는 김모(72)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말부터 공적연금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지인이 늘고 있어서다. 공시가 7억원 상당의 주택에 사는 그는 매달 80만원가량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 마땅한 소득이 없어 직장가입자인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는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연간 120만원 상당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면 부담이 크다”며 “혹시라도 피부양자에서 탈락될까 봐 정기예금 통장 하나 만드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집 한 채만 갖고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피부양자 소득 문턱을 기존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자격 요건이 깐깐해지면서 지난해 말 50만 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라면 꼭 알아야 할 새로 바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따른 피부양자 제도를 해부했다. 2022년 9월분 건보료부터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도 연소득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된다. 이는 2022년 8월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대한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뉴스1 ━ 📂[이건 알고 시작하자] 작년 말 피부양자 탈락 50만명?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그리고 피부양자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인이 대상이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은 지역가입자에 속한다. 피부양자는 경제적 부담 능력이 낮아 직장가입자인 가족에게 피부양자로 등록해 의료보장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비롯해 직계 존·비속(배우자의 조·부모 포함), 형제·자매가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피부양자는 1763만3000명으로 전체 건강보험료 가입자의 34%를 차지한다. 건보공단은 해마다 10월이면 전년도 소득과 그해 재산 변화를 따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다시 매긴다. 이때 피부양자 자격요건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그해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자가 50만 명을 넘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 보험료 부과자료 연계로 피부양자 인정 기준을 맞추지 못해 지난해 12월 1일자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사람은 50만5449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말 추산한 27만3000명보다 크게 늘었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이들은 그동안 내지 않았던 건강보험료를 가구당 월평균 10만5000원 정도 내야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피부양자 탈락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정부가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손질한 영향이다. 우선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소득과 재산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제도 개편으로 소득 문턱이 높아졌다. 소득 기준이 기존의 연간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됐다. 일부 피부양자가 소득과 재산 등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연간 2000만원 이하라는 소득 요건을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소득 기준 2000만원 이하 조건을 적용받으려면 주택 등 재산은 과세표준액 기준 5억4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재산(과세표준액)이 5억4000만원을 넘고 9억원 이하인 경우엔 연간 소득 기준의 문턱은 1000만원으로 더 높아진다. 재산 기준도 이번 개편에서 5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었다가 지난 정부의 집값 폭등을 고려해 유지하기로 했다. 또 피부양자가 사업자등록이 있다면 사업소득이 없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없어도 사업소득이 있다면 연간 5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다. ━ 📂[기본편] 연금액 167만원이면 탈락? 피부양자 파헤치기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나 독거노인에겐 연간 120만원 상당의 보험료는 부담이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격 요건의 핵심인 소득과 재산에 대한 평가 방법과 평가 시기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2000만원’ 합산 소득에는 월급(근로소득)은 기본이고,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사업소득, 공적연금 소득 등이 포함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연금 생활자의 경우 정기예금 이자에 관심이 커졌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돈을 굴리는 사람이 늘었다. 문제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기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뿐더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저축은행 정기예금이 연 6%까지 치솟을 때 2억원을 1년짜리 정기예금에 묻어두면 예금이자는 1200만원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이나 배당소득을 더해 2000만원이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 이때 예금 이자는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15.4%)을 부과하기 전 이자(세전 이자)로 계산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예금이자 소득을 실제 손에 쥐는 세후 이자로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특히 재산 과세표준액이 5억4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자소득이 1001만원이 돼도 피부양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득 기준이 연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연금 생활자도 비상이다. 매달 166만6000원이 넘는 공적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다. 공무원 연금을 비롯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자가 대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퇴직연금계좌(IRP)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은 소득 합산에서 빠진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연간 공적연금 2000만원 초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사람은 지난해 9월 기준 20만5212명(동반 탈락자 포함, 예상치)으로 파악됐다. 연금 유형별로 공무원 연금이 16만4328명으로 가장 많고, 군인연금(1만8482명)과 사학연금(16657명), 국민연금(4666명) 순이었다. 그 때문에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반납’과 ‘추후납부(추납)’도 주의해야 한다. 반납은 1999년 이전 직장 퇴사 등의 이유로 받은 일시금을 이자와 함께 반환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복원하는 제도다. 추납은 과거 소득이 없어서 내지 못했던 기간에 대해 본인이 원할 때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아 연금액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탈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공단도 최근 연금 수급 예정자나 반납·추납 신청자 대상으로 “반납급(추납보험) 납부로 연금수령액이 증가하면 건강보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피부양자 자격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재산 허들도 넘어야 한다. 주택과 토지, 건축물, 선박, 비행기 등 ‘매년 재산세가 부과되는 재산’이 대상이다. 재산은 시가나 공시가격 대신 과세표준으로 평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시가의 약 70%)에 행정안전부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해서 재산세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예컨대 공시가 9억원 주택의 과세표준은 5억4000만원이다. 특히 상당수가 헷갈리는 게 올해 건강보험료 산정을 위한 소득과 재산을 평가하는 시점이다. 소득은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고, 재산은 올해 6월 1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어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오는 11월 건강보험료를 결정하는 소득은 오는 6월 말까지 국세청에 신고한 2022년 소득이다. 이와 달리 재산은 올해 6월 1일 소유 기준으로 확정된 재산세 과표 금액이 공단에 통보된다. ‘배우자 동반 탈락’도 소득과 재산 기준이 다르다. 소득은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소득 기준을 초과하면 배우자도 함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예컨대 남편의 연금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고, 아내는 연금이 0원인 경우에 아내도 남편과 함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 소득 기준과 달리 재산은 피부양자 요건에서 부부 한 명이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사람만 탈락한다. 배우자는 그대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 📂[심화편]‘가구당 월평균 10만5000원’… 지역가입자 되면 보험료 얼마나 낼까 그렇다면 피부양자 탈락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보험료는 얼마나 낼까. 지역가입자는 소득은 물론 주택이나 자동차 등 다른 재산까지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기준도 바뀌었다. 소득은 97개 등급에 점수를 매기는 ‘등급별 점수제’에서 ‘소득 정률제’(소득*보험료율)로 바뀐다. 월 소득이 100만원이면 소득보험료는 7만900원(100만원*올해 보험료율 7.09%)이다. 연금소득 평가율은 30%에서 50%로 올렸다. 연금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했던 것을 50%로 높였다는 의미다. 주택과 자동차 등 재산 보험료 부담은 낮췄다. 기존에 재산 구간별로 재산공제액을 500만~1300만원 차등 적용했던 방식에서 일괄 5000만원 공제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 차량가액이 4000만원 미만이면 건강보험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역보험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구조는 소득에 대해선 동일한 보험료율(7.09%)을 적용하고, 주택 등 재산은 금액에 따라 점수를 매긴 후 점수당 금액(올해 208.4원)을 곱해 합산한다. A씨가 공무원 연금으로 매달 200만원을 받고,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1년에 432만원(월 36만원)을 번다고 가정하자. 그는 시가 2억원(재산과표 1억원) 상당의 토지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총소득은 2832만원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된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A씨의 소득에는 월 9만6400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매달 받는 연금(연금평가율 50% 적용 시 100만원)과 사업소득(36만원)에 건강보험료율(7.09%)을 곱해 계산한다. 재산은 재산과표(1억원)에서 5000만원을 공제한 금액의 재산등급별 점수(268점)에 부과점수당 금액(올해 208.4원)을 곱하면 5만5800원이 나온다. 지역가입자가 된 A씨 건강보험료는 총 15만2200원이다. 다만 A씨처럼 제도 개편 이후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변경된 이들은 올해 8월까지 80%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씨도 80% 감면으로 건강보험료는 3만440원으로 낮춰진다.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4년에 걸쳐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첫해 80%를 시작으로 2년 차엔 60%, 3년 차 40%, 4년 차 20% 등 계단식으로 경감하는 방식이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의 보험료 계산기를 이용하면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 ━ 📂[실전편] “이자소득 분산”…‘2000만원’ 소득 허들 넘기 [셔터스톡]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상당수 전문가는 비과세 상품 활용으로 금융소득 2000만원 허들을 피해 가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비과세종합저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은행에서 비과세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원금 기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이자소득세(15.4%)를 면제해 준다 비과세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도 있다. ISA는 예금과 주식·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총 1억원을 운용할 수 있는 계좌다. 3년 의무보유기간을 유지하면 이자소득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초과 금액은 9.9% 세율로 분리과세 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금보험도 소득세법에 명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시납 상품은 1인당 1억원 한도로 10년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월 적립식 상품은 5년 납입과 10년을 유지해야 한다. 1인당 총 보험료는 월 15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도 효자 상품이다. 연금저축과 IRP를 통해 받는 사적연금소득은 건강보험료 소득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세액공제도 챙길 수 있어서다. IRP는 근로자 이직에 따른 퇴직금이나 여유자금을 넣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는 퇴직연금 계좌다. IRP 계좌에 연간 900만원(연금저축 포함)을 채운다면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5000원(세액공제 16.5%)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꺼번에 소득이 몰리는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자산관리 사업본부 자문역은 “이자 소득이 나오는 시기는 물론 부부 소득까지 분산해 각각 연간 소득이 2000만원이 넘기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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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무 언니’의 기사회생? 1월 수익 27.8%의 두 얼굴 유료 전문공개
