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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기사 쓰지 않겠다" NYT 칼럼에 박수 쏟아진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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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사임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기사. [WP 캡처]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사임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기사. [WP 캡처]

“이 칼럼을 쓰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뉴욕타임스(NYT)의 스타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28일(현지시간) 메타(옛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칼럼 마감은 당연히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인데 뭘 유난을 떠나 싶었지만, 읽다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사표 제출 직전 쓴 마지막 칼럼이었습니다. 37년간 몸담았던 NYT를 떠나, 자신의 고향 오레건 주(州) 주지사에 출마한다고 합니다.

내심 정계 진출을 꿈꾸며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 기자를 한 케이스 아니냐고요? 그런 이들도 물론 없지 않죠. 크리스토프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자신의 결정에 따르는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염치’라는 가치를 지키려 한 셈이죠.

지난 6월부터 펜을 놓고 휴직을 택한 게 대표적입니다. 정계 진출이라는 목표를 구체화한 뒤, NYT 편집국에 먼저 휴직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퓰리처상 수상은 물론, 전현직 대통령들을 쥐고 흔들었던 베테랑 기자로서, 펜을 꺾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정계 진출에 마음이 기운 이상, 내 이름을 걸고 칼럼이나 기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지막 칼럼에 밝혔습니다. 이렇게도 덧붙였죠.

“기자 일을 37년 동안 해오며 나는 내 발로 걸어서 편집국을 나갈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내 직업을 사랑했으니까. 기자를 그만두는 건 바보천치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지금 내 고향에서 빈곤 문제에 허덕이는 이웃들을 보며,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해야하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할지라도.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마지막 칼럼을 메타(구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올린 글. [메타 캡처]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마지막 칼럼을 메타(구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올린 글. [메타 캡처]

NYT 역시 그에게 예를 깍듯이 갖춰줬습니다. 칼럼니스트를 담당하는 오피니언 담당 에디터, 우리로 치면 논설실장인 캐슬린 킹스버리는 “크리스토프처럼 NYT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도 드물었다”며 “천상 기자인 그가 기사로서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듯, 이젠 다른 장소에서 같은 노력을 할 거라고 믿는다”는 뉴스레터를 썼죠.

NYT의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도 성명을 내고 “독자뿐 아니라 동료로서 그가 너무도 그리울 것”이라며 “기자로서 불편부당을 고발했듯 공직에서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뿐만인가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권위지들 역시 “베테랑 기자인 크리스토프가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는 기사로 크리스토프의 퇴장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크리스토프가 최근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크리스토프가 최근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장면이 사뭇 부럽다고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언론계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정계의 콜을 받으면 사직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냉큼 떠나고, 정치에 묻혀 염치는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선의 계절, 크리스토프의 마지막 칼럼의 울림이 더욱 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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