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바이든 죄다 깐다...한국은 잃어버린 '성역 없는 코미디'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한국판 'SNL'의 인기 코너 '인턴기자. [사진 쿠팡플레이]

한국판 'SNL'의 인기 코너 '인턴기자. [사진 쿠팡플레이]

미국 N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입니다. 한국판인 ‘SNL 코리아’도 곡절 끝에 최근 부활했죠. 미국에서 첫 방송된 게 1975년 10월 11일이라고 하니 4년만 더 하면 반세기 동안 시즌제 명맥을 유지해오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네요. 출연진은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BTS도 2019년 출연해 신곡 발표 무대를 선보였고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기업인 시절 수차례 출연한 바 있죠.

‘SNL’은 매주 스타를 한 명 ‘호스트’ 즉 그 주의 주인공으로 초청해서 그 주의 시사 이슈를 풍자하는 콩트 및 뉴스 형식의 쇼를 하나로 묶어냅니다. 뉴욕타임스(NYT) 등도 ‘SNL’ 리뷰와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다룹니다.

'SNL' 호스트로 나선 일론 머스크. NBC/AP=연합뉴스

'SNL' 호스트로 나선 일론 머스크. NBC/AP=연합뉴스

‘SNL’의 인기 장수 비결 중 하나는 성역이 없다는 용감함인 것 같습니다. 정치 풍자를 하되,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치인 모두를 여야를 막론하고 다 풍자하는 거죠. 물론 SNL 제작진과 ‘크루’라고 불리는 배우들도 사람이고, 성향이 있으니 100% 객관적이지는 못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엔 아주 마음을 제대로 먹고 트럼프를 희화화했죠. 트럼프를 연기한 인물은 무려 배우 알렉 볼드윈이었는데, 트럼프 특유의 제스처와 머리 스타일까지 복제 수준이었습니다.

단 한 명, 볼드윈의 트럼프 연기를 드러내놓고 싫어한 사람은 트럼프 본인인데요. 트럼프는 트위터에 “알렉이 나를 ‘SNL’에서 형편없이 흉내를 낸다”며 “(알렉의) 연기 경력은 놀라울 것도 없고 그나마 다 죽어가고 있었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죠. 하지만 미국의 유명 방송계 상인 에미(Emmy)상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볼드윈이 트럼프 풍자 연기로 그해 에미상을 수상했으니까요.

2017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를 풍자하는 열연 중인 알렉 볼드윈. NBC/AP=연합뉴스

2017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를 풍자하는 열연 중인 알렉 볼드윈. NBC/AP=연합뉴스

정권이 바뀐 지금, ‘SNL’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기에 열심입니다. 짐 캐리가 잠시 바이든 역할을 하기도 했죠. 이런 식입니다.

“그거 알아? 지난번엔 연설하러 갔다가 계단에서 글쎄 한 번 밖에 안 넘어졌다구. 한 번!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비행기 트랩을 오르다 3번이나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을 비꼬는 거죠.

고령인 점도 어김없이 풍자 대상입니다. 이름이 길기로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일명 'AOC')여성 의원을 가리키면서는 “AOC, 내가 너의 전체 이름을 말할 거라곤 너도 기대하지 않았겠지”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바이든의 말버릇이나 손가락 제스처 등도 희화화의 대상이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풍자하는 'SNL' 최근 화 캡처. [NBC Youtube 공식 계정]

조 바이든 대통령을 풍자하는 'SNL' 최근 화 캡처. [NBC Youtube 공식 계정]

뿐만인가요. AOC도 풍자의 대상입니다. 부자 증세 등 진보적 성향의 정책으로 유명한 그를 두고는 ‘SNL’은 “말로는 ‘부자 증세’를 외치지만 그런 뒤엔 부자들이랑 파티하느라 바빠”라고 비꼬았습니다.

한국의 ‘SNL’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들이죠. 부활한 ‘SNL 코리아’는 ‘인턴기자’ 등 다양한 웃음을 선사했지만, 본격 정치 문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성역으로 남겼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볼드윈과 짐 캐리, NBC 제작진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아예 위와 같은 내용을 제작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K-드라마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정권의 정점에 있는 사람까지도 성역없이 풍자와 희화화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선 미국이 여전히 부럽습니다. 대선의 계절인 한국에서도 후보들을 마음껏 ‘모두까기’하고, 후보들이 직접 나와서 ‘셀프 디스’를 하는 열린 문화가 어서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