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의 그늘…日 "65세 이상 고독사 연간 7만명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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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남모르게 홀로 숨지는 '고독사' 사망자가 올 한 해 6만8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1∼3월 일본 내 자택에서 혼자 살다가 숨진 사람은 2만1716명이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1만7000명으로 전체의 80%였다.

일본 경찰청은 경찰에 들어온 신고와 의사가 신고해 경찰이 처리한 고독사 사망 건수로 이런 통계를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슷한 추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면 6만8000명의 고령자가 고독사할 전망이라고 13일 중의원(하원) 행정감시위원회 결산회의에서 발표했다. 이는 민간 기관인 닛세이기초연구소가 2011년 내놓은 65세 이상 연간 고독사 추산치(2만6821명)의 2.5배다.

사진은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의 모습. 신인섭 기자

사진은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의 모습. 신인섭 기자

다케미 게이조(武見敬三) 후생노동상은 전날 중의원(하원)에 출석해 "고독사 확률은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확실히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간 일본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에서 고독사 관련 조사가 있었지만, 정부의 공식 통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은 2021년 내각관방부에 고독‧고립담당실을 신설하고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고독사·자살증가 등을 해결하는데 국가가 나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초고령사회 일본,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이번 조사에서 연령별로 보면 85세 이상 고독사 사망자가 49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은 2006년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는 인구 열 명 중 셋이 65세 이상이다.

고령자의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점도 고독사를 부르는 요인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2022년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중 1인 가구 비중은 31.8%였다. 한편 고독사 사망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83.2%)이 여성(16.8%)보다 5배 많았다고 일본보험협회(2022년)가 분석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고령화에 따른 빈집 증가가 많은 지역이다. 구청 고령자 지원과에서 노인주민 상담을 하는 모습. 신인섭 기자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정의 하토야마 뉴타운.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으나 최근에는 고령화에 따른 빈집 증가가 많은 지역이다. 구청 고령자 지원과에서 노인주민 상담을 하는 모습. 신인섭 기자

한국, 50~60대 고독사 취약  

고독사 증가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독사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2022년 처음 내놓은 고독사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국내 고독사 사례는 3378명이었다. 2017년(2412명)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한 한국 남성 수는 여성의 5.3배였다. 고독사 사망자의 60%는 50~60대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50대~6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다"면서 "실직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연령대"라고 분석했다.

실태조사가 나오자, CNN은 "한국에서 해마다 고독한 수천 명의 중년이 홀로 사망하고 있다”며 "사망 후에도 며칠, 몇 주씩 발견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고독사(Godoksa)'라는 한국어 표현도 그대로 썼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내놨다. 정부가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를 20% 줄이는 게 골자다. 실태조사 주기도 종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세계 최초로 고독사 문제를 개인이 아닌 국가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선 곳은 영국이다. 2018년 영국은 ‘고독부(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하고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전체 인구 중 약 900만명이 고독을 느끼는데 600만명은 고독을 감추고 산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고독이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해 5월 1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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