‘돈나무 언니’의 부활입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굴리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달 최고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의 대표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1월 수익률은 27.8%에 달했습니다. 2014년 펀드 출시 이후 최고의 월간 수익률이었다고 하죠. 사실 돈나무 언니, 지난해 마음고생을 꽤 했습니다. 고강도 긴축 여파로 펀드 수익률이 60% 넘게 하락한 탓이죠. 지난해 11월엔 SARK로 불리는 ‘안티 캐시 우드 ETF’(주력 펀드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가 등장하며 “캐시 우드와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굴욕을 당했고, 지난해 12월엔 투자자 설득을 위해 한국까지 직접 달려왔죠.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 AFP=연합뉴스 ━ 2020년 152% 상승, 지난해엔 -60% 돈나무 언니를 소환한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며 성장주 중심의 투자에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게 돼서입니다. 연초 기대 이상의 ‘반짝 랠리’를 펼친 성장주는 투자자에게는 난해한 고차방정식과도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담아야 할지, 아직은 거리를 둬야 할지 말이죠. 이럴 때 ‘성장주의 무덤’이던 지난해 성장주를 더 사 모았던 그의 ‘청개구리 투자’ 전략을 참고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투자 전략을 분석하는 것도 올 한 해 성장주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유용할 수 있겠죠. 일단 아크 이노베이션 ETF 구성 종목을 보면 롤러코스터를 탔던 수익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현재 테슬라(10.44%)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죠.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8.24%)과 스트리밍 플랫폼인 로쿠(7.03%), 암 진단 회사인 이그젝트 사이언시스(6.86%) 등을 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연초부터 지난 16일까지 86.9% 올랐어요. 같은 기간 줌은 16.9%,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32.3% 상승했습니다.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아크 ETF는 ‘성장주’란 말로도 부족한, 나름 ‘파괴적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률이 들쑥날쑥합니다. 아크 인베스트에 따르면 대표 펀드의 최근 5년간 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2018년 3.52%에서 2020년 152.8%까지 치솟았다가 2021년 -23.38%에 이어 지난해엔 -60.38%를 기록했습니다. 모 아니면 도였죠. 포트폴리오가 이렇다 보니 올 초 성장주 중심의 ‘랠리’에선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펀드 편입 종목 중 코인베이스는 1월 한 달간 65% 급등했고, 같은 기간 쇼피파이(42.2%)와 테슬라(39.4%), 엔비디아(33.6%) 등이 30%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 종목들의 수익률은 사실상 ‘폭망’에 가까웠습니다. ━ ‘폭망’의 날, 테슬라 등 ‘폭풍’ 매수 하지만 우드는 지난해 폭망한 종목을 되레 ‘줍줍‘(줍고 또 줍는다) 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지난해 11월 9일 코인베이스와 줌 비디오, 테슬라 등 6개 종목을 추가로 매수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전날 42만 주를 매수한 데 이어 이날에도 20만7527주를 사들였고요. 로블록스(29만 주)와 테슬라(2만7594주) 등을 쓸어 담았죠. 당시는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을 앞두면서 비트코인이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3일간 19.3% 급락한 살벌한 시기였습니다. 테슬라 역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40억 달러(약 5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면서 4거래일 동안 주가가 14% 넘게 떨어진 상태였습니다(연초 대비로는 50% 넘게 하락). 우드는 지난해 11월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 지난 1년 반~2년 동안 두들겨 맞은 이유라면, 반대 시나리오에선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죠. ‘돈나무 언니’의 이런 역발상 투자는 현재까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9일 해당 펀드에 가입했다면 지난 16일 기준 수익률은 29%입니다. 이 기간 코인베이스(42.6%)와 테슬라(13.8%)가 오른 덕이죠. 물론 지난해 처참한 수익률을 생각하면 이 정도 수익률로는 ‘아직도 배고프다’고 여길 수 있죠. 우드는 성장주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CNBC에 따르면 그는 혁신 기업의 시장 가치가 지난해 13조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200조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50년을 선형적 성장의 세계에서 보냈기 때문에 40%란 숫자가 무척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공지능(AI)과 우리가 연구한 14개의 기술 덕분에 우리는(…) 초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위한 황금기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믿는다. (캐시 우드) ━ 성장주의 걸림돌, 금리 인상 장기화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그가 말한 ‘금리 정점’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있는 건데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오름폭이 컸습니다. PPI는 전달보다 0.7%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인사들도 공공연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 16일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FOMC에서 기준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확률은 지난주 9.2%에서 지난 16일 21%로 훌쩍 뛰었죠.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직원들이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다시피 금리 인상은 성장주에 치명적입니다. 성장주는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어요. 금리가 오르면 당장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선택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게 됩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1월 CPI·PPI 수치를 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떨어지기보다 현 수준에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미국이나 한국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불발되며 성장주 투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성장주 투자에 손 놓고 있기도 찜찜합니다. 지난달처럼 성장주의 ‘깜짝 랠리’처럼 주가가 훅 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개별 주식에 대한 매수 타이밍을 잡기 힘들 땐 ETF를 통한 분산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동안 시장이 불안감 속에서 지표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지표를 확인하며 성장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피벗(Pivot·방향 전환)이 조금 연기되더라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유효해지는 시기라고 판단된다. 미국 주식이 선행적으로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100이나 미국 테크 톱10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ETF를 추천한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 본부장) ━ 강력한 테마로 떠오른 ‘챗GPT’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성장주는 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과 유동성 악화로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감원(구글 1만2000명·메타 1만1000명·MS 1만 명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나 챗GPT의 등장으로 MS·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통한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향후 시장 안착 구간에선 생존한 기업이 강세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팀 부장) 연초부터 성장주가 랠리를 펼친 듯하지만 잘 따져보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챗GPT 효과로 연초 대비 50% 넘게 올랐습니다. 업계는 챗GPT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이 1만여 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AI 군비 경쟁’에 비유했어요. AI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엔비디아·AMD·인텔 같은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5일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기존보다 40달러 올린 25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BofA는 보고서에서 “속도가 붙은 실리콘·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로 구성된 엔비디아의 ‘풀 스택’은 글로벌 클라우드 고객과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 생성형 AI 군비 경쟁을 선도하기 위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아키텍처 암페어(Amper)에 들어가는 A100 GPU. 사진 엔비디아 이런 기세를 몰아 아예 챗GPT 테마 ETF도 나올 예정입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챗GPT 테마 ETF의 상장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대화형 인공지능(AI) 테마를 우선순위로 하는 ETF(25~50개 종목 편입)로 4월 중순께 상장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 테슬라 안 사고 테슬라 ETF 사는 이유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시총) 비중에 따라 편입한 대표 지수 투자가 고루하게 느껴지면, 동일 비중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합니다. 성장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기업의 성장성이 더 높은데 시총 비중대로 편입하면 이들 종목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도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의 주요 성장주를 시총 비중이 아닌 동일 비중 방식으로 담은 결과 해당 펀드(코덱스 미국 FANG 플러스 H)는 연초 대비 35.25%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에프앤가이드 기준). 싱가포르 쇼룸에 전시 중인 테슬라 모델 3.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가장 빨리 턴어라운드를 할 것으로 예상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대부분이 테크주인 만큼 테크주 중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애플 같은 큰 기업은 구조조정이 어려운 반면 상대적으로 시총 비중이 낮은 메타·넷플릭스·엔비디아 등은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해왔다. 좀 더 공격적인 ETF 투자를 원한다면 시총 비중대로 포트폴리오를 짜기보단 동일 비중 방식으로 담는 전략이 유효하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 컨설팅 팀장) 성장주 단일 종목으로 된 ETF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지수나 포트폴리오가 아닌 단일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해 레버리지나 인버스(역방향) 투자에 적합한 투자 상품입니다.