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득 늘면, 정치인도 성과금 주자."
"정치인도 직장인처럼 정년퇴임 하자."
"투표를 안 하면 벌금을 물리자."
"특정 나이가 되면, 투표 의무를 해지하자."
여러분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일본에서 '현대 민주주의, 이대로는 안 된다'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일본 아마존에서 2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하는데요.
『22세기 민주주의』(틔움출판)의 저자 나리타 유스케 예일대 교수는 “고대 아테네 때 만들어진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는 낡을 대로 낡았다”며 “AI까지 등장한 지금, 정치인은 필요 없고 알고리즘이 선거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오늘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에서는 이 책을 공동번역한 서유진 기자와 함께 ①『22세기 민주주의』의 핵심 주장은 무엇인지 ②'괴짜 학자'로 알려진 저자의 정체 ③이런 책이 지지를 받는 일본 정치의 민낯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로 들어보시죠.
📌팟캐스트 방송 순서📌
① 왜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않나?(02:08)
② 저자 나리타 유스케는 누구 (04:31)
③ 혁명같은 변화? 세가지 처방전(06:57)
④ '정치인은 필요없다'는 주장(12:50)
⑤ 정치에 환멸 느끼는 일본인들(16:31)
※방송 전문 스크립트도 제공합니다.
🎤진행 : 이지상 기자
🎤답변 : 국제부 서유진 기자
▷이지상〉오늘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인 상상을 펼치는 『22세기 민주주의』를 다뤄 보려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한 중앙일보 국제부 서유진 기자를 모셔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서유진〉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의 정치·경제·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우리 한국 독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찾아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지상〉『22세기 민주주의』를 번역하게 된 계기가 유튜브 때문이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서유진〉 네 맞습니다. 나카타 아쓰히코라는 일본인 개그맨 겸 유튜버가 있는데요. 이 사람이 운영하는 '유튜브 대학' 채널에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어요. 여기에서 나리타 유스케 교수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공동번역자인 연합뉴스 이상현 기자가 제 남편인데요. 신기하게도 남편과 제가 거의 동시에 “이런 책이 있는데 정말 재밌겠다”고 말을 꺼냈어요. 그래서 제가 알던 출판사 대표께 추천을 드렸고, 저희를 믿고 맡겨주셔서 번역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지상〉 책의 문제의식을 요약하자면 '이제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않다. 그것도 중병을 앓고 있으니 이 룰 자체를 전부 바꿔야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서유진〉 네, 이 책이 가진 문제의식은 사실 간단해요. 세상이 지금 너무 복잡해져서 사람들이 다뤄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진 거예요. (정치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많이 주는데, 4년 혹은 5년에 한 번 있는 선거로 결정한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책에서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또 요즘은 정책이나 현안이 너무 많아서 유권자가 이걸 다 따라가기가 버겁잖아요. 정치인도 그렇고요. 그런데 정치인 입장에서는 정책을 펼치려면 일단 당선이 돼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치가 아무래도 인기투표로 흘러가고, 또 한 표라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승자가 되다 보니. 정치인들이 말도 극단적으로 하고 선명한 색깔을 드러내면서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게 지금 민주주의의 현실이 됐습니다.
여기에 SNS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받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어요. 그래서 우리 일상 속에서 분열이나 갈등을 시시각각 그대로 접하게 된 거예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정치인들은 매번 상대를 비방하거나 헐뜯거나 아니면 '복수하겠다'는 식으로 네거티브(negative) 정치를 하고 있는데요. 정작 국민 삶에 필요한 것들이 빠져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게 요즘은 쇼핑도 대부분 모바일로 하고 우주에도 사람이 가는 시대잖아요. 이렇게 '경제 활동은 IT 기술, AI 도움을 받으면서 정작 정치에는 왜 AI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저자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나리타 유스케 교수는 누구?
▷이지상〉저자 소개는 '데이터 과학자'로 나와 있는데 나리타 유스케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서유진〉 나리타 유스케는 좀 괴짜인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1985년생인데, 프로필 사진을 보면 안경 한쪽이 동그라미로 돼 있고 한쪽은 네모로 돼 있어요. '사물을 동그라미 두 개로 보지 말고 각각 다른 시각에서 보자'를 표현한 안경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