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축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연예인 콘서트 대학 축제 … 자랑스러운 ‘K-컬처’인가요?  

대학 축제가 몰려 있는 5월입니다. 대학마다 연예인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축제에 초청된 연예인의 인기 수준이 대학의 명성을 보여준다고 여기는 듯, 대학들의 ‘출연진 경쟁’이 벌어집니다.

지난 7일부터 어제까지 3일간 축제를 치른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무대에 오른 가수와 아이돌 그룹은 이렇습니다. 7일: 아이브ㆍ하이키ㆍ안신애ㆍ크래비티, 8일: 카더가든ㆍ장기하ㆍYB, 9일: pH-1ㆍ우디 고차일드ㆍ빅나티ㆍ청하ㆍ박재범. 섭외 비용으로 수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대학들이 축제 대행업체를 구하기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낸 입찰 공고를 보면 연예인 초청 행사 비용이 상당합니다. 부산의 한 대학은 비용으로 3억305만원을 책정했고, 경남의 한 대학은 1억9000만원, 충남의 한 대학은 1억7000만원입니다. 주요 대행사 선정 기준은 ‘출연진 평가’입니다. 특정 연예인을 지목해 놓고, 그를 부를 수 있는 곳만 입찰에 응하게 한 대학도 있습니다.

이런 대학 축제를 외국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한 얘기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연예인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르는 대학 축제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가 됐습니다. ‘K-대학 축제’라고 칭할 만합니다. 미국의 대학에도 축제가 있지만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고, 푸드 트럭과 놀이 기구가 설치되는 정도입니다. 영국 대학에는 축제라고 할 만한 게 없고, 있다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템즈강 조정 경기 정도입니다.

한국의 대학 축제가 이런 모습을 띠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입니다. 학생들이 ‘대동제’라는 이름의 학교 축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학생회와 대학본부가 연예인들 대거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화려한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학생회장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축제에 최정상급 아이돌 초청'을 내거는 일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