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직장인은 언제 연금을 본격적으로 준비할까요. 금융투자 업계에선 “회사에서 자리가 위태로워질 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합니다. 그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에야 연금에 대해 고민한다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퇴직을 실감하기 시작하는 ‘4말5초(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가 돼서야 연금과 노후 걱정을 시작합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보통 40대 중후반이 돼서야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연금 준비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며 “현장 강의에서 만난 ‘4말5초’ 직장인들은 ‘10년 전에만 알려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연금과 노후로 걱정 많은 직장인을 위해 [연금연구소]를 연재합니다. 앞으로 연재할 [연금연구소] 기사는 Q&A 형태로 진행됩니다. 연금에 대한 50여 개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세요. 나의 노후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진단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 연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보세요. 연재 기사를 모두 읽은 다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연금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돕는 게 이번 연금 시리즈의 목표입니다.
[연금연구소] 1회에선 현재 내 연금 상태를 진단해보고 ▶납입 시작 연령별(35세, 45세, 50세) ▶납입 금액별(연 240만원, 연 600만원, 연 900만원, 연 1800만원) ▶기대 수익률별(3.5%, 6%, 9%)로 연금 수령액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뮬레이션 분석은 ‘불리오’로 유명한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투자자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분석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분석일 뿐 실제 개인의 연금 수령액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첫 질문, 시작합니다.
Q1. 내 연금, 언제부터 얼마씩 받는지 알고 있나요.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연금이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을 언제부터 얼마나 받게 되는지, 회사에선 퇴직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게 모르게 가입했던 연금계좌에는 얼마나 쌓였는지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바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회원 가입을 하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3일이 지난 뒤에는 이른바 ‘3층 연금’이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퇴직연금(DC형·IRP) ▶개인연금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매년 예상 수령액도 산출해볼 수 있죠. 다만 여기선 회사에서 관리해주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과 내 집으로 받는 주택연금 등은 지원하지 않아 별도로 더해줘야 합니다.
Q2. 결과에 만족하나요.
- 결과는 모두 다르겠지만 국민연금만으로 충분한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2022년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령액은 57만1945원이었습니다. 매달 100만원 이상 받는 연금 수령자는 57만여 명이었고요. 200만원 이상 받는 연금 수령자는 5410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고령자의 노후 준비 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란 걸 하는데, 조사에 참여한 서울 지역 응답자는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가 월 232만원(도 지역은 186만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노후생활비는 330만원(도 지역은 259만원)이었죠. 여유로운 생활을 원한다면 월 400만~500만원 이상은 필요하겠죠. 국민연금도 늦춰서 받으면 수급액을 늘릴 수 있는 등 선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결국 노후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연금 시뮬레이션의 기본 가정
두물머리투자자문과 함께한 연금 시뮬레이션의 기본 가정은 이렇습니다. 연금은 퇴직 시기인 55세까지 납입하고 60세부터 수령합니다. 납입을 마치고도 연금 자산을 5년간 더 굴린 뒤 수령하는 겁니다.
세액공제 혜택으로 받은 환급금은 자동으로 재투자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연금저축 계좌에서 운용합니다. 아낀 세금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죠. 세액공제율은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5500만원 초과(종합소득 금액일 경우엔 4500만원 초과)일 때 13.2%가 적용되고 그 이하일 땐 16.5%가 적용되는데요. 보수적으로 13.2%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달 연금 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은 현재 기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목가치를 기준으로 했고요. 55세 이후 수령할 연금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2%)을 반영한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수령할 때 액면은 높아지지만, 그 가치는 현재의 50만원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퇴직연금의 경우는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인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통계청의 2021년 임금금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라 35세 기준 연봉을 4656만원(월 388만원)으로 정했고요. 연봉은 매년 3%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55세에 퇴직할 경우 예상 퇴직금 원금은 모두 1억7519만원이 됩니다. 이 퇴직금은 55세에 일괄 수령한 뒤 60세까지 운용해 연금 형태로 받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Q3. 45세 직장인입니다. 지금부터 연금저축계좌에 연 600만원(매월 50만원)씩 납입하면 60세부터 개인연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 45세부터 퇴직 시기인 55세까지 10년간 연 600만원씩 납입했다면 총 6000만원을 연금 계좌에 넣게 됩니다. 이 계좌에서 연 6%의 수익률을 꾸준히 냈다고 가정해볼까요.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60세가 됐을 때 운용 수익은 5218만원이 쌓여 있게 됩니다. 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때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 않고 연금을 수령할 때 저율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반 계좌에서 운용할 때(4198만원)보다 운용 수익이 더 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연금 계좌에선 연 90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 600만원을 연금 계좌에 적립하면 연말정산 시 매년 79만2000원(600만원X13.2%)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급금을 일반 계좌가 아닌 별도의 연금 계좌에 쌓아가면서 같은 전략으로 운용한다면 60세가 됐을 때 총 1456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겁니다. 일반 계좌였다면 벌지 못했을 돈입니다. 결론적으로 연금 수령 시기인 60세가 됐을 때 총 연금 자산은 1억2675만원(원금 6000만원 + 운용수익 5218만원 + 세액공제 환급금 및 운용수익 1456만원)이 됩니다. 60세부터 90세까지 매달 41만원의 개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산 규모죠.
Q4. 같은 조건일 때 개인연금 납입을 35세부터 시작한 경우와 50세부터 시작한 경우의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