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반도체, 살까? 팔까? 그 CEO 말에 힌트가 있다 [서학콘콜①]

폭락한 반도체, 살까? 팔까? 그 CEO 말에 힌트가 있다 [서학콘콜①] 유료 전용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수요에 대해 ‘아주 아주 강하다(very very strong)’란 표현을 써가며 여러 번 강조했다. 서학콘콜 1회는 반도체 대표 기업인 ASML과 TSMC 그리고 넷플릭스의 기업 실적 발표를 다룬다. 📌주목할 멘트 웨이저자 CEO는 AI 수요가 ‘아주 아주 강하다’ ‘설비투자를 확장해도 수요를 못 따라갔다’ 등의 멘트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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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맞춰 애 교육비 들어온다, 노산 부모 ‘풍차 돌리기’ 전략

    때맞춰 애 교육비 들어온다, 노산 부모 ‘풍차 돌리기’ 전략 유료 전용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 하지만 빨라지는 퇴직. 반면에 늘어나는 자녀 사교육비로 인한 소득과 교육비 지출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전년(23조4000억원) 대비 10.8%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교육비를 감당해야 할 부모의 연령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35~40세 여성의 출산율은 1000명당 48.4명, 40세 이상 출산율은 1000명당 4.5명으로 전 분기 대비 0.6명, 0.1명 늘었습니다. 전체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는데 노산(老産)은 늘고 있는 거죠.    부모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자녀를 위한 예·적금만으로는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머니랩에서는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짤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최근에는 만혼과 노산으로 부모의 소득 시기와 자녀의 교육비 지출 간 ‘미스 매칭’ 문제가 발생한다. 또 대학 등록금, 해외 연수, 각종 스펙 쌓기 비용 등 자녀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녀 교육비 지출을 목적으로 한 목돈 마련에 대한 니즈(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교육비 상승률이 평균적인 물가 상승률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예·적금만으로는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대비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는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 (신영덕 KB증권 WM투자전략부 이사)    ━  ① 타깃데이트펀드(TDF) 활용법   머니랩의 [연금연구소] 독자라면 타깃데이트펀드(TDF)란 용어가 익숙하실 텐데요. TDF는 대표적인 연금 상품 중 하나입니다. 은퇴 시점이 비슷한 투자자를 모아 그룹화한 뒤 이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인데요. 초기에는 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선 2016년 4월 출시돼 올해 1분기 순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상속세는 엄마가 다 내세요…불효자식 아닌 ‘똑똑한 절세’ 자식 증여 ‘월 19만원의 마법’…똑똑한 부모는 여기서 굴린다 “아빠 유산 50억, 엄마는 빠져” 두 아들 내민 35년 전 각서 반전 김영희 디자이너 TDF는 꼭 은퇴 자금만이 아닌 장래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요. 바로 TDF의 ‘빈티지’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와인도 아닌데 웬 ‘빈티지’란 질문을 할 수 있겠네요. TDF에서 빈티지는 환매 시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TDF인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혼합자산자투자신탁’의 경우, 가운데 표시된 2025란 숫자는 2025년 전후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상품이란 의미입니다. 이런 빈티지를 활용하면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도 만기 때의 변동성은 낮추고 필요한 시기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주로 활용하는 TDF 상품도 자녀 관련 목적 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둔 부모의 경우, 7년 후 대학 자금 용도로 목돈을 사용할 예정이라면 TDF 2030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신영덕 이사)   아예 이런 수요를 겨냥한 교육비 전용 TDF 상품도 나왔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미래에셋 우리아이TDF2035만기 증권자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을 출시했는데요. 연금형 TDF가 통상 30년 자산배분 전략으로 운용하는 데 비해 이 펀드는 한국의 학령 주기인 18년(미취학·초·중·고등학교)을 고려해 자산을 배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동안 ‘어린이 펀드’는 주식 비중이 90%로 높고, 적립식이다 보니 ‘스노우볼’ 효과로 자산이 늘어나면서 특정 시점에 많은 자산이 노출돼 투자 성과가 크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하는 시기에 목적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TDF를 어린이 펀드에 접목하게 됐다. 또 어린이 펀드인 만큼 성장성을 고려해 메가트렌드인 로봇·AI·전기차·배터리·글로벌 빅테크 기업 노출 비중이 높은 혁신테마 ETF를 모펀드로 만들어 TDF 안에 편입했다. (김형우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마케팅3본부장)   알아서 자산을 관리해 주는 장점이 있는 만큼 TDF 상품은 단점도 있습니다.    TDF를 활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이다. 시기별 자산 배분, 리밸런싱을 운용사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고객이 크게 신경 쓸 점이 없다. 하지만 생애 주기별 포트폴리오로 구성되는 만큼 개인 투자 성향에 따른 위험 선호도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며, 높은 수수료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지성인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PB)   예컨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혼합자산자투자신탁’의 수수료는 연 0.84%입니다. 같은 상품의 빈티지가 2035인 경우엔 수수료가 연 1.04%까지 올라가죠. 다만 TDF는 특성상 만기까지 주식 비중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운용 보수 역시 단계적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  ②증여랩 활용법    ‘증여랩’은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상품의 일종입니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를 합친 말인데요.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 규모와 투자 성향, 위험 수용도 등을 파악해 주식·채권 등의 금융 상품에 ‘맞춤형 투자’를 해주는 상품입니다. 증여랩의 경우 미성년 자녀 명의로 가입해 증여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부모가 가입해 장기 목적성 자금을 굴리는 데 활용해도 됩니다.    안철영 하나증권 랩운용실장은 “증여랩의 포트폴리오는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종목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꼭 증여의 목적이 아니라 10~20년 장기 목적성 자금 투자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증여랩’이란 이름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둘 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만큼 성장주 위주로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영희 디자이너   하나증권의 증여랩은 미국 대표 경제지인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곳 중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을 반영해 종목을 선정합니다.    그 결과 이 상품(장기보유형 기준)의 포트폴리오는 올해 6월 말 기준, 아마존닷컴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A, 애플, 버크셔해서웨이 B, 세일즈포스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장기 성장성이 높은 종목 중심으로 골랐지만, 연초 대비 수익률(19일 기준 45%)도 매우 높습니다. 아마존닷컴(57.7%)·엔비디아(228.9%)·MS(48.2%) 등의 주가가 연초 이후 지난 19일까지 고공행진한 결과죠.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영앤리치증여랩’은 글로벌 성장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별해 투자합니다. 우량성장주 ETF와 메가트렌드를 형성할 수 있는 장기성장테마 ETF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증여 관련 이미지. 사진 pxfuel   증여랩은 장기 투자 시 수수료가 인하됩니다. 증여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장기 투자할수록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도록 설계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증권의 증여랩은 기본 수수료가 선취 1%, 후취 연 1.2%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내려갑니다. 후취 수수료의 경우 5년 갱신 시 0.5(장기보유형)~0.6%(자산배분형)까지 내려갑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3년 이하까지 연 1.2%, 3~5년 1%, 5년 초과 시 0.8%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단, 증여랩은 최저가입 한도가 있어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드는 것이 단점인데요. 하나증권 증여랩의 경우 장기보유형이 1000만원 이상, 자산배분형이 2000만원 이상입니다. 신한투자증권 증여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2000만원이며, 500만원 이상씩 추가 입금이 가능합니다. 증여랩의 경우 증권사에서 증여세 신고 대행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현행법상 가족 간 증여의 경우 일정 금액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는 6억원, 부모와 성년인 자녀 사이는 5000만원(미성년 자녀 2000만원), 형제(자매) 사이는 1000만원입니다. 비과세 혜택은 10년 단위로 받을 수 있죠.    예컨대 자녀를 출산하자마자 2000만원을 비과세로 증여했다면 자녀가 11세가 되면 다시 2000만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21세 성년이 되면 5000만원, 31세가 되면 다시 5000만원 등 성년이 된 뒤 10년 단위로 5000만원씩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에 대해 10년 단위로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증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서 관련 문의가 많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2000만원까지 증여하기도 하지만, 1억원까지 증여세율이 10%기 때문에 1억2000만원을 증여하는 경우도 많다. 증여랩은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매매 차익에 대해선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 박탈 등의 불이익도 피할 수 있다. (오승국 하나증권 세무자문팀장)   실제 하나증권에 따르면 증여랩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롯데월드타워WM센터(9.7%)였고, Club1한남WM센터(7.51%)와 대전 둔산WM센터(5.6%), 도곡역WM센터(4.71%)가 뒤를 이었습니다.       ━  ③중개형 ISA 활용법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란 투자자가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ETF,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운용하면서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입니다.    ISA에는 일임형과 신탁형, 중개형 세 종류가 있는데요. 일임형(금융회사가 운용)과 신탁형(고객이 운용 지시)은 주로 은행에서 가입하는 상품이고, 중개형은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신탁형은 예금과 펀드 등 편입 자산이 제한된 데 비해 중개형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김영옥 기자 ISA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손익이 통산돼 순수익 200만원(서민형의 경우 400만원)까지는 비과세, 초과 시에는 9.9% 분리과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해외 주식(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 ETF는 가능)에 투자할 수 없고, 의무보유기간(3년)과 납입 한도(1억원) 제약이 있는 건 단점으로 꼽힙니다.      교육비 등 장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개형 ISA 계좌를 활용해 채권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른바 ‘채권 풍차 돌리기’ 전략인데요. ‘풍차 돌리기’란 매달 예·적금 통장을 하나씩 늘려나가 이듬해부터 다달이 원리금을 회수하는 재테크 방식인데요. 이런 전략을 채권으로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채권 풍차 돌리기’는 자금이 필요 시기에 맞춰 만기가 다른 채권을 매수해 두고, 상환 때마다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3년 후부터 6개월 단위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잔존만기 3년, 3년6개월, 4년, 4년6개월, 5년 등의 채권을 각각 매수해 두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투자하는 채권 만기에 원리금을 상환해 주는 복리형 채권을 활용해 이자를 높이고, 지방정부 또는 공기업 발행 채권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예컨대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고등학교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경기주택도시공사23-01가(만기 2년6개월, 세전 연 환산 수익률 4.133%)’에 1000만원, 대학등록금에 쓸 자금으로 ‘경기지역개발23-07(만기 5년, 세전 연 환산 수익률 4.232%)’에 1000만원을 넣을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수익률은 지난 21일 기준, 연 환산 수익률은 표면이자와 자본이득 포함 예상 수익률)    2026년 1월 말에 ‘경기주택도시공사23-01가’의 만기가 돌아오면 총 1102만8998원(원금 1000만원+표면이자 92만9736원+자본이득 9만9262원)을 수령하게 됩니다. 2028년 7월 말에 ‘경기지역개발23-07’의 만기가 되면 총 1201만6686원(원금 1000만원+표면이자 139만5686원+자본이득 62만1000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런 채권을 중개형 ISA를 통해 매입하면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요. 위에 예시로 든 두 채권을 중개형 ISA로 투자했을 경우 표면이자는 모두 232만5422원으로, 일반 계좌에서 투자했다면 35만8090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중개형 ISA에서 투자하면 200만원을 제외한 금액(32만5422원)에 9.9% 세율을 적용한 3만2217원만 세금으로 내면 됩니다.    관련기사 집 물려준다고 연금 안 든다? ‘연금 부자’의 뼈 때리는 충고 17억 집도 가능해진 주택연금…은퇴자엔 축복, 이럴 땐 손해 퇴직 후 월 330만원 쓰려면…27년간 월 75만원씩 부어라 퇴직연금 대세된 TDF, 내 노후 맡겨도 될까

    2023.07.23 14:34

  • 개미들 ‘포모 증후군’ 도졌다, 2Q 실적이 주가 받쳐줄까

    개미들 ‘포모 증후군’ 도졌다, 2Q 실적이 주가 받쳐줄까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ㆍ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주가 상승에 나만 소외되면 안 된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다시 시장에 번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CNN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가 82를 기록하며 ‘극단적 탐욕’ 상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극단적 탐욕에 진입하면 단기 과열 신호로 보기도 하는데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공포’ 단계인 44를 기록했는데 주식 등의 자산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그만큼 바뀌었습니다.   다음 주(7월 24~28일)에는 그동안 투자 심리를 좌우해 온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등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습니다. 기업 실적 발표도 이어지는데요. 산책하러 나간 개(주가)가 주인(기업 실적, 실물 경제)을 앞서거니 하다 결국 주인을 따라가듯, 기업 실적이나 실물 경제가 어느 정도 상황인지 예상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만 머니랩 자문단은 “이번에 나오는 금리나 실적보다는 전망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낮은 물가와 상대적으로 좋은 기업 실적 등 올해 2분기 상황은 어느 정도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머니랩 자문단이 정한 시장의 키워드는 ▶파월의 입 ▶기업 실적 ▶중국 리스크입니다. 다음주(24~28일) 주요 경제지표·이벤트    ━  📍키워드1. 파월의 매파적 입…다시 상승하는 물가   25~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열립니다. 시장에 전망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연 5.0~5.25%→5.25~5.5%)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전망하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99.8%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보니, 더 관심이 쏠리는 건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입니다. 파월의 입을 통해 미국 물가와 경제에 대한 Fed의 전망 등을 엿볼 수 있는데요. 파월이 그동안 물가 등 각종 지표에 기반(데이터 디펜던트)한 금리 결정을 강조해 온 만큼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파월은 올해 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죠.    파월의 입에서는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 발언이 나올 것이다. Fed의 책무 중 하나는 금융 안정인데 현재 금리에서도 과열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비둘기(금리 인하 선호) 같은 입장을 내기는 힘들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일단 지금까지 나온 물가 상황만 보면 추가 인상 근거를 찾기 힘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 오르며 5월 상승률(4%)보다 1%포인트 낮았습니다.    오는 28일 나올 6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도 상승 폭 둔화가 예상됩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내놓은 전망치는 전년 대비 3.01% 상승입니다. 5월(3.8%)보다는 상승 폭이 확연히 둔화한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 전망치가 4.19%인데요. 전망치대로 나온다면 2021년 10월(4.1%)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그동안 좀처럼 하락하지 않던 근원 PCE로 골머리를 앓던 Fed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김주원 기자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 게 주된 원인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배럴당 최고 12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유가는 긴축 여파 등으로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7월 CPI 상승률 전망치는 3.36%로 6월(3%)보다 높습니다. PCE 상승률 전망치도 3.41%로 6월 전망치보다 높죠.     물가가 더 떨어지지 않고, 고용이 좋은 이상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금리 인하 시기는 뒤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과거만큼 금리 변동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긴축이 찾아올 가능성이 낮은 데다, 현재 증시 주도 기업이 고금리에서도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이유입니다.      물가가 생각보다 낮아지지 않고 고용이 잘 버티며 기업 실적의 괜찮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Fed가 7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9월 이후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는 장기금리 하락이 내년은 되어야 시작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재는 장기채보다 주식 쪽에 눈을 돌려야 한다. 단기적인 조정 또는 횡보장이 올 때 이번 상승장에 주식을 담지 못했던 투자자자 주식을 담을 만한 기회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 상무)     ━  📍키워드2. 낮아진 허들에, 눈높이는 충족시키는 기업 실적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특히 다음 주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발표됩니다. 이들 기업의 실적도 시장 전망치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입니다.    금융통계업체 팩트셋이 지난 14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0%가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이 전망치보다 높았던 기업은 약 63% 수준입니다.    실적 외에 인공지능(AI)이 기업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와 전망도 관심사입니다. 이미 MS는 AI 구독 관련 서비스 비용을 월 30달러로 책정하는 등 기업 수익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2분기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전망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예컨대 테슬라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매출액이 24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의 매출 전망치(242억 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입니다. 순이익은 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도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 하락했습니다. 자동차 가격 인하로 자동차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이 지난해 2분기(25%)에서 올해 2분기 18.1%로 하락한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추가 가격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여름철 공장 가동 중단 등을 이유로 3분기 전기차 생산량이 2분기보다 낮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주가가 실적보다 많이 앞서가며 흥분한 측면이 있다. 특히 향후 가이던스가 중요하다. 주가가 올해 하반기 이후 실적 회복 등을 전제로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기업의 가이던스도 올라간다면 주가 상승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 실적과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를 따라오지 못한다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서간 주가를 실적이 뒷받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게다가 이번 2분기는 전망치를 워낙 낮게 잡아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실적 추정치를 1분기에 비해 낮게 잡았는데요. 앞서 언급한 팩트셋 보고서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는 늘었지만, 올해 2분기 S&P 기업의 평균 수익이 전년 대비 7.1% 줄었죠.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2분기(-31.6%) 이후 가장 큰 폭의 수익률 하락을 예상한 이유입니다.     해당 내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게 씨티그룹에서 지난 16일 낸 보고서인 ‘낮은 인플레이션, 더 나은 수익, 그리고 AI’인데요. 기업들은 애초 낮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절감에 나서 올해 1·2분기에 실적 전망치를 만족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씨티는 “월가는 3분기 수익이 급증하고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남은 기간 예상 주당순이익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적의 허들이 너무 낮았던 만큼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온다고 해서 놀랄 일은 없다. 결국 중요한 건 3분기 실적 가이던스이다. 하반기에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기업 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분위기에서 실적 발표 때 하반기 가이던스를 나쁘게 발표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3. 이어지는 중국 리스크…이번엔 채권 디폴트 우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를 벗어나기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021년 말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등 중국 부동산 그룹의 연쇄 부도 위기를 피했던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의 채권 디폴트(부도) 우려가 나왔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완다그룹은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4억 달러 중 최소 2억 달러가 부족하다고 채권단에 알린 상황입니다. 디폴트 우려로 인해 완다그룹의 달러화 채권 가격은 지난 14일 94.8센트에서 지난 17일 73.4센트로 급락했습니다.     FOMC의 금리 인상은 시장참여자가 충분히 예상했던 변수다. 오는 23일 완다그룹의 디폴트 문제가 시장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움직인 상황에서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 이코노미스트)   특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중국의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도 무사히 넘어가긴 쉽지 않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채 위험은 공급 과잉 부실기업과 부동산, 지방정부 채무에 집중되고 있는데 경기 둔화로 인해 부동산과 지방채무 위험이 부각됐다”며 “7월 정부의 부양 패키지 출시에도 주택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가 더 이어진다면 임계점에 도달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채무의 연쇄적인 디폴트 전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넘어가더라도 중국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인구 구조의 변화, 청년 실업률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의 상황이다. 본질적으로 부동산에서 비롯한 어려움이다. 완다그룹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한 이슈다. 다만 파괴적 구조조정이란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2023년 이때 중국에서도 이미 잃어버린 10년이 진행됐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동안 중국에 투자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수의 빠른 성장, 제조업 생산기지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그동안 중국에 30% 정도를 투자해왔다면 앞으로는 중국과 인도를 합쳐 15% 정도로 줄이고, 그마저도 중국이 육성하는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신산업 위주로 재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 상무) 박경민 기자

    2023.07.20 17:23

  • 금리 2%, 파킹통장 왜 해? 요즘 부자 여기로 갈아탄다

    금리 2%, 파킹통장 왜 해? 요즘 부자 여기로 갈아탄다 유료 전용

    지난해 금융권의 핫 키워드 중 하나는 ‘파킹(Parking·주차)통장’이었습니다.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수시로 자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계좌인데요. 인기 비결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예∙적금 금리도 자고 나면 오르는 일이 반복됐는데요. 예컨대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했는데 이후 금리가 더 오르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죠. 정점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돈을 넣어두기 좋은 게 바로 파킹통장이었습니다.    여기에 주가 하락에 따라 은행으로 잠시 대피하려는 수요도 많았죠. 이때다 싶어 은행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연 4% 전후의 이자를 준다는 파킹통장이 꽤 많았습니다. 1금융권 파킹통장의 금리도 연 3%에 육박했죠. 별도의 예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쏠쏠한 이자까지 챙겨주니 돈이 더욱 몰렸습니다.    ━  📍 포인트1. 다시 시작된 금리 노마드   파킹통장 유치 경쟁이 치열할 때 은행들이 하나같이 내세운 문구가 ‘하루만 맡겨도 이자 지급’이었는데요. 사실 이 홍보 문구의 원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증권사의 파킹통장이라 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죠. 2010년 전후 각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CMA 고객 모시기에 나섰는데 직장인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엄청 늘었습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꾸준히 성장한 CMA 잔고는 2021년 말 기준 약 69조원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11조원 이상 감소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파킹통장 등으로 이동한 영향이죠.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 흐름이 관측됩니다. 지난 6월말 기준 CMA 잔고는 68조원으로 2021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했는데요. 단 6개월 만에 10조원이나 늘어난 겁니다.   CMA로의 자금 유턴의 가장 큰 이유는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파킹통장 금리도 따라 내려온 데 있습니다. 현재 1금융권 파킹통장 중에선 제일은행의 금리가 연 2.6%(신규가입 고객 1%포인트 추가)로 가장 높은데요. 나머지는 2% 초반대로 내려왔습니다. 딱히 매력이 없어진 거죠.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쪽으로 옮기는 ‘머니 무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겠네요.   급증한 CMA 잔고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CMA의 대표 주자는 RP(환매조건부채권)형입니다. 애초에 증권사에서 CMA를 개설한다고 하면 RP형인 경우가 많은데요. 올해 상승세를 이끈 건 발행어음형이었습니다. 최근 1년간 RP형 CMA 자산은 5조원가량 줄었고, 머니마켓랩(MMW)형은 큰 변화가 없었는데요. 발행어음형은 5조원이나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선 6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머지않아 15조원대에 올라설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CMA를 좀 더 자세히 볼까요. CMA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랩(MMW, Money Market Wrap)형 ▶발행어음형이죠.   쉽게 말해 고객의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의 차이입니다. RP는 채권을 발행하는 쪽에서 일정 기간 뒤 약정한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입니다. 국고채나 금융채 같은 안전한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고, 정해진 수익률을 주는 게 장점입니다.   MMW형은 고객이 맡긴 돈을 신용등급 AAA 이상인 우량 금융기관(한국증권금융 등)에 재투자하는 형태인데요. 역시 예금이나 매우 안전한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는데 하루 단위로 정산하는 게 특징입니다. 매일 예금을 가입했다, 해지했다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요. 가만히 둬도 원금과 이자를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수익률은 없고,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 형태죠.   발행어음형은 투자 기간에 따른 수익률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RP형과 비슷하지만 채권에만 투자하는 건 아닙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로 발행하는 어음인데요. 즉 ‘우릴 믿고 돈을 맡기면 일정한 수익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어디에 투자하든 그 수익만 주면 됩니다.    ━  📍 포인트2. 안전한 어음? 가능합니다   최근 CMA 중에서도 발행어음형에 돈이 몰리는 건 약정 이율이 조금 더 높기 때문인데요. 같은 CMA라도 RP형보다 발행어음형의 이율이 보통 0.5%포인트 정도 더 높습니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의 RP형(1~30일)의 약정 수익률은 연 3.1%지만 발행어음형은 연 3.6%입니다.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금리 조건이 좋은 발행어음형 CMA 잔고가 급증했다. 픽사베이 RP형은 재투자 단위가 한 달인 반면 발행어음형은 하루 단위로 수익금을 원금에 포함해 재투자(특이하게 미래에셋만 한 달 단위로 설정)하기 때문에 복리 효과도 더 큽니다. 물론 둘 다 단기 자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복리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더욱 0.1%포인트라도 더 주는 쪽에 돈을 맡기는 게 맞겠죠.   치솟던 금리가 안정되자 은행 수신금리가 하락했고, CMA로 갈아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중에서도 이율이 조금 더 높은 발행어음형에 돈이 몰렸다. 발행어음은 부자가 선호한다는 인식이 있고, 여전히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고객이 많지만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이 특판 행사를 진행하며 20~30대가 많이 유입된 것도 최근의 변화다.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연 4%에 근접하고 있어 유입 추세는 조금 진정되겠지만 금리 조건이 좋기 때문에 관심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   수익 더 주는 거야 반갑지만 그래도 어음이라고 하니 왠지 좀 무섭습니다. 하지만 발행어음과 구조가 유사한 금융상품을 살펴보면 안전한 상품이란 걸 알 수 있는데요.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상품입니다. 고객이 돈을 맡기면 만기에 맞춰 원금과 함께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이니 은행 정기예금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죠.   발행하는 쪽에서 돈을 끌어오려는 목적이 있으니까 회사채나 기업어음(CP)과도 성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빌려주는 기간이 긴 회사채와 달리 발행어음과 CP는 기간이 짧습니다. 수익률은 보통 회사채→CP→발행어음 순인데요. 이는 안전한 순서이기도 하죠.   발행어음 투자 구조는 이렇습니다. 고객이 발행어음형 CMA를 열고, 돈을 입금하면 발행어음을 자동으로 매수합니다. 반대로 돈을 빼면 매도한 뒤 세금을 떼고 돌려주죠. 은행이 대출 이자를 통해 예금 이자를 지급(예대마진)하듯 증권사도 발행어음을 통해 들어온 돈을 다양한 곳에 투자해 수익을 냅니다. 그래야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과정을 수행할 능력 또는 준비가 된 증권사에만 판매를 허락합니다. RP형은 모든 증권사가 판매하지만 발행어음형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4개 증권사만 가능하죠. 이 중 한국투자증권의 잔고 비중이 가장 큽니다.    ━  📍 포인트3. 투자 기간 따라 수익률 점증   물론 위험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CMA 자체가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닙니다. 발행어음 가입 때 약관을 보면 ‘발행사의 신용위험에 따라 상환되며 발행사의 부도 또는 파산 시 최대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살벌한 문구가 포함돼 있죠. 하지만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파산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발행어음은 CMA 계좌만 있다면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금융상품 카테고리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세부적으로 선택해야 할 건 있습니다. 약정 기간별로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7~30일은 연 3.6%지만 180~270일은 연 3.95%입니다. 약정 기간이 길수록 즉, 돈을 더 묶어둘수록 수익을 좀 더 주는 식이죠. 전문가들은 금리도 중요하지만 단기 자금이기 때문에 기간 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기예금처럼 1년을 정해 놓고 투자할 수도 있는데요. 이때는 수익률이 연 4.3%(한국투자증권)로 더 뛰죠. 1금융권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적금처럼 매달 정해진 금액을 적립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적립식의 경우 중도해지 수수료가 있지만 일정 회차 이상 납입하면 면제해주는 게 보통입니다. 보너스 수익을 원한다면 증권사별로 진행하는 특판 행사를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죠.    ━  📍 포인트4. 달러 여윳돈 있다면   발행어음은 달러로도 살 수 있습니다. 역시 RP처럼 담보 역할을 하는 채권이 없고, 증권사의 신용을 보고 달러를 맡기는 형태죠. 상품 구조는 원화 발행어음과 동일한데요. 약정이율은 수시형이 대체로 연 4%대로 원화보다 더 높습니다. 수시로 넣고, 빼는 게 가능한데 달러예금보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증권사가 문 닫을 걱정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만기 때 달러 가격이 오르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겠죠.

