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범죄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 '범죄도시' 네 번째 흥행 …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범죄도시’에는 비슷한 유형의 영화와 비교할 때 보이지 않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악인 스토리가 없습니다. 대개 이런 종류의 영화에는 ‘안타고니스트’(주인공의 주적) 서사가 있습니다. 왜 나쁜 인간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 그것 말입니다. 통상 성장 과정의 문제, 사회가 만든 좌절, 삐뚤어진 영웅 심리 같은 게 나오죠. 관객은 왜 인간이 저렇게까지 됐는지를 궁금해하고, 영화는 그것에 충실히 답을 합니다. 요즘 영화의 일반적 ‘문법’입니다.

둘째는 정치적 거악이 없습니다. 마치 공식처럼 이런 영화에는 검찰총장, 재벌,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형사,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고 범인을 비호합니다. 진짜 악인은 흉기로 사람 죽이는 조직의 두목이 아니라 그들의 뒷배라고 영화가 말합니다. 그런데 ‘범죄도시’에는 이런 악의 구조가 없습니다. 주인공 마석도의 수사가 윗선의 지시에 의해 가로막히기도 하는데요, 거창한 권력자가 뒤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심한 간부가 위에 있을 뿐입니다.

‘범죄도시’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데 이 두 가지가 큰 역할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쁜 놈은 그냥 나쁜 놈인 것입니다. 비정한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진짜 악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을 괴롭히고 죽여서 돈 버는 인간은 혼이 나야 합니다. 마석도 형사는 말합니다.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단순해서 좋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본 ‘서부영화’는 그랬습니다.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악행을 포장하지 않았고, 권력이 진짜 악으로 설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총 들고 설치는 악당을 그보다 총 잘 쏘는 영웅이 처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