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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장연, 약자 아니다"...'밥그릇 챙기기' 우려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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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지하철을 이용해 직장 등에 가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지하철을 이용해 직장 등에 가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첫 출근길에 지하철이 오지 않아 해고를 당했어요.”
“잦은 지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돌발성 난청을 앓고 있어요.”
“지하철로 꽃배달을 하는데 시위로 배송이 지연돼 배상금까지 지급할 처지입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시민 소통창구 ‘고객의 소리’에 지난해 접수된 민원 수천건 중 일부다. 물론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지만,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탑승시위에 따른 시민의 크고 작은 불편이 비교적 생생하게 담겨 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을 하고 있는 전장연. 뉴스1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선전전'을 하고 있는 전장연. 뉴스1

고객의 소리에 쏟아진 하소연 

시민 불편은 통계로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장연은 2021년 1월부터 2년간 시위 등을 통해 84차례 정시운행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시간만 80시간이 넘는다. 어떤 날은 최대 154분간 지하철 운행이 지연된 적도 있다. 웬만한 영화 상영시간보다 길다.

이 여파로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스트레스로 병을 앓고,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고객의 소리’에 하소연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말하는 ‘사회적 약자’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을 향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됨으로써 손해·손실을 보는 시민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의 반박...일단 중단한 시위 

전장연은 반발했다. 논평을 내고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그런 논리라면 시위하는 모든 사람은 다 강자”라며 “(집회·시위를 할 수밖에 없게) 방조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뭔가”라고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증액하지 않은 기획재정부가 강자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일단 3일부터 13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했다. 이 기간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기재부를 압박하겠단 전략으로 보인다. 3일 전장연 공식 페이스북 계정엔 “이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권을 누릴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나서 주십시오”라고 썼다. 전장연은 다음 달쯤 기재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위해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을 세울 것으로 예상한다. 전장연은 여차하면 14일부터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탑승시위를 다시 할 기세다.

31일 오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 뉴스1

31일 오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 뉴스1

절반 이상 전장연 집회 '반대' 

하지만 시위 명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장애인 이동권, 탈(脫) 장애인 거주시설 등 전장연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아는데 굳이 지하철을 멈춰 세워야 하냐”는 부정 여론이 팽배하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전장연 집회를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를 통해 공감을 어느 정도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칫 전장연의 무리한 예산증액 요구는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도 있다. 지역사회에 ‘절대적 약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수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양육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부터 가족돌봄 청년, 다쳐서 제대한 군인, 홀몸노인, 희귀병 질환자 등 수 많은 사회적 약자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다 배려하지 못하는 건 재정 여건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지하철 운행 중단 시위로 또 다른 약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 이건 사실상 폭력이다. 14일 이후에도 서울 지하철이 정시 운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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