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사임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기사. [WP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31/2c89f820-7995-4f50-8fc5-a4d7b02e9ae8.jpg)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사임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WP) 기사. [WP 캡처]
“이 칼럼을 쓰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뉴욕타임스(NYT)의 스타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28일(현지시간) 메타(옛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칼럼 마감은 당연히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인데 뭘 유난을 떠나 싶었지만, 읽다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사표 제출 직전 쓴 마지막 칼럼이었습니다. 37년간 몸담았던 NYT를 떠나, 자신의 고향 오레건 주(州) 주지사에 출마한다고 합니다.
내심 정계 진출을 꿈꾸며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 기자를 한 케이스 아니냐고요? 그런 이들도 물론 없지 않죠. 크리스토프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자신의 결정에 따르는 의혹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염치’라는 가치를 지키려 한 셈이죠.
지난 6월부터 펜을 놓고 휴직을 택한 게 대표적입니다. 정계 진출이라는 목표를 구체화한 뒤, NYT 편집국에 먼저 휴직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퓰리처상 수상은 물론, 전현직 대통령들을 쥐고 흔들었던 베테랑 기자로서, 펜을 꺾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정계 진출에 마음이 기운 이상, 내 이름을 걸고 칼럼이나 기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지막 칼럼에 밝혔습니다. 이렇게도 덧붙였죠.
“기자 일을 37년 동안 해오며 나는 내 발로 걸어서 편집국을 나갈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내 직업을 사랑했으니까. 기자를 그만두는 건 바보천치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지금 내 고향에서 빈곤 문제에 허덕이는 이웃들을 보며, 공직에 진출하는 것이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해야하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그만둬야 한다고 할지라도.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마지막 칼럼을 메타(구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올린 글. [메타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31/7f91e9b7-d121-4f75-aace-cac5491a0a71.jpg)
뉴욕타임스(NYT)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마지막 칼럼을 메타(구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올린 글. [메타 캡처]
NYT 역시 그에게 예를 깍듯이 갖춰줬습니다. 칼럼니스트를 담당하는 오피니언 담당 에디터, 우리로 치면 논설실장인 캐슬린 킹스버리는 “크리스토프처럼 NYT를 대표하는 칼럼니스트도 드물었다”며 “천상 기자인 그가 기사로서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듯, 이젠 다른 장소에서 같은 노력을 할 거라고 믿는다”는 뉴스레터를 썼죠.
NYT의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도 성명을 내고 “독자뿐 아니라 동료로서 그가 너무도 그리울 것”이라며 “기자로서 불편부당을 고발했듯 공직에서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뿐만인가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권위지들 역시 “베테랑 기자인 크리스토프가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는 기사로 크리스토프의 퇴장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크리스토프가 최근 정계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장면이 사뭇 부럽다고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언론계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정계의 콜을 받으면 사직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냉큼 떠나고, 정치에 묻혀 염치는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선의 계절, 크리스토프의 마지막 칼럼의 울림이 더욱 큰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