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이별하고 또 동거한다…홍대여신 “난 구원 받았죠”

  • 카드 발행 일시2024.05.10

If You Rescue Me(나를 구해준다면)
모든 나의 계절을 줄게
I’m Talking Seriously(진지한 말이에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데뷔 12년 차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이유진)이 반려동물을 주제로 만든 노래 ‘Rescue me’(레스큐 미)의 첫 소절이다. rescue가 구한다는 뜻이라 유기동물 이야기인가 싶지만 아니다. 연인이나 가족, 친구 등 어떤 사이든 서로에게 ‘구원’의 존재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물론 반려동물을 포함해서.

초등학교 때 ‘말 안 듣는 남동생’ 같던 강아지 수롱이를 처음 만난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반려견 다섯 마리, 반려묘 한 마리와 함께해 왔다. 삶이 부풀어지는 느낌을 경험했다. 키우기 전 몰랐던, 건드려지지 않던 여러 감정을 알게 됐다.

한 번은 사진을 보다 첫눈 온 날 수롱이 모습, 낙엽 위를 산책하는 장면 등 계절의 흐름이 느껴지더군요. 뭉클했어요. 반려동물의 존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아이들의 계절까지 모두 선물받는 거구나….

수롱이·복동이·바나·동동이 네 마리 강아지를 떠나보냈다. 때마다 같이 아파했고, 잊히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 나는 대로 기억하고, 슬픔이 오면 마음껏 슬퍼하며 단단해지려 애썼다. 가족들과 반려견 이야기를 나누며 글이나 그림으로 남겼다.

‘이젠 울지 않고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떠나간 자리에 또 다른 생명을 구할 기회가 찾아왔다.

고향 부산에서 두 달치 고시원비만 들고 상경해 무명 생활을 했다.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에서 따 ‘프롬’이라는 활동명을 지었다. 나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라는 의미도 담았다.

펫로스로 힘겨워하는 이들이 물으면 “슬픔이 그리움이 될 때까지 마음에 남은 작은 슬픔까지도 꺼내 보라”고 권한다.

지금도 남편과 함께 강아지·고양이와 ‘3종 동거’ 중인 프롬. 이유진에게서 나오는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롬이 자택에서 설탕이(고양이), 프림이(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프롬

프롬이 자택에서 설탕이(고양이), 프림이(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프롬

나의 반려일지 9화 목록

1.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2. 퉁퉁 부은 얼굴로 간 팬 사인회
3. 그들 세상 기억하는 우주 유일 목격자
4. 고시원비 들고 상경했던 ‘홍대 여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8화 : 윤공희 대주교 100세 맞았다… ‘광주 고발’ 신부의 삶과 반려
7화 : 이상봉 만나 ‘청담 강아지’ 됐다, 멧돼지 사냥개의 견생역전
6화 : “우리 애기요? 얘는 개잖아요” 타일러는 ‘찰리 아빠’ 거부한다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