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 되거나 총 맞아 죽거나…축구 천재 쏟아진 그 나라 진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05

글로벌 축구 시장에서 ‘메이드 인 프랑스’ 바람이 거셉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성장한 선수들이 자국은 물론, 각자의 혈통을 따라 여러 나라 대표팀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조만간 ‘삼바 군단’ 브라질을 제치고 선수 수출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준 높은 선수들을 화수분처럼 끊임 없이 쏟아내는 프랑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선수 공장’의 지위를 확보했을까요. 레드재민이 축구를 넘어 역사와 문화까지 아우르는 프랑스 축구의 성장사를 정리해드립니다.

브라질은 이른바 ‘축구 왕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에 빛난다.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이런 상식이 21세기를 맞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1998년 이후 열린 월드컵 본선 7개 대회에서 네 차례나 결승에 오르고 그중 두 번 우승한 국가는 따로 있었다. ‘레블뢰(Les bleus·파랑색) 군단’ 프랑스다. 월드컵 결승전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트리콜로르’(Tricolore·프랑스 국기)와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프랑스 국가)는 이제 축구 강국의 상징이 됐다.

축구 이적 시장에서 프랑스 여권은 ‘품질보증서’나 다름없다. 클럽뿐 아니라 각국 국가대표팀이 프랑스 출신 선수들을 빼가기 위해 애를 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출전 선수 832명(32개국X26명) 중 프랑스에서 태어난 선수가 무려 50명이나 됐다. 21명은 프랑스대표팀 멤버로, 나머지 29명은 모로코, 튀니지·세네갈·포르투갈 등 각자의 혈통에 따라 다양한 국가를 대표해 뛰었다. 이론적으로 프랑스 태생으로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수 있는 팀을 2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어떻게 21세기 축구 왕국이 됐을까? 수도 파리에서 축구 재능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최자에서 주인공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치르기 전까지 프랑스의 역할은 주최자로 정의된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유럽축구연맹(UEFA)과 유러피언챔피언십(유로),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모두 프랑스인들에 의해 탄생했다. 정작 대회 성적은 시원찮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프랑스가 할 일은 꽤 오랫 동안 양복 차림과 근엄한 표정으로 챔피언을 격려하는 호스트 역할 정도였다. 유로1984 우승과 1986 월드컵 3위가 이어지면서 볕이 드는가 싶었지만, 이어진 유로1988과 1990·1994 월드컵 본선 진출에 잇달아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프랑스 축구 운명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왼쪽부터 우승 주역 지네딘 지단, 마르셀 드사이, 로랑 블랑. AP=연합뉴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프랑스 축구 운명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왼쪽부터 우승 주역 지네딘 지단, 마르셀 드사이, 로랑 블랑. AP=연합뉴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프랑스의 운명을 바꾼 건 자국에서 열린 1998년 월드컵이다. 파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의 2골을 앞세워 당대 최강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했다. 2년 뒤 유로2000 제패가 이어졌다. 유럽 각국의 빅 클럽들이 지갑을 열어 프랑스 축구 인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프랑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프랑스는 2006년, 2018년, 2022년에 각각 월드컵 결승전 무대에 섰다. 유로2016 결승전에서 포르투갈과 맞붙은 팀도 프랑스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폴 포그바와 킬리앙 음바페를 앞세워 통산 두 번째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재 프랑스 축구는 가장 높이 날고 가장 넓게 퍼진다. ‘프렌치 커넥션’은 최근 월드컵 5개 대회(2006~2022)에서 216명에 이르는 참가 선수를 배출했다. 그 뒤를 브라질이 따르는데 숫자가 147명으로 뚝 떨어진다.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135개국 리그에서 활약한 외국 국적 선수 분포를 조사했다. 최다 수출국은 역시 브라질(1219명)이었고, 프랑스가 978명으로 뒤를 따랐다. 하지만 조사 기간 중 브라질 선수들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프랑스 선수들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CIES는 ‘브라질 선수 숫자가 감소 추세여서 조만간 프랑스가 축구선수 최대 수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