    2023.07.18 16:12

  • 집 물려준다고 연금 안 든다? ‘연금 부자’의 뼈 때리는 충고

    집 물려준다고 연금 안 든다? ‘연금 부자’의 뼈 때리는 충고 유료 전용

    여기 ‘연금’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있습니다. 39년간 철도청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은퇴한 뒤 연금 전문가로 변신한 차경수(60) 작가가 그 주인공이에요.   차경수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는 2020년 코레일 대구·경북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공 분야인 철도가 아닌 연금 서적 『37년 월급쟁이가 쓴 알기 쉬운 연금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이 은퇴 전후의 40~60대 사이에서 ‘어려운 연금 지식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입소문을 탔고, 지난 3월엔 개정판인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쓴 연금이야기2』까지 출판했죠. 최근엔 연금 관련 콘텐트를 제공하는 유튜버 활동과 전국에서 쏟아지는 강연, 컨설팅 요청을 소화하며 현업 시절 못지않게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은퇴할 때가 되면 그 누구보다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주변에서 부러움을 산다고 합니다. 평생 월급쟁이였던 차 작가는 연금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실행에 옮겼더니 은퇴 후 ‘연금 부자’가 된 것은 물론 그 노하우를 전파하는 새로운 직업까지 가지게 됐습니다.   머니랩 [연금연구소] 6회는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그를 만나 들은 ‘연금 이야기’입니다. 특히 연금 이야기가 나오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면 되는 것 아니냐” “부모님과 자녀도 부양해야 하는데 연금 넣을 돈이 어디 있느냐” “연금 계좌 만든다고 세제 혜택을 얼마나 보겠냐” 등 이런저런 오해를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차 작가와 함께 연금 준비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또 은퇴 전후 노후 자산을 한 푼이라도 더 아끼는 노하우까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STEP1] 잘나가던 코레일 대변인서 벼락같던 대기발령… “연금 준비로 전화위복”   차경수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코레일에서만 일한 철도 전문가인데, 연금과 관련된 책을 내셨죠. 계기가 있나요.   철도청 시절 사무관으로 임관해 2005년 회사가 공기업인 코레일로 전환된 뒤 대변인(홍보문화실장)까지 맡으며 회사 생활을 잘 해오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대기발령을 받아 구석진 창고에 한참 있게 됐죠. 억울했지만 벌 받을 일을 한 적이 없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주어진 시간을 기회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스스로 뒤를 돌아보며 은퇴한 선배들을 많이 만났는데, 현직 때 당당하던 모습이 많이 사라졌더라고요. 어떤 분은 현직에 있을 때 후배에게 자녀의 결혼 축의금을 받았는데, 그 후배에게 청첩장이 오면 축의금 5만원, 10만원을 내기가 부담스러워 연락을 끊었다는 이야기까지 했어요.그런데 그분들이 받는 연금이 얼마인 줄 아세요? 철도청으로 임관해 공무원 연금으로 월 300만원씩 받는 분들입니다. 많이 받는 거죠. 그런데 서울에 30평대 아파트에 자동차 한 대 가지고 있으니 부동산 보유세에 건강보험료(건보료), 각종 관리비 등 이런 것으로만 월 150만원씩 나간다고 해요. 남은 150만원으로 부부가 생활하려니 쪼들릴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지 않고 외로워지더라고요. 원래부터 연금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기발령이 전화위복이 됐어요. 그때 본격적으로 연금 관련 자격증을 따며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결국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연금엔 처음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2006년에 개인적인 한 사건 때문이에요. 변액연금보험을 하나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업비 명목으로 1000만원 넘게 떼어가더라고요. 억울해서 보험사와 싸우고 금융감독원에 이의제기까지 했죠. 그런데 다시 보니 스스로 ‘내용을 다 듣고 이해했다’고 사인했더라고요.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책 제목에 ‘연금 부자’라고 소개하셨는데, 작가님은 연금을 얼마나 받으세요. 부부 둘 다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고, 따로 국민연금도 추가 납부했어요. 연금보험과 연금저축펀드, IRP(개인형 퇴직연금)도 각각 가지고 있고요. 액수까지 이야기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웃음) 죽을 때까지 즐기면서 쓸 만큼 충분하게 준비했습니다.   그럼 얼마나 받아야 ‘연금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개인마다 다 다르죠. 은퇴 전 생활만 유지할 수 있어도 ‘연금 부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은퇴 전 부부 소득을 100으로 놓고, 은퇴 후엔 여기서 50%에 맞춰 살 건지, 60%에 맞춰 살 건지 정해야 합니다. 은퇴 초기에 30~40년간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그 보상으로 퇴직금으로 해외여행 다니고, 차 바꾸고 풍족하게 쓰는데 계획 없이 쓰는 건 안 됩니다. 인출 전략을 잘 세워서 연금 수명을 길게 가져가야 해요.   작가님은 공기업에서 월급도 많이 받으니 연금 준비할 여력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쪼들리는 생활에 연금 준비는 언감생심이라는 분들도 많아요. 연금을 준비하기에 나쁜 여건이었던 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소득보다 의지예요. 코레일 후배와 이야기해 보면 공기업 다닌다고 해서 여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럼 제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들 사교육비 줄이고, 불필요한 보험은 정리하라고요. 여유가 있어서 연금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금을 강제로 넣어두고 거기에 맞춰서 생활해야 합니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자녀의 사교육비와 보험 정리한 금액으로 월 30만~40만원씩만 연금저축계좌에 차곡차곡 모아 가기만 해도 정말 노후가 달라질 겁니다. 평생 360번(30년) 받은 월급에는 은퇴한 뒤 400번 이상 받을 연금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을 바꿔야 해요. 그리고 외벌이라서 한계가 있다면 노후에 주택연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택연금에 대해 긍정적인데요. 자녀에게 물려줄 건 집밖에 없다며 망설이는 분들도 꽤 있어요.   선택의 문제예요. 저 같은 경우는 연금이 풍족한 편인데도 자식에게 주택연금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죽고 나서 자식에게 상속하기보다 살면서 주택연금으로 월 150만~200만원 받아서 이 돈으로 자녀에게 베풀면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죠. 매달 자녀와 손주들에게 그 돈을 다 쓴다고 생각하면 자녀에게 얼마나 풍족하게 쓸 수 있겠습니까. 주말에 자녀들이 집에 찾아와도 아버지가 항상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함께 여행을 가도 경비를 다 부담하니까 아무래도 더 자주 만나게 돼서 좋아요. 주변에 연금 고민 상담을 많이 해주는데, 부동산 자산만 깔고 현금 흐름이 발생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STEP2] 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파트 3채 있어도 연금 없으면 ‘실버 푸어’”   차 작가와 인터뷰하는 두 시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연금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가 네 통이나 왔어요. 은퇴 전후 세대와 소통하면서 이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을 차 작가와 추려 ‘팩트’를 정리해 봤습니다.     차경수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오해① 연금보단 강남 아파트 한 채를 목표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 아파트 하나 있으면 노후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이 있는데, 부동산 부자여도 연금이 부족하면 ‘실버 푸어’로 살 수 있어요. 제가 최근에 만난 한 자산가는 아파트를 3채나 가지고 있는데, 연금은 월 16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어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9000만원 넘게 냈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른 세금과 건강보험료(건보료) 등으로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니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거예요. 일단 아파트 하나만 팔아서 이자 수익이 나오는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라고 조언했어요. 인컴 수익도 챙기고, 종부세도 줄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분도 있어요. 지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유지를 위한 소득 기준(연 3400만원 이하에서 연 2000만원 이하로)이 강화되며 건보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제 주변의 은퇴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이 때문에 오피스텔 등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꽤 많이 나와요. 그런데 연금계좌를 통해 돈을 모으거나 투자하면 세금과 건보료에서 이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연금계좌에 적립할 때는 세액공제를 받는 금액 이외에도 이자와 배당에 붙는 15.4%의 소득세를 내지 않고, 연금을 받을 때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수익은 건보료 부과 대상도 아닙니다.   오해② 아는 분을 통해 연금저축보험에 들어 놨어요. 이걸로 노후 준비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에는 연금저축보험(보험사에서 가입)과 연금저축펀드(증권사에서 가입)가 있어요. 의외로 보험 가입자가 펀드 가입자보다 많습니다. 상품이 훨씬 좋아서라기보다는 연금저축보험 판매 수당이 연금저축펀드 유치 수당보다 훨씬 많아서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때문이에요. 연금 컨설팅을 해준다고 접근해 결국엔 연금저축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그 수당이 바로 고객이 내는 사업비에서 나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상담 사례 중엔 솔로인 50대 여성에게 종신보험을 연금 상품이라고 판 경우까지 있었어요. 이 분은 보험에 넣어둔 2억원을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분이 사망하면 가족에게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었어요.저는 연금저축보험보단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IRP)에 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추천합니다. 과거 연금저축보험의 공시 이율이 높았을 때는 사업비를 많이 떼어 가도 몇 년 지나면 원금에 도달했고, 그 이후엔 수익도 났어요. 최근 공시 이율은 연 2~3%대 수준에 불과하고, 사업비는 많으면 10% 가까이 떼어갑니다. 이쯤 되니 가입한 지 7~8년이 되더라도 겨우 원금을 회복하게 되는 수준이에요.공부 안 하고 어렵다고 남들이 해주는 상품에 가입하면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사에서 연금저축펀드나 IRP를 만들어 직접 운용하면 안 내도 될 비용들인데 모르고 내고 있다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죠.현재 연금저축보험이 골치라면 당장 해지하기보단 연금저축펀드로의 전환도 가능한 만큼 잘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또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상품은 유지하는 게 유리하니 보험 약관을 잘 살펴보는 게 좋아요.   오해③ 증권사 연금계좌에선 원리금 보장 상품은 매수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투자는 어려워요 모든 투자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죠. 안전하면서 수익이 많이 나는 금융상품은 지구상에 없다고 보면 됩니다. 보험 사업비 뜯기는 것도 싫고,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마음 졸이는 것도 싫다면, 증권사 IRP 계좌를 만들어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하면 됩니다. 은행 예금이나 저축은행 예금상품 등을 매수해 세액공제를 받고, 이자소득세도 내지 않아도 되니 괜찮은 선택이죠. 연세 드신 분 중엔 증권사에서 예금 가입하라는 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데, 증권사 IRP 계좌를 만들면 거기서 예금 상품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차경수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오해④ 연금저축계좌에 넣어둬서 받는 세제 혜택, 얼마나 되겠어요 지금은 연말정산 때가 되면 올해부터 연금저축에 가입해 세액공제받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아직도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세금으로 다 토해내야 한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죠. 연금 적립할 때와 연금을 수령할 때 어떤 세금(이자, 배당소득세)을 안 내고, 낼 때 얼마나 세금(연금소득세)을 내는지 정확히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계산해 볼게요. 총급여 연 5500만원 이하라면 연금저축계좌에 납입한 금액의 16.5%, 5500만원을 초과하면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돼요. 나중에 55세 이후에 연금을 탈 때는 나이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를 냅니다. 가장 낮은 세액공제 혜택인 13.2%에서 가장 높은 연금소득세 5.5%를 빼도 7.7%포인트만큼 득이 된다는 게 금방 계산되죠.금액으로 따져볼게요. 연금저축계좌에 세액공제 한도인 연 900만원씩 모으면 연 소득 5500만원 이하라면 최대 148만5000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매년 이 세액공제 받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은행 연 3% 예금에 20년간 넣어두면 그 금액만 대략 3700만원입니다.더욱이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15.4%)를 한 푼도 안 내고 수령할 때 저율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이를 과세이연 효과라고 하는데, 적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효과도 상당합니다.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꿩 먹고 알 먹고 깃털까지 활용하는 건데, 조삼모사라고 오해하는 분들은 이런 혜택을 놓치는 거죠.     오해⑤ 연금을 납입할 때나 받을 때나 목돈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먼저 연금을 모아가는 시기에는 중도 인출을 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을 모아가야 합니다.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55세 이전에 연금저축계좌에 모은 돈을 뺄 수는 있지만, 손해가 발생합니다. 기타소득세 16.5%를 내기 때문에 세액공제 받은 것 이상으로 뱉어낼 수도 있는 거죠. 급한 돈이 있으면 차라리 은행 대출을 더 받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연금이 아닌 목돈을 형성할 자금이라면 연금저축계좌가 아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모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처음부터 세액공제 한도 900만원을 다 채우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적립하다가 소득이 늘면 점점 늘려나가는 식으로 해야 합니다.55세 이후에 연금을 받을 때가 되면 내가 필요한 만큼 목돈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하면 ‘연금 외 수령’으로 간주해 세금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한도 내에서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연금 수령 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납니다.   김영옥 기자   오해⑥ 연간 1200만원 넘게 연금을 받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요 연간 1200만원을 초과한 연금을 받으면 종합과세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어요. 대부분 이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연간 1200만원씩 20년만 받는다고 해도 연금 적립금이 2억4000만원이에요. 사적 연금을 2억원 넘게 모으는 건 흔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연간 1200만원 초과 연금 기준에는 사적 연금만 계산해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원래 종합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두 번째 이유, 설령 사적 연금이 2억4000만원을 넘는다고 해도 55세부터 매년 1200만원이 넘지 않도록 조정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다른 소득이 높지 않다면 연 1200만원을 초과해서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내야 할 세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넷째, 은퇴 후 다른 소득도 높다면 16.5% 분리과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종합소득세율(6.6~49.5%)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분리과세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김영희 디자이너 오해⑦ 주택연금에 가입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억울할 것 같아요 주택연금은 부부 둘 다 일찍 죽어서 연금을 얼마 받지 못했다면 상속인이 남은 금액을 상속받습니다. 아파트 가격과 그동안 받은 연금을 상계해서 남는 게 있으면 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거예요. 반대로 너무 오래 살아서 아파트 가격보다 그동안 받아간 연금이 훨씬 많아도 자식들이 물어내진 않는 구조입니다. 빨리 죽어도 손해가 크지 않고 장수하면 이익을 보는 구조죠. 누군가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아 연금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마냥 그런 게 아니에요. 주택연금을 산정할 때 장기간의 주택 가격 변동을 예측해 연금을 산정합니다. 매년 일정률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을 가정해 월 지급금을 산출하기 때문에 연금에 이미 물가 인상이 반영된 것이나 다름없죠. 평생 같은 금액(정액형)을 받을 수도 있고, 수령액이 증가하는 방식(정기 증가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손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연금 개시를 한 지 얼마 안 돼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면 그동안 받은 연금과 이자, 초기 보증료를 돌려주고 해지하면 됩니다.   김경진 기자    ━  [STEP3]노후 자산 한 푼이라도 더 아끼는 꿀팁 대방출   연금 지식에 해박한 차 작가는 주변 사람들과 요청하는 분에게 은퇴 후 자산을 지키는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 주고 있는데요, 더중앙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알고 실행하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했습니다.     꿀팁① 퇴직연금 DB형(확정급여형)에서 DC형(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는 타이밍을 잘 잡아라 기업은 매년 퇴직금만큼 떼어서 금융사에 맡겨 놓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그 맡겨 놓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해요. 이때 퇴직금은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따라 확정됩니다. 이게 DB형이죠. DB형의 경우엔 퇴직 직전 평균 임금에 따라 퇴직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연봉이 많이 오르는 근로자는 DB형을 유지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내 퇴직금은 내가 운용할 테니 금융사에 맡기지 말고 나에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DC형입니다. 이렇게 요구하면 회사는 지금까지 퇴직금을 모두 정산해 내가 지정한 금융사 DC 계좌에 넣어주고, 손을 텁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책임지고 운용해야 하죠. 연봉 상승률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DC형이 유리하겠죠.퇴직을 5년 정도 앞둔 퇴직연금 DB형 가입자라면 DC형 전환 시기를 잘 노려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DB형으로 퇴직금을 가장 많이 받으려면 평균 임금이 높아야 하는데, 자신의 직급과 성과급, 시간 외 수당 등을 따져 향후 5년 안에 이 평균 임금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해에 전환하는 게 유리하죠. 퇴직이 10년 이상 남았는데 DC형으로 전환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승진에 관심이 없고, 투자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차경수 작가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꿀팁② 퇴직금 중간정산 특례, 꼭 활용하라 주택 구매 목적 등으로 퇴직금 중간정산한 사람이 많아요. 이런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 특례를 적용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진작부터 있었지만 잘 몰라서 수백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더 내는 경우도 생깁니다.계산이 복잡한 퇴직소득세를 간단히 살펴보면 재직 기간이 길수록 세금이 줄어듭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특례제도를 활용하면 이 재직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세금을 줄일 수 있죠. 1982년에 입사해 2019년 퇴직한 코레일 선배의 사례로 설명해 볼게요. 코레일은 2005년 정부 부처(철도청)에서 공사(코레일)로 전환돼 당시 모든 직원이 공무원 퇴직수당을 받았어요. 특례를 적용하지 않으면 공사로 전환된 2005년부터 퇴직한 2019년까지 14년의 재직 기간을 인정합니다. 반면에 특례를 적용하면 최초 입사한 1982년부터 계산해 재직 기간이 37년으로 늘어나죠. 이 선배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700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냈어야 했는데, 특례를 적용해 250만원만 냈습니다. 세금을 450만원 줄인 거죠.    꿀팁③ 퇴직금, 일시금 말고 연금으로 받아라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해 줍니다. 명예퇴직금과 퇴직금을 합해서 3억2000만원을 받은 분이 있었는데, 일시금으로 받았다면 퇴직소득세가 2800만원이었어요. 하지만 연금으로 받아 세금 840만원(30% 감면)을 줄일 수 있었죠.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대출 상환이나 아파트 구매, 자녀 결혼 등을 이유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가 꽤 많죠. 실제 일시금 수령자가 연금 수령자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게 연금 형태로 받아도 일정 수준의 목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는 무조건 10년 이상 똑같이 나눠서 받는다는 게 아니고, 연금저축펀드나 IRP 계좌에 퇴직금을 받아서 그 연금계좌에서 연금 수령 한도 금액만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인출 기간이 5년이든 10년이든 상관없이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선 목돈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꿀팁④ 국민연금 추납할 땐 건보 피부양자 탈락 여부를 꼭 따져봐라 과거에 한 번이라도 국민연금을 낸 사실이 있으면 지금까지 내지 않은 보험료를 최대 119개월치까지 낼 수 있어요. 이를 추후 납부(추납)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국민연금이 낸 것에 비해 수령하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다만 추납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게 노령연금 수령 액수가 늘어나서 안 내던 건보료를 내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월 140만원씩 국민연금 받을 것을 추납해서 월 170만원으로 액수가 늘었다면 연 소득 2000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건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됩니다. 이런 경우 배(연금)보다 배꼽(건보료)이 더 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꿀팁⑤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려면 연금계좌를 활용하라 기존에는 연 합산 소득 34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자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올려서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소득 조건이 연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까 걱정하는 분들이 상당해요. 부부 중 한 사람만 연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부부 둘 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부부 전체 재산과 소득, 자동차 등으로 소득을 산정해 건보료를 부과합니다. 건보료를 줄이려면 예금을 하든, 투자를 하든 연금저축계좌에서 해야 합니다. 연금저축계좌에서는 수익이 나도 수익에 대해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재산과 소득이 높다면 당연히 건보료를 내야겠죠. 하지만 기준을 잘 몰라서 탈락하거나 더 많이 낸다면 억울하겠죠. 은퇴한 분들이 부담되는 게 바로 건보료와 애경사 고지서라고 말합니다.   관련기사 17억 집도 가능해진 주택연금…은퇴자엔 축복, 이럴 땐 손해 퇴직 후 월 330만원 쓰려면…27년간 월 75만원씩 부어라 노후에 세금 400만원 줄인다? 연금, 받는 타이밍도 전략이다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분산 고수’ 국민연금 봐라, ETF로 연금 투자하는 법 중간정산 세금 돌려받는다? 의외로 모르는 퇴직금 절세법

    2023.07.17 13:47

  • ‘디플레 그림자’ 드리운 中…단오절 특수도 힘 못쓴다?

    ‘디플레 그림자’ 드리운 中…단오절 특수도 힘 못쓴다?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 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인 ‘어닝 시즌’이 시작됩니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투자자의 관심이 많습니다.    성적표를 받아드는 곳은 기업만이 아닙니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만큼 눈여겨봐야겠죠. 다음 주(17~21일) 시장의 키워드는 중국 디플레이션(물가 장기 하락)과 2분기 기업 실적입니다.   김경진 기자  ━  📍키워드: ‘디플레이션 늪’에 발 디딘 중국     다음 주에는 중국의 물가에 영향을 미칠 주요 지표가 줄줄이 나옵니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 실업률 등 주요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죠. 시장에서는 이들 수치가 모두 둔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오는 17일 발표될 중국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5월(12.7%)보다 4.8%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소매판매의 효자 산업인 승용차 소매 판매(지난달 25일 기준) 증가율은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달의 30%와 비교하면 급락 수준입니다. 승용차 도매 판매 증가율도 27%에서 2%로 내려앉을 전망입니다. 중국 18개 도시 지하철 평균 이용객은 86%에서 38%로 이미 많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단오절 특수’가 있었지만, 노동절 연휴에 비하면 동력이 약했습니다. 중국의 6월 산업생산은 5월 3.5%에서 1.2%로, 1~6월 고정자산투자는 4.0%에서 1%대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중국이 좀처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부동산 시장 영향이 큽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2021년 헝다(恒大)그룹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각종 규제로 인해 중국 부동산 시장은 침체 일로입니다. 중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면서 그 여파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정권이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내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 기치 속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빅테크 중심의 ‘기술 굴기’가 흔들리며 오히려 ‘공동빈곤’에 빠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봉쇄와 그에 따른 중국 내 공장 철수 등이 이어지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중국 국내 경제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민간 일자리 감소 속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20%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합니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조치(2010~2022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메릭스(MERICS), 아다치(Adachi)에서 재인용]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 부양 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2선 도시 주택구매 제한 추가 완화와 대출 계약금 요건 완화, 부동산 개발업체 자금조달 조건 개선,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 확대(지방정부 특별 채권 발행 가속화 등), 지방 정부에 대한 중앙 정부의 일시적 신용·재정 지원 등이 꼽힙니다.    왕타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중국 경제는 성장 동력이 약해 부동산 판매와 차량 화물 흐름 지수, 자동차 판매 등 대부분의 지표가 1년 전과 비교할 때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소비·투자 등 내수가 안정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영세기업의 경영난 완화, 저소득층 및 청년층 고용 안정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정책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보고서)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데 있습니다. 중국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이전처럼 시장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화끈한 부양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거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중국 정부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0개월 만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췄습니다. 일반 대출인 1년 만기 LPR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기준인 5년 만기 LPR까지 같이 0.1%포인트 하향 조정했죠.    중국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건 2~3년 전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서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만연했던 잘못된 관행이나 지속 불가능한 구조를 구조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규제인데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됐다. 지금 중국 정부가 신경쓰는 부분은 중단됐던 프로젝트(공사) 진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시장이 기대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백석현 신한은행 S&T 이코노미스트)     .  ━  📍키워드: 아직 갈 길 먼 2분기 ‘어닝 시즌’ 개막   다음 주에는 2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됩니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델타항공, 펩시코, 뱅크오브아메리카,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기업 실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습니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S&P500 기업의 이익 감소 현상이 3분기는 돼야 멈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치뱅크 분석가들은 “지난 10년 간 어닝 시즌은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영국 증권사인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소피 룬드예이츠 수석 애널리스트는 “어닝 시즌의 부정적인 소음은 확실히 미국 시장이라는 폭주 열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선방 중인 인공지능(AI) 등 기술 관련 기업의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로 인한 주가 하락에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를 등에 업고 상반기 주가가 급등한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실망스러우면 주가 하락 여지가 커진다는 거죠.     덴마크 투자은행인 삭소 뱅크의 피터 간리 주식 전략 책임자는 “기업이 3분기와 4분기에 실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미국 주식은 올해 주식 밸류에이션 확대로 인해 특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신재민 기자 국내에선 무엇보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지난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습니다.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6900억원입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7%, 22.3% 감소했습니다. 실적 효자 노릇을 했던 반도체 업황 악화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 영향이 큽니다.    14년 여 만에 최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D램 출하량이 늘고 재고가 감소하고 있어서죠. 하반기에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아는 신차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큰 변수입니다. 내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조립할 계획이죠. 아이폰 밸류 체인의 핵심으로 부상한 LG이노텍도 증권가에서 하반기 재평가 기대가 큰 기업으로 손꼽습니다.   다음 주 국내외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온다. 미국 기업은 이미 2분기 목표치를 굉장히 낮게 잡아놨다. 시장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2분기 어닝 시즌에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하반기 실적이다. 실적 전망을 보면 4분기에 8% 성장까지 전망이 나온다. 이 전망이 실제로 현실이 될지가 주가의 향방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3.07.13 18:32

  • 17억 집도 가능해진 주택연금…은퇴자엔 축복, 이럴 땐 손해

    17억 집도 가능해진 주택연금…은퇴자엔 축복, 이럴 땐 손해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인뉴스18. 문턱 낮아진 주택연금, 100% 활용법   」   한국의 주택연금은 은퇴자에게 축복이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2020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때 주택연금을 이렇게 표현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내 집에 살며 매달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기존에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주택 소유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10월 12일부터 가입 문턱이 대폭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주택연금 대상 주택의 기준가격을 공시가 12억 이하로 바꾸는 내용의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달 21일 국회는 주택가격 요건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공시가격 12억원으로 가입요건이 완화되면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동주택 기준 69%) 기준으로 시세 17억4000만원 짜리 아파트 거주자도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주택가격 요건 완화로 기존에는 가입이 어려웠던 14만 가구가 주택연금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공시가격 12억원인 주택 소유자가 주택연금에 그대로 가입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머니랩에서 주택연금 가입요건부터 재건축 조합원의 신청 가능 여부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  📂[이건 알고 시작하자①] 주택연금 가입요건     주택연금은 ‘연금’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의 대출을 받는 일종의 역모기지론 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보증을 서고 은행이 월 지급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한다. 집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이 이사 걱정 없이 본인 소유의 집에 계속 살며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 ✔️주택연금 가입요건 「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대한민국 국민(재외국민)이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는 보유 주택의 가격이 공시지가 기준 9억원 이하(12억 이하로 확대 예정)일 때만 가입이 가능하다.    다주택자도 소유 주택의 합산 공시지가가 9억원 이하면 거주하는 1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면 된다. 합산 공시가격이 9억원이 넘는 2주택자의 경우 비거주 1주택을 처분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낮추는 조건(3년 이내에 처분)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가입 후에는 추가 주택 취득에 제한이 없다.     주택 외에도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도 가입이 가능하다. 오피스텔은 전용 입식 부엌과 전용 화장실, 세면시설 등도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등 주거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입증돼야 한다. 1층을 상가로 2층을 주택으로 쓰는 형태의 복합용도 주택의 경우 전체 건물 면적에서 주택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일 때 저당권 방식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도 주택연금 가입 신청은 할 수 있다. 다만 첫 월 지급금을 받기 전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을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상환 자금은 주택연금 중 일부를 한 번에 받는 개별 인출금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주택 일부를 전세 또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내준 경우도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한 신탁 방식의 주택연금만 가입이 가능하며, 임대보증금을 주금공이 지정한 계좌에 입금한 후 협약된 정기예금 금리로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 운용 수익은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  그렇지만 일단 주택연금을 받을 경우 몇 가지 제약이 생긴다. 우선 주택연금을 받을 동안 가입자 또는 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담보주택의 주소지와 동일해야 한다. 1년 이상 담보 주택에 실거주하지 않는 경우 계약이 해지되는 등 실거주 요건도 있다.    다만 입원이나 요양소 입소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금공의 승인을 받아 주민등록 이전이 가능하고,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해도 주택연금을 계속 받으며 가입 주택 전체를 임대를 줘 임대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을 받는 동안 이사도 가능하다. 이사로 거주지를 이전할 경우 담보 주택을 변경해 주택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다. 이사를 하는 집의 공시가격은 기존 거주 주택보다 낮거나 주택연금 가입 기준보다 낮아야 한다. 일반주택에서 오피스텔로 가는 등 주거 형태 변경은 허용되지 않고,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도 이사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담보 주택이 바뀌는 만큼 주택연금 월 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다. 담보가치가 늘어날 경우 초기보증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담보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전세나 보증금을 받고 월세를 받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신탁 방식은 전세와 보증금을 받고 월세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김경진 기자  ━  📂[이건 알고 시작하자②] 이왕 가입할 거라면, 신탁방식으로      주택연금은 담보 제공 형식에 따라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으로 나뉜다. 저당권 방식은 주택 소유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주금공이 담보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신탁 방식은 주택소유자가 소유한 주택의 소유권을 주금공에 신탁(소유권 이전)하는 것이다.    두 방법을 비교하면 신탁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저당권 방식은 가입자 사망 후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승계받으려면 자녀 등 공동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상속 재산을 놓고 분쟁이 벌어질 경우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던 이유다.  반면 신탁 방식은 주택 소유자 사후에 배우자에게 주택에 거주할 권리와 연금 수급권이 자동으로 승계된다. 소유권은 주금공으로 이전되지만, 소유자와 배우자 모두 사망한 뒤 주택연금 수급액수보다 주택 가격이 높을 경우 해당 차액(잔여 재산)은 자녀 등 귀속권리자에게 지급된다.      경제적으로도 신탁방식이 유리하다. 우선 신탁방식의 가입 비용이 저렴하다. 9억원 주택 기준으로 저당권 방식은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로 143만80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신탁방식은 7000원만 내면 된다. 현재는 7000원도 주금공이 부담해주고 있어 신탁 방식은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에 대한 부담이 없다.    신탁 방식은 보증금이 있는 임대차 계약도 가능하다. 저당권 방식은 보증금이 없는 월세만 가능해 임대에 제약이 많다. 다만 보증금을 받더라도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주금공이 지정하는 은행에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 해당 보증금은 공사가 협약한 금리대로 이자를 쳐서 임대차 계약 해지 때 운용수익을 돌려주게 된다. 저당권 방식과 신탁 방식 모두 요양병원 입원 등 주금공이 인정한 주민등록 이전 사유가 있는 경우 주택 전체 임대가 가능하다.   이미 저당권 방식으로 가입한 가입자들도 주금공에 신청하면 신탁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상가와 주택이 함께 있는 복합용도 주택은 신탁방식 가입 및 전환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농업인 주택 등 주택 소유가 정해져 있는 주택도 신탁형식으로 가입할 수 없다. 신탁자산의 경우 소유권이 주금공으로 넘어가는 만큼 가입자와 배우자 사망 시 상속인에게 소유권 이전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실전편①] 시세 12억과 시세 15억, 수령액은 같다   주택연금 월 지급금은 가입 시점의 연령(본인 및 배우자 중 연소자 기준)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가입 시점에 결정된 월 지급금을 평생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현재 기준 예상 연금액은 아래 표와 같다. 주택 가격이 3억원인 경우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경우 월 수령액은 45만3000원이고, 70세부터 수령할 경우 월 수령액은 90만1000원으로 늘어난다. 연령과 주택가격별 월 수령액은 아래 그래픽에서 볼 수 있다. 주금공 홈페이지 내 예상연금조회(사이트 바로가기)를 통해 내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연금액을 미리 조회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월 지급금은 주택 가격 상승률, 이자율 추이, 기대여명 변화 등을 고려해 매년 산정한다. 올해 초에도 재산정이 이뤄졌는데 월 지급금이 평균 1.8% 줄어들었다. 올해 2월까지 신청자는 만 60세 6억원 주택 소유자 기준 월 128만3000원을 받을 수 있는데, 올해 3월부터 122만8000원으로 수령액이 5만5000원이 줄었다.    주금공은 전년 대비 예상 주택 가격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이자율이 상승했고 기대여명은 늘어났다는 걸 이유로 꼽았다. 기대여명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주택연금 수령 기준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기존에 연금을 받는 고객은 월 지급금 변동이 없이 가입 당시 약속한 액수를 수령하게 된다.     집값 변동과 무관하게 정해진 액수를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급등할 경우 기존 가입자는 월 지급금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기에는 주택연금 중도해지 건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중도해지 시 받은 연금액과 보증료, 그동안 쌓인 이자를 반환하더라도 높아진 주택 가격으로 새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때 같은 주택으로 3년간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하다.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매달 정해진 액수가 나오는 게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주택연금 수령액을 산정할 때 매년 일정 비율만큼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걸 가정한 만큼 물가 상승률이 이미 반영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시가격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되며 시가 17억원짜리 주택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지만, 연금액만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연금 수령액의 한도가 시세 12억원짜리 주택에 적용되는 한도로 정해져 있어서다. 동일한 연령일 때 시세 12억원 주택 소유자와 시세 15억원 주택 소유자의 연금 수령액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올해 기준 연금액은 70세 기준으로 276만3000원이 최대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재정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수급액을 마냥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셔터스톡 이런 이유로 시세가 12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가 주택연금을 받을 때는 주택 다운사이징도 고려해볼 만하다. 보유 주택을 팔아 시세가 낮은 주택으로 옮긴 뒤 남은 현금을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은 “주택연금은 가입자 사후 주택을 청산해 남은 금액을 가입자 상속인에게 돌려주는 구조인 만큼 시세보다 덜 받는다고 해서 마냥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다만 고가의 주택에 살고 있는데 여유가 없다면, 주택 평수를 줄이거나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집을 옮기는 방법으로 현금 자산을 불리고, 주택 연금을 신청해 노후에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외곽 등으로 주택을 옮길 경우 생활 물가가 떨어져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주택연금 수령을 위해 주택 다운사이징을 할 때는 거래 비용과 기초연금 수급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선정 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초연금은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하위 70% 이하인 사람에게 지급된다. 그런데 주택연금은 소득이 아닌 부채로 분류돼 소득인정액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    『월급쟁이 연금투자 법칙』을 지은 장덕진 연금금융 박사는 “집을 다운사이징할 때 취득세 등의 세금을 내다보면 다운사이징으로 손에 쥐는 돈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며 “주택을 팔아 금융 자산이 늘어날 경우 소득환산액이 늘어나 기초연금 수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택연금 수령 방식 「 주택연금수령 방식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인출 한도 유무다. 인출 한도는 의료비와 교육비, 임대차보증금반환,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수시 또는 일시로 받을 수 있도록 가입 때 미리 설정해 둔 금액이다. 인출 한도를 설정하면 목돈 지출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월 지급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가입 초기 목돈을 인출하면 이자가 크게 불어나 가입자 사망 후 자녀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인출금을 사용한 뒤 인출금과 이자 등을 상환할 경우 1회에 한해 인출 한도와 월 지급금을 회복할 수 있다.     ㆍ종신지급방식 : 인출 한도 설정 없이 평생 매달 연금형태로 월 지급금 수령. ㆍ종신혼합방식 :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 5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는 월 지급금으로 수령.   ㆍ확정기간방식 : 인출 한도 설정 없이 가입자가 선택한 일정 기간(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동안만 월 지급금 수령. ㆍ확정기간혼합방식 :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 5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를 일정 기간 월 지급금으로 수령.   ㆍ대출상환방식 :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상환하는 용도로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 50 초과 90% 이내) 안에서 일시에 받고 나머지를 월 지급금으로 수령.   ㆍ우대방식 : 신청이 또는 배우자가 만 65세 이상의 기초연금 수급권자이고 부부 기준 시가 2억 미만의 1주택만 소유한 경우 일반 종신 지급방식보다 월 지급금을 최대 20%까지 더 받는 방식.   수령 방식을 정하면 월 지급금을 어떻게 받을지도 택할 수 있다. 평생 동일한 금액을 수령하는 정액형을 기본으로 초기 증액형, 정기 증가형 등이 있다.    초기 증액형은 가입 초기인 3, 5, 7, 10년 중 일정 기한을 택해 정액형보다 연금을 많이 받고 이후에는 초기 월 지급금의 70% 수준만 받을 수 있는 형태다. 정기증가형은 3년마다 4.5%씩 월 지급금이 늘어나는 유형이다. 종신 지급 방식 외에는 정액형만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정액형 또는 초기 증액형을 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노후생활의 경우 은퇴 초기 들어가는 비용이 후기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많은 데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인 만 65세 이전까지 ‘연금 크레바스’를 넘길 수 있는 자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많아서다. 정기증가형은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실익이 작다는 설명이다.    」   ━  📂[실전편②]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 ‘복리’?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는 주택연금에 붙는 이자와 보증료 때문이다. 우선 보증료는 초기 보증료와 연 보증료로 나뉜다. 초기 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가 부과된다. 첫 연금 수령 때만 부과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 시세 9억원 짜리 주택의 경우 초기보증료가 1350만원이다. 초기 보증료는 위의 예상연금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 보증료는 보증잔액의 0.75%가 부과된다. 보증잔액은 그동안 받은 월 지급급과 개별인출금, 보증료와 대출이자를 합친 액수다. 보증료는 주택연금 월 지급금을 지급해주는 은행이 주금공에 대신 납부한다. 가입자가 직접 현금으로 납부할 필요가 없는 대신, 대출 잔액에 가산돼 향후 대출금을 갚을 때 보증료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주택연금의 대출 이자는 그동안의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복리 방식이다. 매달 현금으로 이자를 내는 일반 대출과 달리 주택연금은 이용기간 동안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다는 설명이다. 대출이자는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택해 적용 받을 수 있다. CD금리는 직전 3영업일 평균값에 가산금리 1.1%포인트를 더해 산출하고, 3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된다. 코픽스 금리는 전일 기준 공시 코픽스금리에 가산금리 0.85%포인트를 더해 산출한다. 변동주기는 6개월이다. 현재 코픽스 금리를 택했을 경우 적용 금리는 연 4.41% 수준이다.    김경진 기자 복리 방식으로 이자가 붙는 만큼 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예컨대 70세 부부가 3억원 주택 기준으로 매달 90만1000원씩 20년 간 수령했을 때 최종 대출 잔액은 3억9200만원이지만, 30년 간 수령하면 대출잔액은 7억98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다만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더라도 주택연금 구조상 가입자 혹은 가입자의 자녀가 추가로 돈을 더 낼 필요는 없다.     주택연금은 대출인 만큼 변제시기가 도래하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변제 시기는 가입자와 배우자 모두 사망하거나, 주택연금을 받을 때 약속했던 계약을 위반하거나 해당 주택을 매각했을 때다. 현금으로 직접 상환하거나 주택을 팔아 갚을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대출 잔액(연금지급 총액)보다 적을 때도 부족분에 대해 별도 청구는 없다. 주금공이 그동안 받은 보증료가 이런 손해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택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클 경우 주택 매각 후 남은 차액을 가입자 자녀 등에게 돌려준다. 주택연금이 가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주택 처분은 경매 혹은 임의 매각을 통해 할 수 있다. 신탁 방식은 공매를 통한 처분이 원칙이지만 대출 잔액 전액을 현금으로 변제하거나 주금공의 동의를 받을 경우 자녀 등이 임의로 매각해 변제할 수 있다. 임의 매각 시한은 공사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데 통상 6개월의 시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 동안 주택 매각에 성공하면 공매로 주택을 팔 때보다 많은 액수를 남길 수 있다.      ■ 🏗주택연금 받던 주택이 재건축 된다면? 「 주택연금을 받더라도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이 소유자로 되어 있는 신탁 방식은 조합원 참여가 어렵다. 이때는 저당권 방식으로 담보설정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주금공은 가입자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담보설정 방식을 저당권이나 신탁 방식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상 재건축 참여 시에도 주금공의 1순위 근저당권이 반드시 유지돼야 하므로 이주비 대출은 불가능할 수 있다.     재건축 등으로 담보 주택이 멸실되더라도 주택연금은 계속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규정상 재건축 등의 경우 사업 착공을 위한 이주 시부터 해당 주택의 준공검사 승인 후 지정된 입주 기한까지 주민등록 주소에 1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더라도 주택연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해당 재건축이 완료되면 신규 주택으로 담보 주택을 변경해야 한다. 신규 주택의 담보가치는 사업 기간 중 납부하는 추가분담금 또는 수령하는 청산금 기준으로 판단한다. 추가분담금을 납부할 경우 추가분담금만큼 담보가치가 증가했다고 봐 월 지급금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청산금을 받았다면 청산금만큼 담보가치가 감소했다고 봐 월 지급금이 줄 수 있다.  」  연금 전문가들은 노후에 현금 흐름이 부족하다면 가입을 검토해야 할 상품으로 주택연금을 권한다. 김진웅 소장은 “상속 문제와 연계돼 있지만 부모의 재산이 집 밖에 없다면 자녀 입장에서도 부양의 부담을 지기보다 부모가 주택연금을 받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재테크 상품이 아닌 연금 상품인 만큼 대출이자 부담보다는 노후 현금 흐름을 계산해보고 부족하다면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장덕진 박사도 “노후에 현금 흐름이 없다면 내가 거주하는 집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주택연금을 받는 게 유리하다”며 “다만 주택연금은 이자가 복리로 붙기 때문에 예·적금이나 개인연금 등이 준비돼 있다면 가급적 늦게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퇴직 후 월 330만원 쓰려면…27년간 월 75만원씩 부어라 노후에 세금 400만원 줄인다? 연금, 받는 타이밍도 전략이다 ‘분산 고수’ 국민연금 봐라, ETF로 연금 투자하는 법 퇴직연금 대세 ‘TDF 투자법’…수익 5% 못넘긴 상품 공통점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2023.07.11 19:59

  • 엔저에 도쿄 여행 간다? 나는 도쿄 호텔을 산다!

