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비선이 만든 잘못된 이미지도 대통령 책임이다

내가 아는 나와 다른 사람이 아는 내가 다를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보통 사람은 남의 생각은 무시하고, 내 주관대로 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 실제 나를 잘못 투영하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는 잘못된 나의 이미지도 내 책임이다.

윤 대통령이 아는 자신과 국민이 아는 윤석열 사이에 괴리가 커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본은 그의 공개 언행이다. 대화를 독점하고, 버럭 잘 격노한다는 말이 그렇게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은밀한 정보에 더 가중치를 둔다. 공개 언행에는 가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가까운 사람, 가족과 비서, 장·차관 등이 받는 느낌이 흘러 나간다. 그보다 더 위험한 건 그의 친구,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지인들의 말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막후 조율했다는 함성득·임혁백 교수가 한국일보 인터뷰를 통해 은밀하게 오간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만한 인사를 대통령실 인사에서 배제하겠다’는 등 윤 대통령에게 굴욕적으로 비칠 만한 발언까지 전했다. 보수층은 ‘당장 탈당하라’는 댓글을 달며 반발했다. 메신저라는 사람이 막후 대화를 며칠 만에 까발리는 것도 이상하고, 그런 사람이 끼어들게 만든 윤 대통령도 이해가 안 된다.

그보다 먼저 신평 변호사도 자신이 회담을 중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의 멘토’라는 꼬리표를 단 채 ‘윤 대통령의 의중’을 계속 전파하고 있다. 천공 스님은 ‘명품백’ 사건을 만든 최재영 목사와 인터뷰까지 하며 자신이 대통령실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과시했다.

이들의 발언이 사실이건, 아니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 부부가 주술에 빠져 있고, 자격 없는 비선에 휘둘린다고 믿는다. 의대 증원 ‘2000명’이란 숫자도 거기서 나왔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그들이 만든 이미지가 국정 운영에 큰 걸림돌이다. 의도적으로 악성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책임은 대통령 몫이다. 일반 시민처럼 ‘나만 그런 사람이 아니면 된다’라고 방치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못하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이라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