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최종후보 오르고도…황석영 “나는 위기다” 왜

  • 카드 발행 일시2024.04.19

올해도 어김없이 부커상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판된 번역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여섯 작품(최종후보·숏리스트)에 황석영(81)의『철도원 삼대』가 포함됐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네요. 이번 문화비타민에서는 2024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여섯 작품을 소개하면서, 최근 부커상의 트렌드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2024 부커상 국제 부문 숏리스트에 오른 여섯 편의 작품. 둘째 줄 오른쪽에 있는 『마터 2-10』이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영문판이다. 사진 부커상위원회

2024 부커상 국제 부문 숏리스트에 오른 여섯 편의 작품. 둘째 줄 오른쪽에 있는 『마터 2-10』이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영문판이다. 사진 부커상위원회

올해 부커상 숏리스트에 오른 작품 중에서는 ‘역사성’이 드러나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가 대표적이에요. 최근 단행본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600쪽 ‘벽돌 책’ 분량에 일제 강점기부터 3대를 이어온 철도 노동자 가족의 역사를 담았습니다.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철도 노동자의 눈으로 본 근대 한국’이 되겠네요.

소설가 황석영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설가 황석영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독일 현대문학 거장 예니 에르펜베크(57)도 부커상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에르펜베크의『카이로스』는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입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 여성과 50대 중반 유부남 소설가의 만남을 그려요. 웬 ‘막장 드라마냐’ 싶으시겠지만, 소설은 부녀뻘 커플의 불륜 스토리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예정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관계는 동독이 몰락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공산 국가의 몰락 같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도 잘 묘사돼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