    엔저에 도쿄 여행 간다? 나는 도쿄 호텔을 산다! 유료 전용

    엔저(低)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원화 대비 엔화값이 800원대까지 추락하며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하나은행 고시 기준)은 지난 5일 100엔당 897.29원에 마감했습니다.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건 2015년 6월 27일(897.91원) 이후 8년 만입니다.   엔저의 영향은 일본 여행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달 3주 차 기준, 일본행 예약 건수는 지난 4월 4주 차 대비 2.7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머니랩 구독자는 여행뿐 아니라 다른 생각도 함께 떠올리시겠죠. 엔화 자산에 투자할 적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    단순히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앞서 머니랩에서 소개해 드린 대로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스리(3) 쿠션’ 전략에 이어 오늘은 일본 리츠(REITs) 상품에 투자해 엔화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포인트1. 왜 일본 리츠인가   리츠는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 개발 사업이나 오피스·상가·아파트 같은 부동산을 매입해 수익을 낸 후 여기서 얻은 임대수익이나 매각 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입니다.   일본은 아시아 1위, 글로벌 2위의 리츠 시장입니다. 도쿄 증권거래소(TSE)에 따르면 2001년 2개에 불과했던 리츠는 지난해 말 기준 61개로 늘었죠. 당시 2600억 엔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8000억 엔(약 146조원)으로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습니다.   일본이 리츠 강국의 자리를 꿰찬 배경에는 ‘스폰서 제도’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있습니다. 우선 스폰서 제도를 살펴볼까요.   위탁관리 리츠 방식으로 운영되는 일본 리츠에서 스폰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위탁관리 리츠는 부동산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제3자가 대신 운영해야 하죠. 이 역할을 스폰서가 담당합니다.    일본의 대형 리츠는 대부분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그룹이 맡고 있습니다. 매각 등을 통해 리츠에 부동산을 공급하는 동시에 스스로 임차인으로 부동산을 사용하며 이익을 내는 구조죠. 또한 매각 자금을 신규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끌고 있습니다.   리츠가 도입된 2000년 일본은 대기업 그룹이 가진 부동산 자산을 그룹 자회사인 자산관리회사(AMC)를 통해 계열 리츠로 만들어 상장했다. 대기업이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에 매각하거나, 부동산을 재건축·재개발해 리츠에 팔고 그 자산을 관리 운용한 뒤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일본 대기업이 리츠의 수요자이자 공급자 역할을 한 것이다. (김선태 리츠협회리츠연구원장)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에 일본 정부의 지원책이 힘을 더했습니다. 일본 금융당국은 2015년 조세특별조치법을 개정해 ‘부(負)의 영업권(Negative goodwill)’을 배당 가능 이익에서 제외했죠.    부의 영업권은 피인수 기업을 자본 대비 낮은 가격에 인수했을 때 남는 차액을 의미해요. 차액을 당장 배당에 쓰는 게 아니라 향후 배당 가능 이익으로 유보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리츠를 대형화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죠. 투자자 입장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배당금을 받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 당시 리츠 가격이 30~40%가량 폭락하자 일본 정부는 구원투수로 등장했습니다. 일본은행(BOJ)이 일본 금융청과 손잡고 부동산시장 안정화 펀드를 만들어서 리츠 매입에 나선 것이죠.    은퇴자의 자산 가치 하락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중앙은행이 개입해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행은 리츠의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채권을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일본 리츠는 점차 대형화하고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가 관리하는 주식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의 신뢰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김선태 원장) 김경진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에도 ‘나 홀로 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도 일본 리츠에는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부동산 투자 자금 조달 비용(대출 금리)이 낮아지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 투자자에게 돌려줄 몫이 늘어나니까요.   실제로 일본 리츠의 수익률은 안정적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리츠의 평균 배당률은 3.8%였습니다. 일본리츠협회(JREIT)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일본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4.09%입니다.    최근에 일본 주식 지수가 올라가면서 일본 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글로벌 리츠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을 포함, 다른 나라 리츠 지수는 많이 빠져있지만 2022년 이후 아웃퍼폼하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다른 시장과 비교해 금리 리스크가 낮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던 데다 엔화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장기평균으로 회귀한다고 가정해도 10% 정도 환차익이 나기 때문에 리츠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장승우 대신증권 연구원)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일본이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는 것도 일본 부동산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입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1조 엔(약 9조1000억원)을 투자해 일본 규수 구마모토현에 일본 내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21년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약속한 일본 투자액은 2조 엔(약 18조원)에 달합니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TSMC 공장 유치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만 2022년부터 31년까지 4조 29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공장이 생기고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이동하면 부동산 시장도 들썩일 수 있다는 이야기죠.      5월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세계 반도체 기업 총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 지역 고층아파트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동안 중국·홍콩에 투자하던 외국인도 일본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방의 경우는 TSMC뿐 아니라 소니 등 반도체 관련 기업도 잇따라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일본 교세라 역시 반도체 공장 신설 등 일본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일본 내 투자를 늘리면서 지방의 부동산 시장 역시 부수적인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  포인트2. 어떻게 투자할까     탄탄한 수익구조와 정부 지원, 힘을 받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 엔저 등을 감안하면 일본 리츠 투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하는지가 다음 단계겠죠.   일본 리츠 상품은 크게 일본 증시에 상장된 리츠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일본 리츠 상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머니랩은 ‘리츠 수익률+환차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집중한 만큼 일본 증시에 상장된 리츠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MTS를 통해 종목 번호만 입력해도 곧바로 매수 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본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나 종목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참조〉  일본에 상장된 리츠만 61개이다 보니 투자할 종목을 골라내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일본 리츠 투자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전문가가 꼽은 투자 상품은 ① 핵심지 투자 ② 호텔 리츠 ③ 대형 주거 리츠입니다.    엔화 약세에도 일본은행의 저금리 기조는 끝날 기조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순풍’ 요인이다. 최근 일본 부동산 가격, 특히 도쿄·오사카 등 중심지(코어) 가격이 1990년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데다 대출 금리가 0.5%대로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도 리츠의 배당 수익률이 4%에 가깝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 부동산·리츠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홍 대표가 추천한 리츠는 ‘아이셰어즈 코어 재팬 리츠(1476)’를 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3구’처럼 도쿄 5대 핵심지에 집중 투자하는 리츠입니다. 배당수익률은 지난 7일 기준 3.77%입니다.    일본의 인구 감소가 부동산 시장엔 악재라고 하지만, 도쿄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지난 1월 도쿄도가 공식 발표한 인구 전망에 따르면 도쿄도에는 2030년까지 인구가 증가해 1424만명에서 피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23구 맨션(고층아파트) 평균 가격은 9899만 엔으로 1990년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보다 17.2% 상승한 수치입니다.   2021년 8월에 촬영된 도쿄 시내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호텔 리츠도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꼽힙니다.    금리가 올라 이자 비용이 뛸 때 오피스 등 다른 임대료에는 비용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도 호텔은 바로 객실 단가를 올릴 수 있다. 게다가 호텔은 수급상 도쿄올림픽(2021년) 이후 신규 물량 공급이 없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   홍지환 연구원은 ‘재팬 호텔 리츠(8985)’를 추천했습니다. 재팬 호텔 리츠 투자법인은 일본 도쿄·간사이 등 대도시에 위치한 힐튼(31.3%)과 오리엔탈 호텔(24.2%), 호텔니코(7.8%), 홀리데이인(7.2%) 등의 호텔·리조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은 2.71%입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또 다른 일본 리츠 상품은 대형 주거 리츠입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19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늘면서 대형 평수 선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네요.    일본 주거 리츠 중 대형평수의 비중이 높은 종목은 ‘컴포리아 레지덴셜 리츠(3282)’입니다. 도쿄23구 비중이 전체의 86.6%, 임대주택 비중이 90.8%에 달합니다. 싱글·콤팩트(중소형) 사이즈의 임대주택이 90.2%로 대부분이지만, 패밀리 사이즈도 9.1%로 다른 리츠보다는 해당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일본의 주택 상황을 보면 대형 평수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5월 기준 지난해 대비 10% 정도 상승세를 보여 다른 주거 리츠 대비 실적 개선세가 양호하다. 코로나19 이후로 일본에선 한국보다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데 일본 집이 워낙 작기 때문에 소형평수가 15평대 이하, 대형 평수가 20평대 이상이다. 이런 선호로 인해 대형 평수(50~70㎡, 70㎡ 초과)의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다. (장승우 연구원)   반면에 오피스 리츠나 오피스 비중이 높은 혼합형 리츠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본은 오피스 리츠나 혼합형 리츠의 비중이 52% 이상이다. 일본 리츠 시장의 절반이 도쿄 오피스의 업황에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아시아 내 일본의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 오피스 수요는 부족한데 공급은 적지 않다. 도쿄23구 내 올해 38만 평, 내년 22만 평, 내후년 41만 평의 오피스가 들어오게 된다. 수요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3년간 공급이 커진다고 한다면 지수 투자에 대한 의견은 중립이다. (홍지환 연구원)   개별 리츠 종목으로 접근하는 게 복잡하다면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ETF 매수도 방법입니다. 일본 리츠 대표지수(TSE Reit Index)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거죠.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 리츠 대표지수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투자 비중 1위가 닛폰 빌딩(6.41%), 2위가 재팬 리얼에스테이트(5.27%), 3위가 재팬 메트로폴리탄(4.87%)입니다. 1위인 닛폰 빌딩(8951)은 일본의 대형 디벨로퍼 미쓰이 부동산을 스폰서로 둔 스폰서 리츠로 오피스 비중이 높습니다. 2위인 재팬 리얼에스테이트(8952)는 미쓰비시지쇼를 스폰서로 둔 리츠로 도쿄5구 내 오피스 비중이 높습니다. 3위인 재팬 메트로폴리탄은 리테일·오피스·주거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복합 리츠입니다.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① NEXT FUNDS REIT INDEX ETF(1343) ② Listed Index Fund J-REIT(1345) ③ iShares J-Reit ETF(1476) 등이 있습니다.〈표 참조〉  김경진 기자  ━  포인트 3. 엔화는 오를까    일본 리츠 시장 전망이 좋더라도 엔화 강세가 오지 않으면 기대한 수익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배당금에 매각 차익을 누린다 해도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지면 환 손실을 볼 수 있어서죠.    불안한 전망도 있습니다. 재임 동안 능수능란한 환율 관리로 ‘미스터 엔’으로 불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차관이 엔화가치가 달러당 160엔(현재 달러당 140엔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내놨죠. 사카키바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간극이 확대되면 엔화가 현재 수준에서 10% 이상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일본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면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원ㆍ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로 갈 것이란 시각에도 무게가 실립니다.    7월에 미세조정을 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일본은행 입장에선 급하진 않은 것 같다. 지금의 상황은 미세조정을 하더라도 크게 금융완화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엔화 가치가 급등하진 않을 것이다. 엔화 가치와 관련해 중요한 건 무역수지 개선이다. 그동안은 무역수지 적자로 인한 엔화 약세 요인이 있었지만, 일본 기업의 국내 투자가 늘면서 수출이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환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지평 교수)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518억 달러(197조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적자 규모는 525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548억 달러) 대비 감소한 추세입니다.    일본은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경기 부양과 수출 증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환율 절하가 오래가면 달러 기준 무역수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엔화 약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2023.07.11 16:50

  • “외국인, 한국 주식 다시 관심…근데 꼭 묻는 질문 하나 있다”

    “외국인, 한국 주식 다시 관심…근데 꼭 묻는 질문 하나 있다” 유료 전용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달라졌다. 한국 증시에 돌아올 것 같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와 이찬형 부사장이 한목소리로 전한 외국인 투자자의 분위기입니다. 외국인 투자자에 관한 페트라자산운용의 목소리는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해외 기관투자가가 믿고 맡기는 몇 안 되는 국내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인데요.    현재 5000억원가량 자금을 굴리고 있는데, 이 중 70% 이상이 외국인 기관 투자 자금입니다. 과거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시작으로 현재도 미국대학기금과 중동 국부펀드 등 거물 해외 투자자가 페트라자산운용의 고객사죠. 지난달에는 ‘오일머니’로 통하는 아부다비 산하 투자위원회(ADIC)가 페트라자산운용을 만나고 갔습니다.    이 부사장은 “외국에서 한국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 1순위로 만나는 운용사”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페트라자산운용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 주식’에 ‘롱온리(상승에만 베팅)’하는 사모펀드라는 점인데요. 한국 주식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남다릅니다. 페트라자산운용 용환석 대표(오른쪽)와 이찬형 부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런데 늘 한국 기업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가 가진 ‘물음표’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이 부사장은 싱가포르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부사장은 “한국 증시가 이 질문에 응답해야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달라진 외국인 투자자의 분위기와, 그들이 한국 증시에 가지고 있는 의문이 무엇인지 머니랩에서 들어봤습니다.          ━  [STEP1] 상위 10개 기업을 보라, 한국 증시 나쁘지 않다   이 부사장은 지난 6월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통하는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이 부사장은 “해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고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런던에서 열린 런던 밸류 인베스터 콘퍼런스에 연사 자격으로 초청돼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이 행사는 세계적인 투자 거물 하워드 막스와 데이비드 아인혼도 연사로 참여하는 유서 깊은 투자 콘퍼런스입니다. 여러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난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페트라자산운용 이찬형 부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최근 오랜만에 싱가포르에 다녀오셨다고요. 이찬형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영업을 많이 못 했습니다. 투자자가 한국에 오기도, 저희가 외국에 가기도 어려웠으니까요. 한국 시장이 외면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투자를 하려면 일단 와봐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했어요. 게다가 한국 증시와 밀접한 중국은 코로나19로 봉쇄됐죠. 상대적으로 선진국 중 미국 시장은 너무 뜨거웠고요. 그러다 보니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한국이 한동안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이 없었죠. 2020~2021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50조원 정도 됩니다.    차준홍 기자 만나보니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찬형 정말 관심이 많았습니다. K팝의 효과랄까요. 예전과 달리 한국인이 무엇을 입고 먹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더군요.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좋았는데요. 여기에 더해 소주와 맥주, 막걸리도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식음료주도 동남아 쪽으로 가능성이 생각 이상으로 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최근 미국 증시에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젠 코리안 BBQ’라는 회사가 2500만 달러 가치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습니다. 미국 교포가 운영하는 회사인데, 한국 음식을 파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입니다. 점포가 30여 개밖에 안 되는데도 향후 25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받아 높은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점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된다는 점에서 흥미롭죠.   용환석 실제로 저희 회사에 연락이 많이 오는 걸 보면 되살아난 인기를 실감합니다. 지난 2년간은 아무리 잘해도 외국인 기관의 연락이 정말 뜸했는데요. 최근에는 일주일에 2~3건은 적어도 옵니다.   그럼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돌아올까요?  용환석 돌아올 거라고 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에 투자하기 아주 좋은 타이밍입니다. 글로벌 자금은 항상 위험할 때 달러 자산으로 갔습니다. 그 움직임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 보면 미국에서 금리에 대한 발언이 나와도 달러나 원화가치는 반응이 없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리를 올리면 달러 대비 원화는 절하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강세입니다. 약발이 떨어졌다고 할까요.   이찬형 이번에 싱가포르에 가보니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호감이 매우 컸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을 관광 오기 좋은 나라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투자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나라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증시가 좋은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투자처에서 배제되면서 본 반사이익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 펀드도 영업을 잘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 생각해서 싱가포르를 다녀왔던 겁니다.또 용 대표가 말한 것처럼 향후 달러 약세로 간다면 지금 타이밍이 외국인에게는 좋습니다. 달러 베이스 투자자인 외국인에게는 한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진 거니까요. 맞물려 있는 게 한국의 수출입니다. 한국 원화와 증시는 수출이 강해져야 오릅니다. 지금 수출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두 개가 맞물리는 시기인 거죠. 무엇보다 한국 증시가 해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 주식이 경쟁력이 있다고요? 용환석 주요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봐도 한국 증시가 경쟁력 있습니다. 프랑스를 볼까요. 1위 LVMH를 시작으로 10위권 안에 대다수 기업이 명품 회사로 치우쳐 있습니다(2위 로레알, 3위 에르메스, 4위 크리스찬디올). 독일은 자동차 회사가 대다수고요(3위 포르쉐, 6위 벤츠, 7위 BMW, 8위 폭스바겐). 일본만 봐도 여전히 도요타가 시가총액 1위입니다. 그 외 새로운 혁신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죠. 대만은 IT 회사가 많아 좋게 보기도 하죠. 하지만 반도체 쪽으로 편중돼 있습니다.반면, 코스피 10위 기업을 보세요. 반도체(1위 삼성전자, 3위 SK 하이닉스), 배터리 회사(2위 LG에너지솔루션, 6위 삼성 SDI), 바이오 회사(4위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동차(7위 현대자동차, 8위 기아), IT(10위 네이버) 등 다양하게 포진돼 있죠. 은행과 조선, 통신, 화학 등 과거의 옛날 회사들은 다 밑으로 내려가고, 앞으로 더 커나갈 산업으로 10위권이 이뤄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흔치 않은 좋은 산업 구성을 가진 나라가 한국입니다. 차준홍 기자   이찬형 특히 한국 증시에는 기존 부자의 회사가 아니라 새롭게 성장한 기업도 많습니다. 한국 경제가 역동적이라는 방증이죠. 네이버와 카카오, 하이브 모두 새롭게 치고 올라온 기업들입니다. 다만 이번 싱가포르에서도 굉장히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올라가려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질문이었나요. 이찬형 ‘아직도 재벌이 컨트롤하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요. 이찬형 투자나 경영 판단을 회사나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재벌’로 불리는 총수나 대주주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대한 의심이 있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경영이 일어나게 된다는 거죠. 회사는 장남에게 물려줄 거니, 딸을 위해 빵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는 결정이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CJ가 굉장히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골프대회인 CJ컵은 계속합니다. 신세계 역시 실적이 최근 부진합니다. 그런데 야구 사업에 과도하게 돈을 투자하고 있죠. 대주주가 좋아하니까요. 용환석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도 농구를 좋아해 구단주가 됐습니다. 하지만 개인 돈으로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줬지만, 상장회사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재벌 2세는 주식을 물려받아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지만, 경영은 하지 않습니다. 상장회사니까요. 결국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 환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증시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기업이 더는 골프장 안 하고 부동산 안 모으는 대신 자사주 소각 등 제대로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어섭니다.    ━  [STEP2] 하반기 한국 주식   ‘외국인의 귀환’만큼 한국 증시의 큰 호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용 대표와 이 부사장 모두 “하반기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페트라 자산운용 용환석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올해 한국 증시와 관련해 ‘상저하고’ 예상이 많았는데요. 상반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왜 예측이 다들 틀렸을까요. 용환석 상반기 좋았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2차전지 산업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둘째는 반도체죠.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모리 반도체는 사이클이 있고, 실적을 선행하지 않습니까. 실적이 저점일 때 늘 주가는 선행합니다. 다만 이 시점이 상반기일 거냐 하반기일 것이냐, 이들 중 사이클의 시작이 어디냐를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죠. 대다수의 예측보다 사이클이 돌아오는 게 빨라 상반기부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온다면 하반기도 좋겠군요. 용환석 계속 좋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은 항상 전고점을 뚫으면서 갔습니다. AI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으니까요. 삼성전자 역시 전고점을 깨리라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낸드 쪽은 많이 따라왔지만, D램은 기술력 면에서 따라오는 게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 자체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추격 속도 역시 기존 예상보다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과거 3년간 떠났던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수급 측면에서도 좋겠고요.   페트라자산운용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섹터는 어딘가요. 용환석 특정 섹터를 사기보다는 어떤 주식이든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삽니다. ①성장성이 좋고 동시에 싸야 합니다. 아니면 ②성장성은 그저 그래도 너무나 싸면 삽니다. 회사 창립 이후로 바뀌지 않은 투자 기준입니다.  이찬형 대표적인 예로 YG엔터테인먼트도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매출이 안 나올 때 샀습니다. 전기차가 각광받기 전에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소재 업체도 샀고요. LG화학도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싸졌을 때 매입했죠. 다만 2차전지 중에서도 현재 에코프로 같은 주식은 사지 않습니다. 좋은 회사인 건 알지만 너무 비싸니까요. ‘인기가 없을 때의 주식’을 삽니다.   성장성이 좋고, 싼 주식. 너무 쉽고 당연한 공식이지만 정작 활용하기는 어려운 투자 기준 같은데요. 용환석 오히려 시장에서 어떤 산업 전망이 좋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애플은 좋은 회사인 건 누구든 알죠. 하지만 비싼 주식이죠. 대표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지금은 2차전지와 반도체가 성장성이 큰 대표적인 산업이죠. 그러니 좋아질 산업을 비싸지기 전에 미리 선점해야 싸게 사는 겁니다. 예컨대 CSWIND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전에 풍력발전 등에 시장이 관심을 가지기 전에 저희 펀드가 사서 보유하고 있는 회사죠.   개인투자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용환석 더 어려운 건 ‘싼’ 주식을 찾는 겁니다. 결국 지금 싼 기업의 핵심은 미래에 얼마나 벌어들일 거냐를 같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보려면 과거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데 시간을 아무리 많이 들이는 사람도 현재 이야기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자료는 잘 누적돼 있지 않아 찾기도 쉽지 않고요.   이찬형 그래서 저희처럼 이런 일을 ‘업’으로 삼는 펀드매니저가 있는 거죠. 개인투자자라면 본인의 시간을 많이 투입하거나 아니면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를 선호한다면 연구를 해야죠. 연구를 안 하고 결과를 누리려고 하다 보니 ‘라덕연 사태’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용환석 그래도 개인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이런 방법을 추천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투자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사업에 대해 연구해 본다거나, 내가 2차전지 업계에서 일한다면 그중 어떤 회사의 주식이 괜찮은지를 공부하는 거죠. 중요한 건 ‘모르는 건 안 하는 것’입니다.   성장성이 좋은 산업으로 2차전지와 반도체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역시 비싼가요. 2차전지는 확실히 비싸지만 계속 봐야 한다고 합니다. 조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기회가 올지 안 올지를 잘 보고 있어야겠지요. 반면에 반도체는 이미 올라간 것들도 있지만 싼 것들도 많아 보입니다. 소재장비주 중 싸고 좋은 주식이 많으니까요. 

    2023.07.10 16:40

  • “물가 안 잡힌다, 투자 미뤄라” “이미 근원 물가 꺾이고 있다”

    “물가 안 잡힌다, 투자 미뤄라” “이미 근원 물가 꺾이고 있다”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다음 주(7월 10~14일) 시장의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의 궤적 ▶미국 경제사령탑의 방중 이후 ▶2분기 실적 시즌 시작입니다.      ━  📍키워드 : 인플레이션의 궤적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은 올해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AFP=연합뉴스 최근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지, 두 차례 올릴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Fed는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0~5.25%로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변곡점’이 아니라 ‘건너뛰기(Skip)’였죠.   결과만 놓고 보면 ‘동결’이지만, 6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는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리켰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공개된 6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이미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Fed 내에서 ‘2회 추가 인상’을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밝혀왔죠.   때문에 이번 달 FOMC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88.7%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합니다. 의견이 엇갈리는 건 그 이후인데요. 변수는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궤적이 어디로 향하느냐입니다.  신재민 기자   일단 오는 12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에 따르면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4월(4.9%)과 5월(4.0%)보다도 더 내려간 수준인데요.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를 돌파한 뒤 12개월 연속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역시 5월 근원 CPI 상승률(5.3%)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다음 달 공개되는 7월 CPI 상승률입니다. 다시 반등(예상치 3.6%)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이는 Fed가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 증시가 생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CPI는 지난해 1~6월까지는 가파르게 오르다 7~9월엔 평탄하게 움직였죠.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가 7월부터 급락했거든요. 때문에 올해 7월 CPI부터 ‘역기저 효과’가 사라져 반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Fed도 금리 인상을 끝내겠다고 섣불리 이야기하지 못하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과거 사례를 보면 물가는 쉽게 잡힌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미국 CPI는 6월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입니다. 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평균적으로 16~18개월 뒤 경기 침체가 왔는데, 올해 말부터 내년 초면 그 시점에 도달하죠. 이런 분위기로 미국에서도 한화 7000조원 이상이 투자를 미루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 기회를 놓쳐서 아쉬워하기보단 투자 자산을 잃지 않고 기회를 엿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거비와 중고차 가격 등 미국 물가를 밀어 올릴 만한 요인들이 이제는 꺾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퇴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가가 더 오르지 않는다면 금리 상승도 멈출 거고, 주식 시장엔 이만한 호재가 없죠. 페드워치에서도 시장 참여자들 71.6%가 9월엔 금리 동결을 예상합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슈퍼 근원 물가(Super Core Inflation)’란 개념을 주장했는데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아 걱정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은데,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크루그먼의 주장입니다. 근원 물가에서 최근 물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후행하는 주거비 등을 제외한 게 ‘슈퍼 근원 물가’인데, 이 지표는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게 그 근거죠.”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다음 주 공개되는 6월 CPI는 Fed가 금리를 두 번은 올리지 못하는 걸 확인시켜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헤드라인 CPI뿐 아니라 근원 물가도 꺾이는 추세입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엄청나게 뜨겁지 않다면 추가 긴축에 눌려 있던 시장이 다시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오는 13일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립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로 동결을 예상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에선 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한 데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할 명분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키워드 : 미국 경제 사령탑의 방중 이후   미국의 경제 사령탑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6~9일 중국을 찾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튼 뒤 이뤄지는 또 한 번의 장관급 방문인데요. 그간 미·중간 쌓여온 긴장을 완화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패권 싸움입니다. 미국은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며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등의 분야에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행정 명령까지도 벼르고 있죠. 이에 맞서 중국도 최근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셨습니다.     옐런의 방문과 관련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재 분위기입니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나올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옐런의 방문이 중국 정부의 새로운 경제팀과의 장기적 소통 채널 구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정도로 말했죠.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도 BBC에 “옐런 방중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 그는 양국 관계를 복구하거나 중국의 수출통제·관세 해제 요청에 응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머니랩 프리뷰 자문단의 의견도 결이 비슷합니다.     중국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숨 좀 쉬자’는 건데, 미국 경기는 매우 좋아요. 미국이 중국 때리기를 그만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의미가 있는 거지,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 경기는 상반기보다는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학균 센터장)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화해 모드로 가는 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완전하게 유화적인 제스처로 가기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 상무)    ━  📍키워드 : 2분기 실적 시즌 시작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됩니다. 특히 다음 주엔 미국 대형 금융주의 실적 발표가 있습니다. 오는 14일(현지시간)엔 JP모건과 웰스파고, 시티 등의 실적이 공개됩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시작한 미국 지역은행의 연쇄 위기가 봉합된 뒤 나오는 첫 미국 은행의 실적이죠. 이들 대형 은행의 실적을 통해 이번 사태의 타격을 살펴볼 수 있고, 반대로 위기의 지역은행을 삼키며 만들어진 승자 독식의 구도가 실적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AFP=연합뉴스   다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최근 Fed가 다시 긴축 신호를 보내면서 미국 장기(10년물) 채권 금리가 4%를 넘어섰는데요. 때문에 미국 지역은행의 위기가 또다시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 지역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SVB 사태와 유사한 상황인 건데, 제2의 미국 은행권 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편득현 전문위원)   한국도 7일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데요.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증권가는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6곳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3.07.06 17:47

