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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이 남혐 페미라고요? 구글링해서 꼭 봐야할 이 사진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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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예쁜 숏컷. 오드리 헵번. 출처: https://www.short-haircut.com/10-audrey-hepburn-pixie-cuts.html

이토록 예쁜 숏컷. 오드리 헵번. 출처: https://www.short-haircut.com/10-audrey-hepburn-pixie-cuts.html

말이 필요없는 오드리 헵번, 봉준호 감독에게 오스카 상을 안긴 배우 제인 폰다, 패셔니스타 빅토리아 베컴-.

전설 또는 아이콘인 이들의 공통점은 숏컷 헤어스타일입니다. 그럼, 이들이 모두 남혐 페미니스트일까요? 일부 여혐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등장한 ‘숏컷=남혐’이라는 기괴한 등식에 따르면 그렇겠네요.

“숏컷 헤어가 한국 젊은 남성의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했다”(로이터 통신 29일 보도) “헤어스타일 때문에 여혐주의자들의공격 받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영국 인디펜던트 29일 보도)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공격”(일본 지지통신 29일 보도) 등 외신 보도도 쏟아집니다. “이런 걸로 남녀가 싸우다니 해외토픽 감”이라는 뉘앙스가 외신 보도 행간엔 녹아있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작품상을 시상하며 축하인사를 건네는 배우 제인 폰다. 시크한 은발 숏컷의 정석. AFP=연합뉴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작품상을 시상하며 축하인사를 건네는 배우 제인 폰다. 시크한 은발 숏컷의 정석. AFP=연합뉴스

W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숏컷 스타일의 빅토리아 베컴과 남편 데이비드 베컴. [W Magazine]

W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숏컷 스타일의 빅토리아 베컴과 남편 데이비드 베컴. [W Magazine]

일부에선 숏컷=페미니스트라고 쓰고 있지만 사실, 페미니스트라기 보다는 문맥상 남혐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페미니스트=남혐이 아니니까요. BBC 서울특파원으로 수년째 열일 중인 로라 비커 기자가 지난 29일 트윗에서 지적했듯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dirty word)이 됐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페미니즘의 성과까지 폄하하려는 일부 극단적 여혐주의자들의 프레이밍에 낚이고 있는 셈이니까요.

모든 페미니스트가 남혐주의자는 아닙니다. 양성을 포함한 다양한 성이 이 짧은 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덧붙여,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영어 이름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즉 ‘성평등 및 가족 부’입니다. 왜 굳이 한국어 이름을 ‘여성가족부’로 유지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다시 숏컷으로 돌아가서, 오랜 기간 한국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머리 스타일이었던 긴 생머리를 거부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면 무조건 남혐일까요? ‘웅앵웅’ ‘오조오억’이라는, 일부 여혐주의자들이 ”남혐 용어“라고 주장하는 단어를 친한 친구에게 썼다고, 안 선수가 남혐주의자일까요.
안 선수는 그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금메달리스트입니다. 그걸로 끝.

이토록 멋진 숏컷.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 연합뉴스

이토록 멋진 숏컷.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 연합뉴스

숏컷은 나라 밖 셀렙들도 오래 사랑해온 고전적 스타일이죠. 구글링을 해보니 아예 숏컷 헤어스타일만 전문으로 소개하는 사이트엔 오드리 헵번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www.short-haircut.com/10-audrey-hepburn-pixie-cuts.html)입니다.

일부 여혐주의자들의 안산 선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백번 양보해서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다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 라고 하니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지난주 최고의 화제 일명 ‘쥴리 벽화’가 떠오르네요. 물론 프랑스 철학자 프랑소아-마리 볼테르(1694~1778)가 남겼다는 명언처럼, “당신의 그 말에는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선 싸우겠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잖아도갈갈이 찢어진 대한민국 사회가 표현의 자유라는 편리한 탈을 쓰고 주홍글씨 낙인을 찍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30일 문구는 지워졌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는 지난 27일 김건희에 대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30일 문구는 지워졌다. 앞서 지난달 김건희씨는 자신이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는 지난 27일 김건희에 대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사회과학은 잘 모릅니다만, 자유의 종류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스탠퍼드대의 ‘자유’ 사전에 따르면 ‘소극적 자유(negative liberty)’와 ‘적극적 자유(positive liberty)’ 구별이 있는데요. 후자가 표현의 자유처럼, 어떤 행동을 할 권리지만, 전자는 어떤 부당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일컫는다고 하네요. 전자는 “~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이고 후자는 “~을 할 자유(freedom of)”인 셈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엔 적극적 자유만 넘치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으신지요.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굳이 우리는 왜 더 힘들게 살고 있는 걸까요.

영화배우 존 웨인이 남긴 이 명언이 혹시 우리를 꼬집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봅니다.

“인생은 원래 힘든 건데 바보라면 더 힘들다(Life is hard. It’s harder when you are stupid).”  

역시 예술도 과문합니다만, 차밍 베이커(Charming Baker)라는 화가의 아래 작품으로(벽화 아님 주의) 끝을 맺어보고자 합니다. 제목은, ‘삶은 이미 힘든데, 더 힘들게 살지는 맙시다(Let’s Not Make Life Any More Difficult Than It Already Is).’

[copyright Charming Baker] https://charmingbaker.com/prints/

[copyright Charming Baker] https://charmingbaker.com/pri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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