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감히 사고쳤겠어?” 韓감독 원하는 축구협회 속내

  • 카드 발행 일시2024.04.12

3월 A매치 일정을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마무리 한 축구대표팀이 정식 사령탑 선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고, 본선 무대에서도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입증할 최적임자가 누군지를 놓고 축구계 안팎의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이번엔 국내파 감독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주장과 “그래도 외국인 감독의 경험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사령탑 선임 과정을 이끌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고민은 점점 깊어집니다.

흔들리는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한국 축구의 구원자는 누구일까요. 또는 누구여야 할까요. 레드재민이 칼칼하게 짚어드립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국가적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리다. 잘하면 나라의 영웅이 되지만, 못 하면 말 그대로 대역죄인이다. 중간은 없다. 지금 그 자리가 비었고, 대한축구협회(KFA)는 누굴 앉혀야 할지를 놓고 심사숙고 중이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참견하고 비평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리 모두의 자리이므로.

지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1층 로비. 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원회)를 이끄는 정해성(66) 위원장이 취재진 앞에 섰다. 손에 든 종이에는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논의한 5차 강화위원회 회의 내용을 요약해 적어놓았다. 정 위원장은 긴장감 가득한 목소리로 “국내 4인, 국외 7인”이라고 최종 후보군을 밝혔다. 선임 시점에 대해서는 “5월 초순 또는 늦어도 중순까지”로, 외국인 후보 면접은 “비대면”으로, 국내 후보는 “외국인 면접이 끝나는 대로 진행”으로 각각 설명했다.

축구대표팀은 최근 두 핵심 공격수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은 최근 두 핵심 공격수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의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국내파 선임의 기운

해당 브리핑이 남긴 최대 힌트는 국내 지도자 선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정 위원장은 “한국적인 선수들과 문화에 공감대를 갖고 갈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적’을 따지는 평가에서 한국인 지도자를 이길 외국인은 없다. 팬들은 당장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KFA와 유착(?)한 지도자를 일찌감치 내정해 놓았을 것이라는 불신의 추정이 만연하다. 하지만 국내 지도자를 선호하는 듯한 KFA의 노선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긴 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최근 두 차례의 메이저 대회 현장에서 잇따라 사고를 쳤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선 ‘2701호 사건’이 있었다.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무자격 물리치료사 A와 대표팀 공식 의무팀이 선수 관리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A를 옹호하는 일부 선수들은 거친 언행과 위력을 행사해 결국 대표팀 의무팀장을 캠프에서 쫓아냈다. 월드컵 종료 직후 KFA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월권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자유방임형에 가까운 외국인 사령탑과 달리 팀 분위기를 세밀하게 챙길 수 있는 국내 지도자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그러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내부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귀국길에 진행한 정 회장과의 면담에서, 그리고 청와대 만찬에서 선수들이 “새 사령탑도 외국인이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정 회장은 2연속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마음을 굳혔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찍은 사진. 2701호 사건은 축구대표팀의 내부 기강이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701호에 모여 찍은 사진. 2701호 사건은 축구대표팀의 내부 기강이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진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