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메가시티 서울, 한반도 개편의 촉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여당의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에 서울이 항구 도시가 된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서울이 내륙 도시에서 해상과 연결된 도시가 된다는 것은 서울의 메가시티 전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쿄·싱가포르·상하이·뉴욕·샌프란시스코·런던 등에서 보듯 세계적 메가시티는 거의 모두 바다를 낀 항구를 안고 있다. 해상·육상의 연결 고리인 항만을 낀 메가시티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집적 경제 효과로 인해 지역과 국가 경제의 위상을 높인다. 한 국가의 대표적 메가시티와 메가시티 간 경쟁이 국가 경쟁인 시대이다.

김포 편입하면 서울은 항구도시
해양전략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
통일 이후 북한 개발에도 효율적

리셋코리아

리셋코리아

역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는 정치적 구호일 뿐 불가능하다. 도시 간 의존도는 매우 높아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지방 도시의 경쟁력도 개선될 수 없다. 서울과 지방을 가르는 국내 지역 간 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김포 편입은 선거용 포퓰리즘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메가시티로 가야 하는 서울 발전의 잠재적 요소가 잠복해 왔고 선거철을 계기로 드러난 것이다. 정치적 행위라고 해도 사회 경제적 현실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라뱃길을 건설한 데는 서울에 항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울이 김포를 편입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디자인했던 아라뱃길의 기능을 강화하는 셈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 이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세종의 행정복합도시 이전까지 서울은 행정·정치·경제·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 도시였다. 행정부와 153개 공공기관이 빠져나간 서울은 행정보다는 경제적 메가시티이다. 내년부터 국회 상임위원회 17개 중 12개가 세종으로 이전하는 규칙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국회미래연구원·국회도서관 분관 등도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제 서울은 경제 도시로서의 발전 전략을 짜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김포 편입을 통한 행정구역의 조정은 경제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김포시를 서울시가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는 서울 시정 책임자의 몫이겠지만 김포시 개발로 해상의 길이 트이면 이에 관련된 다양한 업무가 김포를 중심으로 재배치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행정구역이 달라서 막혀 있던 운송 통로가 뚫리고 자치행정의 일원화가 가능해진다. 또 서울을 국제도시로 만들 수 있는 신산업 부지가 확보된다. 이러한 점은 김포가 서울의 새로운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한반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국가 비전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다. 바다가 삼면에 접해 어디든 두세 시간이면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오늘날 해상 운송은 과거 풍력과 뱃사공을 이용한 뱃길의 시대가 아니다. 바다는 육상 운송과 같은 수준의 쾌속 대형 선박들의 운동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륙의 그늘에서 탈피해 해양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넷째, 국토균형발전에서 서울뿐 아니라 항구를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를 더 조성해야 한다. 부산·울산·포항과 여수·순천·광양을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를 만든다면 한반도는 메가시티를 통해 지방화 시대를 새로 여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김포를 편입한 서울은 휴전선에 더 다가가면서 통일 이후 북한 개발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 통일시대를 대비한 메가시티 서울을 통찰해야 한다.

바닥없이 추락하는 0.7대의 합계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행정구역 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비효율을 방치한 채 예산 중심의 퍼주기 지방평준화정책은 효과도 없고 국민 세금의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은 최소한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예산이 최우선 수단이고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지역이 존립해 왔다.

사대문 도심과 강남 중심의 서울은 김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약이 절실하다. 서울에 편입된 김포는 더는 베드타운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 지형을 전면 개편하는 촉매가 돼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건국대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