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꿈 짓밟은 금융사기공화국

"재판 받으면서 1조 사기" 뇌물 준 김성훈 3년 뒤 기소한 檢

중앙일보

입력 2021.09.25 09:00

업데이트 2021.09.25 10:44

“집유(집행유예)는 집유인데 세게 나왔네요. 그래도 다행. 700억 사기인데 집유네. 당분간 몸 좀 사려야 될 거 같아요.”

2015년 6월 19일 서울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이었던 윤모 전 경위는 IDS홀딩스 대표였던 김성훈(51·구속)에게 이 같은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성훈은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IDS홀딩스를 운영하며 1만2178명으로부터 총 1조969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등)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의 실형이 확정된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이다. FX(Foreign Exchange·외환) 마진 거래 사업을 통해 원금은 물론 수익금을 월 1~10%까지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김성훈 IDS홀딩스 전 대표는 2011~2016년 피해자 1만2000명으로부터 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등)로 징역 15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은 지난 8월 그의 뇌물공여죄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했다. JTBC 캡처

김성훈 IDS홀딩스 전 대표는 2011~2016년 피해자 1만2000명으로부터 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방문판매법 위반 등)로 징역 15년의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은 지난 8월 그의 뇌물공여죄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했다. JTBC 캡처

[금융사기공화국 8회] IDS홀딩스 뇌물수수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 

윤 전 경위가 김성훈에게 문자를 보낸 시기는 1심 법원이 김성훈에 대해 672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특정경가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를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때다. 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기범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이유를 알려면 둘의 관계가 시작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윤 전 경위가 강남경찰서에서 김성훈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며 인연을 맺은 때다.

윤 전 경위에 대한 법원의 1·2·3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김성훈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던 중 2015년 김성훈에게 “이번에 경위로 특진해야 하는데 ‘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김성훈은 ‘브로커’로 영입한 IDS홀딩스 유모 회장이 이우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이던 김모씨를 통해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에게 청탁하는 방식으로 그의 특진(경사→경위)을 성사시켰다. 결과적으론 이 일로 유 회장과 김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 전 청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김성훈과 윤 전 경위가 더욱 유착하는 계기가 됐다.

윤모 전 경위의 인사와 관련한 IDS홀딩스 측의 청탁을 들어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대법원 최종심에선 뇌물수수 혐의를 벗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연합뉴스

윤모 전 경위의 인사와 관련한 IDS홀딩스 측의 청탁을 들어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대법원 최종심에선 뇌물수수 혐의를 벗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인정돼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연합뉴스

김성훈은 같은 인사 청탁 경로를 통해 2015년 7월 윤 전 경위가 IDS홀딩스 사무실이 위치한 여의도 등을 관할하는 서울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전보되도록 했다. 해당 부서는 유사수신업체에 대한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김성훈은 윤 전 경위로부터 형사사건 처리나 유사수신행위 단속 등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0만원을 건넸다. 또 일반 투자자의 월평균 배당률 2%보다 3%포인트 많은 5%의 배당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배당수익 9650만원(총 투자금 2억9000만원)을 윤 전 경위에게 지급했다. 일반 투자자와 비교해 5790만원의 수익금을 더 준 것이다.

윤 전 경위가 2015년 6월 김성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그가 김성훈의 유사수신범죄 행위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돈을 받아 챙겼다는 걸 방증한다. 그러는 동안 윤 전 경위는 유사수신행위 단속·수사 업무를 하면서 김성훈에게 “(김성훈이 1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A씨를 고소한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하고 있다”(2015년 9월) “본청에서 방금 업무연락이 왔는데 IDS홀딩스를 포함해서 유사수신 의심 업체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서를 파악하고 있다”(2015년 10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성훈과 관련한 단속·수사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했다.

이민석 변호사(왼쪽 세 번째)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 등이 2017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민석 변호사(왼쪽 세 번째)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 등이 2017년 12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윤 전 경위는 김성훈이 특경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8년 2월 징역 5년, 벌금 8000만원과 추징금 639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형량은 그해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문제는 뇌물을 수수한 윤 전 경위의 실형이 확정되는 동안 뇌물을 공여한 김성훈에 대해선 어떠한 처분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에 대한 뇌물공여죄 수사도 지난해 4월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발하기 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7개월여의 수사 끝에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김성훈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부장 정용환)는 지난 8월에야 그를 추가 기소했다. 이 사건 공판은 지난 15일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뇌물수수자(윤 전 경위)의 유죄가 확정된 뒤 3년여가 지나서야 뇌물공여자(김성훈)가 기소된 걸 두고 “검찰이 IDS홀딩스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특히 윤 전 경위와 뇌물이 오고가는 유착관계를 형성하던 2015~2016년은 김성훈이 사기·유사수신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피해 규모를 1조원대로 대폭 키운 시기와 일치한다. 금융피해자연대에서 활동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김성훈이 재판을 받으면서 1조원대의 사기를 칠 동안 검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크게 확대됐다”며 “IDS홀딩스의 법조계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IDS홀딩스 사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DS홀딩스 사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DS홀딩스 사건 수사에 대해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은 2017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IDS홀딩스 사건은 작년 첨단범죄수사2부 수사 과정에서 좀 나왔는데, 아마 국정농단 사건을 (처리)하느라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가 이번에 새 진용이 갖춰지고 수사를 하게 됐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그의 발언이 사실상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단 걸 시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민석 변호사는 “검찰은 이미 2016년에 IDS홀딩스에 대한 비호세력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급기야 현직 검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구치소에서 김성훈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하던 한모씨는 “보석으로 석방되면 IDS홀딩스 해외자금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변제해주고 합의서를 받아오겠다”고 제안하며 김성훈으로부터 2017년 6~8월 IDS홀딩스 사건의 범죄수익 약 27억원을 송금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2018년 5월 기소돼 2019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그와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성훈은 이번에도 검찰의 기소를 피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8월 이 사건을 처리한 이모 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24일 현재 이 사건의 입건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서민 꿈 짓밟은 금융사기공화국 시즌1

서민 꿈 짓밟은 금융사기공화국
선진 금융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던 외환위기(IMF) 이후 25년, 대한민국은 거꾸로 금융사기공화국(www.joongang.co.kr/series/11478)으로 전락했습니다. 조희팔부터 IDS홀딩스·VIK·라임·옵티머스 등 5대 사건의 피해자만 12만명, 피해 금액은 10조원이 넘습니다. 평생 번데기를 판 돈, 남편 사망보험금까지 빼앗긴 서민들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금융사기공화국을 만든 이들을 중앙일보 사회1팀 기자들이 총 10회에 걸쳐 추적합니다. 대형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는 해법도 찾아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