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한 반도체, 살까? 팔까? 그 CEO 말에 힌트가 있다 [서학콘콜①]

폭락한 반도체, 살까? 팔까? 그 CEO 말에 힌트가 있다 [서학콘콜①] 유료 전용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수요에 대해 ‘아주 아주 강하다(very very strong)’란 표현을 써가며 여러 번 강조했다. 서학콘콜 1회는 반도체 대표 기업인 ASML과 TSMC 그리고 넷플릭스의 기업 실적 발표를 다룬다. 📌주목할 멘트 웨이저자 CEO는 AI 수요가 ‘아주 아주 강하다’ ‘설비투자를 확장해도 수요를 못 따라갔다’ 등의 멘트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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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동결 후 7월에 올린다? FOMC보다 중요한 점도표

    6월 동결 후 7월에 올린다? FOMC보다 중요한 점도표 유료 전용

      ■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다음 주인 6월 12~16일은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 랠리가 이어집니다. 오는 13~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15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15~16일 일본중앙은행(BOJ)이 잇따라 회의를 열죠. 이 중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FOMC예요. 이미 시장은 6월에 ‘동결’이라고 적어 놓고, 7월 달력을 넘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장이 6월 FOMC보다 ‘점도표’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언제까지 시장의 눈만 쫓아다닐 수만은 없죠. 이번 프리뷰에선 연방준비제도(Fed)의 판단 근거가 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한발 앞서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3개를 살펴봅니다. 마침 오는 13일에 CPI 발표도 있으니, 선행 지표가 얼마나 잘 들어맞았는지도 비교해 보면 좋겠네요.    그래픽=김현서    ━  📍 키워드 : 6월 FOMC와 점도표   시장에선 이번 6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7일 기준 66.2%에 달합니다.   Fed 차기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가 ‘블랙아웃 기간(Blackout period·3~14일)’ 이전인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한 말이 여러 힌트를 내포하고 있어서예요. 제퍼슨 이사는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다가오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뛰면(skip) 추가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우선 ‘동결(pause)’이 아닌 ‘건너뛰기(skip)’라는 표현으로 추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또한 다음 금리 결정도 ‘지표에 따라(Data dependent)’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동결하더라도 다음 FOMC 이전에 나오는 물가나 고용 지표를 본 뒤 7월에 올릴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죠. 그 때문에 투자자는 Fed의 7월 금리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연합뉴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한 5월 CPI 시장 예상치는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헤드라인은 전년 동월대비 4.2%, 근원(식료품·에너지 가격을 뺀 물가)은 5.2% 수준이다. 모두 4월 CPI(헤드라인 4.9%, 근원 5.5%)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돼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점도표에서 Fed가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에 있다.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둘 수 있는데, Fed의 의지가 강력한지, 여전히 불확실한지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코멘트를 봐야 한다.(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Fed의 7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에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50%로 가장 우세합니다. 동결은 32.5%죠.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시각도 17.2%에 달합니다. 머니랩 자문단의 의견도 엇갈렸습니다.   현재는 다소 과하게 표현하자면 골디락스 장세다. 물가는 떨어지는데 경제는 과열도, 침체도 아닌 그만저만한 상황으로 Fed 입장에선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베스트 환경이다. Fed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가 천천히 떨어지면서 경기가 천천히 냉각돼야 한다. 지역은행 문제가 해결되고, 엔비디아 등 기업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며 물가가 유의미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Fed로선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명분이 생겼다. 여기에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이 어려운 명분도 갖추고 있다. Fed로선 ‘매파적 동결’(긴축의 여지를 남기는 동결)을 이어가며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을 근거를 다 갖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미국은 부채 한도 상향에 따른 국채 발행으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어 이번에는 올리지 않겠지만, 7월엔 금리 인상을 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CPI보다 더 중요한 근원 CPI는 여전히 5%대다. 이런 수치를 보면 (물가가) 하향하는 추세는 맞지만 절대수치가 높기 때문에 아직 전혀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코로나 19 시기에 미국 정부가 가계에 직접 뿌린 돈이 5000억 달러(초과 저축액)나 남아 있고, 그 돈이 경제가 좋아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계속해서 지표는 좋아 보이고 경제는 뜨거워 보일 수 있다. 결국 기준금리가 연 5.5%까지 간다면 최소 6개월은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이 기간 동안 많은 홍역을 겪을 수 있다. 고금리는 중소기업 등에 압박감을 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주식시장은 조정을 세게 받을 수 있다.(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금융 시스템은 상당히 안정됐고, 근원 CPI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Fed의 의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과 Fed의 핑퐁 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Fed는 ‘멈추기’보단 ‘간보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근원 CPI가 떨어지거나 은행 위기가 불거지면 Fed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경제가 충분히 쿨링되기 전까진 금리 인상을 멈추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동결 기대감은 시장에 반영돼 있고, 금리 인상이 이번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면 주가는 그동안 오른 데 따른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래픽=김현서    ━  📍 키워드 : CPI와 선행 지표들    전문가들은 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 CPI 상승 폭은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가 수준을 CPI 발표보다 먼저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가 세 가지 지표를 소개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Inflation Nowcasting)=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원유 가격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데다 매일 업데이트돼 CPI나 PCE(개인소비지출) 정보보다 물가를 적시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반영하는 변수가 적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나우 캐스팅 지표에 따르면 5월 CPI 헤드라인은 4.13%(근원 5.34%), PCE 헤드라인은 3.93%(근원 4.71%) 수준이다.   ② 뉴욕 언더라이닝 인플레이션 게이지(Underlying Inflation Gauge·UIG)=뉴욕 연은에서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지표. 미국의 향후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로 인플레이션의 추세 전환을 보는 데 유용하다. CPI보다 광범위한 변수를 반영하며, 환율이나 주가 등 금융 가격 변수까지 포함한다. 최근 수치는 4월로, 전년 동월 대비 3.95% 상승해 3월(4.33%) 대비 낮아졌다.    ③ 질로 렌트 인덱스(ZORI· Zillow rent index)=주거비 CPI에 4~5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서비스 부문이 견인하고 있는데, 서비스 부문 중에서 특히 주거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신 주거비를 확인하고 싶을 때 주목하는 지표. 3월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5.96%에서 4월 5.26%로 하락해 주거비 상승 폭이 둔화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월 고점(16.5%)을 찍고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주택에 붙은 임대 광고. 미국 주거비(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는 지난해 1월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6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7월에 다시 금리를 인상하려면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 고용 지표도 있지만, 고용은 경기 후행 지표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지표가 더 중요한데,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하고 있다. 7월 사이 두 번의 추가적인 물가·고용 지표 확인을 거치면 7월도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백석현 이코노미스트)    ━  📍 키워드: ECB·BOJ 통화정책   다음 주엔 ECB와 일본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요.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지난 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예상치)는 전년 동월 대비 6.1% 오르며 4월(7.0%)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습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로이터의 전문가 예상치(6.3%)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유로존 역시 갈 길이 멀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데이터 발표 직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오랫동안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며 “우리는 적시에 2% 중기 목표치로 되돌리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서 말이죠.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 이어 지속해서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를 지난달 연 3.75%까지 올렸죠. 라가르드 ECB 총재의 확고한 의지 표명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ECB). 연합뉴스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역주행’해 온 일본은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장기금리 상단을 0.5%로 묶어두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ECB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있지만 국내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따로 있다고 하네요. 바로 호주와 캐나다입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3.85%에서 4.1%로 올렸고요, 캐나다중앙은행(BOC)도 지난 7일 기준금리를 4.75%(0.25%포인트 인상) 인상했습니다.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다가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 규모 10위권인 데다 미국과의 큰 경제적 연관성, 독립적 중앙은행 및 금융 제도를 갖고 있다는 점 등 한국과의 유사성이 높다.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꺾였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안 좋은데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에서 2020년 과도한 경기 부양이 자산 시장에 버블을 일으키고, 지금 후유증을 낳았다는 부분에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이들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한은과 정책 기조가 비슷한 나라에서 금리를 올렸다는 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한국에서 금리 인상은 없더라도 중앙은행 총재가 매파적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자산시장의 기대가 너무 앞서가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선물’을 주진 않을 것 같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그래픽=박경민 기자 관련기사 싼 엔화로 美 장기채 ‘줍줍’…일학개미의 한수, 어긋났다 ‘금리인하 물 건너갔다’…국채금리, 두달 만에 기준금리 상회 ‘미국 침체 아니다’란 주장, 그게 더 위태로운 이유 ‘금리인하+연착륙’ 가늠자…물가보다 중요한 지표 나온다

    2023.06.08 16:44

  • 30일 넘은 ‘제주 한 달 살기’…신고 안 하면 과태료 뭅니다

    30일 넘은 ‘제주 한 달 살기’…신고 안 하면 과태료 뭅니다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인뉴스 14. 전·월세 신고제, 신고해, 말아? 」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세입자(임차인) 보호 장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년 전 문재인 정부가 만든 강력한 세입자 보호 장치인 이른바 ‘임대차3법’의 마지막인 주택 임대차 신고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1   피해 주택이 대부분 전‧월세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빌라·오피스텔 등이었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집값을 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신축 빌라 등의 경우 주변 시세 파악이 쉽지 않다. 주택 임대차 신고제가 활성화하면 세입자가 실제 거래된 주변 전·월세 시세를 파악하기 수월해진다.    ━  📂[이건 알고 시작하자] “신고 위반 과태료, 내년 6월 1일부터”    주택 임대차 신고제는 계약갱신청구권(2+2년), 전‧월세 상한제(5%)와 함께 임대차3법으로 불린다. 전‧월세 신고제라고 알려졌다.   임대차3법은 당시 전세난을 잠재우고 세입자(임차인)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입법 초기부터 논란이 컸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2020년 7월 30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렸고, 임대차3법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정부도 다음 날인 31일 오전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해당 개정안을 곧바로 공포, 시행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특히 전·월세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가 소관 상임위(법제사법위) 상정부터 국회 통과(28시간), 시행까지 채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실제 임대차3법 시행 직후 전셋값이 더 뛰면서 혼란이 컸다(표 참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전‧월세 신고제도 다른 임대차법과 함께 시행됐지만, 유일하게 현재까지 계류기간이다. 위반해도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달 1일부터 과태료가 부과돼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임대차법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며 내년 5월 말까지 1년 유예했다.    ━  📂[기본편] “계약‧입주일 차이 크면 두 번 신고해야”   전‧월세 신고제의 대상은 임대차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전‧월세 신고제는 전‧월세 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가 함께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전에 임대기간이나 임대료 같은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해당 주택이 있는 지역의 주민센터에서 신고하거나 온라인(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으로도 할 수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공동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한 명이 거부해도 단독으로 신고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 계약서와 금전거래 내역이 적힌 통장 사본 등 계약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와 ‘단독신고 사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신고 내용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인적사항과 해당 주택의 소재지, 종류(공통주택‧단독주택 등), 주택 면적 등 임대차 주택 관련 사항이다. 보증금과 월세, 계약 체결일, 계약기간도 기재해야 하며 계약을 갱신한다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도 적어야 한다.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이 넘어서 신고하거나 신고를 거부한다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최대 100만원 이하다. 신고 내용이 허위가 있어도 과태료를 내야 한다. 구체적인 과태료 금액은 신고 초과 기간, 계약 금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월세 신고와 전입신고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전입신고를 하면서 임대차 계약서를 함께 내면 자동으로 전·월세 신고와 확정일자까지 적용된다. 반대로 전·월세 신고를 하면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도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단, 전·월세 신고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별도의 확정일자를 꼭 받아야 한다.   전·월세 계약일과 실제 입주일 차이가 크다면 번거롭더라도 두 번의 신고를 해야 한다. 전입신고 기간은 전입할 날부터 14일 이내다. 전·월세 신고는 계약일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이삿날이 계약일부터 30일 이후라면 전·월세 신고부터 하고 전입신고를 다시 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하는 경우에는 전·월세 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데 보증금이나 월세에 변동이 있다면 다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시 갱신계약이라는 표시도 해야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  📂[심화편] “30일 미만 단기 계약은 신고 대상 아냐”    전·월세 신고의 대상은 보증금 6000만원이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이 넘는 경우다. 보증금이나 월세 기준에 한 가지만 해당돼도 신고 대상이다. 예컨대 보증금이 7000만원이고 월세가 25만원이라면 신고해야 한다. 월세는 기준에 미치지 않지만,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반전세(보증금+월세)의 경우 환산보증금 적용 여부가 헷갈릴 수 있지만, 순수한 계약 금액만 확인하면 된다. 예컨대 보증금이 5900만원이고 월세가 29만원이라면 신고 대상이 아니다.   ‘한 달 살기’나 출장, 발령 등으로 임시로 거주할 임대주택이 필요한 경우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단, 계약 기간은 30일을 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25일간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어도 신고 대상이 아니다. 단,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집(전입신고)이 있고 일시적으로 집을 빌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같은 주택을 임대 기간(거주일)이 30일을 넘으면 신고 대상이다. 같은 주택을 30일 미만으로 쪼개서 계약해 장기 거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과태료는 계약 기간과 금액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4만~100만원이다. 금액은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해 따진다. 월세의 200배로 본다. 보증금이 1억~3억원 미만이라면 50만원, 3억~5억 미만이라면 80만원이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모두 외국인이라도 기준에 맞는다면 신고 대상이다.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번호, 거소신고번호같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있으면 된다.

    2023.06.07 16:16

  • 삼전 10% 뛸때 20% 뛰었다, 소부장 히든 챔피언은 여기

    삼전 10% 뛸때 20% 뛰었다, 소부장 히든 챔피언은 여기 유료 전용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달라졌습니다. 올봄 2차전지 관련주가 시장을 끌고 왔다면, 여름엔 반도체 섹터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15곳의 주가를 지수화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10.4% 뛰었죠, 같은 기간 2.1% 오른 코스피에 비하면 수익률이 5배가량 높았습니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형성해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죠.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에서 확인했듯,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도 많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를 떠올리기 쉽지만 반도체 섹터는 다채롭게 구성돼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 기업이 종합 반도체 제조사 주변에 위성처럼 포진해 있죠. 이런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삼성전자를 능가할 때도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달(5월 4일~6월 4일)간 삼성전자 주가가 10.9% 오른 사이 소부장 기업 중 20%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도 수두룩합니다. 기술 경쟁력은 독일 강소기업 못지않은 데다, 몸집(시가총액)도 가볍다 보니 주가가 반등할 땐 화끈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머니랩은 ‘반도체=삼성전자’라고 생각하는 개인투자자를 위해 반도체 소부장 섹터를 집중적으로 탐구했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이해하고, 이 과정에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 중 유망주로 거론되는 곳들을 살펴봅니다. 개별 기업의 최신 재무제표와 증권가 리서치 자료를 활용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도 체크했습니다. 호황기를 앞둔 반도체 섹터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에게 필수 아이템이 됐으면 합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뉴스1.  ━  [STEP1] 반도체는 무엇이고, 산업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립니다. 전자제품 안에서 시스템 제어와 기억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이 때문에 컴퓨터·스마트폰·자동차·냉장고 등 생활기기는 물론 로봇·공업용 기계나 무기, 우주선의 영역까지 전기가 흐르는 웬만한 기계에는 빠짐없이 들어가는 핵심 부품입니다. 일반적인 전자제품 가격이 100만원이라고 할 때, 이 중 20만~25만원은 반도체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본체를 뜯어봤다면 알겠지만, 반도체는 생긴 건 비슷해도 각자의 역할은 제각각입니다. 사람의 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AI 로봇 개발에도 활용됩니다. CPU처럼 뇌의 역할을 하면서도 데이터 저장과 신호 변환 등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시스템온칩(SOC)도 있습니다.    여러 기능을 작은 크기의 칩에 집약해 스마트폰·태블릿PC에 활용되죠.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반도체(NPU)는 딥러닝 기술로 사람처럼 학습하고 추론도 할 수 있는 반도체입니다. 또 기억을 관장하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도 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인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등으로 구성돼 있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도체 종류가 다르듯, 반도체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분야도 다양합니다. 전공 분야로 따지면 설계와 제조, 조립, 검사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와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설계와 제조를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도 있죠. 여기에 반도체 생산 과정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과 품질 검사를 전담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익숙하게 들어 본 인텔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곳이 대표적인 IDM 기업입니다. 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회사가 주문 제작을 맡기는 곳으로 유명한 대만의 TSMC가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196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초의 반도체 기업은 대부분 IDM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들어서서 공정이 전문화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제조) 사이의 분업도 나타났습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이 각자 비교 우위에 있는 기술에 집중하게 된 거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STEP2] 호황·불황 반복하는 반도체 산업, 지금은 어떤 국면?   반도체가 쓰이는 제품을 가만히 들여다볼까요. 대표적으로 스마트폰·PC·자동차 등이 있죠. 경기가 좋아져 국민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졌을 때 소비하는 재화가 많습니다. 4세대(LTE)·5세대(5G) 등 디지털 통신 기술이 발전하거나, 자율주행 차량 등 혁신적인 제품이 확산할 때도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를 맞습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져 소득이 넉넉지 않을 땐 구매를 나중으로 미루는 제품이 많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 경제 위기 시기에는 반도체 수요도 위축되며 불황기를 거칩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와 세계 총생산(GDP)의 상관계수는 2010년부터 내년도(예상치)까지 0.88(1에 가까울수록 동행)로 집계됐습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이클은 경제 전체의 경기 순환과 자연스럽게 동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반도체 경기 사이클을 보면 경기가 좋아지는 국면은 평균 3년, 나빠지는 국면은 1년 동안 지속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1977년 이후 11번의 경기 상승과 하강이 반복돼 온 셈이네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럼 지금이 어떤 국면에 있는지 알면 앞으로의 주가 향방도 예측할 수 있겠죠. 우선 순환 주기로 볼 때 현재는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발 불황기를 15개월째 지나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올해 3~4분기까지는 이런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그럼에도 금리 인상은 정점에 이르렀고, 경기는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주가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주가는 경기 흐름보다 6개월가량 앞서 움직이는 만큼 이맘때가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게 반도체 섹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물론 이런 예측에는 앞으로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죠.   반도체 업종 주가 수익률은 반도체 재고 순환 지표에 동행하며 움직였는데, 이 지표는 이미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반도체의 겨울은 올해 상반기 경기가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   지금이 반도체 섹터 투자 적기라는 ‘비중 확대’ 의견은 증권가 리포트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는 또 어떤 투자할 만한 기업들이 있을까요. 다양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소개하려면 우선 반도체 제조 공정을 알아야 합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8단계로 나뉘는데요. 개별 소부장 기업은 이들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죠.   ■ 반도체 제조 8대 공정 「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웨이퍼 제작 반도체는 얇은 기판 위에 다양한 기능을 처리할 수 있는 전자회로를 미세하게 새겨 넣은 전자 부품을 말합니다. 이때 기판에 해당하는 게 웨이퍼입니다. 피자에 토핑을 올릴 수 있는 도우에 해당하죠. 웨이퍼는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Si)으로 만드는데요, 미국 IT 산업의 심장 실리콘밸리란 지명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인근 계곡(Valley)을 합쳐 만든 말이죠. 둥글고 얇은 웨이퍼는 우선 실리콘으로 만든 기둥인 잉곳(ingot)을 얇게 잘라서 만듭니다. 마치 돼지고기를 원료로 소시지를 만든 뒤 얇게 썰어 놓은 것과 같죠.   ② 산화 만들어진 웨이퍼는 표면에 균일한 보호막을 만드는 산화(Oxidation) 공정에 들어갑니다. 철이 산소와 만나면 녹이 스는 것처럼, 산화공정은 웨이퍼를 산소에 노출해 얇은 막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선 미세한 먼지도 불량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때 만들어진 산화막은 불순물로부터 웨이퍼 표면을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③ 포토 웨이퍼에 보호막까지 입혔다면, 이제 설계한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을 차례입니다. 잘 반죽이 된 도우에 각종 피자 재료들을 올릴 차례죠. 어떤 재료를 올리느냐에 따라 페퍼로니·불고기·슈림프 피자로 나뉘는 것처럼, 그려 넣는 회로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가 만들어집니다.   웨어퍼에 회로를 넣는 공정을 포토(Photo) 공정이라고 하는데요. 공정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현상하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웨이퍼 표면에 빛에 민감한 물질인 감광액을 골고루 바른 뒤, 노광(원하는 곳에 빛을 쬐는 작업) 장비를 이용해 회로 패턴이 설계된 상을 빛으로 비춰 웨이퍼에 그리는 것이죠.   ④ 식각 포토 공정으로 반도체 회로도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식각(Etching) 공정이라고 하지요. 부식 작용과 같은 화학 반응으로 불필요한 회로 부분을 벗겨내는 겁니다.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동판화를 그릴 때 해 본 에칭 기법과 비슷합니다. 못으로 동판에 그림을 그린 뒤에 못으로 긁힌 부분을 부식시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⑤ 이온주입·증착 식각 공정까지 웨이퍼는 아직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데요. 이 부도체 상태의 웨이퍼에 전기적 특성을 띠게 하는 작업이 증착 공정과 이온주입 공정입니다. 웨이퍼 위에 아주 얇은 금속 박막을 입히고, 붕소(B)·인(P)·비소(As)와 같은 불순물 이온을 웨이퍼에 넣어 전도성을 띄게 하는 것이죠.   ⑥ 금속 배선 어느 정도 반도체의 성질도 갖췄다면, 포토 공정으로 그려진 회로 패턴에 따라 금속선을 깔아줍니다. 설계한 회로에 따라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전기 길을 내주는 작업이죠.   ⑦ 테스트 이제 마지막으로 테스트 절차를 거칩니다. 불량품을 선별하기 위해서죠. 불량품 중에서도 수선이 가능하면, 수선을 통해 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⑧ 패키징 양품으로 판정된 웨이퍼는 다이아몬드 톱이나 레이저 광선으로 자릅니다. 그런 다음 전선(Wire)이나 작은 공 모양의 돌기(Bump)로 자른 칩을 PCB기판에 붙이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반도체의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이런 전체 공정을 패키징이라고 부르지요. 」     ━  [STEP3] 증권가가 주목하는 소부장 기업 집중 탐구   증권가가 주목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웨이퍼 제작부터 금속 배선까지의 작업을 하는 곳을 전(前) 공정 기업, 그 이후 테스트와 패키징 작업을 담당하는 곳을 후(後) 공정 기업이라고 하죠.   머니랩은 증권가에서 적극적으로 ‘매수’ 의견을 제시하는 주요 반도체 전후 공정 기업을 소개할까 합니다. (물론 머니랩은 증권가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는 기업을 소개하는 것이지, 특정 종목을 매수 추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증권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대체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우량합니다. 머니랩이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15개 기업 중 13곳은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100%가 안 됩니다. 자본금보다도 빚이 더 적다는 의미죠. 부채비율 우등생은 티씨케이와 솔브레인인데, 각각 15.5%, 15.7%에 그칩니다. 삼성전자(26.2%)보다도 나은 수준이죠.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12곳이 모두 200%가 넘습니다. 1년 안에 갚을 빚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월등히 많다는 의미입니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고금리 환경을 맞았지만, 상당수가 잘 버티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수익성은 ‘반도체의 겨울’이라 일컬어지는 올해에는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많습니다. 증권업계 예상치를 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영업이익이 나빠지는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총 9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분석 기업 15곳 모두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2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3’에서 업체 관계자가 반도체 분석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기업도 내년도 실적 성장률이 가파른 곳들인데요. 한국투자증권은 최선호주(Top pick)로 유진테크를, 차선호주로 피에스케이를 꼽았고, HPSP와 주성엔지니어링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종목으로 삼고 있죠.   유진테크는 증착 공정에서 웨이퍼에 금속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올해 매출의 70%는 삼성전자 쪽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디램·낸드·파운드리 생산라인 모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이후에는 삼성전자 안에서 점유율을 높인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장비 투자도 회복하면 이익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피에스케이는 포토 공정에서 노광 작업을 한 뒤 남은 포토레지스트(Photo Regist·빛을 쬐었을 때 형질이 변하는 물질) 제거에 쓰이는 드라이스트립 장비 제조사입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죠.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HPSP는 이온 주입 공정에 쓰이는 고압 수소 가열·냉각(Annealing)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입니다. 고압 수소를 이용하면 기존과는 다르게 400도 이하 온도에서 가열·냉각이 가능합니다. 고온으로 인한 웨이퍼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채민숙 연구원은 “고압 수소는 폭발성이 있어 장비 개발이 어렵고, 고객사 인증도 까다롭기 때문에 HPSP의 독점력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매출액이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증권가가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박막 형성 장비 ADL을 가장 먼저 개발한 기업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 지역에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고 비메모리 분야에서 새롭게 장비 매출이 발생하는 등 고객사와 제품 라인업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식각 공정에서 웨이퍼를 잡아주는 부품으로 쓰이는 합성쿼츠계의 ‘신흥 강자’로 거론되는 비씨엔씨도 기대주 중 한 곳입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텔사 쪽에서 발생하는 합성쿼츠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밖에 증권가가 주목하는 기업들은 원익IPS·파크시스템스·한미반도체·넥스틴·티씨케이·솔브레인 등도 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소부장주 주가 흐름, 삼성전자와 같이 갈까?    반도체 소부장 기업 주가 흐름은 대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대기업 주가 따로 중소기업 주가 따로 노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는 의미죠.    삼성전자와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면 ‘차라리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뭐하러 소부장주에 투자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따른 주가 반등 국면에서는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소부장주의 반등 폭이 더 클 수 있죠. 실제로 지난 한 달(5월 4일~6월 4일) 삼성전자 주가가 10.9% 오를 때, HPSP는 22.5% 상승했고, 비씨엔씨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21.3%, 18.4% 올랐습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공급 축소에 따른 재고 소진 이슈는 향후 반도체 수요 회복과 생산 정상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업황 회복 구간에선 실적과 주가 상승의 지렛대 효과가 크게 발생하는 장비주를 선호할 만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승우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소부장주 대부분은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데도 주가가 올랐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반도체 경기 사이클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선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3.06.06 15:33