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단일 종목 30%와 채권 70%로 이뤄진 단일 종목 ETF가 출시됐습니다. 다만 레버리지도 없고 편입 비중도 30%로 제한돼 단일 종목 수익률보다 수익률이 낮습니다. 예컨대 타이거 테슬라채권혼합Fn은 지난 17일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이 24%, ACE 엔비디아채권혼합 블룸버그는 20.5%입니다. 물론 충분히 높은 수익률이지만 테슬라(86.9%)와 엔비디아(53.7%) 주가 상승 폭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저조하죠. 국내 단일 종목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 적합한 상품입니다. 퇴직연금 계좌엔 ‘알주식’을 못 담고 ETF·펀드·리츠 상품만 담을 수 있기 때문인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엔 단일 종목 ETF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머니랩’ 연재 콘텐트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인 The JoongAng Plus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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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보험료 2번씩 낸다고? 이것만 하면 ‘年 30만원’ 번다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 인 뉴스 2. ‘실손보험 중지제도’ 」 치솟는 물가로 지갑이 얇아지자 한 푼이라도 아끼고 더 불리는 ‘짠테크’가 뜨고 있다. 그런데 전화 한 통, 혹은 팩스 한 장으로 연간 3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짠테크’ 방법이 있다. 바로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중지 제도다. 중복으로 가입한 개인 실손의료보험과 법인 실손보험 중 하나를 중지하는 제도로, 대상자는 직장에 다니는 약 144만 명이다. 직장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단체·개인 실손보험 중지 제도’(이하 중지 제도)를 해부했다. ━ 📂[이건 알고 시작하자] 144만 명이 보험료만 두 번씩 낸다고?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비급여 치료비까지 보장해 주는 보험상품이다. 가입자만 4000만여 명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 판매 시기에 따라 1세대 실손(2009년 9월 이전 판매), 2세대 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3세대 실손(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4세대 실손(2021년 7월 이후 판매)으로 나뉜다. 주로 개인이 가입하지만 회사 등 법인에서도 직원 복지 차원에서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개인과 단체 실손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한 직장인은 144만 명 수준이다. [셔터스톡] 이처럼 개인과 단체(회사)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한 사람들이 올해 1월부터 단체 실손을 중지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개인 실손보험만 중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개인 실손의 보장이 더 두텁다는 이유로 중복 가입을 유지해 온 가입자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제도를 손질했다. 실제 실손 중복 가입자 중 중지 신청을 한 가입자는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단체보험을 중지할 경우 회사가 납입한 보험료도 회사가 아닌 직원 개인에게 직접 돌려준다. 만약 개인 실손을 중지한 직원이 퇴직 등의 이유로 개인 실손을 재개할 때는 ‘재개 시점의 상품’과 ‘중지 당시 본인이 가입했던 종전 상품’ 중 하나를 택해 재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재개 시점의 상품만 선택이 가능했다. 다만 퇴직 등으로 단체 실손이 종료된 뒤 1개월 이내에 개인 실손 재개 신청을 해야 별도의 심사 없이 개인 실손 재개가 가능하다. 1개월이 넘으면 별도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보장 내용 변경 주기(5~15년)가 지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재개 시점에 판매 중인 상품으로 보험이 재개된다. 2013년 4월 이후 판매한 실손보험은 약관에 따라 15년마다(2021년 7월 이후는 5년마다) 보장 내용이 변경되는 만큼 해당 보험 가입자 중 변경 주기를 넘긴 경우에는 재개 시점에 판매되는 상품으로 가입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개인보험을 유지해도 해당 시점에는 상품을 갈아타야 하므로 유·불리가 있는 건 아니다. ■ 「 1. 중복 가입 여부 체크 한국신용정보원 크레딧포유 홈페이지에서 실손 가입 현황과 보험회사 조회가 가능. 보험별 보장 한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2. 단체실손 중지 특약 여부 체크 단체 실손 중지는 회사와 보험사가 ‘단체 실손보험 중지·환급 관련 특약’ 체결 시에만 가능하다. 회사 내 단체 실손 업무 담당자나 단체 실손 가입 보험사 등을 통해 특약 체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단체 실손은 1년마다 재계약을 맺는데, 아직 재계약 시기가 오지 않았다면 해당 특약 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3. 보험 중지하기 해당 보험회사 콜센터에 문의해 안내를 받으면 된다. 단체 실손은 회사 내 단체보험 업무 담당자, 개인 실손은 담당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안내를 받아도 된다. 4. 법인 실손은 매년 중지 신청 법인 실손은 1년마다 재계약을 맺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매년 중지 신청을 새로 해야 한다. 5. 개인 실손 중지했다면 개인 실손을 중지한 상황에서 퇴직 등을 했다면 반드시 1개월 이내에 보험사 등에 개인 실손 재개를 신청해야 한다. 」 ━ 📂[기본편]그래서 얼마나 아낄 수 있는데…정부 계산은 연간 36만원 개인과 단체 실손보험 중 하나는 중단하는 게 경제적으로는 낫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에 2개 이상 가입했다고 보험금이 더 나오는 건 아니다. 중복 가입 시 보장 한도는 늘어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개인 실손의 보장 한도 5000만원을 다 채우는 경우도 극히 드문 상황이라 보험 1개로도 보장 범위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단체 혹은 개인 실손 중 하나를 중단할 경우 연평균 36만6000원씩 보험료 부담이 경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 개인 실손의 연평균 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다만 본인이 가입한 상품, 연령·성별 등에 따라 경감액은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만 단체 실손을 중단할 경우 손에 쥐는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개인 실손보험료가 단체 실손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서다. 단체 실손은 보험료가 낮은 대신 비급여 진료에 대한 자기 부담이 높아진 4세대 실손만 존재한다. 반면에 개인 실손 가입자의 94.8%(2152만 명, 손해보험업계 기준)는 4세대 실손보다 보험료가 높은 1~3세대 실손 가입자다. 40세 남성의 평균 보험료를 판매 시기별로 살펴보면 1세대 4만7485원, 2세대 3만1295원, 3세대 1만5058원, 4세대 1만1649원 등이다. 예컨대 2세대 실손 가입자의 경우 개인 실손을 중지하면 연간 37만5540원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법인 실손을 중지하면 13만9788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체보험은 단체요율이 적용돼 보험료가 개인보험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 환급받는 돈은 더 적을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심화편] 보험료만 생각하지 말고 보장까지 봐야 보험료만 놓고 보면 개인 실손을 중단하는 게 일반적으로 낫지만 금융당국도, 보험업계도 개인 실손을 중단하는 게 맞다고 쉽게 권하지 못한다. 개인 실손은 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자기부담비율, 보장 내용 등 보상 범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법인 실손도 법인의 복지 수준 등에 따라 보장 한도가 1000만~5000만원 등으로 나뉘는 등 상품 구조가 다양하다. 금융당국도 “중복가입 중인 실손보험별 보장 내용과 보험료 등을 잘 살펴보고 중지 신청 여부 및 어떤 상품을 중지할지를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만 내놓고 있다. 개인과 단체 실손 중단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하려면 개인 실손의 가입 시기별 상품 특징을 잘 따져야 한다. 실손은 가입 시기별로 보장 내용과 병원비 중 본인이 내야 할 비용(자기부담금)이 크게 달라진다. 대체로 최근에 판매된 상품일수록 자기부담금이 높고, 비급여 보장에 횟수 제한 등 비급여 관련 요건이 깐깐해진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 1세대 실손(2009년 9월 이전)은 표준화 이전 실손이라 보험마다 보장 내용이 다르다. 다만 입원비는 자기부담금이 한 푼도 없는 데다 통원치료 관련 비용도 5000원만 공제하고 전액 보상해 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다만 최근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개인 실손 재개 때 1세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커졌다. 2세대 실손부터는 모든 보험사의 보장 내용이 같도록 표준약관이 적용된다. 이때부터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됐는데, 2세대 내에서도 가입 시기에 따라 자기부담금 차이가 있다. 3세대 실손은 보험금 누수가 많았던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영양주사 등)·MRI 등을 특약 형태로 분리하고 자기부담금을 높인 게 특징이다. 현재 팔고 있는 4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자기부담금이 진료비의 20~30%로 높은 편이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은 경우 보험료가 할증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실전편] 가입 시기별 어떤 게 유리할지 찾아보니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어느 보험을 중단하는지에 따라 유·불리 계산이 복잡해진다. 보험료만 생각해 개인 실손을 중지했다가 보험 중지로 절감하는 보험료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예컨대 비급여 진료로 연간 500만원을 지출했을 경우 자기부담금은 1세대 0원, 2세대 50만~100만원, 3세대 100만원(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150만원), 4세대 실손 150만원 수준을 부담하게 된다. 2세대 가입자가 개인보험을 중단해 연간 40만원의 보험료를 절감했더라도 본인부담금이 50만~100만원이 늘어나는 만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 2세대 실손 가입자는 본인의 평소 의료 이용량 등을 감안해 개인과 단체 실손 중 어느 것을 중지할지 택하는 게 낫다. 이런 계산에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게 생명·손해보험협회의 보험다모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실손의료보험 계약전환 간편계산기’(클릭)다. 계산을 통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경우 자기부담금 등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가입자라면 개인 실손보다 법인 실손을 중지하는 게 낫다. 통상 갈아타기의 경우 기존 실손과 4세대 실손 간 보험료 차이가 10만원 이상 날 경우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아래 그래픽처럼 2세대 실손 가입자인 직장인 A씨(38)가 개인 실손을 중지할 경우 단체 실손 중지 때보다 16만2000원을 더 아낄 수 있지만, 늘어나는 자기부담금을 고려했을 때는 연간 의료비 지출액이 200만원(입원 100만원, 통원 100만원)이 넘을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1, 2세대 실손의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60대의 월평균 실손보험료는 1세대 16만139원, 2세대 9만2539원 등이다. 반면에 4세대 실손은 3만4171원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1, 2세대 실손은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매년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고, 3세대 실손 인상률도 올해 14%대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직장인의 경우 의료 이용량이 적은 만큼 평소 주변 지인에게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기를 권장해 온 만큼 이번에도 개인 실손 중단을 추천할 것 같다”며 “과거 가입 시점의 보험을 되살릴 수 있는 데다 단체 실손으로도 웬만한 보장은 다 되는 만큼 30~40대 직장인이라면 개인 실손을 중지하는 게 더 나은 선택 같다”고 말했다. 3세 실손보험은 아직 보험료는 4세대 실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반면,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 횟수 제한이 없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3세대 실손은 개인 실손보다 법인 실손을 중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법인 실손과 상품 구조가 동일한 4세대 실손 가입자는 절감할 수 있는 보험료와 보장 한도만 확인하면 된다. 개인보험의 연간 보장 한도는 5000만원이지만, 법인 보험 보장 한도는 1000만, 3000만, 5000만원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법인 실손의 경우 보장 한도가 작더라도 배우자나 자녀까지 보장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4세대 보험의 경우 개인이나 법인의 경우 중단에 따른 유·불리가 사실상 비슷해 보여 절감되는 보험료를 중심으로 고민하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 남은 궁금증은? 「 단체보험은 매년 재계약이 되는데 이때마다 중지를 신청해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매년 갱신을 신청해야 한다. 번거로울 거 같은데. 재계약이기 때문에 이전 보험사에는 중지 신청에 대한 정보가 넘어가지 않아 어쩔 수 없다. ※다만 일부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로 중지 신청에 대한 통보가 가기 때문에 재계약 시점에서 이런 점을 반영해 재계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때 직원에 대한 보험료 환급을 복지포인트로 할지, 현금으로 할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실손을 중지하면 개인이나 단체 보험에 포함된 사망보험금, 암진단금 등의 다른 보장도 못 받나. 실손 항목만 중지된다. 단체 보험의 경우 보험료 환급도 실손 보험료만 환급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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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오스템 지분 처분한다…“싸워볼까 했지만 쉽지 않아” 유료 전용