  • 박스피에도 수익 10% 낸다, ‘국민 재테크’ ELS의 매력

    박스피에도 수익 10% 낸다, ‘국민 재테크’ ELS의 매력 유료 전용

    원금을 잃고 싶지는 않고 수익률은 높았으면 좋겠다.   자산이 100만원이어도, 100억원이어도 재테크에 대한 고민은 같습니다.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은행 등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이유죠. 이런 맥락에서 최근 다시 투자자의 관심이 움직이는 상품이 있습니다. 주가연계증권(ELS)입니다.    최대 연 7~13%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서 수익률이 달라지는 ELS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요즘같이 주가가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는 시기에는 꽤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쓰는 ELS를 머니랩이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  ELS가 뭔데? “주가 연계한 ‘중위험 중수익’ 투자”   ELS는 주가지수와 특정 종목 주가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입니다.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상품인데, 크게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으로 나뉩니다.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변동에 따라 사전에 제시한 수익을 배당 형태로 지급하죠. 대개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인 지수 가격을 평가하는데 일정 수준을 웃돌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하기도 하죠.   ELS는 주가와 연계된 만큼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주가가 내려가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대개 3년 만기인데 계약 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ELS 수익의 가장 중요한 점은 원금 손실 발생 지점인 ‘녹인(Knock In)’입니다. ELS는 기초 자산, 즉 해당 주가지수나 종목 지수에 대한 특정 조건 발생 확률로 수익을 내는 상품입니다.   주가와 연계된 특성상 어느 정도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나고, 반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ELS 상품을 만들며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발생 확률 등을 계산하고 거기에 맞춰 녹인을 확정하죠. 이후 공모(공개적 모집)를 통해 투자금을 모읍니다.   대개 녹인은 기준가의 45~55%로 설정됩니다. ELS 상품 가입 시점에서 주가가 반 토막이 나면 손실을 본다는 의미죠. 예를 들어 볼까요. 코스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에 가입한다고 하죠. 지난 4일 현재 코스피(2593.31)의 80% 이상인 2074.64 이상이 6개월 유지된다면 미리 정해진 수익률을 조기에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기까지 코스피가 녹인 구간에 있다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손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반 토막 나며 폭락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5~10%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어 ‘중위험 중수익’ 투자처로 꼽힙니다. 녹인이 생겨도 만기까지 녹인에서 벗어나 가입 당시 정한 상환 조건을 맞춘다면 원금은 물론 수익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ELS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은 은행 예금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정기예금 금리가 낮으면 ELS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거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제로 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리자 ELS는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ELS의 인기는 시들했습니다. 원금 손실 위험도 투자자를 주저하게 한 이유였죠. 대표적인 게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입니다. 지난해 큰 손실을 냈죠. 2021년 초 1만2000까지 상승했던 홍콩H지수는 지난해 말 4900대까지 폭락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3기 체제가 출범하며, 리커창 전 총리 등 그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핵심 인사가 대거 퇴장했습니다. 그간 중국 경제를 이끈 핵심 인사가 대거 물러났죠. 향후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이나 플랫폼 기업 활성화 기조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홍콩H지수도 하락했습니다.     그 결과 조기 상환 등이 이뤄지지 않으며 지난해 9월 한 달에만 홍콩H지수 관련 ELS 미상환잔액은 21조원이 넘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조원 넘게 늘었죠. 홍콩H지수가 1만2000일 때 ELS에 투자했다면 5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원금 손실도 입게 됩니다.   김영옥 기자    ━  인기 이유는? “증시는 순풍, 예금금리는 하락”   그렇다면 최근 ELS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요. ELS 수익률은 주가와 비례합니다. ELS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은 하반기 증시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겠죠.    주가 상승에 따른 ELS 투자의 예는 테슬라 관련 ELS입니다. 올해 들어서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ELS 상품 발행 규모는 5000억원 수준입니다. 연초 108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25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자연스레 관련 ELS에도 투자자가 몰렸죠.   일본 관련 ELS를 살펴볼까요. 일본 증시는 최근 33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았습니다. 일본 증시의 가늠자인 닛케이지수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본 지수에 이에 연계한 ELS도 늘었습니다.   닛케이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종목은 지난 3월 127개에서 4월 167개, 지난달 173개로 두 달 만에 36% 늘었습니다. 발행 금액도 3월 3652억원, 4월 8206억원, 5월 7505억원으로 상승세입니다. 일본 증시가 호황인 만큼 조기 상환에 대한 기대도 크겠죠.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서서히 마무리되는 분위기 속에 시중은행 예금금리 하락도 ELS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힙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연 3.56%입니다. 전달보다 0.13%포인트 올랐지만, 3% 선에 불과합니다. 증시는 내릴 만큼 내렸고 금리 인상 사이클도 끝물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은 거죠.   김영옥 기자  ━  수익률은? “최대 7~13% 상품 공모 줄줄이”   ELS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나뉩니다. 안전성은 원금보장형이 높지만 수익률은 반대입니다. 원금 보장 제약이 없으면 그만큼 증권사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서죠. 반대로 주가 하락기에는 원금보장형이 유리합니다.     수익률은 어떨까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ELS(원화‧외화) 발행액은 8조4654억원입니다. 지난 1분기(6조7507억원)보다 25% 늘었습니다. ELS 발행량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ELS 조기 상환액도 1분기보다 4000억원가량 늘었습니다. 5월에는 2조6708억원, 4월에는 3조8771억원이 조기 상환됐습니다. 대개 ELS 투자자는 조기 상환을 받으면 다시 ELS에 재투자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조기 상환액이 늘었다는 것은 ELS 발행량 증가로 이어지는 거죠.     증권사 입장에선 요즘 ELS가 효자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 상반기 ELS 조기상환 건수는 8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습니다. 조기 상환액은 3346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수익은 짭짤합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주요 기초자산별 조기 상환 ELS 평균 연 환산 수익률은 5.23~7.81%입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공모에 나선 ELS 수익률은 평균 8% 선입니다. KB증권은 ‘KB able ELS 3041호’ 등 원금 비보장형 ELS 9종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LG화학 보통주, S&P500지수와 유로스톡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상품인데 수익률이 최고 연 13%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의 조기 상환형 스텝다운 ELS 1종은 닛케이 225,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유로스톡 50 지수가 기초자산입니다. 수익률은 최대 연 7.6%입니다.     추세적으로 코스피가 더 오를 것으로 보기에 2300선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초 발행한 ELS 대부분이 조기 상환될 것으로 보인다.(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    김영옥 기자  ━  전망은? “주요 기업 2분기 실적 호전, 주가 상승 기대”   증권업계는 ELS 투자와 관련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증시가 안정세라서죠. 코스피도 연초 2200선까지 하락했다가 2600까지 상승했습니다. 주가 상승은 ELS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달 시작되는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도 호재로 꼽힙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196개) 59%의 2분기 실적이 지난 1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10곳 중 6곳은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의미죠.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3조911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1년 전보다는 아직 40% 이상 낮지만,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라는 것이죠.    전망대로라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개 상장사 중 14곳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25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아(34%), 삼성바이오로직스(30%), 현대차(21%), 삼성SDI(8%) 등도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거죠.   국내 주식시장은 실적 시즌 진입을 앞두고 있다. 2분기 수출 증가율과 마진을 고려했을 때 현재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 주식시장 관건은 3·4분기 실적이다. 하반기 이익 추정치 흐름은 비교적 굳건하다. 수출 회복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 기대가 크다.(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다만 ELS의 경우 중간에 돈을 찾으면 원금 손실을 각오해야 합니다. 일부 ELS 상품은 원하는 때가 아닌 정해진 날짜에만 해지할 수 있기도 합니다. 계약 만기일 전에 써야 할 자금이라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2023.07.05 15:30

  • 1988년엔 상상도 못했다…금융·건설주 ‘30년 추락사’

    1988년엔 상상도 못했다…금융·건설주 ‘30년 추락사’ 유료 전용

    1988년. 건설과 금융업종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해입니다. 무역주와 함께 ‘증시 트로이카’로 전성시대를 누리던 시기죠. 성장주로 대접받던 1980년대 후반을 지난 뒤 건설주와 금융주가 역사적 고점 수준을 회복한 적이 있을까요. 아니면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끝난 걸까요.     머니랩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자료가 있는 1988년 이후 연말(12월 31일) 기준 36년 동안의 27개 업종지수를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기준 지수가 1988년 말 대비 반 토막 난 업종은 금융과 증권, 유통, 종이·목재, 건설 업종 등 5개 업종입니다. 반면에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25배 넘게 치솟으면 2만7721.88에 이릅니다. 1988년 말 이후 코스피가 2.8배 오른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지네요.      ━  [포인트 1] 건설·금융·무역은 1980년대 후반 증시 ‘트로이카’   1999년 한 증권사의 객장 모습. 중앙포토 신재민 기자 27개 업종지수 중 성적표가 가장 초라한 산업은 건설업입니다. 지난달 28일 기준 건설업종 지수는 77.78로 10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1988년 12월 말(539.37)과 비교하면 86% 폭락했습니다. 건설주 주가도 수년째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기준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높았던 건 2015년 5월 21만5000원입니다. 이후 10만~15만원대에서 횡보하다가 최근(6월 28일 기준) 10만52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건설업종의 ‘형님’ 격인 현대건설 주가도 7만9400원(2018년 6월)까지 올랐다가 현재 3만8500원(지난달 28일)으로 반 토막 났죠.     건설업 지수의 역사적 고점은 1988년입니다. 1980년대 후반은 건설주가 금융과 무역주와 함께 증시를 주도하던 ‘트로이카’로 불리던 시기죠. 저유가와 저금리, 낮은 원화가치(고환율) 등 ‘3저 효과’에 1989년 3월 코스피가 1000 고지를 밟을 때도 자금은 트로이카로 몰렸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010년에 쓴 보고서 ‘한국 증시 40년, 회고와 전망’에 따르면 건설주는 이보다 앞서 오일 머니로 중동 건설 붐이 일던 1970년대에도 불꽃을 태웠다고 하는데요. 중동 건설이 본격화한 1975년 6월부터 건설사 주가는 한 해 동안 5배 넘게 뛰기도 했습니다. 건설주가 고점을 기록한 1978년 6월 시장 전체 거래 대금에서 건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46%까지 치솟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김 센터장은 당시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에는 ‘1부 종목과 2부 종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건설주와 비건설주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신재민 기자   건설업뿐이 아닙니다. 금융업종 지수의 역사적 고점도 1980년대 후반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주 지수의 ‘몸값’이 가장 비쌌던 시기는 1988년 12월로 1469.39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907.2)보다 약 62% 높을 정도였죠.    김 센터장은 “코스피가 1000선을 돌파했을 때 금융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0%를 넘어섰다”면서 “1980년대 금융업은 현재 전기·전자 업종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금융주가 성장주 프리미엄을 누렸던 시기죠. 1989년 3월 말 기준 은행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2.5배로 100배를 넘어섰고, 증권업의 PER도 42.8배에 달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은행주 PER이 3.6배인 것을 고려하면 34년 전 은행주는 거품이 낄 만큼 과열됐습니다.     금융주와 증권주가 날개를 단 듯 오름세를 탄 데는 정부가 자본시장 문을 활짝 연 영향이 큽니다. 1980년대 금융정책 기조는 자본시장 개방 추진과 직접 금융시장 활성화라고 요약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직접적인 주가 부양 조치도 있었죠. 1982~84년 주식 매입 자금 지원을 위한 특별 담보대출, 1985년 유통금융한도 확대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국내 1세대 증권맨인 윤재수씨도 저서『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에서 “증권주는 자본자유화, 은행·보험주는 금융 자율화라는 (정책) 재료가 영향을 줬다”고 설명합니다.      ━  [포인트 2] 역사적 고점, 다시 찍을 수 있을까   신재민 기자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건설주와 금융주는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증권주는 1990년대 이후 역사적 고점에 도전장을 내민 적이 있습니다. 2007년 12월 말 증권업종 지수가 4561.42로 4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 해죠. 국내 개인투자자의 ‘펀드 열풍’으로 코스피는 2007년 7월 25일 2004.22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증권업종 지수는 18여 년 만에 역사적 고점 수준을 회복했지만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증권업종 지수는 1743.99로 2007년 대비 62% 하락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건설주나 금융업종 지수는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역사적 고점 수준을 회복하긴 쉽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주식시장은 한국 경제의 축소판”이라며 “1980년대 후반 건설주와 금융주는 현재의 ‘테슬라급’으로 시장의 주도주였지만, 산업이 성숙기로 진입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성장 프리미엄이 낮아졌다”고 말합니다.     업종으로 나눠서 살펴볼까요. 현재 건설업종은 대표적인 저성장·포화산업입니다. 주택 건설 물량은 한정된 데다 경기 둔화 영향으로 해외 수주액도 갈수록 줄고 있어서죠.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연초 이후 해외 건설 수주액은 87억3830만 달러로 2006년(69억2031만 달러)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애널리스트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인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건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건설사는 주택 유지·관리 사업을 하거나 신규 먹거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도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전문가들은 금융업의 성장 걸림돌로 ‘규제’를 꼽습니다. 금융업은 업권 특성상 건전성 관리, 자본비율 등 규제 등으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국내 은행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이죠. 장부상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입니다.     2021년 국내 은행그룹의 평균 PBR은 0.36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1.61)과 비교하면 77.6% 저평가된 거죠.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 ‘우리나라 금융업의 주식 저평가 현황 및 시사점’을 지난해 발표했는데요. 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금융 당국은 금융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규제·감독 체계상 시장의 비효율성을 유발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사실상 (금융주)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아무리 자기자본이 많더라도 투자 등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규제 리스크가 있는 한 투자자도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하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규제 산업 특성상 금융주는 ‘저평가주’를 벗어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신재민 기자  ━  [포인트 3] 날개 단 전기·전자업종, 원동력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 뉴스1 수십 년째 역사적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업종과 달리 꾸준히 ‘전성시대’를 누리는 업종도 있습니다. 바로 전기·전자업종이죠.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지난달 28일 2만7721.88에 이릅니다. 1988년 12월 말(1074.97)과 비교하면 25.7배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27개 업종 지수의 상승 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집니다.     전기·전자업종 지수 오름세를 이끈 건 삼성전자죠. 삼성전자는 2000년 1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이후 2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5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2006년 1월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지 15년 만이죠. 현재(7월 3일 종가) 삼성전자 시총은 435조7941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총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정보기술(IT) 흐름을 주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게 삼성전자 실적이 꾸준히 늘어난 이유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생활가전, TV, 디스플레이, 모바일 사업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죠. 그 결과 2000년 시총 10위권에 있었던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이름을 올린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전기·전자업종은 꾸준히 성장하며, 주도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2023.07.04 16:26

  • PER? EPS? 이 외계어 뭐지? 주식보고서 쉽게 읽는 법

    PER? EPS? 이 외계어 뭐지? 주식보고서 쉽게 읽는 법 유료 전용

      ■  「 ‘2차전지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읽어도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분들을 위해 [2차전지연구소]는 쉽게 핵심만 전달합니다.   이번 2차전지연구소에서는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룹니다. 바로 ‘주식 보고서 100% 활용법’입니다. 상반기 2차전지 회사 관련 ‘중립’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었죠. 하지만 전문가는 ‘목표 주가’나 ‘투자 의견’만 주목하는 건 ‘오독(誤讀)’이라고 강조합니다. ‘오해’를 걷어내고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제대로’ 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여러 책을 펴내며 해외 가치투자가의 투자 철학을 국내에 소개하고 또 운용에 실천해온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에 이어 여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을 교육해온 이종승 IR큐더스 대표 인터뷰를 싣습니다. 」  [2차전지연구소]의 애널리스트 리포트 100% 활용법 두 번째는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와 함께합니다. 이종승 대표는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6년 역임하고 현재 IR(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 컨설팅 기업인 IR큐더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국민연금 매니저도 이 대표의 기업분석 강의를 찾아 듣는다고 합니다. ‘목표 주가’와 ‘실적 전망’ 등 익숙하지만,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리포트의 여러 개념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알아봅니다. 이종승 IR큐더스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STEP1 애널리스트 ‘목표 주가’는 대체 어떻게 나오나   목표 주가는 무엇인가요. 목표 주가(Target Price)는 적정 주가(Fair Value)라는 개념과 비교해야 합니다. 적정 주가는 그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죠. 반면에 목표 주가는 현재의 시장 상태를 반영합니다. 시장이 좋으냐, 유동성이 많으냐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증권사마다 목표 주가의 개념이 조금씩 다른데요. 대체로 6~12개월 안에 리포트가 가정한 상황이 유지되면 도달할 수 있는 주가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실제로 리포트 맨 뒷장에 (목표 주가의 의미를) 정의해 두는 곳이 많습니다. KB증권의 경우 6개월에서 최근 12개월로 바뀌었다고 쓰고 있네요.  〈사례1〉 리포트 맨 뒷장에 쓰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기준. KB의 목표주가는 6개월에서 2020년부터 12개월로 기준이 바뀌었다고 쓰고 있다.   목표 주가는 언제 바뀌나요.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이 달라지면 당연히 바뀝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펀더멘털은 달라진 게 없는데 시장이 ‘핫’할 때입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은데 목표 주가를 바꿀 논리는 없을 때죠.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목표 주가에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적정 주가와의 차이죠. 종합주가지수가 2000일 때와 4000일 때 주가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애널리스트가 목표 주가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대내외 환경과 경쟁력 그리고 회사 전략 등을 종합해 ①실적 전망을 합니다. 이를 포케스트(전망)라고 하죠. ②그다음에 그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합니다. 밸류에이션이란 애널리스트가 현재 시점에서 기업 가치를 판단해 적정 주가 혹은 목표 주가를 산출하는 겁니다. 먼저 적정 주가의 본질은 향후 매년의 예상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합한 값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미래 예상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은 전망한 미래 예상 이익의 신뢰도나 지속성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이렇게 산출되는 적정 주가는 시장의 영향을 안 받게 되죠. 적정 주가와 달리 목표 주가는 사업 내용 등이 유사해 비슷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판단되는 비교 대상 기업(PEER 그룹)과 비교한 ③‘상대평가’로 도출합니다. 비교 대상 기업의 평균 투자 지표를 적용해 목표 주가를 산출하죠. 예를 들어 2023년 이익 전망치가 있는 10개의 비교 대상 기업이 있고, 그 10개 종목의 2023년 이익 전망치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10배라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이 회사가 비교 대상 10개 기업의 평균과 비슷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회사 2023년 예상 이익에 10배를 적용해 목표 주가를 도출할 겁니다. 만약 이 회사는 좀 더 이익 전망치 신뢰도가 높거나 이후 성장성이 커서 할증(프리미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높게, 만약 회사 내부 문제 등이 있어 할인(디스카운트)이 필요하면 그보다 낮게 적용해 목표 주가를 산정하게 됩니다. ④이후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와 비교해 ‘매수’ ‘중립’ ‘매도’ 등의 투자 의견을 내리게 됩니다.    〈사례2〉 기본적인 리포트의 구조. 영업이익 등 실적 추정치 상향하면서 목표주가도 올리고 투자의견도 Buy를 냈다. 이후 실적 상향 이유에 대한 여러 논리적 근거와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대표는 "논리적 근거와 수치의 근거자료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왜 애널리스트마다 다른가요.  기본적으로 애널리스트마다 수익 예상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서치센터에서 제공하기도 하고, 애널리스트가 개별적으로 만들기도 하죠. 큰 골격은 비슷하지만, 애널리스트마다 여러 가정을 넣으면서 이 모델을 수정해 나갑니다. 경제 전망치나 환율, 금리, 유가 등 각종 경제, 산업 지표 전망치는 리서치센터에서 제시하는 값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이 실적 목표로서 가이던스를 제시하면 이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제조 기업의 실적을 전망한다고 하면 산업에 대한 전망, 회사 및 경쟁사의 경쟁력과 주요 전략 등에 대한 판단은 물론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등의 변동에 따른 민감도나 파급효과에 대한 판단 등이 애널리스트마다 다를 수밖에 없죠. 그리고 애널리스트는 수익 예상 모델을 통해 도출한 예측치와 이후 매 분기 발표되는 실제 실적치를 비교해 가며 이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고요. 애널리스트마다 전망치가 다르다 보니 이를 모아 평균을 낸 컨센서스라는 개념을 쓰는데요. 컨센서스는 최근 3개월 내 나온 실적 추정치의 평균값을 의미합니다. 〈사례3〉 모든 리포트에는 위와 같은 기업의 실적 전망 테이블을 포함하고 있다   적정 주가는 향후 매년의 예상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합한 값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미래 예상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은 어떻게 도출하나요. 할인율도 불확실성이 높으면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낮으면 낮아집니다. 음식료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아 예상 이익의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에 할인율이 낮을 겁니다. 이에 반해 예측이 어려운 신성장 산업은 비록 기대 성장률이 높지만, 불확실성도 큰 만큼 할인율이 높아야겠죠. 좋은 리포트는 이런 할인율을 그 근거와 함께 명시하지만, 대체로 요즘은 이런 할인율을 명시하지 않고 목표 주가 등에 녹여 쓰는 추세로 보입니다.   실적 앞에 2023F, 12M FWD 등은 무슨 의미이고, 무엇을 봐야 하나요.  2023F에서 ‘F’는 Forecast 즉, ‘전망치’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2023F는 2023년 연간 전망치입니다. 12M FWD에서 M은 Month(달·개월), FWD는 Forward를 의미하는 것으로 12M FWD는 지금부터 향후 12개월의 예상 실적을 의미합니다. 4Q(Quarter·분기) FWD는 지금부터 향후 4분기의 예상 실적을 의미하죠. 결국 12M FWD나 4Q FWD 모두 향후 1년의 전망치를 의미하죠. 2023년 연초에 사용한 2023F는 2023년 연간 전망치가 되죠. 하지만 만약 7월이 된다면 2023년 1~6월 실적은 확정치가 돼 2023F는 2023년 7~12월 반 년간의 전망치에 해당할 겁니다. 그래서 12M FWD 혹은 4Q FWD를 사용하면 어느 시점에서 사용하든 항상 향후 1년간의 전망치가 되는 거죠.  〈사례4〉 6월에 나온 에코프로비엠 레포트. 12M Fwd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2027년이나 2030년 등 종종 더 먼 추정치를 사용해 목표 주가를 계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익 추정의 기간이 멀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작은 변수 하나를 잘못 봐도 미래에는 그 변수가 확대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미래에는 지금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은데 그 모든 걸 넣어서 가정할 수 없으니 틀릴 가능성도 그만큼 큽니다. 일반적으로 3년 정도 미래의 실적을 전망합니다. 다만, 성장성이 매우 큰 산업이고, 수주 계획이 확정되는 등 실적의 가시성이 높을 경우 먼 미래의 실적까지 전망해 목표 주가를 산정할 수도 있죠.문제는 이 경우 목표 주가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 기업도 2027년이나 2030년 등 같은 시점의 전망치 기준 투자 지표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게 문제죠. 그래서 비교 대상 기업의 2023년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투자 지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분석 대상 기업의 2027년이나 2030년 전망치를 2023년 시점의 현재 가치로 할인해 적용해야 하죠. 만약 분석 기업은 2027년 전망치를 사용하고 비교 대상의 2023년 전망치 기준 투자 지표를 사용한다면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즉 동일한 시점을 비교하고 있는 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  [STEP2] 밸류에이션 기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PER, EV/EBITDA, PBR, DCF, RIM 등 여러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주가수익비율(PER, P/E)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인데요. 즉,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겁니다. PER이 낮다는 건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식 가격이 낮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즉 PER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PER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유는 분모인 당기순이익 자체가 채권자 몫인 금융 비용과 법인세 등 주주 몫이 아닌 여러 비용을 차감한 ‘주주’에게 돌아가는 실제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주주가치인 시가총액으로 나누니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죠.     EPS(주당순이익)라는 단어도 많이 보이는데요. EPS는 PER과 짝꿍입니다. EPS는 ‘당기순이익/평균발행주식수’입니다. 해당 회사가 1년간 올린 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1주에 귀속되는 이익이죠. EPS는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 커지고, 증자나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등으로 주식 수가 많아지면 작아지게 되죠. EPS가 커지는 건 그만큼 주식 1주의 관점에서 본 실적이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배당 여력도 커지므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EPS는 PER 계산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PER은 ‘시가총액(=주가*발행주식 수)/당기순이익’이죠. 이걸 다르게 쓰면 ‘주가/EPS’로도 쓸 수 있습니다. 또 다르게 쓰면 ‘EPS*PER’=주가죠.   EV/EBITDA는 무엇인가요. EV/EBITDA는 기업 가치(EV)를 영업현금흐름(EBITDA)으로 나누는 겁니다. 여기서 기업 가치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부채-현금)을 더한 값입니다. 즉 주주 몫인 시가총액에 채권자의 몫인 순차입금을 합한 값이지요. 그리고 분자인 EBITDA는 순이익에 이자와 법인세 그리고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해준 값(실무에서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한 값을 사용)입니다. 즉,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되는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PER이 주주 가치를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과 비교했다면, EV/EBITDA는 그보다 더 넓은 범위로 주주 가치와 채권자 몫을 합한 기업 가치를 기업에 귀속되는 영업 현금 흐름을 비교한 겁니다.  〈사례5〉 같은 기업이지만 PER과 EV/EBITDA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진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초기 설비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기업인 만큼 적정 P/E는 40배지만 적정 EV/EBITDA는 28배로 낮게 도출되었다. 다만 이종승 대표는 "표 35의 경우 2019~2022년 평균 배수를 2024년 예상 EPS에 적용하고 있고, 표 36은 2023~2024년 평균 피어(PEER) 멀티플을 2023, 2024, 2025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점은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V/EBITDA를 사용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EV/EBTIDA는 실제 유출되지 않은 회계상 현금 흐름인 감가상각비를 더해 줍니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은 물론 현금 창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예컨대 2차전지의 경우 공장 같은 시설 투자가 초기에 많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감가상각비는 실제로 유출되는 현금이 아니라 회계상에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따라서 이를 더해줘 그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을 살펴보겠다는 거죠. 다만 PER과 다르게 장치 산업이냐 등 업종의 특성이 EV/EBITDA에는 많이 반영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EV/EBITDA를 사용할 경우 PER과 달리 이질적인 업종 간 비교는 어렵고 유사한 업종 간 비교만이 가능합니다.  〈사례6〉 이종승 대표가 꼽은 좋은 벨류이에션 사례. 이 대표는 " 해당 레포트는 IRA AMPC 세제 혜택은 2023~2032 년의 기간에 한정되어 이익의 지속성이 담보되어 있다고 간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EBITDA 에 반영하지 않고 해당 기간 수령 가능한 금액의 현재가치를 순현금으로 반영한 좋은 사례" 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시점 예상이익에 멀티플을 적용하는건 그러한 이익이 지속될 거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음 일회석 이익도 EBITDA 등에 반영해 밸류에이션을 하는 레포트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STEP3] 좋은 리포트를 찾으려면    이종승 IR큐더스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센터장을 하실 때 어떤 리포트가 좋은 리포트라고 보셨나요. 막연하게 '이럴거다'라고 말하는 레포트는 걸러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워딩은 장황해도 그 안에 들어 있는 근거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좋은 리포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숫자'나 '데이터'를 근거로 언급해야 합니다. 센터장일 때는 그 데이터의 출처가 믿을 만한 곳의 것인지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오래 해온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많이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분야에 대해 알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리포트 읽는 법을 추천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한 종목에 대한 여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읽는 것도 중요합니만, 한 애널리스트가 쓴 과거의 여러 리포트를 읽는 것도 좋은 애널리스트와 좋은 레포트를 구분하는 시각을 얻는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애널리스트와 좋은 리포트라면 논리의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이야기할 때 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틀렸을 때 왜 틀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틀렸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전망에 근거와 논리가 없었다는걸 의미하는거죠. 만약 근거나 논리의 일관성 없이 한 기업에 대한 전망이나 실적을 계속 바꾼다면 좋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식에 투자 할 때도 그 기업의 스토리를 잘 알아야 하는 만큼, 당장 오늘 나온 리포트 하나만 읽지 말고 이전에 나왔던 여러 리포트를 쭉 읽어 보는 걸 권합니다. 

    2023.07.03 15:05

  • 코스피 예측하는 ‘이 지표’…올해는 서머랠리 없다고?