  • 싼 엔화로 美 장기채 ‘줍줍’…일학개미의 한수, 어긋났다

    싼 엔화로 美 장기채 ‘줍줍’…일학개미의 한수, 어긋났다 유료 전용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이란 오명을 딛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인데요.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55는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20.1% 상승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케이225는 5월에만 7% 상승하며 글로벌 15대 주가지수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표시된 닛케이225 지수 종목. 대부분이 상승(빨간색)을 나타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분위기 속 개인투자자는 미국에서 짐을 싸 일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일학개미’가 늘고 있는 건데요.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1900만 달러(약 251억원)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미국 주식 4억6438만 달러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지난 2·3월 일본 주식을 팔아 치우다 4월(50만 달러)과 5월(3443만 달러) ‘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일학개미가 사들인 종목인데요.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순매수 1위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2542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무슨 상품인지 이름을 뜯어볼까요.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브랜드의 상장지수펀드(ETF)로, 20년 이상의 초장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고, 미국 달러에 대해선 헤지하는 상품이란 사실도 알 수 있죠.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한국 투자자가 해당 ETF에 투자하면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간 환율은 닫혀 있지만(환헤지), 원화와 일본 엔화 간 환율은 열려 있게 됩니다. 향후 일본 엔화가 원화 대비 강세를 띨 경우,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입니다. 긴축 완화 분위기 속 향후 예상되는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과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란 의미죠. 이른바 ‘꿩 먹고 알 먹고’ 전략인데요.    일본 증시까지 가서 미국 국채 ETF를 사들여 수익을 추구하는 일학개미의 복잡한 셈법이 실제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을지 머니랩이 짚어봤습니다.     ━  MTS에서 ‘2621’만 검색해도 주문 창 연결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에 투자하는 복잡한 과정이 가능할까 궁금할 텐데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국내·해외주식거래→ETF·ETN→해외 ETF 주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이것도 귀찮으면 메뉴 창에 곧바로 종목코드 ‘2621’을 검색해도 됩니다. 이어 국내 주식을 매수하듯 단가와 수량을 넣고 매수하면 끝입니다. 보유 중인 엔화가 있으면 은행에서 MTS의 외화 가상계좌로 이체해 환전 없이 바로 엔화로 거래할 수도 있죠.   이렇게 일본 증시에서 미 국채 ETF를 사들인 ‘일학개미’의 성과는 어떨까요. 올해 들어 ‘사자’에 나섰다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해당 ETF의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수익률은 -2.6%로 저조합니다.    미국 장기채는 장기 투자 목적의 채권이라기보다는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시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장기채 수익률의 높은 변동성을 활용해 단기 트레이딩을 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30년 국채 금리(종가 기준)는 지난해 10월 24일 연 4.386%까지 올랐다가 지난 5월 말 연 3.859%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지난해 10월에 해당 ETF를 샀다면 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었겠죠. 하지만 올 초(연 3.975%)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수익률은 지지부진했을 겁니다. 오히려 환전 수수료, 주식 거래 수수료, 운용 보수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학개미가 기대한 엔화 강세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올해 초 100엔당 968.55원에서 지난 5월 말 기준 100엔당 945.98원으로 2.3% 올랐습니다(엔화 가치 하락). 국채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과 엔화 강세라는 양방향 베팅에서 아직 재미를 못 본 셈이죠.     ━  미 금리 하락·엔화 상승 양방향 베팅    그렇다면 전망은 어떨까요. 일단 관건은 시장이 ‘고도(Godot)’처럼 기다리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입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74.7%는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담은 이릅니다. 미국 통화 당국이 긴축의 고삐를 쉽게 풀어주지 않을 듯해서죠.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Fed 이사 등이 금리를 동결하는 게 아니라 ‘(금리 인상을) 건너뛴다(skip)’는 발언을 내놓으며, 언제든 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채권 가격이 내려가는 걸 투자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는 어렵고, 내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 여전히 고용이 타이트해 Fed가 주요하게 보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중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시중의 유동성도 아직 풍부한 상태다. 다만 물가나 고용 관련 지표가 뚜렷하게 하강하는 징후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거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높아진 금융 불안 요인이 불거질 경우 금리 인하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 장기채 투자는 향후 금리의 방향성(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금리 반등(채권 가격 하락)을 매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 6개월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선 이런 뷰가 적절하다고 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반면에 이미 미국 국채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당분간 횡보할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죠.   현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6%대여서 기준금리(연 5.0~5.25%)와 상단 기준으로 1.6%포인트 차이가 난다. 시장 금리가 정책 금리의 방향을 선반영하는 속성이 있음에도, 과도하게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가 나빠져야 Fed가 금리를 내릴 텐데, 생각보다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아 종착역(터미널 레이트)이 기대보다 낮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 거품이 레버리지를 동반할 때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 가계 부문은 과거 10년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시기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견실한 상황이다. 정책 금리가 드라마틱하게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정책 금리의 인하 시점이 보다 확실해지면 그때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AP=연합뉴스   엔화값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수익률곡선제어(YCC) 전략으로 0.5%로 묶어둔 장기금리 상단이 풀리면 엔화 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거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신임 총재의 정책 회의 결과 등을 보면 앞으로 정책 방향이 변하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BOJ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다며 금융 정책 변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만큼 이르면 오는 7월, 늦어도 연내에는 YCC 상단 금리를 현재의 0.5%에서 0.75%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부터 YCC 폐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엔화 환율은 미·일 장기금리 차이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즉, 향후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내리거나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서게 된다. 금리 차가 클수록 엔화 약세가, 작을수록 엔화 강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수십 년 내 최대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양국의 장기채 금리는 향후 서서히 좁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그동안 ‘엔저(低)’를 활용해 일본에서 돈을 빌려 미국에 투자했던 막대한 캐리 투자가 다시 본국으로 회귀할 수 있어 추가적인 강세 요인이 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다만,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를 살 때 노리는 환차익은 엔-달러 환율 방향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상승이 아닌,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올라야 해서죠. 엔화가 약세를 벗어나더라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와 엔화 사이의 환율은 예측하기 힘든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원화 가치는 올해 안에 달러당 1200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역 적자 규모가 최근 축소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원화 가치는 지금보다는 소폭 강세를 띠게 될 것이다. 올해 미·일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가치는 연내 달러당 140~145엔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100엔당 1000원 수준으로 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  거래 비용 고려한 득실 고려해야   미국 기준금리와 엔화 가치 방향만이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 국채 ETF의 투자 변수는 아닙니다. 거래 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하죠. 우선 매수 시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고, 매도 시 엔화를 다시 원화로 바꾸게 되면 두 번의 환전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는 곳도 있지만, 고객 등급에 따라 10~80% 등 우대율을 다르게 적용하기도 합니다.    주식 거래 수수료도 0.25~0.3%(온라인 기준) 선으로 국내보다 높습니다. 여기에 ETF인 만큼 운용 보수도 내야 하죠. 대부분의 국채 ETF는 환 헤지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 등으로 인해 운용 보수가 일반형보다 비싼 편입니다.    생각했던 투자 전략과 이를 실행했을 때 수익률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비용이다. 거래 비용 등이 투자 전략에 따른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미국 달러가 강세를 띠고, 미국 장기채의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면,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반면에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경우엔 한국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를 환 헤지형으로 매수하는 것이 낫다.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면 국내에 상장된 엔화 ETF를, 엔화와 일본 증시의 동반 강세를 예상하는 경우는 한국에 상장된 환 오픈형 일본 지수 ETF를 추천한다. (공원배 KB증권 수석연구원) 관련기사 버핏 옳았다, 날아오른 日증시…'일학개미'가 쓸어담은 이 종목 이제 금리 내리지 않겠어? ‘美국채 3배’ 겁 없는 베팅 대만 회사 주식 팔아 목돈 쥔 버핏, 일본에 올인하는 까닭 日 성장률·주가 서프라이즈…'내수'가 되레 경제 부활 이끌었다

    2023.06.04 16:14

  • OPEC은 '투기꾼' 경고했지만, 다음 주는 기름값 주목하세요

    OPEC은 '투기꾼' 경고했지만, 다음 주는 기름값 주목하세요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3일(현지시간)부터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이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침묵 기간(Blackout period)’입니다. 다음 주(6월 5~9일) 시장의 키워드로 6월 FOMC 향방 대신 추락하는 국제유가와 들썩이는 미국 서비스업, 물 건너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뽑은 이유입니다. 블랙아웃 전에 Fed 인사들이 잇따라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달 FOMC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한풀 누그러진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키워드: 6월 OPEC+ 회의 후 유가   다음 주는 ‘기름값’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는 4일(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가격(7월물 선물)은 전날보다 1.97% 하락한 배럴당 68.0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유가는 11.32% 급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의 대립으로 추가 감산 기대가 꺾인 점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한 포럼에서 “OPEC은 책임 있는 시장 규제자로 남을 것”이라며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를 겨냥한 발언인데요. 시장에선 이번 OPEC 플러스 정례회의에서 추가 감산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한 달 전에 자발적 감산을 단행해 이번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러시아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OPEC 플러스의 추가 감산에 제동이 걸리며 국제유가 하락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OPEC 플러스는 지난 4월 초 기습적으로 생산 축소를 발표한 적이 있죠.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50만 배럴(bpd)을 줄이는 것을 비롯한 모두 116만 배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해소 기대감도 유가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이 재개되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전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의 값싼 원유가 시장에 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니랩 프리뷰 자문단의 상당수는 추가 감산 여부와 상관없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유가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한 달 전에 OPEC 플러스가 ‘깜짝’ 감산 계획을 내놓은 데다 세계적으로 원유 소비가 둔화하면서 추가 감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겁니다. 더욱이 그동안 지속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지표는 갈수록 부진합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겁니다.(홍춘욱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    ━  📍키워드: 들썩이는 미국 서비스업   5일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5월 서비스업(비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를 발표합니다. 지난 4월 서비스업 PMI는 51.9로 한 달 전(51.2)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확장을, 이보다 낮으면 수축을 의미합니다. 미국 서비스업 경기가 들썩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내놓은 5월 서비스업 PMI(예비치)는 55.1로 1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서비스업 PMI에 주목하는 데는 서비스업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죠. ISM보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내놓은 5월 서비스업 PMI(예비치)는 55.1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망치(52.6)를 웃돈 수치로 13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서비스업 회복 신호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노동 시장이 좀처럼 식지 않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종이 들썩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미국 민간 기업의 구인 건수는 1010만 건으로 3월(975만 건)보다 약 3.6% 증가했습니다. 서비스 산업이 예상보다 강하게 회복되면 신규 채용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Fed가 다시 긴축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프리뷰 자문단은 서비스 PMI와 함께 제조업 PMI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국의 서비스업은 회복하는데 반면에 제조업 시장은 위축되고 있어서죠. S&P글로벌의 지난달 제조업 PMI(예비치)는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48.5를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서비스업 홀로 미국 경기를 받쳐주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 제조업 시장이 위축되면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크면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이 회복되면 미국 내수 시장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서비스업도 지나치게 좋아지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서비스업과 제조업 간의 괴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물 건너간 중국 리오프닝   요즘 중국이 경제 관련 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중국과 홍콩 증시가 출렁입니다. 글로벌 투자자가 손꼽아 기대하던 중국 리오프닝 성과 대신 경기 둔화 쪽으로 ‘빨간불’을 켜고 있어서죠. 오는 7일 5월 수출·입 성적표 발표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이유죠. 중국 베이징의 거리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건 이미 지난 4월 무역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4월 수출액(2954억2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8.5% 증가했습니다.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8%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둔화했습니다.   특히 중국 내수 경기를 반영하는 수입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4월 수입액(2052억1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7.9% 감소했습니다. 감소 폭은 전월(-1.4%)보다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5%)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더욱이 중국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과정을 거쳐 재수출하는 만큼 수입 둔화는 점차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조업 관련 경기 지표는 두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PMI가 48.8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3월(49.2)에 이어 두 달 연속 50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중국 경제 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금융회사도 등장했습니다. 일본 대형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중국은 실업률 증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통화 약세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세 둔화를 이유로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을 기존 5.9%에서 5.5%로 하향했습니다.   프리뷰 자문단도 당분간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하는데요.   중국은 제로 코로나 해제에 따른 내수 회복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상당히 더뎌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점차 시장에서도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을 정도입니다.(편득현 위원)   최근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는 투자자의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성장률 둔화가 지속하지 않을 겁니다. 하반기 중국 정부 특성상 성장률을 5%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릴 미세 조정(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3.06.01 17:28

  • 이런 폭풍 매수 처음…12조 사들인 외국인 장바구니 보니

    이런 폭풍 매수 처음…12조 사들인 외국인 장바구니 보니

    올해 외국인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12조원 넘는 ‘폭풍 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러브콜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른바 ‘전차(電車) 군단’에 집중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1월 2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종목을 12조49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9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다. 같은 기간 직전 최대 규모는 2004년으로 10조1584억원이었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가총액(약 2027조원)에 차지하는 비중은 올 초 30.8%에서 26일 기준, 32.2%로 늘어났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  외인 올해 ‘삼전’9조원 넘게 순매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26일까지 외국인 자금은 전기전자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전차군단에 쏠렸다. 외국인 순매수 1위 기업은 삼성전자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9조8147억원으로 사들였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가 순매수액 1조2703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1조1146억원), 삼성SDI(9718억원), 기아(5504억원), LG전자(5202억원) 순이었다.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전차군단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기준 연초 이후 27.1% 올라 7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 지난해 3월 29일(7만200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7만전자’로 복귀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45.6% 뛰었고, 현대차(36.1%), 기아차(47.4%) 등 자동차주는 연초 이후 30% 넘게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은 2차전지 관련 종목은 ‘팔자’에 나섰다. 이달 26일 기준 외국인은 올해 들어 포스코홀딩스(-3조9234억원), 포스코퓨처엠(-4691억원), SK이노베이션(-2960억원)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을 잇따라 순매도했다.     한국 주식 쇼핑에 나선 외국인의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긴 업종은 반도체였다. 특히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효과 이후 반도체 기업에 자금이 쏠렸다.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061억원, 삼성전자를 6169억원어치 사들였다.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둔 이수페타시스 역시 246억원이 몰리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5위에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충분한 반도체 생산능력과 풍부한 현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끝나면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 개선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외국인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전차군단’ 전망 밝지만, 글로벌 경기 변수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전차군단’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업황이 바닥을 통과 중인 가운데, 인공지능(AI) 테마와 외국인 수급을 바탕으로 추세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특히 글로벌 증시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핵심 밸류 체인이 높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중ㆍ고가의 중대형 차량 등의 판매가 높아지면서 판매 단가가 오르고 있어 매출에 긍정적”이라며 “여기에 현대차의 우선주 배당수익률이 8~9%에 달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도 앞으로 주가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오른쪽)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을 9일 앞둔 지난 2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AP=연합뉴스] 다만, 이들이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인만큼 앞으로 글로벌 이슈에 따라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증시는 AI와 관련된 ‘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쏠림 또는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 부채 한도 협상 후 국채 발행 증가로 미국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게 될 경우, 빅테크 기업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젠슨 황 “AI는 대만에 황금 기회”…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폭등에 이틀 연속 ‘7만전자’ 신고가 美 테마주 선두주자 픽은 “글로벌 로봇-AI-2차전지” 반도체 겨울 지나면…삼성‧TSMC‧인텔 ‘반도체 빅뱅’ 온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2023.05.29 17:54

  • 천재 수학자 30년 수익률 66%…그 ‘비밀 알고리즘’ 풀어봤다

    천재 수학자 30년 수익률 66%…그 ‘비밀 알고리즘’ 풀어봤다 유료 전용

    천재 수학자 출신인 짐 사이먼스는 투자업계에 뛰어들어서도 전설적인 성과를 냅니다. 사이먼스가 설립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이하 르네상스)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연평균 수익률 66%를 기록했죠. 이는 평생 투자에 몰두한 피터 린치와 워런 버핏, 레이 달리오 같은 전설들의 업적마저 압도하는 수준이죠.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창업자. 짐 사이먼스 인스타그램   투자업계가 르네상스의 압도적인 수익률과 함께 주목하는 지수가 또 있습니다. 바로 ‘샤프 지수’예요. 아무리 수익률이 뛰어나도 매년 성과가 들쑥날쑥하다면 그 펀드를 신뢰할 수 없죠. 그 때문에 투자자에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위험성)을 고려한 성과 측정 방식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샤프 지수입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변동성이 낮을수록 샤프 지수는 올라갑니다. 당연히 샤프 지수가 높을수록 더 좋겠죠.   메달리온 펀드의 샤프 지수는 1990년 초 이미 2.0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S&P5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샤프 지수 평균이 1.0 안팎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죠.   하지만 르네상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퀀트 알고리즘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려놓기 위해 투자 자산의 범위를 넓히고 트레이딩 기법 등을 매년 개선했습니다. 2004년 메달리온 펀드의 샤프 지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인 7.0을 기록합니다. 이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손실을 볼 위험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메달리온 펀드의 알려진 기간별 성과를 살펴보면 1993년 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49개 분기 중 3개 분기에서만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사이먼스가 르네상스 설립 초기 “시장의 패턴을 풀어보겠다”고 다짐했다는데, 이쯤 되면 허언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1]르네상스가 산 이 종목…“이유를 묻지 마세요”   르네상스는 여전히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어요. 일부 펀드는 르네상스 직원만 투자할 만큼 폐쇄적이어서 수익률조차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 그들의 성과를 확인하려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1억 달러 이상 운용기관 보유 지분 공시)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웨일위즈돔에 따르면 르네상스는 최근 1년간 21.07%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의 크고 작은 부침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물론 르네상스가 초단타 매매 기법도 동원하고 있다고 알려져 이 수치가 이들의 성과를 제대로 추정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또 베일에 싸여 있는 건 그들이 왜 이 종목을 사고팔았느냐예요. 올해 1분기에만 531개 종목을 새로 투자했고, 1671개 종목을 더 샀습니다. 680개 종목은 모조리 팔아치웠고, 1697개 종목은 비중을 줄였습니다.   사실 그 이유는 사이먼스도, 르네상스의 어떤 직원도 알지 못합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정보를 1초당 150기가바이트(GB)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5만 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트레이딩하기 때문이죠.   르네상스에는 수학·물리학·컴퓨터과학 등 관련 분야 박사 학위자 90여 명이 있지만, 이들은 알고리즘을 만들 뿐 투자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습니다. 퀀트 투자 전문 블로그 퀀티파이드 스트레티지(Quantified Strategy)는 르네상스의 투자 방식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이유를 묻지 마세요.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너무 많고,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자산 가격에 미치는 방대한 변수를 과소평가합니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왜’라고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전통적인 투자 전문가의 관점에서 르네상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  [STEP2]보유 상위 100개 종목의 공통점은? “현금 보유력 높은 성장주”   머니랩 고래연구소는 르네상스의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해 AI 주식 포트폴리오 투자 서비스인 ‘불리오’로 유명한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투자자문을 찾았습니다. 127개 국가, 10만 개 기업의 금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어서죠.   이번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해 두물머리투자자문은 르네상스가 사고판 종목의 사업보고서와 재무 성과, 가격과 거래량, 애널리스트 평가 정보 등에서 84개 팩터(요소)를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르네상스가 선택한 종목군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를 찾아냈죠. 이런 방식이면 르네상스 비밀 알고리즘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까지는 알 수 없어도 어떤 특징을 가진 종목을 선호하고, 선호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 집단을 이해하는 데 있어 평균 나이와 성별·직업·가족 관계, 정치적 성향·지역 등 수많은 특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집단과 비교하면 특히 해당 집단이 가진 차별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 종목을 관통하는 여러 팩터를 분석해 보면 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승규 두물머리투자자문 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제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분석입니다. 먼저 르네상스가 올 1분기 말 기준 포트폴리오에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상위 100개 종목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르네상스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바로 덴마크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노보 노디스크(NVO) 주식예탁증권(ADS)이었습니다. ADS는 미국 이외 다른 나라 주식을 미국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주식이죠.   노보 노디스크는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다국적 제약업체예요. 최근 삭센다와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다이어트 비결 역시 단식과 ‘위고비’였죠. 르네상스는 올해 1분기 노보 노디스크 주식 14%를 매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선 비중은 2.2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1.23%)이었고요. 이어 ‘타미플루’를 내놓은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1.17%),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1.11%)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I 분석 결과 이 같은 상위 100개 종목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보다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고, 단기 상환 능력이 우수한 기업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이들 기업의 팩터 노출도(Factor Exposure)는 15가 넘었습니다. 팩터 노출도는 해당 종목들의 수익률이 각 요소에 얼마나 민감하냐를 측정한 값입니다. 높을수록 해당 요소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들 종목은 또 애널리스트가 예측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서프라이즈’ 비중도 높았습니다. 총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역시 높았습니다.   의외였던 건 배당이 높은 종목은 선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배당 성향에 대한 팩터 노출도는 마이너스 값(-6.38)을 나타냈습니다. 배당을 적게 주더라도 풍부한 현금으로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을 선호했단 이야기죠. 또 다른 특징은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을 선호했다는 점입니다.    ━  [STEP3]챗GPT는 1분기 매수 종목을 어떻게 볼까   올해 1분기에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상위 20개의 공통점도 살펴볼까요. 역시 기존에 많이 보유했던 종목에서 나타난 특징인 ▶현금성 자산 비율이 높고, 증가하고 있는 종목 ▶애널리스트가 매출 서프라이즈를 예상한 종목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 등을 선호했고요.   올해 1분기엔 특히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 즉 저평가된 종목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기존 보유 종목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저평가 종목을 대거 편입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종목별로 살펴보면 보잉과 화이자, 테슬라,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순으로 많이 매수했습니다. 두물머리투자자문은 ChatGPT(챗GPT)를 활용한 종목 분석 서비스(테일러)도 제공하고 있어요. 이를 활용해 해당 종목들에 대한 전망도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이 분석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결과일 뿐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참고용일 뿐이며 투자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테일러의 챗GPT 시스템은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대해 “가격 모멘텀 스코어가 높지만 피터 린치 성장 스코어는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성장 모멘텀 스코어는 ▶최근 3년 매출액 성장이 이어지고 ▶52주 신고가 대비 현재 주가가 15% 이상 하락하지 않은 상태여야 하며 ▶매출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총 12가지 기준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점수화한 것입니다.   피터 린치 성장 스코어는 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가 종목을 선택하는 기준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점수화한 것이죠.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기존의 PER의 한계를 보완한 PEG(주가수익성장비율·Price Earnings Growth)가 대표적입니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에 대해서는 “피오트로스키 턴어라운드 스코어가 높고, 안정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다만 “성장 모멘텀 스코어가 낮아 최근 매출과 순이익이 하락한 점 등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피오트로스키 스코어는 회계자료로 장부가액 대비 시가총액이 낮은 종목을 발굴할 수 있는 ‘F-Score’ 개념을 도입한 조셉 피오트로스키 스탠퍼드대 교수의 투자 스타일과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지표입니다.   테슬라에 대해선 “피오트로스키 턴어라운드 스코어, 벤저민 그레이엄 가치 스코어, 피터 린치 성장 스코어 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해 현재 주가는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관리 부문의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한 점 등은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경우엔 강력 매수를 추천했어요. 대부분의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지난 1분기에 수익도 많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 개선은 지속할 것으로도 예상돼 장기적 관점에서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렇다면 르네상스가 이번 분기 가장 많이 판 20개 종목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 종목들은 기존 보유 종목과 달리 애널리스트의 매출 및 영업이익 예측치가 낮아지는 종목이었습니다. 시가총액 대비 R&D 투자 비중도 작았고요.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피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특히 비중을 늘린 종목과 구별되는 특징은 해외 부문 이익률이 낮았다는 점입니다. 매도 상위 종목에는 애플과 AMD, 알파벳, TSMC, 엑손모빌 등이 있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르네상스의 1분기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이승규 대표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르네상스가 거래한 종목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는 매출과 이익에 관한 애널리스트 추정치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변화 여부로 추정됩니다. 기본적으로 높은 안정성(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종목)과 꾸준히 매출과 이익이 성장한 종목들, 특히 미래 성장을 위해 R&D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 변화를 설명하는 요소 역시 애널리스트의 평가입니다. 전망이 우수한 종목들은 비중 확대가 이뤄지고,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고평가 종목들은 비중을 축소한 것이 가장 뚜렷한 특징입니다.   관련기사 ‘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한국 기업 포함된 걸 사라” 달리오가 꽂힌 이머징 ETF 현금만 173조 거머쥔 버핏, 최근 일본서 한 흥미로운 일 넷플로 5700억 잃은 애크먼…‘챗GPT 피해주’ 구글 베팅, 왜 한달도 안돼 350억으로 4조 벌었다…'베이비 버핏'의 비법 버핏은 왜 반도체를 팔고 목재 회사 주식을 샀을까 ‘노랜딩’ 시나리오에 웃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픽’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켄 피셔의 픽, 그래서 ‘블록’ 에너지는 배신하지 않는다…‘수익률 136%’ 천재의 고집 350억→3조 불린 리틀 버핏…‘부리토’ 회사는 왜 자꾸 사?

