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팔색조 발레리나 신승원의 "진심으로 춘다"는 것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국립발레단이 지난 4월 공연한 '라 바야데르'의 주역 니키아를 열연 중인 신승원 수석무용수. [국립발레단 제공 영상 추출 후 GIF화]

국립발레단이 지난 4월 공연한 '라 바야데르'의 주역 니키아를 열연 중인 신승원 수석무용수. [국립발레단 제공 영상 추출 후 GIF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숲속에 숨어있는 국립발레단 연습동. 매일이 그렇지만 지난 8일, 이곳의 연습 열기는 특히나 뜨거웠습니다. 다음주인 15~20일 막을 올리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전막 리허설이 진행됐기 때문인데요.

발레리나의 토슈즈가 톡톡톡,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부터, 발레리노가 파워풀한 턴을 돌 때마다 끼익, 마루와 마찰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그 사이로 “거기에선 손가락 끝을 좀 더 내려야죠” “어깨를 좀 더 뒤로 젖혀야 해요”등, 세심한 티칭을 몸소 선보이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영국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20세기의 전설적 안무가인 존 크랭코에 의해 발레로 재탄생했습니다. 흔치 않은 희극발레입니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포스터에 등장한 신승원 수석무용수의 표정도 어딘가 익살스럽죠.

익살스런 표정의 신승원 수석 무용수. [국립발레단]

익살스런 표정의 신승원 수석 무용수. [국립발레단]

신승원 씨는 이번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발레 고전 작품들의 특성 상, 비극의 주인공으로 더 많이 무대에 섰습니다. 지난달엔 가부장적 시대에 스러진 천재 여성 시인(‘허난설헌-수월경화’)으로, 지난 4월엔 사랑하는 남자의 배신을 겪고 죽음을 택하는 인도 무희(‘라 바야데르’)로 관객을 만났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신승원 수석무용수의 캐릭터 표현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가히 팔색조 발레리나라고 할만하죠.

발레 테크닉이 뛰어난 무용수들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표현력까지 풍부한 이들은 적죠. 신승원 씨의 비밀은 뭘까요. 전막 리허설을 마치고도 혼자 연습에 몰두해있던 그를 살짝 만나봤습니다.

승원리나’만의 연기력 비결은 뭘까요?
“글쎄요, 비결이라는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매번 진심을 다하려고 하죠. 작품의 내용은 다르지만 무대에 서는 각오는 같아요. 진심으로 몰입하는 거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춤을 추면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그 희열을 2시간을 위해선 매일의 꾸준한 연습의 반복이 제일 중요하고요. 모든 게 다 그렇겠지만, 몸으로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발레는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 진짜에요.”

모범생 답안이죠. 실제로 신승원 수석은 성실의 아이콘으로 통합니다. 중앙일보의 인기 연재물이었던 ‘발레리나와 홈트를’에선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부상을 이겨낸 경험을 절절히 털어놓았죠. 부상 정도가 심해서 현장에서 바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간 건 그에게 악몽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승원 무용수는 부상을 이겨냈고, 발레단의 기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입니다. 그는 “시련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신승원 씨에겐 고통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는 이겨냈습니다.

관련기사

시간은 속절 없이 흐릅니다. 그가 발서울예고를 우등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입단한 게 2009년이었으니, 벌써 강산이 한 번 바뀌었습니다. 발레리나에게 나이는 특히나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10년 넘게 무대에 서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재미있는 게요, 저는 (시간이 흐룰수록) 춤이 더 재미있어져요. 예전에도 좋았지만 지금은 뭐랄까, 너무 좋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발레는 젊음의 예술이라고들 말을 하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거든요. 공연을 할수록 더 잘알게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목마름이 생겨요. 젊은 시절엔 빛이 나지만 지금은 연륜이 주는 경험이 있으니까요. 선배들이 ‘전성기는 20대에 한 번, 그 이후에 한 번 더 온다’고 하시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신승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프로필 사진. [국립발레단]

신승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의 프로필 사진. [국립발레단]

하지만, 성실의 아이콘에게도 힘들 때는 물론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신승원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동료들에게서 에너지를 받아요. 감사한 일이죠. 은사님들도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큰 도움을 주셨고요. 서울예고 안윤희 선생님, 한예종 김선희 교수님 같은 분들은 저에게 저만의 색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뭐든 그런 것 같아요. 혼자만 이루는 것은 없어요. 진심을 다하고 주변과 함께 조화를 이뤄나가면, 되는 것 같아요. 진심과 노력, 이 두 가지가 핵심이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진심과 노력이죠. 인생도 그런 거 아닐까요.”

전수진 투데이&피플 뉴스팀장 chun.s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