연초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고, 2200억원대 ‘직원 횡령’으로 몸살을 앓았던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을 압박하며 금융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국내 1세대 행동주의 펀드 KCGI(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를 이끄는 강성부(50) 대표입니다. 특히 2018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해 화제가 됐죠. 갑질 논란에 휩싸인 오너 일가에 맞선 ‘강성부 펀드’의 활약은 기존 행동주의 펀드에 드리웠던 ‘먹튀 이미지’를 덜어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 대표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곳마다 주가도 들썩이다 보니 그의 행보에 개미(개인투자자)의 시선이 쏠립니다. 국내 1세대 행동주의 펀드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KCGI 본사에서 강 대표를 만나 ‘강성부 펀드’의 과거(한진칼)와 현재(오스템임플란트), 미래(메리츠자산운용)를 대변하는 기업 중심으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이후 지난 10일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 매수에 응한다”고 발표해 그 뒷얘기는 추가 취재했습니다. 이번 공개 매수가 성공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지는 걸까요. ━ 강성부가 쏘아 올린 ‘오스템 경영권 분쟁’ 최근 ‘강성부 펀드’의 창이 향한 곳은 지난해 2200억원대 ‘역대급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입니다. 이후 오스템임플란트는 경영권을 둘러싼 사모펀드 격전지가 되면서 주가도 달아올랐죠. 지난 10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18만7800원으로 한 달 만에 54.4% 치솟았는데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관련 내용을 요점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KCGI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 에브리컷홀딩스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요 주주(5.58%)로 깜짝 등장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자인 최규옥 회장(20.6%)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7.18%)에 이은 3대 주주가 된 거죠. 에브리컷홀딩스는 이후 한 달여 만에 지분을 6.92%(1월 27일 기준)까지 늘리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개입에 나섭니다. 지난달 1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지배구조 탓에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거죠. KCGI의 공세에 최 회장은 ‘카드’를 꺼냅니다. 그에게 우호적인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 연합군(이하 UCK컨소시엄)에 지분을 파는 겁니다. UCK컨소시엄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이하 덴티스트리)는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습니다. 오는 24일까지 최대 1117만 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원에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덴티스트리는 최 회장 보유 지분 가운데 144만2421주(약 9.61%)를 주당 19만원에 사들이는 계약도 했습니다. 덴티스트리는 이번 공개 매수로 최소 지분(15.4%)만 확보해도 지분 25%로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최 회장은 2대 주주로 물러나고요. 최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 지명과 의결권 행사 등은 갖기 때문에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UCK컨소시엄이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을 쥐면서 강 대표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커지는데요.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방안과 ‘공개 매수’ 참여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던 강 대표는 지난 10일 공개 매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개 매수를 결정한 이유는. ‘반대표’를 던지고 한번 싸워볼까 생각해 봤는데 쉽지 않겠더라고요. 비지배주주가 주식매수가액에 반대하면 장기간 법정 다툼을 무릅써야 하는데 일반 주주의 승소 사례는 드물어요.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공개 매수에 참여하는 게 맞는 거 같고요. 만일 덴티스트리가 공개 매수를 진행한 뒤 현금 지급 방식의 (오스템임플란트의 발행주식을 모두 확보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오스템임플란트를 100% 자회사 편입에 나서면 (저희) 투자자는 상장폐지의 위험에 놓일 수 있거든요. 일반 주주에겐 ‘KCGI가 버텼는데 우리도 버티면 주가가 오르지 않을까’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됐어요. 혹여 KCGI를 믿고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았다가 (주식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면) 일반주주는 자칫 공개 매수 단가보다 낮은 교부금(주식교환 거래금)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어서요.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큰손(기관투자가)의 잇따른 공개 매수 참여 소식도 강 대표의 지분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2대 주주인 라자드자산운용(7.18%)은 최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지분 대부분을 판 것으로 시장에선 추정합니다. 지난 2일 공시에 따르면 주요 주주인 KB자산운용의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지분율은 3.47%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1.5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오스템 ‘지배구조 개선’ 캠페인은 마무리된 건가. 최규옥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날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오스템임플란트는 뛰어난 사업 경쟁력에도 오너의 횡령과 500억원대 VIP보험 등 대주주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지배구조 개선의 걸림돌이었던 최 회장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한다면 기업 가치가 지난해 말 시가총액(약 2조원)보다 최대 5배 높아질 것으로 주장해온 이유죠. 아쉬운 점은 없나. 아쉽죠. (최 회장이) 두 걸음 물러났으면 했는데 한 걸음이니까요(웃음). 확실한 건 UCK컨소시엄 체제가 오너 경영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덴티스트리가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로 최대주주가 되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 좋겠어요. 오스템임플란트가 향후 상장폐지될 수도 있나. 덴티스트리가 직접 상장폐지 계획을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를 100% 자회사 삼는 것도 불법은 아니죠. 다만 현행법상 (자진) 상장폐지 절차가 어렵지 않다는 게 투자자에겐 ‘위험(리스크)’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KCGI 측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덴티스트리가 이번 공개 매수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가능한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교부금 지급 방식의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오스템임플란트를 자회사로 만든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상법상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인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덴티스트리가 최 회장 지분 인수와 공개 매수로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분을 90% 이상 확보하지 못해도 자진 상장폐지할 방법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가 상장 후 얻는 이익이 적거나 비상장 상태가 경영 면에서 낫다는 판단이 설 때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추진하는데요. 이때 기본적인 상장폐지 요건이 지분율입니다. 한국에선 코스피 종목은 발행주식의 95%를 확보해야 합니다. 코스닥은 명시적인 지분 규정은 없어요. 다만 거래소가 통상 90% 이상 확보해야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합니다.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율 문턱을 넘기 위해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함께 씁니다. 2020년 4월 한화가 면세점 업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타임월드)를 상장폐지하고 한화갤러리아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때 이 방법을 활용했죠. 한화갤러리아는 2019년 말 타임월드 주식을 공개 매수해 지분을 87.14%까지 늘렸습니다.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은 나머지 주식(약 77만 주)은 현금 주식교환으로 주식 100%를 확보할 수 있었죠. 당시 피해를 본 건 소액주주였습니다. 주식 공개 매수와 상장폐지가 결정된 시기는 면세점 수 급증 등으로 타임월드 주가가 2016년 초보다 70% 넘게 급락했을 때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도 경영권 분쟁이나 상장폐지 우려에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9월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4만2964명(보유 지분율 62.2%)입니다. ━ 한진칼과의 3년여 분쟁 다시 강 대표의 얘기로 넘어오죠. 그가 국내 대표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을 알린 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입니다. 그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해 단번에 2대 주주에 오르며 오너 일가를 압박했습니다. KCGI를 설립한 지 석 달 만에 재계 순위(자산총액 준) 14위의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거죠.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행동주의 펀드의 첫 타깃을 한진칼로 삼은 이유는. 초반엔 주변에서 ‘대기업 상대로 용감하다’고 격려하기도 했지만, ‘과연 주주제안이 통할까’라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컸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배구조만 개선되면 기업 가치는 눈에 띄게 좋아질 회사였어요. 한진칼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국내 1위 항공사로 독점에 가까운 경쟁력을 갖고 있고 칼호텔네트워크와 정석기업 등 당시 한진칼 자회사의 지분 가치도 좋았습니다. 마침 2018년 초부터 ‘물컵 갑질’과 직원에 대한 상습 폭언 등 오너 일가의 횡포에 한진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라 주가는 (내재가치 대비) 저렴했습니다. 공세를 펼칠 실탄을 마련할 기회였던 거죠. ‘지배구조 개선’ 공세를 펼칠 때 대상 기업의 지분을 적극 사들이는데. 경영권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경영권을 위협하는 ‘메기’ 역할을 해줘야 변화가 있더군요. 목소리를 크게 낸 계기도 있었죠. 대한항공이 2019년 11조5000억원에 비행기(보잉 B-787) 30대를 구매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입니다. 위기였어요. 이러다 망하면 한진칼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었죠. 그리고 6개월 뒤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 그때 비행기를 구매했다면 부채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성과 면에선 아쉬운 점도 있지 않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에서 KCGI가 모두 졌다. (표 대결에서) 번번이 졌지만, 회사 재무구조는 좋아졌어요. 주주로 참여했을 때 한진칼에 요구한 게 3가지예요. 영구채를 포함해 1200% 가까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낮추고, 호텔과 부동산 등 비수익 자산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하는 것이었죠. 지난해 2월 말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290%까지 떨어졌고, 재무구조도 개선됐습니다. 오너 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는 의사결정 체제도 갖춰진 거 같아요. 지난해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많았는데. 세계적으로 각국의 기준금리가 많이 올라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락할 수 있는 예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어요. 