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절친'이 갇혔다…中 인질 된 캐나다男 미스터리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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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을 북한에서 만나는 마이클 스패버(왼쪽). 스패버 제공, 무단전재 금지

김정은 위원장을 북한에서 만나는 마이클 스패버(왼쪽). 스패버 제공, 무단전재 금지

북한에 관심 있는 모든 기자의 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인터뷰하는 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남자를 2013년부터 주목했습니다. 마이클 스패버(46). 김정은 위원장의 캐나다인 ‘절친’입니다. 위의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설명해주죠. 김 위원장이 활짝 웃으며 반가운 듯 손을 덥석 잡고 있는 왼쪽 캐나다인 남자입니다. 발음에 따라 스페이버, 라고 표기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를 2018년 직접 광화문 카페에서 만나 물었더니 “둘 다 상관은 없는데, 스패버가 더 좋다”고 답하더군요. 위 사진은 2013년 월에 찍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1년 12월 급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20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았습니다. 한동안 이렇다할 외부 활동은 자제하며 소위 '잠수'를 탔죠. 그러다 2013년 9월, ‘(농구)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미국 NBA의 데니스 로드맨 선수가 돌연 평양을 방문합니다. 농구광인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으로 국빈급 환대를 받습니다. 이때 다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 스패버입니다.

스패버는 일명 ‘조선어’로 불리는 북한식 우리말에도 능통한 편인데, 로드맨 방북에서 통역 역할도 맡았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 격인 원산 특각(별장)에서 제트스키도 타고, 여동생 김여정 현 노동당 제1부부장과, 부인 이설주 역시 만나서 웃음이 넘치고 (아마도 와인도 넘쳤을) 식사도 했다고 합니다.

데니스 로드맨과 함께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는 마이클 스패버(김 위원장 바로 옆 검은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 당시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데니스 로드맨과 함께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는 마이클 스패버(김 위원장 바로 옆 검은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 당시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이런 스패버가 돌연 2018년 12월, 중국에서 체포됩니다. 스패버는 북한에 언제든 갈 수 있도록 북ㆍ중 접경 도시인 단둥(丹東)에 살며 북한 관광 사업 등을 해왔습니다. 중국 당국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외국을 위해 (중국을)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중국 단둥시 중급인민법원은 그에게 11년형과 함께 그의 재산 5만위안(약 890만원)의 몰수 및 국외 추방을 명했습니다.

스패버가 중국에 산 것은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이상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을까. 이 지점에서 미국과 그의 고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이런 의혹을 제기합니다. 중국의 보복성 인질외교라는 것이죠. 중국의 기간산업을 담당해온 핵심 기업 화웨이의 창업자의 딸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를 캐나다 사법당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해 가택연금에 처하자, 중국이 보복을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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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수까지 나섰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 측 발표 직후,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자국민 보호에 직접 나섰습니다. 미국의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중국을 겨냥해 “어떤 경우에도 이렇게 인질을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도 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12일엔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 등이 “사법 주권에 대한 난폭한 간섭” “비합리적이고 오만한 비난을 강력 규탄한다”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이 구금한 캐나다인 두 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 모임. 오른쪽 사진이 스패버. AP=연합뉴스

중국이 구금한 캐나다인 두 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관 모임. 오른쪽 사진이 스패버. AP=연합뉴스

정작 스패버가 어떤 상황인지, 지난 2년 간 구금 생활에서 건강은 잘 지켰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죠.

스패버를 수 차례 설득한 끝에 2017년 봄엔 일본 도쿄에서, 2018년엔 서울 광화문에서 두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 최초 인터뷰였지만 정작 그는 민감하고 뉴스거리가 될만한 얘기를 하면서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캐릭터였죠. 서울 한복판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면서도 김정은에 대해서 ‘김 장군(Marshall Kim)’이라고 깍듯이 불렀습니다.

2017년 도쿄에선 당시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망을 좁혀오자, 대안으로 외국인의 대북 관광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발전을 위한 비전이 내겐 있다”며 “이건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눈을 반짝이던 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썼던 월간중앙 기사 링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16325).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물론 자신의 ‘백두문화교류사’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평양 홍보대사를 자청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충복' 두 글자가 선명하다. 스패버의 2017년 사진. AP=연합뉴스

'충복' 두 글자가 선명하다. 스패버의 2017년 사진. AP=연합뉴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그가 북한에 대해 들려준 비보도 전제 내용 기사는 아직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해준 북한 여행에서의 추억 등에서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 일가는 물론, 중국에도 해가 될 내용은 전무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스패버가 태양이 궁금해 너무 가까이 날다가 태양의 열에 날개가 녹아버린 이카루스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지. 아무쪼록 그의 무탈과 건강, 그리고 인권에 부합하는 조기 석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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