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떠나고 10년째 ‘폭망’…우승 1도 못한 맨유 웃는 까닭

  • 카드 발행 일시2024.04.26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구촌 최강 축구클럽’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현역 시절 ‘산소탱크’라 불린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유럽 클럽 축구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줄줄이 꺾는 장면은 우리 축구 팬들에게도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습니다.

영원히 강할 것만 같던 ‘레드 데블스’(맨유의 별칭)는 그러나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환골탈태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여러 리그 라이벌들에 눌려 쩔쩔매면서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세월이 10년 넘게 이어집니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그들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맨유는 현재 어떤 상황이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축구 스토리텔러 레드재민의 입체적인 분석으로 함께 들여다봅니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18세기 영국에서 출간된 역사서다. 오현제 시대에서 출발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후계자 지명을 거치며 본격적인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로마제국의 스토리를 다룬다. 책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왕위를 넘긴 친아들 콤모두스 때가 로마제국이 ‘삐끗’하는 시작점으로 묘사돼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황금기는 곧 알렉스 퍼거슨(스코틀랜드) 전 감독의 재임 기간과 일치한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맨유와 퍼거슨 감독은 국내외 무대를 평정했다. 어찌나 대단한지 사람들은 맨유를 ‘제국’이라며 거창하게 수식했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는 ‘꿈의 극장’으로 불렸다. 2013년 5월, 찬란했던 26년 재임을 마치면서 퍼거슨 감독은 동향(스코틀랜드) 후배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가 맨유 제국이 ‘삐끗’하는 시작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로마제국의 마지막 번영기를 함께한 아우렐리우스 황제처럼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재임기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쇠락이 시작됐다. 중앙포토

로마제국의 마지막 번영기를 함께한 아우렐리우스 황제처럼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재임기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쇠락이 시작됐다. 중앙포토

맨유 팬들에게 구단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퍼거슨 감독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EPA=연합뉴스

맨유 팬들에게 구단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퍼거슨 감독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EPA=연합뉴스

◇‘감독 지옥’으로 변해버리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데이빗 모예스 감독은 유능했다. 콤모두스처럼 술과 여자에 취하거나 검투사 시합에 몰두하지 않았다. 알짜 선수를 잘 찾아냈고, 선수의 잠재력을 경기력으로 끌어내는 재주가 비상했다. 앞서 지휘봉을 잡은 에버턴에서 모예스 감독은 수완을 발휘해 “라떼는 말이야”만 앵무새처럼 읊조리던 팀을 유럽클럽대항전에 개근하는 강자로 부활시켰다. 2013년 5월 모예스가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정식 발표되자 맨유 팬들은 ‘선택받은 자(The Chosen One)’라며 뜨겁게 환영했다.

불행히도 모예스 감독은 콤모두스와 엇비슷한 역사적 실패 사례로 남았다. 위대한 선임자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컸다. 퍼거슨 시대에 좀처럼 볼 수 없던 일들(실점·패배·망신)이 연달아 벌어졌다. 언론과 팬들은 슬슬 뒤춤에 숨겨둔 칼을 꺼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모예스 감독은 선임자가 받을 일이 없었던 질책성 질문을 받고는 대답에 애먹어야 했다. 이듬해 4월,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이 좌절되자 맨유는 6년짜리 장기 계약서를 고작 9개월 만에 찢어버렸다. 세상은 그 결정이 혼돈의 수습인 줄 알았다. 그러나 수습이 아니라 또 다른 ‘삐끗’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