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의대생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충격의 의대생 살인 사건 … ‘교육의 실패’ 점검이 필요합니다

1993년 2월 12일,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0세 소년 두 명이 만 3세가 채 되지 않은(생후 35개월) 소년을 납치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제이미 벌거(피해 아동 이름) 살인’이라고 불리는 일입니다. 쇼핑센터에서 잠시 엄마 손을 놓은 벌거를 존 베너블스, 로버트 톰슨이 유괴를 한 뒤 갖가지 폭행을 했습니다. 이어 정신을 잃은 벌거를 기차 철로 위에 두었습니다. 벌거의 신체는 그 위로 지나간 기차로 인해 심하게 훼손됐고, 그 상태로 이틀 뒤에 발견됐습니다.

제가 당시에 유학생으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었는데요, 한동안 신문과 방송 뉴스가 온통 이 건으로 뒤덮였습니다. 불과 10세의 두 소년이 이런 잔혹한 유아 살인을 했으니 그럴 만했죠. 사람의 심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부터 사회의 범죄 예방 시스템 점검 필요성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수개월 동안 원인과 대책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사건 취재를 한 언론, 대책 마련에 착수한 정부와 의회가 광범위한 조사를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10세 소년들을 그렇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영국 사회는 소년들이 잔혹한 폭력 장면이 있는 영화(비디오)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 자란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영상물 등급제를 강화하고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에 CCTV를 촘촘히 설치하는 정책도 나왔습니다. 영국이 ‘CCTV 왕국’이 된 계기가 이 사건이었습니다.

3일 전에 일어난 의대생 살인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 의대생이 수능시험 만점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미리 흉기를 준비한 계획범죄라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제 문상하러 간 상가(喪家)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났습니다. 그에게 이 사건의 범인 최모씨(25)의 성장 과정에 대한 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최씨가 다닌 초ㆍ중ㆍ고가 경기도교육청 관할이긴 하지만 ‘교육의 실패’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나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조 교육감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의논해 중고교 시절의 학교생활을 확인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