    2023.05.25 16:06

  • “주식보다 부채 투자 유리”…‘비수기 강자’ 막스의 픽은

    “주식보다 부채 투자 유리”…‘비수기 강자’ 막스의 픽은 유료 전용

    비수기에 좋은 성과를 거두는 거로 유명한 하워드 막스지만 올해는 딱히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막스가 이끄는 오크트리캐피털의 1년 수익률은 27.9%였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익률은 7.5%에 머물렀죠. 1분기 S&P500은 7%, 나스닥은 16.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오크트리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의 주가는 부진했죠. 이들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5% 정도를 차지하니까 전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오크트리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18.2%)은 TORM(티커 TRMD)입니다. 약 85척의 선단을 운영하는 유럽 해운사죠. TORM의 1분기 주가가 6.72% 상승했으니 나름 맏형 노릇을 했는데요. TOR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체서피크 에너지(CHK·7.2%)의 주가는 19.4% 하락했습니다. 체서피크 에너지는 미국의 대표 천연가스 개발∙생산 업체인데요. 증폭된 경기 침체 우려와 국제유가 하락세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유 비중 3위인 가렛 모션(GTXAP·6.7%, 자동차 전기식 터보 제조업체)과 4위 비스트라 에너지(VST·6.1%, 전기∙천연가스 공급 업체)도 각각 2.2%, 3.5%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당장의 성적보다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 변화에 녹아 있는 투자 방향이겠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 등을 통해 지난 1분기 오크트리캐피털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  📍[STEP1] 미국 은행 위기를 바라보는 막스의 시선   아들 앤드루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결심했다. 그 기간 오크트리 런던사무소에서 일했는데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영국 은행에 현금을 이체하고, 다른 금융회사 몇 군데에 양도성예금증서(CD)로 예치할 것을 요청했다. 그중 하나가 노던록(Northern Rock)이었다.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던 2007년 9월 노던록이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계좌를 해지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금요일 오후에 은행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체할 수 있는지 물었다. 조기 인출 시 2%의 위약금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월요일 아침에 돈을 이체하라’고 말했다. 원금 전액과 비교하면 2% 위약금은 하찮은 액수였으니까. 그러니 위약금도 없이 예금을 다 꺼낼 수 있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자의 마음은 어땠겠나.   막스는 30년 넘게 쓰고 있는 ‘메모’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가 최근 메모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배우는 것(Lessons from Silicon Valley Bank)’에서 밝힌 자신의 일화입니다. 다행히 직전에 영국 정부가 노던록 예금에 대한 지급 보증에 나서 은행 파산은 가까스로 면했다고 하네요.   SVB의 경우 채권 손실 소식이 전해진 뒤 단 하루 만에 전체 예금의 3분의 1이 인출됐는데요. 막스가 이런 얘기를 꺼낸 건 은행이 신뢰를 잃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지털 거래가 일반화되며 인출이 쉬워졌고, 위약금도 없으니 엄청난 속도의 뱅크런을 피할 수 없는 건데요. 이는 아주 작은 균열에도 파산에 몰릴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물론 많은 전문가처럼 막스도 SVB와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파산이 미국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전부터 존재했던 경계심을 증폭시키고, 산업과 업종 전반에 걸쳐 추가적인 신용 경색과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했죠. 특히 그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금리가 너무 많이 상승했다. 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고금리는 높은 자본환원율(부동산 가격에서 수익 차지하는 비율)을 요구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경기 후퇴 가능성은 임대료와 공실률, 그에 따른 임대인의 소득에 불길한 징조다. 주 5일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근무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근본적인 사업 모델도 위협받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관련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머지않아 신문 1면을 장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일이 자금 조달과 차환 시스템에 지장을 초래하고, 시장의 위기감을 부추길 수 있다.   아직 큰 징후는 없지만 은행의 잠재적 신용 경색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기업 대출 기준도 강화하면서 곳곳에서 자본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막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법을 조언했습니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 은행 이외의 대출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고, 금리도 높으니 부채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하라는 겁니다.   지금은 부채에 투자하는 게 주식 보유에 비해 훨씬 더 높고,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  📍[STEP2] 바이오·태양광 더 샀다…막스의 변심?   1분기 오크트리가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알보텍(ALVO)입니다. 막스의 포트폴리오에서 정말 찾아보기 힘든 바이오 업체인데요. 알보텍은 지난해 6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오크트리 애퀴지션과 합병하며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크트리의 계열사죠. 막스 입장에선 단순 투자가 아닌 셈인데요. 바이오엔 거의 투자하지 않지만 한 번 할 땐 확실히 하나 봅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있는 알보텍 본사. 알보텍   2013년 아이슬란드에서 설립된 알보텍은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끝난 복제약) 제조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과 경쟁하는 회사죠. 신약의 특허 만료 기간이 속속 도래하면서 복제약 시장도 엄청난 속도로 크고 있는데요. 지난해 미국 시장 매출액 상위 10위 의약품 중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의 매출을 합하면 무려 45조원에 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블록버스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입니다. 알보텍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두고 원 제약사인 애브비와 세기의 특허 소송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죠. 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AVT02’가 알보텍의 대표 상품인데요. 유럽연합(EU) 등 40여 개국에서 이미 품목 허가를 받았고, 독일과 프랑스 등에선 판매하고 있습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의 치료에 쓰는 얀센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AVT04’는 알보텍의 차기 주자 격이죠. 미국과 EU에 허가 신청을 제출했는데 경쟁사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연초 이후 알보텍 주가는 14.9% 하락했는데요. ‘AVT02’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두 번째 보완요구 서한(CRL)을 받은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생산 시설에 특정 결함이 있다는 걸 지적한 건데요. 미국에서 품목 허가를 받는 건 일단 하반기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오크트리가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도 이례적입니다. 다코 뉴에너지(DQ)인데요. 신규 매수입니다. 다코는 중국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입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와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소재죠. 그중에서도 폴리실리콘 수요는 태양광 발전과 관련이 깊은데요. 전 세계가 친환경을 외치고 있으니 엄청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이긴 합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하지만 만드는 업체도 많습니다. 늘 공급 과잉을 걱정하죠. 전 세계 생산량의 무려 80%를 중국이 차지합니다. 중국의 연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지난해 120만t에 달했는데 이건 2021년의 약 두 배 수준이죠. 잘 팔리니까 많이 생산한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란 악순환을 피할 수 없습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1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7월 ㎏당 38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었죠. 하지만 올해 다시 10달러대까지 내려왔고, 지난 2~3월 잠깐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18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다코는 중국 내 3위 정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하면 조금 의문이 생기는 투자인데요.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미국이 중국산 폴리실리콘 전면 수입 금지 같은 강력한 조치를 꺼내지 말란 법도 없죠. 실제로 업계에서도 이런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니까요. 올해 주가는 2.25% 하락했네요.   막스는 유별난 ‘에너지’ 사랑으로 유명합니다. 바이오와 태양광이 매수 1~2위를 차지했으니 막스의 에너지 사랑이 끝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 1~2위는 에너지 관련주였습니다. 원유 탐사 업체인 웨더포드 인터내셔널(WFRD) 지분은 약 절반 정도 팔았고, 미국 20개 주에 전기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비스트라 에너지(VST)도 보유량을 8%가량 줄였습니다.   PG&E(PCG)의 경우 지난 분기에 이어 또 대량 매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인데요. 2017년 캘리포니아 산불 사태로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면서 파산 보호를 신청했죠. 회생 과정에서 오크트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섰습니다. 지난해부터 계속 비중을 줄여 이젠 포트폴리오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네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에너지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전 분기 27.4%에서 23.4%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운송에 이어 2위입니다. 방향 전환이라 할 만한 대규모 매도가 관측되지 않았고, 상위 종목 대부분을 에너지 관련주로 채운 것도 여전합니다. 아르헨티나 원유 생산업체인 YPF 소시에다드(YPF)처럼 신규 매수 종목에도 에너지 관련주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죠.   가장 많이 판 웨더포드 주가는 올해 19.1%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많이 산 건 내리고, 많이 판 건 올랐는데요. 일단 올해 1분기만 보면 뭔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은 없네요.    ━  📍[STEP3] 인도∙브라질 은행은 왜 담았을까?   매수 종목 리스트에 미국이 아닌 신흥국 은행이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끕니다. 방코 브라데스코(BBD)는 보유량을 57%나 늘렸는데요. 브라질을 대표하는 민영은행입니다. 경쟁 은행사가 합병하기 전엔 부동의 1위를 달리기도 했죠. 인도 ICICI 은행(ADR) 지분도 조금 늘렸습니다. 국영은행이자 1위인 스테이트오브인디아에 이어 2위권을 형성하는 시중은행이죠.   방코 브라데스코 로고. 연합뉴스   미국 은행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신흥국 중 안정감이 있는 은행으로 눈길을 돌린 모습인데요. 예컨대 방코 브라데스코는 국내 운용사의 브라질 펀드에 이름이 빠지지 않고, 외신에서 저평가주를 꼽을 때 자주 등장하는 종목입니다. ICICI도 소매금융 부문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고 주가도 최근 3년 간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두 은행이 보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비중을 확 늘린 종목 중에 스마트렌트(SMRT)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스마트 홈 솔루션 제공업체인데요. 문단속이나 주차 관리, 환경 모니터링 등 쉽게 말해 가정용 관제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미국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 많은데 아직도 열쇠를 쓰는 집이 적지 않다네요. 하물며 다른 보안시스템은 당연히 없겠죠. 요즘 미국에선 집을 자동화하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시장이 무르익진 않았지만 그건 솔루션을 넣을 집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 강세장에서 우쭐대지 마라...하워드 막스는? 「 1946년생이니 70대 중반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을 공부했고,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석사학위(MBA)를 받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성골 오브 성골’이죠. 1969년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로 금융시장에 발을 디딘 그는 약 10년 뒤 훗날 자신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과 만나게 됩니다. 하이일드 채권이죠. 하이일드는 말 그대로 정상과 부실, 그 사이에 있는 채권입니다. 고학력 금융 직장인 사이에서 부실 채권을 도박과 같은 것이라 여겼던 시기였죠.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회장. 블룸버그 하지만 막스는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형편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채권에서 기회를 노렸고, 그의 승부수는 성공으로 판명 났죠. 따지고 보면 청산해도 청산 가격 이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고, 살아나면 엄청난 이득을 보는 싸움이었으니 그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1995년 오크트리캐피털을 설립한 뒤 이름을 널리 알린 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였는데요. 막스는 메모를 통해 거품과 과열을 정확히 짚어냈죠. 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행보였습니다. 시장이 붕괴하자 주가가 급락한 종목과 부실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요. 또 성공했습니다. 이게 바로 막스를 정의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비대칭성’입니다. 10% 정도 더 떨어질 수 있겠지만 상승하면 100% 이상 뛸 시점이라고 본 거죠.   ‘강세장에선 우쭐하지 말고, 약세장에선 위축되지 말라’는 것도 막스 투자 철학의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게 중요할 텐데요. 그 뒤 냉철한 투자 판단이 이어져야 하고요. 적어도 막스는 이걸 약 50년 동안 해온 겁니다. 그를 ‘리스크 컨트롤의 대가’라 부르는 이유죠. 전통적 의미에서 가치투자자에 속하고, 굉장히 방어적인 운용에 능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그의 진짜 매력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마켓 타이밍을 예측하는 능력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기회가 있을 때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시장 분위기에 대한 우려는 방어적인 투자의 비중을 높이거나 좀 더 선별하도록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결코 현금 조달을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이 오크트리에 돈을 맡기는 건 그 틈새를 찾으라는 것이다. 투자에 실패하는 건 불쾌하지만, 고객이 투자하라고 위탁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아 이익을 얻지 못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  관련기사 버핏은 왜 TSMC 팔고 목재 회사 주식 샀을까 ‘노랜딩’ 시나리오에 웃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픽’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켄 피셔의 픽, 그래서 ‘블록’ 에너지는 배신하지 않는다…‘수익률 136%’ 천재의 고집 ‘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안전 마진’ 중시하는 고수…그런 클라먼이 기술주 샀다 350억→3조 불린 리틀 버핏…‘부리토’ 회사는 왜 자꾸 사? ‘복리 마법’ 믿는 은둔의 고수, 왜 IT 성장주 다 팔아치웠나

    2023.05.24 16:05

  • “한국 기업 포함된 걸 사라” 달리오가 꽂힌 이머징 ETF

    “한국 기업 포함된 걸 사라” 달리오가 꽂힌 이머징 ETF 유료 전용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 레이 달리오가 빠졌는데, 그가 창업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포트폴리오가 웬 말이냐고요? 달리오는 지난해 10월 창업 4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지금은 니르 바 데아 최고경영자(CEO)가 바통을 이어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죠.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올해 1분기 브리지워터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여전히 달리오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달리오가 밝혀 온 생각과 관점뿐 아니라 최근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까지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서죠. 그는 지난 3월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파장이 다른 부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놨는데, 브리지워터가 1분기 금융주를 대거 매도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달리오는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서 여전히 자신을 브리지워터의 창립자이자 이사회 멤버 그리고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멘토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7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그의 관점과 원칙이 묻어 있는 최근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짚어보겠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1] SVB 사태에 금융주 대거 매도   달리오는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 은행인 SVB가 파산한 직후인 지난 3월 15일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이번 은행 실패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와 같은 초기 징후로 벤처업계는 물론 그 너머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SVB 사태가 더 큰 위기의 전조 증상이라는 의미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이런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도미노처럼 더 많은 기업이 파산할 것이라는 게 달리오의 판단인데요. 달리오는 “앞으로 많은 기업이 손실을 보면서 자산을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같은 위험 자산의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면 이번 SVB 사태는 특이하게 안전자산이 위기의 시작이었습니다. SVB는 벤처캐피털(VC)과 스타트업 고객의 예금을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투자했는데요. Fed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채권 가격은 하락)하면서 큰 폭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실현된 손실은 아니어서 계속 보유한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텐데요. 금리 상승에 기업 고객의 돈줄이 막히면서 한꺼번에 예금 인출에 나서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돈을 내줘야 하는 SVB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채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리 인하기를 맞이하기 전에 손실이 현실화한 거죠. 이 소식에 고객의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앞다퉈 은행에서 돈을 빼가는 ‘뱅크런’으로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미 금융 당국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태 확산을 차단하며 위기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인데요. 아직 모두 진화된 건 아닙니다. SVB에 이어 업계 29위인 시그니처뱅크와 14위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도 파산했습니다. 달리오의 전망이 빗나가길 모두 기대하지만, 잠복해 있는 위기가 언제 또 엄습할지 모릅니다.   브리지워터는 달리오의 이런 전망을 1분기 포트폴리오에 반영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사들였던 금융주를 대거 처분한 건데요.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 비율은 지난해 3분기 21.49%에서 지난해 4분기 26.65%로 늘었는데요. 올해 1분기 다시 23.05%로 축소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종목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중소 지역 은행뿐 아니라 대형 은행까지 싹 정리했습니다. 전분기에 가장 많이 사들였던 JP모건은 3개월 만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의 주식 역시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식도 지난 분기엔 많이 사들였지만, 이번엔 1%만 남기고 모두 매도했습니다.    달리오가 버크셔해서웨이뿐 아니라 버크셔가 가장 많이 보유한 금융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까지 팔아치워 버핏과 상극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버핏과 달리오는 실제로 투자 성향이 정반대입니다. 버핏은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기업의 내재적 가치만 보려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달리오는 경제 전망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올 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 밖에도 찰스슈왑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금융주 68개 종목을 전량 매도했고, 팩웨스트와 PNC, 캐피털원 등의 지분도 크게 줄였습니다. 이 중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2일 JP모건이 인수하며 해당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은행주는 최근 4주 연속 하락했는데요. 당분간 회복 가능성도 불투명합니다.   지역 은행 예금 유출이 전반적으로 잠잠하고 공포의 많은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지만 뱅크런이 멈출 것이란 확신이 별로 없다. (벤 게를링어 호브데그룹 애널리스트)   지역 은행 모델은 수신 기반에 의존할 수 없어 구조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매력적인 대출을 하고 순이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매우 불확실하다. (헤지펀드 리버모어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노이하우저 CIO)   브리지워터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혜주인 소비재 종목도 꾸준히 늘려 왔지만, 전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소비재 종목 비중을 줄였습니다. 브리지워터는 미국의 대표 소비재 업체 프록터앤갬블(P&G)의 경우 보유 주식의 1%를 매도했고, 펩시코(-7%)와 코카콜라(-3%), 맥도날드(-2%), 코스트코(-8%), 월마트(-21%) 등도 비중을 줄였습니다.   미국 물가는 여전히 Fed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2%)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CPI(전년 동기 대비)는 지난해 6월 9.1%로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지난 4월(4.9%)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오랫동안 소비재 종목을 사들였던 만큼 소비재 종목들은 여전히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 상위권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P&G(4.49%)는 포트폴리오에 세 번째로 많이 담겨 있습니다.    ━  [STEP2] “달러화 지배력 점점 준다”…이머징 ETF에 꽂힌 브리지워터   달리오는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에서 달러화의 지배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통화 발행 수준이 과거 미국의 전쟁 기간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으로 상승해 기축통화로서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인데요.    여기에 더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달리오는 지난 2월 두바이의 한 콘퍼런스에선 “위안화가 국제 무역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달리오의 이런 시각은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닙니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중국을 오가며 중국 고위 정책결정자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고, 브리지워터를 중국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계 헤지펀드로 성장시켰을 정도로 중국에 밝습니다.    그는 2021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국으로 부상했고, 빠른 속도로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제국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고, 최소한 의미 있는 경쟁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죠.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달리오는 미 달러화의 영향력이 감소하면 중국뿐 아니라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돈을 계속 찍어내고 부채만 늘리는 미국보단 재정이 건전하고 심각한 내부 갈등이 없고, 혁신을 이어가는 신흥국이 유망하다는 거죠.    브리지워터의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에도 이런 달리오의 시각이 반영됐습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바로 이머징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대명사인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이머징 ETF(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 티커 IEMG)’인데요. 330만 주를 더 사들여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5.32%로 높아졌죠. 이는 브리지워터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단일 종목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역시 이머징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 ETF(Vanguard FTSE Emerging Markets ETF, VWO)’는 535만 주를 매도한 건데요. 그럼에도 이 종목은 포트폴리오에서 11번째로 많은 비중(2.09%)을 차지하고 있죠. 이 둘을 합하면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ETF 비중이 전체의 7.41%나 됩니다.   두 ETF는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차이점이 분명 존재하는데요. 먼저 공통점은 당연하게도 중국·인도·대만·브라질·멕시코 등 이머징 국가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매수한다는 점입니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IEMG에는 한국 기업도 대거 포함돼 있지만, VWO에는 한국 기업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는다는 겁니다.   IEMG의 가장 최근 국가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25.08%로 가장 컸고, 대만(15.49%)과 인도(15.14%), 한국(12.22%), 브라질(5.32%) 순이었습니다. VWO는 중국 비중이 31.24%로 더 높고 대만(17.19%)과 인도(15.43%), 브라질(5.37%), 사우디아라비아(4.09%)가 뒤를 이었습니다.    종목별로 보면 IEMG는 대만의 TSMC(5.37%)와 중국의 텐센트(3.49%), 한국의 삼성전자(3.1%), 중국의 알리바바(2.04%), 인도의 릴라이언스(1.23%) 순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습니다. 반면에 VWO는 TSMC(4.98%)와 텐센트(4.07%), 현금 관리 펀드(3.4%), 알리바바(2.58%), 릴라이언스(1.29%) 순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운용 보수는 IEMG가 0.09%로 VWO(0.08%)보다 약간 높습니다.   달러 위상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달러 지위가 흔들리면 이머징 국가의 통화 강세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녹아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머징 국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인데, 사실 중국 기업이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만큼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얼마나 실적을 내는지 체크하고 이머징 투자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문일호 업라이즈 대표)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미·중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국적 기업이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도·멕시코·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동하는 만큼 이들 국가의 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앞으로 10~20년간의 노동력을 고려하면 인도의 제조업이 중국을 앞설 것이다. 이미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 (베누고팔 가레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이번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특징은 그동안 달리오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빅테크 주식 비중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IEMG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구글이었고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투자 판단에 대해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시장의 성과를 따라가기 위해 그동안 담지 않았던 빅테크 종목에 투자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에 대처하는 법’ 「 레이 달리오. 로이터=연합뉴스   브리지워터를 세계 최대 헤지펀드로 성장시킨 달리오는 “나는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비결은 바로 미래에 발생할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확률에 분산 베팅하는 것이죠. 그는 “미래에 베팅하는 것은 확률에 베팅하는 것이고, 확률을 포함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합니다. 출처는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   ①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한 다음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극복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식별하고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② 분산하라.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포함했는지 확인하는 것 외에도,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까지 다루기 위해 분산할 필요가 있다.   ③ 당장 눈앞의 만족보다 지연된 만족을 우선시하며 미래에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라.   ④ 가능한 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사안을 다각도로 분석하라. 나는 최대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생각을 검증하고 그들에게 배움을 얻는다. 」  관련기사 버핏은 왜 TSMC 팔고 목재 회사 주식 샀을까 ‘노랜딩’ 시나리오에 웃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픽’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켄 피셔의 픽, 그래서 ‘블록’ 에너지는 배신하지 않는다…‘수익률 136%’ 천재의 고집 ‘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안전 마진’ 중시하는 고수…그런 클라먼이 기술주 샀다 350억→3조 불린 리틀 버핏…‘부리토’ 회사는 왜 자꾸 사? ‘복리 마법’ 믿는 은둔의 고수, 왜 IT 성장주 다 팔아치웠나

    2023.05.22 16:27

  • 현금만 173조 거머쥔 버핏, 최근 일본서 한 흥미로운 일

    현금만 173조 거머쥔 버핏, 최근 일본서 한 흥미로운 일 유료 전용

    버핏이 이긴다.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이 월가 투자자 3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이렇게 답했다고 하네요. 앞으로 5년 동안 버크셔해서웨이의 수익률이 S&P500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한 건데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실제로 버핏은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을 포트폴리오를 짜뒀습니다. 마치 어떤 불확실성에도 ‘흔들리지 않을 편안한’ 자산 배분인데요. 고래연구소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와 지난 6일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주총) 자료 등을 모아 지난 1분기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1] 기준금리 5% 시대, 웬만한 주식보다 현금?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세부적으로 뜯어보기 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버핏의 현금 보유 비중입니다. 버핏은 지난 1분기 주식을 판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말이 인상적인데요.   나를 믿어라. 현금은 쓰레기가 아니다(Believe me, cash is not trash).   지난 6일 주총 발표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해 1분기에 133억 달러(약 17조원) 상당의 주식을 팔았지만, 신규로 사들인 주식 매수금은 29억 달러(약 4조원)에 그쳤습니다. 104억 달러(약 13조원)가량 순매도한 거죠. 팔아 치운 주식은 현금이나 1년 미만 단기 채권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현금 자산 보유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06억 달러(173조원)로 2021년 말 이후 가장 많습니다. 그러자 주총에서 현금 보유량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그러자 버핏은 “우리는 언제나 회사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산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2008년처럼 좋은 기회가 분명히 또 올 것으로 생각해 현금을 많이 들고 간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예년과 달리 버핏은 현금 보유를 늘렸고, 버크셔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전망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면서 다소 어두운 톤이었다”며 “버핏이 증시 전망을 그다지 밝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버핏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비중도 높습니다. 주총에서 공개한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1년 만기 초단기 채권에 61.2%(138억3000만 달러)가 쏠려 있습니다. 채권 만기가 1~5년인 단기 채권의 비중은 32.6%(73억7000만 달러)였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5~5.25%인 상황 속에서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며 이자를 즐기는 모습이죠.   한국에선 장기 채권 매수에 대한 시장 관심이 매우 높은데요. 향후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이 오를 것(금리 인하)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거죠. 하지만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전체 채권 투자 중 5년 이상의 중기·장기 채권 비중은 고작 6%에 불과했습니다.   박소연 부장은 “벌써 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오는데, 금리를 올리다 말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고착화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단기 금리만 내려가고 장기 금리는 올라가거나 덜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버핏의 채권 투자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언젠가는 다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기대에 장기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장기채의 가격 상승(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미죠.   장기채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와 관련해 여러 책을 펴낸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매년 반복되는 실수가 버핏의 선택을 경기 예측과 연관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홍 대표는 “버핏은 경기를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며 “단기채는 투자 기간이 짧아 리스크가 적은 데다 5% 금리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장기채나 미래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 때문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STEP2] 그래도 산다면 ‘애플’, 포트폴리오 절반 채웠다    투자 귀재인 버핏이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는 건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죠. 주식을 팔아 치운 버핏이 투자 비중을 늘린 주식이 있습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은 건 바로 애플입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애플 매장의 애플 로고. AP=연합뉴스   버핏의 애플 사랑은 지난 1분기에도 이어졌습니다. 버크셔는 올해 1분기 애플 주식 2042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습니다. 13F 공시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4%로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애플도 버핏의 사랑을 배신하진 않는 듯합니다. 애플 주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올해 들어 37.8% 오른 172.6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버핏이 애플 투자를 시작한 건 2016년입니다. 웨일위스돔 추정에 따르면 버크셔헤서웨이의 애플 평균 구매 단가는 40.06달러로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4배가량 올랐네요.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만 봐도 ‘불안할 땐 애플’이란 말이 납득이 됩니다. 애플의 1분기 매출액은 948억 달러(전년 대비 –2.5%), 영업이익은 283억 달러(전년 대비 -5.5%)였는데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보다 각각 2.4%, 4.4%를 웃돌았습니다.    애플 실적을 이끈 건 아이폰이었죠. 제품별 매출을 보면 아이폰이 513억 달러(전년 대비 1.5%), 아이패드 67억 달러(전년 대비 –12.8%), 맥 72억 달러(전년 대비 –31.3%), 웨어러블 및 기타 88억 달러(전년 대비 –0.6%) 순으로 팔렸습니다. 아이패드와 맥의 매출은 부진했지만, 아이폰의 판매가 경기 침체 우려에도 잘 버틴 모습이죠.   서남아시아 등 신흥국 진출 성과가 좋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특히 인도의 분기 성적표가 좋습니다. 지난 6일 CNBC 등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도 사업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애플은 인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은 약 6% 수준입니다. 아이폰이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약 20%대까지 늘린 것을 감안하면 인도 공략은 이제 시작입니다. 최근 애플이 잇따라 인도 뭄바이 등지에 애플스토어를 낸 이유죠.   애플의 풍부한 현금 흐름도 매력적입니다. 애플의 잉여 현금은 256억 달러로 전년보다 0.03% 줄었으나, S&P500 기업 중 가장 견조합니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것도 투자처로 애플이 매력적인 요인입니다. 올해 1분기에도 자사주 매입 191억 달러, 배당 37억 달러를 실행했죠. 9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도 승인했습니다. 배당금은 전년보다 4% 늘렸고, 매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어요.     ■ 버핏은 왜 애플을 좋아할까? 「 박소연 신영증권 부장은 “버핏은 애플을 테크 기업으로 보기보다 ‘필수 소비재’ 기업으로 여기는 것 같다. 코카콜라나 맥도날드처럼 경기가 좋든 안 좋든 사람들이 소비하는 기업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와 비교하는 질문도 나왔는데 ‘마진’이 높지 않아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했다. 반면 애플은 ‘이익’이 많이 남는 구조의 회사다. 강한 구매 의욕을 가진, 브랜드력 있고, 현금 창출을 잘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버핏이 사랑하는 주식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는 “사람들은 애플의 시장 지배력과 산업 전망 등을 애플의 매력으로 꼽는다. 하지만 그런 1등 기업은 테슬라나 나이키 등 여럿이다. 그중 왜 애플이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애플은 ‘현금’을 많이 창출하는 비즈니스다. 또 제조업 등과 달리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 돈 대부분을 주주를 위해 쓸 수 있는 회사다. 특히 애플은 배당이 아니라 자사주 소각을 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 지분율이 저절로 높아진다. 애플이 똑같은 돈을 매년 벌어도 내게 돌아오는 이익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 구조가 버핏에게 ‘최고의 주식’이 되는 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버핏은 “애플은 버크셔의 핵심 기업이다, 사람들은 두 번째 차를 사는 걸 포기하고 대신 아이폰을 살 것(consumers would give up their second car before giving up their iPhone)”이라 답하기도 했습니다. 」    다만 버핏은 ‘한번 사서 오래 들고 있는’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만큼 개인투자자가 버핏을 따라 애플에 투자할 때는 ‘투자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애플 주식을 살 때는 투자 기간의 판단이 중요하다. 도시의 땅값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만, 향후 5년 혹은 짧게는 1년간 땅값 전망에 대한 관점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볼 때 애플 투자 기간을 3년으로 생각하면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율 주행이나 메타버스 신제품이 대중화하거나 인도 시장의 성장이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3년 안에 실현되기 힘들다. 오히려 (3년 동안) 아이폰의 교체 주기가 소진되고 프리미엄 시장 내 아이폰 점유율의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 등이 반영되면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   다만 다음 달까지는 주가가 좋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종욱 연구원은 “아이폰14 판매 부진의 기저효과와 아이폰15 출시 기대감, 불확실한 거시 환경 속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방어주 전략 등 애플의 주가 모멘텀이 예상된다”며 “다음 달 5일 애플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VR에 대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애플 VR) 출시 전까지 단기 트레이딩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애플 주가가 실적 대비 많이 오른 건 부담 요인입니다.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는 ‘팔자’는 입장입니다. 최근 3개월 동안 애플에 대해 투자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48곳인데요. 매수를 권하는 비율은 77.1%로 가장 높습니다. 보유가 16.7%이고요. 매도 비중은 6.3%입니다. 평균 목표 주가는 180.95달러인데요. 현재 172.69달러로 4%가량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지역 은행’이 자취를 감춘 것도 인상적입니다. 버크셔는 지난 1분기 뉴욕멜론은행(-2507만 주)과 US뱅코프(-667만 주) 등 보유했던 지역 은행 주식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은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 은행주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2275만 주)와 씨티그룹(8만9000주) 지분은 추가로 늘렸습니다. 홍진채 대표는 “버핏과 멍거는 은행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며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씨티 같은 대형 은행은 그래도 그나마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합니다.    버핏은 지역 은행 지분을 정리한 대신 ‘카드주’에 투자했습니다. 지난 1분기 캐피탈원(COF)을 992만 주 매입해 2.6%의 지분을 확보했는데요. 국내 투자자에게는 낯선 주식일 수 있겠는데요. 캐피털원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 발행을 주 업무로 하는 금융사입니다. 데이비드 스미스 오토노머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캐피털원 같은 고수익 사업자는 고금리로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유동성 방어에도 유리하다”고 버크셔의 투자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  [STEP3] 대만보다는 ‘일본’이 좋아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 더 편하다.   버핏이 지난 6일 주총에서 한 말인데요. 미국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를 볼까요. 버핏은 지난해 3분기부터 투자에 나섰던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를 이번 분기 전부 팔아 치웠습니다. 장기 투자를 하는 버핏의 ‘이례적 단타’인데요.    버핏은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지만 회사의 위치가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관계에 따른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4분기 6010만 주 가운데 86%인 5180만 주를 판 데 이어 올해 1분기 남은 820만 주도 다 팔아 치웠습니다.   대만을 떠난 버핏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일본입니다. 13F 공시에서는 일본에 대한 투자는 볼 수 없는데요. 해외 상장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TSMC는 대만 회사이지만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서 공시됐지만요.)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을 다녀온 박소연 부장은 버핏의 일본 투자에서 ‘투자 귀재’ 면모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소개하는데요.   ■  「 워런 버핏이 최근 일본에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어 흥미롭다. 최근 버크셔해서웨이가 12억 달러(1644억 엔) 상당의 엔화 채권을 발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엔화 채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엔화를 빌렸다는 의미다. 모든 국가가 금리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아직도 제로금리를 고집하고 있으니 엔화 채권 발행은 매우 타당한 결정이다.   이렇게 엔화로 빌린 자금의 일부는 기존 채권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일본 주식시장에 재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버핏이 최근 일본 5대 무역종합상사 비중을 대거 확대했다는 뉴스 보도가 잇따랐다. 버핏은 얼마 전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쓰비시와 이토추,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무역종합상사를 추가로 더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종합상사는 저평가된 가치주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은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이 평균 12~13배 수준인데 5대 종합상사 PER은 평균적으로 6~7배 수준에 거래된다. 정확하게 절반 정도의 가치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고배당주다. 일본 기업은 평균적으로 2~3% 정도의 배당수익률을 보이는데 5대 종합상사는 그 두 배에 가까운 5% 정도의 배당수익률로 막강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보고서 전문 링크) 」  발행 금리가 낮다는 점을 활용해 버크셔가 일본에서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가죠. 사무라이 본드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일본 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발행하는 채권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싼 금리에 돈을 빌려(채권 발행), 다시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상사 기업 지분을 사들인 거죠. 박소연 부장은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의 조달과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고 평가했죠.    실제로 버핏이 일본 주식에 ‘러브콜’을 보낸 지 한 달여 만에 일본 증시는 폭등 중입니다. 닛케이225는 2021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3만 선을 넘어섰는데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수출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11일 일본을 방문한 버핏 회장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한 상황이에요. 버핏이 ‘찜’한 만큼 일본 증시를 한동안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죠.   관련기사 버핏은 왜 TSMC 팔고 목재 회사 주식 샀을까 ‘노랜딩’ 시나리오에 웃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픽’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켄 피셔의 픽, 그래서 ‘블록’ 에너지는 배신하지 않는다…‘수익률 136%’ 천재의 고집 ‘수익률 66%’ 비밀 알고리즘…그 천재 수학자가 사들인 것 ‘안전 마진’ 중시하는 고수…그런 클라먼이 기술주 샀다 350억→3조 불린 리틀 버핏…‘부리토’ 회사는 왜 자꾸 사? ‘복리 마법’ 믿는 은둔의 고수, 왜 IT 성장주 다 팔아치웠나