지난해 봄부터 두나무 등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한 채 보유한 아파트도 팔았고요. 이때 매입한 지 4년 만에 한진칼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했습니다. 지분 수익률로는 100% 가까이 됩니다. ━ 메리츠운용 인수로 공모펀드로 보폭 넓혀 투자자들은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연초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한 메리츠자산운용의 지분을 인수한 영향이 크죠. 현재 인수 마지막 관문인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남았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운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이끌어온 그가 만드는 공모펀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메리츠자산운용의 향후 운영 전략은. 기업 개선 강점을 더해 ‘돈 잘 버는 펀드’를 만들고 싶어요. 제 이름이 한자로 ‘부를 이룬다(成富)’는 뜻입니다. 훈장이셨던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요.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게 제 일이죠.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는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2006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수익률 부진으로 청산한 장하성펀드가 대표적이죠. ■ 「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재 ‘행동주의’를 내세운 사모펀드(PEF)를 운용하는 강성부 대표는 크레딧(신용분석)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동양종금증권, 신한증권 등을 거쳤습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였던 그가 주목한 건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신용은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파고든 겁니다. 그가 2005년부터 10년 넘게 발간한 ‘100대 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는 ‘기관투자가의 필독서’로 꼽힐 만큼 히트를 했습니다. 기업별로 실적은 기본이고 오너 일가 지분구조, 가족관계, 지배구조 문제점 등을 세세하게 분석한 국내 첫 지배구조 보고서였기 때문이죠. 강 대표는 2015년 LK투자파트너스의 대표로 취임하면서 투자가로 변신합니다. 취임 직후 5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요진건설 지분 45%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돼 화제가 됐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인수 2년 만에 요진건설 지분을 1대 주주에게 되팔아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습니다. 안정적인 트랙 레코드(투자 성과)를 쌓아온 그는 돌연 회사를 떠납니다. 그의 전문 분야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 운용사를 만들기 위해서죠. 2018년 8월에 강 대표가 설립한 KCGI의 시작입니다. 강 대표는 “좋은 기업이지만 이상한 대주주를 만나 나쁜 주식이 되어 있는 곳을 찾아, 감시하고 견제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맏형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스믹은 여의도 인재를 줄줄이 배출해 ‘최강 투자 군단’으로 불립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최준철·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대표,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등이 있습니다. 또 강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로 영입한 목대균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운용본부장도 스믹 출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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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만 있으면 6억 집 산다? 마흔 안 된 싱글족 희소식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 머니 인 뉴스 1. ‘미혼 특공’ 대해부 」 국내 전체 가구 중 미혼 1인 가구 비중은 10%를 넘는다. 그럼에도 결혼 계획이 없는 1인 가구는 주택 정책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였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에서 배제된 존재였던 셈이다. 하지만 미혼 가구도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6일부터 사전 청약이 시작된 ‘미혼 청년 특별공급’이다. 혼자 살고 아직 만 40세가 되지 않은 청년에게 주변 아파트값의 70~80% 수준에 새 아파트에 살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6일부터 첫 사전 청약이 시작된 이른바 ‘미혼 특별공급’(이하 미혼 특공)을 해부했다. 미혼 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 청약이 지난 6일 시작됐다. 연합뉴스 ━ 📂[이건 알고 시작하자]청약? 가점? 특별공급?…그게 뭔데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선 10가구 중 7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수많은 아파트만큼이나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도 많다. 전체 주택의 절반은 지은 지 20년이 넘었다. 새집, 특히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내 주택 시장은 ‘선 분양 후 시공’ 방식이 일반적이다. 아파트를 짓기 전에 먼저 청약을 받아 주인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이 나눠 내는 집값(분양가)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원하는 새 아파트를 사려면 돈만 있어서는 안 된다. 해당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이 많다면 경쟁은 필수다. 바로 청약제도다. 청약 제도에 따라 일정한 점수(청약 가점)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점수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청약 제도는 부양가족 수(가점 상한 35점)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따져서 점수(청약 가점)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미혼이나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다. 우선 미혼은 부양가족이 없기 때문에 54점(84점 만점)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지 않은 청년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정부가 정책적‧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공급과 달리 아파트 청약 기회를 주는 특별공급에서도 미혼‧청년은 불리했다. 1978년 5월 관련 규칙이 제정된 특별공급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일반 청약자와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특별공급 종류는 기관 추천과 다자녀, 노부모, 신혼부부, 생애 최초 등이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특별공급에서도 미혼이나 청년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기관 추천 특별공급 대상은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장기복무 제대군인, 중소기업 근로자,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철거 주택 대상자, 북한 이탈 주민, 납북 피해자 등이다. 중소기업 장기 근로자의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재직 중이어야 한다. 전체 재직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이 중 한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대상이 된다. 다자녀 특별공급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미성년자인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자격이 주어진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 기간이 7년을 넘지 않아야 하고 노부모 특별공급은 만 65세 이상 부모와 3년 이상 함께 사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이래저래 일반공급에서 밀리고 특별공급 지원 자격도 없는 미혼 1인 가구의 비난이 거세졌다. 미혼은 생애 최초 특별공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세대 구성원 모두가 집을 보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공급 방식인데 단서가 붙어서다. ‘혼인 중이거나 이혼했을 경우 주민등록표상 미혼 자녀가 있어야 한다’ 항목 때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 미혼 1인 가구 비중은 10%를 넘는다. 배우자 사망 등을 포함한 전체 1인 가구 비중은 29.9%(2019년 기준)이고, 2047년이면 37.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혼 특공’은 이런 불만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정책이다. ━ 📂[기본편] “주변 시세 6억원인데 5억원에 분양” 청약과 가점, 특공 등에 대해 이해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미혼 특공을 알아볼 차례다. 미혼 특공은 정부가 서민‧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겠다고 나선 공공주택 50만 가구에 포함된다. 2027년까지 50만 가구(나눔형·선택형·일반형)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중 34만 가구(68%)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별로는 전체 물량 50만 가구 중 서울 6만 가구, 수도권 30만 가구, 지방에 14만 가구가 들어선다(자세한 위치는 지도 참조). 특히 미혼 특공은 앞으로 5년간 5만2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혼 특공의 신청자격은 결혼하지 않은 미혼 1인 가구다. 집을 사본 적 없는 무주택자로 만 19~39세 이하면 된다. 정부가 나서서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인 만큼 자산 기준도 있다. 청약 당사자의 순자산이 2억6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월 소득은 전년도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의 140% 이하여야 한다. 눈에 띄는 것은 부모의 자산도 따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449만원이다. 부모의 순 자산도 봐야 하는데 상위 10%(약 9억7000만원)보다 많다면 청약이 제한된다. 소득 증빙이 어려워 청약에서 불리했던 예술인처럼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지원할 수 있다. 미혼 특공의 공급 물량은 나눔형과 선택형으로 나뉜다. 나눔형은 의무 거주 기간(5년)이 지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기관에 아파트를 되팔 수 있다. 이때 분양가에 5년간 해당 아파트 시세가 올라 생긴 차익의 70%까지 더 받을 수 있다. 예컨대 4억원에 분양받은 나눔형이 5년 뒤 6억원으로 올랐다면 시세차익 2억원의 70%인 1억4000만원까지 총 5억4000만원에 파는 셈이다. 다만 분양가보다 집값이 내려갔다면 손실도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분양가 4억원인 아파트 시세가 3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손실액 1억원의 70%인 7000만원을 제외하고 3억3000만원에 팔 수 있다. 나눔형 25만 가구의 80%인 20만 가구는 특별공급(미혼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으로 주인을 찾는다. 분양가를 감당한 자금 여력이 없다면 선택형을 노려볼 만하다. 임대료를 내면서 6년간 거주하다가 아파트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분양가는 ‘입주 시 추정 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를 합해서 나눈 평균 가격으로 정한다. 시세차익에 따른 분양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분양가가 4억원인 선택형에 6년 거주했는데 시세가 8억원으로 올랐다면 분양가는 6억원이 된다. 6년간 거주한 뒤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아도 4년 더 임대 방식으로 거주할 수 있다. 선택형에 거주했던 기간은 청약통장 납입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향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때 감점이 없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6일부터 공공주택 첫 사전 청약이 진행 중이다. 고양창릉, 양정역세권, 서울 고덕강일3단지 등에서 나눔형 1900여 가구가 나왔다. 이 중 80%가 특별공급 당첨자를 가리는데 미혼 특공 물량은 15%인 290여 가구다. 사전청약 분양가(추정가)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산정된다. 현재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2억~3억원대, 74~84㎡ 3억~5억원대 수준이다. 고양창릉과 양정역세권은 오는 10일까지, 고덕강일 3단지는 오는 27~28일 사전 청약이 진행되는데 발표일은 각각 3월 30일과 3월 23일이다. ━ 📂[실전편] “일반아파트보다 이자(40년) 부담 4억 이상 적어” 미혼 특공에 관심이 있다면 실질적인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기본 자금 마련을 고민한다면 사실상 대출 금액이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계약금(분양가의 20%)을 낸 뒤 공사 진행 속도에 따라 중도금(60%)과 잔금(20%)으로 나눠서 값을 치른다. 그동안 중도금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며 소득이나 주택 보유 수, 주택 가격 등에 따라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 최근 대출 규제가 완화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소득 제한이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재된 모습. 