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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혐오만 키운다" 전장연 시위에 맞선 장애인 단체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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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 회원들의 지하철 내 사다리 반입 시도로 당고개 방면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 회원들의 지하철 내 사다리 반입 시도로 당고개 방면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인한 불편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최근 2년 사이 9000건 가까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장연은 시위 도중 지하철 운행을 수시로 고의 지연시켜왔다. 이때마다 시민들은 서울교통공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장연은 19일부터 게릴리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전장연, 불법 운행방해 80회 달해 

1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 12일까지 전장연은 지하철 운행을 80여 차례 방해했다. 이중 67회는 올해 발생했다. 전장연은 직장인 출근이나 학생 등교 시간대에 휠체어를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거나 기면서 열차에 올랐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휠체어 바퀴를 넣는가 하면 아예 사다리로 열차 출입문을 막기도 했다.

열차는 일반 도로와 달리 ‘우회로’가 없다. 앞선 열차가 서면, 뒤따라오는 열차가 줄줄이 멈춰야 한다. 전장연 시위로 열차가 4시간 이상 서 있기도 했다. 일터나 몸이 아파 병원 등에 가려는 시민 발이 꽁꽁 묶였다. 이에 전장연을 향한 시선은 싸늘했다. 이는 최근 2년간 교통공사에 들어온 불편 민원 8873건이 말해준다. 하루 평균 12건이 넘는다.

"장애인 예산 늘려달라" 요구 공감하지만 

전장연 ‘목소리’ 자체엔 공감하는 이들도 꽤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 복지예산은 선진국의 3분의 1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1.9%이나 한국은 0.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전장연의 시위방식까지 동의하는 건 아니다. 열차 고의 지연에 따른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민은 물론 청소근로자도 불편을 겪는다. 전장연은 시위 때 열차와 지하철 역사 안에 끈끈한 스티커를 대량으로 붙여 놓는다. 이 스티커를 제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일은 청소근로자의 몫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선전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선전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통공사 꺼내 든 '무정차 통과' 카드 

급기야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지난 13일부터 ‘무정차 통과’ 카드를 꺼냈다. 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역장이 판단해서 열차를 세우지 않도록 했다. 교통공사는 지난 1년간 뚜렷한 현장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대통령실 요청이 와서야 무정차 운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교통공사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예규(37조)상 승객폭주,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안전이 우려되면 역장이 상황을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 전장연 시위는 '이례적 상황' 등에 해당한다.

교통공사는 전장연을 기차교통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시위 현장엔 안전 인력 20~100명 투입, 열차 지연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이 시위한다는 이유로 너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위대를 현장에서 해산시키거나 업무방해 혐의가 짙으면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장연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도중 경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1

전장연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도중 경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장애인 단체의 '호소'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가 나섰다. 지난 15일 4호선 삼각지역 전장연 시위 현장에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연대(장애인연대)’가 출동했다. 이 단체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의 승강장 진입을 막았다. 양측 사이에 언쟁이 오갔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단체는 “지하철 운행방해 시위는 전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뿐”이라며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라고 했다. 앞으로 장애인연대 말고 또 다른 시민단체가 전장연 시위를 막겠다며 나설 수도 있다. 시민이 공권력을 대신해 직접 나서는 걸 정상으로 볼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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