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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일 안보협력이 더욱 중요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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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여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한국의 4월 총선을 겨냥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군사 협력 강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북·중·러 삼각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강대국 간 갈등 관계를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유엔 제재를 무시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긴장 높이며 대미 거래 준비
핵 동결 대가 제재 해제 요구 가능
한·일, 위협 공유해 미국과 협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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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올해 한국의 외교 및 안보 능력이 각 방면에서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급한 과제가 많아 북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러시아가 다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대결도 미국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홍해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화물선 공격이 미국과 영국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어 이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중동 전체로 확전될 소지를 안고 있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지정학적 위험을 관리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민주주의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조가 필수 불가결하다. 다행히 작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된 한·미·일 협력 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대처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미 3국 간 각종 장관급 회의가 10여 차례 이상 개최되었다. 미국의 관심을 계속 한반도에 묶어 두기 위해서도 일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작년 12월 초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이 주관한 ‘평화 오디세이’는 주일 미군기지인 요코스카 해군기지와 요코다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그간 잊혀져 있었던 주일 유엔군 후방 기지의 역할과 이들 기지의 한국 방위 임무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요코스카 기지에 상주하는 항공모함 레이건함은 미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하여 방위비를 GDP의 1%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포기하고 작년에 2%로 증액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일본을 중심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일 간 불화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미국은 항상 일본과 한국이 잘 협력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여 왔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 택일을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주저 없이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 개선에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를 추적하는 데 한·미·일은 실시간 정보 교환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는 등 올해 11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미국 및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동북아 전략 지형의 변경을 가져오는 시도는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이 동북아 안보 위협 인식을 공유하면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목소리를 크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일이 공통의 위협 인식을 토대로 미국의 관심을 촉구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내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60년의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담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도 한·일 간 상호 시장을 개방하여 인적 물적 왕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담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