뉴스1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주택의 담보 가치에 따른 대출금 비율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현재 최대 70%다. 예컨대 해당 주택의 담보 가치가 5억원이라면 LTV만 적용했을 때는 3억5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있다. 금융 부채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계산비율이다.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을 기준으로 빚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을지 따지는데, 현재 최대 60%다. 가장 깐깐한 기준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다. 채무자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따진다는 점은 DTI와 같지만 차이점이 있다. DTI는 ‘담보대출 원리금+기타 대출 이자 상환액’을 빚으로 보지만 DSR은 ‘담보대출 원리금+기타 대출 원리금’을 빚으로 본다. DSR을 적용했을 때 DTI 상한액보다 대출액이 줄어드는 이유다. 예컨대 5억원 아파를 담보로 대출받는다면 LTV만 적용하면 3억5000만원(70%)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DTI를 고려해야 한다. 연봉이 1억원인 경우와 5000만원인 경우 대출 금액이 달라진다. 예컨대 현재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 실수요자가 14억원인 아파트를 산다면 DSR 40%와 금액별 LTV 규제(9억원까지 40%, 9억원 초과 20%)를 적용해 3억5500만원(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을 빌릴 수 있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대출 한도는 4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출 규제가 풀려서 LTV가 최대한도까지 늘어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연봉 5000만원의 경우 대출 한도는 여전히 3억5500만원이지만, 연봉이 1억원이면 7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미혼 특공에는 일반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DSR을 적용하지 않고 나눔형의 경우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나눔형 4억원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면 8000만원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40년 만기 대출 상품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이자도 싸다. 나눔형은 소득에 따라 연 1.9~3.0%, 선택형은 전세 대출 고정금리인 연 1.7%가 적용된다.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 그래픽 이미지. 국토부 같은 지역에 미혼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장만한 경우 기존 아파트를 매입했을 때와 비교해 자금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따져봤다. 미혼 특공은 우선 분양가가 싸다. 예컨대 고양창릉 일대 74㎡(약 22평) 시세는 6억원 수준이다. 같은 크기 미혼 특공(나눔형) 분양가는 70% 수준인 4억9000만원이다. 1억1000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대출 한도도 다르다. 기존 아파트는 최대 4억2000만원(70%)이지만 미혼 특공은 최대 3억9200만원(80%)까지 받을 수 있다. 기존 아파트를 사려면 1억8000만원이 필요하지만, 미혼 특공은 9800만원이면 가능하다. 자금 부담 차이가 8200만원이다. 이자 부담도 적다. 현재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5% 선이다. 미혼 특공의 대출금리는 연 1.9~3%다. 대출 최대한도까지 빌렸을 경우 연평균 이자는 각각 2100만원(연 5%), 744만~1176만원으로 예상된다. 만기인 40년으로 기준으로 하면 기존 아파트에서 살기 위한 이자 비용은 8억4000만원, 미혼 특공은 2억9760만~4억7040만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사전 청약 여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전 청약은 실제 아파트 분양 시기(본청약)보다 더 빠르게 청약 당첨자를 미리 뽑는 제도다. 사전 청약 당첨자는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소요되는 기간 동안 집을 미리 보유하는 효과가 있다. 또 입주 시점과 비교해 5~6년 전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만큼 그동안 정부가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사전청약은 ‘로또’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세 차익을 챙기기 쉽지 않은 데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므로 현재를 기준으로 완공까지 적어도 6년은 발이 묶일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기간 전‧월세를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사전 청약에서 본청약까지 대기 기간은 1~2년, 공사 기간은 평균 3년 정도 따지는데 토지 보상이 늦어지거나 인근 주민 민원이 발생하거나 문화재 발굴 같은 변수가 생기면 더 늦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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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가 18% 이수만 날렸다…‘재벌집’ 뺨친 SM 주총 장면 유료 전용
에스엠(SM)에 대한 캠페인 과정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어요. SM을 상대로 1년 만에 ‘완벽한 승리’를 거둔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 이창환(37)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1995년 SM 설립 이후 28년 만에 ‘이수만 없는 SM’ 시대가 시작됩니다. 그 문을 열어젖힌 게 바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의 이 대표와 소액주주죠. SM이 매년 수백억원씩 20년간 1600억원을 지급해 온 이수만 프로듀서의 라이크기획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 프로듀서는 앞으로 SM 경영에 이어 프로듀싱에서도 완전 손을 뗍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대표가 가진 SM 지분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는 것. 이 프로듀서의 지분(18%)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죠. 말 그대로 ‘골리앗을 이긴 다윗’입니다. 얼라인의 다음 타깃은 국내 은행입니다. 오랜 시간 배당을 늘리지 않아 ‘만년 저평가된’ 은행을 바꿔보겠다는 거죠. 오는 9일까지 주주 환원전략을 밝혀달라고 금융지주사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시장은 이번에도 이 대표가 승리를 거머쥘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질 리가 없는 게임”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배당을 더 주겠다는데 반대하는 주주는 이상한 주주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더군요. 이미 외국계 기관 주주 150곳과 연락해 지지를 구했다고도 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 대표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행동주의 막전막후’를 인터뷰했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에스엠 걸그룹 에스파 중 윈터의 팬이라고 한다. 장진영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Scene 1. SM의 ‘에스파 사인 방해 공작’ SM에 대한 얼라인의 캠페인은 딱 1년 전인 2022년 2월 첫 주주 제안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대표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이 주주 제안을 통과시킨 지난해 3월 SM 주주총회를 꼽았습니다. 당시 얼라인은 변화의 시작으로 SM의 감사 교체를 제안했습니다. 모두 ‘이수만 사람’인 사내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서죠. 당시 얼라인의 보유 지분은 1.1%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주주들의 지지가 필수였습니다. 방해가 만만치 않았죠. SM은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인기 걸그룹 ‘에스파’ 사인을 직접 돌릴 정도였습니다. 얼라인의 첫 타깃이 SM인 이유는. 당시 SM은 JYP와 하이브(HYBE) 등 다른 동종 기업보다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던 라이크 기획 때문이었죠.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에 수천억원의 돈이 흘러나가고 있었으니까요. 2022년 때마침 감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사 교체를 목표로 하면 이사회를 압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보관하고 있는 에스엠 관련 서류들. 주주들이 전해준 위임장 일부와 에스엠 회계장부 등이다. 김연주 기자 지분 1.1%로 변화를 이끈 비결은. 얼라인의 행동주의는 ‘설득’과 ‘명분’입니다. 누가 봐도 라이크기획은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도 저희를 지지했죠. 지난해 SM 주주총회에 위임장만 세 박스, 약 1000장을 들고 갔습니다. SM은 에스파 사인까지 돌렸다는데, 표 대결 결과는 81%로 완승했죠. 이날 저희 측이 추천한 곽준호 KCF테크놀로지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감사로 선임됐습니다. 창사 이후 첫 배당도 했죠. ■ 최근 부쩍 늘어난 펀드의 행동주의 「 바야흐로 ‘행동주의’의 계절인가 봅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발하게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히 투자하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은 물론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편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성장세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5일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인 한국 기업은 47곳이었습니다. 미국(511곳)과 일본(107곳), 호주(61곳), 캐나다(53곳)에 이어 세계 5위입니다.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곳, 2020년 1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곳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47곳으로 증가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행동주의 투자가 부쩍 늘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동학개미운동’ 등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참여가 많이 늘어난 데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많아지며 소액주주의 발언권이 커졌죠.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의견 결집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졌고요. 한국에 유독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기업이 많은 것도 행동주의 펀드가 파고들기 좋은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기업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인색하다 보니 공격받기가 쉬운 거죠. 특히 지난해 주가가 낮아져 투자자들은 잔뜩 ‘뿔’이 나 있는 상황이고요. 지난해 얼라인이 소액주주를 모아 SM 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에 맞서 승리를 쟁취한 사건이 신호탄이 된 것 같습니다. 주가가 크게 오르는 사례에 ‘개미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죠.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를 의식해 주가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화에 힘쓰게 된다는 점은 ‘순기능’입니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늘 ‘옳은 것’도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자칫 배당 확대 등 단기 차익에 집중하다 보면 기업의 미래 성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 ‘부작용’도 있어요. 」 ━ Scene 2. 답 없는 SM에 “회계장부 내놔라” 주총 승리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SM 측은 라이크 기획에 대해 ‘적극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킬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주총 5개월 뒤인 지난해 8월에 얼라인은 두 번째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합니다.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시작으로 회계장부 열람 청구는 물론 향후에 이걸 바탕으로 주주대표소송 소제기 청구까지 하겠다고 엄포도 놨죠. SM의 ‘타협’ 요청에도 오히려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두 번째 주주 서한 발송 한 달 만인 9월 16일 SM이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 검토를 공시했죠. 검토 공시를 했고 이 프로듀서의 입장문도 나왔지만 그래도 몰아붙였습니다. 매번 검토만 하지 말고 종료를 하라고요. 지난해 10월 4일에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를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SM이 지난해 10월 14일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공시하더군요. 당일 주가가 9.5% 상승했습니다.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 장부를 검토하니 문제가 있었나요. 