    2023.05.21 16:54

  • “이르면 내달 1일 디폴트”…美 마지막 골든타임 온다

    “이르면 내달 1일 디폴트”…美 마지막 골든타임 온다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5월 넷째 주(22~26일)에는 증시와 밀접한 통화정책, 물가와 관련해 여러 이벤트가 예정돼 있습니다. 국내에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5일 열릴 예정입니다. 같은 날 오전 3시 미국에서는 지난 2~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0.25%포인트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방향을 살펴볼 수 있죠. 오는 26일 밤 9시30분(한국시간)에는 Fed의 금리 결정에 주요한 지표로 살펴보는 개인소비자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됩니다.   굵직한 거시 지표 발표가 대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건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론을 앞둔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통화·물가 관련 정책과 지표는 시장의 예상 범위를 벗어날 것 같지 않지만, 부채한도 협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이벤트죠. 물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난 17일 “채무 불이행(디폴트)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정치는 그 자체가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지난주 머니랩 프리뷰에서도 다뤘지만, 다음 달 1일 미국 국가부도 시한(X-date)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다시 한번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머니랩은 5월 넷째 주 시장 키워드로 ▶미국 부채한도 협상 ▶한국은행 기준금리 발표와 FOMC 회의록 ▶미국 개인소비자지출(PCE) 물가지수 발표를 꼽았습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키워드: 미국 부채한도 협상   다음 주 증시에 지속해 영향을 줄 재료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최근 코스피가 2420~255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움직인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요.   우선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해 볼까요. 미국은 행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빌려오는 부채의 한도를 의회가 정합니다. 이 한도(31조4000억 달러)는 이미 지난 1월 초과했어요. 이렇게 되면 의회가 부채한도를 높이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특별조치를 의결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부도(디폴트) 상황에 직면하니까요. 현재 발효 중인 한도 적용 유예 특별조치는 다음 달 1일까지입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월 1일을 ‘국가 부도 여부 결정의 날(X-date)’로 언급하는 이유죠.   다음 달 1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상 다음 주가 협상의 ‘골든 타임’입니다. 미국 의회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오는 29일 전후 휴회하기 때문에 그 이전엔 결론을 내려야 하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두 번째 협상마저 결렬(첫 번째는 지난 9일)되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계획한 호주·파푸아뉴기니(21~24일) 순방 일정도 취소하고 협상에 전념할 뜻을 밝혔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공화당도 미국의 국가 부도까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이 최근 “디폴트는 없다”고 밝혔죠. 다만 ‘건전 재정’을 강조하는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의 전제조건으로 재정지출 삭감을 내세우고 있어요, ‘확장 재정’을 고수하는 민주당과 견해차가 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공화당 출신인 매카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디폴트는 없다"고 공표했다. EPA=연합뉴스   가능성은 작지만,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정치적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실제로 미국 국채 부도로 이어지는 겁니다.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신용등급(AAA) 보유국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그 여파는 비단 미국에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전 세계 국채와 회사채 등급이 줄줄이 떨어져 자금 경색과 함께 증시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미 겪었던 일인 만큼, 10여 년 전의 악몽이 다시 소환되고 있죠. 당시 신용등급 강등 직후 다우존스산업지수는 하루 새 5.5%, 나스닥은 6.9% 폭락했습니다. 이런 충격을 야당인 공화당도 잘 알기 때문에 디폴트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남은 시나리오는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한도 적용을 또다시 유예해 일단 디폴트 위기에선 벗어나는 겁니다. 국가 부도 사태가 벌어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지만, 이 또한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죠.    부채한도가 상향되면 일시적으로 증시가 환호할 수 있지만,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로 시중 통화가 증발해 통화 긴축 정책을 쓴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도 적용을 계속 유예하면 부채한도 이슈가 꺼지지 않은 불씨로 계속 남아서 미국 주가 상승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통화·물가 관련 이벤트보다 훨씬 중요한 상황이다. 부채한도 적용을 올해 10~11월까지 유예해 계속해서 시장에 노이즈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 한은 금통위와 FOMC 회의록   오는 25일에는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 FOMC의 회의록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긴축 국면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통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단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이벤트인 건 분명합니다.   한은은 올해 들어 3회 연속(1·2·4월)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금통위에서도 동결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5~5.25%까지 올랐어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치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한국의 금리 인상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 탓에 쉽사리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물가가 갑작스럽게 오르거나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금리 인상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물가와 환율의 급변동은 관찰되지 않는 상황이죠.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은 3.7%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습니다. 또 원화가치도 지난 17일 기준 달러당 1339원으로 여전히 높지만, 우려했던 급락세까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장은 이미 금리 동결을 예상하기 때문에, 실제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한국은 미국이 통화 정책을 바꾸기 전에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없고, 금리 인상이나 매파(통화 긴축)적 태도를 보이기에는 이자율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이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이유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3일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FOMC 회의록에서도 시장이 놀랄 만한 내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FOMC 회의록은 Fed가 이달 초 금리를 인상한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Fed가 취할 통화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일상화했던 지난해만 하더라도 FOMC 회의록은 그 뉘앙스만으로 증시를 움직이게 한 재료였어요.    이번에는 “올해 안에 금리 인하는 없다”와 같은 강경 발언을 확인하더라도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그 정도는 예상했거나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올해 안이라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소수 의견이 등장한다면 이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어떤 새로운 데이터가 회의록에 등장하더라도 시장은 다음 달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Fed의 방향이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강경 발언이 언급되더라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긴 어렵다. 다만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다면 이제까지 언급되지 않은 내용으로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  📍키워드 : 4월 미국 PCE 물가지수   오는 26일 발표되는 미국 4월 PCE 물가지수도 챙겨 봐야 할 거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3월 PCE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라 전달 상승률(5.1%)보다 낮았습니다. 에너지 부문 가격이 한 달 새 3.7% 내리면서 함께 하락한 것이죠.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품목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는 4.6% 상승하면서 시장 전망치(4.5%)를 웃돌았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물가가 하락하는 듯하지만, 근원 물가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죠. 이번에도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숫자가 나온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또다시 언급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시장이 놀랄 만한 숫자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합니다. PCE 물가 지수는 CPI보다 포괄하는 품목 범위가 넓어 Fed가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하게 참고하고 있지만, PCE와 CPI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겁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의 4월 CPI는 4.9% 올라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PCE 지수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죠.   CPI 지수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PCE 지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만에 하나 PCE가 예상치보다 웃도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소비자물가 자체가 하락 추세이기 때문에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의 숫자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편득현 전문위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3.05.18 16:27

  • 변호사·교사 자격만 잃는다…SG발 빚폭탄, 파산신청 함정

    변호사·교사 자격만 잃는다…SG발 빚폭탄, 파산신청 함정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인뉴스13.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빚폭탄, ‘파산’ 될까 」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 창구를 통한 ‘매물 폭탄’으로 인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CFD는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매매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이다. 특히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주식 평가액의 40%만 증거금으로 넣으면 최대 2.5배 투자할 수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역풍은 거셌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8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며 반대매매가 이어졌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투자자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한 채 주식 평가액이 증거금의 40%까지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그 결과 상당수 투자자의 깡통계좌엔 빚만 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수십억원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의 계좌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파산 신청 등을 고민하는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개인투자자 7만2514명이 총 7730억원어치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액은 주가조작과 연관된 8개 종목의 지난 8일 종가에서 주주명부 작성일 종가를 뺀 금액으로 추산했다. 통정거래 등 주가조작과 관계없는 일반투자자의 손해도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빚을 갚지 못하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할 수 있을까.    ━  📂[이건 알고 시작하자-채무조정제도] “파산면책 안 되면 직업 잃고 남은 빚 그대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본적인 채무조정제도부터 살펴보자.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는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생법원에서는 채무를 탕감(개인파산)하거나, 일부 조정(개인회생) 해준다. 금융회사 대출 원리금이 연체됐을 때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올해 개인회생을 택한 신청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은 1만1228건으로 역대 최대다. 1년 전(7455건)보다 51% 늘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부동산을 사거나 주식 투자에 나선 20·30대의 개인회생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게 회생법원의 분석이다. 파산은 지난 3월 3875건으로 지난해 3월(3584건)보다 8% 증가했다.   개인회생과 파산을 가르는 기준은 채무자가 월급 등 고정적인 소득이 있는지다.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데다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파산 절차를 밟는다. 개인회생은 채무자에게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것을 전제로 3년간 일정 금액(변제금)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책받는 제도다. 이때 변제금은 채무자의 아파트 등 전 재산을 처분해 갚는 것보다 소득으로 갚는 돈이 더 커야 한다.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다. 이때 채무액은 무담보 10억원, 담보 기준 15억원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무담보 채무가 10억원을 넘는 고액 채무자는 빚 상한 요건이 없는 일반회생을 택할 수 있다. 일반회생 인가 절차는 좀 더 복잡하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직접 나서서 채무를 재조정해 주지만 일반회생은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회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인파산은 파산 선고 후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해 일부 빚을 갚고, 남은 채무는 면책 결정으로 변제 책임을 면하는 제도다. 주의할 점이 있다.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더라도 빚이 자동 탕감되는 게 아니다. 채무자는 파산 신청과 별도로 ‘남은 빚에 대해 책임을 면제해 달라’는 면책을 신청해야 한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사건에서는 파산이 선고되면 파산관재인이 선임돼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조사한다. 이때 채무자가 빚을 허위로 늘렸는지, 재산 명의를 바꾸거나 헐값에 팔았는지, 낭비 또는 도박 등으로 채무가 늘었는지 등 법에서 정하는 ‘면책불허가 사유’를 심사한다. 면책 문턱을 넘지 못하면 파산만 선고받고 채무는 한 푼도 면제받지 못한다. 면책받지 못한 파산 선고자에게는 불이익도 있다. 공법상 공무원을 비롯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업자, 사립학교 교원 등의 자격을 잃는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를 활용하면 빚이 불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 채무조정(개인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밀린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을 10년간 장기 분할로 상환할 수 있다. 또 회수가 어려운 상각채권은 20~70%, 미상각 채권은 최대 3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개인 워크아웃은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맺는 사적 조정제도이기 때문에 협약을 맺은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금융권 채무만 지원한다.   한 채무자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파산 신청서를 쓰고 있다. 중앙포토   백주선(변호사)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개인회생과 파산 같은 도산 제도는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정도에 따라 제도 적용이 달라진다”며 “다만 개인회생은 본인 소유의 집이나 자동차 등을 팔지 않을 수 있어 파산보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정엽 LKB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원인인 CFD 계좌 관련 채무자는 전문투자자인데다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손실이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파산이나 개인회생보다 일반회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계좌의 특성상 CFD 가입 대상은 1년 동안 월말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인 전문투자자다. 또 개인소득 1억원 이상(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 변호사 등 전문가 자격을 갖춘 사람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CFD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슈 점검]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빚 떠안은 투자자, 개인회생·파산할 수 있을까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진 투자자들은 개인회생·파산 등 도산제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투자자가 빚을 늘린 이유가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들이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공범으로 유죄를 받을 경우 개인회생 인가나 파산 면책을 받는 데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분증이나 투자금을 맡겼지만, 시세조종 가능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도 많다. 이에 대해선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파산에서) 면책 불허가 사유 중 하나인 ‘채무자가 과다한 낭비 또는 도박 등으로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법원은 2004년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에 대해 “당해 채무자의 사회적 지위, 직업, 영업 상태, 생활 수준, 자산 상태 등에 비추어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과다한 소비적 지출 행위를 뜻한다”고 판시했다. 방 변호사는 “투자 대상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신분증 등 명의를 넘겨줬다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 행위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엽 변호사는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를 맡긴 것만으로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에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비슷한 사례로) 통장을 빌려준 대포통장 명의자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SG 사태에 유죄를 받게 되면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은 갚아야 한다. 셔터스톡   확실한 건 유죄를 받게 되면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갚아야 한다. 이미 개인회생 인가를 받거나 파산 면책 결정으로 빚을 탕감받았더라도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하는 ‘빚’은 남는다는 의미다. 백주선 변호사는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며 “파산·회생절차로 면책을 받았더라도 나중에 사기죄 등이 드러나면 손해배상채권은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우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엽 변호사는 “채권자가 요구하는 변제계획서부터 작성했다가 (이행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집이 경매되는 등 강제 집행되는 사례도 있다”며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의해 채무를 조정하는 등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투자자가 증권사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불법 유사 투자문업체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유사 투자자문사는 불특정 다수에게만 투자 조언을 할 수 있다. 1대1로 주식 투자를 조언하거나 과거 투자 수익을 홍보해서는 안 된다.   제약 조건이 많지만 진입 문턱이 낮다 보니 유사 투자자문사는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얻어야만 하는 투자자문업체와 달리 유사 투자자문사는 당국에 등록 신고만 하면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등록한 유사 투자자문사는 2139곳으로 2017년 말(415곳)보다 5.2배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당국에 등록조차 하지 않고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을 해온 업체도 많다는 점이다. 구속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2014년 7월 유사 투자자문업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를 시작으로 에베레스트파트너스, 호안, 알앤케이투자자문 등 여러 업체를 세웠다가 폐업을 반복했다. 이 중 에베레스트파트너스와 호안 등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업체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사 투자자문사가 금융당국에 등록한 업체인지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고수익 보장이나 종목 적중률 100% 등 객관적인 근거 없이 허황된 광고를 하는 곳은 주의하는 게 좋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유사 투자자문사) 등록 제도를 폐지하면 오히려 음성화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불법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투자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업체는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3.05.17 15:59

  • 美 테마주 선두주자 픽은 “글로벌 로봇-AI-2차전지”

    美 테마주 선두주자 픽은 “글로벌 로봇-AI-2차전지” 유료 전용

    올 한 해 국내외 주식시장을 휩쓴 주요 테마는 인공지능(AI)과 2차전지입니다. 연초부터 챗 GPT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대비 102%(지난 15일 종가 기준) 올랐죠. 국내 증시에서는 2차전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에코프로 3형제’는 ‘로켓 상승’했죠. AI와 2차전지,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성장주지만 이미 너무 오른 것도 같고 어떻게 옥석을 가려야 할지 궁금하실 겁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머니랩이 ‘혁신 테마주 상장지수펀드(ETF)’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자산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의 페드로 팔란드라니 리서치 디렉터를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본부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08년 설립된 글로벌엑스는 전 세계 ETF ‘성지’로 불리는 미국에서 테마형 ETF로 주목받는 회사입니다. 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했죠. 인수 당시 80억 달러(약 8조원) 수준이었던 자산(AUM)이 지난 4월 말 기준 383억 달러(51조원 수준)로 늘면서 미국 내 12위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비슷한 혁신 테마 ETF를 운용하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약 119억 달러)의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글로벌엑스의 성공 비결은 혁신 테마형·인컴형·원자재형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 것이 꼽힙니다. 산업용 로봇과 AI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인 ‘보츠(BOTZ)’가 대표적이에요. 올해 들어 미국인이 글로벌엑스 내에서 가장 많이 산 상품이기도 하죠. 운용 자산만 170억 달러(22조7000억원)에 이릅니다. 이제 본격적인 테마 탐구에 들어가 볼까요.    페드로 팔란드라니(Pedro Palandrani) Global X 리서치 디렉터가 15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미래에셋자산운용 접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포인트 1. 고금리에도 끄떡없는 혁신주 찾는 법      주식시장의 주요 테마인 AI와 2차전지 등 혁신주의 운명에 주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금리 인상입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끌어다 평가받는 혁신주는 금리 인상기에는 당장 더 높은 수익을 손에 쥐여 주는 다른 투자처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역풍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혁신주를 찾는 건 투자자에게 최대의 관심사겠죠.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스탠스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현재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내년 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네 번의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합니다. 은행 대출 기준 강화에 따른 은행 파산이나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더라도 Fed가 2008년이나 2020년의 금리 수준까지 낮출 가능성은 작습니다. 반대로 경제가 큰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장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죠. 현재 3.4%의 낮은 실업률과 4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 4.9% 등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 자금이 증시에서 머니마켓펀드(MMF)로, 미국 밖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1973년=100)가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101 밑으로 떨어진 데다 미국 기업의 이익 추정이 계속해 하향 조정되는 반면, 미국 외 시장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미국을 포함한 MSCI ACWI 지수는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것) 성장률이 -0.3%인 데 비해 블룸버그 선진국 시장(북미 중대형주 제외) 지수는 12개월 예상 EPS 성장률이 2.79%에 달합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될까요. 그렇다면 어떤 투자 전략이 유효할까요.  향후 이익 추정이 상향 조정되고 달러 유동성이 상승하며 시장 심리가 변화할 때까지 ‘배당금 클리핑’(삭감) 추세는 대부분 계속될 것입니다. 글로벌엑스는 이런 흐름을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독일이나 노르웨이 등 국가를 중심으로 한 ETF나, 일본의 로봇 산업 등의 비중이 높은 테마형 ETF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미국의 지방 중소형 은행의 파산이나 상업용 부동산 위기 등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그래도 주목해야 할 업종이 있을까요.  Fed의 대출태도조사(Senior Loan Officer Survey)에 따르면 상업 및 산업,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정책이나 태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긴축 분위기가 이어지면 전 세계적으로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 구매 관행과 정부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대형 은행과 리튬 채굴·로봇 공학·사이버 보안 등이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면 굳이 혁신주에 투자해야 할까요.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혁신 테마 중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적이 성장한 회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기업에 필수 소비재가 된 산업이고, 앞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과 AI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죠. 혁신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인프라 시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 인프라 환경이 굉장히 낙후된 만큼 개·보수나 차세대 인프라 구축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이들 종목도 성장의 초입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별적으로 투자하되, 적립식 투자를 통해 가격을 분산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변동성이 심하다면 월 적립식뿐 아니라 격주 또는 주간 단위로 적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  📂포인트 2. AI·로봇 관련주 옥석 가리기      챗GPT로 AI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AI 종목의 옥석을 가리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AI와 기술 테마 ETF(AIQ)의 경우 서비스이건, 하드웨어이건 AI와 관련해 최전선에 있는 기업을 고릅니다. 예컨대 엔비디아나 IBM 같은 AI 하드웨어 회사뿐 아니라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출시하고 있는 알파벳(바드)과 메타(라마) 등을 포함하고 있죠. 테슬라도 완전자율주행(FSD)을 위해 AI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가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뿐 아니라 로봇과 AI가 빠르게 교차하는 산업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 로봇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매크로 환경이 뒷받침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로 잘 알려진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같은 미국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완화되고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돌아온 환자가 많아지면서 힘을 얻은 종목이죠.    하지만 일본 로봇 비중이 큰 ETF 보츠의 연간 수익률은 부진한데, 이유가 있을까요.  산업용 로봇의 수출 1위국은 일본, 수입 1위국은 중국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중국이 봉쇄되며 타격을 입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반등하기 시작해 연초 이후엔 2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여기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기대감과 미·중 무역전쟁과 공급망 이슈로 미국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이슈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이를 줄이기 위해 산업용 로봇과 AI 수요가 늘어나고 있죠. 이런 흐름 속에 올해 글로벌엑스의 ETF 중 미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이 바로 보츠입니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글로벌엑스의 AI·기술 ETF(AIQ)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주식이 AI 경쟁 가속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데이터가 중요하고 연산을 해야 하는 만큼 일차적으로는 엔비디아 같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가 먼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GPU 시장의 가치는 파악하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까지는 주목하지 못하고 있죠. 이후 서플라이 체인까지 투자자의 관심이 옮겨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성형 AI가 사업성이 없어 장기적인 발전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돈을 벌 수 있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클라우드처럼 구독 모델을 통하거나 둘째, 회사 자체의 인프라 구축에 사용해 비용을 줄이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는 거죠. 셋째는 앱(애플리케이션)에 접목해 서비스 향상을 꾀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마케팅 회사나 게임 회사, 온라인 회사들이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즉, B2B(기업 간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  📂포인트 3. 한국 시장에서의 픽은 2차전지와 반도체   한국 시장에서 유망하게 보는 분야가 있을까요.   한국 주식 중 유망한 분야 중 하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현재 진행 중인 녹색 전환을 뒷받침합니다. 정책 지원과 소비자 수용도가 높아지며 리튬 배터리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죠. 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기술의 S-곡선’에서 얼리 어답터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를 구축하고 있고, 이 곡선을 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글로벌엑스의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종목(LIT)에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엘엔에프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도체도 한국 주식 중 유망하게 보는 분야입니다.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발전 스토리가 계속해 구체화하고 있죠.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한국은 대만의 TSMC와 경쟁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팹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긴 시간, 구축에 필요한 깊은 기술 노하우로 인해 경쟁 업체가 가까운 미래에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챔피언의 자리를 빼앗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술 향상과 정부의 완화적 정책, 전통적 자동차 회사의 차량 전기화 노력 등으로 전기차 채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20~2021년 두 배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에도 60% 늘었습니다. 2022~2035년 연평균 약 14%의 성장률이 예상됩니다. 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죠. 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 테마에 대한 성장 활주로가 길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 대해선 과열 논란도 있습니다.    솔리드 스테이트(전고체 배터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더 긴 수명, 더 나은 비용, 개선된 충전 속도로 인해 전기차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하더라도 리튬을 활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 내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하더라도 배터리 제조업체와 리튬 공급 업체의 수요 전망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에너지 저장장치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에서 간과하는 부분이에요.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더 많은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페드로 팔란드라니(Pedro Palandrani) Global X 리서치 디렉터가 15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미래에셋자산운용 접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마지막으로 자녀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하나의 ETF를 꼽는다면요.  유전체학 관련 ETF를 권하고 싶습니다. 향후에는 고령화와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을 받을 겁니다. 예컨대 현재는 조직검사로 암을 진단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해 액체생검(Liquid Biopsy)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고, 유전자 맞춤형의 개인화한 약이 나올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는 완전 초창기에 있지만, 자녀가 성장할 때쯤 다음 단계로 가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관련기사 엔비디아 85% vs 삼전 12%…주가 상승 가른 결정적 한가지 ‘돈나무 언니’의 기사회생? 1월 수익 27.8%의 두 얼굴 “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 두 배터리 박사의 ‘팩트체크’ 정장 아닌 후드티 입고…이재용이 실리콘밸리서 만난 美별종김경진 kjink@joongang.co.kr

    2023.05.16 17:55

  • “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 두 배터리 박사의 ‘팩트체크’

