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짬’만 믿다 폭망했다…인증샷용 감독 뽑은 韓 최후

  • 카드 발행 일시2024.05.03

한국 축구는 올해 열린 아시안컵, 그리고 23세 이하 아시안컵까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내며 참패를 했습니다. 형들도, 동생들도 한 수 아래로 여긴 상대에게 맥없이 주저앉으니 ‘아시아의 축구 맹주’라는 별명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지도자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한국 축구의 사령탑 과정에서 대표팀과 클럽팀을 막론하고 지도력보다 네임밸류 중심으로 결정이 이뤄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인기투표 비슷하게 이뤄져 온 감독 선임 방식,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할 말은 하는 남자, 레드재민이 답을 제시합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1988년부터 이어진 올림픽 축구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이 2024년에 멈췄다. 올림픽축구대표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가올 파리올림픽에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자리는 없다.

올해 잇따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3세 이하(U-23) 아시안컵(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은 한국 축구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눈을 뜨라는 외침이었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자존심은 옛말이 됐다. 도쿄올림픽에 수석코치로 참가했던 김은중 현 수원FC 감독은 “이제 아시아에서 만만한 상대는 없다”고 단언한다. 황선홍호의 공격수 엄지성(광주FC)은 “인도네시아가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독보적 스타들의 화려함에 가려진 문제들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스타 출신이 매력적인 지도자라고?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 연이어 실패한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팀 모두 이름값으로 선임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파울루 벤투의 후임자로서 오랫동안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위르겐 클린스만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과 파리올림픽(2024년)을 책임질 감독직은 하락세가 뚜렷했던 황선홍 감독이 맡았다. 두 사람은 닮았다. 선수 시절 이름값 덕분에 지도자 생활을 최상위 레벨부터 시작할 수 있었고, 초반 ‘반짝’ 성과를 낸 뒤 계속 내리막길만 걸었다. 정몽규 회장은 ‘답정너’ 식으로 클린스만 카드를 밀어붙였고, U-23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협회 내부 추천(김정수 U-20대표팀 감독의 승격)을 거절했다.

이름값에 기대 선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기대 이하의 지도력으로 실망만을 남긴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뉴시스

이름값에 기대 선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기대 이하의 지도력으로 실망만을 남긴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뉴시스

국내 축구계에서 이런 식의 감독 선임 방식은 그리 낯설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뿐 아니라 많은 K리그 구단 의사결정권자들은 감독 선임 시 선수 시절의 명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2019년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새롭게 출발했다.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장직에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감독직에 황선홍 전 옌벤 푸더 감독을 앉혔다. 두 사람 모두 행정가와 지도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중장년층에서 ‘누구나 아는 인물’이라는 게 장점이다. 황선홍 감독은 대전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고, 허정무 이사장 또한 부임 후 줄곧 업계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다 스스로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