    코스피 예측하는 ‘이 지표’…올해는 서머랠리 없다고?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다음 주부터 2023년 증시의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상반기를 끝맺는 이달엔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훌쩍 넘기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어요. 7월부터는 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원래 7월은 전통적으로 ‘서머 랠리(Summer Rally)’ 기대심리가 큰 달이죠. 펀드매니저 등 주식시장의 큰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미리 주식을 대량으로 사놓다 보니 초여름 강세장이 형성되는 거예요. 이번 여름엔 랠리를 기대하기엔 여러 가지 경제 지표가 녹록지 않습니다. 경기와 실적 지표를 확인하며 4월의 2차전지, 6월의 반도체 테마로 연출된 강세장을 형성했던 기대감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죠.   7월 첫째 주(3~7일)에는 이런 경기 향방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경기 예측의 가늠자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오는 3일(이하 한국시간) 발표됩니다. 경기는 물론 실업률과 시간당 임금 등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정책에 참고하는 고용 관련 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Fed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오는 6일 공개됩니다. 이번 머니랩 프리뷰에선 올 하반기 증시의 문을 여는 핵심 지표와 이벤트를 프리뷰 자문단과 함께 짚어봅니다.   김주원 기자  ━  📍키워드 1 : ISM 제조업·서비스업 지수   오는 3일 발표되는 ISM 제조업 지수는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높은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가 20개 업종, 400여 개 회사를 매달 설문해 신규 주문과 생산, 원자재 공급, 재고 상황 등을 파악한 뒤 종합적인 업황 경기를 확인하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 지표가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다 보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흐름과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분석합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까지도 이 지표로 예측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2007년부터 ISM 제조업 지수와 연동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까지의 ISM 제조업 지수는 2021년 3월 63.7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 하락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 지표는 50포인트 이상이면 업황 호조를, 그 미만이면 업황 악화를 시사해요. 지난해 11월부터 50포인트 미만으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해 지난달 기준으로 46.9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1948년부터 발표된 이 지표가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을 제외하면, 세계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시장은 이 지표가 언제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ISM 제조업 지수는 이미 더는 내려갈 여지가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사이클이 시작했기 때문에 이 지표도 조만간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전월 대비 조금이라도 개선되면 코스피도 상당히 우호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오는 6일 발표되는 ISM 서비스업 지수 역시 주의깊게 봐야 할 지표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를 가늠하는 이 지표 역시 2021년 11월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 국면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수치는 50.3포인트로 50포인트 미만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에요. 미국은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하기 때문에 서비스업마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 확산할 수 있습니다.   김주원 기자  ━  📍키워드 2 : Jolts·고용보고서   다음 주에는 Fed가 금리 정책에 참고하는 핵심 고용 통계도 발표됩니다. Fed는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실업률이 오르면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죠. Fed가 물가와 전쟁을 하면서 가장 무서워하는 게 실업률이 오르는 겁니다.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데 거리에 실업자까지 넘쳐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기도 뭣하고, 가만히 있기도 뭣한 상황이 연출되겠죠.   오는 6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5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는 미국 일자리 시장의 인력 수요와 실제 채용 인원, 이직률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지난 4월에는 이 보고서상의 채용 공고가 깜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달 들어서는 고용시장 냉각을 나타내는 수치들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또 오는 7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에선 미국 내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와 실업률, 시간당 임금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간당 임금은 물가와도 연관성이 큰 지표입니다. 인건비 증가는 상품 가격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고, Fed가 더 강력한 긴축을 펴는 동기가 되기도 하지요.    지난달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3%로 4월 상승률(4.4%)보다 소폭 둔화했습니다. 5월 실업률은 3.7%로 한 달 전(3.4%)보다 0.3%포인트 상승했죠. 앞으로 실업률은 더 오르고 임금 상승률은 더 둔화하는 모습으로 나온다면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자리 시장 침체를 나타내는 지표가 반드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고용시장 냉각은 곧 경기 침체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자가 는다는 건 경제 긴축을 노린 Fed의 의도가 먹힌 것이지만, 이게 증시에 호재가 될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신규 실업자가 40만명 가까이 늘면 확실한 경기 침체 국면으로 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9~10월까지 미국의 고용 통계는 계속 챙겨봐야 할 항목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그는 28일(현지시간) 유럽 중앙은행 연례 포럼에서 "연내 2회 연속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키워드 3 : FOMC 의사록   이달 FOMC에선 지난해 3월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 릴레이가 장장 1년3개월 만에 잠깐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연 5.1%에서 5.6%로 끌어올린 점도표를 제시하며 Fed가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매파(통화 긴축)적 스탠스를 취했죠. 오는 6일 공개되는 FOMC 의사록은 그런 Fed의 의사 결정 배경과 앞으로의 긴축 방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증시는 Fed의 금리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동안 FOMC 의사록 공개 이후엔 주가지수가 들썩였어요. 최근 들어 시장의 관심사가 금리에서 경기로 옮겨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챙겨봐야 할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미 미국 의회,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 등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Fed의 통화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연내 두 번 금리 인상, 연속 인상도 배제 안 한다’는 입장을 공표한 것이죠. 시장은 Fed가 과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국면에서 공언한 대로 강한 긴축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도 보내는 상황인데요, 구체적인 Fed의 생각을 읽는다면 시장 반응도 달라질 순 있을 겁니다.   시장은 연내 한 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FOMC 위원 다수는 두 번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관련 내용이 의사록에서 확인되면 달러 강세에 힘이 실리고 주식시장도 반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  박경민 기자

    2023.06.29 17:48

  • “목표주가 제일 쓸모없다” 주식 보고서 100% 활용법

    “목표주가 제일 쓸모없다” 주식 보고서 100% 활용법 유료 전용

      ■ 🔋2차전지연구소 「 ‘2차전지 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읽어도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가 안 간다. [2차전지연구소]에서 쉽게 핵심만 전달합니다.   이번 2차전지연구소에서는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룹니다. 바로 ‘주식 보고서 100% 활용법’입니다. 상반기 2차전지 회사 관련 ‘중립’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었죠. 하지만 전문가는 ‘목표주가’나 ‘투자 의견’만 주목하는 건 ‘오독(誤讀)’이라고 강조합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 ‘오해’를 걷어내고 ‘제대로’ 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여러 책을 펴내며 해외 가치투자가들의 투자철학을 국내에 소개하고 또 운용에 실천해온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와 국민연금 매니저를 비롯해 여러 애널리스트를 교육해온 이종승 IR큐더스 대표 인터뷰를 연이어 싣습니다. 」  해외에서는 유료인 애널리스트 보고서, 국내에서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주가를 맞히는 걸 못 봤다’고 비난하며 외면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책을 펴내며 해외 가치투자가들의 투자철학을 국내에 소개하고 또 운용에 실천해온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는 "보고서 맨 앞장의 ‘목표주가’만 보면 당연히 쓸모없을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활용하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말합니다. 기관투자자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할까요. 홍진채 대표에게 들어봤습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  📌팁 1. 목표주가 의미 없다? 그럼 뭘 봐요    왜 목표주가가 의미 없다고 하시나요.   투자자들의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애널리스트는 ‘주가를 맞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건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매니저의 역할이죠. 목표주가는 원칙적으로 6개월 혹은 12개월에 도달할 수 있는 그 주식의 적정 가격 등으로 설명되는데요. 솔직히 어떤 의미인지 투자자끼리는 물론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정확한 합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업계 관행상 매수(Buy) 리포트를 내면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보다 당연히 일정 정도 높게 책정하겠죠. 제게 목표주가 숫자 자체는 옆집의 주식투자를 하는 A씨가 ‘이 주식 여기까지 오를 거 같아’ 정도의 의미입니다.   애널리스트 레포트의 첫 장. 제목, 목표주가, 투자의견, 간단한 실적 추정으로 이루어져있다. 목표주가가 아니라 그럼 무엇을 봐야 하나요. 미래에 그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을 애널리스트들이 각자의 모델과 논리로 추정한 ‘실적 추정치’ 변화를 유의 깊게 봐야 합니다. 실적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목표주가가 오르내리는 건 업계나 시장의 압력에 따라 변경하는 걸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주가가 오르니 목표주가도 뒤따라 올리는 식이죠. 진짜 기업의 가치 변동을 보여주는 건 실적 추정의 변화이고, 이걸 도출해 내는 게 애널리스트의 핵심 역할입니다. 특히 애널리스트가 실적 추정치를 설명하는 논리야말로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2차전지 기업이 광산을 인수한 사실을 언급하며 주가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리포트가 있다고 해볼까요. 매수할 때 생산량은 드러난 자료죠. 유지·보수 비용이나 이익 추정을 애널리스트마다 다르게 했을 겁니다. 예컨대 광산을 인수했을 때 내부수익률이 15% 나온다고 쓴 보고서를 봤는데, 여러 자료와 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10% 정도밖에 안 될 거라는 '나의 판단'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유로 주가를 올린 리포트는 기각해야겠죠. 즉,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사람의 것과 낙관적으로 추정한 사람의 것을 비교해 보는 게 기본일 겁니다.      ■ 애널리스트 보고서 어디서 볼 수 있어요? 「 네이버에서 애널리스트 레포트를 보는법 네이버 홈 화면에서 ‘증권’으로 들어가면 금융이란 화면이 나옵니다. 화면 상단에 있는 리서치를 클릭하면 시황, 투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증권사 리포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 증권사의 홈페이지나 HTS, MTS 등 주식 거래 서비스 프로그램에서 해당 증권사의 리포트를 제공합니다.(여기 클릭하면 연결) 」   ━  📌팁 2.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리딩방’ 아닌 ‘투자자료’   홍 대표는 “애널리스트는 ‘리딩방(특정 종목을 추천하거나 매수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소위 투자를 ‘리드’하는 행위를 통칭)’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나 대신 투자 결정을 해주거나, 나에게 손쉽게 주가를 알려준다는 생각 역시 문제라고 지적하는데요. 홍 대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투자모델을 보충하기 위한 ‘2차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홍 대표는 “해당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걸 공부한 결과(리포트)를 수십 명(애널리스트)이, 게다가 무료로 공유해 주는 셈”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애널리스트가 써주는 걸 그대로 읽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여러 참고 자료 중 하나니까요. 홍 대표가 보고서를 볼 때 던지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①이 기업 프리미엄 줘도 될까?  가장 쉽게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높이는 근거로 쓰는 게 ‘프리미엄’입니다. 프리미엄은 이 기업이 같은 산업 내의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할 이유인데요. 예컨대 2차전지 산업 기업 평균 주당순이익(PER)이 대략 20배라고 해볼까요. 그런데 어떤 기업은 30배를 받아야 한다고 쓴 리포트가 있다고 해보죠. 이때 ‘수직계열화’가 돼 있어서, ‘선도기업’이어서라는 이유 등을 들면서 나름의 논리를 펼칠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 기업이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허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②실적 추정에 들어간 가정은 뭘까? ‘좋은 실적’을 말할 때는 여러 가지 가정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앞선 예시의 광산을 인수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해봅시다. 매수할 때 생산량은 명백하게 공개된 자료겠죠. 하지만 유지·보수 비용이나 이익 추정에서 애널리스트마다 평가가 다를 겁니다. 어떤 리포트는 광산을 인수하면 내부수익률이 15%가량 나온다고 썼어요. 그런데 다른 보고서는 10%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 썼을 수도 있습니다. 둘 중 어떤 게 더 사실에 가까울지는 투자를 결정하는 내가 판단해야겠죠. 여러 보고서를 비교해 적정한 정보를 모으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③가치평가를 할 때 왜 PER을 안 썼을까? 실적을 추정하고 나면 목표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가치평가 방법을 씁니다. 당기순이익과 주가를 비교하는 주당순이익(PER)을 많이 쓰는데요. 2차전지 보고서를 보면 EV/EBITDA나 DCF 기법을 쓴 보고서도 보입니다.(두 기법이 어떤 기법이냐는 다음 기사에서 설명합니다.) 워런 버핏은 “누군가 가치평가를 할 때 EV/EBITDA를 썼다면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며 경계하라”고 말하는데요. 즉 기존의 PER로는 목표주가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목표주가를 설명하기 위해 EV/EBITDA라는 방법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DCF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계산하기 복잡하고 많은 가정이 들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DCF를 써서 가치를 평가했다면 한 번 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 2차전지 기업 관련 보고서를 보니 DCF 모델을 사용해 가치를 판단했더군요. 가중평균자본비율(쉽게 말하면 자금 조달 비율)을 5% 정도로 가정했습니다. 5%면 애플 같은 기업에나 가능한 낮은 이자입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적어도 10% 정도는 돼야 하는데 말이죠. 목표주가를 굉장히 후하게 평가한 보고서라는 걸 알 수 있죠.2030년 까지 실적을 추정한 보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30년까지 이익을 미리 보았다는 건, ‘3년까지만 봐서는 답이 안 나온다’로 우리는 이해해야 할 겁니다. 투자할 때 마음이 편한 단계는 넘어간 겁니다. 이때부터는 좀 더 꼼꼼하게 열심히 나의 모델을 가지고 애널리스트의 모델을 따져보며 투자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DCF 방식을 사용해 이익을 추정한 사례      ━  📌팁 3. 애널리스트의 본심을 읽어라   홍 대표는 “애널리스트도 직업인이다 보니 ‘업의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매도 리포트가 매수 리포트 만큼 많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 보여주듯이요. 실적 추정을 할 때 기업에서 제공하는 자료 등을 받아야 하는 만큼 강한 어조로 비판하거나 단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홍 대표는 그래서 ‘속뜻’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애널리스트의 ‘속뜻’은 어디에서 잘 드러나나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이 같이 움직이지 않을 때입니다. 목표주가를 올리면서 의견은 ‘중립’으로 낼 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는 오르지만 사지 말라는 거니까요. 실제로 2차전지 몇몇 기업의 경우도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전에 목표주가는 올리면서 중립(Hold)을 밝힌 리포트가 있었습니다. 또 매수(BUY)를 외치면서도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것도 유의 깊게 봐야 합니다. 한마디로 “매수를 말하고 있지만 강하게 추천하는 건 아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죠. 또 ‘나와야 할 리포트가 나오지 않을 때’도 저는 중요하게 봅니다.    나와야 할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때는 어떨 때인가요.  개인적으로 기업 실적 발표 전 프리뷰가 안 나올 때입니다. 부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이라면 애널리스트가 바빠서 못 썼을 수도 있는데요. 큰 기업인데 프리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무언가 실적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어서 안 쓰고 있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매도 리포트는 시장에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 전에 보면 여러 리포트가 간접적으로 ‘과열 구간이다’ ‘쫓아가기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매도 리포트로 화제가 된 에코프로비엠 역시 나오기 전부터 이런 톤(어조)의 리포트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따라서 매도 리포트 그 자체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팁 4. 세 줄 요약, 표를 보고 먼저 해석 후 맞춰보기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어떤 산업의 보고서를 몇 개 읽든 제일 중요한 건 요약하고 정리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열 줄 혹은 세 줄 요약이든, 그 과정에서 보고서 간의 차이점을 따져보고, 가장 적정한 자료를 나의 모델에 채택하는 게 중요하죠. 보고서를 활용하는 저의 팁(TIP) 하나를 드리자면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면 뒤에 표가 붙어 있고 앞에 글로 해석돼 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애널리스트의 해석을 먼저 보지 말고 표를 먼저 보고 스스로 나만의 해석을 해보는 겁니다. 내가 보기에는 안 좋은 데이터였는데, 애널리스트가 좋게 해석했다면 어떤 관점의 차이가 있을까를 따져보는 식이죠. 내가 틀렸으면 나의 모델을 수정하면 되겠죠.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내 생각을 유지하면 되고요.    리포트는 하루에 수백 개씩 쏟아지는데요. 좋은 리포트는 어떻게 찾을까요.   꾸준히 써주는 사람, 데이터를 많이 제시해 주는 게 좋은 리포트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매출을 세부항목까지 보여주는 리포트가 저는 좋은 리포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애널리스트가 객관적으로 이 기업을 평가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기본이 안 된 리포트도 많습니다. 또, 주가에 긍정적인 부분을 빠트릴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슈를 말하지 않는 리포트는 좋지 않게 평가할 것 같습니다.  모든 보고서에는 실적 전망이 들어가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제품별 매출액 실적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어 좋은 사례로 뽑혔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종류가 다양한데요. 꼭 빼놓지 않고 읽는 리포트가 있으실까요.   인잇(애널리스트가 해당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처음 쓰는 보고서), 프리뷰(실적 발표 이전 보고서), 리뷰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 수시로 이슈가 있을 때 쓰는 이슈리포트, 산업전망(4~5월 하반기, 10~11월 내년), 그리고 인뎁스(50장이 넘어가는 보고서) 등이 주요 리포트인데요. 특히 인뎁스 리포트는 애널리스트도 열심히 공부해 쓰는 리포트입니다. 시간을 들여 읽으면 투자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죠.   낙관적인 애널리스트가 있고 보수적인 애널리스트가 있는데요. 어떤 리포트를 가까이해야 할까요.   둘 다입니다. 애널리스트가 보수적이냐 낙관적이냐는 그저 리포트를 해석하는 ‘정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보수적인 애널리스트가 있다고 합시다. 가격이 반등하기 전에 보수적인 애널리스트가 좋게 보기 시작한다면 ‘정말 좋은가 보다’라고 해석하면 되겠죠. 반대로 가격이 돌아선 다음에 보수적인 애널리스트가 돌아섰다면 ‘가격을 보고 돌아선 거기 때문에 좋게 볼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고요. 정보는 취사 선택하는 겁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도 ‘나의 모델’을 만드는 데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다른 자료는 어떤 걸 읽으면 좋을까요. 최근에는 네이버 블로그만 봐도 깊이 있게 기술적인 것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많습니다. 유튜브에도 현직자 인터뷰 자료도 많고요. 다만 업계 분들이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자료는 좋지만 주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은 강한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국내 리포트보다 해외 리포트를 중시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솔직히 말하면 해외 투자은행(IB) 보고서는 국내 보고서보다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디테일하지 못합니다. 다만,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꽤 있습니다. 그 리포트를 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고팔기 때문이지요. 굳이 개인투자자들이 찾아서 그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차전지연구소 2차 전지, 지금 사도 괜찮나…변수는 ‘이 가격‘에 달렸다 “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 두 배터리 박사의 ‘팩트체크’ 같은 2차전지라도 수익 2배…당신에 맞는 ETF 추천합니다 에코프로 왜 떴는지 궁금해? “2차전지, 셀·소재 주목하라”

    2023.06.27 16:56

  • 페라리, 이재용에 러브콜했다…디스플레이 살린 ‘신의 한 수’

    페라리, 이재용에 러브콜했다…디스플레이 살린 ‘신의 한 수’ 유료 전용

    지난 4월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찾았죠. 이날 비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2월 7일)를 찾아 전장용 디스플레이 사업 현황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계획 등을 논의한 지 두 달 만입니다.     삼성뿐이 아닙니다. 요즘 세계 경제‧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전기차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5년 만에 10배, 10년 만에 100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어서죠.     전기차 시장은 제조업입니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품은 1만9000여 개죠.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함께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죠.     이제 막 주식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주식+어린이)도 2차전지와 반도체가 전기차 대장주인 건 압니다. 특히 2차전지 관련주는 올해 들어 지난 3월부터 열풍 수준으로 주가가 뛰며 관심을 모았죠.    오늘 머니랩은 또 다른 전기차 수혜 업종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  정부 규제에 날개 꺾인 한국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한때 한국의 대표적인 유망 산업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태양광‧바이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인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죠.     디스플레이 산업의 맥이 풀린 건 2011년 이명박 정부가 LED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면서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한 업종의 경우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제한했습니다. 중소기업의 발전과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데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제동을 거는 부작용을 낳았죠.    디스플레이는 많은 돈과 자원, 기술 개발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업종인데 당시 국내 중소기업 중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LED를 중기 적합업종에서 뺐지만, 이미 일본 니치아와 독일 오스람옵토 같은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뒤라 재진입이 쉽지 않았죠.   한국 디스플레이 부활의 주춧돌은 스마트폰의 고급화와 대형 TV가 강세였습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주를 이뤘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2018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렸습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LCD 업체들이 물량을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치킨게임으로 출혈이 커지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독보적인 기술 개발로 눈을 돌립니다. OLED가 대표적이죠.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재로 만든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패널 뒤에서 빛을 쏘는 백라이트유닛이 필요한 LCD보다 화질이 좋은 데다 얇고 가볍습니다. 스마트폰이 고급화하고 큰 TV 선호도가 커지면서 OLED 수요도 늘어난 거죠. 2020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OLED 덕분입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2차전지 이어 디스플레이도 전기차 수혜?   스마트폰과 대형 TV가 부활의 주춧돌은 깔아줬는데, 중국의 저가 공세는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에 새로운 구원투수가 나타났는데요, 바로 전기차입니다.     디스플레이가 중요해진 건 노트북과 TV,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제품에 디스플레이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어떨까요. 우선 조명이 있습니다. 전조등과 주간 주행등(DRL), 안개등, 후미등, 경고등(ESS), 비상 점멸등(CHMSL) 등 자동차 외부 전방과 후방에 여러 조명이 부착됩니다. 자동차 안에도 실내등과 대시보드 조명 등이 있죠.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조명은 할로겐(Halogen)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설치도 쉬워서죠. 그런데 작동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최근 할로겐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수명이 긴 디스플레이인 LED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빠르게 켜고 끌 수 있고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어서죠.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중요합니다. 일반 자동차는 엔진이 돌아가며 조명이나 냉난방 등에 쓰이는 전기를 만들어 내지만, 전기차는 전기 그 자체가 동력원이라 전력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자동차업계에선 자동차 LED 조명 장착 비율이 내년엔 72%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디자인도 중요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들이 ‘럭셔리’를 앞세우고 있거든요. 실내 인테리어와 안전이 직결되는 자동차 조명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마켓스 앤 마켓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조명 시장은 2020년 32억4100만 달러에서 2025년 41억9600만 달러로 커질 전망입니다. 연평균 5.3% 성장한다는 의미죠.     노트북과 TV·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LED 적용률이 거의 100%지만 조명과 자동차의 LED 적용률은 10%대에 그치고 있어 블루오션급이다. 신기술과 선제적 대응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홍명기 서울반도체 대표)   지난 4월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대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페라리‧BMW·아우디… “한국 디스플레이 장착”   여기서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빛을 보게 됩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OLED도 전기차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죠. 링컨이 최근 중형 SUV인 신형 노틸러스를 공개했는데 가장 주목받은 건 자동차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실내 대시보드에 넓게 깔린 48인치 디스플레이였죠. 운전석 계기판과 에어컨‧오디오 제어장치가 있는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중앙부)가 하나로 연결된 대화면으로 펼쳐졌습니다.     벤츠의 대형 전기 세단인 EQS도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았습니다. 센터페시아 길이가 141㎝ 대형 디스플레이(54인치)였습니다. 옴니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생산량은 1억9311만 대였습니다. 2026년 2억3728만 대로 23% 늘어날 전망입니다.     대시보드에 깔리는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이유는 자율주행과 큰 연관이 있습니다. 운행 중에 영화를 보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좀 더 크고 선명한 화면을 찾겠죠. LCD보다 값이 3~5배 비싸지만 풍부한 색감과 높은 명암비, 넓은 색 재현율을 갖춘 OLED를 찾는 이유죠. 인포테인먼트가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운전과 길 안내 등 필요한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 전달뿐 아니라 다양한 오락거리와 인간 친화적인 기능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기능의 중요성도 커지는 거죠.   페라리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유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BMW, 아우디 등에 차랑용 OLED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노림수가 있습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탠덤(Tandem) OLED 양산에 성공했거든요. 기존 1개 층이었던 유기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는 방식입니다. 유기발광층 1개 층만 있을 경우 휘도(화면 밝기)를 높일 때 재료 수명이 줄었는데 이 단점을 보완했고, 업계에선 전기차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라고 평가합니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지난 1분기 수주 잔액이 3조원을 넘긴 비결이기도 합니다. 전 분기보다 20% 이상 늘었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커지는 확장현실(XR) 시장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 시장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XR 기기에는 마이크로 OLED 같은 차세대 소형 디스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XR 기기 출하량은 1800만대입니다. 1년 만에 800만 대가 늘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이매진을 2억18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 업체는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가 노린 것은 이 업체가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입니다. IT 제품의 부피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필수 기술로 꼽힙니다.    LG디스플레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증착하는 올레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웨이퍼는 유리 기판보다 얇고 가벼워서 IT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고 높은 화소 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TV‧PC 패널 가격 상승… 실적 개선 기대”   디스플레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치킨 게임과 코로나19 ‘보복 소비’ 여파로 최근 날개 없이 추락하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며 ‘최악 국면을 넘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6월 패널(LCD) 가격(지난 20일 기준)은 4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대비 2분기 65인치 TV 패널 가격은 19.8%, 55인치는 16.5% 올랐습니다. 32인치(9.1%)보다 오름폭이 크죠.     미국 전자제품 소매 판매가 지난해 10개월 연속 떨어진 이후 올해 들어 최근 5개월간 상승세다. TV 판매 성수기를 지나며 당분간 TV 패널 가격 상승세는 지속할 것으로 판단한다.” (하나증권 김현수 애널리스트)   글로벌 TV 출하량은 최근 5개월간 대형 신제품 중심의 수요 회복이 나타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글로벌 PC 시장도 재고 조정과 수요 부진으로 과거 10년간 분기 기준 최저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6월 현재 글로벌 PC 업체 재고는 건전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출하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패널 가격 반등은 디스플레이 업체의 실적 개선을 앞당기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서려고 합니다. 2027년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죠. 삼성디스플레이 등 민간업체는 5년간 65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고,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와 특화단지 지정, 규제 해소, 1조원 이상 연구개발 자금 투입 등의 제도적 지원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투명디스플레이와 XR,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을 디스플레이 3대 신시장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시장 창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입니다.   김현서 디자이너  ━  “단기 수익 기대는 조심… 중소형주 눈여겨볼 만”   가격도 정상화를 찾아가고 있고 새로운 기술 개발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품어볼 법합니다. 하지만 단기 수익을 기대한 투자는 깊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부분은 양산 여부입니다. 기술개발에 성공해도 실제로 시장에 팔 수 있어야 수익으로 이어지겠죠.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A2 라인)에 마이크로 OLED 시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정확한 양산 시기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LG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압박으로 양산 계획이 차일피일 밀리고 있습니다.     대형주가 아니어도 중소형주도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합니다. OLED 검사장비 업체인 동아엘텍이 있습니다. 내년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올 하반기에는 관련 검사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선익시스템도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노트북용 OLED 검사 장비 선두주자입니다. 나래나토넥(특수 코팅기술 보유), 풍원정밀(파인메탈마스크, 미세한 구멍이 많은 종이보다 얇은 메탈 소재판) 등도 증권업계에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업체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 정체 속에 IT기기로의 OLED 채택이 확대되면서 세계 최초로 8G OLED 패널 생산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애플의 Vision Pro MR 기기에 Micro OLED를 채택하면서 Micro OLED에 관련 시장도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외에도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LCD 중심에서 OLED 채택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다.”(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2023.06.26 16:25

  • 노후에 세금 400만원 줄인다? 연금, 받는 타이밍도 전략이다

    노후에 세금 400만원 줄인다? 연금, 받는 타이밍도 전략이다 유료 전용

      ■ 🧓연금연구소 「 중앙일보 머니랩이 연금과 노후로 걱정 많은 직장인을 위해 [연금연구소]를 연재합니다. [연금연구소] 기사는 Q&A 형태로 진행됩니다. 연금에 대한 50여 개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세요. 나의 노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진단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다음 연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보 세요. 연재 기사를 모두 읽은 다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연금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돕는 게 이번 연금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  [연금연구소] 1~3회(기사보기①②③)에서는 연금을 왜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금융투자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연금 자산을 잘 쌓고 잘 굴리는 과정이었죠. 4회에서는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연금 수령 전략을 다룹니다. 연금 수령 전략은 치밀해야 합니다. 그래야 은퇴 자산이 예상보다 일찍 고갈돼 발생하는 노후 파산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매달 10만원, 20만원이 아쉬운 은퇴기에 세금과 건강보험료도 아껴야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죠. ‘어떻게 하면 죽을 때까지 충분한 생활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시죠. Unsplash   [연금연구소] 34번째 질문, 이어갑니다.   34. 연금 수령 전략,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까요. 연금 수령 전략을 세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망 전까지 연금 자산이 고갈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계획보다 일찍 고갈되면 노후 파산이라는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서죠. 그렇다고 너무 보수적으로 수령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닙니다. 매달 생활비에 쪼들리는 궁핍한 삶을 위해 오래도록 연금 준비를 한 것은 아니니까요. 유동성이 부족해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질병이나 배우자 사망 등)에 대응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사망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수령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죠.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무위험 자산에만 투자해선 예상치 못한 ‘장수 리스크’를 헤지하기 어려워 위험 자산도 필수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며 “다만 위험 자산이 포함될 경우 운용 성과에 따라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35. 인출 전략에는 어떤 게 있죠.   노후 파산과 여유로운 생활 보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은퇴 자산에서 얼마씩 꺼내 쓸지가 관건입니다. 선진국에선 이와 관련해 이미 다양한 연구와 대안이 제시됐는데요. 자산에서 얼마씩 빼서 쓸 건지(인출량), 어느 정도 비중으로 빼서 쓸 건지(인출률) 아니면 이 둘을 어떻게 적절히 섞어서 활용할지가 전략마다 다릅니다. 가장 유명한 건 미국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젠이 주장한 ‘4%룰’입니다. 은퇴 첫해엔 은퇴 자산의 4%를 수령하고 그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수령액을 증액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벤젠이 미국 주식과 국채에 절반씩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따져본 결과입니다. 미국 주식을 포함한 경우엔 최악의 결과가 노후 자산이 33년간 유지되고 그 외엔 대부분 50년을 넘겼죠.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경우엔 그 기간이 30년 이내로 단축됐습니다. 연금 준비라고 해서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건 아니라는 결과입니다. ‘수정된 4%’ 전략은 매년 전년도 은퇴 자산의 4%를 인출하는 전략입니다. 전년도 자산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인출하기 때문에 자산이 일찍 고갈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 경우 실질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있죠. ‘플로어 앤드 실링 전략(Floor and Ceiling Strategy)’은 ‘4% 룰’에 투자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전략입니다. 전년도 투자 성과가 좋으면 20% 한도 내에서 더 인출하고, 나쁘면 더 적게 인출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합니다.이 밖에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은퇴 초기에 인출을 집중하는 ‘어그레시브 전략(Aggressive Strategy)’과 반대로 은퇴 후기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가정에 따라 인출을 지연하는 ‘세이프 리셋 전략(Safe Reset Strategy)’ 등도 있습니다.   신재민 기자   36. 나에게 맞는 수령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요.   민주영 이사가 제안하는 5단계 수령 전략 수립 과정을 소개합니다. ①노후 생활 계획 수립 노후에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건지 고민해 보고 이에 따른 예상 은퇴 생활비를 산출해 봅니다. 비교적 활동이 왕성한 은퇴 초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건지, 절약하며 살다가 은퇴 후기에 더 많은 돈을 쓰고 남는 돈은 상속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②국민연금 활용 방법 정하기 국민연금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정상 수급연령보다 일찍 수령하거나 늦게 수령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기 연금은 1년이 빨라질수록 연금 수령액이 6%씩 감액됩니다. 노령연금을 5년 빨리 받으면 30% 감액된 연금을 받게 되는 식이죠. 반대로 연기 연금은 늦출수록 더 많이 받게 됩니다. 1년을 연기할 때(최대 5년)마다 7.2%(월 0.6%)씩 더 받을 수 있습니다. ③국민연금 외 은퇴자산 총액 계산 국민연금과 은퇴자산 총액이 얼마인지 따져봅니다. 모든 자산을 연금화하기 어려운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고도 기대하는 은퇴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게 관건이죠. ④은퇴 자산 운용방법 정하기 개인 연금과 퇴직 연금, 기타 금융자산을 활용해 은퇴 소득을 어떻게 창출할 건지 결정합니다. 은퇴 소득은 중간에 끊기거나 금액이 크게 줄면 안 됩니다. 국민연금이 개시되기 전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소득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가교 연금(Bridge Pension)’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⑤점검하고 수정하기 갑자기 예정에 없던 목돈 지출이 생기거나 이사를 하면서 주택 차익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은퇴 자산이 달라지면 인출률을 수정하거나 인출 방법 자체를 바꾸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갑니다.     37. 국민연금을 받을 때도 세금을 내나요.   신재민 기자 이른바 3층 연금이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을 때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받을 때는 모두 세금을 내야 합니다. 다만 일반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에 15.4% 세율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세율이 낮은 편입니다. 먼저 국민연금은 국민의 기본적 노후 생활비 보장을 위해 의무적으로 내는 것이어서 세금을 안 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금을 낸다는 얘기입니다. 대신 국민연금 납부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소득공제해 주고 있습니다. 세금 계산법은 다소 복잡합니다. 복잡한 걸 모두 알 필요는 없고, 우리는 연금소득공제와 인적공제 등 연금 소득에서 제외해 주는 항목이 많아 세금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과세 대상 연금액이 연간 770만원이면 납부세액이 0원입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전액 종합과세 대상이란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국민연금만 받을 때는 세금이 많지 않지만, 은퇴 이후에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이 있다면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김진나 삼성회계법인 세무사는 “사적 연금은 연 1200만원 이상 수령할 때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지만,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모두 종합소득”이라며 “다른 소득이 높지 않다면 공적연금은 공제 혜택이 많아 세금 부담이 적지만, 다른 소득도 있다면 세금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8.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세금 계산법은요? 김영희 디자이너 연금저축과 IRP 등 연금계좌에 모인 돈은 55세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자금의 원천에 따라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연금 계좌에 쌓인 적립금은 자금 원천에 따라 ①퇴직금을 연금 계좌에 이체한 금액 ②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적립한 금액 ③세액공제를 받고 적립한 금액 ④연금 계좌 운용 수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분류는 연금과 관련한 세금 계산할 때마다 등장하기 때문에 개념을 잘 잡아놓길 바랍니다. 먼저 ①퇴직금을 연금 계좌에 이체한 금액입니다. 퇴직금을 퇴직할 때 즉시 수령하지 않고, 연금 계좌로 이체해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세제 혜택을 줍니다. 일시금의 경우엔 퇴직소득세율이 적용되는데, 연금은 이 퇴직소득세율의 70%(연금 수령 연차 10년 초과할 경우 60%)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합니다. A씨가 퇴직금 1억원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 퇴직소득세 1000만원을 냈어야 한다고 해보죠. 퇴직소득세율은 10%입니다. A씨가 이를 10년 동안 매년 100만원씩 연금으로 수령하면 7%의 세율만 적용받습니다. A씨 입장에선 일시금을 받을 때보다 세금 300만원을 절약하게 되는 셈이죠. 퇴직 연금은 분리과세 대상입니다. 흔히 연금 소득이 연 12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서 종합과세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퇴직급여에서 발생한 연금 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할인된 퇴직소득세를 내면 그걸로 세금 걱정은 끝입니다. 퇴직금에 대한 자세한 세금 계산법은 이 기사를 통해 확인하세요. ②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적립한 금액의 경우엔 연금 계좌에는 담겨 있지만, 세액공제는 받지 못한 돈입니다. 연금 계좌에는 매년 180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데, 세액공제는 900만원까지 해주죠. 이 900만원을 넘어선 금액이란 의미입니다. 이 금액에 대해선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으니, 인출할 때도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건 ③세액공제를 받고 적립한 금액 ④연금 계좌를 운용해 추가로 얻은 돈인데요. 여기엔 연금 수급 시기에 따라 3.3~5.5% 저율 과세됩니다. 연금 수령액이 많은 분이 걱정하는 건 이 대목인데요. ③과 ④의 연금 소득이 연간 1200만원을 넘어가면 해당 연금 소득을 전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6~49.5%)로 과세합니다. 연 1300만원을 수령했다면 초과분인 100만원만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 1300만원 전체가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은퇴 후에 연금 외 다른 소득이 높거나 ③, ④에서 연금 수령액이 매우 크다면 조절해서 받는 게 절세에 도움이 됩니다. 또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게 아니고, 16.5%의 분리과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해당하는 종합소득세율이 16.5%보다 높을 땐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관련기사 중간정산 세금 돌려받는다? 의외로 모르는 퇴직금 절세법   39. 연 1200만원을 초과한 연금을 받을 때 종합 과세가 될까 걱정됩니다.  연 1200만원이라고 하면 월 100만원꼴이기 때문에 월 생활비로 따지면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고 느껴지는데요. 이 때문에 ‘연 1200만원 이상 종합과세’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 전문가들은 특별히 연금이 많거나, 연금 외 근로·사업 소득 등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오해하는 경우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앞서 살펴본 대로 공적연금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이 계산에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매달 국민연금 100만원과 개인연금 50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종합과세된다고 오해하지 말란 이야기입니다. 또 일반적인 경우 사적연금만으로 연 1200만원을 수령할 만큼 적립금을 쌓기 쉽지 않습니다. 물가 상승률과 운용 수익 등을 배제하고 단순히 따져보겠습니다. 연간 1200만원씩 20년을 받는다고 하면 연금 자산으로 2억4000만원을 모아둬야 한다는 건데, 이렇게 모으려면 거꾸로 20년간 매달 100만원씩은 넣어뒀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소득이 높아 그 이상의 적립금을 쌓아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도 55세부터 수령액을 매년 12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조정해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다른 소득이 높지 않으면 종합과세된다 하더라도 낮은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요. 다른 소득이 높아도 16.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월급쟁이 연금부자가 쓴 연금이야기 2 』를 쓴 차경수 작가는 “종합과세가 무서워 연금 적립액을 줄이겠다는 건 이자소득세가 무서워 예금을 안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1200만원이란 숫자도 아주 오래전에 만든 기준이라 국회에서 이를 상향하는 논의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40. 실제로 현재 연금을 받는 분이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 알고 싶어요.    두물머리투자자문 고객 2명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김명희(65·가명)씨는 지난 16년간 연금저축계좌에 연평균 400만원가량을 넣고 운용해 6400만원을 모았습니다. 이 계좌에 은퇴한 62세부터(2020년 3월) 매달 70만원씩 연금을 인출하고 있습니다. 퇴직금으로 받은 1억2000만원 중 6500만원은 목돈으로 쓰고, 남은 돈은 IRP 계좌에 넣어 아직 연금을 인출하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적립한 IRP에 지난 3년간 900만원을 모은 것도 있고요. 이런 김씨가 매달 실제 수령하는 돈은 연금소득세 3만8500원(세율 5.5%)을 제외한 66만1500원입니다. IRP 계좌에선 아직 인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여기에 대한 세금도 당연히 없습니다. 박준규(60·가명)씨는 지난 17년간 연금저축계좌에 연 400만원씩 넣어 총 6800만원을 만들었고요. 퇴직금 1억4000만원을 IRP 계좌에 넣어 연금 형태로 수령하고 있습니다. 55세부터 연금저축계좌에선 매달 80만원, IRP계좌에선 매달 250만원씩 총 월 33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연금소득세 4만4000원(세율 5.5%)을 제외한 75만6000원, IRP 계좌는 퇴직소득세 13만3520원(세율 5.3%)을 제외한 236만6480원을 받게 됩니다. 박씨의 경우는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았을 때의 퇴직소득세는 약 7.6%였지만, 연금 형태로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70% 할인된 5.3%의 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세금을 제외하고 매달 받는 연금은 312만2480만원이네요. 18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겁니다.   김영희 디자이너   41. 연금을 인출할 때 어떤 계좌부터 인출하는 게 유리한가요.   연금 계좌가 하나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알아서 세율이 낮은 순으로 인출해 주기 때문인데요. 계좌가 여러 개라면 당연히 세금을 적게 내는 순서로 인출하는 게 유리합니다.앞서 자금 원천별로 세금 계산법을 살펴봤죠. 여기서 세액 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②)의 경우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자금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인출하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은 각자 상황에 따라 계산해 봐야 하는데요. 퇴직 연금(①)에서 할인된 퇴직소득세율과 세액 공제를 받고 모아둔 돈(③)·운용 수익(④)에 적용되는 연금소득세율 중 낮은 걸 먼저 인출하면 됩니다. 퇴직소득세율의 경우는 20~30년간 장기 근속할 경우엔 보통 한 자릿수라 높지 않은 편이지만, 근속 연수가 길지 않은데 희망퇴직으로 큰 금액의 퇴직금을 받았다면 생각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42. 개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55세가 되면 맘대로 수령해 쓸 수 있나요. 김영옥 기자 연금을 수령할 때는 매년 수령 한도가 정해집니다. 지금까지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들을 살펴봤는데, 모두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 인출하는 경우였습니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 즉, 아프거나 사망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 등은 예외입니다. 연금 수령 한도는 연금 계좌에 모인 돈을 연금 수령 연차에 따라 나눈 뒤 1.2배를 하는 방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연금 계좌에 모은 돈은 ‘연금 계좌 평가액’이라고 하는데, 매년 1월 1일 연금 계좌 잔고액을 넣으면 됩니다.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해에만 연금 개시를 신청한 날의 연금 계좌 잔고가 기준이 됩니다. 다음엔 ‘연금 계좌 평가액’을 11에서 연금 수령 연차를 뺀 숫자(11-연금 수령 연차)로 나누는데요. 단, 연금 수령 의무기간이 5년이었던 2013년 3월 1일 전에 가입한 경우 최초 연금 수령 연차를 6년 차(11-6년 차=5)부터 시작합니다. 연금 수령 연차가 11년 이상 되면 이 계산식을 사용하지 않고 연금 수령 한도가 없어집니다.예를 들어보죠. 연금 계좌에 5억원이 있다면 연금 개시 첫해엔 수령 한도가 6000만원이 되고요. 첫해에 수령 한도 중 5000만원만 수령하고, 적립금을 운용해 9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하면 2년 차 1월 1일에 연금 계좌 잔고는 4억5900만원이 됩니다. 이를 토대로 한도를 계산하면 수령 한도는 6120만원이 됩니다.      43. 연금 수령 한도를 넘겨서도 인출할 수 있나요.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해서도 인출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초과 인출한 금액을 ‘연금 외 수령’으로 간주해 자금 원천에 따라 원래 냈어야 할 세율을 적용하는데요. 한도를 초과한 퇴직 연금 수령액(①)은 퇴직소득세율의 60~70%가 아닌 100%를 내야 합니다. 세액 공제를 받지 않았던 적립금(②)은 원래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연금 외 수령’이어도 세금을 내지 않고요. 세액 공제받은 금액(③)과 운용 수익(④)은 한도를 초과할 경우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게 됩니다.   셔터스톡   44. 연금 소득이 높으면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이른바 ‘건보료 폭탄’을 맞는 건 아닌가요.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 기준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건보료 걱정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차경수 작가는 “서울에 3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고급 차량과 일정 수준의 연금 자산이 있다면 월 20만~30만원의 건보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은퇴 시기에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며 “부부가 모두 자녀 밑에 있던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하면 부담은 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재산과 소득이 높다면 당연히 건보료를 내야겠지만, 몰라서 탈락하는 건 좀 억울합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득 기준인데요. 기존에는 연 소득 3400만원 이하였지만, 현재는 연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됐습니다. 이 연 소득에는 근로소득(월급)과 사업소득,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은 물론 공적연금 소득도 포함됩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일찍 받아 국민연금 수령 액수를 줄이는 사람도 늘고 있죠.그런데 사람들이 꽤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연 소득 기준에 사적연금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현재로서는 5대 공적연금에 대해서만 연 소득 기준에 포함된다”며 “이 때문에 사적연금 수령액이 많다고 건보료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의해야 할 포인트도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사업 소득이 1원이라도 잡히는 경우엔 피부양자에서 무조건 탈락한다는 겁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 건보료는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연 소득 기준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배우자도 함께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됩니다. 주택 등 재산 기준의 경우는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 피부양자에서 탈락합니다. 다만 이때는 부부 한 명이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 사람만 탈락하고 배우자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하세요. 관련기사 쥐꼬리 연금에 月10만원 낼판…건보 피부양자 유지하려면   45. 연금 인출기 자산 운용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요.   연금 인출기에도 연금 계좌엔 꺼내 쓴 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연금 자산이 들어 있습니다. 인출기에도 연금 자산을 잘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죠.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인출기에는 적립기 때보다는 보수적으로 운용하라고 조언합니다. 김재용 삼성증권 삼성타운연금센터장은 “60대엔 연금 자산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물가상승률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빈티지가 낮은(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김동엽 상무는 “연금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는 건 개인마다 그 의미가 다르다”며 “물가상승률은 높은데 금리가 낮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안정적 운용 방법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퇴직연금 대세 ‘TDF 투자법’…수익 5% 못넘긴 상품 공통점 ‘분산 고수’ 국민연금 봐라, ETF로 연금 투자하는 법 중간정산 세금 돌려받는다? 의외로 모르는 퇴직금 절세법  

