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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알리·테무 공세, 국내 플랫폼 경쟁력 높여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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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중국 유통망의 글로벌 버전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해외 직접 판매 플랫폼의 한국 시장 침투가 거세다. 이것은 침체한 중국 내수시장을 해외 수출시장과 연결하여 발전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책 당국의 쌍순환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입지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제조 공급망과 결합하면 도저히 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포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의 온라인 생산유통 시스템은 강력한 제조 원가경쟁력과 공급원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이것은 동시에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중국 플랫폼 가격·다양성 장점
한국은 소비자 신뢰 계속 쌓아와
국내 규제는 경제 방어력 저해해

한호정 디자이너

한호정 디자이너

특히 생활용품과 패션상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은 압도적인 플랫폼 자산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한 통제 불가능성은 가격 대비 아주 좋은 상품도 있지만, 반대로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품도 섞여 있다는 걸 뜻한다. 이러한 점이 통제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어떤 경우 1000원에 횡재를 하지만, 어떤 경우 바로 쓰레기를 받게 된다. 한국 커머스 플랫폼은 지난 25년간 시장 경험을 통해 이러한 허점을 통제하여 소비자 경험을 높였고, 지금도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중국 생산유통 시스템 경험은 소비자들을 온라인 쇼핑 유혹에 대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진화시켜 왔다. 일회용품에 가까운 생활용품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사용하고, 일상적 생활과 연관된 소비는 쿠팡 멤버십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자기 이미지에 관련된 상품은 백화점·명품몰·패션전문몰을 사용하는 소비 패턴이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의 대응은 비교적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범정부 TF를 구성하여 중국발 커머스 플랫폼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위조품·가짜와 같은 지식재산권 문제가 있는 상품 또는 한국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성인용품 등에 대한 노출을 차단하도록 요구하여 국내 판매자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주류나 의료용품에 대한 광고 표시, 화재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통해 구매 소비자를 넘어선 타인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전기안전용품의 인허가 문제 같은 쟁점이 더해질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정치가들이 제기하는 관세 면세 한도 폐지와 같은 국제관례를 깨는 조치는 한국과 중국의 면세 한도가 비슷한 수준이고 2023년 기준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 남짓으로 매우 작다는 점에서 그다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의 면세제품 재판매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커머스 플랫폼과 온라인 판매자, 택배 물류사업자 등으로 이루어진 플랫폼 생태계는 서로 입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영역은 중국산 제품을 단순 구매 대행하여 판매하던 온라인 판매자이다. 이들은 유통구조에서 탈락하는 탈중간상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온라인 판매자 중 중견 판매자는 이미 국내 플랫폼용 판매 상품의 제조원을 국내 제조업체로 전환하고, 동남아 등의 신규 시장에서 해당 지역 총판을 구성하고, 중국에서 판매자 합작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면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입점한다는 기조 아래 체질 전환을 시도하거나 완료하고 있다. 이것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와 해외 직접 구매의 단순 비교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커머스 플랫폼은 더 격한 경쟁 환경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더 큰 적응력을 키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 물류사업자는 지난해 매우 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시스템에서 내수 시장의 강한 경쟁 환경은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소매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역설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공세는 한국 커머스 플랫폼 규제 환경이 우리 경제의 방어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우리 유통시장은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고 더 자유롭게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