    “에코프로 초격차 기술 없다” 두 배터리 박사의 ‘팩트체크’ 유료 전용

      ■ 🔋2차전지연구소 「 ‘2차전지 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읽어도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가 안 간다. 2차전지연구소에서 쉽게 핵심만 전달합니다.   3회는 우리나라 1세대 배터리 전문가들을 모셨습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님과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입니다. 2차전지 열풍에 관련 콘텐트가 유튜브에 범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잘못 알려진 이야기가 너무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두 ‘배터리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K배터리’의 현재와 2차전지의 미래를 정확히 짚어봅니다. 」  “K배터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고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주식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큰 호응을 받는 주장입니다. 현재는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한때는 이런 주장에 힘입어 몇몇 2차전지 회사의 주가가 연초 대비 7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죠. 주가가 내려간 지금도 투자자들의 ‘열광’은 여전한 모습인데요.    하지만 2차전지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온라인상에 알려진 이야기 중 ‘틀린 이야기’가 많다고 우려했습니다. 대표적으로 ‘LFP 기술 등 중국의 배터리 기업에 대한 과소평가’와 ‘양극재 회사 기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 등입니다. 2차전지연구소가 이번에는 주식전문가가 아닌 ‘2차전지 전문가’를 모신 이유입니다. 학계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2차전지 생태계를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어서죠.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학교 교수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번에 모신 두 분은 2차전지 전문가 중 전문가입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차전지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입니다. 특히 2차전지의 핵심 소재 중 양극재 특허 전문가입니다. 선 교수는 2022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 수상자이자 정보분석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가 매년 선정하는 HCR(Highly Cited Researchers)에 2014년부터 7년 연속 선정됐습니다. HCR은 매년 각 연구자의 논문 피인용수를 기준으로 분야별 상위 1%의 연구자를 선정해 발표합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2000년 산업통상부가 주도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 전지연구센터 센터장과 2003년 차세대 전지이노베이터 센터장 등을 역임하는 등 한국 2차전지 산업의 씨앗을 뿌린 1세대입니다. 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분과 전문위원을 맡았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전환분과 위원으로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한·중·일 2차전지 대전 승자는 정말 ‘K배터리?’ 」   2차전지 시장 왜 이렇게 떴을까요. 전망은 어떤가요.  박철완  전기차 시장만 보는 것은 반만 보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발전이 대세가 될 겁니다. 친환경은 태양이 뜰 때,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을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의 저장이 중요해질 겁니다. 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게 바로 2차전지입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의 형태가 ‘전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전기와 인간을 이어주는 게 배터리인 거죠.   선양국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 ‘모빌리티(자동차)’ 부문에서 동력원의 전환이 가장 빠르죠. 더 넓게 생각하면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에 2차전지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 밥을 먹는다면 기계는 ‘배터리’가 필요한 셈이지요. 2차전지 외에도 퓨어셀(Fuel Cell·연료 전지)이란 대안이 있지만 검증이 안 된 상황이라 배터리가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군대나 인공위성 등 배터리가 쓰일 곳은 너무 많습니다    2차전지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요? 중국보다 앞서 있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선양국  수치로 보면 전체 시장에서 중국이 55%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하면 무조건 중국이 1등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면에서 1등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중국 외 시장에서 중국의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2022년 점유율이 LG에너지솔루션 29.3%, CATL 19.7%로 10%포인트가량 차이 났습니다. 하지만 2023년엔 LG에너지솔루션이 28.0%, CATL이 24.4%입니다. 격차가 절반가량 준 겁니다. 중국 BYD의 속도도 무섭습니다. 2022년 점유율은 0.3%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 1.7%로 커졌어요. 약 6배가량 성장한 겁니다. 아직은 점유율이 낮다고 하지만 속도가 무섭죠. 중국 외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굉장히 위협적이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철완  3년 전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한국이 잠깐 1등을 했었죠. 하지만 명실상부 2차전지 1등은 중국입니다. 중국을 빼고 보자는 건 치졸한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잘사는 금수저는 빼고 경쟁하자는 게 세계 시장에서 통할 이야기일까요. 전 세계(중국 포함) 시장에서 국가 점유율을 보면 한국이 24%, 중국이 60%로 더블스코어 차이가 납니다. 국가 합산 점유율이 단일 기업인 CATL에도 밀리는 실정인데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 1등’이라는 자만 대신 위기를 인정하고, 한국 3개사가 합해 점유율 20% 아래로 떨어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한국은 점유율에서는 중국에게 기술면에서는 일본(파나소닉)에게 밀리는 모습입니   다만, 일본에 대해 선 교수는 다르게 평가했습니다.    선양국  일본이 2차전지의 원조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큰 위협은 되리라 보지 않습니다. 기업도 국가도 정체된 모습입니다. 단적으로 각 나라의 학생만 만나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 후단대 학생들 앞에서 강의했었는데, 굉장히 공격적으로 질문하고 배우려는 의지도 강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질문하는 학생이 하나도 없더군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업체가 전 세계 2차전지 공급망에서 배제된 게 아닌가요. 박철완  이미 중국 기업은 여러 우회로를 찾는 모습입니다. 예컨대 CATL이 각각 포드 및 테슬라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합작 공장을 세울 때까지 중국이 못 들어오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다른 방법으로 중국 기업을 미국으로 데리고 오고 있죠. 투자자들이 IRA 해석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핵심 광물에 해당하는 것은 리튬과 니켈·코발트 등이지 중국이 주로 만드는 LFP에 들어가는 ‘철’이 빠진다는 겁니다. 리튬 문제만 해결하면 중국산 LFP를 쓰고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죠. 실제로 테슬라가 리튬 정제 시설을 착공했다고 하는데, 테슬라산 리튬을 쓰는 방식으로 중국 업체가 광물 규정을 피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 용어사전 >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법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2022년 8월 16일 발효됐다.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2023년 3월 31일 재무부가 발표한 IRA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조건을 완벅하게 맞추는 차량에만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혜택을 준다. 구체적으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최소 50% 이상 사용할 경우 3750달러,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핵심광물을 최소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 📂중국의 LFP와 한국의 삼원계…최후의 승자는? 」 한국의 최대 라이벌은 ‘중국’이란 이야기죠. 현재 2차전지 시장을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LFP vs 삼원계, 즉 중국 vs 한국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LFP의 장점은 싸고 안전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죠. 반면 삼원계는 비싸지만 같은 무게일 때 보다 긴 주행거리가 가능하죠. 유튜브에서는 삼원계가 리튬이온 전지 시장을 ‘완전 제패하리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이 앞서나가는 LFP 시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게 두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유튜브에서는 LFP는 지고, 삼원계 기반으로 한 리튬이온 전지가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박철완  LFP가 뒤떨어진 기술이라는 이야기는 황당한 판단입니다. 전지 발전사를 보면 ‘전고체 전지→리튬이온 전지 중 삼원계→LFP ’ 순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LFP가 가장 최신 기술인 셈이죠. 무엇보다 LFP의 주원료인 ‘철’이 삼원계가 쓰는 니켈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세상에 많다는 게 너무나 큰 장점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 사용 분야에서 전지의 중요성이 커질 겁니다. 배터리를 많이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테슬라는 2차전지 시장에서 LFP와 삼원계의 비중을 자동차는 6:4로 보고, ESS까지 합치면 7:3으로 봅니다. 저도 비슷하게 갈 것으로 봅니다. 현재 중국까지 포함해 LFP와 삼원계가 5:5 정도인데, 앞으로 LFP가 더 많아질 것이란 의미입니다.   선양국  하이엔드 차량에는 삼원계(NCM) 2차전지가 들어가고, 주행 거리가 짧고 가격이 싼 곳은 LFP를 쓰겠죠. 어느 하나가 시장을 완전 제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삼원계 기술에서는 한국 기업이 최고인 게 맞나요. 선양국  삼원계는 한국 기업이 전 세계에서 시장 점유율이나 기술 면에서나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기술 격차도 이제는 크게 나지 않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중국 인구가 한국의 25배 정도 됩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연구 인력도 한국보다 훨씬 많습니다. 한국이 ‘NCM에선 영원한 1등’이라는 소리는 절대 안 됩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박철완  하이니켈은 중국이 시장 진입이 늦어서 그렇지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하이니켈 면에서도 중국이 전구체 시장을 잡고 있기 때문에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전구체가 NCM과 같은 양극활물질보다 핵심인가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박철완  쉽게 빵을 굽는 데 비유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전구체는 크루아상의 생지(밑반죽)에 해당합니다. 양극활물질은 빵을 구울 때 마지막으로 올리는 데코레이션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크루아상의 맛을 결정하는 건 생지인 만큼 전구체가 배터리 질의 핵심인데요. 한국 업체도 중국의 CNGR이나 GEM과 합작 회사를 통해 전구체를 공급받는 상황입니다.   선양국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전구체의 91%가 중국산입니다. 한국에서 에코프로 계열사 등이 만들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경쟁력입니다. 한국이 2차전지를 정말 잘하려면 이 전구체 생산을 가져와야 합니다. 중국에 이런 것들을 넘기면 안 됩니다.   향후 완성차와 전지업체(셀), 소재 업체 중 누가 가장 협상력과 파워를 가지게 될까요. 선양국  소재 회사가 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절대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갑과 을은 수시로 바뀌는 겁니다. 지금처럼 2차전지의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셀 업체가 갑이 되는 거죠. 반대로 공급이 많아지고 수요가 적어지면 완성차 업체 등이 갑이 되겠죠. 지금도 보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사이가 좋았는데 SK로 바꾸는 등 서로 눈치 싸움이 치열합니다. 영원한 갑과 영원한 을은 없습니다.   박철완  결국 자동차 회사가 밸류 체인에서 가장 윗단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2차전지 생산 능력이 부족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이라 LG에너지솔루션이나 소재 회사가 ‘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 등 자동차 회사가 ‘유니버설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플랫폼이란 쉽게 말하면 원통형이나 각형이나 파우치형의 높이가 비슷해지면서 어느 폼팩터나 쓸 수 있는 '전기차 전용 배터리 플랫폼‘이지요. 이 경우 셀 업체의 완성차 업체에 대한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는 어떤 기업인가요 」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제일 뜨거운 기업입니다. 두 기업은 정말 ‘초격차’ 기술을 가졌나요.  선양국  양극재를 만드는회사는 한국에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이 있죠. 에코프로비엠은 농도구배형 기술 (중심부에 니켈을 집중시키고 바깥쪽에는 니켈농도를 낮추는 기술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과 전구체 제조기술 등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LG화학도 최근 새로운 특허를 확보했습니다. 각 회사가 계속 특허와 기술로 경쟁 중이기 때문에 어느 회사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박철완  수년 전쯤 에코프로가 경쟁사보다 잘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초격차’는 없다고 봅니다. 배터리 회사에서 여러 회사의 양극재를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대표적으로 SK온은 에코프로뿐만 아니라 엘앤에프에서도 양극재를 받고 있습니다. 양극재도 기술 평준화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한편 박 교수는 국내 2차전지 업계의 양극재에 올해 또 다른 ‘악재’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바로 할당관세 유예 연장 여부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경쟁력 강화와 수입 가격 급등으로 가격 안정이 필요한 산업용 원·부자재에 대해 1년간 기본세율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에 기존 8%에서 무관세를 적용했습니다.    박철완  관세청 자료를 보면 국내에 수입되는 전구체는 30억~40억 달러 규모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조~5조원가량이죠. 그중 8%가 할당관세 유예를 받았다면 약 4000억원입니다. 회사별로 나눠보면 1000억원 이상 혜택을 본 겁니다. 매년 갱신됐는데 올해는 유예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경우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부터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겠죠.   「 📂배터리 만들겠다는 테슬라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도 2차전지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그동안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셀 회사와 합작 투자 방식으로 부분 내재화를 추구해왔지만, 최근엔 원재료 확보와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생산 준비에 나서는 모습인데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죠. 완성차가 배터리를 스스로 생산하게 되면 납품하고 있는 우리나라 2차전지 셀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공식 트위터에서 전기차 10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의 4680 배터리를 일주일 만에 생산했다고 밝혔죠. 폭스바겐도 2021년 자사 행사에서 2030년까지 유럽에 5개, 북미에 1개 공장 건설을 통해 총 240GWh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상황입니다.    완성차 업계의 이런 행보에 대한 두 전문가의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박철완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 기가팩토리 인근에 36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연간 200만 대분의 신형 4680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공장과 전기 트럭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거죠. 테슬라는 종합에너지 회사를 꿈꾸고 있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용어사전 > 4680 배터리 테슬라가 개발중인 차세대 배터리. 앞의 숫자 2개는 지름을, 뒤의 숫자 2개는 길이를 뜻한다. 즉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배터리란 뜻이다. 이는 기존에 사용됐던 21700(직경 21mm, 길이 70mm) 원형 배터리보다 대형화 된 것이다. 2020년 9월22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4680은 새롭고 큰 원통형 배터리셀로 기존 대비 에너지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주행거리를 16% 각각 개선했다. 」   4680 배터리가 왜 대단한건가요?  박철완  4680은 원통형 배터리입니다. 원통형 배터리이기 때문에 초고속 양산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는 삼원계(NCM) 기반으로 만들죠. 하지만 저는 4680이 저렴한 LFP 소재와 접목되면 혁신적일 거라고 봅니다. ‘싸고 빨리 많이 만들어지는 배터리’가 가능하다는 거니까요.   또한 테슬라의 ‘원료 확보’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철완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에서 리튬 정제시설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리튬 정제시설 건설 외에도 미국 네바다의 리튬 채굴권을 확보하고 리튬 회사 인수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죠. 리튬이온전지는 ‘자원집약적’ 산업입니다. 리튬과 니켈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승기를 잡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2차전지의 헤게모니를 소재 회사가 잡느냐, 셀 회사가 잡느냐, 완성차 회사가 잡느냐를 논할 때 지금은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선 교수는 ‘화학’이 기반인 배터리 산업을 테슬라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선양국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양보다는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양이 배터리 기술의 적합한 인력과 국가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2차전지는 전자나 기계 산업이 아니라 ‘화학’산업이라 업종 간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업계처럼 하이퀄리티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통형 4680 배터리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개발하고 있죠. 두 업체는 곧 양산 하겠지만, 테슬라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특히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하겠다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쉽다면 왜 일본이나 한국·중국은 안 쓰겠습니까. 투자받기 위한 발표는 좋지만 과연 실제로 될 것이냐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는 실현 가능할까.  」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선양국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쉽지 않을 걸로 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너무 긍정적으로 혹은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아직은 기술자에게 맡겨 두는 게 좋을 영역입니다. 섣불리 유튜브나 비전문가가 예측하는 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박철완  리튬금속은 리튬이온보다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사고가 나서 셀이 외부에 노출됐을 때 리튬금속이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무금속(엔오드 프리) 기술을 쓰겠다고 하는데, 이는 당초 초소형 전지에 적용되던 기술입니다. 당장 큰 전지에 쓰기는 어렵습니다. 즉 엄청나게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 감동할 만큼 놀라운 기술적 진보는 없습니다.   도요타 전고체 탑재 전기차.   일본 도요타가 첫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프로토타입 차량을 공개했는데요. 선양국  문제는 양산입니다. 시제품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싸거나 혹은 많이 만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개발한다고 해도 리튬이온 전지처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갖추는 건 쉽지 않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 📂유튜브 2차전지 열풍 괜찮은가요? 」 두 분 다 주식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 과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했습니다.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2차전지 업계와 주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선양국  유명하다는 관련 유튜브를 한번 봤습니다. 사실과는 다른 부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가늠하기 힘든 일반인들을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박철완  1년 전에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주식으로서 좋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가의 시선으로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과 비교해 봤을 때 주가는 오버슈팅으로 보입니다. 2차전지는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 사람들이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좋은 2차전지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선양국  주식전문가는 아니지만 유망한 2차전지 기업은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입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원료를 싸게 가지고 오는 게 중요한 시대입니다. 특히 원료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리튬과 니켈입니다.   박철완  어마어마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2차전지는 ‘장치산업’입니다. 결국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매력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회사가 정말 투자할 능력이 있고, 투자 받을 여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차전지연구소 에코프로 왜 떴는지 궁금해? “2차전지, 셀·소재 주목하라” 같은 2차전지라도 수익 2배…당신에 맞는 ETF 추천합니다

    2023.05.15 16:29

  • 부동산 죽 쒔는데 최대 실적? 이 건설사 주가가 뜨는 이유

    부동산 죽 쒔는데 최대 실적? 이 건설사 주가가 뜨는 이유 유료 전용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 요즘 국내 건설업계 사정이 딱 이렇습니다. 건설업체인 만큼 도급공사이든 정비사업이든, 자체사업이든 뭔가를 지어야 하는데 공사 수주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골이 상접할 듯한 건설업체의 낯빛이 웬일인지 괜찮습니다. 심지어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아이에스동서의 자회사인 인선모터스 공장에서 폐자동차 해체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아이에스동서   비밀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에 있습니다. 이가 없다고 굶을 수야 있나요.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의 빈자리를 살뜰하게 채우고 있는 신사업이 있었네요. 심폐소생을 넘어 건설업체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한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일까요. 이를 풀기 위해 머니랩이 나섰습니다.    ━  “부동산 경기 냉랭한데 실적은 좋다?”   건설업체의 주요 수익은 ‘공사’입니다. 뭔가를 짓고 대가로 공사비를 챙기는 건데, 요즘처럼 먹거리가 없는 시기도 없었습니다. 주택을 짓자니 고금리와 주택 규제 여파로 집값이 뚝뚝 내려가 새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없습니다. 지난해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까지 치솟았죠. 그럴 법도 합니다. 2021년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지난 1월 3.5%까지 급등했으니까요.   금리만 오른 게 아니죠. 물가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후 국내 소비자물가(전년 동기 대비)는 월평균 4% 이상 상승했습니다. 지난해는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로 가파르게 뛰었죠. 장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소비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레 상가‧오피스는 텅텅 비고 건설업체도 새 먹거리를 찾기 어렵죠.   위축되기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전 유지에 급급하다 보니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공장이나 시설을 짓지 않으니 건설업체가 수주할 물량도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주요 건설업체 주가는 지난 2년 새 반 토막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주가는 현재 주당 3만5350원(12일, 종가 기준)입니다. 2년 전에는 7만원 선이었습니다. GS건설도 2년 전 4만3000원 선이었던 주가가 지난 12일 2만1100원으로 내려섰습니다. 아이에스동서도 2년 만에 6만5000원에서 지난 12일 3만625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시총)도 절반 이상 사라졌습니다. 2년 전 2조6908억6458만2000원(2021년 5월 12일)이었던 DL이앤씨의 시총은 현재 1조3678억2957만3050원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건설업계 입장에선 죽을 맛이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80.2로, 11개월 만에 겨우 80선으로 올라섰습니다. CBSI는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산출한 경기실사지수입니다. 기준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실적도 바닥을 쳤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죠. 그런데 웬일인지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고 지긋이 웃는 건설업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네요.   아이에스동서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2784억원으로, 전년(1조6084억원)보다 41% 늘었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2019년(9641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습니다. 남는 것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450억원으로, 전년(3107억원)보다 11% 늘었습니다. 2019년(662억원)의 5배입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의 성적도 좋습니다. 지난해 매출액(7조5508억6300만원)과 영업이익(1569억5100만원)은 1년 전보다 각각 21%, 6.5%씩 늘었습니다. GS건설의 연초 성적을 볼까요. 지난 1분기 매출액은 3조5130억원, 영업이익은 1590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9%, 3.9% 늘었습니다.    ━  “잇몸(비주택사업)으로 얻는 수익 쏠쏠?”   비결은 신사업에 있습니다. 전체 실적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의 에너지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16.7%로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큽니다. 2021년 10.7%에서 지난해 35.1%로 껑충 뛰었습니다.    아이에스동서의 환경사업 실적도 눈에 띕니다. 2019년 953억6500만원에 불과했던 환경 부문 매출이 지난해 4227억21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었습니다. GS건설도 지난 1분기 주력 분야인 건축‧주택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9.8%로, 지난해 1분기(14.6%)보다 줄었습니다. 그런데 신사업 부문 매출총이익률(23.5%)은 지난해 1분기(16%)보다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건설업체가 주력 사업 대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사업은 뭘까요. 분야도 다양합니다. 우선 공통점은 친환경입니다. GS건설은 수처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체가 웬 수처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쌓아온 기술입니다. 예컨대 그간 GS건설은 국내외 반도체 시설을 수없이 지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수처리 기술, 즉 물 관리는 아주 중요합니다. 웨이퍼나 반도체를 씻거나 웨이퍼를 깎는 식각공정에 아주 깨끗한 1등급 수질의 초순수 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1μm(100만분의 1m) 단위의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처리 기술에 따라 수율(생산품 중 문제없는 양품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GS건설이 2011년 인수한 GS이나미는 반도체 같은 시설뿐 아니라 스마트 양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부산시가 추진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중금속‧바이러스 등 해양 오염 우려가 있는 해산물을 정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신세계푸드와 협약을 맺고 연어 양식을, CJ피드앤케어와 연어양식 사료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에 재빨리 뛰어들어 결실을 얻고 있죠. 2019년 폐기물 전문업체인 인선이엔티를 인수했는데요. 자회사인 인선모터스는 국내 폐자동차 해체‧파쇄재활용업계 1위 업체입니다.    아이에스동서의 자회사인 아이에스비엠솔루션도 연간 7000t 분량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파쇄)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폐배터리 투입부터 가공까지 일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공장을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신재생 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직접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을 갖춘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경북 구미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공장을 세웠는데요. 이곳에서 국내 최초로 SOFC의 역반응인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 1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고 2000만 달러(약 268억원)를 투자해 엑스에너지가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했습니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고온의 헬륨 가스 같은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하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업체입니다. DL이앤씨는 SMR 가동 시 발생하는 600도 이상의 높은 열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및 암모니아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부생수소 플랜트를 지었던 경험을 살리는 거죠.   아이에스동서가 주력인 주택 사업을 대신할 신사업으로 폐기물, 폐배터리 등을 활용하는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 아이에스동서  ━  “건설주, 무릎이 맞을까?”   그러면 궁금해집니다. 건설주 주가가 현재 무릎인 걸까. 신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건설업체의 주력은 주택사업이죠.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한 13조4000억원입니다. 주택뿐 아니라 공공‧민간, 건축‧토목 등 전 건설 부문에서 수주가 일제히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주택 경기 회복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전국 미분양은 7만2104가구로, 전달보다 3334가구 줄었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미분양이 줄어든 것은 처음입니다. 새 공급 물량이 적으니 새 아파트에 관심 있는 수요가 미분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거죠.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0여만 가구로, 한 달 새 예정 물량이 2만여 가구 줄었습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선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해외 수주 소식이 솔솔 들려옵니다. 지난 1분기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61억787만4000달러(약 8조2089억원)를 수주했죠.   건설업계 큰 형인 5대 건설사(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의 1분기 영업이익도 양호합니다. 지난 1분기 5대 건설사의 합산 신규 수주는 17조6000억원으로, 수주 목표 달성률의 21.4% 수준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이익 추정치 하향이 멈췄다. 지난해 주택 마진 하락과 해외 일회성 이슈 등으로 실적 시즌마다 떨어졌던 이익 컨센서스가 드디어 멈춰 선 것이다. 한두 기업의 선방이 아닌 5개 건설사가 모두 고른 실적을 발표했기에 업종 측면에서 더욱 긍정적이다.(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입니다. 대부분 증권사가 주요 건설업체 주가를 투자의견(Buy)으로 봅니다. 하나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 주가를 3개월 만에 1만원 높였습니다. 지난 1월 4만5000원에서 지난달 6일 5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12일 현대건설 주가는 주당 3만9200원입니다.   GS건설을 볼까요. 한화투자증권은 GS건설의 목표주가(지난달 28일 기준)를 3만1000원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2만1100원(지난 12일)입니다. 유안타증권도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잡았습니다.   (GS건설의) 해외 개발사업 이익이 가시화하기 시작했고 신사업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2분기에도 신사업 이익 기여는 추가 확대될 전망이다.(조정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가 연초부터 규제 완화에 나섰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꿈틀대고 있지만, 여전히 하반기 경기는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년 2분기를 부동산 경기 바닥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어 부동산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서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본다.(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실물 경기나 주식 등 다른 자산 시장보다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했다고 판단하기엔 전반적으로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불씨도 남아 있죠.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선 분양, 후 시공’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부동산을 짓기 전에 먼저 파는데요. 그래도 부동산을 지을 땅을 살 자금과 사업 진행비는 필요합니다. 이 자금은 PF를 통해 마련하는데 일정 기간 후 만기가 도래하면 연장합니다. 최근 고금리 여파로 PF를 받기도 어렵고 이자 부담도 커졌죠.   건설사가 PF에 직접적인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대부분 책임준공 형태로 공사를 진행합니다. 예컨대 아파트 도급 공사를 수주했는데 PF가 무산되거나 미분양이 생기면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대위변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들은 부동산 가격이 현재 가격에서 안정된다고 해도 부실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시세가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서 설정된 브릿지론은 시세 하락과 공사비 증가, 금융 비용 증가로 인해 사업 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박해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2023.05.14 16:22

  • ‘미국 침체 아니다’란 주장, 그게 더 위태로운 이유

    ‘미국 침체 아니다’란 주장, 그게 더 위태로운 이유 유료 전용

      ■ 머니랩 프리뷰 「 정보는 돈입니다. 투자자가 금융·자산시장의 이슈와 이벤트를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죠. 머니랩이 전문가 6명(그래픽 참조)의 조언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꼭 챙겨 봐야 할 다음 주의 시장 이슈와 이벤트를 키워드로 정리해 매주 금요일 배송합니다. 」  4월부터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대형 호재를 살리지 못했는데요, 예상보다 좋았던 기업 실적 역시 상단을 뚫어낼 정도는 아니었죠. 오히려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이 뒤로 밀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기 침체가 시장을 누르는 힘은 더 강해졌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기대보단 우려가 조금 더 앞선 구간”이라고 진단하네요.   국내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신나게 달리던 2차전지 관련주마저 멈췄고, 이후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인데요, 주도주가 없다는 건 치고 나갈 힘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수출 등 좋지 않은 지표와 부진한 실적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인데요, 물론 ‘이미 다 반영된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베이징 시내의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5월 셋째 주(5월 15~19일) 시장의 키워드는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미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  📍키워드: 중국의 회복세    중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0.6% 증가했습니다. 2월(3.5%)과 시장 전망치(7.4%)를 모두 크게 웃돌았어요. 품목별로 보면 금·은·보석류 37.4%, 의류 17.7%, 스포츠용품 15.8% 등의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자동차도 전달 마이너스에서 11.5%로 훌쩍 뛰었죠. 중앙∙지방 정부가 일제히 힘을 실은 소비 활성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분기 전체로도 5.8% 증가했는데요,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망치(4.0%)를 훌쩍 뛰어넘은 4.5%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죠. 질적 성장의 바로미터인 산업생산은 회복이 더뎠습니다. 1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3.0%에 그쳤죠. 부동산 경기를 알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1분기 5.1%로 전망치(5.7%)에 못 미쳤습니다. 인프라 투자는 그나마 괜찮은데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문제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쉽게 말해 소비 빼곤 다 좋지 않다는 건데요, 중국 GDP 기여율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4%에 달합니다. 산업과 부동산 회복이 더디니 일단 소비가 버텨줘야 하는 상황인 거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꺾인 걸 보면 애매한 시점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게 분출되긴 하나 폭발하는 모습은 아니다. 4월은 1분기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경기 반등의 강도를 본다는 점에서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세계가 중국 경제의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근엔 부정적 전망이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비중이 큰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구체적인 언급을 다뤘어요. 이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CEO는 “중국은 올해 기대만큼 매출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중국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아직 그런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죠.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NH투자증권의 중국 탐방 보고서였는데요, 현지 대표 기업과 투자자를 두루 만나고 왔는데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양호한 1분기 경제지표와 현지 기업과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현지 업계의 눈높이는 예상보다 더 낮았고,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치 또한 낮았다. 속도가 느리지만 경기가 회복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경제지표도 양호하기 때문에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국이 딱히 빠른 회복을 원치 않는 뜻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명품 판매가 꾸준한 걸 보면 부유층의 경우 소비엔 별문제가 없고, 연휴 기간 폭발한 소비를 보면 여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방역을 하던 기간에 돈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예금 잔액도 많은 수준이다. 중산층 소비가 꾸준하게 늘어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 심리에 제대로 불이 붙기는 어렵다. 예전 같으면 지방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 했을 텐데 재정 여력도 부족하고, 딱히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미국은 침체의 길로?   얼마 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어요. “미국 경제의 믿을 수 없는 시간(Incredible period)이 끝나 가고 있다”는 표현이었죠. 버핏이 근거로 든 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과잉 재고였습니다. 기업의 장사 환경이 나빠진다는 뜻이고, 주가도 상승하기 힘들 거란 논리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여전히 강력한 고용이나 물가상승률만 보면 진짜 침체가 올까 싶지만 그럴 조짐이 보이는 지표도 있습니다. 소매 판매도 그런데요, 미국 역시 민간 소비의 중요성이 큰 나라죠. 소매 판매 지표가 조금 나쁘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간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못하면 곳곳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일단 지난 3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1.0% 감소해 시장의 예상보다 나빴는데요, 지난 3월까지 5개월 중 4개월이 마이너스였습니다. 4월 소매판매 전망치는 0.7% 증가인데요, 3월보다 나아지는 것이니 결과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거로 보입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미국 시장의 큰 흐름은 ‘배드 이즈 굿, 굿 이즈 배드(Bad is good, Good is bad)’였다. 거시 지표가 잘 나오면 추가 긴축을 걱정하고, 거시 지표가 나쁘면 금리 인상이 제약될 테니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식이다. 하지만 얼마 전 긍정적인 고용 지표가 나온 뒤엔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이 없는 건 확실하니까 경기 지표가 좋으면 침체를 피할 수 있겠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번 소매 판매 지표가 좋을 경우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한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하지만 이미 미국은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 나온 조사에서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설문 결과도 수십 년 만에 가장 안 좋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례적인 고용 호조가 이어지면서 ‘침체가 아니다’ ‘침체가 안 온다’ 같은 주장이 계속된다. 침체가 아니면 그건 더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발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충격은 피할 수 없다. 자산 시장이 한두 차례 흔들린 뒤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럽다.(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  📍키워드: 미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 긴장감   미국은 다음 주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때문인데요, 미국은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을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부채 한도를 설정합니다. 한도가 차면 의회가 이를 상향 조정하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9일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지난 1월 이미 한도(31조4000억 달러)를 초과했는데요, 특별조치로 6월 1일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그것도 이제 20일 남짓입니다. 어떻게든 협상을 해서 한도를 올려야 하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견해차가 상당히 큰 상황이죠. 지난 9일 조 바이든(민주당)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당) 하원의장이 오랜만에 회동을 가졌는데, 합의에 이르진 못했어요.    양당은 향후 2주간 집중 협상을 벌이기로 했는데 19~21일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현실적으로 다음 주 내에 협상을 끝내야 할 상황인 거죠. 바이든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요, 공화당 압박용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파국으로 가지 않을 거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지속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부담스러운 요인입니다. 만약 타협에 실패해 디폴트를 초래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재앙이 불가피할 거고요.   재정수지는 경기 역행적 성격이 있다. 민간 경기가 좋으면 정부가 돈을 덜 써도 되고, 경기가 나쁘면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기가 좋았으니 재정수지가 개선돼야 하는데 도리어 늘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와서 여러 곳에서 재정지출을 많이 늘려서다. 공화당 입장에선 이런 부분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기싸움도 치열하다. 6월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공포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란 대형 이벤트도 있습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 선진국 정상이 모이는 행사죠. 이번에 채택될 공동성명엔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거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지난달 G7 외교장관 회의 공공성명에 이미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이 돼야 한다’ ‘일방적 무역 행위에서 벗어나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어요. 중국은 ‘악의적으로 중국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죠.    미국과 가까운 나라들이고,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기 때문에 정상의 합의된 언어로 표현된다고 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위 측면에서도 이미 강한 수준의 발언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 위험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2023.05.11 17:08

  • “신입 연봉이 나보다 높네” 과장님 푸념 부른 ‘특별계좌’

    “신입 연봉이 나보다 높네” 과장님 푸념 부른 ‘특별계좌’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머니 인 뉴스 12. 고소득자도 혜택, 청년도약계좌 뜯어보기  약 287만 명이 가입한 ‘청년희망적금’의 업그레이드 상품이 오는 6월 출시된다. 가입 대상과 월 납입액, 기간을 확대한 ‘청년도약계좌’다. 연봉 6000만원을 받는 고소득자도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충족하면 월 70만원씩 저축해 5년 뒤 5000만원 가까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이다. 청년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며 일부 3040 직장인들 사이에선 “신입사원의 연봉이 나보다 더 높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머니 인 뉴스에서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의 모바일 가입 화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5부제 가입 방식으로 출시됐다. 연합뉴스  ━  📂‘이건 알고 시작하자’이번엔 당신도 주인공!   지금까지 출시된 청년 통장은 저임금·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고소득자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 대상을 대폭 확대해 고소득 청년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대상은 만 19~34세다. 병역을 이행한 경우 병역이행 기간(최대 6년)은 연령 계산에서 빼준다. 병역이행 기간이 6년이면 만 40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대부분의 군필 남성은 만 36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은 개인소득(총급여 기준) 6000만원 이하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중위소득 180%의 기준은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개인소득이 6000만원을 넘더라도 혜택을 받을 기회가 있다. 개인소득 6000만원 초과~7500만원 이하는 정부 기여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받을 수 없지만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있다. 5년 만기 적금인데, 이자 소득에 부과되는 15.4%(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통장이 되는 셈이다.    단, 소득(총급여)에 상관없이 직전 3개년 중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이자·배당 소득의 합이 2000만원 초과)를 낸 적이 있다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도해지를 하면 그동안 쌓아 온 정부 기여금은 물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상품의 설계 의도가 청년층의 목돈 마련(중장기 자산형성)을 장려하기 위해 장기저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해지 시 일반 적금처럼 예치 기간별 중도해지이율을 적용해 원금에 쥐꼬리만 한 이자를 돌려받게 된다. 예컨대 KB국민은행 적금 상품의 경우 1개월 내 해지 시 0.1%의 이자만 받는다. 가입 기간이 11개월 이상이라도 ‘기본이율의 90%x납부월/만기월’로 계산해 이자를 지급한다.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데 5년 동안 자금이 묶여 있는 게 부담스럽다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특별중도해지 사유에 해당해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별중도해지 사유에는 가입자의 사망·해외이주, 가입자의 퇴직, 사업장의 폐업, 천재지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뿐 아니라 생애최초 주택구입이 포함돼 있다.     ━  📂‘기본편’그래서 내 주머니에 얼마?   가입 요건을 확인했다면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 볼 차례다. 매달 70만원씩 5년간 납입했을 때 실질적으로 얼마의 목돈을 쥘 수 있을까.    청년도약계좌의 만기는 5년으로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지만, 남은 2년에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아직 금리는 확정되지 않았다. 계산을 위해 일단 금리(단리)는 편의상 청년희망적금 수준인 연 5%로 상정했다. 개인소득 구간별 받을 수 있는 정부 기여금은 아래 표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사례1. 연봉 5000만원, 월 70만원씩 납입 개인소득 5000만원이면 소득 구간이 6000만원 이하이므로 월 70만원 납입 시 월 2만1000원의 기여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매달 72만1000원(월 납입액+월 기여금)을 연 5%의 금리를 적용해 만기(5년)까지 납입한 뒤 받을 수 있는 돈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 4875만7625원이다. 원금이 4200만원인 만큼 675만7625원의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사례2. 연봉 3000만원, 월 50만원씩 납입  소득이 적으면 매달 70만원씩 넣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소득이 낮은 경우엔 일부(월 40만원 이상)만 납입해도 기여금은 월 한도만큼 다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인소득이 3000만원이면 소득 구간이 2400만원 초과~3600만원 이하에 해당되는 만큼 월 50만원만 넣어도 월 기여금 한도인 2만3000원을 받아갈 수 있다. 이 경우 앞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5년 뒤 3536만7875원을 수령하게 된다.    📂‘심화편’갈아타 말아?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장려하기 위한 ‘유사 상품’은 매우 많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정부부처·지자체가 청년의 자산 형성 지원을 목적으로 출시한 금융상품은 22개에 달한다.   금융위원회의 청년희망적금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청년내일저축계좌, 고용노동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 있다. 이 밖에 서울시 희망두배청년통장, 경기도 청년노동자통장, 부산시 청년기쁨두배통장, 대구시 청년희망적금, 대전시 미래두배청년통장 등도 있다. 여기에 올해 3월 출시된 비과세 펀드인 청년소득공제장기펀드도 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이들 상품은 청년층의 자산 형성 사다리로 잘 활용할 수 있다. 정부 부처·지자체가 출시한 대부분의 상품은 청년도약계좌와 중복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청년도약계좌에 중복해 가입할 수 없다.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려면 청년희망적금을 중도 해지하고 갈아타거나 만기 후 청년도약계좌로 옮겨가야 한다.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 36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2년 만기로 월 최대 50만원씩 납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최대 50만원씩 매달 꼬박꼬박 넣었을 때 만기 때 최대 36만원의 저축장려금(1년 차 납입금의 2%, 2년 차 4%)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은행에 따라 최대 1%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수는 241만4000명이다.   금융위 측은 “저소득층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상품과 중소기업 재직 청년을 위한 고용 지원 상품은 동시 가입을 허용하지만, 사업 목적이 유사한 청년희망적금 만기 후 청년도약계좌의 순차 가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위해 섣불리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예산(올해 3678억원)이 넉넉하게 책정된 만큼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의 만기(2년)가 끝난 뒤 가입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청년도약계좌의 금리 수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청년희망적금의 금리가 충분히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희망적금은 최대 연 6% 금리(확정금리 연 5%+최대 1%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청년도약계좌는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남은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청년도약계좌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매달 납입해 중장기 자산 형성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개인 사정에 의해 납입하지 못하더라도 만기 때 납입한 금액에 해당하는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만기까지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특별중도해지 사유 외에, 목돈을 중도에 인출해야 할 때는 계좌 해지보다는 예적금담보부대출 등을 활용해 최대한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 이를 위해 예적금담보부대출의 가산금리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최치연 금융위 청년정책과장)

