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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밀리스트 이재명' 뭔가요…'검은머리 외국인' 콩글리시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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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의 12일 페이스북 사진.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의 12일 페이스북 사진.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배움엔 끝이 없습니다. 영어공부도 그렇죠.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에게 고맙습니다. ‘페밀리스트’라는 단어를 덕분에 알았으니까요.

이해식 의원은 12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진을 공유하면서 #페밀리스트_이재명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기자들은 친절히도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와 ‘~주의자’를 의미하는 영어 접미사 ‘ist’를 합친 단어로, ‘패밀리스트’를 잘못 쓴 것으롤 보인다”는 해석을 붙여서 보도를 했습니다. 거대여당의 대통령 후보의 동정이니 크게 보도를 아니할 수 없죠.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영어신문 기자를 10년 가까이 했는데, ‘페밀리스트’라는 단어는 난생 처음이어서입니다.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모르는 건 구글도 마찬가지더군요. ‘찾으려는 단어가 family‘s 아닌가요?(Did you mean family‘s?)’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오타 또는 없는 단어를 검색하면 종종 나오는 문구죠.

이렇게 말입니다. [구글 캡처]

이렇게 말입니다. [구글 캡처]

인류가 그래도 21세기하고도 21년을 살아왔는데, 온갖 단어가 다 있을 법하지 않습니까. 빙고! 윅셔너리, 즉 위키피디아의 단어 사전엔 ‘familyst’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이겁니다.

이겁니다.

근데, 뜻이 좀 이상합니다. ‘Familyism’의 지지자, 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이 ‘familysm’이라는 단어의 뜻은 한국의 검색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전에 따르면 뜻이 두 가지입니다.

1. [명사] 가족 관계에 대한 연구
2. [명사] 가족 경영(오로지 가족들로만 구성된 회사)

요리조리 아무리 뜯어봐도 존경하는 이해식 의원님이 의도하신 뜻과는 큰 상관이 있어보이지 않네요.

이해식 의원은 중앙일보 정치팀에 ‘오기(誤記)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표기법(엔) 어긋나지만 굳이 페밀리스트라고 쓴 건 페미니즘+패밀리를 함께 상징한 것이다”라는 설명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합니다“라는 글을 ’〈한 번 읽어 보시지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공유한 게 바로 어제(11일) 아니었던가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느낌은 저만 받는 건 아닐 겁니다.

영미권에서 나고 자란 외신기자 친구들에게 ’페밀리스트‘에 대해 물어보려다, 그만뒀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거대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이 된 후보의 참모의 체면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외신기자들에게 이해식 대변인은 잊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 발언을 했던 장본인이시니까 말입니다.

'페밀리스트'도 '패밀리스트'도 아닌 '패밀리 맨'이라고 했으면 됩니다. 굳이 영어로 할 필요도 있었을까 싶고요. 실수였다, 한 마디면 됐을 걸 페미니즘까지 갖다 붙인 건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은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영화 '패밀리 맨' 포스터.

영화 '패밀리 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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