라이크기획만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드림메이커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 SM USA 등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 회사들은 최대주주인 이 프로듀서와 그의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인들이 가지고 있었죠. 핵심 사업인 굿즈 제작이나 판매, 팬클럽(광야클럽), 콘서트 등의 주요 사업이 100% 자회사가 아닌 이 프로듀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혹은 관계기업을 통해 진행하는 이유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SM의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했는지도 의문이었고요. ━ Scene 3. 법적 소송 불사한 ‘독한 끈기’ SM은 “라이크기획을 없앴으니 이쯤이면 됐겠지” 했을지 모르지만 얼라인과 이 대표는 더 나아갔습니다. 라이크기획은 사라졌지만 이 프로듀서의 영향력은 여전했으니까요. 이사 대다수가 이 프로듀서와 친분이 있는 이들입니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 프로듀서의 처조카고, 탁영준 공동대표와 박준영 이사는 SM 설립 초기부터 이 프로듀서와 함께한 측근입니다. 지창훈 사외이사는 이 프로듀서의 고교 동창이고요.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그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몇 년 뒤 라이크기획을 되살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결국 지난해 12월 14일 이 대표는 또다시 비공개 주주서한을 보냅니다. 서한 분량이 65페이지나 됐다고 하죠. 12월 14일 비공개 주주서한의 내용은. 라이크기획이 없어져도 이 프로듀서 한 명만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면 바뀌는 건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를 공정하게 외부 추천으로 뽑는 등의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선 요구를 했습니다. SM이 일부를 받아들여 이튿날 CEO 메시지를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죠. SM이 들고 온 건 30% 정도 수용안이었습니다.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하겠다고 하면서도 뽑는 건 자기들이 하겠다고 하더군요.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었죠. 주주대표소송 소 제기 청구와 위법행위 유지 청구 등 법적 대응을 본격화했습니다. 다음 달 사내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시기상으로 유리했고요. 결국 지난달 20일 SM이 얼라인 측 12개 제안을 모두 수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들어갑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에 들어간 건 칼 아이칸의 엘리엇 측이 2006년 KT&G 이사회에 진입한 이후 오랜만입니다. 이 대표의 이사회 입성은 이성수 대표를 비롯한 사내 경영진이 동의해서 가능했다고도 합니다만. SM 내부의 상세한 속사정은 저도 모릅니다. SM 경영진도 고민을 많이 했겠죠. 결국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니까요. 물론, 이수만 프로듀서도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은 아니었지만, 저희가 소송을 진행했다면 사실상 경영의사결정에 관여한 '업무집행지시자'로 책임을 같이 부담하게 됐을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Last Scene. 얼라인과 한 배 탄 SM의 미래는? 얼라인의 제안을 받아들인 SM은 지배구조 면에서 ‘새 회사’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기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도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이 바뀝니다.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습니다. 이 외에도 내부거래위원회 등 사외 이사 중심의 분야별 전문 위원회를 3개 이상 도입해 전반적인 구조개혁에 나섭니다.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 역시 얼라인의 요구사항입니다. 지난 3일 발표한 ‘SM 3.0’ 시대가 바로 후속조치입니다. 핵심은 ‘5+1개의 멀티 제작센터’ 신설입니다. 각 센터는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 등에서 독립적인 결정 권한을 갖고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합니다. 과거 1인 결정 체제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물론 이 프로듀서의 취향과 결정이 반영되지 않는 SM의 아티스트가 향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변화는 일단 시작됐습니다. 일단 시장은 좋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작년 7만원대에 머물던 SM 주가는 지난 3일 9만원을 뚫었습니다. 앞으로 SM에서 무엇을 바꿔나갈 건가요. 앞서 말했던 다양한 계열사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사외이사로만 이뤄진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과 공정한 보상 등이 이뤄질 겁니다. 다만 지배구조와 관련이 없는 내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제가 엔터 산업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니까요. 과거 SM M&A 이야기가 많았는데 가능성이 있을까요. 일단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 프로듀서가 매각을 추진하긴 어렵겠죠.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으니까요. 이 프로듀서의 지분(18%)만으로 이사회 장악이 힘들다는 건 지난해 주총에서 확인했으니까요. 추후 공개매수 등으로 지분을 30% 가까이 모으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어렵겠죠. KB자산운용도 SM에 행동주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차이점이 있을까요. 얼라인이 승리한 건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만 보냈지 실제로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주서한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습니다. 주총도 가지 않았어요. 물론 얼라인이 상대적으로 신생 사모펀드라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이었습니다. ━ “배당 반대하는 주주가 있을까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중 은행의 배당과 건전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얼라인의 두 번째 행동주의는 은행주 캠페인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난달 초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7개 은행 지주에 주주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각 사 상황에 맞는 자본 배분 및 주주환원 전략을 오는 9일까지 공시하거나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예시로 중·장기 목표 주주환원율 50%를 제시했고요.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주주환원 계획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3월 주총에서 직접 표 대결에 나설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하시나요. 솔직히 질 수 없는 싸움입니다. 배당을 늘리겠다는데 반대할 주주가 있을까요. 반대한다면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은행은 소액주주가 적고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다수라 표를 모으기 쉽습니다. 이미 국내 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150개 기관투자가들과 일일이 콘퍼런스 콜과 전화 등으로 의사를 확인한 상황입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이 궁금하네요. 분노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렇게 배당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등이죠. 사실 아직도 성공 여부를 의심하는 분도 많아요. 주총에서 통과돼도 한국 정부(금융당국)가 막는 게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어요. 제가 ‘한국 정부는 그런 정부가 아니다. 선진 국가고, 법치 국가다’고 설명해도 안 믿습니다. 제3세계 정부처럼 보는 분들도 있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은행 배당 강화를 주장하지 않았을까요. 외국인 투자자가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공모펀드인 만큼 투자자의 돈이지 개인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니까요. 규정상 행동주의를 못하게 돼 있는 펀드도 많고요. 과거 엘리엇이 행동주의를 진행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사례도 부담스러웠을 거고요. 배당 확대 요구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일단 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하자는 거고요. 무엇보다 배당을 늘린다고 해서 건전성이 나빠진다는 건 오해입니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보는 지표는 보통주자본비율(보통주자본/위험가중자산)입니다. 보통주자본은 배당금을 제한 값이기 때문에 배당을 늘리면 보통주 자본이 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배당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추가 대출로 흘러드는 돈도 줄게 돼 위험가중자산(대출비율)도 함께 줍니다. 보통주자본도 위험가중자산도 같이 줄기 때문에 건전성 비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죠.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당국과 부딪치는 건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손준비금은 이미 쌓여 있는 은행의 이익잉여금에서 옮겨 쌓는 겁니다. 배당가능이익이 주는 건 맞지만 얼라인이 요구하는 건 향후 은행이 벌어들일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의 비율을 높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전면 배치된다고 볼 수 없죠(자세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이창환 대표의 요청에 따라 아래 첨부합니다). 오히려 배당을 늘려야 은행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고요. 배당을 늘려야 위험가중자산인 대출의 증가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배당을 하지 않아 너무 많은 당기순이익을 은행은 놀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대출을 더 하겠죠. 그러다 보니 한국의 대출 증가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준으로 3%인데, 대출은 매년 7%씩 늘고 있습니다. 국가의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률보다 대출 증가율이 높아도 괜찮지만 한국은 선진국형 저성장에 들어섰습니다. 가계부채 규모 관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배당을 늘려 대출을 줄이면 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 자체는 줄어들 텐데요. 맞습니다. 당기순이익의 증가율이 줄어들겠죠. 하지만 무조건 당기순이익을 늘린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이익을 늘리기보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보통주 당기순이익/보통주 주식 수)을 늘리는 게 주가를 높일 수 있어 주주에게 더 좋죠. 은행은 법상 주주의 것인데 누구를 위해 당기순이익만 추구해야 하는 걸까요. 합리적인 경영진이라면 주주를 위한 자본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외 은행과 비교해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요. 외국계 은행 10곳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64%인데, 국내 은행 평균은 24%에 불과합니다. (2021년 기준) 얼라인이 주도하는 은행주 캠페인 승리를 전망한다면 지금 은행주를 사도 될까요. 승리를 전망하면 당연히 사도 됩니다. 배당도 많이 받게 될 거고요. 배당이 늘면 당연히 주가도 오르겠죠. 여기에 더 좋은 건 자사주 소각입니다. 자사주 소각을 한다면 배당을 주는 것보다 더 많이 주가가 오를 겁니다. ━ 수익률 평균 20%… ‘고칠 수 있는’ 기업에 투자 국내에는 행동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어요. 단기 수익만 추구하다 기업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주식시장이라면 단기적 수익만 추구하는 게 기본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주가는 미래에 발생할 모든 현금 흐름의 합입니다. 단기적 수익만 추구해 체력을 망가뜨린다면 미래에 현금 흐름이 줄어들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내려갈 겁니다. 무엇보다 행동주의 펀드는 장기 평판이 중요합니다. 설사 단기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소위 ‘먹튀’)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럼 그 펀드는 다시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할 수 없겠죠. 우리 펀드 역시 기본적으로 장기투자고, 이번 은행 캠페인도 단기적인 배당이 아니라 앞으로 영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효율적 자본 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동주의 캠페인은 성공적인데, 펀드 수익률은 어떤가요. 얼라인의 수익률은 지난달 말 기준 SM에 투자한 첫 번째 펀드는 16.4%의 수익률을 냈고, 우리은행에 투자한 펀드는 17.5%, JB금융지주에 투자한 펀드는 40.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스피보다는 훨씬 높고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SM이나 국내 은행에 대한 투자와 관련 펀드는 얼마나 유지할 건가요? 일단 펀드 자체에는 만기가 없습니다. 투자자가 환매를 신청하면 돌려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여태 한 분도 환매한 적이 없습니다. 