    2023.05.10 16:13

  • “워런 버핏 스타일로 짜줘” 월가도 반한 ‘내 ETF 만들기’

    “워런 버핏 스타일로 짜줘” 월가도 반한 ‘내 ETF 만들기’ 유료 전용

    자산 관리에 있어서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월가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블로그 중 하나인 ‘리폼드 브로커’의 운영자이자 20억 달러(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조슈아 브라운은 2020년 12월 미 투자 전문매체인 배런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일반 공모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체했던 것처럼 ETF 시장을 다시 다이렉트 인덱싱이 대체할 수 있다는 거죠. 조슈아 CEO는 다이렉트 인덱싱을 접하고는 “앞으로 고객 돈 10억 달러는 이걸로 모아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리톨츠는 운용 자산의 15%(2021년 기준)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조슈아 브라운. 리폼드브로커 트위터 캡쳐   다이렉트 인덱싱은 리톨츠뿐 아니라 미국 자산운용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비즈니스 중 하나인데요.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와 블랙록, 피델리티, 뱅가드 등이 2020년부터 다이렉트 인덱싱 전문업체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ETF로 유명한 뱅가드가 2021년 7월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스트 인베스트(Just Invest)’를 인수한 건 미국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Passive) 투자’를 대표하는 뱅가드가 회사 역사상 최초로 인수한 회사였기 때문이죠. 뱅가드가 다이렉트 인덱싱을 미래 자산운용업의 핵심 비즈니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스피200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정형화된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기성품 정장이라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맞춤 정장’ 같은 투자 상품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주식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ETF처럼 한 번의 거래로 포트폴리오 내 모든 주식을 동시에 매수·매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이렉트 인덱싱의 또 다른 이름이 ‘맞춤’을 의미하는 ‘비스포크(Bespoke)’ 인덱싱입니다. 뱅가드는 투자자 개인을 위한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화 인덱싱(Personalized Indexing)’이 가장 정확한 용어라고 설명합니다.   ‘나만의 지수’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에게 다이렉트 인덱싱은 개별 주식을 하나하나 거래해야 하는 기존의 주식 투자(HTS, MTS)와 제시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야만 하는 투자 상품(ETF·펀드·로보 어드바이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기존의 주식 투자에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해도 개별 종목을 하나하나 복잡하게 거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또 내가 원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종목을 교체하는 리밸런싱(정기 변경) 과정도 번거로웠죠.    ETF나 펀드 같은 집합투자상품 중에서는 지수를 추종하되 펀드 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전략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매니저의 의도대로 변화를 줄 뿐 투자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바꿀 순 없었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투자자의 성향과 목적에 맞게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라는 상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자가 요청하면 증권사가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으론 운용 기관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대부분 일임했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이렉트 인덱싱은 ETF 시장이 지난 20여 년간 구축해 온 개별 주식의 번들링(묶음) 작업을 다시 해체하는 시도입니다. 기성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자의 목적과 성향에 적합하도록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진행하는 작업이죠.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    ━  미국선 ‘절세 전략’으로 성공…시장 규모 600조원 이상    경영 컨설팅펌 올리버와이먼과 시장조사업체 세룰리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의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약 4620억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600조원이 넘는 규모인데요. 물론 미국의 ETF 시장(8조 달러)과 비교하면 미국 내에선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600조원이 작지 않은 규모라는 건 분명합니다.    또 주목할 대목은 성장성인데요. 2018년 미국의 다이렉트 인덱싱 자산 규모는 1300억 달러였지만 2019년엔 2배가 넘는 2700억 달러로 커졌습니다. 2020년엔 3500억 달러로 2019년보다 3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향후에도 연간 12%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서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개인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인덱스 투자에도 개인의 선호를 반영해 줬으면 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하면 HTS나 MTS를 통해 본인이 언제든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어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가령 최근 2차전지주가 급등해 내 포트폴리오에서 2차전지주를 비중을 줄이고 싶다면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코로나19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ETF 내에서도 자신만의 ESG 기준에 맞지 않는 기업을 빼고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겁니다. 제블린 스트래티지앤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의 64%(중요함 30%, 매우 중요함 34%)가 투자할 때 ESG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특히 Y세대(1980~94년생)과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와 같은 젊은 층이 인식하는 ESG 중요도는 80%(중요함 37%, 매우 중요함 43%)에 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다이렉트 인덱싱에서도 제공되는 중요한 서비스가 ESG 필터링입니다. 뱅가드가 인수한 저스트 인베스트에선 투자자가 화석연료·환경·동물복지·인권·도박·담배·성별 다양성·저탄소 배출 등의 항목을 선택해 관련 종목을 걸러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스트 인베스트의 투자 성향 체크 리스트. 저스트 인베스트   두 번째는 절세 전략으로 활용도가 높아 고액 자산가에겐 매력적이었죠. 미국은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길 때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적용하는 손익통산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주식을 500만원의 수익을 봤더라도 B주식에서 50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그 합이 0이 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이런 손익통산 방식을 다이렉트 인덱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S&P500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을 때도 일부 종목은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잖아요. 다이렉트 인덱싱은 실질적으로 개별 주식을 보유하기 때문에 평가 손실 종목들을 매도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과표 기준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를 ‘세금 손실 수확(Tax Loss Harvesting)’ 전략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다이렉트 인덱싱은 이런 방식으로 ETF보다 1~3% 수준의 ‘택스 알파(Tax Alpha)’를 챙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대부분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s), 우리로 따지면 일임 계약 형태로 이뤄집니다. 투자자들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어드바이저나 프라이빗뱅커(PB)가 투자자의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고 자문해 주는 식인 거죠. 이 때문에 최소 가입 금액이 25만~30만 달러(약 3억3000만~4억원) 정도로 고액 자산가가 주 고객층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최소 투자금액이 점차 낮아져 고객층을 소득 상위 10~30% 수준의 대중부유층 이하까지 포섭하려는 추세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난해 찰스슈와브가 최소 투자금액을 10만 달러 수준(연보수 0.4%)로 낮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선보였고요, 피델리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소 투자금액을 5000달러(연보수 0.4%) 서비스와 최소 투자금액이 아예 없는 서비스도 내놓았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한국화된 다이렉트 인덱싱…전문가가 추천하는 활용법 넷   국내에서도 이제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한 투자가 가능해졌습니다. 국내 증권사와 핀테크 업체가 최근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가 국내 최초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지난 2월엔 NH투자증권이, 4월엔 KB증권과 KB자산운용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한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관련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겠죠.   미국에서 건너온 국내 다이렉트 인덱싱은 한국 환경에 맞게 진화했습니다. 미국에선 PB가 지수 투자를 주로 하는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절세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국에선 개인 투자자가 MTS를 통해 직접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개인화 전략에 집중했죠. 미국에선 패시브 투자의 보완재 성격이 짙다면, 모바일 접근도가 높은 한국에선 오히려 원하는 테마 투자를 용이하게 해주는 액티브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겁니다.   이는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2025년으로 유예된 영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다이렉트 인덱싱의 저변이 넓어진 계기가 절세 전략에 활용도가 높아서였는데요. 한국에선 금투세가 도입되기 전까진 금융투자소득 내 손익통산이 허용되지 않아 절세에 활용할 수 없죠.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개별 주식에 투자해 리스크를 키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수에 투자하면서 개인들의 직접 투자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이 매력적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이렉트 인덱싱’ 활용 투자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①추천 포트폴리오에 개인 취향 ‘한 방울’ 주식 투자에 능숙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기존 지수를 이길 만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담은 지수, 또는 프리셋(사전에 구성된 예시 포트폴리오)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코스닥 등 기본 시장 지수를 비롯해 자체 개발한 아이셀렉트(i-select) 지수를 제시하고 여기서 투자자의 개인 성향에 따라 종목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가 검증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을 모은 K-강소기업지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비메모리지수, ESG 지표가 우수한 AI ESG 지수 등 다양한 i-Select 지수 등이 있는데요.    이 중 최근 크게 오른 iSelect 2차전지 지수로 다이렉트 인덱싱을 해보겠습니다. 이 지수는 키워드 필터링으로 1차 종목을 추출한 뒤 NH투자증권 2차전지 섹터 애널리스트의 평가를 통해 종목을 선별한 건데요. 제시된 투자 종목의 비중을 보면 에코프로가 14.5%로 가장 높았고, 포스코퓨처엠(10.2%), 에코프로비엠(9.6%), SK이노베이션(7.7%), LG에너지솔루션(7.6%)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6.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7.2%) 수익률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과거 수익률이기 때문에 실제 투자할 때는 여러 투자 판단이 뒤따라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최근 매도 보고서가 등장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의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빼고, 다른 종목들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2차전지 지수를 기초로 해서 투자하되, 최근 주가가 급등한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는 비중을 덜어내는 전략 구사가 가능합니다. ETF라면 일부 종목만 덜어내는 투자는 불가능하고, 비중을 줄이려면 ETF 모두를 매도하는 방법밖에 없죠. (반면에 다이렉트 인덱싱으로는) 2차전지주와 자동차주, 철강주, 소재 테마 등을 섞어 ETF로 출시되지 않은 조합들도 자신만의 지수로 만들어 투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에 액티브 투자 투자를 하다 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주도하는 주도주나 테마주가 있기 마련인데요. 지난해 말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 테마와 올해 들어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의 급등 현상이 대표적이죠.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거나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테마에 엮여 급·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은 피해야겠지만, 업황이 살아나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도주나 테마 종목을 그냥 놓치기는 아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때 다이렉트 인덱싱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 개별 종목 투자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도 전문가들은 추천했습니다.    미국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은 절세를 위해 지수에서 한두 종목을 교체하는 수준으로 패시브 투자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확산됐다면, 한국에서는 아예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으로 구성한 액티브 투자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태조이방원’이라는 테마는 어떤 자산운용사도 ETF로 내놓지 않거든요. 이런 테마의 종목을 선택하고, 증권사에서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는 종목을 골라내는 방식의 투자 전략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겁니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③투자의 대가 ‘고래’들의 투자 전략 따라 하기 ‘가치 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빌 애크먼 등 투자의 대가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면 어떤 종목을 선택하게 될까요. 또 수익률은 어떨까요. 아직 이들이 투자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는데요. 이들의 투자 철학에 맞는 국내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서비스는 나왔습니다.    KB증권에서 벤저민 그레이엄 투자 전략을 따라 다이렉트 인덱싱을 해보면 삼성전자(53.79%)와 현대차(5.8%), 기아(4.8%), 현대모비스(2.83%), 삼성물산(2.83%) 등 5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줍니다.    벤저민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유동비율 200% 초과 ▶장기부채보다 순유동자산이 많은 종목 ▶주당순이익(EPS) 연 성장률 3% ▶주가수익비율 15배 미만 등의 세부적인 투자 기준을 마련해 국내 주식시장에 적용한 결과입니다. 종목 교체 없이 제시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다면 최근 1년 수익률은 55.66%로 산출됩니다. 물론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고요. 모든 대가의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넘어서는 건 아닙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④투자 프로라면, 원하는 퀀트 전략에 맞춰 종목 선별 가능 퀀트 투자에 익숙한 프로 투자자라면 두물머리가 서비스하는 ‘테일러’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종목 스크리닝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해외 주식도 가능하죠. 테일러에선 유명 투자 전략 모델을 점수화한 투자 전략 스코어, 주식이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따져보는 가치 지표, 기업이 얼마나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체크하는 효율성 지표, 이 밖에도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 거래량, 주주정책, 애널리스트 전망 등 선택할 수 있는 투자 팩터가 총 116개나 됩니다. 팩터 하나하나의 비중 조절도 가능하죠.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에게 의뢰해 미국 헬스케어 산업에서 성장 모멘텀이 높은 종목들만 추려 봤습니다. 나만의 전략으로 만든 이 지표의 최근 10년간의 누적 수익률은 463.47%로 미국 S&P500 지수 수익률(205.3%)을 뛰어넘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어요. 그래서 최근 챗GPT를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챗GPT에 ‘배당주 중에 성장을 많이 하는 시가총액 상위 10%의 종목 20개를 골라줘’라고 입력하면 백테스트 결과를 내놓는 식이죠. (천영록 대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3.05.09 15:55

  • 3년 수익률 187% 펀드매니저 “가만 있어라, 그것도 투자다”

    3년 수익률 187% 펀드매니저 “가만 있어라, 그것도 투자다” 유료 전용

    국내 공모펀드의 전성기는 2008년 세계금융 위기 직전이었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물론 투자자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하던 때였죠. ‘적금 말고 적립식 펀드’란 구호가 통하면서 공모펀드 설정액이 172조원에 달할 정도였어요. 이후론 내내 내리막길이었습니다. 펀드의 실력은 수익률로 나타나는데, 마이너스인 펀드가 수두룩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수수료는 떼 가니까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하는 생각이 들 법합니다.   유명상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김현동 기자   펀드매니저가 직접 굴리는 공모펀드의 인기가 시들한 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 ‘내가 직접 하겠다’며 나선 개인투자자가 확 늘어난 것도 한몫했죠. 이렇게 여러 요인이 맞물려서 국내 공모펀드 설정액은 최근 100조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중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조원 정도로 2008년의 4분의 1 수준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과가 좋은 공모펀드가 있으면 유독 눈에 띕니다. 현대자산운용의 ‘현대강소기업펀드’가 그렇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00위 이내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 즉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펀드입니다. 이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86.85%(A클래스 기준)에 달해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중 단연 돋보입니다.   돌아보면 지난 3년의 증시는 혼란의 연속이었죠.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락→2021년까지 이어진 반등→금리 인상과 맞물린 2022년의 부진→방향을 정하지 못한 2023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였습니다.    상승장에서 ‘반짝’ 성과를 내는 펀드야 많지만 이런 펀드일수록 하락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대강소기업펀드’는 상승장에선 더 벌고, 하락장에선 손실을 줄였습니다. 증시가 내내 고꾸라진 지난해 하반기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최근 6개월 수익률도 18.96%로 벤치마크(비교지수) 9.18%를 훨씬 앞섰습니다.    투자자도 실력을 인정한 것 같습니다. 올해 초 90억원 정도였던 운용 규모가 지난 4월 말 314억원으로 늘었어요. 불과 넉 달 만에 덩치가 3배로 커진 거죠. 유명상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회사를 떠났다가 2020년 3월 복귀해 지금까지 이 펀드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주역인 셈이죠.   지난 4일 여의도 현대자산운용 본사에서 유 팀장을 만났습니다. 그가 꼽은 좋은 중소형주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  「 ① 성장하는 업종인가 ② 업종 내 핵심 밸류체인에 속했는가 ③ 실적이 좋거나, 좋아질 것인가 」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지만 중소형주일수록 가능성만 볼 게 아니라 기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공모펀드 중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성과를 복기해 본다면요.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2021년까지는 상승장이었는데 이럴 땐 누가 더 주도업종 비중을 많이 가져갔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하죠. 저희는 헬스케어와 2차전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환경에서 경기관련주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도 늘렸죠. 나름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반면에 지난해엔 연초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하락장이 이어졌죠. 게임이나 반도체 비중을 낮추고, 엔터주와 방산주 비중을 늘려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 같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엔터주와 방산주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적 측면에서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고 봤어요. 엔터주는 일단 K팝을 바라보는 인식과 소비문화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이죠. 매출도 뜯어 보면 과거엔 내수 일색이었지만 수출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방산주 역시 수주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수급이 개선된 측면도 있죠. 여기서 그친다면 소위 말하는 테마주에 그치는 거지만 LIG넥스원이나 현대로템 같은 기업의 가파른 수주 증가는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른 공모펀드, 주식형 펀드와 전략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요. 종목을 40개 정도로 압축하는 편입니다. 다른 펀드와 비교하면 조금 적은 편이에요. 물론 공모펀드다 보니 벤치마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만, 최대한 노력하는 편입니다. 벤치마크를 너무 의식하면 원하지 않는 종목도 어느 정도 담아야 하고, 주식 비중도 90%로 꽉 채워서 운용하게 돼요. 현금 비중을 30%까지 높이기도 했죠.   관망이 낫다고 판단한 거군요. 2022년 증시가 꺾이면서 수익을 많이 냈던 게임주나 소프트웨어 주가도 빠르게 하락했어요. 금리 인상을 피하기 힘든 대표적인 업종이죠. 일부 종목에서 손실이 나기도 했는데 일단 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팔고 나니 현금 비중이 높아졌는데 거기서 또 기다린 거죠. 정말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요. 맞아요. 저도 손이 먼저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개인투자자도 그렇겠지만 현 시점에서 투자할 만한 종목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없을 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역시 투자인 거죠.   유명상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김현동 기자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남들이 보는 걸 못 봤다거나요. 올해 초가 가장 아쉽죠. 2차전지에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했어요. 물론 투자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좀 더 확신이 있었다면 종목당 4~5%씩 비중을 키웠겠죠. 에코프로나 엘앤에프나 성장 산업에 속한 좋은 기업인 건 분명한데 이런 정도의 레벨업은 예상하지 못했죠.   2차전지 열풍, 계속될 거로 보시나요. 성장이 희소했던 국면에서 나온 쏠림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성장 기대가 가능했던 게 사실상 2차전지밖에 없으니까 수급이 쏠리고, 덩치 큰 종목에서 급등이 나오니까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올라간 거죠. 현재 주가 수준은 향후 4~5년의 기대치를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과열이죠.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건 아니고요. 다만 기대치가 너무 빠르게 반영됐으니 쉬어 가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중소형주는 섹터도 다양하고, 종목 수도 많습니다. 큰 틀에서 일정한 분류가 필요할 것 같은데 나름의 방법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주가 변동이 거의 없는 종목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런 종목은 시장의 관심이 없다는 거니까요. 상승하거나 하락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적어도 들여다볼 의미가 생기죠. 많이 하락했다면 가격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펀더멘털보다 많이 빠졌다면 충분히 담아볼 만하겠죠. 상승하는 종목이라면 일단 ‘왜 오르지’라고 생각할 거고, 자연히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될 겁니다. 그 결과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하면 담는 거죠.   성장할 기업이란 판단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속해 있는 업종이 성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업종 내에서 핵심 밸류 체인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예컨대 전기차 시장이 확 커진다고 할 때 핵심은 2차전지, 2차전지의 핵심은 또 무엇, 이런 식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 가면서 밸류 체인과 관련 업체를 정리하는 겁니다. 전기차에 들어갈 부품을 만드는 기업은 너무나 많지만,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런 기업을 먼저 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외 종목은 나중에 투자해도 늦지 않죠.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고르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튼튼한 나무를 찾으라는 뜻이네요. 물론 어려운 일이죠. 펀드매니저라고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리서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핵심적인 기술력을 가졌는지, 진입장벽은 어느 정도인지, 매출과 이익이 어떻게 증가하고 있는지 독하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런 기준에서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업종이 있다면요. 미디어∙콘텐트 쪽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봅니다. 천천히 가는 듯해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기업도 많아졌죠. 엔터주와 비슷한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헬스케어도 빼놓을 수 없겠죠. 단기적으로는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자동차와 건설기계를 주목하고 있어요. 사실 건설기계는 실적이 너무 좋아서 놀랐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사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거든요. 미국 내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와 지속 가능성 등을 계속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는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히 중요하게 살피는 부분이 있다면요. 국가별 정책은 꼼꼼히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최근 많은 이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파워를 실감했듯이 정책의 변화는 유동성, 특정 산업의 성장, 경기 등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죠. 금리 같은 거시 지표는 당연히 잘 살펴야 하고, 최근엔 경기 침체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서 빠른 반등은 쉽지 않아 보여요. 기업은 투자해야 하고, 소비자는 뭐든 사야 하는데 이 정도 금리라면 아무래도 제약이 있죠. 금리가 높은 구간에선 성장 아이템 자체가 희귀해져요. 1분기에 2차전지나 로봇 같은 키워드가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면 경기 관련주로 관심이 금방 옮겨갈 수 있어요. 그러면 시장의 색깔도 많이 바뀔 테니 추이를 잘 살펴야겠죠.   중소형주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살펴야 할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리스크(위험) 관리가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 내 판단이 틀렸을 땐 과감히 이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매수 후 마이너스 20% 정도 됐을 땐 한 번쯤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같은 하락장에서 다 함께 빠진 거라면 추가 매수란 선택도 가능하겠지만, 해당 업종은 보합 또는 상승하고 있는데 내 종목만 빠진 거라면 뭔가 잘못된 거죠. 손절매는 늘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합니다.   유명상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김현동 기자   국내는 중소형주가 몰린 코스닥이 본연의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요. 코스닥 상장기업은 정보 공유가 잘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습니다. 펀드매니저도 접근이 어려운 종목이 많거든요. 대부분 업력이 짧은데 시장의 신뢰가 쌓이려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때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투자설명회(IR)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죠. 그나마 최근 코스닥 기업을 다루는 독립 리서치가 많아진 건 반가운 일이고요.   공모펀드의 위기, 액티브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워낙 ETF가 많아졌고, 해외 직접투자자도 흔해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투자는 리스크 관리가 동반된 수익이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이를 증명할 수 있으면 공모펀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투자자 입장에서도 펀드를 너무 단기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운용 철학과 스타일에 공감한다면 오래 같이할 친구 같은 느낌으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2023.05.08 16:10

