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만나 ‘청담 강아지’ 됐다, 멧돼지 사냥개의 견생역전

  • 카드 발행 일시2024.04.26

샤넬·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스토어가 즐비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사거리에서 고개를 돌리면 벽이 굽이굽이 흐르는 듯한 건물이 보인다. 안견의 산수화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지은 ‘더에디션청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이 건물 건축주는 이상봉 디자이너다.

저층에 이상봉 플래그십 매장이 있고, 위는 상가·오피스텔이다. 명품거리 평당 호가가 4억5000만~5억원 정도이니 땅값만 400억원 이상. 이렇게 비싼 건물에 ‘청담동 강아지’가 산다.

벽이 굴곡진 '몽유도원도 타워'. 이상봉과 반려견이 출근하는 곳이다. 사진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벽이 굴곡진 '몽유도원도 타워'. 이상봉과 반려견이 출근하는 곳이다. 사진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사냥개 라이카종 세 살 암컷 ‘이브’. 12월 24일 태어나서, 또 존경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떠올라 지어준 이름이다. 3년 전만 해도 멧돼지 쫓는 어미를 둔 시골 개였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이 디자이너는 평창동 집을 두고 청담동에서 자취한다. 이브와 단둘이 살면서 매일 몽유도원도 타워로 함께 온다. 건물에도 반려견 공간을 만들었지만, 이브는 비싼 옷이 진열된 매장에서 그를 졸졸 따라다닌다.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힐 법도 한데, 아니다. 이브에겐 명품 옷이나 신발 한 켤레 없다.

개에게 옷을 입히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거 같아요. 중성화 수술도 마찬가지고요. 오랜 본성이 남아있을 텐데, 인간의 결정으로 생식 능력을 없애는 게 맞는지 고민이 컸어요. 건강을 고려해 수술을 택했지만, 여전히 이브에게 미안합니다.


내년이면 브랜드 이상봉 설립 40주년. 패션 한류의 전초기지를 목표로 미국 뉴욕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가 코로나19로 접어야 했다. “내가 정지됐던 시절”이라고 할 정도로 상심했는데, 이브에게서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인터뷰 때도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고 “은퇴 전까지 37세”라고 외치는 그는 성씨 영문도 Lee나 Yi 대신 Lie로 쓴다. 평범하지 않은 주인과 이브의 독특한 청담 라이프를 소개한다.

나의 반려일지 7화 목록

1. 조용필 노래서 이름 딴 앵무새, 파리 초대장으로
2. 아들 등 한번 못 밀어준 게 가장 후회돼
3. 은퇴 전까진 언제나 37살, 다시 '첫사랑'을 말하다
4. ‘국민 디자이너’ 은퇴 후 꿈은 이거랍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6화 : “우리 애기요? 얘는 개잖아요” 타일러는 ‘찰리 아빠’ 거부한다
5화 : “14번째 미역국 먹고 떠났죠” 하루키 번역가 ‘행복한 이별’
4화 : 그는 족발 뼈까지 줍고 다녔다…‘박찬욱 뮤즈’ 개 100마리 사연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와 반려견 이브가 강남구 청담동 매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와 반려견 이브가 강남구 청담동 매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