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뒀더니 멋지게 컸다, 서울대 엄마가 가르친 딱 하나

  • 카드 발행 일시2024.05.27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지난달 만난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은 “아이에게 올인하는 완벽한 엄마보다 자기 삶을 사느라 조금 빈틈 있는 엄마가 낫다”고 했다.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려 이들 엄마를 ‘초자아 엄마’와 ‘이드 엄마’라 칭했다. 초자아는 완벽하고 도덕적인 것을 추구한다면, 이드는 욕망에 충실한 자기중심적 성향이다. 자기 인생을 즐기는 ‘이드 엄마’로 살아도 아이는 정말 잘 클 수 있을까? 『부모는 관객이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미국 시골에서 『숲속의 자본주의자』로 살아가는 박혜윤(49)씨를 줌으로 다시 만난 이유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엄마가 제멋대로 살아도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박혜윤씨에게서 찾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아이가 잘 컸다’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박씨는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거니와 잘 컸다는 기준도 모호하다”며 거부감을 표했지만, 그의 첫째는 미국 명문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워싱턴대에 진학했다. 이 역시 박씨는 “명문대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했지만, 이 대학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준비해 합격한 게 포인트다. 그렇다면 ‘엄마 박혜윤’은 ‘제멋대로 엄마’일까?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으니, 그렇죠. 그런데 우리 집에선 다 그래요. 남편도, 아이들도 생긴 대로 살죠. 그게 우리 집 원칙이거든요. 저나 남편은 아이들을 바꾸려 하지 않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아이를 둘이나 키우지만, 부부에겐 직장이랄 게 없다. 한국에서 기자였던 박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 학위까지 땄지만, 교수가 되지 않기로 했다. 박씨와 같은 회사에서 기자로 일했던 남편도 5년 뒤 “가족과 함께 살겠다”며 사표를 쓰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남편은 현재 수영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글을 써 돈을 번다. 박씨가 교수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단순한 이유다.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일상을 관찰하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 보기에 그럴듯한 것 대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사는 부부가 아이들에게 그런 삶을 요구할 리 없다. 이 집 아이들에겐 공부를 잘해야 할 의무가 없다. 부부 역시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제때 먹이고, 입히고, 안전을 책임질 뿐이다. 이 독특한 가족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그리고 이 독특한 부부는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까?

Part1. ‘제멋대로 엄마’의 탄생 

박혜윤씨는 이 독특한 가족의 뿌리이자 중심이다. 그 역시 “내가 우리 가족이 존재하는 세계의 수호자”라고 말한다. ‘제멋대로 박혜윤’이 ‘제멋대로 엄마’가 되고, ‘제멋대로 엄마’가 ‘제멋대로 가정’을 만든 셈이다.

박씨는 ‘제멋대로’ 산 것 같지 않은 이력을 가졌다. 서울대를 나와 주요 일간지 기자를 거쳐 미국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교수 역시 못 했다고 할 수 없다. 시도했는데 안 된 게 아니라, 하지 않기로 했으니 말이다. 교수 대신 무직자를 선택한 그는 천장을 쳐다보며 멍 때리다 낮잠을 자고, 하교한 아이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산다. 남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

“그렇다고 제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천착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남에게 관심이 많죠. 저는 늘 관찰해 왔어요. 부모님을, 선생님과 친구를, 애인을 관찰했죠. 엄마가 된 후론 아이를 관찰해요. 타인을 관찰하면서 나를 인식하고, 만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