  • 배당률 10%에 혹하지 마라, 美리츠 투자때 따져야 할 것

    배당률 10%에 혹하지 마라, 美리츠 투자때 따져야 할 것 유료 전용

    정기적으로 따박따박 소득이 생기는 인컴(Income)형, 금융상품형 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연간 배당률이 12%인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기사 보기)를 다뤘어요. 이번에는 미국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해부해 봤습니다.   국내 ‘서학개미’도 일찌감치 미국 리츠주에 관심을 기울여 왔죠.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리츠인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 티커명 : O)의 경우 한국 투자자가 보유 금액만 지난 3일 기준 2억8455만 달러(약 3778억원)입니다. ETF를 제외한 단일 종목으로는 해외 주식 중 20번째로 보유 규모가 큰 종목입니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배당률이 10%가 넘는 리츠들도 생기고 있어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도 함께 점검해 봤습니다.    ━  물가 상승기에 강하다더니… 지난해 농사 망한 까닭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빌딩 등 임대료가 나오는 부동산 자산을 취득한 뒤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회사입니다. 투자 대상 자산도 다양합니다. 빌딩과 쇼핑몰, 상가, 데이터센터, 창고, 통신탑, 아파트, 단독주택, 요양원, 연구단지 등 대부분의 부동산 자산이 리츠 상품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빌딩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한 리츠가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리츠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합니다. 부동산과 달리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데다 즉시 유동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개인투자자가 좀처럼 살 수 없는 데이터 센터나 통신탑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것도 매력입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리츠 투자는 월세 나오는 상가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매달 월세를 받아 현금 흐름을 만들 수도 있고, 상가 가격이 올라 자산가치 상승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리츠는 과세 소득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나눠주도록 정해 놨습니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대가로 이익의 상당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취지입니다.   리츠는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기 혹은 금리 인상기의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혀 왔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임대료도 오르기 마련이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어서죠.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주춤하게 되고 안정적으로 배당이 나오는 리츠에 돈이 모여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리츠의 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가 주식 추가 발행 등을 통한 공모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리츠는 생각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미국의 주식형 리츠지수(FTSE Nareit All Equity Index)는 지난해 24.95% 하락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18.11%)보다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례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가파르게 뛰며 부동산 시장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리츠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자산인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 리츠주 배당 수익률은 지난달 기준 연평균 4.22%인데, 미국 기준금리가 연 5~5.25%까지 올랐습니다.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어 두면 연 5%에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주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리츠에 투자할 매력이 줄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재택근무 확산에 흔들… 부동산 불패론 깨진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설도 변수입니다. 부동산 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지난 4월 기준 15% 하락했습니다. 특히 사무실용으로 쓰이는 상업용 부동산인 오피스(-25%)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습니다.   오피스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원인은 훌쩍 뛴 공실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무디스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미국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19%로, 1992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역사적으로 공실률이 가장 높았던 1991년(19.3%)에 근접한 수치예요, 1991년은 저축은행이 무더기로 파산한 S&L(저축대부조합) 위기 때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너무 뛴 것도 부담입니다. 대형 부동산 회사인 브룩필드 자산운용은 지난 2월 LA 대형 오피스빌딩 2개를 담보로 받았던 대출금(7억8400만 달러)을 갚지 못했고, 핌코(PIMCO) 등도 대출금 상환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과거에도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하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때마다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 수요도 다시 늘어나고,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 등으로 줄어든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을 경신하는 사이클을 타 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4일 이번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기사를 냈습니다.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의 확산이 결합하며 반등세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캐슬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주요 10개 도시 2600개 오피스 빌딩의 사무실 점유율은 지난 4월 마지막 주에는 49.8%를 기록했습니다. 사무실 점유율은 출입증 데이터로 직원들이 얼마나 사무실로 나와 근무하는지 집계한 데이터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여전히 절반 가까이는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재택근무로 인해 직원 1인당 점유 공간은 2015년보다 12% 감소했습니다. 공간을 덜 쓰다 보면 임대 수요도 줄 수밖에 없고, 수요가 줄면 임대료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생활용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파산처럼 전자상거래에 밀린 소매점의 폐점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향후 5년 안에 미국 내 5만 개의 소매점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을 했습니다.    ━  리츠, 금리 떨어지고 경기 회복할 때 강했다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 리츠주를 사야 할 이유가 있냐는 생각도 할 수 있겠죠. 우선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과 함께 리츠주도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금리 부담은 줄고 임대료만 잘 올라간다면 리츠주에도 다시 볕 들 날이 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리츠주의 가격이 싸졌다는 것도 관심을 가져볼 이유입니다. 리츠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회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NAV·자산-부채)를 크게 밑도는 주식도 많아졌습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미국 리츠의 NAV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은 평균 20.8% 수준으로 지난해 4월(8.9%)보다 할인 폭이 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리츠 1주를 100달러에 108.9달러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됐다면 올해에는 100달러를 주면 120.8달러어치의 부동산을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오피스의 경우 할인율이 57.9%까지 뛰었죠.   Fed의 금리 인상이 중단되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리츠의 성과가 돋보일 수 있다는 점도 리츠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로 꼽힙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리츠주는 과거 경기 침체 이전과 경기 침체 이후 모두 주식 대비해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보유 부동산 가격 변화에 따라 상승률 천차만별   그렇다면 좋은 리츠를 선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리츠주는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종류(섹터)와 지역에 따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섹터별로 미국 리츠 회사의 연초 대비 수익률만 살펴보겠습니다. 수익률이 좋은 분야는 셀프스토리지(10.02%)와 산업(9.39%), 데이터센터(7.54%), 주거(6.27%), 헬스케어(5.89%) 등입니다. 반면에 오피스(-18.08%)와 인프라(-5.29%), 리테일(-2.04%) 등은 수익률이 좋지 못했습니다. 앞서 임대 수요가 줄고 있는 분야라고 언급한 곳들입니다.   사실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등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영역이 확대되며 이후 주목받아 온 분야입니다. 리츠는 결국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올랐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린스트리트의 부동산 가격 지수를 다시 볼까요. 지난 4월 말 전체 상업용 부동산 지수는 131.3(2007년 8월=100)이었습니다. 조립형 주택(283.8)과 셀프스토리지(281.6), 산업용(221.2) 등의 상승이 가팔랐습니다. 반면에 몰(79.5)이나 오피스(85.2)는 오히려 지수가 하락했습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부동산 소유 관점에서 본다면 몰이나 오피스를 보유한 리츠보다 조립형 주택이나 셀프스토리지, 산업용 물류창고 등의 리츠에 투자했을 경우 주가 상승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실제 조립형 주택 리츠인 선커뮤티니(티커명 : SUI)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이 42.24%였고, 산업용 물류창고 리츠인 프로로직스(PLD)의 5년 수익률은 91.15%였습니다. 반면에 대표적인 오피스 리츠인 보스턴프로펄티즈(BXP)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59.27%였습니다. 향후 수요가 늘며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꾸준히 오를 자산으로 구성된 리츠에 투자하는 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리츠 배당률 10%에 혹해서 안 되는 이유   리츠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인 배당을 중심으로 리츠주를 선별해 본다면 배당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안정성의 핵심은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를 빼먹지 않고 낼 수 있는 임차인이 중요합니다. 강남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소유했는데,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여러 곳으로만 임차인을 구한 건물주의 마음이 한결 편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지역과 임차인의 업종을 다양화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성장성은 임대료 인상 가능성과 임대료를 늘릴 수 있는 신규 부동산 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는지 여부입니다. 앞서 말한 PLD는 미국 도심지 근처에 대형 물류창고를 많이 보유해 임대료 상승 등에 있어서 좀 더 이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프로로직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운영 중인 물류창고. 홈페이지 캡처   최근 들어 더 봐야 할 지표는 이자 부담입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리츠 주가를 누르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한 복합 리츠 회사인 버나도리얼티트러스트(티커 : VNO)는 올해 2, 3분기 배당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VNO는 주가 하락으로 연 배당률이 11%까지 치솟았어요. 높은 배당률에만 혹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결과죠. 마이클 프랑코 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순이자 비용으로 현금 흐름이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츠는 PER이 아니라 P/FFO라고?  리츠주의 기초체력을 알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일까요. 일반 회사라면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상승하는지를 보는 게 정확하겠지만, 리츠는 배당 가능 이익인 사업운영수익(FFO)이 중요한 지표입니다. FFO는 ‘당기순이익+감각 상각비-자산매각차익’으로 구합니다. 리츠 회사의 자산 대부분은 건물 등 부동산인 만큼 감가상각 비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감가상각은 장부상으로 나가는 비용인 만큼 실제 리츠의 현금 흐름과는 무관합니다. 여기에 부동산 매각 같은 일회성 수익도 빼게 됩니다.   이렇게 구한 FFO가 꾸준히 상승하는지가 결국 배당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회성인 매각차익까지 제거한 만큼 리츠가 안정적인 수입원을 바탕으로 매년 꾸준히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FFO는 임대료 수익이 오르거나 새로운 부동산 자산을 취득할 때 올라가게 됩니다. 참고로 FFO에 임대료 인상분은 더하고 일상적인 유지보수 비용과 자본 지출을 뺀 조정사업운용수익(AFFO)도 있습니다. FFO보다 좀 더 세밀한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FFO는 리츠의 밸류에이션 평가 때도 사용됩니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처럼 주가를 주당FFO로 나눈 P/FFO로 해당 리츠의 고평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오피스 섹터 리츠의 경우 23년 P/FFO 추정치가 9.15배였고, 산업 섹터 리츠는 20.3배였습니다. 산업 섹터가 성장성만큼 가격 프리미엄을 더 받고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  실전편 : 리얼티인컴으로 보는 리츠 종목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국 리츠 종목인 리얼티 인컴(Realty Income, 티커명 : O)을 통해 리츠를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리얼티인컴은 한국 투자자의 보유액만 지난 3일 기준 2억8455만 달러(약 3778억원)로 해외 주식 중 31번째로 보유액이 큰 종목입니다. 1994년 상장된 뒤 배당과 주가 상승을 포함해 연평균 14.6%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배당이 매력적인 주식이에요. 매월 배당금을 주는 데다 상장 이후 연평균 배당 증가율도 4.4% 수준입니다. 현재 연간 배당률은 4.94% 수준입니다.   리얼티 인컴은 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한 리츠지만 세부적으로는 넷리스 리츠로 분류됩니다. 넷리스는 임차인이 관리비와 보험료, 세금 등 건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의 임대 계약입니다. 리얼티 인컴의 경우 관리비·보험료·세금을 모두 임차인이 지불하는 트리플넷리스로 분류됩니다. 관련 비용을 임차인이 모두 내는 만큼 리츠 입장에서는 비용이 확 줄어드는 저비용 리츠죠. 임차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인 뒤 이를 재임대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전략’도 사용합니다. 롯데 계열사들이 롯데리츠에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재임대하는 방식입니다. 리얼티 인컴은 올해 3월 말 기준 1만2492개의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얼티인컴의 투자자 홍보자료. 임차인들의 다양성 등을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이 회사의 IR 자료를 보면 좋은 리츠의 요건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임차인 부분을 살펴볼까요. 공실률의 반대 개념인 점유율은 99%로 대부분의 부동산에 임차인이 있는 데다 남은 평균 임대 기간도 9.4년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임차인이 급감해 공실률이 치솟을 우려는 없습니다.   임차인의 질도 우수한 편입니다.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임차인이 41% 정도라고 하네요. 임대료를 떼일 걱정이 적은 우량한 임차인이 많다는 의미죠. 84개 업종의 1259개 고객사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고, 미국과 영국·이탈리아 등 50개 지역에 부동산 자산이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자산과 임차인이 골고루 분산돼 있으면 특정 지역과 업종이 위기에 빠져도 나머지 분야가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죠. IR 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의 92%가 경기 하락이나 이커머스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비중이 높은 임차인은 ‘미국판 다이소’인 달러제너럴과 약국과 소매점이 결합한 형태인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월그린 등입니다.   그렇다면 상업용 부동산과 경기 침체 등의 우려가 겹친 올해 1분기 실적은 어땠을까요. 매출은 9억4439만 달러,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은 2억2501만 달러였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6.9%, 12.8% 상승했습니다. 이자 비용이 금리 상승으로 1년 전(1억640만 달러보다 5000만 달러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도 순이익이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리츠에서 중요한 지표인 FFO는 6억8560만 달러였습니다. 지난해 1분기 FFO가 6억790만 달러였으니 1년 전보다 12.8% 성장했습니다. 주당 FFO도 1.04달러로 전년 동기(1.02달러) 대비 2%가 늘었습니다. FFO 대비 주당 FFO가 증가율이 낮은 건 리츠의 경우 부동산 자산 취득을 위해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리얼티인컴을 지금 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워낙 탄탄한 리츠이다 보니 다른 리츠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높은 편입니다. 주식정보 사이트 시킹알파에 따르면 리얼티인컴의 P/FFO는 15배 정도로 리츠 섹터의 평균(12배)보다 높은 편입니다. 리츠는 배당 외에 주가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노려야 하는데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관련기사 부동산 바닥일 때 리츠 사라? ‘年 8% 수익’ 청개구리 투자

    2023.05.07 16:29

  • 보증보험 들었다고 안심 말라, 전세금 다 날린 97건 ‘이 탓’

    보증보험 들었다고 안심 말라, 전세금 다 날린 97건 ‘이 탓’ 유료 전용

      ■  「 각종 정책과 새로운 혹은 변경되는 제도, 법안 및 뉴스에는 돈 되는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머니 인 뉴스’는 정책과 뉴스를 파헤쳐 자산을 불리고 지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    「 📍머니 인 뉴스 11. 유일한 전셋값 안전장치 전세보증보험 」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전세가 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주택시장이 혼돈의 양상이다. ‘빌라왕’ ‘전세왕’으로 불리는 집주인이 수백 가구를 전세 놓고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연초부터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집을 사기엔 자금 여력도, 주변 상황도 여의치 않은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을 지킬 안전장치는 마땅찮아서다.   현재 전세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세보증보험이 유일하다. 그런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고도 전세 사기를 당한 사례가 나타나자 ‘전세 포비아’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도 전세보증보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보증 대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한도를 줄이고 주택가격 산정 방식도 바꿨다. 머니랩이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뜯어봤다.   잇따른 ‘전세 사기’ 발생에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이건 알고 시작하자] 집값 90%까지 전세보증금 보호   전세보증보험이란 전세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상품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때 받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 날짜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는 전세보증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전세보증보험이다.   그동안 전세보증보험으로 보호할 수 있는 한도는 전세가율 100%였다. 집값의 100%란 의미다. 예컨대 전세로 살 주택의 집값에서 선순위 채권(전세보증금보다 우선변제권이 있는 담보채권)을 뺀 금액이 보증 대상이었다. 보증 최대 한도는 서울‧수도권이 7억원, 나머지 지역이 5억원이다.   그런데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개 경매는 주변 시세의 80% 안팎에 낙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보증 한도를 집값의 90%로 줄였다. 보증 한도를 줄인 이유는 ‘무자본 갭투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집값만큼 전세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자기 자본 없이 전세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서 세를 놓는 집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집은 요즘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전셋값보다 집값이 싼 ‘깡통전세’가 될 수 있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지난 1분기 7974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5260억원)보다 52% 늘었다.   주택 가격 산정 방식도 엄격해졌다. 지난해까지는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적용비율 140%*전세가율 90%)까지만 보호한다. 역시 ‘깡통전세’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바뀐 조건은 지난 1일부터 신청하는 신규 계약에 적용되고 이미 살고 있는 전셋집에 대한 재가입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신축 빌라같이 공시가격이나 실거래 가격이 없는 주택은 감정평가액을 주택 가격으로 보는데 빌라의 경우 감정가액의 81%보다 낮아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한 조치지만 역전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의 경우 전세 보증보험 한도를 전셋값 시세로 보는 관행이 있어서다. 전세 보증보험 한도가 줄어든 만큼 전셋값이 낮아지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이 1억5000만원인 빌라가 있다고 하자. 지난해는 전세 보증금을 전세 보증 보험 한도인 2억2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같다고 해도 전세 보증 보험 한도는 1억89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도가 줄어든 만큼 전셋값이 줄어들게 되면 집주인은 새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하게 된다.    3600만원의 차액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집주인들이 “팔려고 해도 팔리지도 않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발목잡혀서 대출도 못 받고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증보험의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당장 전세 거래도 줄었다. 특히 전세 사기의 집중 대상이 된 빌라는 한 달 새 전세 거래가 반토막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만2073건이었던 빌라(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는 4월 1만3113건으로, 41% 줄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기본편] 전세계약기간 절반 지나기 전에 가입해야   보증보험은 보험이지만 일반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서울보증보험(SGI)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가입할 수 있다. 신청 조건과 방법은 비슷하다. 크게 해당 기관의 지점을 방문하거나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다. HUG를 예로 들면 HUG 지사나 위탁 은행인 우리은행을 방문해 신청하거나 HUG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거나 네이버 부동산, 카카오페이, KB국민카드 앱을 이용해도 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서류는 주민등록등본, 전세계약자 신분증, 전세계약서(사본), 전세보증금 이체 내역, 전입세대 열람 내역, 부동산 등기부등본(원본), 건축물 대장 등이다.   대상 주택은 다양하다. 공동주택(아파트)은 물론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노인복지주택에 이어 오피스텔도 대상이다. 단, 오피스텔은 주거용만 해당된다. 주거용 오피스텔 여부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에 ‘주거용’이라는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전세보증보험은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새 전셋집에 이사할 때와 살고 있던 전셋집 계약을 연장할 때가 다르다. 신규 계약을 한다면 계약서상 전입신고일과 잔금지급일 중 늦은 날을 기준으로 계약 기간의 50%가 지나기 전까지 가입할 수 있다. 계약을 갱신한다면 계약서상 계약 기간의 50%가 지나기 전까지는 신청해야 한다. 예컨대 전세계약 기간이 2년이라면 1년 안에는 가입해야 한다.   가입 금액(보증 금액) 한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서울‧수도권은 7억원, 나머지 지역은 5억원이다. 내 전셋집의 전세보증보험 한도는 간단하게 따져볼 수 있다. 전세로 살 주택의 집값에서 선순위 채권을 뺀 금액이다. ‘주택가격–선순위채권’이라고 보면 된다.    주택 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나 KB시세가 기준이고, 선순위 채권은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KB시세로 집값이 6억원인 주택에 전세를 들어간다고 하자. 이 집의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선순위 채권 3억원이 설정돼 있다면 전세보증보험 한도는 3억원이다.   전세보증보험의 보증료는 보증금액과 주택유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표 참고). ‘(보증금액×보증료율×전세계약기간 일수)÷365’로 계산하면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실전편] 전입신고 다음 날 0시 보험 효력 발생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을 더한 가격이 집값의 9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6억원짜리 집에 선순위채권 2억원이 설정돼 있다고 하자. 전세보증금이 3억4000만원을 넘으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선순위채권이 없다면 전세보증금이 5억4000만원이라도 가입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선 해당 주택의 건물과 토지(대지권)가 모두 계약을 맺을 집주인 소유인지 보자. 경매 신청이나 압류, 가압류, 가등기같이 주택 소유권에 대한 권리 침해 사항(등기부등본 갑구)도 살펴야 한다. 선순위채권이 설정돼 있어도 돼지만, 집값의 60% 이내인지 확인(등기부등본 을구)해야 한다.   보증보험 신청일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이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가 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단독주택과 다가구 주택은 제외다.   전세계약 기간은 1년 이상이어야 한다. 신규 계약이라면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한 전세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계약 갱신의 경우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다. 단, 최초 전세계약 때 공인중개사를 통해 전세 계약을 맺었어야 한다.    건축물대장도 살펴야 한다. 위반 건축물로 기재(아파트 제외)돼 있으면 안 된다. 단독주택이나 다중주택, 다가구 주택은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채권뿐 아니라 다른 세입자의 선순위 보증금이 집값의 80% 이상이면 안 된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어도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는 가입 기간 동안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HUG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세보증보험 가입 후 지급받지 못한 지급 이행 거절 건수는 97건이다. 2020년 12건, 2021년 29건, 2022년(9월까지) 56건이다. 지급 이행 거절 보증금액도 2020년 23억3900만원, 2021년 68억8200만원, 2023년(9월까지) 99억800만원으로 늘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개설한 임대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나쁜집주인’ 사이트. 사이트 캡처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입신고다.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 0시부터 보증보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사하는 당일에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부터 해야 한다. 보증보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근저당이나 압류 등이 진행되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    또 효력 발생 전에 집주인이 변경됐는데 새로운 집주인과 맺은 전세계약서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사하는 날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 유의해야 하는데 전세사기의 가장 흔한 수법이기도 하다. 새 집주인과 반드시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경우 전세보증금을 올려줬다면 별도의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새로 계약서를 쓰고 해당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집주인과 별다른 협의 없는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더라도 전세보증보험을 연장하거나 재가입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보험 연장 여부도 잘 확인해야 한다. 살고 있는 전셋집의 등기부등본에서 압류 여부 등을 확인한 뒤 해당 기관에 연장 의사와 계약 해지 등을 통보해야 한다. 미처 전세보증보험을 연장하지 못한 사이 집이 압류되거나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없고 새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전세 계약 만기일 3개월 전에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2023.05.03 14:58

  • 같은 2차전지라도 수익 2배…당신에 맞는 ETF 추천합니다

    같은 2차전지라도 수익 2배…당신에 맞는 ETF 추천합니다 유료 전용

      ■ 🔋 2차전지연구소 「 제2의 반도체? 제2의 삼성전자? 2차전지 생태계와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알고 투자하시나요.    ‘2차전지 연구소’는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읽어도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가 안 간다. 2차전지연구소에서 쉽게 핵심만 전달합니다.     1화에서는 2차전지 생태계와 삼원계 등 꼭 알아야 할 개념을 정리했습니다.(다시 보고 싶다면 클릭) 2화는 실전 투자입니다. 가장 쉽게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다룹니다. 여러 2차전지 ETF를 비교하고 연금계좌 등을 활용한 최적의 투자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  2차전지 산업이 성장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까요.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기회를 모두 공부하기란 쉽지 않죠. 좋은 기업을 찾았다 해도, 현재 그 기업의 가격이 비싼지 등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판단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문제는 요즘은 2차전지 ETF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데 있죠. 2차전지의 어떤 분야에 투자했느냐에 따라서 ETF의 수익률은 크게 2배 이상 차이 났습니다. 여러 ETF 중 ‘내 계좌에 꼭 맞는’ ETF를 찾기 위해 2차전지연구소가 여러분을 대신해 분석했습니다.   「 용어사전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평균수익을 쫓아가기 위해 목표로 하는 지수(기초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적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융투자 상품입니다. 이때 지수는 한 개의 종목이 아니라 여러 종목을 담게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담는 대표적인 지수가 코스피(KOSPI)예요. KOSPI ETF를 산다는 건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 조금씩 다 투자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분산투자'가 ETF 투자의 최대 장점으로 꼽힙니다. 」   물론 ETF 투자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을 때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거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할걸!’이라는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포토   하지만 장점도 많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같은 기업을 선별하기란 사실 ‘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그런 만큼 이들 두 회사를 포함해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이익은 조금 덜고 위험은 많이 줄일 수 있는 투자 방식입니다. 분산투자가 바로 ETF의 최고 장점인 셈이죠.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산업의 성장은 분명하나 누가 승자가 될지 불분명할 때 ETF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알아서 분별해 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펀드와 비교해 적은 수수료도 매력적이고요. 기준 가격이 1만원이라 적은 투자액으로도 여러 기업을 담을 수 있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예시를 한번 볼까요. 이 그래프는 2006년 상장된 ‘KODEX 반도체 ETF’의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최근에 성숙기에 들어서고, 사이클을 타면서 부침이 있지만 쭉 우상향해 온 역사를 볼 수 있죠. 가격이 많이 내려간 지금도 과거 상장 때보다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이 연금계좌 등에 성장 산업을 꼭 넣으라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2차전지연구소는 국내 2차전지 대표 ETF 5종을 중심으로 비교합니다. 7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 성향에 맞는 2차전지를 골라볼까요.   「 [STEP1] 7개 질문으로 ETF 고르기 」  ━  Q1. 셀이냐 소재냐?   1화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2차전지 생태계에서 핵심은 완성품을 만드는 ‘셀’ 업체와 주재료를 공급하는 ‘소재’ 업체입니다. 둘 중 어디에 투자할지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셀을 많이 담고 있는 2차전지는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입니다. 이 ETF는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데요, 셀 3사 비중(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비중이 절반(47.4%)에 이릅니다. ‘KODEX 2차전지 산업’(45.69%)도 셀 3사 비중이 높습니다.    만약 ‘소재’ 산업에만 투자하고 싶다면 이번 달에 상장한 ‘SOL 2차전지소부장’ ETF가 좋은 선택지입니다. 셀 3사는 아예 담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재와 장비만 100% 담았습니다.    신한자산운용 측은 “2차전지는 광물부터 시작되는 소재 중심의 산업”이라며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이 결국 2차전지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소재장비에 집중하는 ETF를 선보였다”고 강점을 설명했습니다.     소재와 셀을 적정 수준으로 담고 싶다면 ‘TIGER 2차전지테마’와 ‘KBSTAR 2차전지 액티브’ ETF가 맞을 수 있습니다. 현재 셀과 소재장비 기업 비율을 약 3:7 정도로 가져가고 있어요.     ━  Q2.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ETF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로 소재와 셀 중 어느 부분에 투자를 집중했느냐에 따라 ETF 최근 1년 수익률(4월 28일 기준)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오른 만큼 소재 산업을 담은 ETF 수익률이 단연 높았습니다. 같은 2차전지 ETF라도 수익률은 크게 2배가량 차이가 났죠.    ‘SOL 2차전지소부장’의 수익률은 67.64%에 이르렀습니다(이 상품은 상장한 지 1주일이 되지 않아 기초 지수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했습니다). 이어 ‘TIGER 2차전지테마’(51.61%)와 ‘KODEX 2차전지산업’(47.13%)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에 셀 3사 비중이 높은 ETF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모습이었습니다. ‘TIGER KRX 2차전지 K-뉴딜’의 1년 수익률은 32.22%로 뒤처졌네요. 지금은 소재 비중을 높였지만 과거 셀 비중을 높게 가져갔던 ‘KBSTAR 2차전지 액티브’의 1년 수익률은 27.63%였습니다.   해외에 투자한 ETF의 수익률은 좋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 중국과 호주 등 소재 기업까지 투자하는 ‘TIGER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합성)’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3.47%)을 기록했습니다. 중국 기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배제된 데다 경쟁이 심화하며 최근 주가가 급락한 탓입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을 정리해 보면 현재까지는 해외보다는 국내, 국내에서는 셀 보다는 소재가 완승을 거둔 모습인데요, 다만 무조건 지금 수익률이 좋은 소재 중심 ETF가 최고의 선택은 아닙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팀장은 “많은 투자자가 2차전지 소재 기업에 투자할지, 셀 완성업체에 투자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높은 성장성과 모멘텀을 본다면 2차전지 소재 기업에, 2차전지 소재 기업의 급격한 주가 상승이 부담스럽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쪽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은 2차전지 셀 완성업체에 투자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Q3.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많이 담은 ETF는?    “지금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닐까.” 2차전지 ETF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기도 하죠. 최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이들 두 종목을 많이 담고 있는 ETF는 무엇인지도 알아봤습니다.   ‘SOL 2차전지소부장’의 경우 보유 종목 비중 1·2위 종목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입니다. 에코프로 22.28%, 에코프로비엠 13.5%를 담고 있는데요, 두 종목을 합치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를 넘습니다. ‘TIGER 2차전지 테마’ 역시 에코프로(10.5%)와 에코프로비엠(9.66%)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KBSTAR 2차전지액티브’는 에코프로 10.25%, 에코프로비엠 8%를 담고 있습니다.      ‘KODEX 2차전지 테마’는 에코프로비엠(15.98%)은 많이 담고 있지만, 에코프로는 아예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두 기업을 가장 적게 담고 있는 ETF는 ‘TIGER KRX2차전지 K-뉴딜’입니다. 에코프로 4.66%, 에코프로비엠 4.01%네요.     ■ 🔋전문가 VIEW:에코프로 형제 지금 사도 돼? 「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장은 “최근에 2차전지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레벨인 것은 맞다”면서 “기존 투자 방식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①기존에 2차전지 종목에 투자하던 투자자라면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올랐고, 변동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2차전지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ETF의 분산투자로 위험을 줄이라는 조언입니다.    ②아직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급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추이를 보며 분할 매수할 것을 권했습니다. 2차전지 산업이 우상향할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의 주가 흐름을 맞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지금 당장 매수하기보다는 조금씩 조정을 받을 때마다 사 모으라는 조언입니다. 」     ━  Q4. 각 ETF가 담고 있는 TOP5 기업은?      어느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사실 2차전지 ETF의 보유 상위권 종목은 비슷한 모습입니다. 5개 ETF 중 4개 ETF가 공통으로 담고 있는 종목은 포스코퓨처엠과 삼성SDI.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앨앤애프입니다.    특이하게 ‘TIGER KRX 2차전지 K-뉴딜’은 LG화학(11.28%)을, ‘SOL 2차전지소부장’은 POSCO홀딩스(7.37%)를 유일하게 ‘톱5’에 담고 있었습니다. 두 기업에 꼭 투자하고 싶거나 투자를 피하고 싶다면 이 점을 고려하면 좋겠네요.     ━  Q5. ETF 규모는 어떻게 돼?   인기 있는 ETF에 투자하고 싶다면 규모를 봐야 합니다. ETF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많이 팔린 인기 ETF란 뜻이니까요.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보면 ‘TIGER2차전지테마’(1조3293억원)가 가장 컸습니다. 그다음이 ‘KODEX 2차전지산업’(1조1619억원)이었습니다. 양강 구도죠. ‘TIGER KRX 2차전지 K-뉴딜’의 순자산총액이 4134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SOL 2차전지소부장’은 상장 한 달이 되지 않아 순자산총액이 적을 수밖에 없겠네요.    규모가 큰 ETF는 거래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쉽게 말해 유동성이 풍부해야만 내가 원하는 가격에 ETF를 사고팔 수 있다”며 “ETF는 기초지수보다 ETF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괴리율 상승)을 조심해야 하는데 규모가 큰 ETF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조언했습니다.     ■ KODEX 2차전지 VS TIGER 2차전지 「 여러 2차전지 ETF를 비교하기도 귀찮은 투자자라면? 가장 인기 많은 두 2차전지 ETF만 따로 비교해 봤습니다. 바로 ‘TIGER2차전지테마(이하 TIGER)’와 ‘KODEX2차전지산업(이하 KODEX)’입니다. 각각 한국에서 1·2위를 다루는 미래에셋과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ETF입니다.    ①셀 VS 소재  앞서 살펴봤듯 KODEX는 ‘셀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비중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KODEX는 현재 에코프로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TIGER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같은 소재에 집중하고 있죠.    ②수익률은 수익률(4월 29일 기준)은 TIGER가 좀 더 높았습니다. 1년 기준 수익률은 TIGER 51.61%, KODEX 47.13%입니다. 최근에 많이 오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TIGER에 더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다만 두 ETF의 수익률 흐름을 보면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③구성 종목은 어때  KODEX는 큰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투자 비중 상위 5개(포스코퓨처엠,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기업 비중이 80%나 됩니다. 사실상 2차전지 대장주가 ETF의 수익률을 주도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반면에 TIGER는 골고루 분산투자하는 모습인데요, 투자 비중 상위 5개 기업(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이 각각 10%씩 총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5개 기업은 거의 비슷한데 KODEX는 에코프로비엠에, TIGER는 에코프로에 투자하고 있네요.    ④보수 어디가 더 비싸? 총 보수는 TIGER가 연 0.5%로 조금 비쌉니다. KODEX는 연 0.45%입니다. 」     ━  Q6. 가장 분산투자를 많이 하는 ETF는?   안전성이 높은 ETF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분산투자 여부가 중요합니다. 분산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ETF는 ‘KBSTAR 2차전지 액티브’입니다. 32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고려아연과 한솔케미칼, 동진쎄미켐 등 나머지 ETF에서 잘 투자하지 않는 폐배터리와 음극재 업체에도 투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종목을 투자하고 있는 ETF는 ‘TIGER KRX 2차전지 K-뉴딜’로 딱 10개 종목에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종목 수가 비슷해도 얼마나 집중투자하고 있는지는 ETF마다 다릅니다. ‘TIGER 2차전지 테마’는 30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고, 상위 5개 종목의 분산 비율은 10%씩인데요, 주요 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모습입니다.    반면에 ‘KODEX 2차전지산업’의 경우 25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어 종목 수는 비슷해 보이지만, 상위 5개 기업에 80% 이상 투자하는 모습입니다. 2차전지 대장 기업에만 집중투자하고 싶다면 ‘KODEX 2차전지산업’이나 ‘TIGER KRX 2차전지 K-뉴딜’이 좋겠네요.     ━  Q7. 총보수는 어떤 ETF가 제일 싸?    무조건 보수와 같은 비용을 줄이겠다는 투자자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 보이지만 연금에서 장기 투자를 계획하는 분들은 수수료도 체크해야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TF는 펀드에 비해 싼 수수료가 큰 장점입니다. 2차전지 ETF 수수료는 연 0.35~0.5% 정도입니다. ‘KBSTAR 2차전지 액티브’ 수수료가 0.35%로 가장 저렴합니다. ‘TIGER KRX 2차전지 K-뉴딜’(0.4%), ‘KODEX 2차전지 산업’(0.45%), ‘SOL 2차전지소부장’(0.45%), ‘TIGER글로리튬&2차전지 SOLACTIVE’(0.49%), ‘TIGER2차전지 테마’(0.5%) 순으로 비쌌는데요, 최근 자산운용사가 보수 경쟁에 나서며 해외보다 국내 상장 ETF의 보수는 비교적 싼 편입니다. 예컨대 해외 2차전지 대표 ETF인 LIT(Solactive Global Lithium TR USD)의 총 보수는 0.75%로, 비슷하게 글로벌 리튬 기업에 투자하는 ‘TIGER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합성)’의 0.49%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 🔋전문가 VEIW : ETF 투자시 주의점 「 ETF ‘초보’ 투자자라면 ‘이것만큼은 주의하라’는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①가격만 보고 사지 말자  대부분의 ETF는 기준 가격이 1만원인데요, 주식도 주가가 아닌 시가총액을 봐야 그 주식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알 수 있잖아요. ETF의 가격 역시 상장 당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흐름을 보여주는 ‘가짜 가격’입니다. 예컨대 5월 1일 기준 ‘TIGER 2차전지 테마’(이하 TIGER)는 3만원대고 ‘SOL 2차전지소부장’(이하 SOL)은 9430원인데요, SOL이 싸고 TIGER가 비싼 게 절대 아닙니다. SOL은 지난 4월에 상장했기 때문에 상장 당일(1만원)보다 지수가 내려왔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해야 하죠.    ②가격 말고 그럼 뭘 봐야 해?  현재 ETF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는 수익률 그래프를 보는 것이 제일 정확합니다. 전문가들은 가격보다는 괴리율을 확인하라고 말합니다. 괴리율은 순자산가치(NAV)와 ETF 가격 간 차이인데요, 만약 괴리율이 플러스(+) 값을 가진다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겁니다(반대로 마이너스라면 싸다는 의미겠죠).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자가 괴리율을 관리하지만, 과열되는 경우 괴리율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괴리율이 커지면 거래 정지가 되기도 하고, 또 적정하지 않은 가격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 [STEP2]수익률 극대화해줄 ‘통장’ 준비 」 기왕 하는 투자라면 ‘절세 효과’로 수익을 극대화하면 좋겠죠. 특히 2차전지 산업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연금에 적합한데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연금 이렇게 세 개의 계좌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이 세 통장은 일반 주식 계좌처럼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에서 개설할 수 있어 가입도 어렵지 않습니다.     ━  📌장점은 ‘절세’ 혜택   ①ISA ISA는 ‘만능 통장’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통장에서 투자해 배당과 이익 등이 발생하면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는 비과세됩니다.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9.9% 저율 과세와 분리과세 혜택을 주죠.    특히 ISA의 장점은 ‘손익 통산’이 가능한 겁니다. 손익 통산이란 손해를 본 것을 기록해 뒀다가, 나중에 이익을 보면 그만큼 제하고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머니랩-ISA 세금 77만원이 0원으로…ISA 쓰는 김과장의 마법 ②연금저축+IRP IRP와 연금저축의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막강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900만원으로 기준금액이 늘어납니다(연금저축펀드는 최대 600만원까지).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IRP(연금저축 포함)에 900만원을 넣었다면 16.5%의 세액공제율(지방세 포함)이 적용돼 148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33만원 증가했죠. 급여가 5500만원을 초과하면 118만8000원(세액공제 13.2%)을 돌려받습니다. 연금계좌를 통해 연말정산 환급금도 챙기고 투자도 하는 ‘일석이조’입니다.   두 계좌로 투자하면 ‘과세이연’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IRP나 연금저축을 통해 투자하면 적립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 대해선 분배금과 매매차익 모두 인출 전까지 세금을 징수하지 않습니다. 대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 연금소득세로 저율 과세합니다. 세금을 늦게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과세이연’이라고 부르죠.     머니랩-연금저축,IRP ‘13월의 월급’ 148만원 더 받는 비법    ━  📌국내 상장 해외주식 ETF 절세 효과 제일 커   국내 상장 해외주식 ETF의 경우 매매차익을 배당으로 간주해 15.4% 과세합니다. 즉 위 세 개의 계좌로 ‘TIGER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합성)’ 등에 투자하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죠. 반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 ETF 경우 투자 시 이익에 대한 세금이 없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유예되면서죠. 앞서 설명한 KODEX 2차전지산업 등 국내 주식 ETF 투자 시에는 이 계좌를 통한 주식 관련 세금 절세 효과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도입 가능성이 큰 금투세 이후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겠죠.     ━  📌장기간 돈 묶이는 점은 주의해야    단점도 있습니다. 세 통장 모두 세금 등의 혜택을 받으려면 지켜야 할 ‘기간’이 있습니다. ISA는 의무 기간이 3년이라 비교적 기간이 짧습니다. 하지만 연금은 내가 ‘55세’가 될 때 ‘연금’으로 받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가입자의 연령에 따라 긴 시간 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본인의 자금 계획에 맞게 운용해야 합니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받은 세액공제 혜택 등을 모두 토해 내야 하니까요.       ━  📌담을 수 없는 ETF가 있다고?    연금저축과 IRP는 혜택 면에서는 크게 다른 게 없습니다. 다만 연금저축펀드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IRP는 위험자산 투자가 70%로 제한돼 있습니다. IRP의 경우 2차전지 ETF만으로 100% 채울 수 없다는 이야기죠.     연금저축과 IRP, ISA 모두 해외주식과 해외상장 ETF는 담을 수 없어요. 만약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 ETF를 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TIGER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합성)’ 등을 통해 담는 거죠.   레버리지나 인버스와 같은 복잡하고 위험한 상품 역시 연금저축과 IRP에서는 금지됩니다. 반면에 ISA에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투자가 가능합니다. 예컨대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레버리지’와 같은 상품은 IRP와 연금저축에서는 담을 수 없고 ISA에서는 가능하다는 말이죠.    ■ 🔋전문가 VIEW:연금에서 똑똑하게 성장 산업 투자하기 「 연금을 통해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센터장에게 세 가지 조언을 들었습니다.   ①내 투자 상황과 성향을 파악해라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무조건 ‘몰빵’ 투자하는 건 금기입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죠. 개인적으로 40~50대인 제가 투자한다면 70%는 타겟데이트펀드(TDF)로 가져가고, 30%는 2차전지와 같은 성장 산업 등을 분할 매수할 것 같습니다. 20~30대라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②적립식 분할 매수  ETF는 펀드와 달리 자동매수가 안 됩니다. 원칙을 정해 놓지 않으면 자칫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파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오를 때는 ‘포모(FOMO·나만 뒤처져 있다는 두려움)’에 사게 되고, 내릴 땐 ‘공포’에 팔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칙을 정해 놓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비중을 정하는 겁니다. ‘내 연금에서 2차전지는 20% 가져가겠다’고 하면 주가가 크게 오를 때는 그 비중에 맞춰 매도하고, 떨어지면 다시 채워넣는 겁니다. 아니면 일정 기간마다 꾸준히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퇴직급여가 들어오는 날마다 나는 얼마씩 사겠다’고 정하고 매수하는 거죠.   ③주가는 선형적으로 오르지 않는다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은 뚜렷해 보입니다. 하지만 주가가 선형적으로 우상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 하다가 나중에 장기 시계열로 보면 ‘우상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장 1~2년의 주가를 보면 내가 주가에 어디쯤 서 있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한 1년 정도 내리면 지금 내가 ‘꼭지에서 내려오고 있나’라는 공포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다시 2번의 ‘원칙을 정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장기적인 연금 투자에서 꾸준한 수익률을 내려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됩니다. 」 

