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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만 235억원 쓴다…페북 내부고발자가 던지는 메시지[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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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프랜시스 하우겐. AP=연합뉴스

지난 5일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프랜시스 하우겐. AP=연합뉴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지난주는 인생 최악의 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4일엔 페이스북은 물론 자매사들 격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까지 6시간 먹통이 됐죠. 하지만 더 큰 직격탄은 그 전날과 다음날, 자신이 2년 가까이 월급을 줬던 전 직원에게 맞았습니다. 1984년생 동갑내기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주인공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데이터 관리자로 약 2년을 일한 하우겐은 3일엔 CBS에 출연해서, 5일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이스북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면서 지난달 3회 시리즈로 페이스북을 정면 비판한 기사도 있었는데, 입수 경로 역시 하우겐이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4일 나란히 먹통이 되며 저커버그의 속을 태웠습니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4일 나란히 먹통이 되며 저커버그의 속을 태웠습니다. AP=연합뉴스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엔지니어인 하우겐의 주장은 촘촘했고 냉철했습니다. 정치적 수사로 목소리만 높이는 여느 청문회 풍경과 달랐죠. 하우겐은 숫자와 명사, 실제 증거 사례들로 무장한 논리를 펼쳤습니다. 하우겐은 공학도 출신에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구글에 이어 페이스북에서 데이터를 관리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고치자는 것”이라며 “의회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미국의 여야 역시 여의도 못잖게 분열과 갈등에 신음하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페이스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페이스북은 도덕적으로 파산했다”(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혁신을 위한) 행동을 개시하자”(존 튠 공화당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상원 청문회에 앞서 선서 중인 하우겐. AFP=연합뉴스

상원 청문회에 앞서 선서 중인 하우겐. AFP=연합뉴스

페이스북을 포함해 구글ㆍ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기업, 일명 ‘빅테크’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번엔 진짜로 바뀔까요? 미 국내 반응은 ‘글쎄요’에 가깝습니다.

왜? 의회가 결국 로비의 힘에 굴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의회가 페이스북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기엔 의원들이 페이스북에서 수혈하는 로비자금의 규모가 어마무시하니까요. 닉 클레그와 같은 영국 전 부총리 같은 정치인은 아예 페이스북의 홍보 담당 부사장으로 고용돼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별도로 지출하는 로비 자금 규모는 전체 기업 중 1위입니다. 지난해에만 로비자금으로 1968만달러(약 235억원)를 썼습니다. 상원의원들에게 기부한 금액은 모두 19만 달러로, 이 중 가장 많은 금액인 3만1500달러를 받아간 이가 위의 청문회에 등장한 튠 의원이라고 합니다. 결국, 담배가 해로운 건 알지만 담배 규제법을 담배 회사들의 로비 때문에 못 만드는 것과 똑같이 되고 말 것이라는 목소리가 뉴욕타임스(NYT)며 뉴요커와 같은 유수의 매체들에 나오는 이유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AFP=연합뉴스

민주당의 지난 대선 경선 후보로도 나섰던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합니다.

“행동을 할 때가 도래했습니다. (하우겐) 당신과 같은 이들이 그 행동을 위한 촉매입니다. 당신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의회의) 우리들은 그간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왜일까요? 이 (의회) 건물 모든 층 곳곳에 포진해 있는 로비스트들 때문이지요.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의해 고용된 이들이 던지는 돈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미스 슬로운.’ 워싱턴DC를 주름잡는 스타 로비스트인 엘리자베스 슬로운이 총기 규제법 통과를 위해 로비를 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비스트, 그들과 결탁한 정치인들의 면모가 적나라합니다. 페이스북의 혁신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시발점이 의회일 거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죠. 로비 활동은 금지되어 있다지만, 거대 플랫폼 빅테크 기업과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 SNS에 잠식된 것은 매한가지인 한국의 현실도 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나 이 기사를 다 쓰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공유해서 페이지뷰를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컷. 제시카 채스테인의 명연기가 빛나는 수작입니다. [메인타이틀 픽쳐스]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컷. 제시카 채스테인의 명연기가 빛나는 수작입니다. [메인타이틀 픽쳐스]

하우겐의 상원 청문회 중 발언으로 마무리합니다.

“페이스북이 하던대로 이윤 추구를 제1의 우선순위로 하면서 극단적 콘텐트로 사용자의 시간을 붙잡아 둔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가 분열될 것입니다. 누구도 그 분열의 끝을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너무 끔찍하니까요.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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