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도쿄올림픽 참가' 놓고 옥신각신…별 의미없는 이유[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7.17 17:00

업데이트 2021.07.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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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악수하는 모습. 좋았던 한 때입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018년 청와대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악수하는 모습. 좋았던 한 때입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곡절 끝 다음 주에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이 유치에 성공했던 현장, 아직도 생생합니다. 때는 2013년 9월 8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총회 현장이었죠. 이 총회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겁니다. 그가 바로 국제 스포츠계 대통령인 IOC 위원장에 선출됐던 영광의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당시 도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날아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바흐 위원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거나 예상하는 목소리가 넘쳐날 때, IOC를 좀 안다 하는 이들 사이에선 “취소 가능성 제로”라는 공감대가 조용히 형성됐던 까닭입니다. 도쿄올림픽과 바흐 위원장은 일종의 동지인 셈이니까요.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16일 도쿄 신주쿠구 도쿄올림픽스타디움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16일 도쿄 신주쿠구 도쿄올림픽스타디움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와 올림픽의 인연도 특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월 1일 발표했던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급 조성됐기 때문이죠. 그 전까지만 해도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는 단순한 책 제목 그 이상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누구누구 핵 버튼이 더 큰 지, 말싸움까지 했었으니까요. 그러나 2018년의 한반도의 평화를 추동할 불꽃은 이듬해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로 스러졌습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 10주년이 이달 6일이었지만, 쓸쓸히 지나갔습니다. 삼수 끝 피나는 노력으로 유치를 일궈낸 주역이었던 기업인들 다수는 그사이 유명을 달리했죠. 대한체육회장으로서 유치의 핵심 역할을 했던 박용성 회장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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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한국 중앙 정부와 서울시 등은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그또한 북한의 요지부동으로 깨끗이 물건너간 한여름밤의 꿈이 됐습니다. 바흐 위원장도 상당한 야심가이고,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엔 상당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와 인터뷰에서도 수차례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강조했었죠. 그러나 IOC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최근 이렇게 귀띔했습니다. “평양에 수차례 의사를 타진해봤는데, 묵묵부답이더라.” ‘싫다’는 답조차도 받지 못한 그야말로 ‘노 답’ 상황인 겁니다. 콧대높기로 유명한 IOC로서는 그야말로 ‘어이상실’ 상황인거죠.

2018년 2월 10일 평창 올림픽 현장의 남북단일팀.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평창 올림픽 현장의 남북단일팀.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그리고, 어느새 도쿄올림픽이 코앞입니다. 그리고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바로 내년 2월 이어집니다. IOC 안팎에선 한국 정부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데 또 올림픽을 계기로 삼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예상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IOC가 한국 정부 뜻대로 움직여줄지는 사실 미지수도 아니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운 건, 한국뿐입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일본도 사실 개최국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올림픽까지 치러내야 하니까요.

2019년 6월 판문점.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요. 뉴시스

2019년 6월 판문점.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요. 뉴시스

현 한국 정부에겐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마지막 지푸라기일수 있습니다. 북한의 몇 안 되는 우호적 국가인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 여러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겠죠. 남북 단일팀이나 공동 입장, 응원단 파견 등 과거의 18번 노래를 또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IOC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남북 단일팀 관련해선 부정적 목소리가 많습니다. 우선 북한이 요지부동이라는 점, 그리고 단일팀을 구성하게 되면 그만큼 한국의 선수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는 점 때문이죠.

도쿄 올림픽선수촌 입구. 개막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방일 옥신각신 드라마는 언제쯤 끝날까요. 도쿄=올림픽공동취재단

도쿄 올림픽선수촌 입구. 개막을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방일 옥신각신 드라마는 언제쯤 끝날까요. 도쿄=올림픽공동취재단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IOC마저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IOC의 분위기도 그다지 한국 정부에 우호적이진 않다는 게 복수의 관련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아직까지도 문 대통령의 방일을 두고 한ㆍ일이 벌이는 옥신각신 드라마엔 IOC는 관심이 없습니다. 차라리 이런 상황에선 도쿄 올림픽 개최 성공을 기원한다거나 적극 협력하는 시그널을 보내는 게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 텐데, 대통령 방일 문제로 자존심 싸움만 하는 격이니, IOC로서는 더더욱 끼어들기 싫은 판을 만든 셈이지요. 국내 스포츠 외교의 오랜 부재 탓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달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기억할 것은 이거죠. 올림픽의 주인공은 정치인들의 욕심이 아닌, 선수들이 흘린 땀과 그를 응원하는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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