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정수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디테일’을 놓치는 대통령 … 그래서 민정수석이 필요합니다

“기어만 중립에 놓다 보니까 하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시동 장치를 딱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이런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건을 초래했는데. 너무 순식간이라 안타깝습니다.”

2021년 12월 2일 아침.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한 말입니다. 전날 저녁 그곳에서 근로자 세 명이 아스콘 공사를 할 때 쓰는 중장비(롤러)에 깔려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 현장에 대선 후보가 간 것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간단한 실수 하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사고 경위는 이렇습니다. 롤러 기사가 공사 현장에 깔아 놓은 라바 콘(고무 고깔) 하나가 롤러 밑에 살짝 깔리자 아래를 살펴보려고 기어를 중립에 놓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하차 과정에서 그의 옷이 기어 레버에 걸렸고, 기어가 움직였습니다. 기사는 내렸는데 롤러는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작업하던 인부 세 명이 깔린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원인 진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시동을 끄고 내렸으면 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롤러 운전자의 과실.’ 베테랑 검사 출신답게 명료하게 사건의 원인을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건설 중장비를 사용할 때는 통상 ‘신호수’라고 불리는 장비 유도자가 있어야 했는데, 사고가 난 그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중장비 기사의 시야에 위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장비 유도자 배치가 의무적입니다. 그런데 없었던 것입니다. 시동을 끄지 않고 내렸고, 옷에 기어가 걸려 오작동이 벌어졌어도 장비 유도자만 있었으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하라고 소리쳐 세 사람이 순식간에 희생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공사를 맡은 업체가 장비 유도자를 두지 않은 것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사고 현장은 전기통신관로 매설 작업을 하던 곳이었는데요, 2차 하청업체가 일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를 줄여야만 이문이 남는 구조가 됐습니다. 작업계획서에는 적혀 있는 안전 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