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이기자 말기암 왔다…‘두 개의 암’ 생존자 이야기

  • 카드 발행 일시2024.05.23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말기나 말기에 가깝다는 진단을 받으면 어떨까,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암이 그러하다면.

최성균(82) 사단법인 미래복지경영 이사장은 두 개의 암을 꿋꿋이 이겨내고 있다. 종전과 다름없이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한다. 겉보기에는 말기 암환자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기자도 지난해 12월 최 이사장과 점심을 먹던 중 암 투병 중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20일 오후 인터뷰할 때도 6개월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두개의 암의 생존자 최성균 미래복지경영 이사장.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암은 감기다. 긍정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두개의 암의 생존자 최성균 미래복지경영 이사장.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암은 감기다. 긍정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최 이사장은 미래복지경영이라는 사단법인 설립자다. 2006년 출범했다. 그 전 14년 월드비전(국제구호 NGO)에서 14년 일하는 등 평생 사회복지에 헌신해 왔다. 기자는 최 이사장이 어려운 이웃과 오랫동안 함께 해서 복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찾아온 대장암

2011년 8월 배가 아프고 진땀이 흘렀다. 변이 가늘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피가 섞여 나왔다. 몇 차례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동네 병원 두 군데를 돌았더니 장염 진단이 나왔다. 지인에게 이런 상황을 호소했더니 즉시 큰 병원에 가라고 권고했다.

그러다 쓰러졌고 119구급차로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실려갔다. 의사는 바로 암이라는 사실을 직감하는 듯했다. 의사에게 “오늘 저녁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다시 오면 안 되냐”고 물었다가 “암인데 어디로 가려느냐”고 호통을 들었다. 바로 입원했고 이틀 넘게 각종 검사를 받았다. 내시경·CT 등.

“대장암입니다. 4기로 보입니다.”

최 이사장은 “그 말을 듣고 ‘죽음이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회상한다.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2006년 사단법인 미래복지경영을 만든 후 모금하랴, 국제대회를 하랴 정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각종 모임이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뒤풀이 자리에 빠지지 않았다. 술을 꽤 마셔도 웬만해선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저돌적인 편이라 일을 끝내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인데도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대장암으로 돌아온 걸까.

두 개의 암 생존자 최성균 이사장. 20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금의 삶은 덤"이라며 "살려는 의지가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두 개의 암 생존자 최성균 이사장. 20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지금의 삶은 덤"이라며 "살려는 의지가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대장 45㎝ 절제, 림프샘 전이

의사는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오전 8시 시작된 수술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직장(항문 가까운 대장 부위) 위의 S자 결장에 암이 가득했다. 전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22군데 림프샘을 떼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다섯 군데에서 암이 나왔다. 이 정도면 적게 전이된 게 아니었다. 대장 45㎝를 잘라냈고, 림프샘을 꽤 많이 제거했다.

천운이랄까, 간이나 폐 등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 4기는 아니었다. 3기 a,b,c 중 3기c에 해당했다. 4기에 가까운 3기였다.

그해 10월 보조항암치료가 시작돼 이듬해 5월까지 12회 이어졌다. 폴폭스(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서 투여하는 병용 화학요법)로 불리는 치료법이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였다.

“사회복지사 장으로 해 달라” 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