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간 뒤 “이 꼴은 못 보지”…K감독 삼총사가 갈아엎은 것

  • 카드 발행 일시2024.05.10

동남아 축구 시장에 한류 바람이 뜨겁습니다. 과거엔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동남아시아 무대에 진출해 실력을 발휘했다면, 최근에는 감독들이 동남아 각국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며 주목 받는 분위기입니다.

박항서 전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 잇달아 승승장구하더니, 유럽 출신 사령탑으로 변화를 주려던 베트남이 다시 한국인 김상식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동남아 무대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K-축구’의 성공 비법은 무엇일까요. 한국인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 감독들과 비교해 무엇이 다를까요. 그 흥미로운 궁금증을 ‘축구 스토리텔러’ 레드재민과 함께 풀어봅니다

K팝, K뷰티, K드라마, K푸드, 그리고 이제 K축구감독까지.

동남아 축구에는 이른바 ‘빅4’로 분류하는 강팀들이 있다.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주인공들이다. 최근 김상식 전 전북현대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빅4 수장 중 세 자리가 다시 한국인 감독판이 됐다. 동남아는 왜 ‘K감독’과 사랑에 빠진 걸까? 한국인 지도자가 동남아에서 잘 통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국인 축구 지도자는 상한가
‘K감독’ 열풍의 원조는 두말할 필요 없이 박항서 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베트남에서 ‘박항서’는 거룩한 이름으로 여겨진다. 한국 축구로 따지면 박종환과 거스 히딩크를 합쳤다고 보면 된다. 2017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는 역사상 최고 황금기를 구가했다. 아세안축구연맹(AFF)챔피언십 우승, 동아시안게임 2연패,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AFC 아시안컵 8강,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까지. 박 감독은 베트남과 함께 한 모든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이후 베트남은 2023년 박 감독과 헤어지며 홀로 서기에 나섰다. 1년 동안 암울한 실패만 거듭됐다. 후임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감독이 떠난 빈자리는 다시 한국인 지도자 김상식 감독으로 채웠다.

자신을 형상화한 '파파박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1년이 넘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박 감독은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 DJ매니지먼트

자신을 형상화한 '파파박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1년이 넘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박 감독은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사진 DJ매니지먼트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의 성공은 동남아 경쟁자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각국 여론은 박항서 감독의 성공을 무기 삼아 자국 축구협회를 마구 때렸다. 2020년 1월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잽싸게 움직여 신태용 감독을 영입했다. 2년 뒤에는 김판곤 당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양국 협회가 선택한 한국인 감독 카드의 효과는 지금까지 아주 짭짤하다.

신태용 감독은 2023 AFC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려놓았다. 3개월 뒤 U-23 아시안컵 8강에서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며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 도전에 재를 뿌렸다. 인도네시아에서 신 감독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신 감독의 차량은 언제 어디서든 경찰 에스코트를 받는 덕분에 자카르타 교통지옥을 순식간에 통과한다. 현재 신 감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385만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