    2023.06.25 16:58

  • 숫자 말고 리창의 ‘입’ 보라, 시장에 ‘178조 호재’ 던질까

    숫자 말고 리창의 ‘입’ 보라, 시장에 ‘178조 호재’ 던질까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 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올해 초만 해도 주식시장의 ‘상저하고’ 전망이 대세였지만, 상반기까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연초 대비 미국 나스닥 지수는 29.99%(21일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16% 상승하는 등 상승장이 이어졌죠. 특히 기술주가 대거 포함된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오르며 2019년 3월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요. ‘상저하고’ 예측이 틀렸던 만큼 ‘상고하저’의 결과가 나올까요.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13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차 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상반기를 마무리 짓는 다음 주(6월 26~30일)에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중국의 경제 흐름을 짚어볼 만한 지표가 발표됩니다. 미국에서는 향후 금리 인상의 행보를 예상할 수 있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가, 중국에서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나옵니다. 다만 이런 지표에 반영된 숫자는 후행적인 경향을 나타냅니다. 중국 경기가 나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PMI가 개선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머니랩 프리뷰 자문단에서는 “숫자보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 등 입을 더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현서 디자이너  ━  📍키워드 1 : 파월 의장의 ‘입’ 믿을 수 있을까    다음 주를 전망하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의 이번 주 발언부터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모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은 올해 말까지 금리를 어느 정도 더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을 2%로 다시 낮추기 위한 과정은 갈 길이 멀다”고 밝혔습니다.      Fed는 지난 14일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연 5.6%(중간값)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기준금리(연 5.0~5.25%)에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두 번 더 인상해야 가능한 금리 수준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Fed의 점도표를 그다지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 타결로 추가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죠. 국채 발행을 통해 1조 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부문의 유동성이 고갈되고, 단기 조달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3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5월 PCE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요. Fed는 물가를 살펴볼 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를 좀 더 중요하게 봅니다. 가계의 직접 지출뿐 아니라 의료보험 지출 등 간접 지출도 포함되고, 지수 산정에 포함되는 품목 비중 조절도 CPI보다 잦아 실제 소비자의 체감 물가에 좀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데요. Fed의 물가 목표치인 2%도 근원 PCE가 기준입니다.    김영옥 기자 현재 Fed의 고민은 근원 PCE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데 있습니다. 4월 근원 PCE는 전년보다 4.7% 오르며 3월(4.6%)보다 오히려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올해 1월(4.7%)과 대비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Fed도 지난 14일 경제전망 요약(SEP)에서 근원 PCE 상승률 전망치를 3.6%에서 3.9%로 올렸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만큼 한 차례 금리 인상은 확정적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은 가변적인 상황으로 본다. 미국 지방은행 부실과 추가 국채 발행 부담 등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PCE가 시장 전망치인 4.7%보다 더 낮게 나온다면 Fed의 금리 인상이 7월 한 차례로 그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Fed가 완화적 태도로 옮겨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여러 요인을 모두 반영할 미국 단기 국채 금리의 향방이 앞으로 중요할 수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계속해 오를 경우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은 힘들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Fed가 경계하고 있는 건 물가 상승의 잔불이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줘 다시 물가가 튀어 오르는 상황이다. CPI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근원 PCE의 경우 주거비 하락이 더뎌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이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던 만큼 5월 PCE의 둔화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더딜 경우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2: 중국 정부, 부동산 활성화 정책 입 열까   미국이 끝나지 않는 물가와의 싸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중국은 리오프닝 이후에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경기가 부담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오는 30일 발표되는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입니다. 제조업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과 생산 등에 대해 설문 조사한 뒤 이를 지수화한 것입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으로 나뉩니다. 50 이하는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중국의 5월 제조업 PMI는 48.8로 4월(49.2)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을 밑돌았습니다.     PMI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다는 방증인데요. 수출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도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리창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하는 등 부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가계 소득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더 어려운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해 성장을 촉진하는 낡은 방식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며 “기업과 소비자가 더 많은 빚을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 부양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서 디자이너 결국 시장에서 바라는 건 금리 인하 이외의 추가 조치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부동산 경기 활성화입니다. WSJ는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 신규 인프라 건설에 쓰기 위해 1조 위안(약 178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주택 2채 이상 소유를 허용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부양과 관련한 중국 당국자의 언급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리 인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시장 반응의 주류인 만큼 현재 유럽을 순방 중인 리창 총리 등 고위직으로부터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의 내용이 발표되는 등의 추가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중국은 부동산 중심의 경제 구조인 만큼 부동산 분야의 규제 완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부동산 분야에 경제적 자원을 투입하는 건 향후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국 관료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갖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7월 PMI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중국이 경기 부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건 한국 증시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소식이 될 수 있는데요. 현재 한국 증시는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일부 종목만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증시는 2차전지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상황은 좋지만 경기 민감주와 중국 소비와 관련된 업종은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이 나올 경우 한국의 철강과 건설, 화학 등 경기 민감주가 일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  📍키워드 3: 반도체 풍향계 마이크론, AI 수혜에 입 열까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세계 3위 기업인 마이크론의 2023회계연도 3분기(2023년 3~5월) 실적도 29일(현지시간) 발표됩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실적 발표가 한 달가량 빨라 반도체 경기를 알 수 있는 ‘풍향계’로 불립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이크론 본사 입구의 로고. AP=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나왔던 2023년 회계연도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실적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하는 등 반도체의 한파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번 실적도 반도체 한파를 피하기 힘든 상황인데요.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감산 효과가 서서히 시작되는 데다, 주요 고객사의 재고도 감소하고 있다는 등 전망은 어둡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한국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건 AI 열풍의 수혜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은 감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지만, AI 열풍의 반사이익도 컸습니다.    AI 열풍의 직접 수혜는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이런 GPU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인데요. 특히 HBM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밖에 AI용 서버에 들어가는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도 본격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최근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은 실제 업황이 돌아섰기보다는 AI 열풍과 이에 따른 엔비디아 임팩트가 큰 영향을 줬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등을 통해 기존 DDR4는 추가 감산을 언급하고 DDR5의 경우 AI 열풍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 게 반도체 업종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3.06.22 17:53

  • 1억원 예금자 보호된다면? 1억원 꽉 채워두면 안 됩니다

    1억원 예금자 보호된다면? 1억원 꽉 채워두면 안 됩니다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인뉴스16. 뜨거운 감자 된 ‘예금자보호제도’ 」 최근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예금자 보호 한도와 예금보험료율 재조정 등과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소비자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예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쌓아둔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뒤 2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규모보다 금융소비자의 보호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BV) 파산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뱅크런(현금 인출 사태)의 공포를 확인하며 한도 상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한국의 예금자 보호도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1억원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차준홍 기자    ━  📂[이건 알고 시작하자] 한도 ‘상향’ 논의가 중요한 까닭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예금 보호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책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아진 뒤 23년째 그대로다. 2001년 1만1563달러였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4568달러로 약 3배로 증가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부보예금은 2001년 550조원에서 2021년 3월 말 약 2591조원으로 4.7배 늘었다. 그러다 보니 예금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예금도 증가하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넘어선 예금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1152조7000억원으로 5년 전(724조3000억원)보다 59% 불어났다.  김현서 디자이너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낮은 편이다. 미국은 25만 달러로 원화로 계산하면 3억2000만원이 넘는다.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3970만원), 독일은 10만 유로(1억4019만원), 일본은 1000만 엔(약 9034만원)까지 보호 한도를 정해놨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을 근거로 추정한 지난해 1인당 GDP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일본(2.27배)과 영국(2.26배), 독일(2.18배) 등은 1인당 GDP 대비 2배 이상 예금자가 맡긴 돈을 지켜주지만 한국은 1.17배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 SVB 파산을 시작으로 미국 지역은행이 잇따라 흔들리며 뱅크런 우려가 커진 점도 예금자 보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 한몫했다. ‘SVB 사태가 미국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정치권에서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늘리자는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이달 들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금자 보호 한도를 최대 2억원까지 늘리는 개정안을 내놨다. 원칙적으로 한도는 5000만원으로 하되 예대금리차 등을 고려해 금융사의 예금 보험금 한도를 최대 2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긴급한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보험금 한도를 초과해 지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당에선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 범위에서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김현서 디자이너    ━  📂[점검편] 한도 상향은 ‘편익과 비용의 줄다리기’    차준홍 기자 예금자 보호가 강화되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와 함께 뱅크런 가능성 감소로 금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편익이 느는 만큼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장 예금보험료가 늘어나고, 권역 간의 자금 이동 등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은행권에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우려한다. 지난해 한국금융학회에선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투자 위험이 일부 상쇄되면서 고금리를 좇아 저축은행을 택할 예금자가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 예금 보호 한도를 4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높이자 저축은행 자산이 은행보다 빠르게 증가한 사례가 있었다. 보험연구원이 2020년에 ‘예금 보험 및 정리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금융 안정성, 적립금 분포, 도덕적 해이 등 금융권역별 특성에 따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이유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면 저축은행 예금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뉴스1 비용 부담도 따져봐야 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2배로 늘어나면 금융사가 매년 내는 예금보험료 부담도 배로 커진다. 문제는 금융사가 보험료 부담을 대출 금리 상향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예금자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가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발전이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만일의) 금융 사고를 대비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스템 안정성을 지키는 게 비용 부담보다 효과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제적인 수준 등을 고려해 20년 넘게 5000만원에 묶인 예금자 보호 한도는 상향하는 쪽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실전편] “일단 IRP와 DC형은 별도로 5000만원까지”    은행 지점에서 안내하는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호 안내문. 연합뉴스 예금자 보호 한도에 대한 논란 속 예금자가 알아두면 유용한 예금자보호제도도 세세하게 살펴보자.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는 개별 금융회사당 계좌 수에 상관없이 1인당 원금과 이자(세전)를 포함해 5000만원이다.    예컨대 1년 동안 4%금리의 정기예금에 가입한다면 4800만원 정도를 넣어둬야 원금과 이자(세전)를 합해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같은 조건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면 9610만원 이내로 저축해야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해도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안전하게 손에 쥘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 금융사는 은행, 생명보험·손해보험사, 증권사, 상호저축은행 등이다. 여기엔 농협은행과 수협은행, 외국은행 국내 지점도 포함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286곳이 예금자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금융사의 모든 상품에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예금보험공사는 예·적금처럼 만기일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한해 자금을 지켜준다. 당연히 운용 실적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은 해당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예금보호 대상인 금융상품을 꼽아보면 은행의 예·적금과 외화예금, 저축은행의 예·적금, 종합금융사의 발행어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편입된 예금 등이 해당한다.     특히 확정기여(DC)형 퇴직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은 일반 금융상품과 별도로 5000만원까지 추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DC형이나 IRP를 예금 보호대상 상품으로 운용했을 때 해당한다. 정부가 2015년 퇴직자의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반면에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비롯해 환매조건부채권(RP), 양도성예금증서(CD),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주택청약저축 등은 예금자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건 원금 보장 상품인 주택청약저축으로, 주택청약저축은 은행이 위탁 판매만 할 뿐 예치금(주택도시기금)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만큼 은행이 파산해도 주택청약저축 가입자는 납입액 전액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농협이나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 예·적금 통장을 만든 소비자의 경우는 어떨까. 상호금융은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농업협동조합법·새마을금고법·신용협동조합법 등 각 상호금융법에 따라 자체 기금을 쌓아두고 있다. 지역 단위의 새마을금고나 농협이 문을 닫으면 중앙회가 기금을 활용해 변제하는 방식이다. 상호금융중앙회의 보호 한도도 1인당 5000만원으로 예금보험공사와 동일하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예금 상품도 예금자보호제도엔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체국은 국가기관으로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국가의 지급 책임)에 따라 우체국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예금자가 맡긴 자금은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2023.06.21 17:33

  • 퇴직연금 대세 ‘TDF 투자법’…수익 5% 못넘긴 상품 공통점

    퇴직연금 대세 ‘TDF 투자법’…수익 5% 못넘긴 상품 공통점 유료 전용

      ■ 🧓연금연구소 「 중앙일보 머니랩이 연금과 노후로 걱정 많은 직장인을 위해 [연금연구소]를 연재합니다. 앞으로 연재할 [연금연구소] 기사는 Q&A 형태로 진행됩니다. 연금에 대한 50여 개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세요. 나의 노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진단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 연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보세요. 연재 기사를 모두 읽은 다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연금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돕는 게 이번 연금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  [연금연구소] 1회(기사보기)에서는 납입 시기와 운용 수익률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장기간 돈을 굴리고 복리의 마법이 적용된다는 걸 확인했죠. 그렇다면 연금 수익률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2회에서는 연금에 관심은 크지만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지 막막한 투자자가 관심을 가져볼 만한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부터 다뤄봅니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401K)의 주류가 된 상품인 데다, 한국에서도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죠. TDF를 통해 연금 상품의 정석을 익힌다면 향후 다양한 변형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이 높은 우수 TDF도 선별해 봤습니다.     그럼 [연금연구소] 12번째 질문 시작합니다. [사진 pixabay]   12. 연금의 목표 수익률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연금 전문가들은 목표 수익률에 ‘정답’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각 개인의 연령과 투자 성향, 재무 상황 등에 따라 목표 수익률 설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원금 손실을 참을 수 없는 투자자가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위험 자산 투자를 늘렸다가는 중도에 연금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죠.다만 목표로 해야 할 지표가 없지는 않습니다.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 정기예금 수익률입니다. 우선 물가가 뛰면 내가 가진 연금(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구매력을 보전하기 위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임금상승률은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의 수익률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임금상승률에 따라 수령액이 오르는 확정급여형(DB)보다 높은 이익을 거둬야 직접 운용할 가치가 있죠.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연차 때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임금상승률이 낮은 고연차 직장인은 낮은 수익을 목표로 할 수 있어 생애 주기에 맞는 자금 운용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정기예금 수익률은 연금을 운용하면서 얼마만큼의 품을 들일지 정할 때 유용합니다. 연금 적립금을 예금에 맡겨뒀을 때보다 수익률이 낮다면 굳이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투자 상품을 고민하며 돈을 굴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13. 목표 수익률을 정했다면 투자 상품은 어떻게 정하나요. 연금 상품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단계를 거쳐 선별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가 제안하는 방법인데요. 첫 번째 질문은 ‘시중금리(정기예금) 수익이면 만족하는가’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예금금리는 시중은행 연 3.3~3.5%, 저축은행 연 3~4.5% 수준입니다. 원금까지 보장되는데 연 4% 수익률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이 정도 금리에 만족한다면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하면 됩니다. 다만 이런 금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죠. 기준금리가 다시 내려갈 경우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의 금리도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까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1% 초반을 맴돌았습니다.  정기예금 수익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두 번째 질문인 ‘투자 경험이 많고 투자 상품을 관리할 역량과 시간이 되는가’로 넘어가야 합니다. 능력과 시간이 된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등을 골라 직접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진행하면 됩니다. 이 부분은 [연금연구소] 3회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능력도,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데 수익에 욕심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직장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 타깃(Target)형 상품입니다. 특정 목적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 주는 상품이죠. 예컨대 특정 시기를 목표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배분을 해주는 타깃리스크펀드(TRF·Target Risk Fund)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건 TDF입니다. 국내에는 2016년 4월 첫 출시됐는데 최근 자산이 가파르게 늘며 올해 1분기 순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대부분이 TDF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연금에 관심이 없던 투자자들도 TDF에 투자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로 TDF의 목표 수익률은 연 5~6% 수준입니다.  김현서 디자이너    14. TDF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어떤 상품인가요. TDF는 은퇴 시점이 비슷한 투자자를 모아 그룹화한 뒤 이들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입니다. 은퇴 시점을 목표 일로 정하고 초기에는 주식 등 기대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은퇴 시점에 근접할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게 됩니다. TDF 상품명에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TDF인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혼합자산자투자신탁’을 통해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2025’라는 숫자입니다. TDF의 핵심인 ‘빈티지’입니다. 2025라면 2025년을 전후로 은퇴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빈티지는 5년 단위로 늘어나는데요. 이 상품의 경우 현재는 2060년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TDF2060까지 출시됐네요. 나머지 상품명은 운용사와 핵심 운용전략, 투자 대상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선 ‘미래에셋’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뜻합니다. ‘전략 배분’은 다른 TDF와 비교되는 특징을 담은 마케팅 포인트이자 TDF의 서브 브랜드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자면 미래에셋은 ‘전략 배분’과 ‘자산 배분’ 등 운용 전략에 따라 TDF를 나눠 놨습니다. 자산 배분 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 종류에 따른 배분 전략을 추구하고, 전략 배분 상품은 자본 수익과 배당 등에 따른 인컴 수익처럼 수익 원천에 따른 배분 전략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자산 배분 TDF에서는 만기가 긴 장기채는 채권으로 분류되는 반면, 전략 배분 TDF에서는 해당 채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자본 수익인지, 배당 수익인지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혼합 자산’은 TDF의 투자 대상입니다. 주식과 채권(증권), 증권 파생 상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권투자신탁과 다른 점은 증권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증권투자신탁은 증권과 증권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펀드 재산의 50%를 넘어야 합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의 TDF 다수는 증권투자신탁입니다.     15. TDF는 연령별 자산 배분을 누가 정하나요. 운용사는 자산 배분을 애초에 정해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에 맞춰 진행합니다. 주식 비중이 점차 내려오는 게 꼭 항공기의 착륙 경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미리 정해둔 글라이드 패스를 따르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산 배분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미리 정해둔 대로 한다는 점에서 ‘룰 베이스 펀드’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글라이드 패스는 은퇴 연령과 평균 급여, 소득 대체율, 물가상승률, 자산별 기대수익률 등 금융시장 전망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넣어 산출합니다. 아래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제시한 글라이드 패스입니다. 미국인 투자자에 적합한 자산 배분인데요. 미국 주식과 미국 외 글로벌 주식, 미국 채권, 글로벌 채권(환헤지), 물가연동 단기채 등에 자산 배분이 이뤄집니다. 주식 90%(미국 54%, 글로벌 36%), 채권 10%(미국 7%, 글로벌 3%)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주식 30%(미국 18%, 글로벌 12%), 채권 70%(미국 37.24%, 글로벌 15.96%, 물가연동 단기채 16.8%)로 자산 배분이 완료됩니다. 참고로 물가연동 단기채는 물가 상승 시 채권의 액면 금액과 이자가 증가해 실질구매력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한국의 글라이드 패스도 미국과 큰 형태는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주식 비중이 미국보다 대체로 낮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은 TDF에 위험 자산 비중이 애초에 정해져 있어 운용사별 글라이드 패스의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죠. 금감원의 감독규정에 따라 연금 자산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적격TDF는 운용 기간 내내 주식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목표 시점 이후에는 40%를 넘지 않도록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김현서 디자이너   16. 글라이드 패스가 유사하면 수익률 차이는 없겠네요. 주식 비중이 50%이더라도 운용사마다 담고 있는 개별 주식의 종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갈릴 수 있는 이유죠. 우선 TDF는 모자(母子)형 펀드와 재간접형 펀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TDF로 모은 투자자의 돈을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모자형과 재간접형이 같습니다. 결국 TDF가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 펀드 선별과 이후 비중 조절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과정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TDF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부터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TDF는 ‘CAPITAL GP NEW PERS-C USD’ ‘CAPITAL GR WORLD GROW&INC-CUSD’ 등의 펀드를 가장 많이 편입했습니다. 제휴사인 캐피탈그룹의 펀드인데, 펀드명만으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알기 어렵죠. 가장 비중이 높은 ‘CAPITAL GP NEW PERS-C USD’만 살펴보면 캐피탈그룹이 운용하는 ‘New Perspective Fund(새로운 관점 펀드)’인데요. 미국을 중심으로 대형 성장주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TSMC 등입니다. 이런 이유로 TDF가 어떤 개별 종목을 많이 담고 있는지 등을 좀 더 쉽게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7. 그렇다면 어떤 TDF가 가장 수익이 좋았나요. 연금 상품은 장기 수익률을 보는 게 좋습니다. 펀드평가기관인 FN가이드를 통해 빈티지별 수익률 상위 펀드를 뽑아봤습니다. 5년 수익률을 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국내에서 TDF 출시가 2018년 이후 본격화한 만큼 5년 누적 수익률이 없는 상품이 많아 3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NH-Amundi자산운용의 TDF가 모든 빈티지에서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이 밖에 KB자산운용도 주식 비중이 높은 TDF2040와 TDF2045에서 성과가 좋았습니다. 다만 수익률이 정기예금을 밑도는 TDF도 있습니다. 대부분 채권 비중이 높은 TDF2025 빈티지에 몰려 있는데요. 3년 수익률 기준으로 교보악사평생든든TDF2025(0.07%)와 삼성한국형TDF2025(4.85%), 신한마음편한TDF2025(4.99%) 등입니다. 이들 TDF의 수익률은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 금리에 못 미치거나 비슷한 수익률입니다. 다만 삼성과 신한TDF의 5년간 누적 수익률은 각각 11.62%, 14.64%로 상대적으로 양호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18.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지 않나요. 투자 상품인 이상 상품의 진입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2021년 말 TDF에 가입자는 지난해 평균 14.8%의 손실을 봤습니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TDF로 자산을 옮긴 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TDF가 안 좋았던 시기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위의 수익률 그래프에서 2년 누적 수익률을 보면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유형 평균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하락이 적었던 상품이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으로 채권과 주식의 수익률 모두가 크게 내려간 시기를 상대적으로 잘 넘겼다는 뜻입니다. 샤프지수도 참고할 만합니다. 샤프지수는 위험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투자 시점과 무관하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좋을 때 TDF에 투자하다 주식시장이 안 좋을 때는 투자를 피하는 건 어떨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는 TDF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켓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TDF는 투자 기한이 길고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간 적립하는 게 답이라는 건데요. 가입자가 TDF를 샀다 팔았다 하면 자산 배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시장이 좋지 않아졌을 때 TDF 추가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도 있습니다.     19. 수수료는 중요하지 않나요. 연금의 경우 장기간 투자를 하기 때문에 수수료(보수)도 중요한 변수죠. 당연히 수수료가 낮은 상품을 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예컨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의 현재 기준 총 보수는 연 0.78%(수수료 미징구 온라인 C-pe 클래스 기준), ‘삼성ETF를담은TDF2045’의 총 보수는 연 0.58% 수준입니다. 미래에셋TDF가 매년 삼성TDF보다 0.2%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내야 한다는 의미죠. 특히 TDF는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해당 TDF에 지급되는 총 보수 외에 투자 대상 펀드에 지불하는 각종 비용을 더한 합성총보수도 살펴야 합니다. 위에 예시로 든 ‘미래에셋TDF’의 총 보수는 0.78%지만 이런저런 비용을 감안한 합성총보수는 0.97%로 1%에 근접합니다. 이런 합성총보수는 투자설명서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수수료는 TDF의 단점으로 꼽힙니다. 매년 1% 가까운 비용을 수수료로 내다보니 장기 수익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참고로 미국의 뱅가드의 TDF의 수수료는 0.08% 수준입니다. 민주영 이사는 “TDF는 미리 정해둔 글라이드 패스(룰)에 따른 자산 배분을 추구하는 데다 투자 기한이 길어 장기적으로는 운용 수익이 평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국내 TDF별 수익률이 차이가 원화 약세에 따른 환헤지 여부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상품 간 차별점이 부족한 만큼 수수료와 같은 비용이 장기 성과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팁도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자산운용사들은 디폴트옵션 클래스 상품의 수수료를 일반 상품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수료보다 수익률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TDF의 전략과 자산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만큼 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게 유리하다는 겁니다.   김경진 기자 20. 은퇴가 임박했다면 주식 비중이 높은 TDF2045 등의 상품을 선택하면 안 되나요. TDF에 투자를 하려면 우선 빈티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본인의 은퇴 예상 시기에 근접한 TDF를 고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통상 은퇴 시점은 60세를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60세가 됐을 때와 가장 근접한 빈티지를 고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퇴직 시기는 49.3세였고, 실질 은퇴 연령은 72.3세(2018년 기준)였습니다. 본인의 계획과 실제 은퇴 시기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죠. 은퇴 시기 외에 투자 성향에 따른 빈티지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은퇴 시점이 2030년이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싶다면 2045이나 2050 등 주식 비중이 높은 TDF를 고르는 겁니다. 다만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배분을 하는 상품이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에 따라 자산 배분을 하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문유성 금융투자협회 연금부장은 “위험 선호에 따라 적합한 투자 상품을 고르려면 TDF보다 오히려 위험 상품 비중을 정해 이를 유지하는 TRF가 적절한 상품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1. TDF를 택할 때 다른 유의점은 없나요. TDF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같은 운용사가 운용하는 빈티지별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선 빈티지가 낮은 TDF를 보면 향후 나의 TDF 운용 상황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TDF2045 가입자는 TDF2025를 통해 은퇴 시점이 다가온 2045년 무렵의 TDF의 위험 자산 비율과 수익률, 변동성 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빈티지별 수익률 역전이 있는지도 체크해 봐야 합니다. TDF는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담고 있는 펀드는 같이 갖고 가되, 비중을 조절하는 플랫폼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빈티지에 따라 이렇게 담고 있는 펀드의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빈티지가 높은 TDF가 낮은 TDF보다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이 높다면 어떻게 될까요. 운용사가 만든 글라이드 패스나 운용에 문제가 생겼을 소지가 있습니다.     22. TDF의 단점은 없나요. 미리 정해둔 글라이드 패스에 따라 자산 배분을 하다 보니 시장 상황과 다르게 자산 배분이 진행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주식 가격이 쌀 때 주식을 팔고 채권 가격이 비쌀 때 채권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자산 배분 펀드를 운용하는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TDF는 투자금이 커지는 시기에 채권 등의 비중이 높아져 기대 수익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는 데다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며 “기존 TDF의 자산 배분인 주식과 채권 모두 금리의 종속 변수인 만큼 분배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런 시장 예측에 따라 자산 배분도 예측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다. 게다가 은퇴 시점에 맞춰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만큼 은퇴 시점에 대규모 손실에 노출되는 위험은 줄일 수 있는 건 장점입니다.      