    2023.05.02 11:08

  • 다시 가치주 뜬다는 이채원 “미치게 주식 사고플 때 상투”

    다시 가치주 뜬다는 이채원 “미치게 주식 사고플 때 상투” 유료 전용

    올해 하반기부터 2014년 이후 장기간 지속한 성장주 사이클이 끝나고, 고금리·인플레 시대에 가치주가 부각될 겁니다.   ‘가치주 부활’을 예고한 건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는 이채원(60)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입니다. 그는 1998년 국내 처음으로 가치투자 펀드인 ‘이채원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1999년 ‘닷컴 광풍’이 일었을 때 롯데칠성에 투자해 400%의 수익률을 거둔 일화로 유명하죠. 이 의장이 추가 매수를 멈췄던 6만원이 160만원대(액면분할 전)까지 오른 롯데칠성의 ‘바닥’이었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이어오는 건 쉽지 않은데요, 2014년부터 인터넷과 바이오 등 성장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가치주는 장기간 소외됐습니다. 이 의장이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2020년 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에서 물러났을 땐 “가치투자 시대는 끝났다”는 암울한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그는 6개월 만에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라이프자산운용을 창업하고 여의도로 복귀했습니다. 기존의 재무제표에 기반을 둔 가치투자에서 벗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착한 행동주의’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펀드 성적표는 어떨까요. 대표 사모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1호’는 지난해 연간 0.9%(운용보수 차감 전)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코스피가 약 25% 급락한 상황에서 주식형 사모펀드(매수 위주)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32%입니다.   최근 대규모 하한가 사태 등으로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혼란을 겪는 상황에선 “돈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 의장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라이프자산운용 본사에서 이 의장을 만나 가치주 부활을 예고한 배경과 전통적 가치투자의 한계를 벗어날 카드로 ‘ESG 우호적 행동주의’를 택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투자자가 궁금해할 ‘가치 대비 여전히 싼 주식(산업)’을 찾는 방법도 담았습니다.   사진 속 그림은 이채원 의장 딸이 직접 그려 선물한 동양화로 용이 여의주 대신 ‘라이프자산운용’ 로고를 물고 있다. 양쪽 구술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상징한다. 전민규 기자   다시 가치주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뭔가요. 현재 시장 흐름은 1차 오일쇼크가 터진 1973년 이후와 흡사합니다.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전쟁으로 기름값은 폭등했습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죠. 그 영향으로 미국 증시는 1973년부터 1년 넘게 추락했습니다. 그 전까지 폭등했던 IBM과 필립모리스, 코카콜라 등 이른바 기관투자가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훌륭한 50종목)’ 주가가 5분의 1 토막 났습니다. 이후 미국 증시는 아주 잠깐 ‘반등’했다가 7~8년 동안 횡보세가 이어졌고요. 바로 워런 버핏이 인생의 투자 적기로 꼽는 가치주 장세가 열린 시기입니다. (과거 인터뷰에 따르면) 버핏은 75년에 연간 100% 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니프티 피프티는 직역하면 ‘훌륭한 50종목’이란 뜻입니다. 1970년대를 전후로 미국 기관투자가가 선호했던 50개 종목을 일컫는 말입니다. 당시엔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좋은 안정적인 대형 우량주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증시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인가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그리고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진 흐름이 1970년대 초와 유사합니다. 애플·테슬라처럼 그동안 미국 증시를 견인하던 기술주가 지난해 크게 흔들렸다가 올해 ‘반등’하는 움직임도 비슷하고요.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이 횡보세로 이어지면 가치주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올해 하반기 이후를 예상하고요.   박스권 장세에서 가치주가 빛을 발하는 이유가 있나요. 거품이 꺼지면 가치주도 시장 상황에 휩쓸려 덩달아 가격이 저평가됩니다. 실적(내재가치) 대비 가격이 저렴해졌을 때가 투자 적기죠. 기업 환경도 가치주가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하하더라도 연 3%대 고금리는 당분간 이어질 테고, 물가도 인건비 등으로 꺾이긴 쉽지 않아요. 고금리·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미 공장 등 자산을 확보하고 현금 흐름이 뛰어난 가치주 몸값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미래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의미합니다. 전기차 붐을 이끌며 주가가 고공 행진한 테슬라가 대표적인데요, 2021년 말 기준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00배에 이릅니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인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기업 실적보다 고평가됐다는 의미입니다. 성장주는 먼 미래의 예상 수익이 주가에 반영되다 보니 금리가 뛰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반면에 가치주는 고정자산의 가치나 사업의 현재 수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고금리 환경에서 자유로운 편이죠.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치주 장세가 온다는 얘기인가요. 그동안은 가치투자자에겐 혹독한 시기였는데요. 닷컴주 버블이 끝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진 가치주 시대였습니다. 이 기간 한국투자증권에서 (제가) 운용한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1400%에 이릅니다. 문제는 성장주 사이클이 시작된 2014년부터는 돈을 벌지 못하고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는 점이죠. 고객 항의가 쏟아지면서 심적으로 힘들었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이제 (세대교체 차원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물러났습니다. 2020년 말 퇴임하고 3개월 뒤에 (펀드 수익률은) 플러스로 돌아오긴 했어요.   이후 6개월 만에 ESG를 내세운 사모펀드로 복귀했습니다. 투자 철학에 변화가 생긴 건가요. ‘평생 한투맨’이란 생각에 이직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웃음). 조금 더 쉴 생각이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한국투자밸류운용 출신의 강대권 전 유경PSG자산운용 최고책임자(CIO)와 대학교 후배인 남두우 다름자산운용 대표를 연결해준 적이 있어요. 둘이 만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거 같아서요. 이들이 공동으로 회사(라이프자산운용)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제게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거죠. 운용 방식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치투자에 ESG를 결합한 겁니다.   가치투자에서 ESG가 중요해진 이유가 있을까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시대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전통적 가치투자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환경(E) 측면에서 전통적인 가치주인 철강·시멘트·제지 업종 등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고, 사회(S) 측면에서 일부 기업은 주주와 소통이 단절돼 있죠. 여기에 상속세 문제 등 지배구조(G)까지 얽히면 이 기업은 저평가 상태로 장기간 머무를 수 있습니다. ESG 개선이 전통적 가치주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ESG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건가요. 반대입니다. ESG 개선을 계기로 저평가가 해소될 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이때 ‘우호적 행동주의’ 방식을 활용하는데요, 지분 투자 후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요구하기보다 상생하는 동반자 역할 쪽입니다. 예를 들어 알짜 시멘트 기업에 (제품 제조에 쓰이는)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는 겁니다. 초기 비용을 감수하면서 기업 체질을 바꿀 의지가 있다면 지분 투자에 나서고, 제안을 거절하면 투자하지 않는 거죠. 현재까지 (ESG 관련) 제안을 받아들인 곳은 6개사 정도 됩니다.   이 의장의 우호적 행동주의가 통한 대표적인 곳이 SK입니다. 지난해 4월 라이프자산운용은 SK 저평가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습니다. 이후 SK는 이사회를 열고 시가총액의 1%가 넘는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투자자 입장에선 어떻게 가치주를 찾고, 투자해야 할까요. 올해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치솟으면서 가치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많지 않은데요. 일반 투자자 상당수가 가치투자자는 기술주를 싫어할 거라고 오해하는데요, 가치를 평가하는 3대 요소가 과거에 확보한 자산(안정성),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성, 그리고 미래에 발생할 가치인 성장성이에요. 기술주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산업이고, 내재가치에 비해 싼값에 거래된다면 성장가치주로 보고 투자합니다. 실제 2차전지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수년 전에 투자했다가 5배 정도 수익을 올리고 팔았습니다. 현재는 주가가 크게 뛰어 가치주라고 분류하기 어려운 거죠. PER 3·4배 수준의 저평가된 기업을 찾을 때는 내수 소비재보다 수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호합니다. 특히 철강·제지·화학 등 전통적 가치주 중 배터리 등 신성장 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키우거나, 신재생사업 등 ESG 개선 의지가 있는지를 눈여겨봅니다.   주식시장에 저평가된 기업이 많을까요. 대표적으로 LG와 SK 등 대기업 지주사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마치 보통주보다 20~30% 할인돼 거래됐던 우선주가 떠오르는데요, 우선주 주가 상승 폭만 따져보면 보통주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지주사도 보유 자회사 지분을 30% 정도 할인해서 평가하는 게 증권업계의 관행입니다. 일반적으로 자회사 실적을 모회사(지주사) 성과로 연결하는데 (국내에선) 지주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핵심 계열사를 보유한 지주사를 할인해서 평가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요. 기업을 매각할 땐 오히려 자회사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데요, 지주사가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거죠.   가치투자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금 덜 벌더라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싼값’에 사서 ‘제값’에 팔면 손실이 적습니다. 30~40% 손실 보는 것도 드물어요.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비싼 값을 주고 샀기 때문입니다. 겁 많고 소심한 저로선 적정 주가인지, 투자 리스크는 없는지를 샅샅이 따진 뒤에야 투자를 결정합니다. 또 (펀드에) 가치주를 장기투자할 경우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고요. 또 투자에 성공하려면 미치도록 주식을 사고 싶을 때가 상투(고점)고, 공포에 휩싸여 패닉 셀(투매)이 쏟아질 때가 바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이채원 의장은 「 운용업계에선 이 의장의 ‘증시 조정기의 위기 대처 3단계’가 유명하다. 포트폴리오와 투자철학 점검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마지막 단계는 ‘기다리기’다. 전민규 기자   이채원 의장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가치투자자입니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동원투자신탁 주식운용본부장과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쳤습니다. 이후 2006년 한국투자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2018년부터 대표를 맡았습니다. 2020년 말 퇴임하기까지 30년 넘게 ‘한투맨’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의장의 가치투자 철학을 좇는 ‘이채원 키즈(kids)’들이 운용업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 의장은 한투밸류운용 대표 시절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아서 도제식으로 가치투자 매니저를 키웠습니다. 이들이 ‘이채원 키즈’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현재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강대권 펀드매니저가 한국투자밸류운용 공채 1기 출신입니다. 스타 펀드매니저로 유명한 최웅필 에이펙스자산운용 대표도 한투밸류운용에서 자리를 옮겼고,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도 한국투자밸류 공채를 거쳐 펀드매니저가 됐습니다.     무협지를 수집하는 이 의장의 취미도 눈길을 끄는데요, 주가가 조정받을 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협지를 읽는다고 합니다. 가치투자를 지켜내는 방법인 셈이죠.    자산운용업계에선 증시 조정기에 이 의장의 위기 대처법 3단계가 유명합니다. 평소보다 두 배로 열심히 일하면서 모든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는 게 위기 대처 1단계입니다. 이때 가치 대비 덜 싼 종목은 팔고, 아주 싼 종목으로 갈아타는 겁니다. 2단계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등 투자 대가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투자철학을 점검하는 겁니다. 1·2단계에서도 문제가 없다면 3단계는 ‘기다림’입니다.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며 읽어온 무협지가 5000권이 넘습니다. 그의 사무실 벽면에도 『영웅문』 등 무협지가 빼곡하게 쌓여 있을 정도죠. 」 

    2023.05.01 16:27

  • 짧게 맡겨도 3% 이자 준다, SVB발 뱅크런 덕본 이 상품

    짧게 맡겨도 3% 이자 준다, SVB발 뱅크런 덕본 이 상품 유료 전용

    ‘파킹 통장’이란 말 들어보셨죠.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수시로 자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통장을 의미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에겐 목돈을 잠시 보관해 두는 용도로 적합하죠. 하지만 최근에는 파킹 통장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어 ‘금리 노마드족’을 끌어당기고 있는데요, 바로 머니마켓펀드(MMF·Money Market Fund)입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현황판. 17일 기준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모두 39개로, 이 중 38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미만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MMF는 고객의 일시적인 여유 자금을 금리 위험과 신용 위험이 적은 국·공채와 어음 등으로 운용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하는 펀드의 일종으로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1분기 MMF에만 25조원 순유입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펀드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MMF에 25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분기 평균 순자산총액이 194조7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그 덕에 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에서 MMF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로 가장 높았습니다.     금투협은 “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미국의 은행(실리콘밸리은행·SVB) 도산 등으로 인해 금리 인상 기조가 불분명해지며 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투자 대기 자금이 MMF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죠.     반면에 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시중은행 예금 잔액은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머니랩이 집계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07조원으로, 지난 2월 말(815조7000억원)보다 8조6000억원가량 줄었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동안 MMF는 법인 투자자(은행·보험사·연기금·일반 기업) 등이 주로 단기 자금을 굴리는 용도로 사용해 왔는데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MMF 순자산 중 법인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했습니다(2021년 말 기준).    아무래도 법인 투자자는 큰돈을 움직이다 보니 작은 금리 차이에도 더 예민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개인 투자자의 경우 은행 파킹 통장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다른 대안도 많죠. 은행이나 증권사가 ‘록인 효과’를 위해 개인투자자에게 금리를 더 얹어 주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은행이 수신 금리를 인하하면서 정기예금 금리뿐 아니라 파킹 통장 금리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MMF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MMF의 장점과 주의점을 분석해 봤습니다.   MMF는 펀드이기 때문에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입니다. 예금이 아니니 당연히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없고요. 그런데도 ‘무위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MMF(개인형 기준) 편입 대상 자산을 장부가로 평가받습니다. 장부가와 시가의 괴리율이 ±0.5%를 넘으면 시가 평가로 전환되는데요, 안정성 때문에 MMF에 가입했는데 시가 평가로 전환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없겠죠. 이 때문에 운용역들은 시가 평가를 받지 않도록 수익률을 일정하게 관리하게 됩니다.   여기에 편입 대상 자산 자체의 안정성이 더해집니다. 자본시장법상 MMF 편입 자산은 만기 6월 이내 양도성예금증서(CD), 만기 5년 이내 국채, 만기 1년 이내 지방채·특수채·회사채·기업어음(CP), 만기 6개월 이내 예치금 등으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최근에는 금리도 높아지며 단기 투자 상품으로 매력도 부각되고 있죠.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MMF의 주간 수익률은 개인용 기준으로 판매·운용 보수를 제외하고도 연 3.09%(국공채형), 연 3.37%(신종형)에 형성돼 있습니다. 법인형은 더 높은데요, 연 3.51%(국공채형), 연 3.87%(신종형)에 달합니다.   개인용이 수익률이 조금 낮은 이유는 도매(법인용)보다 소매(개인용)일 경우 수수료(판매·운용 보수)가 비싼 것도 있지만, 개인용 MMF의 경우 당일 환매를 하기 때문에 판매사가 조금 더 비용을 부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장·단기 금리 역전에 MMF 수혜   MMF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이유는 뭘까요. MMF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에 따라 배당을 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인데요,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채권 금리를 역전하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졌습니다.    지난 27일 기준 국내 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는 연 3.48%, 91일물 CD 금리는 연 3.52%입니다. 반면에 3년물 국채 금리는 연 3.29%, 10년물 금리는 연 3.35%입니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높게 형성돼 있는 거죠.    지난해부터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결과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역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 상품이 장기 상품 대비 수익률이 높다. 여기에 다른 단기 금리 상품의 경우 현재의 풍부한 단기 자금 시장의 여건을 즉각 반영하는 데 비해 MMF는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운용되다 보니 단기 금리 변동에 느리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다. 단기 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았을 때 보유했던 자산을 여전히 편입하고 있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기준금리 하락이 기대되는 상황에선 MMF가 여타의 단기 금융상품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강진원 KB자산운용 채권운용실장)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졌다 해도 연 3.4~3.5% 수준임을 고려하면 MMF 금리가 높은 거냐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정기예금과 달리 MMF는 만기까지 자금이 묶여 있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환매할 수 있고 환매 수수료도 없는데 정기예금과 비슷한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거죠.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는 연 0.1% 수준이고요, 금리를 좀 더 쳐주는 ‘파킹 통장’의 경우 시중은행은 연 1%대, 인터넷전문은행은 연 2% 중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높은 금리를 쳐주는 곳도 있긴 한데 한도가 있습니다. 예컨대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파킹통장은 최대 연 3%의 금리를 주지만 300만원 한도(초과분에 대해선 0.1%)로 혜택이 적용됩니다.    ━  📍 포인트1. 법인용이냐, 개인용이냐    그럼 개인이 MMF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MMF의 수익률을 조회해볼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금투협이 운영하는 펀드다모아인데요, MMF 항목으로 들어가면 50개의 MMF 상품에 대한 상세 조회가 가능합니다.    MMF 상품별 정보를 조회해 볼 수 있는 펀드다모아. 홈페이지 화면 캡쳐   MMF는 펀드다 보니 최근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투자 참고 지표죠. 6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상품을 조회했을 때 수익률 1위인 상품은 ‘우리큰만족신종MMF6’으로 6개월 수익률이 2.5%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연 환산 시 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단 의미죠.    눈썰미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수익률 상위에 ‘법인’이나 ‘신종’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름에 법인이라고 표기된 펀드는 법인 고객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개인’ 표기가 없는 경우는 대부분 법인용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개인용 중에서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MMF는 플러스자산운용의 ‘Plus 신종 개인용 MMF2호’입니다. 6개월 수익률이 2.08%로 연 환산 시 4%가 넘습니다.    ━  📍포인트 2. 신종형이냐 국공채형이냐     이름 중 ‘신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실 텐데요, 신종형은 국공채형보다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국공채형도 CP를 포함하긴 하지만 한전채 등 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담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신종형은 국공채도 담지만 일반 기업과 은행·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채권 등을 포함해 수익률을 높였습니다.   신종형이 수익률이 더 높다고 해서 신종형을 선택할 게 아니라 각각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국공채형은 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나 CP 위주로 투자한다. 반면에 신종형은 SK·SK이노베이션·산은캐피탈·IBK캐피탈 등 일반 기업의 CP에도 투자한다. 이들 기업이 3개월 내 돈을 못 갚는 상황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안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신종형보다 수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손실 위험이 낮은 국공채 MMF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강진원 실장)    ━  📍포인트 3. 연금저축 계좌로 절세 효과     MMF는 연금저축 계좌에 활용하면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는데요, ‘단기 자금+짭짤한 이자 수익’이라는 비슷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달리 연금저축 계좌에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연금저축 계좌에서 당장 투자하고 싶은 금융상품이 없을 때 투자 대기 성격으로 단기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 계좌에는 환매조건부증권(RP)이나 CMA 등을 편입할 수 없다. 이때 MMF를 연금저축 계좌에 편입하면 대기 자금을 굴리면서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해당 연금저축 계좌 내에서 다른 상품에 투자할 경우 MMF에서 얻은 이자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고, 연금 수령 시 연금 소득에 대해 한 번에 과세하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재룡 하나증권 IPS팀 부장)     MMF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겐 ‘도피처’가 되지만, 향후 투자할 타이밍을 노리는 사람에겐 ‘베이스 캠프’ 같은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 물가가 다시 상승하게 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이 늦어질 수 있고, 이때 장·단기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서(채권 가격 하락) 채권 투자가 매력적인 시기가 또 한 번 찾아올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을 준비하고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MMF에 투자 자금을 넣어두는 한편, 대기 기간에 수익률도 챙기는 전략을 추천한다.(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다만 물 좋고 산 좋고 정자 좋은 곳 없다는 말이 있죠. MMF에 투자할 때도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주는 상품이지만, 펀드이기 때문에 입금 후 29일 이내 인출 요청 시 중도해지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펀드라서 운용 보수도 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KB스타 개인용 MMF P-101호(국공채)C의 경우 운용 보수는 연 0.11% 수준입니다.   또 CMA처럼 ‘통장’ 개념이 아닌 만큼 체크카드 연계나 자동 이체 등은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가장 주의할 점은 CMA 계좌와는 달리 수익률이 확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CMA 계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RP형의 경우 확정된 금리를 제공합니다. (단 CMA 중에서도 MMW형·MMF형·종금형은 변동 금리)    MMF가 초저위험 안정형 펀드지만, 말 그대로 펀드다 보니 보장되는 정확한 수익률이 없다. 이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낮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MMF보다 금리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CMA는 확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더 나을 수 있다. 이에 더해 CMA 계좌를 통해 만기매칭형 상장지수펀드(ETF)나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매수하는 방안을 권하고 있다. MMF에 투자하고 싶다면 장기간 운용 레코드가 있는지, 펀드 사이즈(운용 자산)가 큰지 등을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황성훈 미래에셋증권 테헤란밸리WM 선임매니저)     관련기사 '위기의 FRB' 1분기 예금 반토막…"美은행권 불안 안 끝났다" 요즘 월가가 두려워하는 지표…여기가 흔들리면 위기 온다 ③ 2860억 달러 MMF로…미국 ‘탈은행’ 시작됐다 SVB 쇼크, 동요없는 부자들…그들은 지금 실탄 늘리는 중 “CS 못 막으면 유럽발 금융위기”…Fed, 진짜 궁지에 몰렸다

    2023.04.30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