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했다, 믓찐 카를라 언니…어떤 퍼스트레이디 원하시나요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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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발망 패션쇼 무대에 선 카를라 브루니. EPA=연합뉴스

지난 가을 발망 패션쇼 무대에 선 카를라 브루니. EPA=연합뉴스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Balmain) 패션쇼 무대에 깜짝 게스트가 등장했습니다. 프랑스의 전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였죠. 무심한듯 시크한 표정으로 금빛 원피스를 입고 캣워크를 누비는 그를 보며 ‘카를라 언니 믓찌다(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1967년생으로 54세인 브루니에게 붙는 수식어는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우리에겐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유명하지만, 패션모델이자 가수이기도 하죠. 하지만 발망의 런웨이에서 브루니는 그저, 브루니 자신으로 빛났습니다. 타인과의 혼인신고, 또는 누군가의 엄마라는 혈육으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닌, 카를라 브루니 그 자신으로요.

남편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카를라 브루니. AFP=연합뉴스

남편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카를라 브루니. AFP=연합뉴스

한국에도 ‘믓찐’ 언니들은 차고 넘치죠. ‘믓찌다’는 말을 유행시킨 엠넷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아티스트 모니카의 말도 화제입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그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1초도 뜸들이지 않고 “자가(自家)ㆍ자차(自車)ㆍ자아(自我) 없는 남자”라고 답했죠. 이미 모든 걸 이룬 남자보단 같이 이뤄가는 관계를 원한다는 이 말에 대한민국 많은 여성이 열광했습니다.

엠넷 'TMI뉴스'에 출연한 모니카(왼쪽)과 가비(오른쪽). [유튜브 채널 'Mnet K-pop' 캡처]

엠넷 'TMI뉴스'에 출연한 모니카(왼쪽)과 가비(오른쪽). [유튜브 채널 'Mnet K-pop' 캡처]

그러나, 정치권을 보면 열광보다는 어리둥절함이 앞섭니다. 대한민국 여성의 얼굴 격인 퍼스트레이디가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을 놓고 들려오는 말은 그다지 ‘믓찌지’ 못하니까요. 무슨 벽화부터, 범죄 혐의, 스토킹, 앰뷸런스 등은 물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안와골절’이라는 용어까지, 사실여부를 떠나, 세간에 나돌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시점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말에, 더이상 공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감합니다.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라는 말이죠. 거대여당의 대통령 후보의 수행실장인만큼 한 의원의 말엔 무게가 실립니다. 그런데, 한 의원은 같은 글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를 비교하는 문구를 썼다가 수정했습니다. 원래는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대조시켰던 것을 “김혜경 vs 김건희”라고 수정한 겁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것은 국격에 맞는 일이고, 반려견인 토리의 엄마일뿐인 것은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해석이 되면서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두 퍼스트레이디 후보 역시 한 의원이 붙인 수식어로만 정체성이 수렴할 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퍼스트레이디는 누군가의 엄마로서만 정의되어야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런 사고방식은 현재 0.8이며 앞으로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당시 신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뉴시스] pak7130@newsis.com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퍼스트레이디의 역할도 변하고 있죠. 미국의 현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는 지금도 교단에 서는 현직 교수입니다. 질 바이든 여사를 두고 “애슐리의 엄마”이기에 미국의 국격에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가 과문한 탓일지 몰라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의 현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

프랑스의 현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

이젠 퍼스트레이디뿐 아니라 퍼스트 젠틀맨도 많이 나오는 시대이고 하고요. 물론, 대한민국 밖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직도 대통령의 배우자라고 하면 영부인(令夫人)만 떠올리고 영부인(令婦人)은 떠올리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현재 청와대에서 행복한 견생(犬生)을 영위 중인 반려견도 이름이 ‘토리’ 아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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