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네이버 때려친 두 남자, AI에 계약서 가르치는 까닭

  • 카드 발행 일시2024.05.16

Today’s interview
“판결문? 우린 계약서로 글로벌 노린다”
율촌·네이버 때려치고 리걸AI 하는 이유

“네이버? 업스테이지? 법률 도메인(분야)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BHSN 사무실에서 만난 임정근(48) 대표와 김형준(38) CAIO(최고AI책임자)는 자신있게 말했다.

BHSN은 법무법인 율촌 등에서 18년간 인수합병(M&A) 변호사로 활동한 임정근(사법연수원 35기)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을 위한 법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기업 계약서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계약서 검색은 물론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계약서 검토와 작성, 관리 등 전 과정을 돕는다. ‘변호사님’(BHSN) 글자 자음에서 따온 BHSN의 솔루션이 기업들의 ‘AI 법무팀’이고 ‘사내 변호사님’인 셈이다. 사내 CAIO를 별도로 두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다. 지난해 합류한 김형준 CAIO는 SK텔레콤, 네이버 AI 개발자 출신으로 각 사 LLM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판결문 수집에 집중하는 다른 리걸테크 기업과 달리 BHSN은 계약서에 집중한다. 임 대표는 “판례는 분명 양질의 데이터지만, 비즈니스와 기업 법무의 핵심은 계약서”라며 “법률문서 기반 리걸AI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리걸AI 시장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손잡은 네이버,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손잡은 업스테이지 등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계약서는 왜 BHSN에 판결문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일까. 복잡한 계약서, AI비서가 대신 써주는 날이 올까. BHSN이 네이버와 업스테이지를 이길 수 있다 자신한 전략은 무엇일까. 임정근 대표와 김형준 CAIO를 함께 만났다.

💬목차

1. 판결문보다 계약서, 양보단 질
2. 그 좋다는 율촌, 네이버 그만둔 이유
3. AI가 계약성 작성·검토, 준법 경영까지
4. 법무팀, 사내변호사 대체할까

오혜정 디자이너

오혜정 디자이너

1. 판결문보다 계약서, 양보단 질  

가장 양질의 법률 데이터는 판결문 아닌가. 왜 AI가 계약서를 학습해야 하나.
임정근 대표(이하 임): 판례는 양질의 데이터다. 하지만 법률시장 전체, 특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보통 대형 로펌의 경우 ‘자문’이 60%, 법원에서 소송하는 ‘송무’는 40% 정도 된다. 기업 비즈니스의 핵심은 계약서다. 계약서에는 갑과 을,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호의관계에 불과하다. 큰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 복잡한 비즈니스는 결국 계약서로 귀결된다. 계약서에는 각종 조건과 정보가 담긴다. 계약서 관리, 검토, 작성 등 업무와 AI의 결합에 시장의 기회가 있다고 봤다.
계약서는 기업 고유의 문서고 보안이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어렵지 않나.