    2023.06.18 16:47

  • ‘상저’ 예상 깨고 17% 뛰었다…‘하고’ 예상은? 이것에 달렸다

    ‘상저’ 예상 깨고 17% 뛰었다…‘하고’ 예상은? 이것에 달렸다 유료 전용

    숨 가쁜 한 주였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시작으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등 대형 이벤트가 가득했죠. 6월 셋째 주(19~23일) 세계 경제는 한 주 쉬어가는 모습입니다. 큰 경제 이벤트 없이 2분기를 정리하는 시점인 만큼 이번 머니랩 프리뷰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하반기 전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를 마친 2월1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블룸버그   연초만 해도 미국도 한국도 ‘상저하고’가 될 거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모두 주식이 숨 가쁘게 올랐는데요. 나스닥은 연초 대비 30% 올랐고요, 코스피 역시 17%가량 올랐죠.    하반기에도 시장은 ‘고(GO)’ 할 수 있을까요? 머니랩 프리뷰 전문가단은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 못지않게 좋을 것으로 예상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온도 차도 분명했는데요. ‘금리’에 대한 전망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 미국 주식시장 」  ━  홍춘욱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 지금의 금융 장세 계속 갈 것   작년에는 다우지수가 좋았는데, 올해는 나스닥 수익률이 압도적입니다. 지금은 금융 장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적은 올라오지 않았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효과로 주가 지수가 먼저 올라가는 것이지요. 최근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높아질 때마다 오르는 모습입니다.     제롬 파월 FOMC 의장이 ‘지금 멈춰도 더 올릴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은 모습입니다. 저 역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앞으로 굉장히 떨어질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박경민 기자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국제 유가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했는데요. 그럼에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로 내려갔습니다. CPI 상승률 역시 집세를 빼고 보면 3%대입니다. 평균적인 미국 가정에서 가장 큰 지출은 주거비로 CPI 가중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집세마저도 선행지표에선 하락이 확인되고 있죠. 미국의 주택 임대료 지수인 질로 렌트 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중 미국인이 지출하는 임대료는 1년 전보다 4.8% 증가했습니다. 2021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 새 15.7% 오른 것에 비하면 크게 둔화했죠. 집세는 시차를 두고 CPI에 반영될 텐데, 오히려 나중에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Fed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금리 정책을 펼칠 겁니다. 지금은 집세가 물가 인상을 지지하는 지표지만 하반기에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미국 증시 역시 계속 오를 걸로 보입니다.      ━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FOMC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점도표상 금리는 상향 조정됐습니다. 따라서 오는 7월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은 큽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올려봐야 0.25%포인트, 0.5%포인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점도표를 멀리 보면 연말까지 0.5%포인트 올렸다가 내년에 1.0%포인트 내리고, 내후년에는 1.25%포인트 내리는 걸로 돼 있어요. 시장은 결국 금리가 내후년에는 2.5%포인트 인하된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신재민 기자   상반기 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리스크(위험)는 줄고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올라 상승한 모습인데요. 이런 상승세를 훼손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반기가 ‘금융 장세’였다면 무엇보다 이제는 ‘실적 장세’로 넘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원래 주가가 먼저 가고, 경제가 다져지면 그 다음에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패턴으로 갑니다.    실제로 미국 S&P500의 기업 이익 전망치는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올해 S&P500지수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200달러에서 215달러로 약 8% 상향 조정했죠. 물론 언제든지 조정이야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주식시장을 떠나야 하거나 조정을 기다리며 투자를 늦추거나 하는 수준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금리에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  편득현 NH투증권 마스터즈 위원 📉 해외 IB 대다수 “조심하자”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려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직 ECB나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CPI도 좋게만 해석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근원 CPI입니다. 5월 미국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3% 상승했는데요. 변동 요인을 빼고 보면 물가가 여전히 끈적하게 버티는 모습입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인 외식 물가 상승률이 8.3%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소비 같은 지표야말로 금리 인상으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죠.   신재민 기자   무엇보다 최근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찰스슈왑, 시티와 같은 투자은행(IB)의 하반기 전망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를 제외하면 긍정적으로만 보는 하우스는 없었습니다. ‘경기 침체가 늦어지는 것뿐이지 안 오는 건 아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으로 보입니다. 아래 찰스 슈왑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번역본의 주요 대목을 공유합니다.       ■ 찰스 슈왑의 하반기 전망 「 중요한 것은 ‘최종 금리’(Fed의 금리 인상 중단 시점)가 현재 수준에서 금리 인상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남은 것과 상관없이 경제가 크게 위축되거나 은행 시스템에 더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 한 Fed가 올해 금리 인하로 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은 추세를 보이고 Fed가 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명목 금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실질 금리(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값)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 긴축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승리라고 주장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현실을 강조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주택을 제외한 코어 PCE 서비스 물가)가 연간 4.6%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면 이러한 주장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 남은 기간 인플레이션이 쉽게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Fed의 목표인 2%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Fed의 금리 인상이 끝난 뒤에도 제한적인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우리의 높은 확신을 뒷받침합니다.     Fed의 최종 금리 인상 시기와 관계없이 대출 기준은 과거에 비춰 볼 때 분명히 경기 침체 영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축은 주식 시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직접적 펀더멘털(기초 체력)인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 약 3분기의 시차를 감안할 때 대출 환경이 더 타이트해진다는 것은 S&P500 기업의 실적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주가 상승 폭이 지속해서 확대되는 것은 강세론자에게는 반가운 신호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숲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Fed 정책 불확실성, 공식적으로 선언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위험, 기업 실적 하락, 거품이 낀 투자심리 등으로 인해 변동성 및 또는 약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포모(FOMO·나만 시장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는 투자 전략이 될 수 없으니 절제해야 합니다.   」  「 한국 주식시장 」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 : 상반기보다 투자 어려운 시장   상반기 주가 상승은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코스피 연간 하락률은 1970년대부터 따져보면 네 번째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별로 좋은 게 없었는데도 주가가 올랐습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많이 선반영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하반기는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어 서로 상쇄 효과를 낼 듯합니다. 호재는 반도체죠.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유예를 당분간 연장하기로 하는 등 미·중 사이의 정치적 리스크도 완화되는 모습이고요.    하지만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안 좋습니다. 한국의 거시 환경은 중국과 반도체로 상당 부문 설명됩니다. 상반기에는 중국도 안 좋고 반도체 역시 부진했습니다. 하반기엔 반도체는 나아지지만 중국이 아주 좋아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하반기에 드라마틱한 반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보는 이유지요.   반도체 경기가 돌아오며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겠지만 드라마틱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보다 힘들 수 있습니다. 이미 상반기에 많이 올라온 상황이니까요. 상반기보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적은 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재민 기자    ━  신동준📈 한국 기업 실적도 올라가고 있다   앞서 말한 미국 시장 전망과 동일하게 한국 시장을 전망합니다. 코스피만 놓고 보면 이익 전망은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기준 전망치로 6월 기준 KB증권은 주당 순이익(EPS)이 12.5% 올라갈 것으로 봤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거죠.   주가 역시 저점 대비 약 20% 올라온 지금 시점은 약세장에서 벗어나 강세장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흐름을 보면 주가가 바닥권에서 올라올 때는 주가수익비율(PER)이 기대감에 먼저 급등합니다. 금리 인하 등 정책 전환의 기대감에 오르는 거지요. 그 다음에는 경제가 바닥을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올라갑니다. 만약 지금 당장 실적이 받쳐 주지 않는 점이 두려워 안 사면 주가는 더 올라갈 수 있는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과의 탈동조화에 초점을 맞춘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기술의 진보’가 이끄는 시장   지금 상황을 단순히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상승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기술의 진보’가 주식시장을 끌고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메타버스와 달리 인공지능(AI)이라는 실체가 있는 기술이 나타났으니까요. 엔비디아의 실적 상향 조정을 시작으로 관련 주식들이 모두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상반기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이 예기치 못한 기술의 진보를 놓쳤습니다.    이 ‘기술의 진보’ 파급력은 단순히 IT 영역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경제는 생물입니다. 주식의 상당 부문은 심리입니다. 가시화한 기술 혁신의 낙수효과로 투자를 줄이려던 기업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식입니다. 항상 ‘기술 진보→투자 사이클 회복→경기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기술 혁신은 미국 시장을 통해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최근 한국이 중국과 탈동조화하고 미국과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외교 정책이 미국의 동맹 정책에 완전 편입되면서 외국인의 시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예컨대 테슬라가 오르면 2차전지가 오르고, 엔비디아가 오르면 SK하이닉스가 오르고, 미국의 바이오젠이 오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오릅니다. 최근 나스닥과 코스피를 그려보면 움직임이 아주 유사합니다. 원화 가치 측면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입니다. 최근 위안화와 원화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경민 기자

    2023.06.15 17:33

  • 중간정산 세금 돌려받는다? 의외로 모르는 퇴직금 절세법

    중간정산 세금 돌려받는다? 의외로 모르는 퇴직금 절세법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인뉴스15. 퇴직급여 절세법   오늘의 주제는 직장인의 비상금, 퇴직금입니다. 비상금이긴 한데 곶감 빼먹듯 쉽게 쓸 순 없어요. 일단 퇴직해야 받습니다. 중간정산도 가능하지만, 요건이 꽤 까다롭죠. 국내에 퇴직금 제도가 도입된 건 1953년이에요. 예전엔 중간정산을 받아 투자하거나 집을 살 때 보태는 일이 흔했습니다. 투자의 결과가 좋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퇴직금이 사실상 노후 자산의 핵심이란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이 필요했죠. 그래서 도입한 게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되도록 한꺼번에 받지 말고, 조금씩 빼서 쓰라는 취지죠.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어떻게 받든 퇴직금도 소득이니 세금을 내야 합니다. 퇴직자 입장에선 이 세금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죠. 올해는 세금 계산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간단히 말해 공제 금액이 커져서 실제 내는 세금이 줄어든 거예요.     퇴직소득세의 핵심은 근속연수.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공제액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지난해까지 근속연수가 10년일 때 공제액은 4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1500만원으로 늘었죠. 그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 겁니다. 20년이면 12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증가했어요. 근속연수가 길수록 절세 효과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  📂[이건 알고 시작하자] 퇴직소득세 계산법   퇴직소득세는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계산합니다. 특정 시점에 퇴직금을 받는다고 해서 그해 다른 소득과 합산하면 세금 부담이 확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오랜 기간 누적된 소득이니 단순히 총액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면 안 됩니다. 그래서 계산법이 좀 복잡하죠.   근속연수 20년, 퇴직금이 1억원인 K의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 단계는 근속연수 공제예요. 일단 근속연수는 입사한 날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2022년 2월 28일에 입사해 2023년 2월 27일에 퇴사했다면 근속연수는 1년. 하지만 하루 뒤에 퇴사하면 2년이 되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근속연수 공제의 기준점인 5∙10∙15∙20년에 걸쳐 있다면 며칠 차이로 세금 또한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재민 기자   위의 표에 있는 ‘퇴직소득세 계산 3단계’에 따라 계산해 볼까요. 우선 K씨의 근속연수 공제식은 ‘1500만원+(20-10)×250만원’입니다. 일단 4000만원의 공제를 받는 거죠. 그 다음 단계는 환산급여를 구하는 과정이에요. 퇴직금을 근속연수로 나눠 1년치 소득으로 만드는 과정이죠. 환산 급여는 ‘(퇴직급여-근속연수 공제액)×12÷근속연수’입니다. K씨의 경우 ‘(1억원-4000만원)×12÷20=3600만원’이 되겠죠.   이 환산급여도 별도의 공식에 따라 공제액을 정해요. K씨의 경우 환산급여가 3600만원인 만큼 여기에 해당하는 공제식을 적용해 계산하면 공제액은 ‘800만원+(3600만원-800만원)×60%=2480만원’입니다. 그리고 환산급여(3600만원)에서 공제액(2480만원)을 뺀 1120만원이 과세표준이 되죠. 여기에 기본 소득세율을 적용한 뒤 근속연수를 다시 곱하면 납부할 세금이 나오는 방식이에요. 여기에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최종 납부 금액이 나옵니다.   신재민 기자   퇴직금을 받을 땐 일시금과 연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번에 다 받을 건지, 55세 이후에 조금씩 나눠 받을 건지 고르는 거예요. 어떤 선택을 하든 일단 퇴직금을 수령하려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4월부터 바뀐 거예요. 해지 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건 자유지만 일단 IRP 계좌로 받으라는 뜻입니다. 연금 수령을 유도하는 취지겠죠. 단, 아래의 경우에 해당할 땐 일반 계좌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는 경우   주의할 점도 있어요. 기존에 연말정산 등을 위한 세액공제 목적의 IRP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퇴직금 수령용 IRP 계좌를 따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퇴직금만 따로 인출할 수 없고,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  📂[기본편] 연금으로 받는 게 늘 유리하다?   진짜 중요한 고민거리가 남았습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것과 연금으로 받는 것 중 대체 무엇이 이득이냐 하는 건데요, 일단 세금 측면에선 연금 수령이 이득입니다. 당장 퇴직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또한 세금 납부를 늦추는 것이니 그 기간 동안 더 큰 원금을 가지고 자산을 불려갈 수 있습니다. 세금 자체도 줄여줘요.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이면 퇴직소득세의 70%, 그 이후에는 60%만 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근속연수가 20년이고 퇴직금이 3억원인 P씨의 퇴직소득세는 1984만원(지방소득세 포함)입니다.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이만큼을 떼고 받겠지만 P씨가 10년 이상 연금으로 나눠 받는다면 세금은 119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800만원가량의 절세 효과가 있는 셈이죠. 당장 목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세금을 줄이는 게 옳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퇴직금 액수가 크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앞서 살펴본 K씨의 경우 퇴직금이 1억원이었는데 이 경우 퇴직소득세는 123만원입니다. 연금 수령으로 줄어드는 세금이 50만원에도 못 미쳐요. 사실상 10년간 돈을 묶어 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큰 혜택이라 보긴 어려울 듯합니다. 올해 근속연수 공제가 확대되면서 일시금과 연금 수령 사이의 세금 격차가 확 줄어든 측면이 있어요. 간단하게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연금으로 수령해 절세 효과를 노린다. ✔퇴직금 자체가 많지 않다면 절세 효과 또한 크지 않으므로 반드시 연금을 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 때문에 연금저축과 IRP 가입자가 많이 늘었어요.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연 1200만원 이내, 연금 수령 기간은 10년 이상으로 맞추는 게 좋습니다. 12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 합산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합산신고(세율 6.6~49.5%)나 분리과세(세율 16.5%) 둘 중 유리한 걸 고를 수 있게 됐지만 애초에 1200만원 이내면 연금소득세(세율 3.3~5.5%)만 내면 됩니다. 혹시나 연금 형태로 받는 퇴직금이 이 1200만원에 포함되는 것인지 걱정하는 경우가 있어요. 퇴직금이나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적립금은 여기에 합산되지 않습니다.    ━  📂[심화편] 중간정산 때 이미 낸 세금도 환급 가능   퇴직금을 포함해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7.1%밖에 안 됩니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약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돼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간정산 때문에 퇴직금 액수 자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중간정산을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죠. 법으로 정한 중간정산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주택 근로자가 본인 명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무주택 근로자가 거주 목적으로 임대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근로자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파산 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경우 ✔임금피크제 시행 등으로 임금이 줄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 ✔재난으로 피해를 본 경우   주택 구입 목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은 경우에도 퇴직소득세를 잘 따져야 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스1   올해부터 근속연수 공제가 확대됐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어요. 예전에 중간정산을 한 적이 있다면 공제 확대 효과를 다시 확인해 봐야 합니다. 아예 퇴직한 경우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지만, 중간정산 이력이 있다면 근속연수 계산을 다시 해 퇴직소득세를 새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근속연수가 20년인 J씨가 주택 구입을 위해 2020년 퇴직금 3억원을 중간정산했고, 3년을 더 일한 뒤 올해 퇴직할 계획인 경우로 가정해보겠습니다. 중간정산 때 퇴직소득세는 2490만원. 여기에 3년치 퇴직금이 4000만원이라면 퇴직 때 추가로 400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합하면 2900만원 정도예요.   하지만 이 경우엔 과거에 중간정산을 받은 퇴직금과 최종 퇴직금을 합산해 퇴직소득 세액을 정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전체 퇴직급여 3억4000만원, 근속기간 23년으로 다시 계산해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이 경우 퇴직소득세는 2160만원가량입니다. 대략 740만원가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에요. 중간정산 때 세금을 납부했어도 환급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계산한다고 항상 세금이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중간정산 이력이 있다면 따져볼 필요는 있는 거죠. 본인의 의도가 아닌, 예를 들어 임원이 됐거나 회사가 합병 또는 분할돼 어쩔 수 없이 중간정산을 한 경우에도 특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꼭 알아두세요.

    2023.06.14 17:22

  •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누군 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유료 전용

    한국의 직장인은 언제 연금을 본격적으로 준비할까요. 금융투자 업계에선 “회사에서 자리가 위태로워질 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합니다. 그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에야 연금에 대해 고민한다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퇴직을 실감하기 시작하는 ‘4말5초(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가 돼서야 연금과 노후 걱정을 시작합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보통 40대 중후반이 돼서야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연금 준비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며 “현장 강의에서 만난 ‘4말5초’ 직장인들은 ‘10년 전에만 알려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중앙일보 머니랩이 연금과 노후로 걱정 많은 직장인을 위해 [연금연구소]를 연재합니다. 앞으로 연재할 [연금연구소] 기사는 Q&A 형태로 진행됩니다. 연금에 대한 50여 개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세요. 나의 노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진단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 연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보세요. 연재 기사를 모두 읽은 다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연금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돕는 게 이번 연금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연금연구소] 1회에선 현재 내 연금 상태를 진단해보고 ▶납입 시작 연령별(35세, 45세, 50세) ▶납입 금액별(연 240만원, 연 600만원, 연 900만원, 연 1800만원) ▶기대 수익률별(3.5%, 6%, 9%)로 연금 수령액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뮬레이션 분석은 ‘불리오’로 유명한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투자자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분석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분석일 뿐 실제 개인의 연금 수령액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첫 질문, 시작합니다.    Q1. 내 연금, 언제부터 얼마씩 받는지 알고 있나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연금이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을 언제부터 얼마나 받게 되는지, 회사에선 퇴직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게 모르게 가입했던 연금계좌에는 얼마나 쌓였는지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바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3일이 지난 뒤에는 이른바 ‘3층 연금’이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퇴직연금(DC형·IRP) ▶개인연금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매년 예상 수령액도 산출해볼 수 있죠. 다만 여기선 회사에서 관리해주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과 내 집으로 받는 주택연금 등은 지원하지 않아 별도로 더해줘야 합니다.   Q2. 결과에 만족하나요.   결과는 모두 다르겠지만 국민연금만으로 충분한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2022년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57만1945원이었습니다. 매달 100만원 이상 받는 연금 수령자는 57만여 명이었고요. 200만원 이상 받는 연금 수령자는 5410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고령자의 노후 준비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란 걸 하는데,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응답자는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가 월 232만원(도 지역은 186만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노후생활비는 330만원(도 지역은 259만원)이었죠. 여유로운 생활을 원한다면 월 400만~500만원 이상은 필요하겠죠. 국민연금도 늦춰서 받으면 수급액을 늘릴 수 있는 등 선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결국 노후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 연금 시뮬레이션의 기본 가정 「 사진 Pxhere 두물머리투자자문과 함께한 연금 시뮬레이션의 기본 가정은 이렇습니다. 연금은 퇴직 시기인 55세까지 납입하고 60세부터 수령합니다. 납입을 마치고도 연금 자산을 5년간 더 굴린 뒤 수령하는 겁니다.    세액공제 혜택으로 받은 환급금은 자동으로 재투자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연금저축 계좌에서 운용합니다. 아낀 세금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죠. 세액공제율은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5500만원 초과(종합소득 금액일 경우엔 4500만원 초과)일 때 13.2%가 적용되고 그 이하일 땐 16.5%가 적용되는데요. 보수적으로 13.2%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달 연금 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은 현재 기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목가치를 기준으로 했고요. 55세 이후 수령할 연금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2%)을 반영한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수령할 때 액면은 높아지지만, 그 가치는 현재의 50만원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퇴직연금의 경우는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통계청의 2021년 임금금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라 35세 기준 연봉을 4656만원(월 388만원)으로 정했고요. 연봉은 매년 3%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55세에 퇴직할 경우 예상 퇴직금 원금은 모두 1억7519만원이 됩니다. 이 퇴직금은 55세에 일괄 수령한 뒤 60세까지 운용해 연금 형태로 받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  Q3. 45세 직장인입니다. 지금부터 연금저축계좌에 연 600만원(매월 50만원)씩 납입하면 60세부터 개인연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차준홍 기자   45세부터 퇴직 시기인 55세까지 10년간 연 600만원씩 납입했다면 총 6000만원을 연금 계좌에 넣게 됩니다. 이 계좌에서 연 6%의 수익률을 꾸준히 냈다고 가정해볼까요.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60세가 됐을 때 운용 수익은 5218만원이 쌓여 있게 됩니다. 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때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 않고 연금을 수령할 때 저율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반 계좌에서 운용할 때(4198만원)보다 운용 수익이 더 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연금 계좌에선 연 90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 600만원을 연금 계좌에 적립하면 연말정산 시 매년 79만2000원(600만원X13.2%)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급금을 일반 계좌가 아닌 별도의 연금 계좌에 쌓아가면서 같은 전략으로 운용한다면 60세가 됐을 때 총 1456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겁니다. 일반 계좌였다면 벌지 못했을 돈입니다. 결론적으로 연금 수령 시기인 60세가 됐을 때 총 연금 자산은 1억2675만원(원금 6000만원 + 운용수익 5218만원 + 세액공제 환급금 및 운용수익 1456만원)이 됩니다. 60세부터 90세까지 매달 41만원의 개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산 규모죠.   Q4. 같은 조건일 때 개인연금 납입을 35세부터 시작한 경우와 50세부터 시작한 경우의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같은 조건에서 35세부터 매달 50만원씩 개인연금을 쌓아갈 경우 월 수령액은 95만원으로 껑충 뛰게 됩니다. 물론 45세부터 모을 때와 비교하면 납입한 총 금액(원금)은 2배인 1억2000만원이라서 연금 수령액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세액공제 환급분의 누적 운용 효과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5세의 경우엔 1456만원이었지만 35세의 경우엔 4314만원이나 됩니다. 반대로 연금을 늦게 시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50세부터 개인연금을 쌓아간다면 퇴직 시기인 55세까지 5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이때는 월 수령액이 19만원에 불과합니다. 납입금액이 총 3000만원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영향이겠지만 세제 혜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543만원에 불과합니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연금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납입하기 시작하면 절세의 복리 효과, 과세 이연 효과가 증폭된다”며 “연금과 노후 준비라는 게 막연히 머나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미래의 숙제를 미리 끝내둔다면 현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5. 금액이 생각보다 적은데, 퇴직연금까지 합치면 어떻게 되나요.   차준홍 기자   개인연금만 계산하다 보니 생각보다 연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퇴직연금까지 반영한 시뮬레이션도 준비했습니다. 평균적인 수준의 퇴직연금을 반영할 경우 35세부터 연금 납입을 시작했을 때는 월 149만원, 45세부터일 경우엔 월 120만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50세부터 납입했을 땐 월 수령액이 106만원으로 줄어듭니다.    Q6. 30대 직장인입니다. 연금 계좌에 돈을 쌓아가다 목돈이 필요할 경우도 있을 텐데 중간에 해지하면 어떻게 되나요. 연금계좌에 납입한 돈을 55세 이후에 찾지 않고 중도에 인출할 경우엔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 혜택을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이때는 납입 원금과 운용 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연봉이 5500만원 초과(종합소득 금액일 경우엔 4500만원 초과)할 경우엔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받은 것 이상으로 토해내야 하죠. 다만 세액공제 환급금을 재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따져보면 일정 기간을 넘어갈 경우 중도 인출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 중도 인출하지 않는 적정한 수준의 연금 자산을 쌓아가는 것일 텐데요. 연금 계좌에 묶어두기 어려운 돈이라면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ISA 역시 연금 계좌처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요. 의무 납입기간이 3년이라 그 이후에 목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ISA의 혜택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도 연 200만원(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이를 초과한 수익은 9.9% 세율로 분리과세합니다. 여기에 만기(의무 납입기간)가 지난 다음 수령한 자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한도 300만원까지 추가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월급쟁이 연금부자가 쓴 연금이야기 2 』저자인 차경수씨는 “목돈 들어갈 일이 많은 30~40대는 중도 인출을 하지 않을 금액만 연금 계좌에 넣고, 목돈 형성을 위해서는 ISA 계좌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목돈의 용도는 다양하겠지만, 30대의 경우 목돈의 용처 중 가장 금액이 큰 건 ‘내 집 마련’일 겁니다. 30~40대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냐, 노후를 위한 연금 준비냐로 고민이 깊을 텐데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연금 분야 전문가의 조언도 참고할 만합니다. 김재용 삼성증권 삼성타운연금센터장은 “지금까지는 좋은 지역에 집 하나 장만해 두면 노후가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평균적인 급여 생활자가 무리해 10억원 넘는 주택을 사서 가격 하락의 리스크를 걱정하기보다 꾸준히 연금을 납입해 두면 노후에 대한 확실한 대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Q7. 다시 45세 직장인 케이스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입은 가장 많은 시기지만 자녀와 부모님을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부담에 연금 납입 여력이 연 240만원(월 20만원)밖에 안 됩니다. 이 경우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차준홍 기자   납입 금액이 줄어든 만큼 연금 수령액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납입 금액만 연 60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줄어든다면 연금 수령액은 16만원입니다. 연금 자산을 더 키울 방법은 없을까요. 둘 중 하나입니다. 지출을 줄여서 연금 납입액을 늘리든지, 적극적인 운용으로 수익률을 늘리든지요. 물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김재용 센터장은 “돈 들어갈 데가 많은 40대의 경우엔 주택 대출 규모를 소득의 30% 이내에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줄이고, 자녀 교육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노후 빈곤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의 자금은 나의 노후를 위해 반드시 모아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래는 퇴직연금을 반영했을 때의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차준홍 기자   Q8.경제적 여유가 있어 연금저축 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를 모두 채운 연 900만원(월 75만원)을 납입하려고 합니다. 이때는 얼마나 받을 수 있고 세제 혜택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요. 연금 계좌를 통한 세제 혜택은 연말정산 때 ‘13월의 월급’을 챙겨 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세액 공제로 환급받은 돈을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계좌라면 냈어야 할 이자·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고 인출 시점에 저율 과세되기 때문인데요. 45세부터 세액공제 한도를 꽉 채워 매년 900만원씩 연금 계좌에 납입해 운용하면 매달 61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납입한 원금이 9000만원인데 세액공제 환급금과 이를 운용한 수익만 무려 1937만원을 추가로 낼 수 있습니다.      ■ 연금저축계좌와 IRP의 세제 혜택 「 연금저축 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합쳐 연금 계좌라고 합니다. 연금 계좌에는 1년에 18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납입한 돈 모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연금저축 계좌에만 가입하면 한 해에 최대 6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IRP에 가입하면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죠. 연금저축 계좌와 IRP에 둘 다 가입할 경우엔 합산해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 계좌에 연 600만원, IRP에 연 300만원을 납입한다면 세액공제 혜택을 한도까지 꽉 채워 받을 수 있습니다.   아낄 수 있는 세금은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 급여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인 경우 4500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는 16.5%(지방소득세 포함), 이보다 많은 사람에게는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됩니다. 연봉이 5500만원보다 적은 직장인이 연금 계좌에 연 900만원을 저축했다고 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5000원(900만원X16.5%)의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이 5500만원보다 많다면 최대 118만8000원(900만원X13.2%)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죠. 다만 지난 1년간 납부한 세금이 이 금액보다 적을 수 있는데요. 이 경우엔 납부한 세금까지만 환급됩니다.   차준홍 기자   연금저축 계좌와 IRP 계좌에 넣어두면 공통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건 알겠는데 이 두 상품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매번 헷갈리죠.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중도 인출 여부’입니다. 연금저축 계좌에 넣어둔 돈은 언제든지 뺄 수 있습니다. 물론 중도 인출할 때는 세액공제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합니다. 반면 IRP 계좌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보증금으로 활용할 경우, 본인과 배우자·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할 경우,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등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합니다. 정말 돈이 필요한 경우엔 IRP계좌 자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또 눈여겨볼 차이점은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요. 연금저축 계좌는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할 수 없지만 IRP 계좌에는 은행과 저축은행, 우체국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넣어둘 수 있습니다. IRP는 최소 30%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규정도 있죠. 」    Q9. 세액공제 한도는 900만원인데, 연금계좌에 담을 수 있는 금액 한도는 1800만원입니다. 1800만원 다 넣을 이유가 있을까요. 이 경우엔 60세 이후 90세까지 매달 115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납입 금액이 부담스럽지만 여력이 된다면 연금 계좌에 담을 수 있는 한도를 다 채우는 게 유리한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나머지 납입 금액(900만원)도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출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원 두물머리투자자문 연금담당 이사는 “(세액공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연금 계좌에 추가로 넣어둔 900만원을 일반 계좌에서 운용해 그때그때 세금으로 냈다면 그 세금만큼은 장기 투자의 시드머니로 쓸 수 없었던 것”이라며 “아낀 세금으로 복리 수익을 낼 기회가 바로 과세 이연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 연금계좌의 절세 효과 「 일반 계좌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이자와 배당 같은 금융소득에는 소득세를 부과하는데요. 세율이 15.4%입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발생한 과세 대상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합니다. 이를 ‘금융소득 종합과세’라고 하는데 다른 소득이 많은 분들은 세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금융 소득은 과세 방법이 다릅니다. 당장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이를 인출할 때 과세합니다. 과세 시기가 뒤로 미뤄진다고 해서 ‘과세 이연’이라고 합니다. 당장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출 전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연금을 찾을 때는 세금을 냅니다. 하지만 이때 연금소득세는 금융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보다 세율이 낮습니다. 연금 계좌 가입자는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수령자의 나이가 70세 미만이면 5.5%,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로 세금이 부과됩니다.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형을 택하면 55~69세 가입자도 4.4%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차준홍 기자 」    Q10. 운용 수익률이 좋아야 지금까지 계산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지금까지는 연 6%의 기대 수익률을 전제로 연금 수령액을 산출해봤는데요. 실제 연금 계좌의 운용 수익률은 이보다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기대 수익률별로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예금 금리 수준인 연 3.5%일 경우엔 매달 24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더 적극적인 투자로 연 9%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매달 받는 연금은 76만원으로 늘어납니다. 물론 이 경우엔 리스크가 큰 만큼 시뮬레이션이 실패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차준홍 기자   퇴직연금을 반영했을 때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차준홍 기자 Q11. 50대라면 연금 준비가 너무 늦은 건가요. 50대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 달라질 텐데요. 먼저 자신이 확보한 연금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후엔 노후 생활비 목표를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합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는 “노후에는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보유 자산을 연금화하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법에는 주택연금과 즉시납 연금 등이 있고, 올해부터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50대가 목표 연금 자산을 마련하는 방법에서 절세가 또 빠질 수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시작하면 더 큰 효과가 있겠지만, 50대도 세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절세 전략에는 연금저축 계좌, IRP, ISA 세 가지 계좌를 총동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물머리가 50대 고객을 컨설팅한 사례를 참고해보죠.“연금저축 계좌와 IRP 계좌에 매년 총 1800만원을 납입하면 세액공제 효과와 과세이연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습니다. 또 ISA 계좌에 매년 2000만원씩 납입해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얻고, 이 자금을 3년마다 연금 계좌로 옮기면 세액공제 효과(300만원, 연평균 매년 100만원인 셈)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목표한 연금 자산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오히려 적극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재용 센터장은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며 “퇴직 시기인 55~60세부터 국민연금 수령 시기인 65세 사이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인 ‘은퇴 크레바스’를 막기 위해선 오히려 적극적인 자산 운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3.06.13 16:21

