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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횡포 막되 혁신 생태계는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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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준익 건국대 경영대 교수

김준익 건국대 경영대 교수

오늘날 플랫폼 환경은 새로운 생태계 구축으로 혁신적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과는 달리 몇몇 대형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구조는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과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억제하고 신생 기업 및 소규모 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방해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위의 ‘공룡 플랫폼’ 규제
독과점 따른 반칙 시정 기대
혁신 환경 조성에 초점 맞춰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독과점은 플랫폼의 기본 원칙인 상생을 훼손한다. 신생 기업과 소규모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독과점 환경에서는 이들의 혁신적 시도가 충분히 발휘될 여지가 적다. 이로 인해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제한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시장과 산업의 동적인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현재의 플랫폼 산업의 환경은 새로운 생태계 구축과 혁신을 가져오기보다는 몇몇 대형 기업의 독점으로 인해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과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 사회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혁신 생태계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우리의 일상도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현재 일부 거대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고 있다. 소수의 거대 기업이 산업을 지배하는 상황은 신기술의 도입과 시장 다양성의 확장을 어렵게 만들며, 이는 결국 시장 전반의 혁신성 감소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깊이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은 매우 중요한 조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법안의 핵심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당국의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 우대 및 멀티호밍(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제한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배력 제한’과 ‘성장 저해’는 동의어가 아니다. 오히려 반칙적 행위를 배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다양한 기업들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로써 시장의 다양성이 증진되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엔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연구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규제는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달리 자국 내 강력한 플랫폼 산업을 보유한 한국의 경우, 고강도의 사전 규제가 도입되면 국내 플랫폼 산업의 혁신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올해 미국에서도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들이 대거 폐기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플랫폼 독점 종식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등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미국 정치권이 자국 내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을 보유한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횡포와 같이 혁신을 저해하는 행위는 분명히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플랫폼 기업 전체와 산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규제는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경쟁을 방지하고 건강한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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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익 건국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