기간을 얼마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좋아질 때까지 기본적으로 수년은 함께하는 장기투자입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투자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고릅니다. 첫 번째로 일단 좋은 회사여야 합니다. SM도 은행도 세계의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는 점이 없는 좋은 회사입니다. 두 번째로 싸야 합니다. 다만 싼 것을 고르는 기준이 일반 가치투자자들과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는 이유 없이 싸진 주식을 고릅니다. 그 순간 시장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주식을 발굴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이유 있는’ 싼 주식을 고릅니다. 그래서 세 번째 기준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이유를 고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우리 펀드가 고칠 수 있다면 투자하죠. ■ 이창환 대표는 누구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창환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머니의 공모주 주식투자를 도우면서 투자와 경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금융시장에 첫발을 뗐습니다. 해외파가 많은 IB업계에서 보기 드문 순수 국내파라고 합니다.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2012년 KKR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할 때 박정호 대표와 함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입니다. 27세 젊은 나이였지만 유일한 실무 인력이었던 그는 오비맥주 매각과 티몬 투자, LS그룹의 동박·박막 사업부 인수와 매각 등 KKR의 거의 모든 국내 기업 투자와 회수에 참여했습니다. KKR에서 다양한 기업을 상대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3월 얼라인파트너스를 설립, 행동주의 펀드를 잇따라 성공시켰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선정하는 ‘2022년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 10인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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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부자 2위도 울렸다, 행동주의 펀드의 진화 유료 전용
지난해 주요국 증시는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조정을 받다 보니 주가지수 상승률이 플러스인 나라가 딱히 없었죠. 주요 20개국(G20) 중 1~2위는 튀르키예(터키)와 아르헨티나였지만 워낙 규모가 작죠. 그 뒤를 이은 게 바로 인도였습니다. 대표 지수인 센섹스(S&P BSE Sensex)는 한 해 동안 6%가량 상승했습니다. 수치보다 놀라운 건 7년 연속 상승이라는 점. 당연히 사상 최고치 경신이고요. 참고로 인도 주식시장은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권입니다. 아다니 그룹. 연합뉴스 잘 나가던 인도 증시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워낙 많이 오른 탓에 연초 시들시들하긴 했으나 진짜 ‘트리거’는 따로 있었죠. 지난달 25일 미국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 증시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아다니를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에요. 힌덴버그는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 및 자금 횡령, 돈세탁, 탈세 등 수많은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장문의 보고서를 내고 공매도 사실을 밝혔습니다. 제대로 난리가 났습니다. 아디니 그룹에 속한 7개 상장회사의 주가가 사흘 연속 폭락했어요.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날아간 시총만 80조원이 넘습니다. 증발한 시총이 이 정도 규모라는 건 당한 사람이 보통이 아니란 얘기겠죠.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1988년 창업한 아다니는 인도 최대의 인프라 기업입니다. 물류∙에너지∙유통 등 안 하는 게 없어요. 급성장하는 인도의 대동맥을 틀어쥔 회사라고 보면 되죠. 아다니 회장은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세계 부자 순위 2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행동주의 펀드의 기습에 제대로 당한 거죠. 힌덴버그 역시 간단치 않은 회사입니다. 2020년 수소차로 글로벌 혁신 기업 반열에 올랐던 니콜라를 한 방에 날려버린 회사니까요. 당시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업체라고 보고서를 냈어요. 누구 말이 맞나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결국 힌덴버그가 승리했습니다. 트레버는 이미 회사를 떠났고,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았으니까요. 행동주의의 활동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힌덴버그는 실수나 잘못을 정확히 잡아낸 뒤 ‘팩트’로 승부합니다. ‘이런 걸 어떻게 알아냈지’ 생각할 정도죠. 회사 소개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우리는 일반적인 자료에서 찾기 어려운 숨겨진 정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we believe the most impactful research results from uncovering hard-to-find information from atypical sources.) 구체적으로 기업의 회계 부정이나 서비스 공급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미공개 특수 거래, 불법적인 비즈니스와 재무 관행 등을 찾겠다고 선언한다. 경영권이나 기업 가치 제고엔 딱히 관심 없습니다. 공매도 목적의 개입이 생소한 건 아니지만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 그저 그랬던 행동주의 펀드와는 확실히 달라 보이네요. 사실 아다니 그룹은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어요. 가우탐 회장이 모디 총리와 같은 구자라트주 출신(선거 때 가우탐 회장의 전용기를 타고 전국을 돌기도 했다고)이어서 자국 내에서도 여러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모디 총리는 3선을 노리는 중이고, 지지율도 높은 편입니다. 니콜라는 미국이었으나, 여기는 인도. 해결 과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해요. 힌덴버그는 공매도를 했고, 주가가 급락했으니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을 겁니다. 나쁜 일을 캐내는 건 좋은데 힌덴버그 편만 들기도 어려운 건, 공격이 곧 수익이기 때문이겠죠.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연합뉴스 힌덴버그와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요즘 한국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자금 운용이나 이사회 구성, 배당 정책 등 기업 경영 활동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태광산업의 계열사 자금 지원을 막은 게 대표적입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흥국생명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자 태광산업이 지원에 나서려 했는데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태광산업이나 흥국생명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이지만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지분이 아예 없어요. 트러스톤은 ‘이런 지원은 태광산업 일반 주주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 보고 유상증자에 반대했고, 결국 태광산업은 참여 계획을 철회했죠. 얼라인파트너스도 SM엔터테인먼트와의 1년 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지난달 20일 SM은 이사회 투명성·독립성 강화, 관계·종속기업 정상화 및 비핵심 자산 매각,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어요. 지난해부터 얼라인 측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입니다. 얼라인은 지난해에도 관계회사와의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해 계약 종료를 끌어냈는데, 이 소식에 SM 주가는 하루에만 18.6% 급등하기도 했죠. 참고로 얼라인의 SM 지분율은 1.1%밖에 안 됩니다. 행동주의와 사모펀드 간 흥미로운 승부가 펼쳐지는 곳도 있어요. 오스템임플란트입니다. 선공을 날린 건 강성부 펀드(KCGI). KCGI는 자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다 지난달 18일 오너 일가의 퇴진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 서한을 발송했어요. 일주일 뒤 의외의 시나리오가 등장했습니다.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가 아예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나서기로 하면서죠. 이미 최규옥 회장의 보유 지분 일부(9.3%)를 매입했어요. 같은 가격에 공개 매수도 진행 중. 2006년 KT&G 노조원들이 칼 아이칸 연합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사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습니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관련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일 텐데요.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한국에서 연합군을 구성합니다. 그런 뒤 KT&G 지분을 5% 이상 취득하며 인삼공사 상장, 부동산 처분,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압박은 통했고 KT&G는 많은 요구조건을 들어줬죠. 약 1년 뒤 아이칸은 약 1500억원의 차익을 얻어 한국을 떠났습니다. 아이칸의 사례는 이전의 ‘론스타’, 이후의 ‘엘리엇’ 사태 등과 함께 외국계 자본의 대표적인 ‘먹튀’ 사례로 꼽힙니다. 이런 인식 때문일까요. 2020년 KCGI가 한진그룹과 대결했을 때까지는 멀쩡한(?) 기업에 대한 투기 자본의 부당한 공격이란 시각이 강했죠. 하지만 최근엔 달라진 듯 보입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가 정당한 요구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요. 일단 행동주의 펀드가 좀 더 역량을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요구에서 그치지 않고 활동 패턴이 다양해진 데다, 타격 방식도 정밀해졌죠. 행동주의가 먹히려면 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요즘은 개인투자자가 화끈하게 밀어주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최대주주가 내놓는 정보 또는 판단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건 늘 불만이었으니까요. 행동주의 펀드가 나서 문제를 제기하면 기다렸다는 듯 일반주주가 동참하는 그림이 만들어졌어요. 2020년 코로나 확산 이후 똑똑한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궤를 같이합니다. 일례로 새해 얼라인은 국내 금융지주회사에 주주 환원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어요. 여기에 신한금융지주 등이 반응했고, 주요 금융지주 주가는 10~20%가량 상승했습니다. 연초부터 은행주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실 주요 금융지주는 이전부터 주당배당금(DPS) 상향과 중간배당 실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주주환원 확대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최근 금융 당국의 금융회사 주주 환원 자율성 부여 의지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공개서한이 은행주의 주주환원율 확대 논의를 이끌었고, 정부 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를 낮추면서 은행주 주주 환원 확대 기대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 뉴스1 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5% 전후의 지분으로 여론전에 힘을 쏟으며 기업을 과하게 압박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말이 좋아 기업 가치 제고지 몸값을 띄운 뒤 도망가려는 거란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죠. 투자자 입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과 그 효과는 득실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SM처럼 행복한 마무리일 수도 있지만, 인도 아다니 그룹 투자자였다면 비명을 질렀겠죠. 긍정적으로 본다면 행동주의의 활발한 활동은 능동적 투자 문화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예컨대 최근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은 KT&G를 상대로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분할과 거버넌스 재정립 등을 요구 중이에요. 머지않아 투자자는 기업의 편에 설지, 펀드의 편의 설지 결정해야 하겠죠. 이 자체가 강해진 개인의 파워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일반 주주의 힘이 너무 약한 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에요. ‘몸값 제대로 받자’는 뜻이니 나쁠 것이 없죠. 많은 전문가는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에 따라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그 의도를 엄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펀드의 주장처럼 실제로 과도하게 저평가된 회사인지, 개선 여지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거죠. 뜻이 맞는 행동주의 펀드가 있다면 직접 투자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최근 얼라인이나 트러스톤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운용자산(AUM)이 급증하고 있어요. 더 잘 해보라는 지지 의사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