  • 1000억대 ‘주식농부’ 박영옥, 이런 기업은 지분 정리한다

    1000억대 ‘주식농부’ 박영옥, 이런 기업은 지분 정리한다 유료 전용

      금융투자업계에서 박영옥(62) 스마트인컴 대표는 ‘큰손’으로 유명합니다. 2001년 전업투자자로 나선 뒤 ‘종잣돈’ 4500만원을 현재 1000억원대로 불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지분 가치가 2000억원을 넘기도 했죠. 그가 꼽는 성공의 비결은 ‘동행할 기업의 주인이 돼 성과를 공유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박 대표가 ‘수퍼개미’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자신을 ‘주식 농부’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듯, 좋은 씨앗(기업)을 찾은 뒤 열매(기업가치 상승)를 맺을 때까지 꾸준히 소통하고 동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종잣돈 4500만원으로 국내 주식에만 투자해 1000억원대 자산가로 성장한 박영옥(62) 스마트인컴 대표. 전민규 기자   요즘 박 대표의 ‘농심(農心) 투자’엔 주주활동이 강화됐습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지만 워낙 지분 보유량이 많다 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죠. 박 대표는 현재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 4곳을 포함해 100여 개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박 대표를 만나 주주 활동을 강화한 이유와 함께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을 들어봤습니다.    ━  [Step1]“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김경진 기자   올해 주주제안 활동이 눈에 띄네요.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주주행동주의인가요. 정기 주주총회(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을 한 지는 10년이 넘었습니다. (펀드 등 기관투자가가 아닌 소수 주주인) 개인이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는 게 의미가 있죠. 올해는 13개 상장사를 상대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했습니다. 주식 투자는 주식회사의 지분을 사는 거잖아요. 당연히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죠.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회사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주주제안 등으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주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러다 보니 2월이 가장 바쁜 것 같아요. 기업 주총이 몰리는 3월 말로부터 6주 전에 주주제안을 끝내야 하거든요. 또 그때쯤이면 (기업 입장에서) 껄끄러운 주주제안을 취소해 달라고 찾아오는 기업 임원도 많고요.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해야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다만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1% 지분을 6개월 넘게 보유해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올해는 어떤 제안을 했나요. 주로 배당 확대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을 제안(하단 표 참조)했습니다. 올해 주총에 참석한 기업 중심으로 살펴보면, 농심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경우엔 10분의 1 액면분할(액면가 500원)과 주당 4000원 배당, 알짜 스타트업 인수 등을 요구했어요. 특히 농심홀딩스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이유는 주식 유통 물량이 적은 영향이 큽니다. 물량이 적으면 거래량이 부족해 주식시장에서 외면을 받을 수 있거든요. 주주가 많아지면 기업을 괴롭힌다는 것도 옛날 얘기예요.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주주의 응원을 받을 수 있고,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겁니다. (저만 해도) 농심 주주가 된 뒤 안 먹던 라면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고 있습니다(웃음). 신라교역 주총에선 최근 파파이스 인수를 계기로 일반 소비자 상대(B2C)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점인 만큼 기업설명회로 저평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신도리코 주총에 참석해선 ‘미래 전략’을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냈고요. 이곳은 구조조정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청사진이 안 보이거든요. 그래서 인수합병 등 신규 투자를 통해 성과를 공유해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투자 책임에 대한 경영진 사과 요구 등 쓴소리를 한 곳도 있던데요. 국보디자인이라고 국내 손꼽는 인테리어 회사예요. 회사 자금을 과도하게 테슬라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디자인 사업 경쟁력을 보고 투자했는데 정작 주가는 테슬라 주가에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배당금 확대와 함께 투자 책임에 대한 경영진 사과 등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청한 겁니다.     이번 주주제안 성과는 있나요.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에 상정된 것도 많아요. 하지만 표 대결에 나서면 소액주주가 물리적으로 기업 측 지분율을 이기긴 어려워요. (표 대결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하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읍소하는 거죠. 당장 실천하지 못해도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이는 기업도 나타나고요. 농심홀딩스 주총에 상정된 액면분할 안건은 최종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주식 액면분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기대해 봐야죠.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바뀐 기업도 있나요. (한때 지분율 10% 이상 보유하면서 2대 주주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지분이 없지만 삼천리자전거가 모회사인 참좋은여행이 대표적이죠. 7~8년 전에 임직원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라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졌죠. 스톡옵션은 직원이 주가 부양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여행사에 필요해요. 간혹 패키지여행을 가면 일부 가이드가 물건을 강매해 고객들의 원성을 살 때가 있잖아요. 만약 (스톡옵션으로) 직원들이 주주화하면 회사 성장에 따른 보상을 받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아무리 소통하자고 수차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곳도 있죠. 주총에 수년째 얼굴을 비치지 않은 오너도 있고요. 이 중 지배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투자 비중을 줄일 계획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박 대표가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기업은 조광피혁(12.37%)과 아이디스홀딩스(6.05%), 국보디자인(9.72%), 한국경제TV(18.27%) 등 4곳이었다. 2020년까지 지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한 기업이 6~7곳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수는 줄었다.   지분을 일부 정리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예요. 주가가 기업의 대주주나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으면 오르지 않아요. 매출이 꾸준히 늘어도 일부 기업의 주가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입니다. 여전히 기업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죠. 특히 상속을 앞둔 기업은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상속세 부담을 낮춰 기업을 물려주려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자식 이름으로 자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는 증여를 택하기도 하고요. 터널링 역시 (모기업의) 주가를 누르는 요인이죠. 이처럼 주주를 외면한 채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짝사랑을 끝내는 게 맞습니다.      ━  [Step 2]“기업 성과를 공유해라”   김경진 기자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주식으로 돈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지 않으면 꾸준히 성장하기 힘들어요. 요즘 ESG 경영이 글로벌 기업의 화두죠. (기업 경영 환경이 바뀐 만큼)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일반 근로자가 부자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식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공유 시스템입니다. 약간의 수수료와 거래세만 부담하면 글로벌 기업의 주인으로 수익률과 배당 등 기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잖아요. 이 성과를 일부 지배주주와 외국인투자자 중심으로 누리고 있는 게 안타깝죠. 반면에 대다수 투자자는 단기 수익을 노리고 주식을 ‘샀다 팔았다’ 식의 매매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용돈 수준 벌이에 그치는 겁니다. 사업가적 마인드로 좋은 기업을 찾아내 동행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게 주식 투자의 본질입니다.   박 대표가 자신을 ‘주식 농부’로 부르는 것도 그의 ‘농심투자법’과 관련이 있다. 그는 농부가 좋은 씨앗을 고르듯 신중하게 투자할 기업을 찾는다. 기업을 발견하면 우선 소액으로 주식을 매수한다. 해당 기업을 탐방하고, 경쟁사에 자문하는 등 짧게는 2~3년간 해당 기업과 관련한 사안 등을 공부한다. 이 기간 투자해도 괜찮겠다고 판단이 서면 투자 비중을 늘린다. 종자를 골라 심은 뒤 수확할 때까지 농부가 정성을 들이듯 투자한 기업과 소통하면서 동행한다. 박 대표의 농사 기간은 평균 4~5년, 투자 결과가 서서히 나타날 때는 10년을 넘기기도 한다.    최근 국내 증시는 들썩이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도 많아요. 지금 투자할 때(타이밍)라고 보시나요.   얼마 전에 주식 전문가인 지인이 주식시장이 “앞으로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고 하길래 “잘 됐다. 주식 살 기회”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위기는 투자자 입장에선 우량 기업을 할인된 가격에 살 기회입니다. 실제 2001년 9·11 테러,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이 터졌을 때 우량 주식에 투자해 큰돈을 벌 수 있었죠. 무엇보다 경기나 주식시장 흐름 예측에 힘을 쏟기보다 좋은 기업 찾기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죠. 탄탄한 기업이라면 경기 흐름이나 전쟁 등 외생 변수에 따른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투자 환경이나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풍파에 잘 견디는 1등 기업과 동행하라고 조언합니다. 더욱이 업계 1등 기업은 위기를 겪으면 그동안 추격해 오던 기업들이 좌초되면서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  [Step3] 동행할 기업을 고르는 방법은   김경진 기자   유망하게 보는 산업은요. 삶을 보다 편안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을 선호합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사 잘하는 기업’이죠. 그런 점에서 세계 이목이 쏠리는 K콘텐트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봐요. 특히 우량 기업 중 미디어나 콘텐트 업체를 인수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K콘텐트로 삼은 곳은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어요. 업종마다 호황기와 정체기 등 이익 사이클(흐름)이 있는데, 바이오산업도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바이오의약품 복제(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어요. 요즘엔 도심 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예상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해 관련 기업에도 투자했습니다.   동행할 기업을 잘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시장지배력이 있으면서 이익이 꾸준하고 배당을 주는 회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독보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드는지, 대체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는지, 주주 친화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기업인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겠죠.     박영옥 대표는 저서『주식투자 절대원칙』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는 방법으로 “내 아들과 딸이 취업했으면 하는 회사, 내가 돈이 있다면 인수하고 싶은 회사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 박영옥 대표는  「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스마트인컴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전민규 기자   박영옥(62) 스마트인컴 대표는 20여 년을 주식시장에 몸담아 온 금융 전문가입니다. 현대투자연구소를 시작으로 대신증권과 국제투자자문 등을 거쳐 1997년 37세에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을 지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전업투자자로 나선 거죠.     주식 투자로 1000억원대 자산가로 성공한 그가 20년 넘게 공들이는 게 있습니다. 바로 누구나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투자 경험과 투자 철학을 공유하는 일이에요. 이유가 있습니다.     박 대표는 전북 장수에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가난한 집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병환으로 돌아가신 뒤 학업을 이어가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중학교만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해 공장에서 4년간 일하다가 뒤늦게 공부해 중앙대 경영학부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증권사에 입사하면서 증권시장에 발을 내딛게 된 겁니다. 주식투자 전도사가 된 건 흙수저였던 그가 돈을 벌게 해 준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환원하는 의미입니다. 그가 틈틈이 대학 강연을 다니고, 재테크 관련 서적을 꾸준하게 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요즘은 ‘일가일사(一家一社)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가정마다 최소 1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거죠. 선순환 구조로 자금이 몰리면 기업은 성장 발판으로 삼을 수 있고, 기업에 투자한 가정 역시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그가 캠페인을 하는 이유입니다. 」 

    2023.06.12 17:00

  • 2차 전지, 지금 사도 괜찮나…변수는 ‘이 가격‘에 달렸다

    2차 전지, 지금 사도 괜찮나…변수는 ‘이 가격‘에 달렸다 유료 전용

      ■ 🔋 2차전지연구소 「 제2의 반도체? 제2의 삼성전자? 2차전지 생태계와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알고 투자하시나요.   ‘2차전지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읽어도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가 안 간다. ‘2차전지연구소’에서 쉽게 핵심만 전달합니다.     ‘2차전지연구소’ 4회에서는 하반기 2차전지 투자 전략을 두 명의 애널리스트에게 물었습니다. 보고서에 여러 어려운 숫자와 개념을 인터뷰를 통해 쉽게 풀어갑니다. 2차전지연구소에서 이번에 섭외한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다른 애널리스트에 비해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합니다. 반면에 이안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투자할 때는 섣부른 낙관도, 성급한 비관도 금물입니다. 관점이 다른 두 애널리스트의 인터뷰를 함께 읽어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이유입니다. 」  상반기 가파르게 오르던 2차전지 주가가 지난 5월부터 조정을 받는 듯하다 6월부터 또 달리는 모습입니다. 너무 비싼 것 같기도, 더 오를 것 같기도 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장에 투자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죠.    애널리스트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네요. 하반기 2차전지 시장을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보지만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추천하는 종목도 달랐습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양극재를 추천했습니다. 반면에 장 연구원은 많이 오른 양극재보다 비양극재 업체 중 부품 장비주 등을 추천했죠. 두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비교해 따져 보며 균형감 있는 하반기 투자 전략을 고민해 볼까요.    인터뷰는 크게 세 파트로 진행됩니다. [STEP1]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STEP2]에서는 하반기 어떤 투자 전략을 가져갈지에 대해 살펴본 뒤 [STEP3]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추천 종목을 비교 정리합니다.   「 [STEP1] 5월 조정 이후 상승? 2차전지 랠리 다시 시작일까 」 ‘2차전지 이제라도 투자해야 하는 거 아닐까.’ 현재 투자자를 괴롭히는 질문일 듯합니다. 상반기 올라도 너무 오른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5월 한 달 동안 숨 고르기를 하다 6월에 다시 탄력을 받는 듯합니다.     2차전지 주식 랠리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숨 고르기를 할지 애널리스트의 의견도 갈렸습니다. 이 연구원은 “양극재 중심으로 계속 간다”는 ‘강세론’을 장정훈 연구원은 “상반기만 한 모멘텀이 하반기에는 없다”는 ‘신중론’을 펼쳤어요.    두 연구원의 시각이 갈린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① 하반기에 양극재 소재 업체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주 발표 등 호재가 계속될지 여부 ②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양극재 기업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  📌이안나 “5월 조정 후 하반기부터 강세”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차전지 주가가 5월에는 조정을 받더니 6월에 다시 오르는 모습이에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2차전지 섹터는 주간으로 자료를 내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주 단위로 변합니다. 5월 30일 자료에서 ‘다시 볼 시기가 다가왔다’고 썼습니다. 그 전주까지만 해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는데 바꾼 거죠. 5월 조정으로 2차전지가 다시 매력적인 주가 구간에 들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25년 정도까지는 수주와 계약이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평균 성장성이 40% 이상 나온다고 봅니다. 따라서 2025년 기준 EV/EBITDA 35~40배가 적정하다고 봅니다. 포스코퓨처엠의 EV/EBITDA가 5월 말 30배 아래로 떨어졌고, 에코프로비엠도 EV/EBITDA가 22배에서 23배입니다. 다시 주가가 오르리라 봤고, 실제로 이번 달 초 그런 양상을 보입니다(기사에 쓴 밸류에이션 등 수치 등은 2023년 5월 30일 기준).       ■ P/E와 EV/EBITDA는 무엇인가요? 「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보면 밸류에이션, EV/EBITDA, P/E 등의 용어가 반복되면서 나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어떤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지를 뜻합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을 주가나 자산을 주가와 비교해 보면 되겠죠.    P/E와 EV/EBITDA는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적정 주가)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P/E(PER)는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즉, 당기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주가)이 얼마인지를 보는 거죠.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와 세전영업이익(EBITDA)을 비교해 보는 겁니다. EBITDA는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데요, 같은 기업이라도 당기순이익을 사용해 산출하는 P/E보다 높은 경우가 많겠죠.    가장 흔히 쓰이는 기준은 P/E입니다. 하지만 2차전지 기업을 평가할 때는 EV/EBITDA를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2차전지 산업은 성장하는 만큼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요. 설비투자 시 감가상각비를 초기 몇 년간 나눠 회계 처리를 하게 됩니다. 즉, 초반에는 설비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가 너무 크게 잡혀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감가상각비를 빼지 않고 더해 주는 EBITDA를 이용해 주가를 판단하는 거죠.   당기순이익과 세전영업이익으로 주가(시가총액)를 나누는 만큼 P/E와 EV/EBITDA 모두 낮을수록 기업은 저평가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예컨대 주가가 내려가거나, 혹은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EV/EBITDA와 P/E 모두 내려가겠죠. 이들 수치 앞에 표시된 숫자를 통해 몇 년도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2023E라고 돼 있으면 2023년 추정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의미입니다.  」     최근 리튬·니켈·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양극재 업체에 부정적이지 않나요.   리튬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그만큼 오를 수는 없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가격 하락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가격이 급등하면 판매 가격은 올라도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죠.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내려오면 수요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메탈 가격 하락으로 판매가가 내려가는 상황을 오히려 수요가 올라오는 국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급등이나 급락은 좋지 않지만, 서서히 내려온다면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진 기자   1분기 리튬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2분기 양극재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걸 이미 시장도 알고 있습니다. 주가에서 실적은 그 자체보다 시장이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합니다. (주가에) 큰 영향이 없으리라 봅니다    ━  📌장정훈 “리튬 가격 반등 없으면 하반기 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가 7일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5월에는 2차전지주 전반에 조정이 있었습니다. 과열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요. 5월 조정의 폭을 보면 주가의 고점 대비 15~20%입니다. 하지만 벨류에이션(영업이익 등에 대비한 주가 수준) 측면에서 편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23년 P/E(주가수익비율·순이익 대비 주가 비율) 기준으로 한국 2차전지 기업의 P/E는 27~28배 정도입니다. 중국 2차전지 기업은 17배 정도예요. 중국보다 1.6배 프리미엄 영역에 있는 거죠. 지금 한국의 2차전지 기업 매수는 프리미엄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한 매수라고 생각합니다.   김경진 기자   IRA 때문에 중국 기업보다 높은 주가가 가능한 것 아닐까요. IRA로 인한 프리미엄은 현재 1.6배 높은 상황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투자한다면 프리미엄이 더 있어야만 주가가 오르겠죠.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달리 IRA 같은 큰 호재도 없고 원자재인 메탈 가격 하락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소재업체의 판매 가격 하락→매출과 이익 감소→실적 하향 조정’으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해외 투자자에게 영향을 줍니다. 예컨대 2차전지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 한국 기업보다 더 싼 중국 기업이 매력적일 테니 수급 측면에서도 좋을 게 없죠. 실제로 5월 들어 중국 기업의 주가가 더 좋기도 했죠.    리튬 가격이 급락하다가 5월에는 반등했는데도 원자재 가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시나요.  일단 니켈과 코발트 가격은 리튬과 달리 계속 하락하고 있어 부정적입니다. 리튬의 5월 반등의 이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리튬 가격 하락은 중국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서죠. 만약 이번 반등이 중국 수요 회복의 신호탄이면 상승 곡선이 이어지리라 봅니다. 하지만 최근 칠레가 리튬 산업을 국유화할 수 있다고 나서며 그에 대한 심리적 요인으로 ‘반짝 반등’한 걸 수도 있죠. 만약 리튬 가격이 재차 하락하면 양극재 업체의 경우 4분기까지 판매가 상승 희망이 없어집니다. 다음달까지는 원자재 가격 향방을 주요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2차전지 관련 주가에 언제쯤 영향을 미칠까요.  이미 1분기 리튬 가격이 많이 내려간 데다 코발트와 니켈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에 2분기와 3분기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리튬이 반등한다 하더라도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계속 내린다면 상쇄 효과로 4분기 판매 가격도 상승 곡선을 그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실적은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2차전지 주가가 상반기에는 매출이 지속해 상향 조정되면서 주가가 올라온 모습이었는데, 하반기에는 메탈 가격 하락으로 그런 기대가 어렵다는 거죠. 특히 소재 기업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 하향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가 실적 추정을 할 때 하향 조정은 당장 이뤄지지는 않고, 7(월)말 8(월)초에 회사 측 가이던스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 [STEP2] 2차전지 투자 하반기 전략은 」 이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도 상반기와 비슷한 전략을 가져가자”고 조언합니다. 2차전지 주가 지난 5월 한 달 동안 조정 이후 ‘반등’이 이미 시작됐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반면에 장 연구원은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조정을 받았지만 부담스러운 양극재 기업의 주가와 아직은 불안한 메탈 가격을 지켜보면서 가자”고 조언했습니다.     ━  📌장정훈 “하반기 덜 오른 종목 위주로 접근”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가 7일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와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올해 상반기에는 2차전지와 관련한 많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대규모 수주와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MSCI 지수 편입 기대감 등이었죠. 이런 이벤트가 6월 들어오며 다 사라졌죠. 주식은 기대와의 싸움입니다. 이미 양극재 업황 기대감은 모두 반영돼 있고, 이걸 넘어서는 이벤트가 있어야 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판(매)가 하락으로 인한 실적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말씀드렸고요.   보고서를 따르면 하반기에 대규모 수주 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반기 수주 계약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포스코퓨처엠이 올해 상반기 보여준 대규모 수주 계약 건을 하반기에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은 포스코퓨처엠의 사례를 다른 양극재 업체에서도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다른 양극재 업체와 달리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리튬과 니켈의 100% 수급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2025 년까지는 양극재 업체의 캐파 계획을 보면 고객사 캐파의 90~95% 를 채워놓고 있습니다. 양극재 업체들은 최종 고객사의 수요가확정되게 되는 3 년 내외로 수주 계약을 맺고 갱신하는 형태의 수주는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이 보여줬던 대규모 장기 계약은 이례적입니다. IRA 상황하에서 북미 완성차업체로선 현재 중국산 원자재로부터 탈피하는 게 중요한데, 이게 가능한 회사인 거죠. 완성차나 셀 업체에도 장기 계약은 큰 부담입니다. 아주 예외적인 계약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포스코퓨처엠을 사야 할까요. 대규모 수주 계약을 발표했기 때문에 2033 년까지의 계약이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향후 계약이 이행돼 매출을 일으키더라도 2023년 P/E 112배(5 월 30 일 기준)인 지금 주가에 녹아 있다고 봅니다. 주가가 더 좋아지려면 2033년 이후에 물량이 나와야 할 텐데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버티는 건 6개월 동안 큰 계약이 3건이나 나오다 보니 여전히 시장에는 추가 계약 기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자’라고 추천은 못 하지만 ‘팔자’도 못 하겠습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전략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올해 상반기에는 대장주에 포커스를 맞추는 그림이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이미 많은 종목의 주가가 올라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 중 스토리가 돌아오는 주식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1분기 가장 좋았던 건 양극재와 리사이클링이었습니다. 양극재 업체 주가는 평균 90% 올랐고, 리사이클링 업체 주가는 60%가량 올랐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소재나 셀과 부품 장비주는 20%를 밑돌았어요.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은 분명한 만큼 장비나 전해액 분리막 등 소외됐던 주식 중에서 눈여겨볼 게 있다는 조언입니다(구체적인 종목은 [STEP3]에서 소개합니다).    ━  📌이안나 “하반기에도 양극재”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전략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저는 상반기와 하반기 전략이 크게 달라질 거 없다고 봅니다. 양극재 위주로 주가가 오르면서, 이에 더해 분리막 등 일부 소재가 함께 오르는 모습을 예상합니다.     상반기에는 대규모 수주 발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지만, 하반기에는 수주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어요.   오히려 양극재 기업에서 하반기 수주 발표가 많으리라 예상합니다. 셀 기업이 수주를 받기 시작하면 먼저 채우는 게 양극재입니다. 2030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 미국의 점유율을 20%로 가정할 때, 미국 내 배터리 수요는 918GWh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각 사에서 발표한 미국 내 셀 생산 능력은 676GWh에 불과하죠. 따라서 미국의 셀 기업이 한정된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부터 2030년까지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받으려면 2025년 이후 공급에 대한 수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미국의 양극재 수급 자체가 타이트해진 이유가 있나요.  완성차 기업이 생산하려는 목표가 있는데, 플레이어가 한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향후 10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수요(니즈)가 생긴 거죠. 그걸 채우려는 부분에 있어서 아직 못 채워진 거죠. 생산 시차를 고려했을 때 올해 말부터 2026~2030년 수주 내용이 발표돼야 합니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이 삼성SDI 40조원, LG에너지솔루션 30조원가량의 장기 수주 계획을 발표했죠.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힌 만큼, 양극재 기업 수주 계약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에 다른 업체의 수주가 계속 나올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2차전지주의 주가가 상반기에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있어요. 지금 사도 괜찮을까요.  저는 (2차전지주를) 지금도 여전히 좋게 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더라도 하반기 주가는 지금보다 더 강하리라 봅니다.   2030년 등 먼 미래의 수주 계약까지 보고 계신데요. 중국산 LFP 배터리에 대해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까요.  자료에 항상 LFP를 간과하지 말자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LFP에 대한 우려는 내년까지는 주가에 반영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리스크를 반영하기에는 아직 양극재 수급 모멘텀이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리스크보다 프리미엄에 더 주목하는 상황입니다.    「 [STEP3] 하반기 TOP PICK 종목은? 」 그렇다면 두 애널리스트의 ‘톱 픽(TOP PICK)’ 주식은 무엇일까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만큼 좋게 보는 주식도 달랐습니다.    장 연구원은 “소재보다는 셀, 소재라면 양극재보다는 비양극재”를 추천했습니다. 반면에 이 연구원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주도주로 양극재”를 추천했어요. 두 사람 모두 좋게 본 섹터도 있었습니다. 바로 분리막을 만드는 기업이었습니다.     ━  📌장정훈 “셀은 삼성 SDI, 천보 신흥ESC 등 추천”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가 7일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소재보다는 셀을 꼽았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셀 업체는 앞서 말한 메탈 가격의 영향을 양극재 업체보다 느리게 받는 데다, 100%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유럽이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현재 한국 2차전지 업체의 가장 큰 시장은 유럽입니다. 유럽의 3~4월 자동차 판매가 좋았습니다. 자동차 판매도 계절성이 있어 하반기에 더 잘 팔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가격(P)과 물량(Q)으로 볼 수 있어요. 셀 업체는 두 부분 모두 나쁘지 않습니다. 원자재 가격 영향은 덜 받고, 전기차의 판매량은 늘어나는 상황이니까요.    셀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에서는 어디를 제일 좋게 평가하시나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LG에너지솔루션보다 삼성 SDI를 추천합니다. EV/EBITDA로 볼 때 LG에너지솔루션은 27배, 삼성SDI가 12배, 중국의 CATL가 15배 정도 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너무 비싸다고 보입니다. 또 삼성SDI는 46파이 양산이라는 모멘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46파이가 왜 삼성SDI 주가에 중요한가요. 46파이는 테슬라가 개발하고 있는 4680과 같이 원통형 지름(46mm)은 동일한데 높이가 다른 배터리입니다. 46파이는 현재 4680보다 양산의 가시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실적 발표 때 삼성SDI가 계획을 앞당겼죠. 지난 1월 말 실적 발표 때는 3분기 중 시생산 계획이었는데,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시생산을 2분기로 더 앞당겼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달 안에 나와야 하는 거죠. 무엇보다 이러한 46 파이 폼팩터 배터리를 쓰는 BMW 모델이 2025 년 출시 예정입니다. 셀 공급 업체로선 24 년 말까지는 양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통상 1 년 반의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이달 시생산 이후 양산 투자 의사 결정이 빨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눈앞에 다가온 좋은 이벤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영희 디자이너   소재 중에서 주목할 종목은 어딜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양극재는 너무 올랐기 때문에 덜 오른 소재나 부품 장비 주를 눈여겨 볼 것을 추천합니다. 2차전지 시장의 성장은 분명합니다. 다만 소재주에 너무 돈이 몰려 많이 오른 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가격은 싼데 모멘텀이 있는 종목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SEC는 2차전지 장비주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이 P/E 기준 11배가 안 됩니다. 삼성SDI가 46파이를 발표하면 메인 부품 업체가 될 가능성 역시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그 외에 분리막 주식도 추천합니다.    분리막을 추천하시는 이유는요. IRA 영향으로 양극재뿐 아니라 미국의 OEM은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선을 갖추려고 할 듯합니다. 분리막은 중국을 제외하면 공격적인 증설요구를 따라올 곳은 한국업체일 것으로 판단합니다. 지난 5월 SKIET 주가가 좋았던 것도 그런 이유지요. 분리막 외에 다른 소재 중에서는 전해질 업체인 천보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좋아지면 주가에 긍정적인 종목입니다. 한국의 2차전지 기업은 중국에 수출하거나 중국 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보는 중국 비중이 45%가량 됩니다. 현재 중국 시장 부진으로 주가가 내려갔는데, 개선된다면 천보 주가도 좋은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안나 “셀은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기업 추천”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9일 오후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반기에도 양극재 기업을 추천했습니다. 양극재 기업 중 특히 좋을 곳은 어디일까요. 양극재 기업은 모두 좋게 보고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스코프로비엠 둘 중 하나는 들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다 수직 계열화가 잘 돼 있는 곳이에요.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광산에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광산은 없지만 자회사를 통해 전구체를 직접 생산한다는 게 장점이죠. 수직 계열화가 돼 있는 기업으로 주가는 쏠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가격적으로는 엘앤애프가 워낙 저렴하죠. 엘앤애프도 수주 계약이 나오면 두 회사와의 주가 간극을 빠르게 메울 것으로 봅니다.   셀보다도 소재인가요. 수익률의 아웃 퍼폼을 위해서는 소재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수주 모멘텀 등이 하반기 소재 업종에 많으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셀 역시 오르겠지만 소재보다는 무겁게 갈 것 같습니다.     셀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는데, 이미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첨단 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회계 처리가 1분기에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이 올라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내년 기준 이익 추정치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EV/EBITDA 18배, 삼성SDI 11배, SK이노베이션 7배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 능력(케페시티)을 보면 대략 LG에너지솔루션이 450~500GWh, 삼성SDI가 200GWh, SK온이 200GWh입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생산을 빨리 시작했습니다. 삼성SDI는 2025년 하반기에나 미국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따라서 저는 다른 두 셀 회사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비싸도 계속 주도주가 되리라 봅니다.   분리막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IRA로 미국에서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에 중국 기업 제품을 썼던 고객사가 한국 업체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리막을 잘하는 곳이 한국 아니면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분리막은 주로 하나의 회사와 계약을 맺는 ‘솔밴더’ 형태였는데 고객사가 다양해지며 이익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분리막 기업 중에는 어떤 기업이 좋은가요.  분리막을 대표적으로 만드는 곳은 SKIET와 WCP 두 군데밖에 없는데, 둘 다 좋게 봅니다. 현재 SK온에 납품하는 곳이 SKIET이고요,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는 곳이 WCP입니다. 저는 두 기업 모두 좋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수익성 면에서 보면 SKIET는 아직 적자를 보고 있어 WCP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다만 WCP는 코스닥 기업이고, SKIET는 코스피에 상장돼 있어 SKIET가 수급 측면에서는 유리한 면도 있죠.   양극재 분리막 외 다른 소재에 투자하는 건 별로일까요 소재 중 실리콘 음극재 역시 기업의 계약 확대가 하반기에 많이 열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주전자재료 같은 회사죠. 다만 최근 많이 올랐다는 점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김경진 기자 2차전지연구소 “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 두 배터리 박사의 ‘팩트체크’ 같은 2차전지라도 수익 2배…당신에 맞는 ETF 추천합니다 에코프로 왜 떴는지 궁금해? “2차전지, 셀·소재 주목하라”

    2023.06.11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