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2014년 이후 장기간 지속한 성장주 사이클이 끝나고, 고금리·인플레 시대에 가치주가 부각될 겁니다.
‘가치주 부활’을 예고한 건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는 이채원(60)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입니다. 그는 1998년 국내 처음으로 가치투자 펀드인 ‘이채원 펀드’를 선보였습니다. 1999년 ‘닷컴 광풍’이 일었을 때 롯데칠성에 투자해 400%의 수익률을 거둔 일화로 유명하죠. 이 의장이 추가 매수를 멈췄던 6만원이 160만원대(액면분할 전)까지 오른 롯데칠성의 ‘바닥’이었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이어오는 건 쉽지 않은데요, 2014년부터 인터넷과 바이오 등 성장주 랠리가 이어지면서 가치주는 장기간 소외됐습니다. 이 의장이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2020년 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에서 물러났을 땐 “가치투자 시대는 끝났다”는 암울한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그는 6개월 만에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라이프자산운용을 창업하고 여의도로 복귀했습니다. 기존의 재무제표에 기반을 둔 가치투자에서 벗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착한 행동주의’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펀드 성적표는 어떨까요. 대표 사모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1호’는 지난해 연간 0.9%(운용보수 차감 전)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코스피가 약 25% 급락한 상황에서 주식형 사모펀드(매수 위주)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32%입니다.
최근 대규모 하한가 사태 등으로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혼란을 겪는 상황에선 “돈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 의장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라이프자산운용 본사에서 이 의장을 만나 가치주 부활을 예고한 배경과 전통적 가치투자의 한계를 벗어날 카드로 ‘ESG 우호적 행동주의’를 택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투자자가 궁금해할 ‘가치 대비 여전히 싼 주식(산업)’을 찾는 방법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